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조선)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을 두 개의 군사전략

제1부 : 미국의 선제공격전략과 '작전계획 5027'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차례 >

1. 들어가는 말

2. 부시 정부가 선제공격전략을 공식화한 과정

3.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은 무엇인가?

4. 미국의 선제공격과 북(조선)의 보복공격

5. 선제공격전략과 '작전계획 5027'

1. 들어가는 말

요즈음 한(조선)반도의 정치적 긴장상태가 심상하지 않은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현재의 정치적 긴장상태는 미국의 '핵소동'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 나는 이전에 발표한 몇몇 글들에서 이미 논한 바 있다.

지금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문제는 정치적 긴장국면이 군사적 대결국면으로 급속히 전화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한(조선)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군사적 대치상태에 줄곧 놓여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데, 그러한 군사적 대치상태가 미국의 '핵소동'이 촉발시킨 정치적 긴장국면과 맞물리면서 혹시 전쟁위기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우려에 찬 눈길은 예사롭지 않다. 일부 언론은 이라크 전쟁 이후에는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기도 한다. 한(조선)반도 전쟁위기설은 이라크 전쟁이 종반으로 접어드는 추세에 따라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조선)반도 전쟁위기설에 관련한 여러 가지 주장과 논란들은, 전쟁위기설이 발생한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고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파악하는 시급한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나는 이 글을 그 과제를 해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하였다.

나는 한(조선)반도 전쟁위기설이 부시 정부의 두 가지 행동에 그 발생원인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부시 정부가 선제공격전략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으로 공식화한 정치적 행동과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이라크 침략전쟁을 도발한 군사적 행동에 한(조선)반도 전쟁위기설의 발생원인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전쟁위기설의 발생원인을 분석하려면, 부시 정부의 선제공격전략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글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문제들을 논하려고 한다.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공식화되었는가? 선제공격전략의 실제내용은 무엇인가? 한(조선)반도에서 미국의 선제공격은 실제로 가능한가? 미국의 선제공격전략과 한(조선)반도 전쟁시나리오 '작전계획 5027'은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이 글을 이부작으로 작성하려고 한다. 제1부에서는 미국의 선제공격전략과 '작전계획 5027'에 관해서 논하고, 제2부에서는 북(조선)의 대량보복전략과 미국의 패전경험에 관해서 논하려고 한다.

무릇 전쟁은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최대의 문제다. 전쟁의 승패에 민족과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다. 동서고금에 있었던 전쟁의 역사적 경험을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화한다면, 전쟁에 이긴 민족과 국가는 부흥강성의 길로 들어서고, 전쟁에 진 민족과 국가는 쇠퇴멸망의 길로 들어선다는 이치를 발견할 수 있다. 전쟁의 승패로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전쟁을 하려면 군사전략이 있어야 한다. 군사전략이 없는 전쟁은 있을 수 없다. 군사전략이 과학적이면, 전쟁도 과학적으로 수행하고 승리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어떠한 군사전략을 수립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대한 문제가 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한(조선)반도의 운명은 북(조선)과 미국이 각각 어떠한 군사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의해서 일차적으로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한(조선)반도의 군사상황과 전쟁문제를 인식하기 위해서 북(조선)과 미국의 군사전략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내가 이 글의 총제목을 '한(조선)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을 두 개의 군사전략'이라고 정한 까닭도 거기에 있다.

2. 부시 정부가 선제공격전략을 공식화한 과정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는 2002년 1월 하순 미국 국방대학교(National Defense University)에서 연설하면서, "미국은 방대한 양으로 비축하고 있는 핵무기로 9월 11일의 테러공격을 억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2년 3월 10일자) 럼스펠드의 그 지적은, 9.11 사태에 충격을 받은 부시 정부의 정책결정권자들이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을 재검토하는 내부논쟁을 벌이고 있음을 암시한 것이었다. 2002년 1월부터 부시 정부의 정책결정권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국가안보전략에 관한 논쟁은 2002년 5월 이후에 다음과 같은 일련의 절차를 거치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첫째, 2002년 5월 3일 럼스펠드는 '방위기획지침(Defense Planning Guidance)'에 서명하였다. '방위기획지침'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의 기간에 미군이 수행할 전략적 방침을 담고 있다.

둘째, 2002년 5월 미국 대통령 부시(George W. Bush)는 '국가안보에 관한 대통령 명령 제17호(National Security Presidential Directive 17)'에 서명하였다.

셋째, 2002년 9월 14일 부시는 '조국안보에 관한 대통령 명령 제4호(Homeland Security Presidential Directive 4)'에 서명하였다.

넷째, 2002년 12월 10일 백악관은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담은 6쪽 짜리 문서 '대량파괴무기와 싸우는 국가전략(National Strategy to Combat Weapons of Mass Destruction)'을 발표하였다. 『워싱턴 타임스』 2003년 1월 31일자 기사에 따르면, 백악관은 그 문서를 2001년 3월에 럼스펠드가 작성한 비망록의 일부 내용을 손질하여 언론에 공개하였다고 한다. 그 문서는 2002년 5월의 '국가안보에 관한 대통령 명령 제17호', 그리고 2002년 9월의 '조국안보에 관한 대통령 명령 제4호'의 내용 가운데서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부분만을 발췌한 것이다.

위의 문서들에 담겨있는 핵심내용은 대량파괴무기(WMD)와 그 무기를 운반하는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적대국이나 반미테러조직에 대한 선제공격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선제공격전략을 중심내용으로 삼게 되었다.

부시 정부는 선제공격전략을 국가안보전략으로 채택하기까지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쳤다.

첫째 단계는 미국의 군사전략태세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Report)'를 작성한 단계였다. 2001년 12월 10일 럼스펠드는 국방부가 작성한 '핵태세검토보고서'에 서명하였고, 그 보고서는 12월 31일에 연방의회에 제출되었다.

국가기밀문서인 '핵태세검토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2002년 1월 8일 군사전문 웹싸이트 '세계안보(Global Security)'가 그 보고서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핵태세검토보고서'는 새로운 3원 전략적 핵전력(New Triad)을 수립하였다고 한다. 새로운 3원 전략적 핵전력이란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배합한 공격체계, 미사일방어체계(MD)를 중심으로 하는 능동적 방어와 수동적 방어, 그리고 핵무기의 계속적인 개발과 생산 및 실험재개를 위한 방위기반(defense infrastructure) 확충을 뜻한다. 냉전 시기에 있었던 기존의 3원 전략적 핵전력은 지상발사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장거리 폭격기에 의한 핵전력을 뜻하는 것이었다.

'핵태세검토보고서'는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을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서다. 그렇지만 그 보고서를 핵전쟁계획이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그 보고서는 앞으로 10년 동안에 진행될 핵전력의 역할, 개발, 배치에 관한 지침이다.

이렇게 보면 '핵태세검토보고서'는 핵전력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처럼 생각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런 것이 아니라 재래식 전력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 2002년 3월 10일자)

둘째 단계는 2001년 3월 럼스펠드가 비망록(memorandum)을 작성하고, 그에 의해서 미국 전략사령부(U.S. Strategic Command, STRATCOM)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단계였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핵전쟁 지휘부로서 네브래스카주 동쪽 미주리 강변의 도시 오마하(Omaha)에 자리잡고 있다. 9.11 사태가 일어났을 때 부시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급히 피신했던 곳이 바로 그 전략사령부다.

