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조선) 외무성의 2월 10일 성명과 조·미 관계의 새로운 국면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글을 시작하며
2. 2월 10일 성명이 나오기 직전의 워싱턴, 베이징, 서울
3.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략
4. 공격전술만이 아니라 공격목표도 보아야 한다
5. 북(조선)의 전술적 목적과 전략적 목적
6. 글을 마치며

1. 글을 시작하며

2005년 2월 10일, 북(조선) 외무성은 성명을 발표하였다. 전세계 언론들이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선언이라고 보도하였던 그 성명의 핵심내용은 북(조선)이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는 것과 핵무기를 이미 가졌고 앞으로 더 만들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것은 북(조선)이 6자회담이라는 형식으로 진행된 협상을 그만두고 초강경한 대미정치공세를 개시하였음을 뜻한다. 또한 이것은 6자회담의 막 뒤에서 시간끌기작전을 벌이면서 대북(조선)적대정책에 매달려있던 부시 정부에게 느닷없이 뒤통수를 들이치는 정치적 타격을 입힌 사건이다.

북(조선)은 조·미 양자회담이 있을 때마다 미국에게 핵무기 보유사실을 언급하면서 미국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부시 정부는 그러한 압박을 피하면서 시간을 무한정 끌어보려는 생각에서 양자회담을 회피하고 다자회담으로 돌아서는 전술로 나왔다. 그러자 북(조선)은 핵무기 보유사실을 비공식적으로 밝히는 새로운 전술로 미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2004년 9월 27일 유엔총회에 참석한 북(조선) 외무성 최수헌 부상은 폐연료봉을 재처리하여 얻은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2004년 9월 28일자) 또한 북(조선) 외무성 김계관 부상은 2005년 1월 11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연방하원 대표단 일원으로 북(조선)을 방문한 하원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커트 웰던(Curt Weldon)에게 북(조선)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2005년 1월 22일자)

북(조선)의 새로운 전술을 뻔히 보고서도 부시 정부는 북(조선)이 설마 핵무기 보유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하며 딴청을 피웠다. 그러나 북(조선)은 이번에 비공식적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그리고 미국에게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핵무기 보유사실을 당당하게 밝혔다. 딴청을 피우던 부시 정부는 2월 10일 성명이 나오자 호되게 얻어맞은 꼴이 되었다.

2월 10일 성명이 나옴으로써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쳇바퀴만 돌리던 6자회담은 막을 내렸다. 나는 2004년 8월 28일에 쓴 글 「최근 한(조선)반도 정세가 제기한 여섯 가지 주제」에서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6자회담에 기대를 걸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수명을 다한 6자회담은 천천히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부시 정부도 알고 있으며, 북(조선)도 알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6자회담은 단명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불우한 운명을 안고 있었습니다. '핵문제'는 조·미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이므로 당연히 조·미 정치회담으로 해결하여야 하는데도, 부시 정부는 '핵문제'를 다자회담으로 끌고 갔습니다. 이것은 부시 정부에게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음을 입증합니다.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부시 정부를 상대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6자회담에서 '핵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북(조선)은 처음부터 6자회담에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다 알고 있는 대로, 조·미 두 나라는 지난 12년 동안 '핵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조·미 대결은 여러 가지 형식의 정치회담이라는 외피를 쓰고 진행되어왔다. 정치회담이라는 외피 속에서 진행되는 대결은, 이전에 내가 발표한 여러 글들에서 지적한 대로,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체제대결이며, 선군정치 대 폭압정치의 정치대결이며, 주체사상 대 반동사상의 사상대결이며, 노동자국가 대 독점자본국가의 군사대결이다.

조·미 대결의 양상은 제한적이 아니라 전면적이다. 그것은 제한대결이 아니라 전면대결이다. 제한대결은 대결하는 쌍방의 정치적 목적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맞부딪치는 조건에서, 그리고 상대를 엎어누르기 힘든 조건에서 벌어진다. 그에 비해서, 전면대결은 정치적 목적이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조건에서 벌어지며, 상대를 엎어눌러야 하고 엎어누를 수밖에 없는 극한적인 조건에서 벌어진다. 제한대결은 상대의 힘을 빼는 대결이므로 어느 한 쪽이 지지 않고도 끝날 수 있는 싸움이지만, 전면대결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대결이므로 어느 한 쪽이 짐으로써만 끝나게 되는 결전(決戰)이다. 전면대결은 상대를 힘으로 엎어눌러 정치적으로 굴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전이다. 그러므로 전면대결에서 유화국면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은 결전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순진한 발상이다.

그런 견지에서 볼 때, 오늘 조·미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면대결은 한국(조선)전쟁 이후 오랫동안 조·미 두 나라 사이에서 이어진 정치·군사적 대치상태를 넘어선 가장 격렬한 결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12년 전면대결에서 조·미 두 나라는 몇 차례의 회전(會戰)국면과 소강(小康)국면을 거쳤는데, 이번에 북(조선)이 2월 10일 성명을 내놓음으로써 조·미 두 나라는 소강국면을 깨고 결전을 벌이는 대회전국면에 들어서게 되었다. 나의 판단으로는, 이번에 들어선 대회전국면에서 조·미 대결의 판세가 결정되고 조·미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한(조선)반도 정세의 질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북(조선)이 아무도 내다보지 못한 때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초강경한 공세로 부시 정부를 맹렬히 타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북(조선)의 대미공세가 그처럼 날카롭고 전격적이며 맹렬하기에, 올해 안에 무언가 커다란 사변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감하게 된다.

