두 갈래 역풍을 뚫고 민주주의혁명의 길로

 

<차례>
1. 글을 시작하며
2. 신식민주의체제의 보편성과 특수성
3. 다시 생각하는 단계적 철군의 의미
4. 신식민주의체제의 안전을 위한 보강조치

5. 신식민주의체제의 약한 고리를 끊기 위하여
6. 글을 맺으며

1. 글을 시작하며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한(조선)반도의 정세변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세를 논할 때 으례 '급변'이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요즈음 정세변화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는 것을 보면서 급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조선)반도의 정세가 급변하는 까닭은, 사회역사발전을 멈춰 세우고 뒤집어놓으려는 사나운 역풍, 곧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과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이라는 두 갈래 역풍이 불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풍이 불어와도 전진의 발걸음을 멈출 수 없는 진보정치세력은 사회역사를 변화, 발전시키는 주체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라는 진리를 억세게 붙들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세인식에서도, 정치적 실천에서도 변함없이 그 진리를 붙들고 반동의 역풍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리하여 진보정치세력은 그 진리를 자기의 모든 정치활동을 규제하는 근거로 삼고, 자기의 모든 정치활동이 지향하는 목표로 정하고, 자기의 모든 정치활동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주체적 관점에서 정세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비록 지금은 억압과 착취의 아픔을 참고 견디지만 앞으로 언젠가는 반드시 낡은 세상을 새로운 세상으로 바꾸는 대중항쟁에 나설 것이므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주체적 관점에서 정세를 인식하는 것은 낡은 세상을 새로운 세상으로 바꾸는 사회변혁의 관점에서 정세를 인식하는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의 정세관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반제적, 계급적 관점에 선다는 뜻에서 주체적이고, 사회변혁의 과학에 기초한다는 뜻에서 과학적이다.

오늘 남(한국)에서 세상을 바꾸는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은 민주주의혁명으로 전개되는 것이므로, 진보정치세력은 마땅히 민주주의혁명의 관점에서 정세변화를 고찰하여야 할 것이다. 정세를 주체적으로 과학적으로 인식할 때 반동의 역풍을 뚫고 나아가는 민주주의혁명의 앞길이 보인다.

이 글에서는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과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이라는 두 갈래 역풍이 어떻게 몰아치고 있는지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반제적, 계급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그 역풍을 뚫고 나가는 민주주의혁명의 투쟁방향을 모색한다.

2. 신식민주의체제의 보편성과 특수성

지금 한미관계의 한복판에는 워싱턴발 역풍이 두 갈래로 몰아치고 있다.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과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이 그것이다.

민주주의혁명의 관점에서 볼 때, 한미군사동맹체제라는 말에 들어있는 '군사동맹(military alliance)'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동맹관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워싱턴의 제국주의전략가들은, 미국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주한미국군사령부를 앞세워 한국군을 지휘하는 군사적 지배체제를 군사동맹이라는 기만용어로 위장한다. 한미군사동맹체제는 '동맹'의 명목으로 남(한국)의 군사주권을 부정하는 신식민주의체제이다.

또한 한미자유무역협정이라는 말에 들어있는 '자유무역(free trade)'의 의미 역시 일반적으로 말하는 자유무역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워싱턴의 제국주의전략가들은, 미국의 제국주의독점자본이 남(한국)경제체제 전반을 지배하고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창출한 이윤을 수탈하는 경제적 예속관계를 '자유무역'이라는 기만용어로 위장한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이미 수직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남(한국)의 시장경제에 '자유'의 명목으로 지배와 수탈을 가중시킨다.

제국주의 미국이 한미군사동맹체제를 개편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근본목적은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neocolonial system)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가 없지만, 제국주의 미국이 신식민주의체제의 안전을 지키려는 비상한 움직임은 남(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고립적이고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제국주의 미국은 신식민주의체제의 안전을 지키려고 좌충우돌하는 야만의 몰골을 드러내었다.

언론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로, 부쉬정부는 미국 본토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에 배치한 미국군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신식민주의체제를 설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들을 대상으로 쌍무무역협정을 체결하는 중이다. 미국군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해외주둔 미국군 재배치계획(Global Posture Review)에 따른 군사적 책동이고, 쌍무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Neoliberal Globalization)에 따른 정치적 책동이다.

제국주의 미국이 신식민주의체제의 안전을 지키려는 반동적 군정책동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까닭은,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가뜩이나 지탱력이 약화된 그 체제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나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반제투쟁, 계급투쟁이 격화되어 자칫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세인식의 초점을 한(조선)반도에 맞춰보면, 제국주의 미국은 해외주둔 미국군을 재배치하는 군사전략방침에 따라 한미군사동맹체제를 개편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정치전략방침에 따라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부쉬정부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남(한국)에서는 한미군사동맹체제를 개편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려는 두 갈래 움직임을 한꺼번에 드세게 밀고 나가는 까닭에 한(조선)반도 정세의 변화속도가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빨라지고 있다.