럼스펠드가 작성한 비망록은 여러 차례 수정·보완되는 과정을 거친 뒤, 2002년 12월 11일 부시에게 제출되었다. '럼스펠드 비망록'을 읽은 사람은 대통령 부시, 국무장관 콜린 파월(Colin L. Powell), 국방차관 폴 월포위츠(Paul D. Wolfowitz), 미군 합참의장 리처드 마이어스(Richard B. Myers), 미군 합참부의장 피터 페이스(Peter Pace)다.

2003년 1월 초 부시는 미군이 '럼스펠드 비망록'에서 언급한 방침을 시행할 것을 승인하였다. 2003년 1월 26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타임』지의 보도를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럼스펠드 비망록'에는 미국 전략사령부의 사령관이며 해군제독인 제임스 엘리스 2세(James O. Ellis Jr.)에게 핵무기를 동원하는 선제공격전략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요청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셋째 단계는 미국 전략사령부의 '전역기획활동(Theater Planning Activity)'에 따라서 구체적인 전쟁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단계였다. 이에 관한 내용은 외부에 알려진 바 없다.

일부 언론과 분석가들은 부시 정부가 역사상 처음으로 선제공격전략을 국가안보전략의 중심내용으로 삼은 것으로 평가하였으나, 그것은 오류다. 선제공격전략이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의 중심내용으로 된 것은 부시 정부에 의해서 처음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다.

여기서 지적할 것은, 미국이 오래 전부터 선제공격전략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전략을 외부에 발표하여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으로 공식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에 관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1981년에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Ronald W. Reagan)은 미국이 장기적 핵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핵전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전략적 방침을 수립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미국이 옛 소련과 벌인 핵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견해는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실상 외면하였다. 레이건 정부가 수립한 미국의 핵전쟁 승리라는 전략적 방침은 미국의 선제공격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1997년에 이르러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Bill Clinton)은 만일 핵전쟁이 일어나면 살아남을 수 있는 나라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핵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기존의 견해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방침을 수정하였다. 클린턴 정부가 수정한 전략적 방침은, 미국과 옛 소련의 핵전쟁은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에 의한 공멸이 될 것이므로 미국을 핵무기로 위협하고 있는 적대국에게 파멸적인 대응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핵전쟁을 억지할 수 있는 핵전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워싱턴 포스트』 2002년 3월 10일자) 이것이 핵전력에 의하여 핵공격을 억지하는 전략이다.

둘째, 클린턴이 서명했던 '대통령 결정서 제62호(Presidential Decision Directive 62)'인 '비재래식 위협에 처한 조국과 해외미국인의 보호(Protection Against Unconventional Threats to the Homeland and Americans Overseas)'라는 문서는, 반미테러조직이 대량파괴무기를 획득하는 경우 미국이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하였다.(『워싱턴 포스트』 2002년 12월 11일자)

셋째,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은 이미 클린턴 정부 시기에 구체적인 전쟁계획으로 수립된 바 있다. 클린턴 정부는 적대국과 반미테러조직의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군사적 공격으로 저지한다는 이른바 '반확산 방위구상(Defense Counter-proliferation Initiative, DCI)을 1993년에 수립하였고,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에 따른 전쟁계획인 '단일통합작전계획(Single Integrated Operation Plan, SIOP)'을 작성하였다. (『워싱턴 포스트』 2002년 3월 10일자)

넷째, 클린턴 정부가 1998년 말에 작성한 한(조선)반도 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7-98(OPLAN 5027-98)'에는 '시차별 전력배치목록(Time-Phased Force Deployment List)'이라는 부록이 달려 있는데,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은 그 목록에 따라서 석 달 반 동안에 지상군 2개 군단, 공군 전투비행대대 30개, 해군 항공모함 전단 5개, 해병대 원정군 사단 2개를 포함하는 병력 60만명을 동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 전쟁계획에 따르면, 미군은 북(조선)의 군사기지들을 파괴하고, 북(조선)군을 궤멸시키며, 평양을 점령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를 해체하는 전면전을 벌인다는 것이다. '작전계획 5027-98'은 대북 선제공격을 전제로 한 전쟁시나리오였다.

이처럼 '작전계획 5027-98'은 선제공격전략을 실전계획에 도입한 최초의 전쟁시나리오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북(조선)에 대한 미군의 선제공격전략은 1998년 이전에 이미 수립되어 있었을 것이다. '작전계획 5027-98'이 나오기 훨씬 이전에 작성되었던 미국 육군 야전교범(Field Manual) 100-5에 따르면, 만일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군은 핵포탄을 발사하는 대구경 장거리포 30문, 공중발사 핵탄두 5-10기를 동원할 것이라고 한다. '작전계획 5027'에 따르면, 북(조선)의 군사시설을 전술핵무기로 정밀타격하는 선제공격전략이 팀 스피리트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도입되었던 때는 1983년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은 부시 정부에 의해서 처음으로 국가안보전략의 중심내용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 부시 정부는 적대국과 반미테러조직 사이에서 대량파괴무기가 확산됨에 따라서 변화된 전략환경에 맞게 기존의 선제공격전략을 수정·보완하여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으로 공식화하였던 것이다.

3.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은 무엇인가?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에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선제공격전략(strategy of preemptive strike)은 방어적 개입전략(strategy of defensive intervention)과 분리되지 않는다. 미국은 적대세력을 선제공격한 다음에 공격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방어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부시 정부의 군사전략은 '선제(preemption)'와 '방어적 개입(defensive intervention)'이라는 두 가지 개념 위에 서있다. 이른바 방어적 개입이라는 개념은 '방어적'이라는 수사적 표현을 앞에 달아놓았으나, 그것은 '군사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그 개념은 '군사적 개입'으로 읽어야 정확하게 이해된다. 미국이 말하는 군사적 개입은 군사적 침략과 동의어다. 그러므로 부시 정부가 공개한 군사전략은 적대국에게 선제공격을 가하면서 군사적으로 침략하는 군사전략이다.

부시 정부가 이라크 침략전쟁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하고 새로운 대미예속정권을 세워놓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은 방어적 개입전략을 수행하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은 냉전시기에 미국이 공식화한 국가안보전략이었던 봉쇄·억지전략(containment-deterrence strategy)을 폐기하고 나서 새로 수립한 전략이 아니다. 봉쇄·억지전략을 유지하면서 선제공격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봉쇄·억지전략과 선제공격전략을 가지고 있던 미국은 이제까지 감추어 두고 있었던 선제공격전략을 국가안보전략의 중심내용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사회주의진영과 대치하고 있었던 냉전시기에 미국은 선제공격전략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못했다. 봉쇄·억지전략만을 언급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사회주의진영이 무너진 뒤에 자기가 유일한 초강대국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만해진 미국은 지난 시기에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못하고 있었던 선제공격전략을 국가안보전략의 중심내용으로 공식화하였던 것이다.

