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군사동맹체제의 증강과 6.15 공동선언의 실현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이 글은 2003년 6월 15일 6.15 남북공동선언실현 워싱턴지역협의회 주최로 열린 6.15 공동선언 발표 3주년 기념강연회에서 한 강연내용을 보완하여 논문형식으로 작성한 것이다.

< 차 례 >

1. 급속히 증강되는 미·일 군사동맹체제

2. 미·일 핵전쟁체제의 공격대상으로 설정된 '케이(K) 반도'

3. 미국의 선제공격전략과 미·일 군사동맹체제의 관계에서 드러난 침략적 성격

4. 6.15 공동선언의 실현은 미·일 군사동맹체제의 전쟁위험에 대처하는 길이다


1. 급속히 증강되는 미·일 군사동맹체제

2003년 6월 6일 일본은 이른바 '유사법제'를 제정하였다. '유사법제' 제정이란 무력공격사태 대처법의 신설, 안전보장회의 설치법의 신설, 자위대법의 개정을 뜻한다. '유사법제'는 2003년 6월 13일부터 시행되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유사법제'는 전시동원법이다. 일본의 '유사법제' 제정으로 미·일 군사동맹체제의 기본임무는 미·일 동맹군의 일본열도 전수방위가 아니라 미·일 동맹군의 아시아 무력침략으로 전환되었다. 지난 냉전시기에는 일본이 다른 나라의 무력침략을 받는 경우에만 미·일 군사동맹체제가 대응무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런데 '유사법제'가 제정된 이후에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 미·일 군사동맹체제가 침략무력을 동원하는 것으로 그 체제의 성격이 전환되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미국이 아시아에서 침략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에서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한층 공격적으로 증강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일본의 참의원에서 '유사법제'가 제정되었던 6월 6일은 남(한국)의 대통령이 일본을 공식방문하였던 날이다. 6월 6일은 남(한국)에서 전몰군인을 추모하는 현충일이다. 일본이 '유사법제'를 제정한 것과 남(한국)의 대통령이 현충일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일본을 방문한 것이 6월 6일에 동시에 일어난 것을 우연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일본의 집권세력은 일본 국왕의 일정에 맞춰야 한다는 구실을 내세워서 남(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일정을 6월 6일에 맞추려고 하였다. 그것은 남(한국)에서 전몰군인을 추모하는 날에 남(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도록 하고 그 일정에 맞춰 전시동원법을 제정하였던 교활한 책동이 아니었을까?

일본의 집권세력이 평화헌법을 내버리고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할 수 있는 전시동원법인 '유사법제'를 제정한 때는 2003년 6월 6일이었지만, 일본에서 전시동원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은 26년 전인 1977년에 이미 시작되었다. 일본은 1977년에 '연구'라는 기만적인 명분을 내걸어 놓고 일본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이는 것을 상정한 '유사법제'를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일본의 역대 집권세력들은 전시동원법을 제정할 기회를 노리면서 26년 동안 집요하게 책동하였다.

일본이 전시동원법을 제정한 정치·군사적 원인은 무엇인가? 나의 판단으로는, 일본이 '유사법제'를 제정한 정치·군사적 원인이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더욱 증강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유사법제'가 미·일 군사동맹체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라고 이해한다.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다음의 두 가지 성격을 논한다.

1) 미·일 군사동맹체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체제다. 미국의 군사력이 주도하고 일본의 군사력이 보조역량으로 동원된다는 뜻이다.

미·영 군사동맹체제가 이라크 침략전쟁을 도발하였을 때, 미·영 동맹군은 완전한 통합작전을 수행하지 못했다. 영국군의 군사력이 미군의 첨단 군사력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영국군 기갑사단은 이라크의 남부도시 바스라를 포위·점령하는 독립작전만 수행하였을 뿐이다. 미·영 동맹군의 이라크 침략전쟁은 미군이 주도하고 영국군이 보조역량으로 동원되는 전쟁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일 동맹군의 전쟁도 미군이 주도하고 일본 자위대가 보조역량으로 동원되는 전쟁이 될 것이다.

2) 미·일 군사동맹체제는 핵전쟁을 위한 동맹체제, 곧 핵전쟁동원체제다. 미국과 일본은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핵전쟁체제로 증강하고 있다. 미·일 동맹군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일 경우, 그 전쟁이 재래식 전쟁이 아니라 핵전쟁이 되리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미·일 군사동맹체제는 핵전쟁동원체제다.

그렇다면 미·일 두 나라는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어떻게 증강해왔는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1) 미·일 두 나라는 1997년에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함으로써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증강하였다. 1996년 4월 17일 클린턴-하시모토 정상회담에서는 '21세기의 동맹(Alliance for the 21th Century)'라는 제목의 미·일 안보공동선언(U.S.-Japan Joint Declaration on Security)이 발표되었다. 클린턴과 하시모토는 그 회담에서 미·일 방위협력지침(Guidelines for U.S.-Japan Defense Cooperation)을 개정하는 문제를 합의하였다.