언제나 그러하듯, 제국주의 미국이 신식민주의체제를 유지하는 수단과 방도는 강압적이고 기만적이다.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과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은 그것을 실현하는 수단과 방도가 강압적이고 기만적일 뿐 아니라, 신식민주의체제 아래서 생계불안과 민생파탄을 겪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결국 대재앙으로 몰아넣는 침략전쟁과 경제봉쇄, 무력증강과 금융수탈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 뜻에서, 신식민주의체제는 21세기의 야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제국주의 미국이 남(한국)을 지배하고 수탈하는 신식민주의체제가 지닌 특수성이다. 그 특수성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요구된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들에는 제국주의세계체제에 예속된 여러 형태의 신식민주의체제들이 존재하지만, 정전체제 위에 세워진 신식민주의체제가 존재하는 곳은 남(한국)밖에 없다.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전체제 위에 성립된, 그리하여 매우 특수한 예속체제이다.

정전체제를 한국(조선)전쟁의 산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인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획정된 한(조선)반도의 북위 38도선 역시 사회주의 소련과 제국주의 미국이 1945년 8월부터 1948년 8월까지 3년 동안 치열한 정치대결을 벌였던 냉전식 정전체제의 산물이었다. 그에 비해서, 한국(조선)전쟁이 정전되면서 획정된 군사분계선은 사회주의 북(조선)과 제국주의 미국이 1950년 6월부터 1953년 7월까지 3년 동안 격렬하게 무력충돌을 벌였던 열전식 정전체제의 산물이다. 한(조선)반도의 정전체제는 그 존재방식이 냉전에서 열전으로 전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한(조선)반도에 세워진 열전식 정전체제에서 날카롭게 맞서 있는 조선인민군과 한미연합군은 사전경고 없이 즉각 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고도의 전투준비태세를 50년이 넘도록 유지하고 있다. 명백하게도, 그 체제는 사회주의 북(조선)과 제국주의 미국의 정치군사적 대결을 첨예화하고 장기화할 뿐 아니라, 한(조선)반도의 분단을 고착화하고 장기화한다. 제국주의 미국은 북(조선)과 정치군사적으로 대결하면서 한(조선)반도의 통일을 가로막기 위하여 정전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남(한국)에서 야만적인 신식민주의체제를 무너뜨리고 실질적이고 진보적이고 자주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혁명은 한(조선)반도의 통일과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성(inseparability)을 갖는다. 민주주의혁명과 조국통일의 불가분성은 신식민주의체제의 특수성 위에 성립되는 것이다. 민주주의혁명과 조국통일의 불가분성을 반영한 과학적인 전략과 전술을 내오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남(한국)의 진보정치세력에게 주어진 중대한 과제이다.

3. 다시 생각하는 단계적 철군의 의미

지금 제국주의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작업은, 주한미국군사령부가 틀어쥐었던 전시작전통제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 authority)을 한국군에게 넘겨주고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고 주한미국군사령부를 해체하는 경로를 밟아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2006년 8월 25일에 발표한 나의 글 「전시작전통제권 반환과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에서 자세히 논하였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주목하는 것은, 제국주의 미국이 한미군사동맹체제를 개편하려면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부쉬정부는 한미군사동맹체제를 개편하는 준비작업을 오래 전에,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시작하였는데, 그 개편방침에 따라 주한미국군 일부병력을 이라크전선에 차출하였고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게 되었다. 현재 주한미국군 병력의 3분의 1은 철군하는 중이고, 앞으로 나머지 3분의 2도 단계적으로 철군할 것이다.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에 따른 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군은 한(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흔들어놓는 매우 민감한 전략문제여서 제국주의 미국으로서도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그 체제의 개편작업은 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군이 마무리되는 2012년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2012년까지는 아직 여섯 해가 남아있으나, 전시작전통제권을 반환하는 2009년에 이르면 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군은 상징적 수준의 병력만 남겨놓고 철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될 것이다. 한(조선)반도 군사정세의 변화동향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군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부쉬정부가 한미군사동맹체제를 개편하기 위해서 추진하는 주한미국군 철군이 반제국주의민족해방의 당면과업으로 설정된 주한미국군 철군과 형식상 동일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형식적 동일성이 내용적 동일성으로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명백하게도, 부쉬정부가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는 목적은 한미군사동맹체제를 개편하여 신식민주의체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지만, 그와 정반대로 남(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이 주한미국군을 철거하려는 목적은 한미군사동맹체제를 해체하여 신식민주의체제를 무너뜨리고 제국주의세계체제와 완전히 단절하기 위함이다.