셋째, 2002년 12월 10일 부시 정부가 발표한 전략문서 '대량파괴무기와 싸우는 국가전략(National Strategy to Combat Weapons of Mass Destruction)'에는 "종래의 비확산(nonproliferation)은 실패하였다. 이제 미국은 적극적인 저지(active interdiction)를 시행해야 한다."는 구절이 들어 있다. (『워싱턴 포스트』 12월 11일자) 그 전략문서는 2002년 5월의 '국가안보에 관한 대통령 명령 제17호', 그리고 2002년 9월의 '조국안보에 관한 대통령 명령 제4호'의 내용 가운데서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부분만을 발췌한 것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그 전략문서에서 부시 정부는 기존의 대량파괴무기 비확산정책(nonproliferation)이 실패하였음을 자인하고,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군사력으로 저지하는 반확산정책(counter-proliferation)을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을 군사력으로 저지한다는 말은 그것을 선제공격으로 저지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2002년 9월 28일에 발행된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의 민간인 고위관리인 럼스펠드, 월포위츠 같은 사람들은 선제공격전략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 군부는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레이건 정부 시기인 1981년에 국방부의 민간인 고위관리들이 미국이 장기적 핵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핵전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전략적 방침을 수립했을 때, 미국 군부는 미국이 옛 소련과 장기적 핵전쟁을 벌이고 그 핵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레이건 정부의 전략적 방침을 사실상 외면하였던 것과 똑같은 현상이 오늘에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군부가 외면하는 군사전략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까? 부시 정부의 선제공격전략은 바로 이 물음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문제다.

돌이켜보면, 레이건 정부가 미국 군부가 핵전쟁전략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전략을 고집하여야 했던 까닭은, 옛 소련을 이른바 '악의 제국'이라고 규정하면서 무한정한 군비경쟁으로 몰아가기 위한 정치적 동기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오늘 부시 정부가 미국 군부가 외면하는 선제공격전략을 채택하였던 것도 어떤 정치적 동기가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부시 정부가 선제공격전략을 공식화한 의도가 실제로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파악하려면, 먼저 두 가지 사실을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미국이 '작전계획 5027'을 공개한 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작전계획 5027'이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된 것은 남(한국)의 국방장관 이병태가 1993년 3월 23일 국회발언에서 그 대강의 내용을 언급한 것이 처음이었다. 미국의 군사기밀을 남(한국)의 국방장관이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매우 이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지시가 없었다면 그러한 공개행위는 애초에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미국은 왜 남(한국)의 국방장관의 입을 빌어 자기들의 군사기밀을 슬쩍 꺼내 보여주었던 것일까?

미국이 군사기밀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사건은 또 있었다. 1998년 10월 9일 주한미군사령부의 작전부 부참모장인 해병대 중장 레이먼드 아이어스(Raymond P. Ayres)가 미국 홍보원(U.S. Information Agency)의 초청으로 서울에 모인 미국의 아시아 담당 주요언론 대표단에게 비보도를 전제로 하여 '작전계획 5027-98'을 해설한 것이 두 번째 사건이다. (Selig S. Harrison, Korean Endgame [2002], 119쪽) 미국의 군사기밀을 야전사령부의 작전참모가 언론인들을 모아놓고 해설하는 것도 또한 매우 이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이 군사기밀인 '작전계획 5027'의 내용을 공개한 시점이다. 1993년 3월은 북(조선)과 미국이 영변 핵사찰 문제로 날카롭게 대결하고 있었던 긴장국면이었으며, 1998년 10월 역시 북(조선)의 우주발사체 겸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조·미 관계가 긴장국면에 빠져있었던 시기였다.

미국은 묘하게도 조·미 관계가 극도의 긴장국면에 빠질 때마다 자기의 군사기밀을 외부에 공개하는 이상한 행동을 되풀이하였던 것이다. 미국이 자기의 군사기밀을 외부에 공개했던 이상한 행동에는 북(조선)을 위협하려는 정치적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의 판단으로는, '작전계획 5027'이 핵선제타격을 상정하여 작성된 전쟁계획이라는 점은 틀림이 없으나, 그 전쟁계획은 한(조선)반도에서 실행될 가능성이 없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군사기밀사항인 '작전계획 5027'의 내용을 공개하였다는 것 자체가 그 작전계획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둘째, 미국이 '핵태세검토보고서'의 일부내용을 공개한 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미국의 군사기밀인 '핵태세검토보고서'의 일부내용이 미국의 민간 웹싸이트에 공개된 때는,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나오기 직전인 2002년 1월이었다. 미국이 군사기밀의 일부내용을 민간 웹싸이트에 흘려주는 것은 매우 이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핵태세검토보고서'의 일부내용이 웹싸이트에 흘러나온 시점도 역시 조·미 관계가 긴장국면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때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부시 정부가 '핵태세검토보고서'의 일부내용을 공개한 것은 부시가 이른바 '악의 축'으로 지목한 나라들에 대한 일종의 위협행위가 아닐까? 워싱턴에 있는 무기통제협의회(Arms Control Association)의 실행책임자 대릴 킴볼(Daryl G. Kimball)은 미국이 '핵태세검토보고서'를 공개한 것은 핵무기에 관한 협상분위기를 타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2002년 4월 18일자)

미국이 적대국에 대해서 핵선제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1년 걸프전쟁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브렌트 스카우크로프트(Brent Scowcroft)는 이라크군이 만일 걸프전쟁에 투입된 미군이나 이스라엘을 화학무기나 생물학무기로 공격하는 경우 '압도적이고 파멸적인 대응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그것은 핵공격을 뜻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실제로 핵공격을 가하려는 군사적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이라크군의 화학무기, 생물학무기의 공격을 억지하려는 정치적 의지의 표현이었다.

미국이 적대국을 위협하기 위한 정치적 동기에서 군사기밀인 핵전쟁계획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그 전략은 핵전력을 실제로 전쟁에 동원하는 것보다는 핵전력에 의하여 적대세력의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억지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4. 미국의 선제공격과 북(조선)의 보복공격

부시 정부가 국가안보전략의 중심내용으로 삼고 있는 선제공격전략은 모든 대상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 전략은 미국이 자기의 국가안보에 주된 위협,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고 일방적으로 규정한 적대적 대상에게 적용하는 군사전략이다. 그 전략은 미국을 대량파괴무기로 '위협'하고 있는 적대세력이 미국의 영토, 해외에 배치한 미군기지,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미국이 먼저 대량파괴무기로 공격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서 미국을 '위협'하는 대량파괴무기는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핵무기를 뜻하고, 미국이 선제공격에 동원하는 대량파괴무기는 핵무기를 뜻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선제공격전략은 적대세력의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핵공격으로 저지한다는 핵전쟁전략이다.

일부 언론들과 분석가들은 부시 정부의 선제공격전략이 이른바 '악의 축'을 군사적으로 침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2002년 1월에 부시가 연방의회 상하양원 연설에서 지목하였던 이른바 '악의 축'이란 이라크, 이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일부 언론들과 분석가들은 미국이 이 세 적대국들에 대해서 선제공격전략을 적용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 세 나라 가운데 이라크와 이란은 비핵국가인데 비해서, 북(조선)은 핵무장을 달성한 군사강국이다. 미국은 비핵국가에 대해서는 핵공격을 가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으며, 대량파괴무기로 '위협'하는 핵무장국가에 대해서만 핵공격을 가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한 미국의 말대로 하자면, 이른바 '악의 축' 가운데 핵무장국가는 북(조선)밖에 없으므로, 미국이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대상은 북(조선)으로 좁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두고 지금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이 북(조선)에 대한 침략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부시 정부가 선제공격전략을 공식화하였던 일련의 사건전개과정을 살펴보면,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끝낸 뒤에 북(조선)을 선제공격하여 핵전쟁을 도발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러한 우려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던 네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째, 2002년 10월에 부시 정부는 평양에서 열린 조·미 정치회담에서 농축우라늄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여 회담을 결렬시켰다. 그 회담의 결렬은 부시 정부가 제네바 조·미 기본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행동으로 이어졌고, 그에 따라 조·미 관계가 급속히 긴장상태에 빠져 들어갔다.