2. 2월 10일 성명이 나오기 직전의 워싱턴, 베이징, 서울

북(조선)은 2월 10일 성명을 내놓는 때를 치밀하게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초강경한 대미정치공세를 개시하는 때를 고르는 문제는 조·미 대결에서 매우 중요한 전술적 의의를 갖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했을 것이다. 북(조선)이 그 성명을 내놓기 바로 전, 다시 말해서 북(조선)이 초강경한 정치공세를 개시하던 때 워싱턴, 베이징, 서울의 분위기는 어떠했을까?

1) 부시는 2005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북(조선)을 거론하지 않았고, 2월 2일 국정연설에서도 "우리는 북(조선)이 핵야망을 포기하도록 설득(convince)하기 위해 아시아의 여러 나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1월에 그가 북(조선)을 '악의 축'이라고 비난하였던 것에 비하면 다소 자제된 조심스러운 발언이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부시의 자제된 발언에 대해서 북(조선)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였고, 그에 따라 북(조선)이 곧 6자회담에 나올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에 기울어지고 있었다.

대통령 연설문 작성을 맡아보는 보좌관들이 부시의 국정연설문을 쓰고 있었을 때, 부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 마이클 그린(Michael J. Green)과 핵확산문제 담당 선임국장대리 월리엄 토비(William H. Tobey)에게 자신의 친서를 들려주어, 도쿄(1월 30일-31일), 베이징(2월 1일-2일), 서울(2월 3일)에 보내어 6자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다시 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게 하였다. 마이클 그린은 일본 도쿄에서 관방성 부상 에비하라 신(海老原伸)을 만난 뒤, 미국은 북(조선)에게 내놓을 중대한 제안을 갖고 있으며 6자회담에서 이를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05년 2월 1일자) 부시의 특사파견과 마이클 그린의 도쿄 발언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6자회담을 다시 열어보려고 얼마나 안달이 나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그러한 태도는 백악관 대변인 스캇 매클렐런(Scott McClellan)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2005년 2월 1일 언론을 상대한 설명회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면 지난번에 내놓았던 제안들을 진전시키는 방안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바란다. 다음 회담에서는 실질적인 논의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으로부터 어떤 조짐이 있긴 하지만, 행동을 보아야 그 진지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5년 2월 2일자)

사실 부시 정부는 부시의 재선이 확정된 때부터 6자회담을 다시 열어보려고 안달이 나기 시작했었다. 2004년 12월 27일 국무부 대변인 애덤 어럴리(Adam Erely)는 언론을 상대한 설명회에서 "여전히 우리는 가능한 가장 이른 시일에 대화를 재개하기를 열망한다. 우리는 지금이 (6자회담에) 돌아갈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고 북한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4년 12월 28일자)

부시 정부 1기에서 대북(조선) 교섭담당 대사를 지냈고 지금은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객원연구원으로 있는 잭 프릿처드(Charles L. Pritchard)는 2005년 2월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대담하면서 북(조선)이 다음 주쯤에 중국과 협의한 뒤에 6자회담에 나오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내다보았다. (『연합뉴스』 2005년 2월 4일자) 이처럼 워싱턴의 조야는 6자회담을 다시 여는 것에 대해 희망과 기대를 잔뜩 걸고 있었다.

부시 정부의 이른바 강경파 관리들 가운데서도 극렬분자로 악명이 높은 국무부 차관 존 볼튼(John R. Bolton)도 2005년 2월 10일 주일미국대사관을 찾아간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북한은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5년 2월 10일자) 그러나 이 극렬분자의 말이 나온 바로 그 날, 북(조선)은 2월 10일 성명을 세상에 내놓았다.

2) 6자회담을 다시 여는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 정부도 부시 정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쿵취안(孔泉)은 2005년 2월 1일 언론을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중국은 6자회담이 다시 열기에 앞서 실무급 회의를 갖는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4차 6자회담이 이른 시기에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5년 2월 1일자) 중국은 외교부 대외연락부장 왕자루이(王家瑞)를 2월 중순쯤 평양에 보내 6자회담을 다시 여는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었다.

3) 6자회담을 다시 여는 문제에 관해서 미국과 중국이 그처럼 낙관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노무현 정부도 덩달아 낙관적인 분위기에 빠져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2월 10일부터 나흘 동안 외교통상부 장관 반기문을 비롯하여 외교통상부 차관보 겸 6자회담 수석대표 송민순, 북핵외교기획단장 겸 6자회담 차석대표 조태용, 북미국장 김 숙, 북미1과장 김형진을 워싱턴에 보내, 6자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다시 여는 방안을 논의하려고 하였다. 당시 노무현 정부 관계자는 6자회담이 열리는 때를 3월초로 내다보고 있었다. (『연합뉴스』 2005년 2월 4일자) 그러나 그들이 워싱턴 공항에 내리던 바로 그 날, 북(조선)은 2월 10일 성명을 세상에 내놓았다.

