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말의 정세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요인과 중간선거 승리가 한(조선)반도 정책수행에 미치는 영향

2. 이라크 침략전쟁은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위험을 고조시킬 것인가?

3. 이라크 침략전쟁 이후의 한(조선)반도 정세에 대한 예견

4. 한(조선)반도는 미국의 전략지구대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5. 연동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두 개의 모순

6.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은 자주적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다


1.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요인과 중간선거 승리가 한(조선)반도 정책수행에 미치는 영향

미국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하여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다수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사실상 연방의회를 주도하게 되었다.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는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 수행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부시 정부는 연방의회에서 다수당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민주당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1) 공화당은 평소에 '강한 미국'을 주장해 왔다. 9.11 사건 이후 미국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강한 미국'을 바라게 된 유권자들은 '강한 미국'을 주장하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2) 이라크 침략전쟁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중간선거가 실시됨으로써 유권자들은 이라크에 대해서 강경하게 발언하고 있는 부시 정부의 정치기반(공화당)에 지지를 표명하게 되었다. 부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미국 경제가 하강곡선을 타고 있는 데도 유권자들이 공화당을 지지하는 까닭은, 이라크에 대한 강경발언을 '강한 미국'의 행동처럼 보이게 만든 여론공작이 유권자들에게 상당히 먹혀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부시 정부는 9.11 사건 이후 변화된 대중심리를 이용하여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의도에서 이라크 침략전쟁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이라크 침략전쟁을 반대하는 반전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는 하지만, 반전여론은 부시 정부의 침략전쟁책동을 저지하기에는 미약하다. 원래 미국에서 반전여론은 침략전쟁 자체를 반대하는 반전평화운동의 성과라기보다는, 침략전쟁이 장기화되고 미군 사상자가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는 피해의식의 반영이므로, 아직 전쟁이 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전여론은 확산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의 상하 양원은 부시에게 포괄적인 전쟁수행권을 부여함으로써 이라크 침략전쟁의 길을 열어놓았다. 이것은 1991년 1월에 이라크 침략전쟁을 개시하기 위하여 아버지 부시에게 전쟁수행권을 부여하고, 2001년 9월 아프가니스탄 침략전쟁을 개시하기 위하여 아들 부시에게 전쟁수행권을 부여한 조치와 동일한 것이다. 부시는 부자지간에 대를 이어 이라크 침략전쟁을 수행하게 되었으며, 현재의 부시 정부는 2001년 9월과 2002년 11월 두 차례나 전쟁수행권을 사용하게 된 전시정부가 되었다.

유엔안보리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이 각각 미국과 타협하여 이라크 침략전쟁을 사실상 묵인하는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체첸반군을 진압하는 것을 동조해준다는 조건으로, 중국은 중동산 석유수급을 안정적으로 보장받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각각 미국과 타협하였다.

그렇다면 공화당이 장악한 연방의회가 부시 정부의 한(조선)반도 정책을 더욱 강경하게 몰아갈 가능성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연방의회를 장악하면 한(조선)반도의 정책이 강경해지고, 민주당이 연방의회를 장악하면 한(조선)반도의 정책이 유연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부시 정부의 한(조선)반도 정책은 강경책이냐 유화책이냐를 저울질할 만큼 선택의 여지가 남아있지 않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부시 정부는 북(조선)의 정치적 요구를 받아들여서 조·미 사이에 얽혀있는 근본문제들을 일괄타결방식으로 해결하느냐 아니면 조·미 사이의 모순이 격화되어 폭발하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만일 부시 정부가 북(조선)의 정치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조·미 사이의 모순이 폭발하는 경우, 핵확산금지체제는 붕괴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지난 10월 31일에 작성된 나의 논문 「'핵의혹' 공방전, 핵확산금지체제의 존망문제, 조·미 관계의 근본문제」에 상술되어 있다.)