둘째, 미국의 저명한 논평가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Nicholas D. Kristof)가 『뉴욕 타임스』 2003년 2월 28일자에 '은밀하고 무서운 계획(Secret, Scary Plans)'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는데, 그 글에서 그는 지금 미국 국방부가 북(조선)을 핵무기로 선제공격하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셋째, 2003년 1월부터 주한미군의 감축 및 재배치에 관한 정보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였다. 부시 정부의 당국자들은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또는 후방으로 재배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그런데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또는 후방으로 재배치하려는 것은, 주한미군을 북(조선)이 겨누고 있는 대구경 장거리포의 사정권 밖으로 배치한 뒤에 북(조선)을 선제공격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겨났다.

넷째, 2003년 3월 19일 미국은 이라크 침략전쟁을 도발하였다. 미국이 이라크 침략전쟁을 끝내면 그 다음에는 북(조선)을 침략하는 전쟁을 도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한 우려는 현실로 될 것인가? 미국은 이라크 다음에 북(조선)을 전쟁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을 얻으려면, 먼저 미국의 선제공격전략과 관련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선제공격전략은 적대국을 초토화하는 재래식 전략핵무기로 선제공격을 가하겠다는 전략이 아니다. 그 전략은 적대국이나 반미테러조직의 지하요새를 전술핵무기로 선제공격하여 파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금 미국은 도시 전체를 파괴하는 재래식 전략핵무기에 관한 예산을 크게 삭감하고 있으며, 그 대신 적대국이나 반미테러조직의 지하요새를 파괴하는 새로운 전술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1998년에 클린턴 정부는 적대국의 견고한 지하시설을 공격·파괴하는 전술을 연구하기 위한 연방정부기관인 '방위위협감소국(Defense Threat Reduction Agency)'을 11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설치하였다. 이 정부기관은 견고한 지하요새를 파괴하는 무기를 개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의 핵전력을 관리하는 국가핵안보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의 국장인 미군 대장 존 고든(John Gordon)은 2002년 2월 연방의회 청문회의 증언에서 기존의 핵탄두를 지하요새 파괴용 핵폭탄으로 개조하기 위한 3년의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 2002년 3월 10일자)

2001년 12월 10일에 작성된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강조한 핵전력의 중요성은 적대국의 견고한 지하요새를 파괴하는 새로운 핵폭탄을 개발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군사전문가 윌리엄 아킨(William Arkin)에 따르면, '핵태세검토보고서'는 부시 정부가 기존의 핵탄두를 개조하여 지하요새 파괴용 핵폭탄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곧 착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3년 3월 10일자)

그러면 미국은 왜 적대국이나 반미테러조직의 지하요새를 전술핵무기로 파괴하려는 것일까? 그 까닭은 미국이 적대국이나 반미테러조직의 대량파괴무기가 지하요새에서 개발되거나 지하요새에 배치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시 정부가 전쟁계획에서 언급하고 있는 핵전쟁은 적대국을 초토화하는 전략적 핵전쟁이 아니라 재래식 전력과 배합된 전술적 핵공격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은 대량파괴무기 반확산정책과 결부된 전략이며, 따라서 지금 미국이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것은 적대국이나 반미테러조직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저지하거나 또는 그들이 보유한 대량파괴무기를 파괴하는 전술적 핵전력이다.

둘째, 미국이 선제공격전략을 구체적으로 어떤 대상에게 적용하는가 하는 문제다.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함으로써 미국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적대세력인가, 아니면 대량파괴무기를 실전배치하고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적대세력인가? 대량파괴무기를 반미테러조직에 제공하는 나라인가, 아니면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목하고 있는 나라인가?

부시 정부는 선제공격전략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느 적대세력에게 그 전략을 적용할 것인지를 밝히지 않았으나, 부시 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자기들끼리 그 전략을 적용할 대상에 관하여 계속 논의하였다. 그 논의는 대통령 부시, 국무장관 콜린 파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특수군사령관을 지낸 뒤에 반테러전쟁 담당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된 미군 대장 웨인 다우닝(Wayne Downing), 그 밖의 국가안보보좌관들과 연방의회의 지도자들 사이에서 진행되었다. (『뉴욕 타임스』 2002년 6월 17일자)

여기서 우리는 부시 정부의 각종 국가안보전략문서들에서 언급되고 있는 적대국들이 어느 나라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 전략사령부의 '전역기획활동'에서 언급된 대상은 부시가 이른바 '악의 축'이라고 지목했던 이라크, 이란, 북(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그에 더하여 시리아, 리비아, 중국, 러시아가 포함되어 모두 일곱 나라다.

2002년 12월 10일 백악관이 발표한 전략문서 '대량파괴무기와 싸우는 국가전략(National Strategy to Combat Weapons of Mass Destruction)'에 첨부되어 있는 부속문서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이 적용되는 대상들 가운데는 이란, 시리아, 리비아, 북(조선)이 들어있다고 지적하였다. (『워싱턴 포스트』 2002년 12월 11일자)

2002년 5월 3일 럼스펠드가 서명한 '방위기획지침'에 따르면, 미국은 강력한 재래식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조선)이나 중국 같은 나라와 전면전을 벌이는 전략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경험하였듯이 반미테러조직과 싸우는 전쟁에서 불의의 선제공격을 가하는 전략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2년 7월 13일자)

미국이 어떤 나라를 핵공격대상으로 정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이른바 '단일통합작전계획(SIOP)'이라는 국가기밀문서에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직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하여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 2002년 3월 10일자 기사에 따르면, 클린턴 정부 시기에 작성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단일통합작전계획'은 중국을 핵공격의 일차적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북(조선)과 몇몇 중동국가들도 핵공격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민해방군계의 『과기일보』사가 발행하는 주간지는, 중국이 남(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를 중거리미사일로 공격하고, 대만을 중성자탄으로 공격하면서 미국과 핵전쟁을 불사한다는 전면전으로 나간다면 미국은 대만을 완전히 포기할 것이며 따라서 대만의 무력합병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연합뉴스』 2000년 3월 22일자)