워싱턴, 베이징, 서울의 집권세력들 사이에 떠돌아다니던 낙관적 전망은 북(조선)이 2월 10일 성명을 내놓자마자 완전히 깨졌다. 그들은 아연실색하였다. 부시는 2월 10일 성명이 나온 뒤로 지금까지 그 문제에 관하여 말 한 마디 못하고 입을 닫고 말았으며, 국무장관 라이스(Condoleezza Rice)나 국방장관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도 어찌할 바를 몰라 횡설수설하였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2월 10일 성명에 대한 공식견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월 10일 성명에 관하여 국가안전보장회의 고위관계자로부터 보고를 받고서 말 한 마디 하지 못하였으며,(『연합뉴스』 2005년 2월 11일자) 2월 10일 성명의 여파가 세계를 흔들고 있는 지금 그는 갑자기 눈꺼풀 수술을 받고 멀리 제주도에 가서 휴양하고 있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가 받은 충격이 어떠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3.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략

두말할 나위 없이, 북(조선)이 6자회담을 무기한 중단하고 초강경한 공세를 개시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이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인 그에게 당, 정, 군의 정치·군사 지휘권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그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서 초강경한 대미정치공세를 개시하는 최종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6자회담을 다시 열자는 미국의 요구를 짓밟고 미국에게 초강경한 공세를 들이미는 결단은 아무나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에는 미국과 갈등관계에 있는 정치지도자들이 여러 명 있지만, 전세계를 자기 손에 쥐고 흔드는 제국주의초강국 미국에게 초강경한 공세를 개시하라는 단호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정치지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밖에 없다. 때로 미국과 갈등을 빚는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나 러시아 대통령 푸틴(Vladimir V. Putin)은 미국의 공세에 맞선 방어전을 지휘할 뿐이고 미국에게 감히 초강경한 선제공세를 들이대지 못하는 한 급 낮은 처지에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2년 동안 조·미 대결을 직접 지휘하면서 전술적 승리를 이끌어온 당대 최고의 전략가라는 명성을 얻는다.

지난 12년 동안 이어진 조·미 대결과정을 면밀히 분석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 조·미 대결에서 북(조선)이 언제나 전술적 승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그의 전략에 있었다. 조·미 대결을 승리로 이끌어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략에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이 돋보인다.

1) 공격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첫 번째 특징이다. 상대의 반격에 대처할 만큼 준비되지 못한 조건에서는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다. 만일 상대의 반격에 대처할 준비가 없다면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공격능력을 기른다. 이번에 북(조선)이 초강경한 대미정치공세를 개시한 것은, 정치, 군사, 경제, 외교 등 모든 부문에서 미국의 반격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갖추어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조선)이 '선군정치의 위력'을 강조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나 허풍이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적절한 공격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특징이다. 전면대결에서 공격시기를 고르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북(조선)이 초강경한 대미정치공세를 개시한 공격시기를 2월 10일로 고른 것은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1) 부시 정부가 출범 이후 4년 동안 매달려온 시간끌기작전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제2기에 들어선 부시 정부는 시간끌기작전의 효력이 머지 않아 사라질 때, 다급해진 나머지 도발적인 공세로 나올 수 있다. 부시 정부는 이미 몇 달 전부터 북(조선)의 "숨통을 조르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경제봉쇄전략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뉴욕타임스』 2005년 2월 14일자) 부시 정부의 도발적 공세가 임박한 시점에서 부시 정부를 먼저 선제적 공세로 들이치는 것이야말로 북(조선)에게 최선책인 것이다.

(2) 위에서 지적한 대로, 부시 정부는 북(조선)이 6자회담에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6자회담을 다시 여는 것에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었다. 상대가 오판하고 있을 때 상대를 들이치는 것이야말로 북(조선)에게 최선책인 것이다.

(3) 이라크 침략전쟁을 일으킨 미국은 점령지에서 저항세력의 끈질긴 반격을 받아 정치적 곤경에 빠져들면서 지칠 대로 지쳐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이라크를 타고 앉은 미국군은 지난 1년 동안 달마다 평균 1천-3천명의 이라크 저항세력을 체포 또는 사살하였으나, 같은 기간 저항세력의 수는 5천명에서 2만명으로 늘어났으며, 미군군을 점령군으로 보는 이라크 인민은 92%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연합뉴스』 2005년 1월 26일자) 국제사회는 부시의 이른바 '반테러전쟁전략'과 '일방주의'를 비난하고 있으며, 미국 안에서도 이라크에서 미국군을 데려오라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북(조선)의 견지에서 보면, 부시 정부가 이라크 전선에서 지쳐 있고, 나라 안팎에서 정치적 곤경에 빠져들고, 비난을 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부시 정부에게 공세를 가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인 것이다.

(4)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이겼다고 떠들면서 한때 우쭐댔던 부시 정부가 연이어 이란의 핵개발 문제를 들고 나옴으로써 무모하게도 전선을 확대하였다. 부시는 2005년 2월 2일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가리켜 "자국민의 자유를 박탈하면서 핵무기를 추구하는 세계 제일의 테러후원국"이라고 비난하였다. 미국군 전쟁지휘부는 이란을 침략하기 위한 전쟁계획을 수시로 점검·보완하고 있으며(『뉴욕타임스』 2005년 2월 10일자),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은 이란에 관한 정보를 검토하고 있으며(『뉴욕타임스』 2005년 2월 12일자), 이라크를 타고 앉은 미국군은 소형무인정찰기를 이란 영공 깊숙이 침투시켜 핵시설과 방공망을 탐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2005년 2월 13일자) 이것은 이란을 침략하기 위한 부시 정부의 전쟁준비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부시 정부가 이란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것은 자기의 공격력을 흩어놓는 실책이다. 북(조선)의 견지에서 보면, 부시 정부가 실책에 빠진 지금이야말로 부시 정부에게 공세를 가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인 것이다.