미국의 언론들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정치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당근'과 '채찍'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것은 미국이 반미국가들에 대한 정책수행방도를 표현할 때 미국의 견지에서 사용하는 비유적 표현이다. 미국 언론이 즐겨 쓰는 표현을 그대로 빌린다면, 북(조선)이 미국을 상대할 때는 '당근'이 요구되지 않는다. 북(조선)에게는 사실상 미국에게 던져줄 '당근' 같은 것은 없다. 북(조선)은 언제나 '채찍'을 들고 미국을 상대하여 왔다. 그 '채찍'은 지금 부시가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에 들려있다. 북(조선)의 '핵문제'는 부시 정부를 휘갈기고 있는 무서운 '채찍'이다. 북(조선)은 부시 정부가 북(조선)을 압박해보려는 의도에서 제기하였던 '핵문제'를 가지고 부시 정부에게 맹렬한 역공을 퍼부으면서 핵확산금지체제의 붕괴위험을 예고하고 있다. 북(조선)은 켈리의 방북 이후 핵확산금지체제의 붕괴위험을 예고하면서 부시 정부를 압박해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부시 정부의 정책결정권자들의 머리 속에는 북(조선)이 핵확산금지조약에서 전격적으로 탈퇴한다고 선언했던 1993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으며, 북(조선)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능력을 과시했던 1998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부시 정부에게 있어서 그 악몽은 '채찍을 맞는 고통'이다.

그런데 조·미 관계의 핵심정보에 접하지 못하고 있는 연방의회는 그러한 고통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연방의회가 멋도 모르고 북(조선)에 대해서 강경발언을 계속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무모한 감정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북(조선)의 정치적 요구를 받아들여 조·미 사이에 얽혀있는 근본문제들을 일괄타결방식으로 해결하느냐 아니면 조·미 사이의 모순이 격화되더 폭발하느냐 하는 기로에서 '채찍을 맞는 고통'을 느끼고 있는 당사자들은 미국의 한(조선)반도 정책을 수행하는 직접적인 담당자인 부시 정부의 정책결정권자들이다. 그들은 '채찍을 맞는 고통'을 얼마나 오래 동안 견딜 수 있을까? 나의 판단으로는, 앞으로 1년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채찍'의 강도가 거세지면, 더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2. 이라크 침략전쟁은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위험을 고조시킬 것인가?

부시 정부는 이라크 침략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은 대략 다음과 같은 속전속결의 전쟁계획에 따라 수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 공군과 해군이 대량공습과 정밀타격으로 이라크군의 지휘체계와 통신망을 무력화하고, 미 지상군의 기계화사단이 바그다드 진격로를 열어놓으면, 특수군이 바그다드에 투입되어 시가전을 벌이면서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부시 정부가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노리는 전술목표는 사담 후세인 제거다. 물론 전략목표는 다른 데 있다. 이라크 침략전쟁의 전략목표는 석유자원 약탈에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언급하려 한다.

위기에 몰려 있는 사담 후세인의 전략목표는 바그다드를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것이다. 만일 사담 후세인의 지휘를 받는 이라크군이 바그다드 방어전에서 승리하면 다른 지역의 전투에서 비록 군사적으로 패배하였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승리하게 될 것이며, 반면에 미국은 침략전쟁의 전술목표와 전략목표를 모두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하여 군사적으로는 승리하였으면서도 정치적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이다.

이라크군이 바그다드 사수전투를 장기화하면 미군 사상자가 많아지게 되고, 따라서 미국에서의 반전여론이 확산될 것이다. 부시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이것이며, 부시 정부가 속전속결로 이라크 침략전쟁을 끝내려고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속전속결은 부시 정부의 주관적 희망이다. 이라크군이 아무리 약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라크의 필사적인 반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바그다드에서 시가전을 벌이면 불가피하게 이라크 민간인 사상자가 많이 발생할 것인데, 그렇게 될 경우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반전여론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그와 동시에 한(조선)반도에서도 정치·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부시 정부에게 매우 커다란 부담으로 된다. 부시 정부가 지난해에 '윈-윈 전략'을 폐기한 조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부시 정부가 적어도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기간에는 한(조선)반도에서 노골적으로 군사적 대결책동을 추구하지는 못한다. 북(조선)은 부시 정부의 그러한 약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에서 포성이 울리는 날부터 더욱 강력한 정치공세를 집중하면서 부시 정부를 압박하게 될 것이다.