주한미국군 철군→한미군사동맹체제 해체→신식민주의체제 붕괴로 이어지는 예상경로는, 민주주의혁명의 길로 나아가는 남(한국)의 모든 진보정치세력들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사회변혁의 발전전망과 이제껏 일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 급변하는 정세는, 주한미국군 철군이 한미군사동맹체제의 해체를 거쳐 신식민주의체제의 붕괴로 이어지리라고 예상한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남(한국)에서 민주주의혁명이 승리하여 주한미국군을 강제로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미국이 신식민주의체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주한미국군을 스스로 철군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제국주의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넘겨주고,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는 것은 한미군사동맹체제를 자진해서 해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그 체제를 개편하고 보강하는 책동임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 받으면 남(한국)정부가 군사주권을 회복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착오이다.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 받더라도 한미군사동맹체제의 법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남아있는 한, 한국군을 지휘하는 미국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군사적 지배체제는 형태만 약간 변형한 채로 얼마든지 유지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제국주의 미국이 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군을 완료하고 상징적 수준의 병력을 남겨둘 2012년 이후에도, 민주주의혁명이 승리하여 한미군사동맹체제를 해체하지 못한다면 한미군사동맹체제와 신식민주의체제는 여전히 유지될 것이다.

그런데 주한미국군이 철군하면 한미군사동맹체제가 해체되고 신식민주의체제도 무너질 것으로 보는 종래의 전망에 머물러 있으면, 주한미국군의 '현상유지'를 믿는 고정관념이 생겨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고정관념을 가지고서는 지금 부쉬정부가 밀고 나가는 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군과 한미군사동맹체제의 개편이라는 정세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제국주의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면서 한미군사동맹체제를 개편하는 현상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분석은 군사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에서 가능하다.

첫째, 군사적 측면에 대한 분석이다. 되돌아보면, 지난 시기 주한미국군이 북침전쟁을 도발하는 돌격대 역할을 자임하였던 때가 있었다. 워싱턴의 제국주의전략가들은 방대한 증원병력이 한(조선)반도에 들이닥칠 때까지 군사분계선에서 조선인민군과 일진일퇴의 전투를 벌인다는 북침전쟁시나리오에 따라 북침전쟁의 돌격대로 준비시킨 주한미국군 지상군을 이른바 '세계 최강의 펜토믹사단(Pentomic Division)'이라 불렀다. '펜토믹사단'은 '작전계획 5027(Operation Plan 5027)'로 알려진 북침전쟁시나리오에 따라 해마다 몇 차례씩 실전을 방불케 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북침전쟁연습을 벌여왔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펜토믹사단'은 존재근거를 잃어버렸다. 북(조선)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 작전배치하자 군사정세가 뒤바뀐 것이다. 핵무장력을 동원한 대량보복작전을 전개할 수 있게 된 조선인민군이 '펙토믹사단'의 오만한 기세를 꺾어버렸던 것이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각종 미사일로 집중타격하고, 주한미국군 기지의 후방에서 특수작전으로 들이치면 북침전쟁의 돌격대는 궤멸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군사정세의 변화는 '펜토믹사단'에게 의존해온 한미군사동맹체제가 만회하기 힘든 취약성을 드러내었음 뜻하는 것이었다.

북침전쟁계획을 틀어쥐고 평양을 노려보는 미국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한미군사동맹체제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길은, 북침도발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잃어버린 '펜토믹사단'을 철군하고 기존의 제국주의전쟁전략을 수정, 보강하는 것이었다.

워싱턴의 제국주의전략가들이 찾아낸 해법은, 북침전쟁을 도발하는 돌격대 역할을 주한미국군 지상군에게 맡기지 않고, 태평양과 미국 본토에 집중배치한 해군과 공군에게 맡기는 전쟁전략의 수정으로 정리되었다. 미국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정찰통신기술과 장거리 비행능력과 정밀공중타격술을 크게 보강한 미국군의 공중작전 및 해상작전에 의존하여 북침전쟁을 도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조선)반도에서 지상작전을 전담하였던 주한미국군사령부를 해체하는 대신, 공중작전 및 해상작전을 전담하는 하와이의 태평양군사령부와 미국 본토의 전략군사령부를 증강, 개편하는 최근의 활발한 움직임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다. 제국주의 미국은 주한미국군이 철군하고 주한미국군사령부를 해체한 뒤에 남(한국) 밖에서, 다시 말해서 괌, 하와이, 미국 본토에서 공중작전과 해상작전에 의거하여 북침전쟁을 도발하려는 새로운 전쟁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그에 따른 침략무력증강을 미친 듯이 다그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군은 한(조선)민족에게 자주의 길을,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의 길을 열어놓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공중작전과 해상작전에 의거한 북침전쟁의 도발위험을 한층 더 높여주는 군사책동인 것이다.

둘째, 정치적 측면의 분석이다. 지난 13년 동안 이어져온 조미 두 나라의 정치대결을 되돌아보면, 북(조선)은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선언과 미사일 발사훈련, 핵무장 실현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핵무기 증산과 새로운 원자로 건설 같은 대미압박공세를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가며 계속 퍼부었다. 그 어떤 다른 나라가 '유일초강대국'을 자처하는 미국에 맞서 그토록 강경한 압박공세를, 그것도 10년이 넘도록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가며 밀고 나갈 수 있을까.