(5) 6.15 공동선언 이후 한(조선)민족 안에서 민족적 단합의 기운이 높아졌으며, 남(한국)에서 반미자주화운동이 자라나기 시작하였다. 올해는 6.15 공동선언 발표 5주년이고, 조국광복 60주년이 되는 해이므로, 민족적 단합의 기운이 여느 때에 견줄 바 없이 높아질 것이다. 2005년 3월초에는 남, 북, 해외의 수많은 사회단체들이 전민족적 차원에서 6.15 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상설협의기구를 내오게 되었다. 북(조선)이 미국을 초강경한 정치공세로 들이치는 경우 미국은 당연히 반격으로 나올 것이고, 그 반격은 노무현 정부에게 개성공단개발이나 비료지원 같은 대북(조선) 교류와 협력을 끊고 북(조선)을 고립시키라는 압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그러한 반격은 남북(북남)의 교류와 협력을 끊기는커녕 남(한국)에서 미국의 내정간섭을 반대하는 각계각층의 반미정서를 자극할 것이다. 미국의 중단압력을 받은 노무현 정부가 대북(조선) 교류와 협력을 밀고 가지 못하고 백악관의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릴 때,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는 한층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며,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은 6.15 공동선언 실현운동 대 고립압살정책의 대결로 펼쳐질 것이다. 한(조선)민족의 6.15 공동선언 실현운동은 지난 5년 동안 거듭하여 자라났고, 이제는 미국의 방해로 끊길 수 없는 지점을 이미 지났다. 북(조선)의 견지에서 보면, 한(조선)반도 정세가 이처럼 한(조선)민족에게 유리하고 미국에게 불리한 지금이야말로 부시 정부에게 공세를 들이댈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인 것이다.

(6) 올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정치를 시작한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선군정치는 조·미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때인 1995년 1월 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인민군 방공포부대를 시찰함으로써 창시되었다. 북(조선)은 조·미 대결에서 전술적 승리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을 선군정치에서 찾고 있다. 북(조선)은 선군정치가 미국의 제국주의적 고립압살책동에 맞선 반제투쟁에서 창시되었다고 하여 그것을 반제자주정치의 진수로 여긴다. 북(조선)은 선군정치 10주년을 맞은 올해 조·미 대결에서 또 한 차례 이겨 조·미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놓으려는 것이다.

올해는 또한 김일성 주석이 조선로동당을 창건한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당창건 35주년이었던 1980년 10월 10일에는 조선로동당 제6차 대회가 열렸는데, 그로부터 25년이 되는 지금까지 제7차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일부 분석가들이 올해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릴 가능성을 논하는 것도 무리하게 내다보는 것은 아니다. 제6차 대회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령의 후계자로 공식 추대되었고, 김일성 주석은 고려민주련방공화국 창설방안을 제시하였다. 이것은 북(조선)의 역사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사변이었다. 요즈음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당창건 35주년이었던 1980년에 그러했던 것처럼, 당창건 60주년인 2005년에도 역시 북(조선)의 역사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정치적 사변이 일어날 만한 분위기가 북(조선)에서 무르익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창건 기념일이 오는 10월 10일이므로, 북(조선)은 10월 이전에 조·미 대결에서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아야 한다. 북(조선)이 조·미 대결에서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으려면 미국에게 강한 공세를 들이대어 정치적 승리를 얻어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약 일곱달이다. 만일 북(조선)이 미국의 요구대로 3월 이후에나 열리는 6자회담에 다시 나가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협상을 하는 경우, 공세시기를 놓치게 된다. 북(조선)의 견지에서 보면, 당창건 60주년을 일곱달 앞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대미공세를 개시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인 것이다. 요즈음 북(조선) 인민들 속에서 '승리의 10월'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고 전한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2005년 2월 13일자 보도를 눈여겨볼 만하다.  

3) 전격전(Blitzkrieg)으로 들이치는 것이 세 번째 특징이다. 상대의 약한 거점을 번개처럼 들이치는 기습작전과 일단 상대를 들이치면 상대를 엎어누를 때까지 총공격을 퍼붓는 집중공격작전으로 전격전을 벌인다. 핵확산금지체제는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를 받쳐주는 몇몇 지탱점들 가운데 하나지만, 실제로는 가장 약한 지탱점이다. 가장 약한 지탱점을 들이쳐서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에 붕괴의 파열구를 내려는 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략이다. 북(조선)이 미국의 거점을 들이친 것은 언제나 기습작전이었다. 1993년에 있었던 조·미 대결국면에서도 그러했고, 1998년에 있었던 조·미 대결국면에서도 그러했던 것처럼, 북(조선)이 미국의 거점을 들이치는 작전방식은 기습이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일단 들이치기 시작하면 상대를 엎어누를 때까지 총공격을 퍼붓는 집중공격작전을 완강히 밀고 나간다는 점이다. 이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휘하는 반제전선의 전격전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반제군사전략의 작전방식이 전격전으로 표현된다면, 그의 사회주의 경제건설전략의 작전방식은 속도전으로 표현된다. 전격전이나 속도전은 모두 섬멸전으로 연결되는데, 섬멸전이란 총공격을 퍼부어 상대를 완전히 엎어누르는 작전방식이다.

