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최근 정세에 대한 인식과 전망, 그리고 현 정세의 요구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1. 사회·역사관을 정세인식의 중심에 세우는 문제

2. '핵문제'의 현상을 올바로 읽는 법

3. 우리 나라가 자주화되는 경로를 전망함

4. 미국이 조·미 기본합의를 파기한 의도와 파기의 결과

5. 미국의 선제핵공격전략 공개와 우리 나라의 전쟁위험지수

6. 2003년의 반미자주화운동은 정세의 요구다

 

나는 얼마 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의 한 일꾼으로부터 네 통의 전자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전자편지들에는 매우 복잡하고,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우리 나라의 최근 정세에 관한 그의 견해가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서술되어 있었고, 그것과 더불어 나의 견해를 묻는 몇 가지 질문이 들어 있었습니다.

나는 이 글을 그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쓰려고 합니다. 전자우편을 통한 대화가 우리 나라의 최근 정세에 대한 관점을 올바로 세우고, 정세의 요구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데서 하나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사회·역사관을 정세인식의 중심에 세우는 문제

 

첫 번째 편지에서 그는 매우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였습니다. 정세를 인식하는 데서 현상과 본질을 가려보아야 한다는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그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물을 현상과 본질의 두 가지 측면에서 상호연관적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현상이 없는 본질이 있을 수 없고, 본질이 없는 현상이 있을 수 없습니다. 현상과 본질의 상호연관성을 이해하는 데서 중요한 것은, 사물의 현상만을 보아서는 안 되며,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현상이 발생된 원인을 본질에서 찾고, 본질을 중심으로 현상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역사적 운동에 의해서 전개되고 있는 정세의 변화와 발전은, 다른 사물들의 변화와 발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기한 현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세의 현상과 정세의 본질을 가려보는 것은 정세인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정세의 현상은 노출되어 있는 반면에 정세의 본질은 은폐되어 있습니다. 정세를 인식하는 안목은 복잡·다기하게 노출되어 있는 현상에 의해서 헷갈려서는 안 되며, 그 본질을 꿰뚫어보아야 합니다. 현상발생의 원인을 본질에서 찾고, 본질을 중심으로 현상을 인식하는 원리가 정세를 인식하는 전과정에 명철하게 작용되어야 합니다.

정세의 본질을 꿰뚫어본다는 말은, 정세를 과학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정세에 대한 과학적 인식의 근본이 사회·역사관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나는 정세를 과학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근본인 사회·역사관에 대해서 잠깐 말하려고 합니다.

정세를 과학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근본인 사회·역사관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그것은 가장 과학적인 사회·역사관이 밝혀주고 있는 두 가지 진리입니다. 두 가지 진리는, 매우 복잡·다기하게 얽혀있는 사회·역사적 현실이 발전의 합법칙성을 따라서 운동하고 있다는 진리, 그리고 사회·역사의 합법칙적 발전을 추동하고 있는 주체는 인민대중이라는 진리를 말합니다.

이 두 가지의 서술내용을 왜 진리로 보는가 하는 문제는, 많은 설명을 요구하는 철학적 문제이므로, 이 글에서는 그 문제까지 해설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정세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사회·역사관의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한 바탕에서 정세를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 나라의 정세를 과학적으로 인식할 때 요구되는 것은 과학적 정세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을 세우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회·역사발전의 합법칙성의 문제를 해명하는 사회·역사관, 사회·역사의 합법칙적 발전의 주체의 문제를 해명하는 사회·역사관을 정세인식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역사관의 진리를 외면하고 '핵문제'의 현상에 관하여 이러저러한 견해와 주장을 쏟아내고 있는 내외 언론들과 분석가들에게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사회·역사관의 진리의 빛으로 '핵문제'의 현상을 비춰보면서 그 속에 들어있는 본질을 찾아내야 합니다.

거의 모든 언론들과 분석가들은 북(조선)이 무엇을 위하여 미국과 정치·군사적으로 대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조·미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요란하게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정보가 부족해서 그럴까요? 아니면 정보분석력이 없어서 그럴까요? 저들이야말로 엄청난 정보를 장악하고 있으며,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핵심정보들을 독점하고 있는 자들입니다. 정보에 대한 수집, 분석, 판단에서 저들은 다른 사람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숙련된 고급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들의 정세인식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정보수집력이나 정보분석력의 유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의 정세가 사회·역사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변화·발전되고 있다는 사회·역사관의 진리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좀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저들은 진리의 빛이 비치지 않는 어둠 속에서 정세를 이러쿵저러쿵 논하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저들의 정세인식은 그것이 제 아무리 그럴싸한 언사로 치장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비과학적인 것이며 구경에는 공허한 담론으로 되고 맙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세인식은 저들의 비과학적인 정세인식과 달라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나라의 정세가 사회·역사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서 변화·발전하고 있다는 사회·역사관을 무엇보다 중시하면서 그것을 정세인식의 근본으로 삼아야 합니다.