그런데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손에서 놀아나는 미국과 일본의 언론들과 이른바 '전문가 집단'은 언제나 제국주의전략가들의 반동적 시각에 충실하고, 그러한 해외언론과 전문가의 '분석'을 그대로 베껴대는 것을 주된 임무로 삼고 있는 남(한국)의 언론은 미국과 일본의 언론들이 반동적 시각으로 왜곡해놓은 보도내용을 침소봉대하는 증폭기능에 열중한다. 지난 1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온 까닭에 이제는 거의 환멸을 느끼게 된 저들의 왜곡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집요한 압박공세를 견디지 못한 북(조선)이 자기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하여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 발사훈련을 강행하는 등의 몸부림을 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국주의 미국을 번번이 궁지에 몰아넣는 초강경 압박공세를 13년 동안이나 줄기차게 가중시켜온 북(조선)의 반제투쟁을 그 무슨 '생존의 몸부림'으로 묘사하는 것이야말로 왜곡과 기만의 극치이다. 지난 13년 동안 저들이 그처럼 왜곡과 기만으로 일관해온 까닭은, 북(조선)이 밀고 나가는 대미압박공세의 목적을 은폐하여 대중의 관심이 북(조선)의 자주적 대미전략에 기울어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기만술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혁명의 관점에서 중시해야 할 문제는, 북(조선)이 제국주의 미국과의 대결에서 지속적으로 퍼부은 압박공세의 목적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북(조선)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초강경한 대미압박공세의 목적은, 북(조선)과의 정치회담을 거부하는 제국주의 미국을 기어이 조미양자회담으로 끌어내어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그 협정에 따라 주한미국군을 철거시키고 주한미국군사령부를 해체시킴으로써, 결국 한미군사동맹체제를 무너뜨려는 데 있다. 북(조선)이 한미군사동맹체제를 무너뜨리려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까닭은, 초강경 대미압박공세로 한미군사동맹체제를 무너뜨릴 때 남(한국)에서 신식민주의체제를 무너뜨리고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를 세우려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민주주의혁명의 결정적인 돌파구를 열어놓을 수 있고, 한(조선)민족의 자주적 통일을 가로막은 최대의 장애를 제거하여 연방제통일의 결정적인 돌파구를 열어놓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밖으로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워싱턴의 제국주의전략가들은 북(조선)의 대미압박공세의 목적을 간파하였고, 그 공세에 맞서기 위한 대응전략을 찾기 위해 지난 13년 동안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그들 나름대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결국 그들이 찾아낸 대응전략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넘겨주고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는 것이다. 그들이 타산한 것은,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주면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당사자에서 빠지고 남북(북남)이 체결당사자로 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주한미국군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군하면 북(조선)의 압박공세에 밀려 하는 수 없이 조미양자회담에 끌려나가더라도 북(조선)의 철군공세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앞으로 조미양자회담이 재개되었을 때, 북(조선)이 주한미국군을 철군하지 않으면 핵무기 증산을 계속하겠다고 압박하는 경우, 미국은 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군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4. 신식민주의체제의 안전을 위한 보강조치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지배, 수탈하는 야만적인 신식민주의체제는 제국주의 미국이 점령군을 철군한 뒤에도, 또는 점령군사령부를 설치하지 않는 조건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그 까닭은 신식민주의체제가 구식민주의체제와 다르기 때문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체제는 제국주의 미국이 점령군과 총독부를 배치해두고 직접적으로 지배, 수탈하는 체제가 아니다. 현대제국주의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점령한 것은 다른 나라의 영토(territory)가 아니라 시장(market)이다.

1960년대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체제를 '경영'하였던 집사역할은 제국주의 미국의 배후조종을 받아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극우파 친미군부세력이 맡아보았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제국주의 미국은 신식민주의체제를 '경영'하는 데서 이용가치가 없어진 극우파 친미군부세력의 집사역할을 새로운 유형의 정치세력에게 넘겨주었다. 신식민주의체제를 '경영'하는 집사역할을 놓고 극우파 친미군부세력과 경쟁하였던 친미예속세력은 미국이 짜놓은 정치각본에 따라 '민주화'의 간판을 든 새로운 유형의 집권세력으로 등장하였다. 새로운 유형의 집권세력은 제국주의 미국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종하는 친미예속세력이었으므로, 그 세력이 집권한 이후 신식민주의체제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이전보다 더 '안전'하게 제국주의세계체제에 포박될 수 있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일어난 이러한 정치정세의 변화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1987년 이후 남(한국)에서 일어난 정치정세의 변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신식민주의체제와 제국주의군대가 공존하는 남(한국)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매우 특수한 예속사회이다. 유독 남(한국)에서만 신식민주의체제와 제국주의군대가 공존하게 된 까닭은, 위에서 논한 대로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가 정전체제 위에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신식민주의체제가 정전체제 위에 성립되었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나온 전망은, 조미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주한미국군이 철군하면 정전체제가 해체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전체제 위에 성립된 신식민주의체제가 무너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워싱턴의 제국주의전략가들은 정전체제와 신식민주의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는 교활한 방도를 모색하였다.

