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민전으로의 개칭은 반미와 반일을 결합하려는 의지의 표현

통일학연구소 설립 10주년 기념 한호석 소장과의 인터뷰

 

이 글은 2005년 4월 7일 통일학연구소에서 진행된 한호석 소장과 21세기코리아연구소 이상준 연구위원의 대담을 적은 것으로, 남(한국)에서 발행되는 진보적 시사월간지 『COREA21』 2005년 5월 창간준비 1호에 실렸다.

이상준 - 통일학연구소 설립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통일학연구소는 지난 10년 동안 민족주체적 정세관으로 우리민족의 투쟁과 전진을 해설하고 새로운 시대의 민족민주운동의 전략전술을 이론적으로 규명하였습니다. 한호석 소장님의 논문은 이남운동가들 사이에서는 소련 등의 좌절 이후 1990년대 팽배했던 제국주의적 정세관이 사라지게 되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한 소장님의 표현대로 '거꾸로 뒤집힌 글', 즉 민족주체적 정세관의 글들이 '붓대포'가 되어 제국주의 정세관과의 사상전이 전개된 것인데요, 지난 10년에 대한 감회부터 말씀해주기 바랍니다.

한호석 - 지난 10년 동안 우리 통일학연구소가 해온 일은 자주, 민주, 통일이 이루어져 가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를 옥죄인 모순구조를 깨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사회정치운동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운동이 아니라 대중 자신의 운동입니다.

여러 모로 부족하였지만, 우리 통일학연구소는 사회변혁의 길에 나선 대중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역사의 큰 흐름을 이론적으로 해설하는 임무를 맡아왔습니다. 사람이 대기의 흐름 속에 살면서도 그 흐름의 방향과 속도를 알지 못하듯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투쟁하는 대중도 그 흐름의 방향과 속도를 그다지 예민하게 느끼지 못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통일학연구소는 남다른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그 흐름의 방향과 속도를 포착해내려는 집필전투로 달과 해를 이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이것이 설립 10주년을 맞은 우리의 결심입니다.

이상준 - 소련의 붕괴와 중국의 변질은 코리아(Corea)이남에서 지도핵심들의 좌절과 위축으로 이어졌지만, 오히려 이것이 한호석 소장님에게 선군정치를 연구하는 자극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이북은 선군혁명총진군대회를 개최하고 2.10 핵무장선언을 발표하는 등 선군정치를 가속화하고 있는데요, 이북의 선군정치가 코리아의 자주통일과 전세계의 자주화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한호석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는 군사전략이 아니라 정치방식입니다. 그는 사회주의정치를 선군혁명원리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창조하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가 말한 우리식 사회주의는 선군혁명원리를 따르는 새로운 사회주의정치방식에 의해서 건설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전 시기 소련이나 중국의 사회주의정치는 자본주의일국체제를 개조·변혁하는 종래의 혁명원리를 따른 정치방식이었으므로, 제국주의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세계체제가 생겨난 20세기 후반기의 정치현실에는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나타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정치역량을 차츰 잃어버렸습니다. 소련과 중국은 자본주의일국체제를 개조·변혁하여 사회주의일국체제를 세웠으나, 제국주의세계체제와 맞서 싸우며 자기의 자주성을 수호·완성하는 새로운 혁명원리를 찾지 못하더니 결국 무너지거나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제기되는 물음은 제국주의세계체제와 맞서 싸우며 자기의 자주성을 수호·완성하기 위한 새로운 혁명원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선군정치는 그 물음에 대한 해답입니다. 제국주의세계체제와 맞서 싸우며 자기의 자주성을 수호·완성해 가는 전세계 사회주의정치에 대해서, 그리고 전세계 반제자주화운동에 대해서 선군혁명노선과 선군정치라는 해답을 내놓은 것이지요. 해답을 내놓은 것만이 아니라 한(조선)반도에서 그 해답을 현실로 이루어내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해야 더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 됩니다.