부시 정부의 고위관리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직접적인 위험은 세 가지인데, 중국의 대만공격, 북(조선)과의 전쟁, 이라크, 이란, 리비아, 시리아와의 대결이다. (『워싱턴 포스트』 2002년 3월 10일자)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상시적으로 배치한 지역은 동북아시아와 유럽이었다. 중동지역에는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상시적으로 배치되어 있지 않다. 미국의 전술핵무기 배치는 동북아시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두 가지 전쟁상황, 곧 중국의 대만공격과 북(조선)과의 전쟁을 상정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58년부터 한(조선)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상시적으로 배치하였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전역기획활동'은 핵공격대상을 중국, 북(조선), 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 러시아로 정하였으며, '단일통합작전계획'은 핵공격대상을 중국, 북(조선), 이라크, 이란, 시리아 등으로 정하였다. 그런데 '방위기획지침'은 핵공격대상을 적대국이 아니라 반미테러조직으로 정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핵공격대상을 적대국으로 정하는가 반미테러조직으로 정하는가 하는 차이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러면 그 차이는 왜 생겨난 것일까? 나는 그러한 차이가 전략핵무기를 동원한 전략적 핵공격인가 아니면 전술핵무기를 동원한 전술적 핵공격인가 하는 문제설정에 따라서 생겨난다고 판단한다. 미국은 북(조선), 중국, 러시아 같은 수많은 대량파괴무기를 실전배치한 군사강국은 전략적 핵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 반미테러조직과 연계되어 있다고 규정한 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 같은 반미국가들은 전술적 핵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부시 정부의 선제공격전략은 적대국이나 반미테러조직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전술적 핵공격으로 저지하는 대량파괴무기 반확산정책과 일맥상통하는 전략이다. 그러므로 부시 정부의 선제공격전략에 따라서 수립된 전쟁계획은 이미 대량파괴무기를 실전배치한 북(조선), 중국, 러시아 같은 군사강국에 대한 전략적 핵공격이 아니라,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적대국이나 반미테러조직에 대한 전술적 핵공격의 전쟁계획이라고 보아야 한다.

셋째, 미국은 어떠한 조건에서 선제공격전략을 수행하는가 하는 문제다. 적대국 또는 반미테러조직이 대량파괴무기로 미국의 영토, 해외에 배치한 미군기지,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했을 때 수행하는가? 아니면 아직 공격하지는 않았으나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을 때 수행하는가?

2002년 12월 10일 부시 정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새로운 반확산정책은 대량파괴무기가 다른 나라로 이전되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대량파괴무기를 생산하기 전에 대량파괴무기 개발체계를 파괴하는 목적을 가진 정책이다. (『워싱턴 포스트』 2002년 12월 11일자)

미국은 대량파괴무기를 가지고 있지 못한 나라, 또는 대량파괴무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으로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나라는 전략적 핵공격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대량파괴무기를 가지고 있지 못한 적대국에 대해서는 종래의 단계적 전쟁확대전략을 적용하면 되므로 구태여 전략적 핵공격을 가할 필요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걸프전쟁, 유고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은 모두 전략적 핵공격계획이 아니라 종래의 단계적 전쟁확대계획에 따라서 진행되었다. 미국 언론은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이 '럼스펠드 비망록'에 담겨있는 지침에 따라서 수행된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뉴욕 타임스』 2002년 10월 14일자) 미국 언론들은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가 '이라크 전역기획활동지침'에 따라서 이라크전쟁을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부시 정부가 북(조선)에 대해서 선제공격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사실과 부시 정부가 북(조선)에 대해서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현실문제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의도가 있다고 해서 그 의도가 곧 현실로 되는 것은 아니다.

부시 정부가 북(조선)에 대해서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현실문제를 결정하는 가장 중대한 요인은 북(조선)의 군사적 보복능력이다. 북(조선)이 군사적 보복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미국은 북(조선)을 선제공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조선)이 군사적 보복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미국은 북(조선)에 대해서 선제공격의 의도를 가지고 있어도 실행하지는 못할 것이다.

선제공격전략은 상대로부터 군사적 보복공격을 예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전략이다. 부시 정부의 정책결정권자들이 선제공격전략을 검토하면서 논쟁을 벌인 것은, 미국의 선제공격을 받은 북(조선)이 미국에게 보복공격을 가하는 경우 미국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워싱턴 포스트』 2002년 6월 10일자 기사에 따르면, 그 논쟁은 결국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이 북(조선)의 군사적 보복공격을 억제할 것이라는 전제에 의해서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선제공격을 당한 북(조선)은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선제공격을 받아도 미국에게 보복공격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제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이 북(조선)의 보복공격을 억제할 것이므로, 미국은 북(조선)에게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비과학적인 발상이다. 그것은 일종의 주관주의적 오류로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부시 정부의 안팎에서 북(조선)의 군사적 보복공격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어 있다는 사실에 있다.

『워싱턴 타임스』 2003년 1월 1일자 기사와 『워싱턴 포스트』 2003년 1월 6일자 기사에서 지적한 대로, 지금 부시 정부의 안팎에서는 미국이 북(조선)에게 선제공격을 가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too risky)'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워싱턴 포스트』 2003년 1월 2일자 기사에 따르면, 클린턴 정부 시기에 북(조선)에 대한 선제공격이 심각하게 논의된 적이 있었고, 부시 정부가 선제공격전략을 국가안보전략으로 공식발표하였는데도, 지금 부시 정부 안에서 북(조선)에 대한 선제공격을 지지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클린턴 정부 시기에 국방장관을 지냈던 윌리엄 코엔(William S. Cohen)도 『워싱턴 포스트』 2003년 1월 7일자에 실은 자기의 글에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은 가능하겠지만 '중대한 위험(significant risk)'을 가져온다고 우려를 표명하였다.

이처럼 북(조선)에 대한 선제공격이 너무 위험하다는 인식이 부시 정부의 안팎에 널리 퍼져있는 것은, 북(조선)의 군사적 보복공격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북(조선)의 보복공격 때문에 선제공격을 가할 수 없다는 말이다. 북(조선)의 대량보복공격(massive retaliation attack)에 대한 공포, 바로 이것이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을 사실상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카터 정부 시기에 백악관 국가안보담당관을 지냈던 노회한 전략가 즈빅뉴 브레진스키(Zbigniew Brezinski)는, "북(조선)과 이라크의 경우가 말해주는 것은 미국을 진짜 위협하는 나라(북[조선]을 뜻함)에게는 선제공격전략이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위협적이지 못한 상대(이라크를 뜻함)를 타격하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고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레진스키의 말대로, 미국은 대량보복능력이 없어서 미국에게 위험부담을 주지 않는 허약한 이라크를 침공하였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는 전쟁을 일으킬 때, 선제공격전략에 따라서 침략전쟁을 도발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이라크에게 선제공격을 가하는 것은 고사하고, 개전 시기가 언론에 예고된 상태에서 침략전쟁을 도발하였다. 이라크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이라크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하고 속전속결 방식으로 바그다드를 점령하겠다고 한때 큰 소리를 쳤던 미국은 지금 이라크의 강력한 반격을 받아 주춤거리면서 전쟁전략마저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미국의 주장에 따르면, 이라크는 대량파괴무기(화학무기)를 가지고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적대국이다. 미국은 그러한 적대국에게 선제공격전략을 적용해야 마땅하다. 미국이 이라크를 선제공격하더라도 이라크가 미국에게 대량보복으로 반격하지 못한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미국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라크야말로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대상'인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선제공격전략의 '가장 적합한 대상'에 대해서 그 전략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미국은 이라크에 대해서 선제공격전략을 적용할 필요가 없었고 재래식 전쟁전략을 적용하면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한(조선)반도의 전쟁은 이라크전쟁과는 대비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격렬한 전투를 수반하게 될 것이다.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 로웰 재코비(Lowell E. Jacoby)는 "한(조선)반도의 전쟁은 폭력적이고 파괴적이 될 것이며, 예고가 거의 없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 2003년 3월 11일자)

1994년 5월말 미군 합동참모본부는 모든 야전사령관들과 4성 장군들을 워싱턴으로 집결시켜 북(조선)과의 전쟁계획을 검토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었던 게리 럭(Gary Luck)은 만일 한(조선)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미군 8만-9만명이 사망하고, 남(한국)군은 수십만명이 사망하고, 전쟁비용은 1천억달러, 유관국의 재정피해는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하였다. 미국 군부는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90일 동안에 미군 사상자 5만2천명, 남(한국)군 사상자 49만명, 전쟁비용 6백10억달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처럼 미국 군부가 자체적으로 평가한 사실을 놓고 보더라도, 북(조선)의 대량보복능력을 두려워하고 있는 미국은 북(조선)을 선제공격하여 전면전을 일으킬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북(조선)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은, 북(조선)의 대량보복능력이 고려되지 않은 전략이기 때문에 수행이 불가능한 전략이다.