이번에 대미정치공세를 시작한 것으로 보아서, 북(조선)은 부시 정부의 정치적 굴복을 받아낼 때까지 총공격을 퍼붓는 집중공격작전을 밀고 나갈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벌써부터 북(조선)이 추가조치를 취하리라고 내다보면서, 핵폭발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나 인공위성을 실은 두 번째 우주로켓을 쏘아 올릴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4) 사상전을 벌이는 것이 네 번째 특징이다. 물리력을 동원한 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사상과 의지의 대결에서 일단 승패가 결정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만큼 혁명과 건설에서 사상과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치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그는 오래 전에 사회주의 경제전설전략을 논하면서 사상사업을 앞세우는 사상전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사회주의 경제건설전략에서 그러한 것처럼, 그는 반제군사전략에서도 역시 사상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4. 공격전술만이 아니라 공격목표도 보아야 한다

분석가들은 2월 10일 성명을 나름대로 풀이하면서, 북(조선)이 미국의 대북(조선)적대정책에 의해서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에 나가는 것을 무기한 중단하였다는 사실과 북(조선)이 "부쉬행정부의 증대되는 대조선고립압살정책에 맞서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단호히 탈퇴하였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것은 북(조선)이 미국을 들이친 공격전술을 논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북(조선)의 공격전술만이 아니라 공격목표도 보아야 하며, 공격목표를 분석하는 것이 공격전술을 분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그 성명에 나타나 있는 북(조선)의 공격목표다. 북(조선)의 공격목표는 6자회담에 나가는 것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미국에게 알려준 데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북(조선)이 6자회담에 다시 나갈 수 있는 조건을 미국에게 내놓은 데서 드러난다.

북(조선)이 미국에게 내놓은 6자회담에 다시 나갈 수 있는 조건이란, 그 성명에서 지적한대로, "회담참가명분이 마련되고 회담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인정"되어야 하는 그런 조건이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뚜렷해진다. 북(조선)이 6자회담에 나갈 명분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과 6자회담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 2월 10일 성명이 지적한 것은, 미국에게 북(조선)이 6자회담에 나갈 명분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 명분은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까? 2월 10일 성명에는 이 물음에 대한 해법이 들어있다. "부쉬행정부가 이번에 적대시정책을 초과하여 회담상대방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확인하면서 우리를 전면부정한 조건에서 6자회담에 다시 나갈 그 어떤 명분도 없다."는 구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신임 국무장관 라이스가 북(조선)을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 of tyranny)'라고 비난한 적대적 발언을 취소하고 북(조선)을 회담상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북(조선)이 6자회담에 나갈 명분이 생긴다는 뜻이다.

2) 2월 10일 성명이 지적한 것은, 북(조선)이 6자회담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를 미국이 조성하라는 것이다. 그러한 조건과 분위기는 어떻게 조성될 수 있을까? 2월 10일 성명에는 이 물음에 대한 해법도 들어있다. "우리는 미국에 <제도전복>을 노리는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조미평화공존에로 정책전환을 할 데 대한 정당한 요구를 제기하고, 그렇게만 된다면 핵문제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립장을 표명"하였다는 구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북(조선)의 사회주의체제를 뒤엎으려는 적대정책을 내버리고 조·미 두 나라의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책으로 돌아서는 것이 북(조선)이 6자회담에서 기대하는 결과이므로, 미국은 낡은 적대정책을 내버리고 새로운 평화공존정책으로 돌아서는 조건과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대정책을 내버리고 새로운 평화공존정책으로 돌아서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래에서 북(조선)의 전략적 목적을 논할 때 다시 설명한다.

그런데 나의 판단으로는, 미국이 적대정책을 내버리고 평화공존정책으로 돌아서는 전환적 국면은 쳇바퀴만 돌리다가 막을 내린 6자회담이 아니라 조·미 정치회담에 의해서 열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전환적 국면에서 조·미 두 나라는 양자회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조·미 평화공존을 담보하고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다자회담 방식으로 합의할 문제가 아니라 양자회담 방식으로 합의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 나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조·미 정치회담은, 이전에 내가 발표한 글들에서 지적한 대로,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조·미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조선)반도 전문가로 알려진 미국 존스합킨스대학 국제대학원 교수 돈 오버도퍼(Don Oberdorfer)는 언론대담에서 '핵문제'를 푸는 유일한 길은 조·미 정상회담에서 직접 담판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연합뉴스』 2004년 12월 28일자), 미국 언론도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대화할 필요가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뉴스위크』 2005년 2월 12일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내야 할 것은, 북(조선)과 직접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무분별한 정책이 교착상태를 몰고 왔다고 말한 제39대 대통령 지미 카터(Jimmy Carter)의 지적(『연합뉴스』 2004년 12월 12일자)과 신임 대통령이 된 부시에게 평양을 찾아가서 '핵문제'를 풀라는 말을 남기고 백악관을 떠났던 제42대 대통령 클린턴(William J. Clinton)의 권고(『뉴스위크』 2004년 6월 19일자)다.

북(조선)이 6자회담을 거부한 것은 부시 정부를 조·미 정치회담으로 끌어내려는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6자회담이 막을 내린 것은 조·미 정치회담의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며, 더 나아가서 미국 대통령의 평양방문으로 성사될 조·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2월 10일 성명 발표가 조·미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놓을 것으로 내다보는 터무니가 거기에 있다.

다음으로 살펴보는 것은,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선언에 관한 내용이다. 두 가지 문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2월 10일 성명이 지적한 것은, 부시 정부가 북(조선)에 대한 고립압살정책을 증대시키고 있기 때문에 북(조선)이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부시 정부가 북(조선)을 고립·압살하려는 제국주의적 책동을 그만둔다면 북(조선)은 핵확산금지조약에 다시 들어가고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2월 10일 성명에 나온 표현 그대로 말하면, 핵무기 개발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핵무기까지 폐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미국의 요구는 북(조선)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라는 것이었는데, 이번 성명이 나온 뒤에는 핵무기까지 폐기하라는 요구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조·미 정치회담이 더욱 복잡한 의제를 다루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북(조선)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더 커질수록, 상호성의 원칙에서 미국에 대한 북(조선)의 요구도 더 커지게 될 것이다.