북(조선)의 사회주의정치와 남(한국)의 반제자주화운동은 제국주의세계체제와 맞서 싸우며 자기의 자주성을 수호·완성해 가는 전세계 사회주의정치와 전세계 반제자주화운동에게 위대한 중심으로, 불멸의 귀감으로 되었습니다. 한(조선)민족의 주체역량이 제국주의 미국과 벌이는 싸움에서 승리할 때, 전세계 사회주의정치와 전세계 반제자주화운동이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상준 - 이북의 2.10 핵무장선언이 대미 군사적 공세라면 남북해외의 6.15 공준위결성은 대미 대중정치적 공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 대 미국의 최후대결전이 벌어지고 있는 2005년 정세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간단히 개괄해 주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이북의 향후 군사적 공세, 외교·정치적 공세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언제쯤 북미관계가 전환적 국면을 맞게 될 것인지 전망해 주기 바랍니다.

한호석 -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보면, 2.10 핵무장선언과 6.15 공준위결성은 제국주의 미국과 맞서 싸우는 한(조선)민족이 벌이고 있는 두 종류의 자주화운동이 오랜 싸움 끝에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그 두 가지 성과에서 우리는 한(조선)민족의 주체역량이 제국주의세계체제와 맞서 싸우며 자기의 자주성을 수호·완성해 가는 발전방향과 발전경로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를 발견합니다. 또한 그 성과에서 우리는 전세계 사회주의정치와 전세계 반제자주화운동의 전진을 예고하는 하나의 이정표를 발견합니다.

한(조선)민족이 6.15 공동선언의 깃발을 들고 자기의 힘을 결집하고 또 결집할 것이 분명한 것처럼, 북(조선)도 2.10 핵무장선언의 깃발을 들고 제국주의 미국과 벌이는 반제투쟁을 더욱 다그쳐나가리라는 것도 역시 분명합니다.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고야 마는 혁명적 기질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10 핵무장선언의 깃발을 든 북(조선)의 반제투쟁을 사생결단의 공세로 이끌어 갈 것으로 보입니다. 사생결단의 공세가 무엇인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만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내릴 정치적 판단과 전략적 선택입니다. 그들이 사생결단의 공세가 가해지기 이전에 6자회담을 동북아군축회담으로 전환하고, 조·미 양자회담에 나선다면 그것이 바로 전환적 국면이 될 것입니다.

이상준 - 지난 10여 년 '북미'대결전의 '북핵'문제에 대해 이남에서는 '양비론'이 팽배합니다. 미국의 핵독점과 제국주의적 침략성에 대한 규탄과 함께 이북의 핵무기보유에 대한 반대입장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양비론'은 '무저항적 평화주의'로서 '무장해제 후 몰락'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위험한 견해입니다. 한 소장님은 우리 민족 대 제국주의 미국의 대결에서 코리아반도의 자주화, 비핵화, 중립화를 통일적으로 이루어내는 활로를 찾아내야 한다고 하였는데요, 이른바 '양비론적 비핵화론'의 문제점을 지적해주기 바랍니다.

한호석 - 궁극적인 해결책은 이미 명백하게 나왔습니다. 한(조선)반도의 비핵화가 그것입니다.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자는 것은 제국주의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 북(조선)의 요구이며 한(조선)민족의 요구이며 진보적 인류의 요구입니다. 미국은 북(조선)의 핵무장을 해제하려고만 하지, 한(조선)반도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란 미국이 한(조선)민족의 목숨을 노리는 '핵우산'을 걷어치우면, 북(조선)도 그에 상응하여 핵무기를 내려놓겠다는 것입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입니다. 한(조선)반도에 드리운 미국의 '핵우산'을 걷어치우는 것은 한(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벌이는 핵전쟁연습을 그만두는 것과 핵전쟁의 돌격대로 편성된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는 것을 뜻합니다.

북(조선)의 핵무장을 무턱대고 반대하는 부르주아 평화주의자들이 알아야 할 것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것이 북(조선)의 핵무기가 아니라 미국이 '핵우산'이라는 점입니다. 집안에 들어온 무장강도를 몰아내려면 강한 격퇴수단을 가져야 하는 것처럼, 북(조선)은 미국의 '핵우산'을 걷어치우고 한(조선)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정치·군사적 수단을 가진 것입니다. 칼이 사람을 해치는 위험물이라고 해서 세상의 모든 칼을 녹여 보습을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음의 극치입니다. 부엌에서 쓰는 칼은 가족에게 음식을 보장해주고, 수술실에서 쓰는 칼은 중환자의 꺼져 가는 목숨을 살리며, 반제투쟁의 격전지에서 치켜든 칼은 억눌린 민족의 자주성을 지킵니다.