3. 이라크 침략전쟁 이후의 한(조선)반도 정세에 대한 예견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한(조선)반도에서 긴장을 격화시켜 전쟁을 일으키려고 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에서의 승리가 한(조선)반도에서 미국의 압박공세를 격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미국의 전술적 결함이나 제한성으로 인하여 미군의 인명손실이 예상보다 커지고 그에 따라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반전여론이 거세지는 경우, 미국이 설령 바그다드를 점령하고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군이 힘겹게 승리하는 경우, 부시 정부가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압박공세를 격화시키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부시 정부가 북(조선)에 대해서 취할 수 있는 공세조치는 기껏해야 중유공급을 중단시키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북(조선)에게 해마다 50만 톤의 중유를 공급하는 것은 1994년의 조·미 기본합의서에서 규정한 것이므로, 중유공급 중단조치는 부시 정부가 스스로 조·미 기본합의서를 파기한 꼴이 된다.

중유공급 중단조치는 북(조선)에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시 정부가 중유공급을 중단함으로써 조·미 기본합의서를 스스로 파기하였으므로, 북(조선)으로부터 보복공세를 받게 될 것이다. 중유공급 중단조치는 부시 정부에게 자승자박의 결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정부의 중유공급 중단조치는 궁여지책의 효력조차도 발생하지 못하는 최악의 '자충수'인 것으로 보인다.

2) 이라크 전쟁의 승리가 부시 정권의 재집권을 자동적으로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1990년대 초에 공화당 정권이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떠들었으면서도 결국 민주당에게 패하여 정권이 교체되었던 것은 전쟁승리와 재집권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말해준다. 10여 년 전에 일어났던 제1차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였다고 하면서도 부시 정권이 재집권에 실패한 원인은, 이라크 전선에 지상군을 투입하여 전쟁을 장기화할 경우 미군의 인명손실이 커질 것을 우려했던 부시 정권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친미정권으로 교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쟁을 서둘러 끝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건재하여 이라크 석유자원을 여전히 틀어쥐고 있는 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은 전술목표와 전략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패배한 전쟁으로 된다. 왜냐하면 이라크 침략전쟁의 전략목표는 이라크 석유자원을 미국의 석유자본들이 독점적으로 장악하도록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하였는데도 공화당의 재집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경우, 부시 정부가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위험을 고조시킬 가능성은 줄어들게 된다.

3) 군사력의 측면에서 북(조선)은 이라크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그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한때 북(조선)에 대한 전쟁계획을 실제로 추진하였던 클린턴 정부 시기에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 사이에서 이미 공인된 바 있다. 부시 정부는 패전의 위험성이 높은 전쟁을 도발할 만큼 무모한 전쟁계획을 세울 수 없다.

부시 정부가 만일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승리한 이후에 또 다른 전쟁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 대상은 북(조선)이 아니라 이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부시 정부가 반이스라엘 테러조직을 지원하는 문제,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는 문제, 중동과 카스피해의 석유자원을 장악하는 문제에 모두 걸려 있는 나라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군사력이 북(조선)의 군사력과 비교하여 매우 약하다는 사실도 미국의 전쟁도발을 유인하고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렇지만 이처럼 미국의 전쟁계획이 중동지역에 집중되고 있다고 해서, 한(조선)반도에서 미국의 전쟁위험이 자동적으로 감소되어 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의 전쟁전략에 의하여 조성되는 한(조선)반도의 전쟁위험은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전쟁위험은 주한미군이 철수되고 조·미 사이의 적대관계가 청산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4. 한(조선)반도는 미국의 전략지구대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중동과 카스피해를 연결하는 거대한 전략지구대를 형성하려는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에 따라 수행되었고, 이라크 전쟁은 그 연장선상에서 수행되는 것이다. 전략지구대(strategic belt)를 형성하려는 전략은 중동의 석유자원을 안정적으로 장악하기 위하여 이라크의 반미정권을 제거하고, 카스피해의 석유자원을 유럽쪽으로는 흑해로 끌어내고, 아시아쪽으로는 인도양의 아라비아해로 끌어내어 유럽과 아시아에 판매함으로써 엄청난 이익을 챙기려는 미국 석유자본들의 강한 요구에 따라 나온 전략이다. 2002년 11월 6일 미국의 거대한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2010년까지 중동, 카스피해, 러시아, 서아프리카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1천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중동과 카스피해의 석유자원 장악을 위한 전략지구대를 형성하려면, 전략지구대의 중심부인 카스피해 연안국들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카스피해 연안의 5개국은 러시아, 이란,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이다. 카스피해 동부연안국들은 천산산맥을 경계로 하여 중국의 서부지역과 잇닿아 있다.