2) 북(조선)은 북(조선)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고를 늘이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2월 10일 성명이 지적한 것은, "미국이 핵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우리 제도를 기어이 없애버리겠다는 기도를 명백히 드러"내었기 때문에 핵무기를 자꾸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이 북(조선)에 대한 핵전쟁위협을 그만두고 북(조선)의 사회주의체제를 인정·존중한다면, 북(조선)은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5. 북(조선)의 전술적 목적과 전략적 목적

전술은 맞붙은 싸움에서 힘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는 투쟁기술이며, 전략은 대결의 목적을 위해 어떻게 싸울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는 작전방침이다. 전술적 목적이 있으면, 전략적 목적도 있는 법이다. 전술적 목적은 여러 가지로 나오지만, 전략적 목적은 한 가지다. 그리하여 전략적 목적은 전술적 목적들을 규정하게 된다. 투쟁하는 주체는 하나의 전략적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여러 개의 전술적 목적을 추구하게 된다.

전술적 목적을 추구하는 투쟁에 담긴 전략적 목적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2월 10일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개시된 북(조선)의 초강경한 대미정치공세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2월 10일 성명은 전술적 목적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에는 전략적 목적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다. 초강경한 정치공세로 부시 정부를 들이치는 북(조선)의 전략적 목적은, 이전에 내가 발표한 글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주한미국군 철군이다.

2월 10일 성명이 나온 뒤에 북(조선) 언론에서 6자회담에 관하여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2월 13일의 평양방송이었다. 그 방송에 출연한 평양시 동대원구역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조미 대결관계를 해소하고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어 남조선 강점 미군을 철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주한미국군 철군이 미국의 대북(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하는 실천적 조치로서 6자회담 진전에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5년 2월 13일자) 북(조선)의 언론매체가 한결같이 조선로동당의 정치적 의사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볼 때, 위의 발언을 개인적 견해라고 볼 수는 없다.

2004년 12월 북(조선)이 2005년을 주한미국군 철군 원년으로 하자고 남(한국)의 민족민주운동단체들에게 제안한 것 역시 눈여겨볼 일이다. 요즈음 북(조선) 언론들은 한(조선)민족이 주한미국군 철군투쟁에 나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2005년 1월 31일자, 인터넷 사이트 『우리 민족끼리』 2005년 2월 5일자, 『평양방송』 2005년 2월 7일자)

명백하게도, 미국과 전면대결을 벌이는 북(조선)의 전략적 목적은 주한미국군 철군이다. 북(조선)은 부시 정부에게 주한미국군 철군일정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부시 정부가 주한미국군 철군일정을 내놓으면, 상호성의 원칙에서 북(조선)도 핵포기 일정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핵포기와 미국군 철군을 맞바꾸는 정치적 타결에서 중국, 러시아, 일본은 당사자가 아니며 남(한국)은 실권자가 아니므로, 그 타결은 6자회담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그 타결은 오직 조·미 정치회담에서만 할 수 있다. 6자회담이 '동결 대 보상' 방안을 풀기 위한 정치회담이라면, 양자회담은 '포기 대 철군' 방안을 풀기 위한 한 급 높은 정치회담이다. '동결 대 보상'이 전술적 목적이라면, '포기 대 철군'은 전략적 목적이다.

핵포기와 미국군 철군을 맞바꾸는 정치적 타결이 조·미 정치회담에서 가능하다고 해서 6자회담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양자회담과 6자회담은 서로 맞서는 것이 아니다. 6자회담의 의의를 찾는다면 그것은 한(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 관계개선을 한꺼번에 타결 짓는 조·미 두 나라의 정치적 합의를 지지하고, 더 나아가서 한(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군사적 긴장을 느슨하게 만들고 동북아시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를 이루기 위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에 있다.

2월 10일 성명의 맨 마지막 문장은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립장과 조선반도를 비핵화하려는 최종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말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화와 협상'이란 조·미 정치회담을 뜻한다.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는 '포기 대 철군' 방안을 풀어내는 조·미 정치회담을 통해서 이루는 것이다.

눈여겨보는 것은, 북(조선)이 주한미국군을 몰아내려고 그토록 애쓰는 까닭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북(조선)이 지난 12년 동안 미국과 격렬하게 전면대결을 벌여온 전략적 목적이 주한미국군을 몰아내는 데 있으므로, 북(조선)은 주한미국군 철군에 국운을 걸고 싸운다고 말할 수 있다. 북(조선)이 미국군 철군이라는 전략적 목적을 이루는 싸움에 국운을 건 것은, 북(조선)이 자기 영토로 여기는 '남조선'에 제국주의침략무력인 미국군이 들어와 60년 동안이나 타고 앉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조선)의 견지에서 보면, '조선'은 둘로 나누어질 수 없는 하나의 조국이며, '남조선'은 '한국'이 아니라 '조선'의 영토인 것이다. 북(조선)이 내놓은 대외문서들에서 흔히 나오는 '미제침략군의 남조선 강점'이라는 표현은 북(조선)이 자기의 영토적 주권을 되찾으려는 절박한 문제의식에 직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남(한국)의 헌법도 '북한'을 '한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으나, 남(한국)의 집권세력에게는 '한국'이 둘로 나누어질 수 없는 하나의 조국이라는 신념이 없고, '북한'은 '조선'이 아니라 '한국'의 영토라는 생각도 없다. 그들은 북(조선)을 자기 영토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여긴다. 이처럼 한(조선)반도의 영토적 주권문제와 관련하여 남(한국)의 집권세력과 북(조선)은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두말할 나위 없이, 자기 영토에서 제국주의침략군을 몰아내고 영토적 주권을 되찾는 것은 모든 민족에게 주어진 신성불가침의 사명이며, 모든 민족이 가장 먼저 해내야 하는 역사적 임무다. 이를테면, 이라크 인민들은 자기 영토를 타고 앉은 미국군을 몰아내기 위해서 목숨까지 서슴없이 내던지며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 인민들은 자기 영토 전부를 타고 앉은 미국군을 몰아내기 위해 싸우는데 비해, 북(조선)은 자기 영토의 약 절반인 '남조선'을 타고 앉은 미국군을 몰아내기 위해서 부시 정부를 상대로 격렬한 전면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국군을 몰아내려는 북(조선)의 전략적 목적은, 주한미국군이 나간 틈을 타서 남(한국)을 무력으로 들이치는 통일전쟁을 일으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한(조선)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위업을 평화적으로 이룩하는 데 있다.