한(조선)반도의 비핵화 요구를 외면하면서 '핵우산'을 들이밀고 있는 제국주의지배세력과 맞선 싸움이 벌어지는 판인데, 평화주의나 무저항주의를 가지고 비핵화라는 정치·군사적 목적을 추구하려는 것은 헛된 생각입니다. 평화주의자들과 무저항주의자들은 북(조선)이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기 위하여 미국과 맞서 싸우는 본질을 알지 못하고, 제국주의 미국과 맞서 싸우는 북(조선)이 핵무기를 정치·군사적 수단으로 가진 현상만을 바라보면서 반핵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상준 - 주한미2사단이 미래형사단으로 재편되면서 '주한미군역할론'과 '전략적 유연성'문제가 대두되고 '한국군'이 미국 중심의 '동북아평화군'으로 복속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직도를 주한미군기지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주한미2사단의 미래형사단으로의 재편과정이 주한미군의 철군과정으로 될지, 전쟁준비의 과정이 될지는 결국 우리의 반미투쟁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현재 이남에서는 미군기지폐쇄투쟁의 전형을 창출할 '평택범대위'가 출범하고 여기에 진보개혁단체들이 집중하고 있습니다. 2005년을 미군철수원년, 자주통일원년으로 빛내기 위한 반미투쟁의 방향과 과제는 무엇입니까.

한호석 - 한(조선)민족의 반미자주화운동은 갑자기 땅에서 솟아오른 것이 아닙니다. 그 운동에는 역사적 경험과 성과가 있고 계승과 발전의 노력이 있습니다. 오늘 한(조선)민족의 반미자주화운동은 일제 식민지 강점시기 반일혁명운동에서 그 성과와 경험을 이어받고 그 운동으로부터 전략과 전술을 계승·발전시켜야 합니다. 반일혁명운동의 성과와 경험에는 오늘의 반미자주화운동이 나아갈 방향이 밝혀져 있으며, 이루내야 할 과제가 들어있습니다.

요점을 간추려 말하자면, 두 가지 방향과 과제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사상이론적으로 준비되고 조직사업과 투쟁활동에서 단련된 우수한 지도핵심세력이 서야 하고, 둘째로 각당각파 각계각층 사회정치역량이 하나의 운동력으로 결집된 지역통일전선이 세워져야 합니다.

여기서 지도핵심세력과 지역통일전선의 관계를 옳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통일전선은 자연발생적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지도핵심세력이 중심에 서고, 그 구심력의 작용에 의하여 세워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도핵심의 구심력이 약하면 지역통일전선이 세워지지 못하거나 세워지더라도 힘을 내지 못합니다. 지역통일전선의 수준은 지도핵심의 수준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오늘의 반미자주화운동은 사상이론적으로 준비되고 조직사업과 투쟁활동에서 단련된 우수한 지도핵심이 그 중심에 서있는가 그렇지 못한가에 의해서 그 승패가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민족민주운동조직들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도핵심을 길러내고 그들이 지역통일전선의 구심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상준 - 미일군사동맹에 기초한 일본군국주의 부활의 움직임이 심각합니다. 결국 우리 민족의 단합된 역량만이 미일제국주의 정책을 파탄시킬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지난 3월 4일 6.15 공준위(6.15공동선언실천을위한남북해외공동행사준비위원회)가 발족하며 일본의 독도강탈움직임에 대한 공동결의문을 채택하고 반일민족공조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지만원과 같은 이남의 21세기형 친일극우인사들이 '반일은 좌익'이라며 반일을 민족문제가 아닌 이념문제로 몰아가며 우리 민족의 반일공조를 훼방놓고 있습니다. 전민족적 반일공조 실현을 위해 어떤 활동들을 펼칠 수 있겠습니까.

한호석 - 일본의 지배세력이 평화헌법과 전수방위원칙을 내던지고 노골적인 해외침략의 길로 들어선 것은, 제국주의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을 추종하면서 아시아 인민을 적대하는 반동적 행위입니다. 미·일 군사동맹 강화책동이 이른바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채택한 클린턴 정부시기부터 이미 추진되어왔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조선)민족의 주체역량이 결집·강화되고, 중국의 국력이 커질수록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미·일 군사동맹도 강화될 것입니다. 미·일 군사동맹의 강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한 미국군의 재편과 일본 '자위대'의 무력증강, 그리고 일본 지배세력의 해외침략의도를 정당화하려는 정치음모 등으로 나타납니다.