미국이 흑해에서 카스피해로 이어지는 거대한 전략지구대를 형성하려면, 러시아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중국이 천산산맥을 넘어 그 지역에 진출하는 것을 차단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친미정권을 수립해놓아야 하며, 흑해연안국들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편입시켜야 하며, 미군 군사기지를 터키 영토 안에 계속 배치해 둘 수 있도록 터키의 친미정권을 유지해야 한다.

흑해연안국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터키가 곧 북대서양조약기구에 편입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9.11 사건 이후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 이미 미군기지가 들어섰다는 것, 미국이 카자흐스탄과 군사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2002년 11월 21일과 22일에 체코의 프라하에서 열릴 예정인 나토 정상회담에서 그루지야와 아제르바이잔을 북대서양조약기구에 편입시키려고 한다는 것 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럼스펠드 보고서'와 '체니 보고서'는 1990년대 말에 공화당 세력들이 미국의 21세기 세계지배전략을 정리해놓은 두 개의 전략문서인데, 전자는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는 반미국가에 대한 군사전략을, 후자는 전 세계의 석유자원을 장악하는 경제전략을 정리한 것이다. 지금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정세는 그 두 개의 전략에 따라 격변하고 있는 중이다.

이라크는 중동의 석유자원 문제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은 카스피해 석유자원 문제에 결부되어 있는 나라다. 거기에 더하여 부시 정부는 이라크와 이란이 대량파괴무기 문제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이 테러 문제에 결부되어 있는 이른바 '깡패국가'라고 지목하고 있다. 따라서 공화당 정권은 이라크에 대한 침략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부시 정부가 이라크 침략전쟁을 마무리하면, 그 다음으로는 이란에 친미정권을 세우려는 공세를 본격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란에 친미정권을 세우면, 미국의 석유자본들이 중동의 석유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카스피해의 석유자원을 아라비아해로 끌어낼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미국의 석유자본들이 미국 정부에게 오래 전부터 강하게 요구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부시 정부가 이란을 이른바 '악의 축'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한(조선)반도에는 미국 석유자본들이 눈독을 들일만큼 많은 석유자원이 묻혀 있지 않다. 한(조선)반도의 석유자원은 한(조선)민족이 통일 이후에 자체적으로 쓸 만큼 적당한 양이 묻혀 있다. 공화당 정권은 한(조선)반도의 문제를 석유자원 약탈과는 결부시키지 않고 있으며, 대량파괴무기 문제로 국한하여 파악하고 있다. 한(조선)반도에서의 대량파괴무기 문제는 북(조선)의 핵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관한 문제다. 한(조선)반도는 미국의 전략지구대가 형성되는 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5. 연동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두 개의 모순

조·미 사이의 모순은 한(조선)반도의 대량파괴무기 문제로 표출되고 있다. 지금 부시 정부는 북(조선)의 핵무기 문제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그 문제는 조·미 사이에 형성된 모순관계의 본질이 아니라 그것의 현상일 뿐이다. 모든 언론들과 분석가들은 한결같이 북(조선)의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관련하여 제기된 복잡한 문제들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상의 변화무쌍한 변동만을 추적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상이 제아무리 복잡하게 얽혀있고, 제아무리 급속하게 변동한다고 해도 모든 현상들은 본질로부터 파생되는 것이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본질을 파악하는 것에 모아져야 한다.