여기서 사회·역사발전의 합법칙성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사회·역사적 현실이 자주적으로 발전되어 가는 법칙을 뜻합니다. 사회·역사발전의 합법칙성이란 곧 자주화의 법칙성을 뜻합니다. 우리 나라의 정세가 사회·역사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서 변화·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나라의 자주화가 실현되고 있다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자주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미국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반미자주화입니다. 여기서 나는 구속과 압박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속박이라는 개념과 그 속박에서 벗어난 상태를 의미하는 자주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우리 나라가 미국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자유라고 하지 않고 자주라고 합니다.  

우리 나라가 미국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반미자주화는 두 가지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을 뜻합니다. 반미자주화의 첫째 뜻은 미국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미국의 지배주의 책동에 의해서 구속되어 있는 것은 우리 나라의 남쪽 절반인 남(한국)입니다. 남(한국)이 미국에게 구속되어 있다는 말은, 남(한국)의 자주권이 미국에게 구속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자주권이란 남(한국)의 모든 분야에서 남(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주적으로 행사하는 권리를 뜻합니다. 정치, 군사, 외교, 경제, 문화, 사상의 자주권이 미국에게 구속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더 논할 필요도 없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철저하게 구속되어 있는 것은 군사권과 외교권입니다. 남(한국)의 군사권과 외교권은 미국에게 완전히 구속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국가주권은 국가구성원의 개별적 영역에서 사적으로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영역에서 전사회적으로 행사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남(한국) 사회의 개별적 구성원들은 남(한국)의 자주권이 미국에게 구속되어 있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개별적으로 거의 경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군사권과 외교권의 구속여부를 체험할 수 없는 것이지요. 남(한국)의 자주권을 구속하고 있는 미국의 지배주의 책동은 남(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의 사적 영역에서는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남(한국) 사회의 구성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사회가 미국의 지배주의 책동에 의해 구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본질을 알지 못하는 것이지요.

남(한국)이 미국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남(한국)이 자기의 자주성을 찾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남(한국)이 자기의 군사권과 외교권을 자주적으로 행사하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주성을 찾는다는 것은 다른 모든 분야에서 자주권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물론인데, 특히 남(한국)과 미국의 관계에서는 군사권과 외교권이 그 양자 관계의 성격과 내용을 일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므로 가장 중요합니다.

반미자주화의 둘째 뜻은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미국의 대결주의 책동에 의해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우리 나라의 북쪽 절반인 북(조선)입니다. 그러므로 미국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은 북(조선)이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주성을 완성하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북(조선)은 외부의 속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국가적 자주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만, 외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으므로 자주성을 완성하였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민족은 다른 사회적 집단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형태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자주적으로 살며 발전하려는 본질적 속성을 지닌 사회적 집단입니다. 특히 북(조선)은 다른 사회적 집단들과 달리 자주적 요구와 자주적 역량이 매우 강한 집단입니다.

우리 나라의 자주화는 자주적 요구와 자주적 역량이 매우 강한 집단의 주도적인 투쟁과 노력에 의해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우리 나라의 정세가 북(조선)의 반미자주화운동을 중심으로 변화·발전되고 있다는 것은, 오늘의 현실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북(조선)의 반미자주화운동은 조·미 두 나라가 정치·군사적으로 대결하는 적대관계 속에서, 그 관계를 청산하는 방향, 곧 조·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미 관계의 정상화라는 외교적 개념은 북(조선)의 반미자주화라는 사회·정치적 개념과 일치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이 정치·군사적으로 대결하고 있는 적대관계는 50년 이상 지속되었는데, 오늘에 이르러서는 이른바 '핵문제'로 더욱 첨예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들과 분석가들은 더욱 첨예하게 된 '핵문제'의 현상만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현상 속에 들어 있는 본질을 밝혀내야 합니다.

 

2. '핵문제'의 현상을 올바로 읽는 법

 

미국이 '핵문제'를 가지고 우리 나라에서 정치·군사적인 대결을 첨예하게 만들어 가는 현실에 대한 인식은 적대관계의 현상에 대한 인식입니다. 조·미 사이에 격돌하고 있는 '핵문제'는 조·미 관계의 현상에 드러나 있는 문제입니다.

먼저 '핵문제'의 현상을 분석하겠습니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현재 '핵문제'는 두 가지 현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첫째는 북(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인데, 미국이 북(조선)의 안전보장을 국제법적으로 보장하는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는 요구입니다. 둘째는 미국이 북(조선)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인데,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것을 국제법적으로 보장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핵문제'의 현상에는 이 두 가지 상충되는 요구가 들어 있습니다만, 그것은 '핵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자기를 소멸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적대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미국에게 북(조선)이 자기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입니다. 좀 거친 비유가 될지 모르겠으나, 북(조선)의 불가침조약 체결제안은 마치 칼을 들고 침입하려는 강도에게 칼을 내려놓고 재산과 인명을 보호해달라는 제안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강도가 강도의 본성을 버리지 않는 한, 재산과 인명을 보호해달라는 상대의 요구를 들어줄리 만무합니다.