문제는 해군력을 크게 증강한 미·일 동맹군과 가장 먼저 맞서는 상대가 한(조선)민족이라는 점입니다. 그 두 힘이 맞서는 대치선은 동해에 그어지고 있으며, 지리적으로 독도는 대치의 최전선으로 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여 반제자주노선에서 벗어나 국가이기주의에 기울어진 중국은 미·일 동맹군과 맞서는 위험을 되도록 피하면서 타협하는 길로 나갈 것입니다. 따라서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미·일 동맹체제의 제국주의지배전략에 맞서는 가장 강한 힘이 한(조선)민족에게서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21세기 통일전선은 제국주의 미국과 군국주의 일본이 공모·결탁하여 저지르는 제국주의적 전쟁위협과 지배책동을 물리치는 민족공조역량으로 세워집니다. 우리 민족끼리 반미공조와 반일공조를 실현하는 것은 미·일 동맹체제의 제국주의지배책동을 물리치고 자주성을 완성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반일공조를 실현하려면 먼저 남(한국)에서 친일파 민족반역세력의 뿌리를 모조리 들어내야 합니다. 민족반역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없습니다. 친일파 민족반역자의 죄행을 전사회적으로 폭로·고발하고, 그것을 처벌하는 특별법을 내오도록 사회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정치투쟁을 밀고 나가야 합니다. 차츰 몰락하는 극우반동세력이 반일을 명분으로 내걸고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비열한 책동을 막아내는 한편, 중립적 민족주의세력, 개혁적 시민운동세력, 양심적 종교운동세력과 손잡고 각당각파 각계각층 사회정치역량이 힘을 모으는 반일민족공조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와 더불어 반일민족공조를 반미민족공조와 결합시키는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내와야 합니다.

이상준 - 지난 3월 4일 금강산에서 역사적인 6.15 공준위 결성식이 있었습니다. 한 소장님은 1948년 통일전선운동이 연석회의 성사를 이루었다면 2005년 통일전선운동은 상설적 통일기구 결성이라는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한편 6.15 공준위 결성과정은 민족통일전선 형성과정의 간고함과 복잡함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6.15 공준위 결성의 역사적 의의와 성격, 사명, 그리고 과제 등에 대해서 해설해주기 바랍니다.

한호석 - 나는 요즈음 1945년 8월부터 1948년 8월까지 3년 동안 한(조선)민족이 겪은 역사적 경험을 통일전선운동의 견지에서 분석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내가 그러한 주제로 글을 쓰게 된 것은 6.15 공준위 결성과정에 참여한 과정에서 생각되는 바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60년 전 한(조선)민족 대 제국주의 미국의 대결이 벌어졌을 때, 한(조선)민족은 미국의 제국주의 분할점령정책을 막아내지 못하고 조국분단이라는 최대의 비극적 사태를 맞았습니다. 나는 60년 전에 우리 민족이 그처럼 치열하게 싸웠는데도 왜 조국분단의 비극을 막지 못했는가 하는 문제를 깊이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북위 38도선 이남지역에서 지역통일전선을 세우는 데 실패하였기 때문에 결국 한(조선)민족 전체를 포괄하는 민족통일전선을 세우지 못하였고, 그에 따라 한(조선)민족이 제국주의 미국과 맞붙은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서 나서는 핵심문제는 북위 38도선 이남지역에서 지역통일전선을 왜 세우지 못했는가 하는 것인데, 그 원인은 민족민주세력이 중간세력과 손을 잡지 못하는 사이에 미군정과 극우반동세력이 재빨리 중간세력을 제 편으로 끌어들여 민족민주세력을 고립·약화시키고 지역통일전선운동을 초기에 짓눌러버린 데 있었습니다. 당시 북위 38도선 이남지역에 존재한 중간세력은 극우반동적 민족주의세력과 구분되는 중립적 민족주의세력과 온건한 사회민주주의세력이었습니다.