1996년 6월에 미·일 방위협력소위원회(Subcommittee for Defense Cooperation)가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였고, 1996년 9월에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중간보고서(Progress Report on the Guidelines Review for U.S.-Japan Defense Cooperation)가 작성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1997년 9월 23일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확정하였다. 이것은 1978년 11월 27일에 처음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채택된 이후 19년만에 개정된 것이다.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핵심내용은 무엇인가? 핵심내용은 일본이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을 경우, 미·일 동맹군이 일본을 방위한다는 기존의 전수방위전략을 포기하고, 일본 주변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일 동맹군이 군사적으로 대응한다는 공격적인 전략을 채택하였다는 것이다. 그 핵심내용에 관한 본문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새로운 지침에 들어있는 가장 중요한 목적들 가운데 하나는 미·일 양국의 협력을 통하여 일본의 주변사태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본구도를 세운 것이다. (One of the most important aims of the new guidelines is to establish a framework for effective responses to situations in areas surrounding Japan through bilateral cooperation.)"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내용 가운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지침이 선제공격전략의 지침이라는 사실이다.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선제공격전략의 지침이라는 사실은,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밝히고 있는 다음과 같은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주변사태가 예상될 때, 미·일 양국 정부는 그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When situations in areas surrounding Japan are anticipated, the two governments (줄임) will take steps to prevent further deterioration of the situation.)"

일본의 주변사태가 예상될 때, 미·일 두 나라가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선제공격전략의 내용과 일치한다. 부시 정부가 선제공격전략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던 때는 2002년이었는데, 그보다 5년 전에 채택된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선제공격전략에 기초하여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난다.

2003년 6월 6일에 제정된 세 개의 전시동원법으로 이루어진 '유사법제' 가운데 무력공격사태 대처법은, 다른 나라로부터 무력공격이 예상되는 경우, 무력공격사태 대처법을 발동하도록 되어있다. 무력공격을 받는 경우가 아니라 무력공격을 예상하는 경우에 '유사법제'를 발동하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997년에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과 2002년에 부시가 발표한 선제공격전략과 2003년에 제정된 일본의 '유사법제'는 선제공격을 상정한 군사전략이며 전시동원법이다. 이렇게 볼 때, 미·일 동맹군이 선제공격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2) 미·일 두 나라는 1960년대부터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증강해왔다. 일본은 미국의 핵폭격에 의하여 핵재앙을 입은 세계 유일의 피폭국가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핵공격을 받고 패전하였던 일본은 전후 평화헌법을 제정함으로써 전쟁포기를 선언하였다. 일본은 평화헌법을 제정함으로써 제정하려는 것은 한동안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인민들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핵재앙을 차츰 잊어버리고 있는 사이에 일본의 집권세력은 다른 나라를 군사적으로 침략하려는 전쟁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한 보이지 않는 움직임 속에서 미·일 동맹군의 전쟁동원체제가 본격적으로 증강되었던 것이다.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Nautilus Institute for Security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의 연구원 핸스 크리스텐슨(Hans M. Kristensen)이 1999년 7월에 발표한 연구논문 「핵우산 아래의 일본: 냉전시기 일본에서의 미국의 핵무기와 핵전쟁 계획수립(Japan Under the Nuclear Umbrella: U.S. Nuclear Weapons and Nuclear War Planning In Japan During the Cold War)」에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미국이 워싱턴주의 타코마에 있는 맥코드 공군기지에 있던 소형 전술핵무기들을 일본의 요코다, 미사와, 이루마, 가데나의 미군기지들에 옮겨 배치한 시기는 1960년부터 1963년까지였다.

(2) 미국 태평양군사령관의 지휘에 따라 1962년 9월 미·일 동맹군은 핵전쟁훈련인 '높은 언덕-2(High Hills II)'를 실시하였다.

(3) 미·일 동맹군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이른바 '푸른 독수리(Blue Eagle)'라는 이름으로 핵전쟁 지휘통제훈련을 계속하였다.

(4) 미·일 동맹군은 미국의 핵전쟁계획인 통합작전계획(Single Integrated Operation Plan, SIOP)을 추진하기 위한 핵전쟁 지휘·통제작전훈련(nuclear Command and Control operation exercise)을 계속하였다. 통합작전계획은 국가전략목표설정 및 공격정책(National Strategic Targeting and Attack Policy)을 통합·조절하면서 국가전략목표목록(National Strategic Target List, NSTL)에 들어있는 모든 공격목표들을 공격하는 전쟁계획이다.

3) 미·일 두 나라가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핵전쟁동원체제로 증강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북(조선)의 '핵위협'이다. 북(조선)의 핵무기와 미·일 동맹군의 핵무기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위협적인가? 전자가 아니라 후자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북(조선)의 군사력과 미·일 동맹군의 군사력 가운데 어느 쪽이 침략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가? 전자가 아니라 후자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조선)의 '핵위협'을 계속 거론하면서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끊임없이 증강하고 있다. 왜 그럴까?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증강하려면 그에 요구되는 적당한 명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영 동맹군이 이라크를 쳐들어가기 위해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저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던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미·영 두 나라가 제기하였던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의혹은 조작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월간 말』의 기사에 따르면,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Tony Blair)와 미국 국방장관 콜린 파월(Colin L. Powell)이 이구동성으로 전세계에게 폭로하여 침략전쟁의 명분으로 이용하였던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실태에 관한 보고서는, 놀랍게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대학원생 에이브러햄 앨마라시가 오래 전에 작성하여 중동문제 전문지에 발표했던 논문을 표절하여 조작·발표한 사기문서였다.