그렇다면 부시 정부는 북(조선)의 대량보복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그래서 수행할 수 없는 전략을 왜 공개하였을까? 거기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 부시 정부가 선제공격전략을 세상에 공개한 정치적 의도는 미국의 대북 정책과의 연관성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그런 연관성에서 보면, 부시 정부가 2002년 9월에 선제공격전략을 공개한 사건과 10월에 조·미 정치회담을 결렬시킨 사건이 무관하지 않다. 나는 부시 정부가 조·미 정치회담을 시작하기 직전에 선제공격전략을 공개한 것은 북(조선)을 심리적으로 압박해보려는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둘째, 당시 이라크 침략전쟁을 앞두고 있었던 부시 정부는 선제공격전략을 공개함으로써 이라크를 비롯한 적대세력들의 대미 공격심리를 위축시키려고 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실제로 수행하지 않은 선제공격전략을 그 전쟁을 앞두고 공개하였던 것은, 선제공격전략의 공개가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5. 선제공격전략과 '작전계획 5027'

미국이 북(조선)을 선제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시나리오를 거론한다. 거론의 대상은 두말할 것도 없이 태평양군사령부와 한미연합군사령부가 합동으로 수립한 '작전계획 5027(CINCPAC/CFC OPLAN 5027)'이다.

선제공격전략과 '작전계획 5027'은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먼저 '작전계획 5027'에 관한 내용을 파악하여야 한다. 미군의 한(조선)반도 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7'은 지난 10년 동안 2년에 한 차례씩 갱신되었다. 군사전문 웹싸이트인 '세계안보'가 최근 '작전계획 5027'의 내용을 소개한 바에 따르면 그 작전계획은 다음과 같은 갱신과정을 거쳐왔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시나리오에 따르면, 북(조선)의 군사시설을 전술핵무기로 정밀타격하는 선제공격전략은 1983년에 실시된 팀 스피리트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도입되었고, 1984년부터 공지전(Airland Battle)전략과 종심공격전략이 도입되었다. 1985년 초에는 비(B)-61 전술열핵중력폭탄(tactical thermonuclear gravity bomb) 60발을 에프(F)-4, 에프(F)-16 전폭기들이 발진하는 군산의 미군기지에 배치하였다.

1994년에 작성된 '작전계획 5027-94(OPLAN 5027-94)'의 핵심내용은 군사분계선 남쪽 32-48km 지점에 동서로 길게 구축해놓은 알파-브라보-찰리 3중 방어선 (Forward Edge of Battle Area, FSBA)에서 북(조선)의 공격을 일차적으로 저지하고, 미군과 남(한국)군이 반격하기까지 15일-20일 동안 방어한다는 것이었다.

1996년에 작성된 '작전계획 5027-96(OPLAN 5027-96)'은 1994년도의 '핵위기' 이후에 전면적으로 재검토된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에 배치한 미군기지들을 이용하는 방안이 새로 첨부되었다.

1998년에 작성된 '작전계획 5027-98(OPLAN 5027-98)'은 이전의 '작전계획 5027'과 차이를 보인다. 기존의 '작전계획 5027'은 북(조선)의 공격을 저지하고 증원한 전투력을 동원하여 북쪽으로 밀어 부친다는 것을 중심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1998년판 '작전계획 5027'은 공격전략을 중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선제공격으로 북(조선)의 군사기지들을 파괴하고, 북(조선)군을 궤멸시키며 평양을 점령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를 해체시키는 전면전을 벌인다는 데 강조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작전계획 5027-98'에 포함되어 있는 5단계 전쟁계획은 1단계 전쟁 이전 작전단계, 2단계 거부작전 단계, 3단계 격멸작전 단계, 4단계 고립화작전 단계, 5단계 종전 이후 작전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3단계에서 미국의 기계화군단이 북침하게 되며, 4단계에서는 청천강에 북진한 미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바로 그 5단계 작전계획에 따른 전쟁훈련이 미국이 남(한국)에서 해마다 실시해오고 있는 '을지·포커스 렌즈 한·미합동군사훈련'이다.

2000년에 작성된 '작전계획 5027-00(OPLAN 5027-00)'에서 미국은 한(조선)반도의 전쟁에 병력 69만명, 함정 1백60척, 항공기 1천6백대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1990년대 초에 48만명, 1990년대 중반에 63만명이었던 것을 더욱 증강한 것이다. 이것은 미군 전체 병력 1백40만명 가운데 거의 절반을 투입하는 것으로서, 미국이 하나의 전쟁에 최대로 동원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할 수 있다. 걸프전쟁에서 미군 50만명이 동원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조선)반도의 전쟁은 미국이 자기의 전투력을 최대 규모로 동원하는 총력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는 그러한 총력전을 위한 군사력의 증강배치가 완료되기까지에는 거의 90일이나 걸린다는 것이다.

미국이 해마다 남(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미연합군 전쟁훈련인 '독수리연습(Foal Eagle)'과 '수용·대기·전방이동 및 통합연습(Reception, Staging Onward Movement and Integration, RSOI)'은 한(조선)반도의 전쟁에 미군 주력부대를 수송·투입하는 훈련이다. 올해 2003년에도 3월 19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하였다. 그 훈련은 미군의 전시증원병력 69만명을 한(조선)반도로 동원하는 전쟁연습이다. 그 훈련에서 이른바 '신속배치전력(Rapid Deployment Forces)'을 수송·투입하는 1단계 작전을 완료하는 시점은 개전 72시간 뒤로 정해져 있다.