오늘 제국주의 미국과 맞서 싸우는 남(한국) 민족민주세력은 개혁적 시민운동세력, 중립적 민족주의세력, 양심적 종교운동세력과 손잡고 지역통일전선을 세우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6.15 공동선언은 민족민주세력이 각계각층 사회정치역량과 손잡고 지역통일전선을 세우는 데서 제시된 민족공동의 목적입니다. 조국광복 여순 돌과 6.15 공동선언 발표 다섯 돌이 되는 올해에 남(한국)에서 민족민주세력, 개혁적 시민운동세력, 중립적 민족주의세력, 양심적 종교운동세력이 서로 손잡고 6.15 공준위를 내온 것은, 지역통일전선을 세울 수 있음을 현실로 입증한 역사적 사변입니다.

남(한국)에 세워진 6.15 공준위가 수행해야 할 과제는 자기의 지역통일전선적 성격을 더욱 강화·공고화하여 한(조선)민족 전체의 통일전선운동을 추진함으로써 명실공히 21세기 형의 새로운 민족통일전선을 세우는 역사적 임무를 감당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남(한국) 대중 속에서 6.15 공동선언을 실천하는 다양한 대중사업을 벌이면서 각당각파 각계각층이 동참하는 지역통일전선운동을 힘있게 떠밀고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상준 - 한 소장님의 논문들은 통일전선형성과정에서 노동계급과 민주노동당의 주도적 역할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논쟁에서 민주노동당의 역할을 높일 데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습니다. 올해 노동운동은 비정규직차별철폐, 최저생계비현실화를 주요투쟁과제로 삼고 있으며, 중소영세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기업별형태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합니다. 그러나 아직 민주노총이 사실상 대기업 정규직 기업별노조의 협의체 수준을 크게 뛰어넘지 못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도 이제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를 띄우는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한 소장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한호석 - 아시다시피, 오늘날 남(한국)에서 노동계급은 근로대중의 중심역량이며 가장 강한 잠재력으로 지닌 사회집단입니다. 남(한국)에서 노동계급의 지위와 역할을 대신할 사회계급은 없습니다. 그러한 노동계급을 내놓고 나머지 계급·계층들이 모여 지역통일전선을 세우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지역통일전선을 세우는 과정에서 노동계급의 주도역할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남(한국) 노동계급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등으로 갈라진 조직적 분산상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계급의 선진적 구성부분은 이른바 '자주파', '중간파', '좌파' 등으로 갈라진 정파적 분열상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실정에 있는 노동계급이 지역통일전선을 세우는 데서 주도역할을 떠맡기 힘든 것은 당연하지요.

그러므로 남(한국) 노동계급은 우선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결집하여 조직적 분산상태와 정파적 분열상태를 넘어서는 자신의 정치조직사업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분산·분열상태에 있는 남(한국) 노동계급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결집하지 않으면 자기의 힘을 모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민주노동당은 남(한국) 노동계급의 조직적 단결을 실현하는 유일한 전략근거지입니다.

남(한국) 노동계급이 자기 역량을 결집하는 과정에서 그 계급의 선진역량이 주동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선진역량이 주동적으로 나서야 노동계급이 근로대중의 중심역량으로 일어설 수 있고, 자기의 강한 잠재력을 사회변혁역량으로 현실화할 수 있으며, 지역통일전선을 세우는 과정에서 주도역할을 떠맡을 수 있습니다.

이상준 - 기층민중의 생존권쟁취투쟁과 우리 민족의 자주권쟁취투쟁이 활발히 전개되고 또 결합되는 추세에 발맞추어 민중연대와 통일연대의 통합흐름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2월말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에서 전국연합 오종렬 의장은 민주노동당이 민중연대와 통일연대 통합사업에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하였는데, 이 문제에 대해 말씀해주기 바랍니다.