미·영 두 나라가 제기하였던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의혹이 실제로는 이라크 침략전쟁을 위한 명분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미·일 두 나라가 제기하고 있는 북(조선)의 '핵위협'도 역시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증강하기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은 북(조선)의 '핵위협'을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핵전쟁동원체제로 증강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다.

한(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핵위협'은 북(조선)의 핵무기가 아니라 미국의 핵무기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북(조선)이 미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개발하였기 때문에 미·일 두 나라가 미·일 동맹체제를 핵전쟁동원체제로 증강하는 것이 아니다. 미·일 두 나라가 미·일 동맹체제를 핵전쟁동원체제로 증강하면서 북(조선)을 위협하기 때문에 북(조선)도 핵억제력을 보유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동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핵무기는 북(조선)을 겨냥하고 있는 핵공격력이고, 북(조선)의 핵무기는 미·일 동맹군의 공격에 대한 핵억제력이다.

4) 미·일 군사동맹체제가 증강될수록, 한·미 군사동맹체제는 약화된다.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의 변화추세를 읽어보면, 한·미 군사동맹체제는 차츰 약화되어 왔고, 그에 반비례하여 미·일 군사동맹체제는 차츰 증강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냉전체제가 무너진 1992년 12월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3단계 철수계획을 추진하였을 때에도, 그리고 오늘날 주한미군을 신속기동여단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추진하면서도, 주일미군의 철수문제는 전혀 논의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미·일 두 나라는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고 그에 따라 일본의 전시동원법을 제정하는 일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제도적으로 강화해왔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축소되어 왔던 반면에 미·일 합동군사훈련은 증강되어 왔다.

이러한 변화현상은 미국이 한·미 군사동맹체제에 대한 의존도를 차츰 줄이면서 미·일 군사동맹체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 가능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1) 군사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할 문제는, 미국 국방부가 지상군 전력구조를 변경시키고 있는 사정과 관련이 있다. 주한미군은 지상군 위주의 전력인 반면, 주일미군은 공군과 해군 위주의 전력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지상군 훈련인 반면, 미·일 합동군사훈련은 해군 훈련과 공군 훈련이다.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지상군을 신속기동군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완료할 경우, 한·미 군사동맹체제는 종전의 기능과 역할을 상실하고 미·일 군사동맹체제에 완전히 종속될 것이다.

지난 냉전시기에 중무장한 지상군을 고정된 군사기지에 전진배치하였던 '레이건 독트린(Reagan Doctrine)'은 한·미 군사동맹체제를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보완하는 군사동맹체제로 보았다. 1980년대에 논의되었던 이른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체제가 그것이다.

그런데 냉전시기 이후에 지상군을 경량화하면서 신속기동군으로 개편하고 해·공군력을 증강하는 새로운 군사전략을 추진하는 '럼스펠드 독트린(Rumsfeld Doctrine)'은, 한·미 군사동맹체제와 미·일 군사동맹체제의 상호보완관계를 해체하고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집중적으로 증강한다. '럼스펠드 독트린'에 따르면, 한·미 군사동맹체제와 미·일 군사동맹체제는 더 이상 상호보완적이 아니다.

2) 정치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할 문제는, 주한미군의 성격과 주일미군의 성격이 다르다는 사정과 관련이 있다. 주일미군은 1945년 종전 이후 일본열도를 점령하였던 점령군이었으나, 한국(조선)전쟁에 이후에는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에 따라서 일본 자위대의 동맹군으로 그 성격이 변화되었다. 주한미군도 주일미군과 마찬가지로 1945년 종전 이후에는 한(조선)반도의 38도선 이남지역을 점령하였던 점령군이었다. 그런데 주한미군은 한국(조선)전쟁 이후에 동맹군의 성격으로 변화된 것이 아니라 점령군의 성격을 종전대로 유지하였다.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은 동맹군적이 아니라 점령군적이다. 일본의 자위대는 주일미군과 연합사령부를 구성하지 않으면서, 동맹군의 전략지침인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지만, 남(한국)군에게는 동맹군의 전략지침인 한·미 방위협력지침이 없다.

남(한국)군은 주한미군이 장악하고 있는 한·미 연합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는다. 주한미군2사단과 주한미7공군은 한·미 연합사령부가 아니라 주한미8군사령부와 주한미7공군사령부의 지휘·통제를 각각 받는다. 주한미군2사단을 지휘·통제하는 주한미8군사령관은 미군 육군중장 찰스 캠벨(Charles C. Campbell)이고, 주한미7공군을 지휘·통제하는 주한미7공군사령관은 미군 공군중장 랜스 스미스(Lance L. Smith)다.