미국에게 북(조선)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어도 조·미 관계에서는 미국에게 제국주의적 침략본성을 포기하라는 요구입니다. 북(조선)은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기만 하면 조·미 관계에서 미국은 제국주의적 침략본성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북(조선)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본성에 대해서 그렇게 천진난만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북(조선)은 미국에게 제국주의적 침략본성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는 북(조선)의 제안에 들어있는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핵문제'의 현상에 관련한 이러저러한 논란들, 다시 말해서 현상적 인식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

북(조선)이 '핵문제'와 관련한 해법으로 내놓은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제안의 본질은 우리 나라의 자주화입니다. 조·미 두 나라 사이에서 발생한 정치·군사적인 대결의 본질은 우리 나라의 자주화를 위한 북(조선)의 투쟁입니다. 북(조선)은 우리 나라의 자주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미국에 맞서서 정치·군사적으로 대결하고 있습니다. 대결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북(조선)은 '핵문제'로 첨예하게 된 조·미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나라의 자주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물론 조·미 불가침조약이 체결되면 정치·군사적 대결상태가 일정하게 해소되겠지만, 그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문제는 무력침략을 예방하는 군사적 조치를 넘어서 우리 나라를 자주화하기 위한 원대한 정치과업의 출발점입니다. 지금 미국이 북(조선)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는 제안에 응하지 못하는 까닭은, 조·미 불가침조약이 체결되면 반미자주화의 정치과업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핵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조·미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을 해결하는 것은 오직 우리 나라의 자주화 실현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다른 방도는 없습니다.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현상적으로 인식하면 북(조선)에 대한 안전보장조치로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인식하면 우리 나라의 자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만일 우리 나라의 자주화라는 본질을 놓치고 '핵문제'와 그 해법의 공방전에 관한 이러저러한 현상들만 바라본다면, 그것은 겉모습만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처럼 북(조선)이 '핵문제'를 놓고 정치·군사적으로 미국과 대결하고 있는 목적은 대결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 나라를 자주화하는 것인데도, 미국은 북(조선)이 정치·군사적인 대결을 중지하면 그 대가로 북(조선)에게 식량과 에너지를 지원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조선)은 식량과 에너지를 지원 받기 위해서 미국과 정치·군사적으로 대결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미국은 엉뚱한 해결책만을 고집하면서 '핵문제'의 본질을 은폐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는 것은, 북(조선)의 '핵문제'의 본질은 우리 나라를 자주화하는 문제이며, 미국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자주성을 완성하는 역사적인 과업이라는 점입니다. 북(조선)의 '핵문제'는 우리 민족의 반미자주화운동에서 나타난 하나의 현상으로 보아야 합니다. 자, 이것으로 '핵문제' 현상의 한쪽 측면이 해명되었습니다. 그러면 '핵문제' 현상의 다른 한쪽 측면은 어떻게 해명하여야 하겠습니까?

두 번째 측면은 미국이 북(조선)에게 요구하고 있는 측면을 말하는데,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것을 국제법적으로 보장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것입니다. 언뜻 들으면 그럴싸한 말로 들리지만,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입니다.

북(조선)은 이미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3대 대량파괴무기를 자체의 힘으로 개발·보유하였고, 그러한 전략무기의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을 높은 수준에서 개발·완성한 군사강국입니다. 이 사실에 관해서 나는 이전에 발표한 논문들에서 자세하게 서술한 바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미국은 북(조선)이 3대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한 군사강국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사실에 관해서도 나는 이전에 발표한 논문들에서 자세하게 서술하였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2003년 1월 2일자 보도는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Colin L. Powell)이 2002년 12월 29일 미국 언론과의 대담에서 "북(조선)은 이미 오래 전에 몇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였다."고 밝혔음을 언급하면서, 지난 시기 클린턴 정부는 북(조선)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불분명한 견해를 표명하였는데 비하여 부시 정부는 북(조선)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대충 인정하면서 곧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가볍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미국의 분석가 베닛 램버그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3년 1월 16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북(조선)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집을 수 없으며, 뒤집을 수 없는 것을 뒤집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하고, 미국은 북(조선)의 핵문제에 대해서 경제적 영향력도 외교적 영향력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은 북(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것을 국제법적으로 보장하는 조치를 취하라는 요구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이미 개발을 완료한 상대에게 개발하지 말라는 요구를 들이대는 것은 논리적 모순입니다. 미국의 요구가 논리적으로 모순이 되지 않으려면, 미국은 북(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폐기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그러한 폐기요구는 차마 들이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개발 중지요구가 이처럼 논리적 모순으로 보이는 까닭은, '핵문제'의 현상만을 보고 본질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북(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개발 중지요구는 어떠한 본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미국은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인정하지 않고 남(한국)에 대한 구속과 북(조선)에 대한 압박을 계속 자행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북(조선)에게 핵무기 개발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는 근본목적은,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제국주의적 본성에 따라서 우리 나라에 대한 지배주의 책동과 대결주의 책동을 계속 자행하겠다는 데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 나라의 최근 정세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정세의 본질은 우리 민족의 자주성과 반미자주화운동을 한편으로 하고, 미국의 제국주의적 본성과 지배주의, 대결주의 책동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투쟁이라는 것입니다. 그 투쟁은 지난 50년 이상 우리 민족이 걸어온 역사가 말해주고 있는 대로 매우 어려운 투쟁이며, 또한 매우 격렬한 투쟁입니다.