그렇다면 조·미 모순관계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조선)민족의 자주권과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권 사이에서 발생한 모순이다. 그 모순이 북(조선)의 요구대로 해결되면, 한(조선)민족은 자주권을 쟁취하는 것이고, 만일 그 모순이 미국의 요구대로 해결되면,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권이 유지·강화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시해야 할 것은, 조·미 사이의 모순은 미·일 동맹체제와 일본 반미우익세력 사이의 모순과 연동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반미우익세력은 북(조선)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인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그 사실이 공인될 경우 일본의 여론을 자극하여 핵무장에 의한 군사강국화의 길로 나아갈 기회를 노리고 있다. (북(조선)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내가 이전에 발표한 논문들에 서술되어 있으므로 여기서 재론하지 않는다.)

핵무기로 무장한 정규군을 보유하려는 속셈을 감추고 있는 일본의 반미우익세력은, 북(조선)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인될 경우, 급속히 우경화하게 될 일본 여론을 등에 엎고 정권을 장악할 것이며, 정권 장악 이후에는 보란 듯이 미국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이른바 독자노선으로 나아갈 것이다. 일본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른바 '보통국가론'이라는 것은, 전범국의 멍에를 내던짐으로써 '자위대' 간판을 교전권을 가진 정규군 간판으로 바꾸어 달겠다는 것이다. '자위대' 간판을 정규군 간판으로 바꿔 달고 교전권을 움켜쥔 일본이 핵무장화의 길로 나가는 것은 실로 시간문제다. 일본의 핵무장화는 사실상 미·일 동맹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전범국인 독일의 반미우익세력은 프랑스, 영국, 러시아가 핵무장국이라는 것을 구실로 하여 독일의 핵무장화 여론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으며, 미·독 동맹체제가 북대서양조약기구체제 및 유럽연합(EU)과 연계되어 있으므로 독일의 반미우익세력이 집권함으로써 미·독 동맹체제가 붕괴될 위험은 없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일본은 자기의 최대 적대세력을 북(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만일 북(조선)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인될 경우, 일본에서는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전한 것 때문에 미국에게 빼앗겼던 교전권을 탈환하고 독자적으로 핵무장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군국주의적 여론이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 또한 미·일 동맹체제는 다른 정치·군사체제와 연계되지 않은 단독체제여서 상호보완능력이 없으므로 붕괴위험에 취약하기 짝이 없고, 따라서 일본의 반미우익세력이 미·일 동맹체제를 붕괴시킬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은, 북(조선)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가 일본의 반미우익세력에게서 군국주의적 야욕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본의 반미우익세력은 북(조선)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때문에 군국주의적 야욕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다. 핵무기로 무장한 이른바 '아시아의 맹주'로 다시 일어서려고 하는 군국주의적 야욕은 그들의 내버릴 수 없는 본성이며, 그 야욕을 추구하려고 책동은 그들의 존재이유이다. 그 세력은 북(조선)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자기들의 책동을 정당화, 합리화하는 구실로 이용하려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미·일 동맹체제란 무엇인가? 미·일 동맹체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있는 정치·군사적 동맹체제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배권은 일차적으로 미·일 동맹체제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만일 미·일 동맹체제가 붕괴되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배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게 된다. 미국은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미·일 동맹체제가 일본의 반미우익세력에 의해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치권과 고위관료들 사이에서 핵무장을 정당화하려는 위험수위에 육박한 발언이 튀어나오고 있으며, 일본의 반미우익세력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이시하라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고 이른바 '이시하라 대망론'이니 '이시하라 창당설'이니 하는 따위의 주장이 일본 여론에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정치권에서 반미우익세력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때문에 크게 당황하는 쪽은 미국 정부다. 미국 국무부 정보연구국(Intelligence Research Bureau)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9월에 워싱턴에서 '반미정서 대책회의'와 '일본의 민족주의와 정체성에 관한 회의'를 잇달아 열었던 것은 그러한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반미우익세력의 군국주의적 야욕을 어떻게 제어하고 미·일 동맹체제를 유지하느냐 하는 문제는 미국의 21세기 세계지배전략 가운데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일본의 반미우익세력의 군국주의적 야욕을 제어하기 위해서 부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음과 같다.