한·미 연합사령부는 주한미군사령관인 미군 육군대장 리언 라포트(Leon J. LaPorte)가 한·미 연합군이 아니라 남(한국)군을 지휘·통제하는 사령부다. 한·미 연합사령관의 모자를 쓰고 있는 주한미군사령관은 1978년 7월 28일에 체결된 비밀협정인 '한·미 연합군 사령부 구성에 관한 협정'에 따라서 남(한국)군을 지휘·통제하고 있는 사실상의 점령군사령관이다. 미국 국방부가 '한·미 연합사령부 구성에 관한 협정'을 비밀에 부치고 있는 까닭은 그 비밀협정이 주한미군사령관의 점령군사령관적인 지위와 역할을 보장하는 문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1990년대 말부터 한(조선)반도에서는 주한미군의 점령군적 지위와 역할을 거부하고 주한미군을 철거하려는 정치세력이 전례 없이 강화되고 있다. 남(한국)의 대중은 주한미군의 점령군적 지위와 역할을 거부하고 주한미군을 철거하는 대중적 정치투쟁을 한층 강하게 밀고 나가고 있으며, 북(조선)도 '핵문제'를 둘러싸고 조·미 관계의 대립이 첨예하게 되자 정치·군사적 대미압박을 한층 강화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한(조선)반도 전역에서 이처럼 주한미군 철거운동이 고조되면, 주한미군은 결국 점령군적 지위와 역할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주한미군이 점령군적 지위와 역할을 상실하는 것은 존재이유 자체를 상실하는 것이다. 한(조선)반도 전역에서 주한미군 철거운동이 고조되어 주한미군이 존재이유를 차츰 상실해 가는 추세에 따라서 미국은 한·미 군사동맹체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

2. 미·일 핵전쟁체제의 공격대상으로 설정된 '케이(K) 반도'

미·일 군사동맹체제는 어느 곳을 공격목표로 삼고 있는 핵전쟁체제인가? 미·일 두 나라는 어느 나라를 공격대상으로 하여 핵전쟁을 공모하고 있는가?

지난 냉전시기에 미·일 동맹군의 군사전략은 옛 소련과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핵전쟁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냉전시기 이후에 미·일 동맹군의 전략은 완전히 달라졌다. 미·일 동맹군의 전략의 핵심내용은 '케이(K) 반도 유사시'에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미·일 동맹군은 중국대륙이나 시베리아대륙이 아니라 '케이(K) 반도'를 공격대상으로 하는 핵전쟁을 공모하며 준비하고 있다.

'케이(K) 반도'는 어디를 말하는가? 지도를 보면, 동북아시아에는 케이(K) 반도가 두 개가 있다. 한(조선)반도(Korean Peninsula)와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Kamchatka Peninsula)가 케이(K) 반도다. 그렇지만 미·일 동맹군의 공격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는 '케이(K) 반도'가 캄차카 반도가 아니라 한(조선)반도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미·일 동맹군의 공격대상이 한(조선)반도라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에서 입증된다.

1) 미·일 두 나라는 1993년과 1994년에 '핵위기'가 발생하자, 이른바 '케이(K) 반도 사태 대처계획'을 세웠다. 그 핵심내용은 두 가지인데,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일본은 일본열도 전역의 민간시설과 설비를 한(조선)반도 전쟁에 동원시킨다는 것과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위기가 조성되면, 일본 자위대가 수송기와 수송함을 동원하여 남(한국)에 있는 미국인들과 일본인들을 규슈의 후쿠오카 군사기지로 빼돌린다는 것이다.

2) 미·일 동맹군의 합동군사훈련이다. 1998년 11월 2일부터 16일까지 실시된 미·일 합동군사훈련에는 약 6만 명의 미·일 동맹군이 동원되었고, 규슈에서 홋카이도에 걸친 일본열도 전역을 무대로 하여 미·일 동맹군의 합동작전능력을 훈련하였다.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해병대 병력을 민간항공기로 수송하는 훈련도 하였다. 동해에서 실시된 미·일 동맹군의 해상합동군사훈련에는 미군 항공모함 키티호크호와 미사일 순양함이 동원되었고, 일본의 주력함정 1백척, 항공기 1백80대, 해상자위대 병력 3만2천명 등 4만 명이 동원되었다. 미군은 남(한국) 군산의 공군기지에 배치한 에프(F)-16 전투기 여섯 대를 일본 항공자위대의 고마쓰기지로 발진시켰고, 미해군 제7함대 지휘함 블루릿지호는 요코스카항에 기항한 채 통신위성을 통해 동해에서 진행되는 함대전투훈련을 지휘·통제하였다.

1998년의 합동군사훈련 기간 중인 11월 15일에 일본의 육해공 자위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일 양국군의 격전지였던 태평양의 이오섬에서 병력 2천4백명, 이지스함 등 군함 11척, 이(E)2씨(C) 조기경보기 등 항공기 20대를 동원하여 사상 최초로 삼군 합동상륙훈련을 실시했다. 일본의 방위청 통합막료회의는 육해공 자위대 통합부대를 편성하고, "어느 나라가 점령하고 있는 일본해(동해)의 한 섬을 탈환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합동상륙훈련을 실시하였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미·일 동맹군이 '독도 탈환작전'이라는 이름으로 한(조선)반도를 침략하기 위한 상륙훈련을 준비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일본의 집권세력이 '타케시마'라고 부르는 독도를 탈환하는 문제는 일본 정부의 10대 외교현안에 들어있다.

미·일 동맹군은 1999년 9월 6일부터 9일까지 '케이(K) 반도 사태'를 가상한 대규모 도상훈련(CPX)을 실시하였고, 10월 하순에는 실동훈련(FPX)을 실시하였다.