 

3. 우리 나라가 자주화되는 경로를 전망함

 

두 번째 편지에서 그는 북(조선)이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하였음을 지적하면서, 북(조선)이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여 우리 나라의 정세를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 것인지를 나에게 질문하였습니다.

북(조선)이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여 우리 나라의 정세를 끌고 가려는 방향은 명백하게 우리 나라의 반미자주화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위에서 이미 언급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관심하여야 할 문제는 우리 나라의 자주화를 실현하는 경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자주화 문제는 수다스런 논객들이 즐기는 한가한 담론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자주적으로 살며 발전하려는 자기의 사회·정치적 요구를 실현하는 최고의 과업입니다.  

우선 미국이 우리 민족을 속박하고 있는 현실을 살펴봅시다. 그 속박은 한·미 동맹체제에 의해서 결정·유지되고 있습니다. 한·미 동맹체제는 미국이 남(한국)을 보호한다는 뜻을 가진 동맹체제가 아니며, 미국과 남(한국)이 대등한 지위에서 맺은 일반적인 뜻을 가진 동맹체제도 아닙니다. 한·미 동맹체제는 미국이 남(한국)을 구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조선)을 압박하고 있는 제국주의적 책동의 거점입니다. 한·미 동맹체제는 '동맹'으로 위장한 지배·예속체제입니다.

한·미 동맹체제는 두 가지 기둥 위에 세워져 존립하고 있습니다. 첫째 기둥은 정전협정입니다. 1953년에 체결된 정전협정은 원래 북(조선), 중국, 미국이 체결당사자로 되었지만, 중국은 우리 나라에서 자기 군대를 이미 오래 전에 철수하였고, 정전협정체제를 관리·유지하는 군사정전위원회에서도 자기의 대표단을 철수하였으므로, 정전협정의 법적 효력을 받고 있는 정전협정체제의 당사자는 조·미 두 나라입니다.

한·미 동맹체제가 우리 나라의 정전상태에 대처하기 위하여 성립된 체제라는 점에서 보면, 정전협정체제와 한·미 동맹체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미 동맹체제는 우리 나라의 정전상태를 자기의 존재이유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일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교체되어 정전협정체제가 소멸되는 경우, 한·미 동맹체제도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기둥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입니다. 한·미 동맹체제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자기의 존재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만일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없다면, 한·미 동맹체제는 성립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자주화는 어떤 경로로 실현되는 것일까요? 그 경로는 한·미 동맹체제가 소멸하는 과정과 일치합니다. 한·미 동맹체제는 그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두 개의 기둥이 제거될 때 소멸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우리 민족이 그 두 개의 기둥을 어떻게 제거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정세변화가 잘 말해주고 있는 대로, 북(조선)은 한·미 동맹체제를 소멸시키고 우리 나라를 자주화하기 위하여 그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두 개의 기둥을 차례로 제거하고 있는 중입니다. 북(조선)은 우선 정전협정부터 무효화하였습니다. 북(조선)은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하고 그 대신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하였습니다. 그로써 정전협정체제를 유지·관리해온 주체인 군사정전위원회는 사실상 마비되었습니다. 유지와 관리의 주체가 마비되었으므로 정전협정체제가 마비된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지금 우리 나라의 정전상태는 정전협정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인민군과 한·미 연합군 사이의 무력균형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북(조선)의 정전협정 무효화 조치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교체하는 정치과업이 전면에 제기되었으며, 따라서 한·미 동맹체제는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북(조선)은 정전협정을 무효화한 뒤에 지금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무효화하는 두 번째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주한미군에 의해서 유지·관리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철수되면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사실상 무효화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무효화하려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면 됩니다.

북(조선)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주둔명분을 제거하고 철수를 요구하는 조건을 미국에게 제시하여야 합니다. 미군의 주둔명분은 이른바 '북의 남침위협'으로부터 남(한국)을 보호한다는 것이므로, 조·미 사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시키는 한편, 남북의 적대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전환시키면 주한미군이 주둔할 명분은 모두 사라지고 맙니다.

6.15 공동선언 발표와 그 이행은 남북의 적대관계를 화해·협력관계로 전환시키고 있는 역사적 사변입니다. 6.15 공동선언에 따라서 남북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화해·협력관계로 전환하는 것은, 미국이 만들어놓은 '북의 남침위협'이라는 구실이 사라지는 것을 뜻하므로, 6.15 공동선언의 이행은 미군의 주둔명분을 제거하는 조치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6.15 공동선언의 이행은 주한미군의 주둔명분을 제거함으로써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무효화하게 될 것입니다.

북(조선)이 6.15 공동선언 이후에 주한미군의 주둔명분을 제거하기 위하여 취하려는 또 하나의 조치는 조·미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조·미 사이의 정치회담이 다시 열리면 조·미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가 논의되리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북(조선)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면, 주둔명분을 제거하는 것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조건을 미국에게 제시하고 그것을 관철하여야 합니다. 주한미군 철수요구를 관철하기 위하여 북(조선)이 취하고 있는 조치는 미국에 대한 초강경한 압박입니다. '핵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정치·군사적 대결은 바로 그 압박에 의해서 발생된 것입니다. 북(조선)은 '핵문제'를 가지고 미국에게 주한미군을 철수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북(조선)의 요구는, 미국이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조선)의 반미자주화운동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무효화하기 위한 투쟁입니다.