오래 전에 미국군의 철군을 경험하였던 필리핀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국주의 미국은 1991년부터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 해군기지에서 단계적으로 철군하기 시작하여 1년만에 철군을 완료하였다. 거의 100년 동안 필리핀을 지배해온 제국주의 미국은 1992년 11월 24일 마침내 전면적으로 철군하였던 것이다. 필리핀에서 미국군의 단계적 철군이 완료되었으나, 필리핀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수탈, 착취하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은 철수하지 않았고, 필리핀의 국가권력은 친미예속세력의 손에 장악되어 있다. 필리핀의 신식민주의체제는 무너지지 않고 여전히 유지되어온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는 것은, 남(한국)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필리핀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다르다는 점이다. 남(한국)의 경제와 필리핀의 경제는 신식민주의체제에 묶여있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제국주의독점자본에 대한 예속화 정도는 남(한국)의 경제가 필리핀의 경제에 비하여 훨씬 심하다.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일차적으로 노리는 대상은 필리핀처럼 공업화수준이 낮고 금융시장이 아직 발달하지 못하여 수탈대상이 주로 1차 산업과 임가공부문에 한정된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y)'이 아니다. 제국주의독점자본은 제조업이 일정하게 발달하여 공업화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특히 서비스부문이 발달하고 금융시장이 형성된 '신흥공업국(newly industrialized country)'을 일차적 수탈대상으로 삼는다. 오늘의 남(한국)사회가 그러한 조건에 들어맞는다는 것은 명백하다. 2005년 현재 '신흥공업국' 남(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9천6백53억 달러인데 비해, '개발도상국' 필리핀의 국내총생산은 4천5백13억 달러이다.

만일 필리핀에서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철수하는 경우 필리핀경제가 타격을 받겠지만, 그러한 타격을 받았다고 해서 그 나라의 경제체제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에 비해서, 남(한국)에서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철수하면 제국주의독점자본에 기생해온 남(한국)의 경제는 오래 가지 못하고 무너지고 만다.

부쉬정부가 신식민주의체제의 안전을 지켜주는 임무를 태평양군사령부와 전략군사령부에게 맡겼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제아무리 떠들어도, 앞으로 6년 동안 주한미국군이 단계적으로 철군하는 과정을 지켜볼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그에 예속된 국내독점자본은 주한미국군사령부와 한미연합군사령부의 동반해체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며, 더욱이 남(한국)의 선진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밀고 나가는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이 수위와 강도를 높여 갈수록 남(한국)을 떠나 '안전한 투자환경', 다시 말해서 '안전한 수탈환경'을 찾아가려는 본능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다.

제국주의독점자본은 대량수탈의 '안전'이 보장된 대상을 찾아 국경을 넘나드는 약탈본성을 갖고 있으나, 주변환경으로부터 오는 압력과 위험에 잠시도 견디지 못하는 허약체질도 갖고 있다. 그런 문제점을 간파한 주한미국군사령관 버웰 벨(Burwell B. Bell)은 2006년 9월 7일 서울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돈은 겁쟁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벤처 캐피틀(venture capital, 투기자본이라는 뜻-옮긴이)과 투자가들이 불안정하고 안전하지 못한 곳에 투자하기를 꺼린다는 뜻"이라며 "바꾸어 말하면 안전하고 안정이 보장된 곳에 기꺼이 투자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하고, 한미군사동맹체제는 국제투자자들이 경제발전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6년 9월 7일) 북침전쟁전략을 논하는 야전군사령관의 입에서 한미군사동맹체제에 대한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의존성을 강조하는 말이 흘러나왔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혁명의 관점에서 버웰 벨의 말을 거꾸로 풀이하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강력한 총파업투쟁을 밀고 나가는 경우 존폐위기를 느낀 제국주의독점자본은 철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그에 예속된 국내독점자본의 연쇄철수 및 동반철수는 남(한국)의 경제체제를 전반적 마비상태에 빠뜨릴 것이다. 남(한국) 경제체제의 마비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겪고 있는 생계불안과 민생파탄을 순식간에 극단적으로 악화시킬 것이다. 극도의 민생파탄에 빠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분노가 폭발하면, 산발적 파업투쟁이 전선적 계급투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전선적 계급투쟁이 투쟁강도를 최고조 끌어올리는 가운데, 민주노조 깃발 아래 조직적으로 단결한 노동계급의 총파업투쟁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분산된 투쟁동력을 하나의 전선동력으로 통합하는 통일전선을 형성하고, 마침내 통일전선에 의거한 대중항쟁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통일전선은 그것이 형성되는 순간부터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그에 예속된 국내독점자본을 겨냥한 최대의 위협이자 결정적인 타격력으로 된다. 그러므로 통일전선에서 폭발하는 대중항쟁은 지배계급의 급속한 몰락으로 이어지고, 그 몰락이 신식민주의체제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필리핀에서 미국군을 철군할 때 제국주의 미국은 필리핀의 신식민주의체제가 무너질 위험을 우려하지 않고 철군을 시작한지 불과 1년만에 완료하였으나, 남(한국)에서 미국군을 철군할 때는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가 무너질 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미국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장장 10년에 걸쳐 그때 그때의 정세변화를 주시하면서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태평양군사령부와 전략군사령부가 북침작전을 수행하는 능력을 개편, 보강하고, 일본 자위대에게 북침전쟁을 노리는 이른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여 미일군사동맹체제를 개편, 보강하며, 한국군의 무력증강을 재촉하는 일련의 대응과정과 병행하여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는 것이다.