2003년 5월 28일 일본 항공자위대의 에프(F)-15 전투기 여섯 대가 태평양 상공에서 미 공군 공중급유기의 급유를 받으며 7시간 동안 태평양을 횡단하여 미국 알래스카에서 실시되는 미·일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하였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전투기가 미·일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한 것은 그때가 역사상 처음이었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전투기들은 초저공 해상비행으로 고속돌진하여 동해를 건너가서 북(조선)의 군사기지를 공격할 수 있으나, 공중급유를 받지 못하면 연료가 부족하여 기지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의 공중급유훈련은, 동해를 건너가서 북(조선)을 공격하기 위한 공중타격훈련을 시작했음을 뜻한다.

일본의 자위대가 한(조선)반도 전역을 작전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70년 3월 23일 일본의 『마이니치신붕』은 이렇게 보도한 바 있다.

(1) 한(조선)반도 유사시에 일본 정부는 미군이 일본에 배치한 미군기지를 사용하는 것에 언제나 동의한다.

(2) 한(조선)반도 유사시에 일본의 자위대는 한(조선)반도의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과 대마도해협의 해상봉쇄작전을 수행한다.

(3) 북(조선)이 선제공격을 가할 경우, 일본은 한(조선)반도 전쟁에 참전한다.

(4) 그 밖의 다른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미군이 한(조선)반도에서 작전하면 미·일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일본의 자위대는 한(조선)반도에 상륙한다.

(5) 남(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일본인의 생명과 재산에 위해가 가해진다고 판단될 때는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서 일본의 자위대가 한(조선)반도에 상륙한다.

미·영 동맹군은 이라크 침략전쟁을 도발하였고, 미·일 동맹군은 한(조선)반도 침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중대한 차이는 이라크 전쟁은 소규모의 재래식 전쟁이었지만, 한(조선)반도 전쟁은 대규모 핵전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일 동맹군의 전쟁도발이 대규모 핵전쟁이 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미·일 동맹군은 한(조선)반도를 대상으로 하는 핵전쟁을 공모·준비하고 있다. 미·일 두 나라의 집권세력들은 한(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을 일으키려는 전쟁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조선)반도 전쟁위험의 본질이며,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위험이 조성되어 있는 원인이다.

3. 미국의 선제공격전략과 미·일 군사동맹체제의 관계에서 드러난 침략적 성격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선제공격 개념이 전통적인 선제공격 개념과 다른 차이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브르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e)의 마이클 오핸런(Michael E. O'Hanlon), 수전 라이스(Susan E. Rice), 제임스 스테인벅(James B. Steinberg)이 공동작성한 논문 「새로운 국가안보전략과 선제권(The New National Security Strategy and Preemption)」은 양자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설명한 글이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전통적인 선제공격 개념은 적군의 공격이 임박하였을 때, 공격준비태세에 들어간 적군을 먼저 공격한다는 개념이다. 그에 비해서 미국의 선제공격 개념은 적군이 공격준비태세에 들어간 것과는 상관없이 먼저 공격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미군의 선제공격(preemptive attack)은 적군의 공격위험이 임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먼저 공격한다는 이른바 예방공격(preventive attack)인 것이다. 미군의 예방공격은 미리 선수를 치는 행동(anticipatory action)이다. 바로 여기에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선제공격전략의 침략적 성격이 뚜렷이 드러난다. 현재 부시 정부의 선제공격전략은 세 방향에서 추진되고 있다.

1) 저출력(low-yield) 핵무기와 고출력(high-yield) 핵무기의 개발

2003년 5월 20일과 21일 연방상원은 1993년에 제정되었던 저출력 핵무기를 연구, 실험, 생산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법안을 철폐하고, 기존의 핵무기를 고출력 핵무기로 개조하는 길을 열어놓았다.

고출력 핵무기는 땅속 깊이 파고 들어가서 폭발함으로써 적군의 지하시설을 파괴하는 핵폭탄으로서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보다 10배가 강한 파괴력을 가진 대형 핵무기를 말한다. 지금까지 미군이 실전배치하고 있었던 전략핵무기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적국의 전략거점인 대도시를 초토화하기 위하여 개발된 것이었다. 그런데 고출력 핵무기는 지상의 전략거점이 아니라 지하의 전술거점을 파괴하는 전술핵무기로 개발되고 있다.

다른 한편, 저출력 핵무기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무기의 3분의 1 정도의 파괴력인 5킬로톤 이하의 파괴력을 갖는 소형 핵무기를 말한다. 저출력 핵무기는 지상의 대규모 병력을 몰살하거나 지상의 전술거점을 파괴하는 전술핵무기로 개발되고 있다.