다른 한편, 남(한국)의 반미자주화운동은 주한미군을 철수하기 위한 투쟁을 대중적 단계로 올려놓고 있습니다. 지난날 남(한국)에서는 남(한국) 정권의 탄압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웠지만, 지금 남(한국)의 민족민주운동세력은 주한미군 철수라는 전략적 구호를 당당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는 기존의 운동권 안에서 통용되었던 투쟁구호가 아니라 전사회적인 차원에서 민중의 정치적 요구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남(한국)의 반미자주화운동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무효화하기 위한 민중의 투쟁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요구는 남과 북의 지역범위를 넘어 우리 민족의 공통적인 요구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북(조선)은 '핵문제'를 가지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요구를 들이대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남(한국)에서는 주한미군 철수운동이 대중적으로 확산되어 미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라고 요구하면서 반미자주화운동을 더욱 활발히 전개하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무효화될 것입니다.

주한미군 철수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북(조선)과 남(한국)의 반미자주화운동은 2003년에 이르러 전례 없이 강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2003년은 우리 나라의 반미자주화운동이 도약하는 시기이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한 복판에 파열구를 뚫어놓는 시기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짓눌러 왔던 한·미 동맹체제는 2003년을 전환점으로 하여 소멸의 길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4. 미국이 조·미 기본합의를 파기한 의도와 파기의 결과

 

세 번째 편지에서 그는 미국이 조·미 기본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의도가 무엇인가를 나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나라의 정세를 인식하는 데서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1994년 10월 제네바에서 체결된 조·미 기본합의는 북(조선)의 영변 핵시설 동결과 그에 따른 보상으로서의 신포 경수로 건설, 그리고 조·미 관계의 정상화 추진이라는 두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그 두 가지 내용 가운데서 후자를 무시하고 전자에만 집착하였습니다. 전자의 내용 가운데서도 북(조선)의 영변 핵시설 동결에만 관심을 두었고 그에 따른 보상으로서 신포에 경수로를 건설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힘쓰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눈에는 당초에 북(조선)의 '핵개발 저지'라는 목표밖에 보이는 것이 없었으므로 당연히 그러했을 것입니다. 북(조선)의 핵개발을 저지하겠다는 미국의 목표는 현상으로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 본질은 우리 나라에 대한 속박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위에서 언급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북(조선)의 '핵개발 저지'라는 목표만을 안중에 두었던 미국이 어째서 신포 경수로를 건설하겠다고 선뜻 약속하였던 것일까요? 거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1994년 10월 당시 미국은 북(조선)이 신포 경수로를 건설하는 10년 기간 안에 붕괴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북(조선) 붕괴설'과 신포 경수로 건설은 미국의 정세인식에서 분리될 수 없는 한 쌍의 고리로 엮어져 있었던 것이지요. 미국의 견지에서 보면, 북(조선)의 붕괴는 우리 나라에 대한 속박의 완결단계인 것입니다. 미국은 어리석게도 1994년 이후 10년 안에 우리 나라에 대한 자기의 속박이 완결단계에 들어서리라고 망상하였습니다.

그러한 사정을 뒤집어보면, 북(조선)이 붕괴하지 않을 경우, 신포 경수로 건설에 대한 미국의 책임은 자동적으로 소멸되도록 정해져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미국이 북(조선)은 10년 안에 붕괴할 것이라는 자기의 전망이 오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에는 몇 해의 시간이 요구되었습니다.

1990년대 말에 이르러 북(조선)은 '고난의 행군'을 승리적으로 결속하고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고 선포함으로써 미국의 '북(조선) 붕괴설'은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북(조선)이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소수의 광신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북(조선) 붕괴설'은 하나의 가설로서도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북(조선) 붕괴설'이 붕괴된다는 것은 신포 경수로 건설에 대한 미국의 책임이 소멸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북(조선)이 강성대국 건설을 향하여 발걸음을 내딛은 때로부터 미국은 신포 경수로 건설의 책임을 포기할 궁리를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이 신포 경수로 건설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은 조·미 기본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2002년 10월 미국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미국 국무부 차관보 제임스 켈리(James A. Kelly)는 회담에서 미국이 신포 경수로 건설의 책임을 포기하고 그 대신 화력발전소를 건설하여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제안이 통할 리 없었습니다. 결국 어렵사리 재개되었던 조·미 정치회담은 결렬되었고, 미국은 회담 결렬의 책임을 북(조선)에게 떠넘기기 위하여 '핵소동'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조·미 기본합의를 파기한 뒤에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조·미 기본합의가 파기된 뒤에 미국의 전략은, 북(조선)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북(조선)은 붕괴하기는커녕 강성대국 건설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 북(조선)은 '핵문제'를 가지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하여 규정을 받고 있습니다.