미국이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을 하려면, 네브라스카주에 있는 전략사령부에서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를 명령하여 북(조선)에 대한 전략적 핵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면전은 대륙간탄도미사일만 가지고서 수행되는 것이 아니며, 전투력을 공격태세로 전환·이동·배치하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미군의 전투력은 언제나 한(조선)반도의 전쟁을 위하여 공격태세로 배치되어 있지는 않다는 데 있다. 미국이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을 하려면, 최첨단 군용기들인 에프(F)-117 스텔스 전폭기(Stealth Bomber), 이(E)-3 공중조기경보기(AWACS), 이(E)-8 합동감시목표공격 레이더체계(Joint Surveillance Target Attack System, JSTARS)를 갖춘 지상추적레이더 항공기(Ground-Tracking Radar Aircraft)를 동원·배치해야 한다. 그런데 스텔스 전폭기는 모두 미국 본토 뉴멕시코주의 홀로먼 공군기지(Holoman Air Force Base)에 보관되어 있다. 이 군용기들을 태평양의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Anderson Air Force Base)로 옮겨놓아야 한다. 뉴멕시코주에서 괌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문제려니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가 북(조선)의 중거리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2002년에 작성된 '작전계획 5027-02(OPLAN 5027-02)'는 9.11 사태 이후에 갱신된 작전계획이다. 이 작전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대량파괴무기를 동원하여 북(조선)에 대한 선제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004년에 작성될 '작전계획 5027-04(OPLAN 5027-04)'에는 북(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방어체계가 도입된다. 2004년 말에서 2005년 초에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 동남쪽 1백km 지점에 있는 미군기지 포트 그릴리(Fort Greely)에 지상배치 요격미사일을 배치하고, 이지스함 1-2척에 해상배치 요격미사일을 배치하고, 공중레이저 요격미사일의 원형을 제조하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작전계획 5027-04'에 나와있는 미사일방어체계를 세우기 위하여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국내법에 따르면, 새로운 무기체계는 실전배치 이전에 반드시 작동실험단계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데, 미국 국방부는 작동실험단계를 무시하고 미사일방어체계를 실전배치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하여 2003년 3월 18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드러난 몇 가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3년 3월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그 청문회에는 국방차관 에드워드 올드리지(Edward "Pete" Aldridge)가 참석하였다. 그는 국방부에서 무기조달사업을 담당한 최고관리다. 그의 청문회 발언에서 드러난 요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시 정부가 미사일방어체계를 수립하려는 군사적인 목적은, 북(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타격력을 무력화하려는 데 있다는 사실이다. 올드리지는 북(조선)이 발사한 미사일을 90% 요격할 수 있는 초보단계의 요격미사일 10기를 배치한 미사일방어체계를 2004년 말까지 가동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청문회에서 질문하였던 연방상원의 군사위원회 소속 상원의원들이나 그 질문에 답변하였던 국방부 관리들은 한결같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북(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조치임을 언급하였다. 국방장관 럼스펠드도 2003년 2월에 있었던 연방상원 청문회에서 북(조선)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둘째, 부시 정부가 미사일방어체계의 수립을 서두르는 정치적인 목적은, 조·미 대결에서 북(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 때문에 매우 불리해진 미국의 처지를 반전시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데 있다는 사실이다. 올드리지는 "미사일방어체계의 능력은 북(조선)과 대결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에게 훨씬 강화된 선택권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였다.

셋째, 부시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사업은 연방의회와 군사전문가들로부터 심각한 비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청문회에서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상원의원들은 올드리지가 보고한 미사일방어체계의 성능이 이전에 국방부가 제시했던 비공개자료들에서 밝혀진 성능에 비해서 과장되었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클린턴 정부 시기에 국방부의 고위급 무기사찰관이었던 필립 코일(Philip E. Coyle)은 지금까지 아홉 차례가 실시되었던 요격미사일 실험발사에서 다섯 차례만 성공했을 뿐이라고 하면서, 그 성공사례도 유인신호(beacon)가 장치되어 있는 가상미사일을 목표물의 탄도비행궤적이 입력되어 있는 요격미사일로 요격한 것이었다고 폭로하였다.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초속 1km 이상의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작전계획 5027'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한 한(조선)반도 전쟁시나리오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군의 전쟁계획은 전쟁이 북(조선)의 선제공격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조선)반도에서 전면전을 촉발시키는 선제공격전략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쪽은 북(조선)이 아니라 미국이다. 그런데도 '작전계획 5027'은 북(조선)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군사전략가들은 북(조선)의 선제공격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전략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북(조선)은 1991년에 미국이 도발하였던 걸프전쟁의 경험을 분석하면서, 미군이 이라크 주변에 집결할 시간적 여유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미국이 만일 한(조선)반도 주변에 미군병력을 증파하고 남(한국)에서 미국인들을 소개시키는 경우, 미국의 공격이 임박하였다고 판단한 북(조선)은 미국에 대해 선제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 군사전략가들의 견해는 엉터리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이 한(조선)반도 주변에 미군병력을 증파하고 남(한국)에서 미국인들을 소개시키는 것은, 북(조선)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전면전을 도발하겠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북(조선)은 미국의 선제공격이 임박한 순간에 미군이 대량파괴무기를 총동원하여 선제공격을 가해오기만을 가만히 기다리고 있지 않을 것이다.

둘째, 미군의 전쟁계획은 북(조선)이 재래식 무기만을 동원하고 대량파괴무기를 동원하지 않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선제공격전략을 공식화하기 이전에 공개한 한(조선)반도 전쟁시나리오에 따르면, 재래식 무기만을 동원하여 맞붙은 한(조선)반도 전쟁에서 사상자는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하여 적어도 1백만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의도적이든, 혹은 의도적이 아니었든 오산이다. 북(조선)은 재래식 무기만이 아니라 대량파괴무기도 동원할 것이므로 사상자는 1백만명이 아니라 수백만명이 될 것이다. 대량파괴무기에 의한 전면전에서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은 확인할 수는 없고 순전히 추산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부정확하지만, 재래식 전쟁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여야 한다.

셋째, 미군의 전쟁계획은 한(조선)반도에서 일어나는 전쟁이 장기간 계속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전계획 5027'은 전쟁기간을 적어도 넉 달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테면 1993년 12월 10일 미국 국방부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제출하였던 '작전계획 5027'은 미국이 한(조선)반도에서 고강도 전투(very high-intensity combat)를 넉 달 동안 수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다. 한(조선)반도의 전쟁은 전격전(blitzkrieg)이 될 것이므로 넉 달씩 끄는 전쟁기간을 상정할 수는 없다.

넷째, 미군의 전쟁계획은 북(조선)의 공격대상이 남(한국)에 국한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전계획 5027'은 태평양지역에 배치되어 있는 미국의 전략적 군사기지들이 북(조선)의 공격으로 파괴될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미국 본토의 전략거점들이 북(조선)의 대량보복공격으로 파괴된다는 점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조선)의 주된 타격대상은, 남(한국)군의 전략거점이 아니라 태평양지역에 널려있는 미군의 전략적 군사기지들과 미국 본토의 전략거점들이다. 북(조선)군은 전쟁을 오래도록 끌면서 얼마나 많은 미군과 남(한국)군을 살상하느냐가 아니라 미국과 남(한국)의 전쟁수행력을 얼마나 신속하게 마비시키느냐 하는 것을 전쟁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북(조선)군은 미국의 전략거점들을 파괴하는 공격력만 확보하면 된다.