머지 않아 그러한 핵무기들은 '최후의 억지수단'이 아니라 언제든지 선제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전투수단으로 출현할 것이다.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비핵국가에 대해서도 저출력 핵무기와 고출력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이 저출력 핵무기와 고출력 핵무기를 선제공격에서 사용하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2) 미사일방어체계의 개발

지금 미국 알래스카주 포트 그릴리(Fort Greely) 인근에서는 5억 달러가 들어가는 공사가 급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그것은 미사일방어체계의 개발전략에 따라 지상에 요격미사일 작전기지(antimissile operational site)를 설치하는 방대한 공사다. 그 공사는 2002년 6월에 착공되었는데, 미국 대통령 부시는 2004년 9월 30일까지 완공하라고 명령하였다. 그 작전기지가 완공되면 요격미사일 6기가 배치될 것이다. 2005년에는 요격미사일 4기가 2005년에 캘리포니아주의 밴든벅(Vandenberg) 공군기지에 배치될 것이며, 요격미사일 10기가 추가로 포트 그릴리 작전기지에 배치될 것이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적국이 발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비행궤도를 추적하기 위하여 앨류션 열도의 쉐미야섬(Aleutian island of Shemya)에 설치해놓은 레이더 기지를 보강하고, 해상도가 높은 엑스 주파수대(X-band)의 레이더를 싣고 북태평양에 떠있게 될 커다란 평갑판을 건조하고 있다.

2002년 11월 5일 일본 방위청 장관 이시바 시게루는 1999년 8월 이후 미·일 두 나라가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를 연구단계에서 개발단계로 진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일본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 공동연구를 더욱 빨리 진척시키려 하고 있다.

3) 신속기동전략의 개발

신속기동전략이란 중무장한 보병사단을 경무장한 신속기동여단(Stryker Brigade Combat Team)으로 개편하여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반미국가들과 반미테러집단을 신속하게 공격하겠다는 새로운 전쟁전략이다. 기존의 중무장한 보병사단을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하는 것을 언론에서는 '럼스펠드 독트린'이라고 부른다.

신속기동여단은 미국 공군의 수송기로 96시간 안에 신속하게 기동하여 전쟁임무를 수행하는 새로운 전투단위다. 여단급 병력을 수송기로 이동하려면 너무 무거운 전차, 중장갑차, 자주포 같은 중화기들은 싣고 갈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신속기동여단은 경장갑차, 야포, 대전차 미사일로 가볍게 무장한 병력을 수송기에 싣고 전투현장으로 신속하게 날아가게 된다.

미국 군사전문지 『성조지』 2003년 6월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1개의 신속기동여단은 보병 3개 대대, 기갑대대 1개, 포병대대 1개, 지원대대 1개, 중대 4개로 편성된다고 한다. 보병 3개 대대는 대전차 미사일과 엠(M)24 소총으로 무장한다. 기갑대대는 경장갑차로 무장하며, 포병대대는 엠(M)198 1백55mm 야포 10문으로 무장한다. 군사정보중대, 공병중대, 신호정보중대, 토우(TOW) 대전차 미사일로 무장한 대전차중대가 포함된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방향은 미국 국방부가 핵전쟁전략으로 작성하여 2001년 12월 31일에 연방의회에 제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 나오는 내용과 조응한다.

1)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나온 공격적인 타격체계(offensive strike systems)라는 개념은 저출력 및 고출력 핵무기의 개발과 조응한다.

2)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나온 방어(defenses)라는 개념은 미사일방어체계의 개발과 조응한다.

3)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나온 위협이 발생하는 때에 맞춰 적시에 대처하는 새로운 능력을 발휘하도록 강화된 방위기반(revitalized defense infrastructure that will provide new capabilities in a timely fashion to meet emerging threats)이라는 개념은 신속기동전략의 개발과 조응한다.

현재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 철수문제와 신속기동전략의 개발문제가 어떻게 결부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부시 정부는 남(한국)과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를 재배치하고 미군병력을 감축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 글에서 논하려는 것은 주한미지상군 병력을 감축하는 문제다. 주한미군 병력의 감축에 관한 쟁점은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예하의 두 개 여단 가운데서 제2여단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는 것이다.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은 원래 3개 여단으로 편제되어 있었는데, 1992년 12월에 선행 부시 정부는 그 3개 여단 가운데 제3여단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여 2개 여단으로 줄어들었다. 제3여단은 문산과 파주를 잇는 축선에 배치된 병력이었다. 제3여단은 미국 워싱턴주의 포트 루이스(Fort Lewis)로 철수한 뒤에 곧 해체되었다가, 1994년 9월 17일 독립여단으로 재창설되었다.

그런데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에 남아있는 2개 여단 가운데 제2여단을 미국으로 철수하는 경우, 2사단은 제1여단만이 남게 된다. 이것은 주한미군 2사단이 해체되어 여단으로 된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주한미군은 주한미8군사령부와 그 예하의 주한미군 2사단(2개 여단), 그리고 미7공군작전사령부로 구성되어 있다. 만일 주한미군 2사단이 1개 여단 규모로 축소되면, 주한미8군사령부가 1개 여단만을 지휘·통제하는 결과가 생긴다. 1개 여단을 지휘·통제하는 군사령부는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되며, 따라서 주한미군 제1여단의 철수는 곧 주한미8군사령부의 해체로 이어진다.

남(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중무장한 주한미군 지상군이 단계적으로 철수되는 추세에 따라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제1여단도 철수될 것으로 보인다. '럼스펠드 독트린'에 따르면, 주한미군 지상군은 단계적으로 전면 철수하게 된다.

주한미8군사령부가 해체되는 경우, 남(한국)에는 미7공군만 남게 된다. 미7공군은 1986년 9월 8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5공군 예하부대로 편성되어 있던 오산기지과 군산기지의 미 공군부대를 통합하여 창설된 것이다. 미7공군은 한·미 연합사령부 휘하의 공군구성군사령부로서 한·미 공군을 지휘·통제한다.