북(조선)이 붕괴하기는커녕 강성대국 건설에로 나아가고 있는 조건에서 미국은 북(조선)의 강력한 압박공세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날 미국은 거의 일방적으로 북(조선)을 압박하였으나, '핵문제'를 둘러싼 대결이 계속되면서 차츰 전세가 역전되어 북(조선)이 미국을 더 심하게 압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즈음 미국은 초강대국의 체면도 차리지 못한 채, 북(조선)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2002년 12월 23일 미국 국무부 대변인 필립 리커(Philip T. Reeker)는 "미국은 북(조선)을 상대하면서 협박이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뉴욕 타임스』 2002년 12월 30일자), 2003년 1월 10일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은 북(조선)의 강력한 압박공세와 관련하여 말하면서 "우리는 협박을 받지 않을 것이고, 공포의 상황에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2003년 1월 11일자)

중요한 것은, 미국이 북(조선)의 압박공세를 막아낼 만한 방어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궁지에 몰려 있는 미국은 갈팡질팡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기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현실이 이러한 데도 거의 모든 언론들과 분석가들은 미국이 '핵문제'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북(조선)을 압박하고 있고, 북(조선)이 궁지에 몰려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저들은 '핵문제'의 본질이 우리 나라의 자주화 문제임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현 정세를 완전히 거꾸로 보면서 사실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북(조선)의 강력한 압박공세를 피하기 위해서 일단 조·미 대화를 재개하고, 이런저런 조건을 내놓으면서 시간이나 질질 끌어 당면위기를 넘기려는 일시적인 미봉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조선)과 대화는 하겠지만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모순된 발언에는 그러한 미봉책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되는 미국의 다급한 처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미봉책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북(조선)은 미국의 미봉책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미국의 면전에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라는 강타를 날렸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들과 분석가들은, 북(조선)이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였다는 것은 미국이 북(조선)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마지막 방책마저 잃어버렸다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한 북(조선)이 핵무기를 제조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북(조선)의 의사에 달려 있다고 하면서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로 미국이 북(조선)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마지막 방책을 잃어버렸다고 보는 것은 현상적 인식이고, 그 본질은 북(조선)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종말단계에 들어섰다는 사실입니다.

북(조선)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는 핵확산금지체제의 한 복판에 파열구가 뚫렸음을 뜻합니다. 동북아시아에서 핵확산금지체제가 붕괴된다는 것은 일본이 미국의 군사적 영향권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추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미·일 동맹체제가 붕괴되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뉴욕 타임스』 2003년 1월 5일자 보도가 지적한 대로, "북(조선)의 핵병기 증강은 남(한국)과 일본에게 핵무장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일본의 『아사히신붕』 2003년 1월 23일자 보도가 밝히고 있는 대로, 워싱턴 일각에서 북(조선)의 핵무장에 대응하여 일본도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일본의 핵무장은 일본 우익세력의 반미독자노선과 맞물림으로써 미·일 동맹체제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날 붕괴의 위험에 다가서고 있는 것은 북(조선)이 아니라 미·일 동맹체제입니다. 미국은 동북아시아 지배의 최후 보루인 미·일 동맹체제가 붕괴되는 최악의 사태를 매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핵확산금지체제와 미·일 동맹체제를 동시에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로 밀려가고 있습니다.

최근 워싱턴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문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과 분석가들, 그리고 연방의회의 정책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주한미군의 완전철수는 아니지만 주한미군 규모와 편제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주한미군 감축문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 2003년 1월 5일자, 『연합뉴스』 2003년 1월 18일자) 이러한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입니다. 워싱턴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핵확산금지체제와 미·일 동맹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주한미군을 감축해야 한다는 견해, 혹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은 한·미 동맹체제를 포기하는 것을 뜻하며, 한·미 동맹체제의 포기는 북(조선)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남(한국)에 대한 미국의 구속이 완전히 소멸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1994년 당시에 북(조선)이 앞으로 10년 안에 붕괴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정세를 오판하였던 미국은 조·미 기본합의를 이행할 의사도 없으면서 건성으로 합의문을 채택하였고, 나중에 자기가 정세를 오판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자 조·미 기본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였으며, 그에 따라 북(조선)으로부터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라는 초강경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미국은 북(조선)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라는 압박에 의해서 흔들리고 있는 핵확산금지체제와 미·일 동맹체제를 붕괴의 위험에서 구하기 위하여 불원간 조·미 정치회담에 나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회담의 진전에 따라 북(조선)은 주한미군 철수요구를 기어이 관철할 것이고, 다른 한편에서 남(한국)의 반미자주화운동이 더욱 거세게 일어나면서 주한미군 철수요구가 전민족적인 요구로 확산될 것입니다. 나는 이러한 정세변화에 의해서 앞으로 몇 해 안에 주한미군은 단계적으로 철수되고 한·미 동맹체제는 붕괴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북(조선)은 미국이 조·미 기본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사태를 우리 나라의 자주화를 실현하는 계기로 만들었습니다.

 

5. 미국의 선제핵공격전략 공개와 우리 나라의 전쟁위험지수

 

이제는 그가 나에게 보내준 네 번째 전자편지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논할 차례입니다.