1) 미·일 공동미사일방어체제를 조기에 수립하여 일본의 미사일 독자개발권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조치다. 2002년 11월 8일 미·일 정부소식통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1999년 8월에 일본과 '미사일 공동연구' 각서에 서명하였는데, 최근에 와서 미국은 미·일 공동미사일방어체계를 되도록 일찍 추진하려는 의사를 일본에게 밝히면서 은근히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연구단계'를 넘어서 '개발단계'로 들어서자고 하면서 일본을 끌어가고 있다.

2) 조·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치다. 부시 정부가 고이즈미 정부에게 조·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도록 등을 떠밀었던 이유는, 조·일 관계가 악화되어 일본의 반미우익세력이 득세하는 것보다 조·일 관계의 긴장상태를 해소함으로써 일본의 반미우익세력이 득세하는 길을 차단하는 것이 미국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부시 정부는 조·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3) 조·미 관계에서 핵문제와 미사일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부시 정부가 이 조치를 취하려면, 불가피하게 북(조선)과의 대결상태를 완화하고 조·미 정치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부시 정부는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사실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사실이 공인되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부시 정부의 견지에서 볼 때, 조·일 정상회담은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북(조선)의 핵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온 것은 유리한 것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여론이 북(조선)의 핵문제를 자꾸 거론할수록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사실,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사실이 공인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며, 따라서 일본의 반미우익세력이 득세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 정부는 지금 북(조선)의 핵문제를 제기하고 강경발언을 일삼고 있지만, 그것은 미·일 동맹체제의 붕괴위험을 촉발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한 제한성을 지니고 있다. 만일 조·미 '핵의혹' 공방전이 격화되어 미·일 동맹체제의 붕괴위험을 촉발시키게 될 경우, 미국은 기세가 꺾이어 북(조선)의 정치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공화당이 연방의회를 장악하여 부시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었다고 해도, 부시 정부는 조·미 '핵의혹' 공방전을 강경발언 이상으로는 격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6.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은 자주적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다

불가침조약(nonaggression treaty)은 적대관계에 있는 쌍방이 서로 상대방을 침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국제법적으로 담보하는 조치다. 적대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는 국제법적 조치는 강화조약(peace treaty)이다. 강화조약은 평화협정(peace agreement)이라고도 한다. 한(조선)반도는 교전쌍방이 정전협정을 체결한 상태에 있으므로, 한(조선)반도에서의 강화조약은 정전협정(armistice)을 대체하게 된다.

불가침조약을 체결한 쌍방이 반드시 국교를 수립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불가침조약 체결은 강화조약을 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 된다. 강화조약 체결은 곧 국교수립으로 연결된다. 한(조선)반도에서의 강화조약은 정전협정을 대체하게 될 것이므로, 강화조약 체결은 곧 국교수립으로 연결된다.

북(조선)은 이번에 부시 정부에게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하였다. 조·미 불가침조약의 내용은 1993년의 조·미 공동성명, 1994년의 조·미 기본합의서, 2000년의 조·미 공동성명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조·미 사이에서 채택된 3개의 협약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특히 그 협약들에 포함되어 있는 불가침조약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행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북(조선)이 취할 수 있는 주동적인 조치는, 불가침조약의 내용을 3개의 협약에서 분리해서 조약형태로 명료하게 정리하고, 미국에게 체결과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다.

남북 사이의 불가침선언은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이미 채택되었다. 남북 사이의 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므로, 불가침조약이 아니라 불가침선언이다. 남북 사이에서 이미 불가침선언을 채택하였고, 1993년과 2000년의 조·미 공동성명, 1994년의 조·미 기본합의서에서 이미 불가침조약의 내용을 확인한 바 있으므로, 조·미 사이에서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응당한 일이다.