그런데 미국과 남(한국) 집권세력의 왜곡선전에 말려든 사람들은, 주한미국군이 한(조선)반도의 평화를 지켜준다고 보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기존의 비뚤어진 시각을 완전히 뒤집어놓고 정반대의 시각에서 주한미국군 문제를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현실은 주한미국군이 버티고 있는 것으로 하여 한(조선)반도에 대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쟁위협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되레 가중되어 왔음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북(조선)을 들이치는 제국주의침략전쟁을 일으키는 경우, 북(조선)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주한미국군을 섬멸하고 무력으로 조국통일위업을 이룩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주한미국군이 버티고 있는 한, 제국주의전쟁위협이 가시지 않게 되며, 평화적 통일의 길도 열리지 않게 된다. 주한미국군이 나가야 한(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이게 되며, 조국을 평화적으로 통일할 수 있는 것이다.

주한미국군을 몰아내는 경로는 세 방향에서 생각할 수 있다.

1) 1970년대에 관계정상화를 위한 중·미 정치회담에서 비공개협상을 벌여 중국 영토인 대만에 버티고 있던 미국군을 몰아냈던 역사적 경험에서 보듯이, 조·미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정치회담에서 두 나라가 비공개협상을 벌여 주한미국군 철군에 합의하는 경로다. 북(조선)이 지난 12년 동안 조·미 양자회담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까닭은, 그 회담에서 '포기 대 철군' 방안을 놓고 비공개로 주한미국군 철군문제를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민주노동당이 집권하여 주한미국군을 몰아내는 경로다. 민주노동당은 "주한미군을 단기적으로는 감군 및 후방배치하여 공격형보다는 방어형 등으로 개편하고, 장기적으로는 완전히 철수시키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집권하는 때를 2012년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주한미국군 철군경로를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경로로 보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자체의 예상대로 2012년에 집권한다 하더라도, 그때부터 시작하여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단계적 철군을 추진할 것으로 생각된다.  

3) 남(한국)에서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이 대중적으로 펼쳐지면서 그에 자극을 받은 미국 여론이 전면철군으로 기울어져 결국 주한미국군이 나가는 경로다. 그런데 현재 남(한국)의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은 아직 대중참여의 너른 바탕에 올라서지 못하고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단체들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을 대중적으로 펼치려면 가장 크고 힘있는 대중단체로 조직된 노동계급이 철군투쟁에 주력으로 나서야 하는 데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미국군 장갑차가 여중생을 깔아 죽인 참혹한 사건이 반미감정의 대폭발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되었고, 당시 분노한 대중이 주한미국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대규모 시위투쟁을 벌였던 경험에서 보듯이, 주한미국군과 대중이 직접적으로 맞부딪치는 경우 주한미국군을 몰아내는 결정적 국면이 열리게 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내다볼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우발적인 압사사건과 자연발생적인 대규모 시위투쟁이 다시 일어날 극적인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은 우발적 사건이나 자연발생적 대중투쟁에 의해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의식적이고 조직화된 대중투쟁에 의해서 추진되는 것이다. 남(한국) 노동계급이 정치적으로 깨어나 반미자주화운동의 주력으로 나설 때, 노동계급이 가진 가장 힘있는 무기인 총파업투쟁이 정치투쟁으로 발전하게 되면 노동계급의 정치투쟁구호에 응당 주한미국군 철군구호가 들어가게 될 것이다.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이 대중참여의 너른 바탕에 올라서는 비약적 전환기는 남(한국) 노동계급의 투쟁구호에 주한미국군 철군구호가 들어가는 때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제국주의독점자본과 예속자본의 집중적인 수탈, 그리고 그들과 손잡은 노무현 정권의 가중되는 탄압을 받고 있는 남(한국) 노동계급은 자기들 속에 커다란 폭발력을 지니게 되었는데, 남(한국)의 경제난이 더욱 나빠질수록 노동계급의 총파업투쟁이 일어날 대폭발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이 대중적으로 벌어질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남(한국) 민족민주운동의 당면임무는 커다란 폭발력을 지닌 노동계급 속에 들어가서 자주의식화사업을 벌이며 그들이 반미자주화운동의 주력으로 나서도록 이끄는 여러 형태의 싸움을 조직하는 데 있다. 노동계급의 자주의식화는 크고 적은 다양한 형태의 투쟁에 노동계급 자신이 주체로 나서는 실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위에서 주한미국군을 몰아내는 세 경로를 논했는데, 그 경로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조·미 정치회담에 의한 철군경로, 민주노동당 집권에 의한 철군경로, 남(한국) 대중의 정치투쟁에 의한 철군경로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세 경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하고 있고, 또 그렇게 발전되는 것이 합법칙적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04년 12월 베이징에서 있었던 북(조선)의 민족화해협의회와 남(한국)의 통일연대 사이의 실무회담에서 북측 참석자들이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을 벌이기 위한 남북(북남)공동대책위원회를 내오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 제안을 받은 남(한국)의 사회단체는 현재 남(한국)에서 주한미국군 철군이라는 전략적 투쟁구호를 앞에 내걸고 싸우는 운동력이 아직 약한 조건에서, 주한미국군 철군구호를 내건 남북(북남)공동기구를 올 상반기에 내오는 것은 때가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남(한국)의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이 대중참여의 너른 바탕에 올라선 조건에서 남북(북남)공동기구를 내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남(한국)의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이 대중참여의 너른 바탕에 올라설 때까지 남북(북남)공동기구를 내오는 과제를 미뤄두는 것은, 2월 10일 성명이 나온 뒤에 조성된 한(조선)반도 정세의 당면한 요구에 능동적으로 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국군 철군이라는 한(조선)반도 정세의 당면요구를 남(한국) 안의 역량관계만을 기준으로 하여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조선)민족 전체의 역량관계를 기준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남(한국)의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을 대중참여의 너른 바탕에 올려놓는 것을 대중운동이라고 한다면, 주한미국군을 몰아내기 위한 남북(북남)공동기구를 내오는 것은 선진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대중운동과 선진운동은 기계론적으로 나눌 수 없고 변증법적으로 통일되어야 한다. 주한미국군을 몰아내기 위한 대중운동과 선진운동의 변증법적 통일은, 남(한국)의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을 대중참여의 너른 바탕에 올려놓으려는 싸움을 더욱 목적의식적으로 활발히 벌이면서, 그와 더불어 남북(북남)공동기구 결성을 추진하는 싸움을 벌이는 통합된 형식에 담겨질 수 있을 것이다.