나는 '핵문제'를 놓고 벌어진 조·미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이 우리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전쟁위험에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조·미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이 곧 조·미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북(조선)은 미국과 전쟁을 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에 넘쳐 있으며, 미국은 조·미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조선)에 대한 전쟁책동을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북(조선)의 막강한 군사력을 두려워하면서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월 23일 최전방에 주둔하고 있는 조선인민군 제230부대를 시찰하면서 "우리 조국은 미제국주의와 다른 침략자들의 공격에 궤멸적 타격을 안겨줄 준비가 되어있는 영웅적 조선인민군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어떤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 2003년 1월 24일자) 이것은 단순히 군인들을 고무·격려한 것이 아니라, 대미전쟁에 대한 철저한 준비태세를 확인하고 그 전쟁의 승리에 대한 확신을 표명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몇몇 사람들은 '핵문제'에 의해서 촉발된 조·미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과 미국의 선제핵공격전략을 기계적으로 결부시키면서 우리 나라의 현 정세를 곧 전쟁이 임박한 위험한 상황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나라는 미국의 전쟁책동으로 항시적인 전쟁위험에 처해 있으며, 정전협정체제가 사실상 마비된 조건에서 준전시상태에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조선)반도는 세계에서 전쟁위험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북(조선)에 대한 선제핵공격전략을 공개하였다는 것 때문에, 더욱이 최근에 이르러 조·미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상태가 '핵문제'를 둘러싸고 더욱 첨예화되었다는 것 때문에 우리 나라가 전쟁위험에 처해있다고 보는 것은 정확한 인식이 아닙니다. 『워싱턴 포스트』 2003년 1월 6일자 보도에서 지적한 바대로, 지금 부시 정부의 안팎에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조선)에게 선제핵공격을 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미국이 지난해에 선제핵공격전략을 발표하면서 북(조선)을 그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미국이 북(조선)에 대해서 선제핵공격으로 전쟁을 도발하는 전쟁계획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에 따라 자기의 전쟁전략을 외부에 공개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미국의 선제핵공격전략은 이번에 처음으로 수립된 새로운 전략이 아니라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수립해놓았던 기성전략입니다. 미국의 전쟁책동은 요즈음 처음으로 자행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자행되어 오고 있는 것입니다.

주목해야 할 문제는 전쟁책동을 자행하고 있는 미국이 그러한 기성전략을 왜 이 시점에서 마치 새로 수립한 전략인양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외부에 공개하였을까 하는 것입니다. 바로 거기에 미국의 정치적 의도가 들어있습니다. 미국의 의도는 핵확산금지체제를 잠재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반미국가들을 협박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반미국가들에 대한 협박전술은 미국이 자주 동원하는 전술 가운데 하나가 아닙니까.  

미국이 선제핵공격전략을 외부에 공개하여 반미국가들을 협박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반미국가들에 대한 전쟁책동을 포기하였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반미국가들과의 전쟁에서 자기의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의 전쟁책동은 여전하며, 미국의 핵무기는 협박용으로 보관하고 있는 물건이 아니라 실전에 동원되는 전략무기라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자기의 전쟁책동에 핵무기를 동원할 수 있다는 사실과 선제핵공격전략을 공개한 정치적 의도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만일 미국이 선제핵공격전략에 기초하여 실제로 전쟁책동을 자행한다면, 우선 이라크에 대한 전쟁계획을 선제핵공격전략에 기초하여 수립하였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 침략전쟁을 선제핵공격전략에 따라 도발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군사분석가 윌리엄 아킨(William M. Arkin)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3년 1월 26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전략사령부와 미군합동참모본부의 전쟁계획수립 담당자들은 미국이 이라크전쟁에서 선제핵공격전략에 따라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그가 지적한 핵무기 사용은 이라크군의 지하군사시설을 파괴하는 전술적 범위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지,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의 전략거점들을 핵공격으로 파괴하는 전략적 범위까지 확대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윌리엄 아킨의 말대로,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서 핵공격을 가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전술핵무기의 사용이지 전략핵무기의 사용은 아닙니다.

나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략전쟁계획은 선제핵공격전략(preemptive nuclear strike strategy)이 아니라 예방전쟁전략(preventive war strategy)에 따라 수립되었다고 봅니다. 2002년에 백악관이 발표하였던 선제핵공격전략은 이른바 '사전행동적인 반확산(proactive counter proliferation)'을 위한 전쟁전략으로서 예방전쟁전략과 결부되어 있습니다만, 선제핵공격전략과 예방전쟁전략이 반드시 동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방전쟁전략이란, 아직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핵무기 개발능력을 가지고 있는 반미국가에 대하여 전쟁을 도발함으로써 핵무기 개발능력을 미리 제거하겠다는 전략을 말합니다.