그러한 보강조치를 취하면서도 주한미국군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군하는 과정에서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가 혹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 미국은 체제붕괴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정치적 보강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 보강조치를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이라 한다.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는 과정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주한미국군이 상징적 수준의 병력만 남겨두고 모조리 철군한 뒤에도, 남(한국)에서 식민지초과이윤을 지속적으로 수탈하는 국제법적 근거와 물리적 담보를 제국주의독점자본에게 안전하게 보장해주는 것이다.

오늘 부쉬정부가 한미군사동맹체제를 개편하면서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다그치는 까닭은,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조건에서 한미군사동맹체제를 개편하기 위해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는 경우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그에 예속된 국내독점자본이 연쇄적, 동반적으로 철수하여 신식민주의체제가 붕괴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고 그 체제의 안전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부쉬정부의 책동에 굴종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을 하지 못하는 노무현정부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한미자유무역협정 저지투쟁을 짓누르면서, 협정체결에 정권의 명운이 걸려있기나 한 듯이 광란적으로 협정체결을 밀어붙이고 있다. 부쉬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무현정부도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여야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더라도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그에 예속된 국내독점자본이 연쇄적, 동반적으로 철수할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5. 신식민주의체제의 약한 고리를 끊기 위하여

전시작전통제권 반환과 한미연합군사령부 해체는, 부쉬정부가 이미 그것을 추진하기 시작한 조건에서, 더 이상 반제투쟁의 요구로 되지 않는다. 부쉬정부가 한미군사동맹체제를 개편하기 위해서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고 주한미국군사령부를 해체하게 될 2012년 이후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의 전략적 의의는 위축될 것이고, 주한미국군을 철거하라는 반제투쟁의 정치적 요구 역시 대중적 호소력을 잃게 될 것이다.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고 주한미국군사령부를 해체하는 마당에 주한미국군을 철거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은, 정세변화에 둔감한 행동처럼 대중의 시야에 비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남(한국)에서 반제의 기치를 들고 투쟁하는 진보정치세력은 부쉬정부가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책동이 북침전쟁의 도발위험을 가진 군사책동임을 알면서도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을 반대할 수 없는 것처럼, 부쉬정부가 추진하는 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군 역시 북침전쟁의 도발위험을 가진 군사책동임을 알면서도 단계적 철군을 반대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부쉬정부가 추진하는 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군을 반대할 수 없다고 해서, 남(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이 제국주의 미국의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책동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으며, 어떻게 해서든지 그 책동을 저지, 파탄시키는 임무를 수행하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제국주의 미국의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책동을 저지, 파탄시키는 임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신식민주의체제의 약한 고리를 찾아내어 그것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전투적 임무이다. 남(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이 신식민주의체제의 약한 고리를 집중타격으로 끊어버릴 때, 제국주의 미국의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책동을 저지시킬 수 있으며, 신식민주의체제의 지탱력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집중적으로 타격하여야 할 신식민주의체제의 약한 고리는 어디에 있을까? 남(한국)에서 중요산업의 생산수단을 틀어쥐고 식민지초과이윤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는 제국주의독점자본, 바로 그것이 신식민주의체제의 가장 약한 고리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투쟁에 맞서는 대응강도를 견주어볼 때, 제국주의독점자본의 대응력은 제국주의침략무력의 대응력에 비해 현저하게 취약하다. 제국주의침략무력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은 신식민주의체제를 더 이상 지배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남(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이 신식민주의체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제국주의독점자본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것은, 제국주의 미국의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책동을 저지, 파탄시키고 신식민주의체제 자체를 무너뜨리는 반제투쟁의 당면임무이다. 특히 민주노조 깃발 아래 조직적으로 단결한 노동계급이 조직, 전개하는 총파업투쟁은 그 자체가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그에 예속된 국내독점자본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자 타격으로 된다. 그러한 총파업투쟁이 농민을 비롯한 각계각층 근로대중의 생존권사수투쟁, 진보정당의 집권투쟁과 하나의 전선에서 통합된다면,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국내독점자본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서두르는 제국주의 미국이 의도가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능력을 국제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강하려는 것이므로, 남(한국)에서 주요산업의 생산수단을 직접 틀어쥐고 식민지초과이윤을 집어삼키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실천방도는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저지, 중단시키는 것이다.