주한미군 2사단의 두 개 여단을 모두 미국 본토로 철수시켜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 미국 국방부의 계획이다.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군 2사단에 편제되었던 제3여단을 1992년에 미국으로 철수하고 해체한 뒤에 1994년 9월에 독립여단으로 재창설한 뒤 지난 8년 동안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올해 그 독립여단은 신속기동여단으로 출현하게 되었다.

신속기동여단은 미국 본토의 기지에 고정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6개월에 한 차례씩 남(한국)으로 신속하게 기동하여 일정기간 동안 전쟁연습을 실시한 뒤에 다시 미국 본토로 날아가게 된다. 주한미군 2사단에 남아있는 2개 여단이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되는 경우, 그 여단들은 수송기를 타고 기동하는 전투단위가 될 것이므로, 신속기동여단이 남(한국)에 주기적으로 재배치되는 곳은 수송기를 사용하기 쉬운 오산의 미7공군기지 부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신속기동여단을 투입해서는 한(조선)반도에서 선제공격전략에 따른 대규모 핵전쟁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신속기동여단을 투입하는 곳은 대규모 핵전쟁이 아니라 소규모 재래식 전쟁, 즉 군사력이 약한 반미국가와의 전쟁 또는 테러집단에 대한 반테러전쟁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한(조선)반도에서 대규모 핵전쟁을 수행하려면 신속기동여단이 아니라 미·일 동맹군과 남(한국)군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미국은 이라크 침략전쟁에 선제공격전략을 적용하지 않았다. 미국이 선제공격전략을 이라크 침략전쟁에 적용하지 않은 까닭은, 선제공격전략이 군사강국을 상대로 대규모 핵전쟁을 수행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군사강국이 아니었고, 미·영 동맹군은 이라크 침략전쟁을 소규모 재래식 전쟁으로 생각하였으므로 대규모 핵전쟁전략인 선제공격전략을 적용할 필요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조선)반도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북(조선)을 선제공격하여 한(조선)반도에서 핵무력을 사용하는 대규모 전면전을 수행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의지다. 미국과 일본의 집권세력은 핵무기로 무장한 군사강국인 북(조선)을 소규모 재래식 전쟁으로 상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일 동맹군의 핵전쟁체제가 미리 선수를 치는 선제적, 예방적 핵무력사용(preemptive and preventive uses of nuclear force)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미·일 동맹군의 한(조선)반도 전쟁전략은 선제공격전략에 따라 대규모 핵전쟁을 수행하는 침략적인 군사전략이다. 미·일 동맹군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은 한(조선)반도를 겨냥한 선제공격전략에 따라서 핵전쟁 수행능력을 증강하는 것이다. 미·일 동맹군은 한(조선)반도에서 대규모 핵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편제되어 있고 계속적으로 훈련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4. 6.15 공동선언의 실현은 미·일 군사동맹체제의 전쟁위험에 대처하는 길이다

미·일 군사동맹체제가 증강되고 있다는 것은 한(조선)반도의 정세변화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미·일 동맹군이 선제공격전략과 핵전쟁동원체제에 의해서 한(조선)반도에서 대규모 전쟁을 도발하는 위험을 조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일 군사동맹체제의 증강은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위험의 증대로 직결된다.

미·일 동맹군은 주한미군의 철수와는 상관없이 한(조선)반도에 대한 가장 심각한 전쟁위험요인으로 존재하고 있다. 남북 사이에서 화해와 협력이 높은 수준으로 진전되고 주한미군이 단계적으로 철수되면, 한(조선)반도의 전쟁위험이 완전히 제거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일면적이다. 주한미군도 한(조선)반도의 전쟁위험을 조성하고 있는 당사자인 것은 물론이지만, 한(조선)반도의 전쟁위험을 가장 심각하게 조성하고 있는 당사자는 주한미군이 아니라 미·일 동맹군이다.

미·일 군사동맹체제의 증강에 의해서 전쟁위험이 증대되고 있는 한(조선)반도에 살고 있는 7천만 민족은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외세의 전쟁위험 속에서 살고 있는 7천만 민족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길은 외세의 전쟁위험을 자기의 힘으로 제거하는 길밖에 없다.

이라크 침략전쟁이 현실로 입증하였듯이, 국제사회의 반전여론, 유엔의 평화결의안, 한(조선)반도 주변국가들의 안전보장 같은 것들은 미·일 동맹군의 전쟁위험을 제거해주지 못한다. 미·일 동맹군의 선제공격전략과 핵전쟁동원체제를 급속히 증강하고 있는 미국이 5자회담을 통하여 한(조선)반도 주변국가들로부터 북(조선)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소리는 기만선전에 불과하다.

7천만 한(조선)민족의 구성원들 가운데 한(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찬성하고 지지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한(조선)반도의 핵전쟁을 반대하면서도, 반대해야 할 대상이 선명하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조선)반도의 핵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한(조선)반도의 핵전쟁을 공모·준비하고 있는 미·일 동맹군을 반대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한(조선)반도의 반전평화운동은 인류의 평화라는 추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일 동맹군의 한(조선)반도 핵전쟁책동을 반대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며, 한(조선)반도의 반전평화운동은 미·일 동맹군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반대하는 반제·반침략의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미·일 동맹군의 공격대상은 남(한국)이 아니라 북(조선)이므로 남(한국)은 미·일 동맹군의 핵전쟁동원체제를 위협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각도에서 바라볼 때 어불성설이다.