조·미 불가침조약은 조·미 쌍방이 체결하는 상호관계의 조약이지만, 그 효력은 일방적으로 발생된다. 그 조약의 효력은 쌍방이 서로에 대해서 침략하지 않겠다는 것을 국제법적으로 담보하는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서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북(조선)에게는 미국을 공격할 능력은 있으나 침략하려는 의사는 없으므로,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은 북(조선)을 침략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미국이 자기의 침략의도를 포기하는 것으로서 일방적인 효력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조·미 불가침조약이 체결되는 것은 한(조선)반도에서 일방적으로 침략의도를 갖고 있는 쪽이 미국이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을 의미하며, 미국의 침략의도가 적어도 국제법상으로는 제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법상으로는 제거된다고 말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제거된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이 잘 말해주고 있는 대로, 미국은 다른 나라와 맺은 국제협약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조선)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그 조약이 지켜지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문제는 미국의 의지에 달려있다. 만일 미국이 북(조선)에 대해서 침략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면, 불가침조약이라는 문건은 휴지조각처럼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물론 북(조선)도 한(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가 불가침조약이라는 문건에 의해서 담보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불가침조약에 의해서 안전과 평화가 담보되지 못한다면, 북(조선)은 무엇에 의해서 한(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담보하고 있는 것일까? 북(조선)의 견해에 따르면, 한(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는 선군정치에 의해서 담보되고 있다고 한다.

선군정치란 무엇인가? 북(조선)의 견해에 따르면, 선군정치는 한(조선)반도에서 가장 혁명적으로 단련되고 조직되고 준비된 단위인 혁명군대를 앞세워 혁명과 통일의 험난한 앞길을 개척하는 새로운 방식의 정치노선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추진하였던 선군혁명전략을 제국주의세력과의 첨예한 대결 속에서 혁명과 건설을 전진시키는 주체의 정치노선으로 정립하였으며, 오늘에는 선군정치노선에 따라 혁명과 통일을 실현하고 있다고 한다.

북(조선)이 미국에 대해서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려는 것도 역시 선군정치노선에 의한 정치·군사과업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은 선군정치에 의해서 수행되는 혁명과 통일의 당면과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북(조선)이 지금 미국에 대해서 불가침조약 체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 만일 미국이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계속 거부한다면, 그것은 미국이 북(조선)에 대한 침략의도를 가지고 있는 평화의 파괴자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 된다. 불가침조약 체결요구 자체가 미국에 대한 강력한 정치공세다.

2) 남북 사이에서 불가침선언이 이미 채택되어 있는 조건에서, 조·미 사이에서 불가침조약이 체결되면 미국은 정전협정을 강화조약으로 대체하는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한(조선)반도에서 조·미 불가침조약의 체결은 적대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는 법적 조치인 강화조약 체결의 선행단계이며, 강화조약 체결은 곧 주한미군 철수와 조·미 국교수립으로 연결된다. 북(조선)은 강화조약 체결, 주한미군 철수, 국교수립이라는 일련의 정치일정을 전망하면서, 당면정세의 요구에 따라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안한 것이다.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에 의해서 발생할 정세변화의 폭과 깊이는 단지 북(조선)과 미국의 관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조선)반도 전체로 확대된다. 조·미 관계의 변화는 조·미 관계 안에서만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그 발생범위는 한(조선)반도 전체로 확대된다.

그런데 조·미 관계의 변화를 한(조선)반도의 범위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조·미 관계에 국한시켜 보면서 남(한국)의 현실과 조·미 관계의 변화를 서로 분리해놓고 사고하는 일부 사람들이 이른바 '조·미 결정론'이라는 엉뚱한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만일 미국이 북(조선)에 대해서 침략전쟁을 도발하는 경우, 북(조선)만이 아니라 한(조선)반도 전체가 재난을 입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에서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이 발생하는 효력은 미국의 침략전쟁위협으로부터 북(조선)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는 범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조선)민족 전체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는 전민족적인 범위로 확대된다.

민족주체의 정세관에서 바라보면,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은 한(조선)민족 전체의 당면한 정치과업이다.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은 한(조선)민족이 자주적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전환점이다. 한(조선)민족이 끈질긴 투쟁력으로 돌파하고 있는 2002년 말의 정세는 그 전환점 바로 앞에 도달한 것이다. (2002년 11월 14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