투쟁경험이 말해주는 대로, 한미자유무역협정 저지투쟁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공격하기에 유리하고 노무현정부가 방어하기에는 불리한 투쟁이다. 그 투쟁은 이전의 모든 투쟁을 제한하였던 지정학적 한계선을 넘어서 정치권에서 불이 붙고, 수도권과 지방도시들로 확산되고, 태평양을 건너 방미원정투쟁으로 이어지기까지 그 투쟁범위를 전방위로 넓힐 수 있다.

남(한국)의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 전체의 이해관계가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제국주의 미국의 이해관계와 격렬하게 맞부딪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남(한국) 중산층의 이해관계도 맞부딪치고 있다. 심지어 국내독점자본가들의 소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조차도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협상과정에서 미국이 드러낸 독점규제요구에 반발하는 실정이다. (『연합뉴스』 2006년 9월 7일) 이처럼 투쟁범위가 전방위로 확산되어 각계각층 근로대중이 저지투쟁대오에 속속 들어서는 가운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분산된 투쟁동력이 하나의 전선으로 통합되어 동시다발적 대중항쟁을 일으킨다면,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안전을 지켜주는 노무현정부의 방어선 따위는 얼마든지 물리적으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명백하게도,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저지, 중단시키는 것은 진보정치세력의 당면임무이자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밀고 나가는 생존권사수투쟁에서 마침내 제기되기 시작한 최초의 정치적 요구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저지투쟁은 신식민주의체제의 안전을 지키고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능력을 보강하려는 제국주의 미국의 범죄적 의도를 파탄시키는 반제투쟁이며, 협정이 체결된 뒤에 몰아닥칠 전반적 민생파탄의 폭풍을 막으려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치열한 생존권사수투쟁이다. 미국과 쌍무무역협정을 맺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오늘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밀고 나가는 것처럼, 그토록 치열한 저지투쟁을 밀고 나간 사례를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한미자유무역협정 저지투쟁을 더욱 힘있게 밀고 나갈수록, 전세는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의 전선에 유리하게 바뀔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의 반제투쟁과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생존권사수투쟁이 상승기류를 타고 동반적으로 격화되어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저지, 중단시키면, 제국주의 미국의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책동은 불가피하게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것은 해외주둔 미국군 재배치 계획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책동이 한(조선)반도에서 최초로 저지 당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그것은 부쉬정부가 추진하는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과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에 명줄을 걸고 있는 노무현정부의 몰락을 재촉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혁명의 관점에서 볼 때, 한미자유무역협정 저지투쟁은 반드시 신식민주의체제의 약한 고리를 끊어버리는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으로 전화, 발전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혁명의 관점에서 주시하는 것은, 신식민주의체제의 약한 고리가 제국주의독점자본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체제의 약한 고리는 평택에도 있다.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가 없이, 평택은 한미군사동맹체제를 개편하는 전략근거지로 정해진 곳이다.

2006년 8월 25일에 발표한 나의 글 「전시작전통제권 반환과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에서 자세히 논한 대로, 워싱턴의 제국주의전략가들이 지닌 의도는 주한미국군을 철군한 뒤에 신속기동군이 평택에 들락날락하면서 순환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명백하게도, 평택에 건설하려는 미국군기지는 신속기동군의 순환훈련기지이다. 신속기동군의 순환훈련은 태평양군사령부와 전략군사령부가 대량정밀타격으로 북(조선)의 전략거점을 파괴할 경우 북(조선)에 재빨리 침투하여 사회주의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침공작전훈련이며, 남(한국)에서 통일전선에 의거한 전면적 대중항쟁이 폭발할 경우 신식민주의체제의 안전을 지키려는 폭동진압훈련이다. 이전시기에 미국군이 장기적 전면전을 상정한 재래식 전쟁연습을 실시해온 것과 달리, 오늘 단기적 특수전을 상정한 비재래식 전쟁연습 곧 신속기동군의 순환훈련을 실시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한(조선)반도 전역을 작전범위로 하여 1988년에 창설된 미국군 특수전사령부를 주한미국군특수전사령부(Special Operations Command Korea)라 부른다. 이것은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지휘를 받지 않는, 그리하여 임의의 시각에 대북(조선)침공작전이나 대남(한국)폭동진압작전에 즉각 투입되는 독자적인 작전단위이며, 전쟁이나 대중항쟁이 일어나는 경우 한국군 특수전사령부(Special Warfare Command)와 통합되어 한미연합특수전부대(Combined Unconventional Warfare Task Force)를 구성한다. 거기에는 최근에 창설된 한미연합민정부대(Combined Civil Affairs Task Force)와 한미연합심리전부대(Combined Psychological Operations Task Force)가 배속된다. 미국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평택에 특수전사령부의 작전거점과 특수전 훈련기지를 건설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평택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속기동군의 순환훈련기지 건설사업과 특수전사령부의 작전거점 건설사업을 저지하는 것은, 한미군사동맹체제 개편책동을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며 신식민주의체제의 안전을 지키려는 제국주의 미국의 의도를 파탄시키는 것으로 된다.