1) 북(조선)이 미·일 동맹군의 핵공격을 받건 말건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하는 주장, 또는 북(조선)이 미·일 동맹군의 핵공격으로 재앙을 입어도 괜찮다는 주장은 북(조선)을 동족이 아니라 적대세력으로 규정하는 반민족적 논리다. 이러한 반민족적인 논리는 민족의 구성원으로서 자기 자신을 배반하는 자기파멸의 논리다.

2) 남(한국)이 미·일 동맹군의 핵전쟁동원체제를 위협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미·일 동맹군의 핵전쟁 공격목표가 북(조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을 모두 포함하는 '케이(K) 반도'라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것이다.

3) 남(한국)이 미·일 동맹군의 핵전쟁동원체제를 위협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북(조선)이 미·일 동맹군의 핵공격을 받을 경우, 북(조선)만이 아니라 한(조선)반도 전체가 핵전쟁의 파멸적 재앙을 입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것이다. 전투종심이 짧은 한(조선)반도에서 미·일 동맹군의 핵공격에 의한 부가적 피해(collateral damage)는 한(조선)반도 전역을 초토화할 것이다.

미·일 동맹군이 조성한 한(조선)반도의 전쟁위험을 방지하려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과제를 실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1) 남과 북은 대결을 중단하여야 한다. 남북관계는 적대에서 화해로, 대립에서 공조로, 갈등에서 협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남과 북은 서로를 적대하였던 기존관념에서 벗어나서 동족의식을 회복하고 화해, 공조, 협력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미·일 동맹군의 핵전쟁위협 앞에서 우리 민족끼리 대결하는 것은 민족공멸에 이르는 길이다.

2) 남(한국) 정부는 미·일 외세와 공조하지 말아야 한다. 남(한국) 정부가 미·일 외세와 공조하는 것은 미·일 동맹군의 제국주의 전쟁전략에 공조하는 것이며, 따라서 한(조선)반도의 전쟁위험을 가중시키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미·일 외세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3) 민족자주역량을 강화하여야 한다. 민족자주역량이 강해야 미·일 동맹군의 전쟁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최근 이라크 전쟁에서 경험하였던 것처럼, 자주역량이 없는 민족은 제국주의세력의 침략과 지배를 받는다. 자주역량이 없는 민족이 제국주의의 지배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경우, 제국주의세력의 전쟁은 불가피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한(조선)반도의 전쟁위험을 방지하려면 남북이 상호군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것은 오류다. 남북의 상호군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조선)반도의 전쟁위험을 조성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원인이 남북의 군사적 대치와 긴장이 아니라 한(조선)반도를 겨냥한 미·일 동맹군의 핵전쟁동원체제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다. 미·일 동맹군의 한(조선)반도 핵전쟁동원체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으면서 남북의 상호군축을 주장하는 것은 본말전도의 오류다.

미·일 동맹군의 한(조선)반도 핵전쟁동원체제를 외면하고 섣불리 남북의 상호군축론을 남발하는 것은, 미·일 동맹군의 핵공격을 유도하여 한(조선)민족을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몰아넣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민족자주역량이라는 개념은 군사력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민족자주역량의 강화는 군사력의 강화도 뜻한다. 미·일 동맹군의 한(조선)반도 핵전쟁동원체제가 존재하고 있는 한, 미·일 동맹군의 군사력에 대항하는 민족자위적 군사력은 증강되지 않으면 안 된다.

4) 조국통일을 실현하여야 미·일 동맹군의 전쟁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하나의 민족이 둘로 갈라져 있으면 자주역량이 강화될 수 없다. 둘로 갈라져서 대립하는 민족은 강력한 자주역량을 갖지 못한다. 나라의 분단은 민족역량을 허약하게 하는 반면, 나라의 통일은 민족역량을 강성하게 한다. 자기들끼리 적대하며 싸우는 민족은 제국주의세력의 압박이나 침략에 견디지 못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남과 북이 대결을 중단하고, 외세에 공조하지 않고, 자주역량을 강화하고, 통일을 실현하는 네 가지 과업을 밝혀준 것이 6.15 공동선언이다. 6.15 공동선언은 우리 민족에게 네 가지 과업을 제시하고 있다.

미·일 동맹군이 한(조선)반도를 겨냥하여 핵전쟁동원체제를 증강할수록, 우리 민족은 6.15 공동선언의 기치 아래 화해·협력하고 단합·단결하여 한(조선)민족의 안전과 한(조선)반도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 6.15 공동선언은 실현하면 좋지만 실현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임의선택의 과제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6.15 공동선언은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요, 가장 절박한 임무다.

6.15 공동선언의 실현은 한(조선)민족의 생사존망에 관한 문제라는 것, 그것은 6.15 공동선언 발표 3주년이 되는 오늘, 그 선언이 7천만 민족에게 보내는 절절한 호소다. (2003년 6월 17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