북(조선)이 주한미국군을 몰아내기 위한 조·미 정치회담으로 부시 정부를 끌어내려는 전면대결을 시작한 올해 남(한국)에서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이 거세게 일어난다면 한(조선)반도의 정세는 크게 바뀔 것이다. 명백하게도, 주한미국군은 남(한국)에서 나가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6. 글을 마치며

2월 10일 성명이 전파를 타고 전세계에 알려졌을 때, 경악과 충격에 휩싸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댔고,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진보적 인민들은 감탄하였다. 그런 감탄사는 이집트의 저명한 역사가 압델-아짐 라마단(Abdel-Azim Ramadan)이 이집트 일간지 『알-곰후리아(Al-Gomhuria)』에 기고한 글에서 북(조선)의 대미공세를 두고 감탄할 만하다고 격찬한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연합뉴스』 2005년 2월 13일자) 모두 서른 한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짤막한 성명 하나로 이처럼 전세계를 뒤흔들어놓은 것은 세계정치사에서 그리 흔하지 않은 경이로운 일이다.

적어도 오는 3월쯤에는 6자회담이 다시 열리리라는 터무니없는 낙관적 전망을 안고 우쭐대면서 서울, 베이징, 도쿄를 부지런히 오가던 부시 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때에 허를 찔리는 정치적 패배를 당하면서 또다시 심한 굴욕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1993년 갓 출범한 클린턴 정부가 불을 붙였던 '핵문제'를 놓고 조·미 두 나라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12년 동안 계속되어온 과정에서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북(조선)은 이번에도 부시 정부에게 강한 정치적 공세를 들이대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헤어나기 힘든 궁지에 몰아넣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북(조선)은 이겼고 미국은 졌다.

한때 미국과 맞붙어 싸웠던 리비아는 대량파괴무기를 내던지면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달콤한 소리만 듣고 스스로 무장을 내려놓았으나, 자진해서 무장해제를 단행한 뒤로 1년이 넘도록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스스로 무장을 내려놓고 미국의 선처를 기다리던 리비아의 지도자 카다피(Muammar el-Qaddafi)는 미국이 외면하는 바람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타임』 2005년 2월 7일자) 무장을 내려놓은 리비아에 몰려드는 것은 2백70억 배럴의 원유가 묻혀있는 유전을 서로 먼저 차지하려는 미국의 석유독점자본들이다. (『뉴욕타임스』 2004년 7월 20일자) 카타피는 부시의 교활한 계략에 완전히 속아넘어간 것이다.

올해는 미국이 인류역사에서 처음으로 핵폭발실험에 성공한지 60년이 되는 해다. 지난 60년 동안 미국은 핵독점체제를 틀어쥐고 전세계에 핵확산금지조약을 강요하여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결코 내버려두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모하멧 엘바라데이(Muhamad el-Baradei)가 지적한 대로, 핵무장을 선언한 나라 이외에 현재 40개가 넘는 나라들이 핵무기를 만들어내는 고급기술을 갖고 있지만(『연합뉴스』 2004년 9월 20일자), 미국의 제국주의적 핵독점체제 아래서 핵무기는 아무 나라나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핵무기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핵독점체제에 맞붙어 싸우는 강한 힘을 가진 나라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정치무기이며 전략무기다. 핵무기를 가졌다고 밝힌 2월 10일 성명은 북(조선)이 그러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현실로 드러내보였다. 오늘 제국주의초강국으로 자처하는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지구를 온통 뒤흔들고 있는데, 그런 미국을 짤막한 성명으로 뒤흔드는 것은 "미제의 거만한 콧대를 기어이 꺾어놓겠다."고 벼르는 사회주의강국 북(조선)이다. (2005년 2월 14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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