한호석 - 조직원리적으로 보면, 민중연대와 통일연대는 다양한 진보적 대중단체들이 힘을 결집한 대중운동의 주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민중연대는 근로대중의 생존권쟁취투쟁에 앞장서왔고, 통일연대는 남(한국)의 자주권쟁취투쟁과 조국통일운동에 앞장서왔습니다. 각계각층 사회정치역량을 가진 진보적 대중단체들이 힘을 결집해 가는 과정에서 민중연대와 통일연대가 각각 등장한 것은 일시적 현상입니다. 민중연대와 통일연대는 그 역할과 임무가 상당히 겹쳐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통일전선체를 세우는 과정에서 진보적 대중단체들이 분산성을 극복하여야 하므로, 대중운동역량의 단일한 주체로 통합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 통합과정은 근로대중이 지역통일전선의 중심으로 일어서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민중연대와 통일연대를 구성하는 다양한 대중운동역량은 지금 민주노동당에 결집되어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안에서는 민중연대와 통일연대가 사실상 하나의 진보적 대중운동역량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 조건을 생각하면, 민주노동당이 민중연대와 통일연대를 통합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민중연대와 통일연대가 통합됨으로써 근로대중의 진보적 대중운동역량이 하나로 결집되는 것이며, 근로대중의 진보적 대중운동역량이 민주노동당과 결합함으로써 민주노동당 중심의 지역통일전선이 그 완성을 보게되는 것입니다.

이상준 - 조선일보 등에서 이른바 '뉴 라이트' 띄우기가 한창입니다. 이른바 '386' 변절자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11월에 조직된 '자유주의연대'가 그 조직적 실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올해 3월에는 일보 대학교수들까지 나서 '뉴 라이트 싱크넷'이라는 단체를 조직하는 등 심상치 않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 라이트'세력은 반북·반통일의 기치 아래 당면해서 386 개혁의원들을 겨냥한 이념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결국 한나라당 등 친미극우정당에 입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보개혁세력은 이러한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습니까.

한호석 - 이른바 '뉴 라이트(New Right)'라는 말은 새로운 우익이라는 뜻이지요. 지금까지 남(한국)의 우익세력은 자신을 우익으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자신을 우익으로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정체를 우익이라고 부름으로써 자기와 대치한 민족민주세력을 이른바 '좌익'으로 몰아가려는 교활한 책동입니다. 저들이 노리는 것은 진보세력 대 반동세력의 대결을 좌익 대 우익의 대결로 바꾸어놓으려는 것이지요. 저들이 좌익세력의 영상에 대해서 거부감을 지닌 남(한국) 사회의 대중심리에 파고들려는 것은 우익세력이 아니라 극우반동세력만이 저지르는 전형적인 행위입니다. 그러한 교활한 책동 뒤에서 움직이며 조종하는 그림자의 실체는 제국주의 미국입니다. '새로운 우익'이라는 간판을 내건 극우반동세력은 친미예속적인 행동을 아직은 드러내놓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가장 친미예속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제 남(한국)에 지역통일전선이 더욱 든든히 세워지고 그 전선운동이 활발히 벌어질수록 극우반동세력의 책동도 심해질 것이며, 진보세력 대 반동세력의 대결도 한층 치열해질 것입니다. 그와 더불어 극우반동세력은 중간지대에서 동요하는 개혁세력을 제 편에 끌어들여 진보세력을 고립·약화시키는 책동에 매달리게 됩니다.

이에 맞서 싸우는 진보세력은 개혁세력과 손잡고 지역통일전선운동을 벌임으로써 극우반동세력을 고립·타격해야 할 것입니다. 극우반동세력이 반북·반통일의 추악한 깃발을 내걸고 일반대중을 기만적으로 선동하면, 진보개혁세력은 6.15 공동선언의 깃발을 더 높이 들고 투쟁하여 저들을 타격해야 합니다.   

이상준 - 지난 2003년 21세기코리아연구소와의 대담에서 한 소장님의 전역통일전선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편 코리아반도에서 조국전선(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과 한민전(한국민족민주전선)이라는 두 개의 통일전선체가 존재한다고 하였는데요, 한민전을 전위적 지역통일전선체로 규정한 내용은 적지 않은 논쟁거리가 되었습니다. 최근 한민전이 반제민전(반제민족민주전선)으로 명칭을 개칭한 사실이 통일뉴스 등에 보도되며 역시 많은 토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소장님이 한민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있는 만큼, 이남의 진보운동가들은 반제민전으로의 개칭문제에 대한 소장님의 견해를 듣고 싶어합니다.