그에 비해 미군의 경우는 다르다. 미군은 북(조선) 전역을 점령하는 것을 전쟁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미군은 북(조선)과의 전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점령하는 전쟁수행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미국의 군사적 공격을 받은 북(조선)이 미국의 최대도시이며, 세계자본주의체제의 심장부인 뉴욕을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보복공격하는 경우, 어떠한 사태가 일어날 것인가? 뉴욕의 핵참화에 관련하여 영국 의학자 세 사람이 연구한 결과를 담은 자료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인 의학자들이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방위위협감소국(DTRA)의 자료를 컴퓨터로 추산하여 2002년 2월 10일자 『영국의학저널』에 실은 자료에 의하면, 폭약(tnt) 12.5킬로톤(kt)의 파괴력을 가진 핵탄두 한 발이 뉴욕에 떨어질 경우, 25만명이 죽고 수십만명이 부상당할 것이라고 한다. 대형 핵탄두의 피해범위는 직경 4백km다. 2001년의 9.11사태에서 드러났던 경험을 생각한다면, 뉴욕시의 핵참화는 미국의 멸망과 세계자본주의체제의 파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만일 호흡기 탄저균(anthrax)이 생물학무기로 사용되는 경우 어떠한 사태가 일어날 것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탄저균 포자가 사람이 숨을 쉬는 데 따라 폐 속으로 들어가면, 10명 중 9명은 목숨을 잃는다. 1993년도에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수도 워싱턴 상공에 탄저균 포자 10kg이 살포될 경우, 약 13만-30만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예일대, 매사추세츠공대의 공동연구진은 2003년 3월 17일 미국 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탄저균 포자 1kg을 인구 1천만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에 살포할 경우, 모든 주민이 48시간 안에 항생제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12만3천명이 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의 브르킹스 연구소가 2002년 4월 30일에 발표한 보고서 '미국 본토 보호'에 따르면, 미국의 대도시가 생물학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을 경우, 핵탄두에 의한 공격을 받는 것보다 10배 이상이 많은 1백만명이 죽고, 수천억달러의 피해를 입는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다섯째, 미군은 북(조선)의 공격→남(한국)의 방어→미국의 반격이라는 3단계 전쟁경로를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사전문 웹싸이트인 '세계안보'가 최근 '작전계획 5027'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전략가들은 북(조선)이 미군 주력부대가 한(조선)반도에 도착하기 전에 전격전을 벌여 순식간에 남(한국) 전역을 점령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북(조선)군과 미군 사이에 장기적 공방전이 1백20일 동안 지속되는 그런 전쟁상황은 이제 상정할 수 없게 되었다. 북(조선)군은 주한미군과 남(한국)군의 방어선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서울을 포위·점령하고 남(한국) 전역을 점령할 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미국이 한(조선)반도에 주력부대를 증파하기 전에 태평양의 전략적 군사기지들과 미국 본토의 전략거점들을 대량파괴무기로 공격하여 미국의 전쟁수행력을 신속하게 마비시킬 것이다. 그런 까닭에 주한미군과 남(한국)군이 북(조선)군의 공격을 15일-20일 동안 방어한다는 개념설정 자체가 불가능하며, 미군 주력부대를 수송·투입하여 대규모의 반격을 가한다는 개념설정도 역시 불가능하다.

1996년 6월에 발행된 미국의 군사전문지 『디펜스』는, 1996년 5월에 남(한국)으로 넘어간 북(조선)의 공군대위가 주한미군 군사관계자들에게 북(조선)군의 전격전 계획을 밝혔음을 보도한 바 있다. 그 보도에 따르면, 북(조선)은 개전 하루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1주일 안에 남(한국) 전역을 점령함으로써 전쟁을 끝내는 7일 전쟁계획을 세워놓았다고 한다.

전시에 미군 전폭기들이 한(조선)반도로 이동하는 시간은 13시간, 지상군 1개 여단의 장비를 이동하는 시간은 10일, 항공모함 전단이 이동하는 시간은 14일이다. (『연합뉴스』 1999년 11월 21일자) 따라서 북(조선)군으로서는 10일 안에 전격전을 벌여 전쟁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7일 전쟁계획은 이러한 조건에서 수립된 전쟁시나리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당시 주한미군 대변인의 발언에 따르면, 북(조선)군의 7일 전쟁계획을 전해들은 미군 관계자들은 망명자가 북(조선)의 전쟁능력을 과장하였다고 지적하면서, 그 계획은 허망한 꿈이라고 비웃었다고 한다. 그러나 북(조선)의 7일 전쟁계획은 미국의 1백20일 전쟁계획을 담은 '작전계획 5027'처럼 외부에 공개한 것이 아니라 군사기밀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쟁계획을 공상소설처럼 작성하는 어리석은 나라는 없다. 더욱이 군사를 매우 중시하는 북(조선)에서 과학적인 분석에 기초하여 전쟁계획을 주도면밀하게 작성하였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북(조선)군의 공격→남(한국)군의 방어→미군의 반격이라는 1백20일 동안의 다단계 전쟁경로를 상정하고 있는 '작전계획 5027'은, 미국 중부사령부가 작성한 미군의 이라크 전쟁계획인 '작전계획 1003'과 비교할 때, 두드러진 차이가 보인다. '작전계획 1003'도 '작전계획 5027'처럼 5단계로 되어 있다. 1단계는 특수부대의 사전침투 단계, 2단계는 상륙작전과 전략공습(strategic bombing) 단계, 3단계는 지상군의 전선돌파 단계, 4단계는 바그다드 포위공격 단계, 5단계는 점령군 정책시행 단계다. '작전계획 1003'에서는 이라크군의 방어나 반격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 '작전계획 5027'은 북(조선)군의 공격을 상정하고 있는 데 비해, '작전계획 1003'은 이라크군의 공격을 상정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이라크군의 공격을 상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형식적으로는 5단계 전쟁계획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군이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1단계 전쟁계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미군의 '작전계획 5027'에서는 북(조선)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내느냐 하는 것이 전쟁의 운명을 결정하는 최대의 문제가 된다.

위에서 지적한 '작전계획 5027'의 맹점들은 미국의 군사전략가들이 한(조선)반도 전쟁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저지르고 있는 착오가 아니다. 바로 그 맹점들 때문에 미국의 전쟁시나리오는 신빙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또 다른 한(조선)반도 전쟁계획을 은밀히 작성해두었으면 몰라도, 현재 공개되어 있는 1백20일 전쟁시나리오인 '작전계획 5027'을 가지고서는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미국의 1백20일 전쟁시나리오에는 북(조선)의 전격전과 대량보복능력이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것은 실제로 전쟁을 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미국이 그 전쟁시나리오에 따라서 해마다 대규모 전쟁연습을 실시하고 있는 까닭은, 북(조선)에게 압박감을 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명백히 해두어야 할 것은, 미국이 '작전계획 5027'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미국이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도발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 '작찵계획 5027'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의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도발할 의지를 포기했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지적해야 할 중대한 문제는, 미국의 전쟁도발의지가 북(조선)의 강력한 힘에 의해 억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전쟁도발의지와 북(조선)의 전쟁억지력 가운데 어느 것을 중심에 놓고 한(조선)반도의 군사상황을 파악할 것인가? 만일 미국의 전쟁도발의지를 중심에 놓고 한(조선)반도의 군사상황을 파악한다면, 한(조선)반도의 전쟁위기설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북(조선)의 전쟁억지력을 중심에 놓고 한(조선)반도의 군사상황을 파악한다면, 한(조선)반도의 전쟁위기를 영구히 소멸시키는 조·미 불가침조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만일 북(조선)의 전쟁억지력이 미약하다면, 한(조선)반도는 이라크 전쟁 이후에 전쟁위기로 휩쓸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의 경우다. 북(조선)의 강력한 전쟁억지력은 미국을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4월 3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