노무현정부가 방패와 진압봉과 물대포로 무장한 방대한 규모의 경찰병력을 앞세워 한미자유무역협정 저지투쟁를 짓누르고, 경찰병력과 용역깡패의 합동작전으로 평택미국군기지 확장 저지투쟁을 짓누르는 까닭은, 진보정치세력의 투쟁과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투쟁이 하나의 전선에서 통합되어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과 평택 미국군기지 확장을 저지, 중단시키는 경우 신식민주의체제가 치명적인 붕괴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을 내심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저들의 두려움을 현실로 바꾸는 길은, 두말한 나위가 없이, 하나의 전선으로 통합된 위력적인 대중항쟁으로 신식민주의체제의 가장 약한 고리를 집중적으로 타격하여 끊어버리는 것이다.

제국주의 미국이 자기에게 굴종하는 노무현정부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평택미국군기지 확장책동과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책동이 한꺼번에 저지 당할 때, 그리하여 신식민주의체제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극도로 팽배해질 때,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그에 예속된 국내독점자본은 남(한국)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피땀을 쥐어짜던 대량수탈의 만행을 멈추고 해외출로를 찾아 뿔뿔이 흩어져 달아날 것이다.

6. 글을 맺으며

진보정치세력은 민주주의혁명의 최후 승리를 기어이 쟁취하리라는 굳은 신심을 응당 가져야하지만, 정세를 근거 없이 낙관한 나머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 진보정치세력의 현재상황을 민주주의혁명의 주체역량이 얼마나 준비되었는가 하는 물음에 비춰볼 때, 솔직히 말해서, 누구도 민주주의혁명의 전도를 자신만만하게 낙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노동계급의 조직화가 10% 수준에서 멈췄다는 것, 통일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정치사업이 정체되어 있다는 것, 진보정당의 집권준비가 미흡하다는 것, 여러 정파로 갈라진 진보정치세력들이 민주주의혁명에 대한 인식과 그 혁명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공유하지 못했다는 것, 대중은 자본주의시장경제가 성장하면 사회적 궁핍이 해결되리라는 환상과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 등이 낙관을 가로막는 사유들이다.

정체, 미흡, 부족, 미진 같은 부정적 의미를 지닌 말들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현재조건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분노가 폭발하는 경우 극도의 혼란과 대중의 희생만 뒤엉킬 뿐, 민주주의혁명은 전진이 아니라 불발로 끝나게 될 것이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분노가 폭발하였으나 민주주의혁명이 불발로 끝난 1987년의 대중항쟁에서 겪었던 쓰라린 경험을 20년 뒤에 되풀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되돌아보면, 1987년 6월 대중항쟁이 폭발하였을 때,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는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으나 그 대중항쟁은 민주주의혁명의 발전전략을 갖지 못하였던 까닭에 결국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종하는 새로운 유형의 친미예속세력이 집권하도록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민주주의혁명의 관점에서 보면 1987년의 대중항쟁은 실패와 좌절로 끝난 것은 아니다. 1987년의 대중항쟁이 21세기의 민주주의혁명을 지향하는 진보정치세력에게 20년의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어 생생히 전해주는 반면교사의 교훈은, 그 항쟁 이후 '민주화'의 간판을 들고 집권한 새로운 유형의 친미예속세력이 민주주의개혁에 실패하면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배반할 때, 대중은 그 세력의 추악한 몰골을 향해 환멸과 분노의 팔매질을 가한다는 것이다.

1987년의 대중항쟁은 진보정치세력이 민주주의혁명을 밀고 나가는 길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그 세력의 한계이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통일전선의 깃발을 들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그들 자신의 한계이다.

그 한계를 훌쩍 뛰어넘을 때, 그리하여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산발적 파업투쟁과 진보정당의 정치투쟁이 민주주의혁명의 강령을 든 하나의 전선에서 통합될 때, 이제까지 존재한 적이 없는 새로운 유형의 대중항쟁이 폭발할 것이다. 이 땅에서 민주주의혁명은 마침내 그렇게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대중항쟁이 어느 때 폭발할지 알지 못한다. 다만 수 만 명에 이르는 대중조직 활동가들과 진보정당의 열성당원들에게는 모든 힘을 집중하여 결전을 준비하는 길밖에 없다. 그들에게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은 두 갈래 역풍을 뚫고 대중항쟁의 동력을 비상히 축적하는 전초전의 기회로 되어야 할 것이다. 정세는 대중조직 활동가들과 진보정당의 열성당원들의 각오와 분발, 열성과 헌신을 요구한다. (2006년 9월 13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