한호석 - 이전에 나는 한국민족민주전선을 전위적 지역통일전선체라고 보았는데, 다음과 같은 사실은 그러한 내 견해를 뒷받침해줍니다. 지난 시기 한민전 평양지부(당시는 평양대표부라고 불렀음) 대표가 국제정치대회에 공식적으로 참석하였고, 한민전 평양지부 대표가 평양에서 외신기자들도 참석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평양을 찾아간 다른 나라 진보정당 대표자들과 공개적으로 만났다는 것 등입니다. 나는 남(한국)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오래 전에 보도하였던 한민전 평양지부 성원들의 명단을 아직도 자료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역시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나는 한민전 쿠바대표부를 찾아갔던 쿠바인 활동가를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할 때 우연히 만난 적이 있으며, 미국의 진보정당인 노동자세계당의 대표가 북(조선)을 방문한 길에 한민전 평양지부를 찾아갔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때 한민전 평양지부 박광기 대표를 만났던 노동자세계당의 지도핵심인 브라이언 베커는 지금도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만일 한민전이 지역전위당이라면 지부대표를 공개활동에 나서게 하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고, 자기 조직의 이름마저도 숨기면서 철저하게 비합법적으로 활동해야 하므로 위와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눈여겨보는 것은, 한민전의 활동방식이 지역통일전선을 세우기 위한 선전교양사업에만 집중되어 왔고 조직건설사업에는 나서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민전 중앙위원회가 조직이름을 반제민족민주전선으로 바꾸었음을 발표하였다고 합니다. 통일혁명당을 한국민족민주전선으로 개칭한지 꼭 20년만에 반제민족민주전선으로 개칭한 것입니다. 대체로, 사회정치활동을 하는 조직이 자기 이름을 바꾸는 것은 정세발전추세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활동을 벌이려는 의사표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민족민주전선이라는 이름에 붙여졌던 '한국'이라는 말이 그 전위적 지역통일전선체의 위상과 활동지역을 대외적으로 명백하게 나타내는 개념이었다면, 반제민족민주전선이라는 새로운 이름에 붙여진 '반제'라는 말은 그 전위적 지역통일전선체의 정치적 임무를 대외적으로 명백하게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다시 말해서, 조직이름을 바꾼 것은 그 전위적 지역통일전선체가 반제자주화운동에 힘을 집중하고 있음을 한층 강조하는 것입니다. 또한 반미민족민주전선이 아니라 반제민족민주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까닭은, 반미투쟁과 반일투쟁을 결합해가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상준 - 진보적인 영화시사지인 월간 『COREA』가 진보적인 영화평론지 월간 『COREA』와 진보적인 정세분석지 월간 『COREA21』로 분리되어 사실상 재창간되었습니다. 진보운동가들의 요청에 의해 새롭게 보완, 창간되는 『COREA21』는 화제의 초점이 되는 시사사건을 중심으로 깊이가 있으면서도 알기 쉽게 정세를 분석하려고 합니다. 사실상 21세기코리아연구소의 기관지 역할을 하게 될 월간 『COREA21』 창간과 독자들에 대한 격려의 말씀을 부탁합니다.

한호석 - 한(조선)민족 대 제국주의 미국의 대결이 벌어지는 가운데 남(한국) 이론활동가들이 움켜쥐어야 할 것은 자주의 붓대입니다. 그 붓대를 움켜쥐고 선전교양사업을 승리의 전진궤도 위로 떠밀고 가야 합니다. 대중을 통일전선으로 이끌어 내는 선전사업과 통일전선의 지도핵심을 세우는 교양사업은 자주의 붓대를 움켜쥔 이론활동가들에게 주어진 가장 값진 임무입니다. 나는 『COREA21』의 필진이 자주적 민주정부와 자주적 통일정부를 향하여 전진하는 통일전선운동대오의 앞줄에 자주의 붓대를 움켜쥐고 나서기를 바랍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나도 자주의 붓대를 움켜쥔 손을 맞잡고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북(조선)이 자주의 총대로 제국주의지배세력과 친미예속세력을 공포에 몰아넣었다면, 우리는 자주의 붓대로 저들을 전율케 하여야 합니다. 대중에게 선전을, 지도핵심에게 교양을! 바로 이것이 우리가 자주의 필치로 외쳐야 할 전투적 구호입니다. 우리 통일학연구소는 『COREA21』 창간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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