핵무기가 없고 재래식 군사력도 미약한 이라크에 대해서 선제핵공격전략을 적용하지 못하는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강국인 북(조선)에 대해서 감히 선제핵공격전략을 적용하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북(조선)이 아직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였던 지난 시기에 선제핵공격전략을 적용하지 못했던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강국으로 등장한 오늘의 북(조선)에 대해서 선제핵공격전략을 적용하지 못하는 것도 역시 자명한 이치입니다.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려는 북(조선)의 의도는 우리 나라에서 전쟁위험을 제거하려는 평화문제보다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자주문제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평화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도 자주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자주문제를 해결하면 평화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나라가 자주화를 실현하면 미국의 압박과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이므로 우리 나라의 전쟁위험도 제거되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평화문제는 우리 나라의 자주화 과정에서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6. 2003년의 반미자주화운동은 정세의 요구다

 

우리 나라의 최근 정세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우리 민족민주운동이 2003년에 집중해야 할 투쟁방향이 반미자주화의 과제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야흐로 반미자주화운동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물론 우리 민족민주운동은 지금까지 반미자주화를 가장 주되는, 선행되는 과업으로 설정하고 투쟁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올해 반미자주화운동의 의의와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2003년의 반미자주화운동은 그 이전 시기의 반미자주화운동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2003년의 반미자주화운동은 북(조선)의 반미자주화운동과 남(한국)의 반미자주화운동이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상호공조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이것은 반미자주화운동이 우리 나라 전역에서, 전민족적 범위에서 전개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북(조선)의 반미자주화운동과 남(한국)의 반미자주화운동은 그 운동이 전개되는 방향과 방식, 그 운동에 적용되는 전략과 전술이 서로 다릅니다. 그러나 그 운동은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전진하고 있습니다. 이 공동의 목표는 운동의 방향과 방식, 전략과 전술이 서로 다른 두 개의 운동력을 공조화하고 있습니다. 반미자주화운동의 전민족적 공조화야말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2003년의 반미자주화운동이 민족공조의 궤도를 타고 힘있게 전진할 때, 그것은 미국을 공포에 몰아넣어 위축시키고 우리 민족에게는 승리의 신심을 안겨주는 가장 위력적인 운동이 될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지금 그러한 운동의 시발점에 서 있습니다.

둘째, 2003년에 남(한국)의 대중들 속에 반미자주화의 요구가 파급됨으로써 남(한국)의 반미자주화운동은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시기 남(한국)에서의 반미자주화운동은 민족민주운동의 영역에 협소하게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그 운동은 대중투쟁으로 확대·발전될 것입니다.

남(한국)에서 반미자주화운동이 대중적 단계로 올라서는 것은 이전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일입니다. 그 어떤 정세분석가도 예상하지 못하였고, 심지어 반미자주화운동의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우리 민족민주운동세력도 미처 예상하지 못하였던 반미자주화운동의 대중화 과업이 마침내 대중의 힘에 의해서 수행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반미자주화운동의 대중화는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2003년에 우리 민족이 전개하는 반미자주화운동은 국제사회의 지지와 동조를 얻고 있습니다. 지금 북(조선)의 '핵문제'와 관련하여 국제사회는 미국의 편을 들어주고 있지 않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핵문제'를 들고 나와 조·미 대결을 격화시킨 책임이 미국에게 있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은 하루빨리 조·미 정치회담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또한 남(한국)의 수 십 만 대중이 참가한 가운데 연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촛불시위투쟁은 국제사회의 광범한 지지와 동조를 얻고 있는 투쟁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특징은 올해의 반미자주화운동이 어떠한 의의와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 민족의 반미자주화운동과 미국의 지배주의, 대결주의 책동이 격돌하는 과정에서 고립되고 타격을 입고 있는 쪽은 미국이며, 힘이 분산·약화되고 있는 쪽도 역시 미국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민족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진 정치·군사적 대결은 장차 우리 민족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반미자주화운동이 지배주의, 대결주의 책동과의 격돌에서 결국 승리하리라고 내다보는 것은, 단순한 예측이나 고무적 발언이 아니라 사회·역사발전의 합법칙성을 반영한 과학적인 정세전망입니다. 만일 우리 민족의 반미자주화운동이 승리하리라는 전망을 부정하면, 그것은 자주성을 완성해 가는 사회·역사발전의 합법칙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민족의 반미자주화운동이 강화되면 될수록 그에 대한 반대세력의 반동작용도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그로써 투쟁은 격화될 것이고, 대결은 더욱 첨예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투쟁과 대결에서 승리하는 힘의 원천은 오직 반미자주화운동의 주체인 인민대중에게 있습니다. 가장 힘있는 존재인 인민대중이 반미자주화운동의 주체로 등장한 이상, 그 운동을 가로막을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미국의 지배주의, 대결주의책동과 남(한국)의 친미사대주의책동은 반미자주화운동을 힘있게 추동하기 시작한 인민대중의 거대한 힘을 절대로 꺾지 못합니다. 좌절과 패배는 인민대중이 아니라 저들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올해 2003년은 우리 나라의 자주화를 요구하는 인민대중이 반미자주화의 기치 아래 총진군하는 해이며, 전민족적 범위에서 전개되는 반미자주화운동을 승리적으로 전진시키는 해입니다. 자주의 기치를 들고 투쟁의 험한 길을 걸어온 우리 민족민주운동의 일꾼들은 승리의 신심을 안고 대중 속으로 들어갑시다. 대중의 마음에서 반미자주화운동을 촉발시킬 수 있는 투쟁의 발화점을 찾아냅시다. 그리고 우리들 스스로가 불꽃이 되어 그 발화점에 불을 당깁시다. 반미자주화운동을 인민대중 자신의 운동으로 일으켜 세웁시다. (2003년 1월 27일 작성)

* 이 글은 서울에 있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이 발행하는 월간지 『민』 2003년 2월호에 기고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