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전국연합 기관지 『민』 2000년 10월호에 발표된 글입니다.]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미군은 가라 - 한호석 소장과 박세길 편집위원장과의 대담

정리 : 정연욱 / 국제부

박세길 : 한반도 통일 정세가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희망적으로 본다면 연방 통일조국의 서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은데요, 북미관계와 맞물리면서 평양회담 이후 남북관계도 전례 없는 진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2000년에 접어들어서 이남 땅에서 주한미군 철수 여론이 급격히 고조되고 확산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주한미군 철수 투쟁의 불길이 당겨지기는 했는데, 과연 실제로 주한미군을 어떻게 철수시키면서 자주적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 젖힐 수 있겠는가, 그 전략과 전술을 검토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주한미군 철수는 민족민주운동의 최고 강령의 하나이자 전략적 목표가 될 수 있을 텐데요. 왜 이 문제에 우리는 주목을 해야되고 무엇보다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집중해야 되는지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한미군의 성격과 기능에 대하여

한호석: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은 북을 적대하는 세력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사령관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거의 초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사령관은 토머스 슈월츠인데, 별을 네 개 달고 있는 대장입니다. 미8군 사령관은 별을 세 개 달고 있는 중장입니다. 이번에 독극물 방류사건이 일어났을 때 성명을 발표한 것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아니라 미8군사령관이었습니다. 미8군은 주한미군의 실체입니다. 주한미군 병력은 약 3만7000명인데, 3만7000명을 지휘하는 야전군 사령관이 별을 일곱 개나 달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군 역사에 유례없는 일입니다. 그만큼 전략적 가치와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전쟁수행권한을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사령관은 클린턴하고 직통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외에 배치되어 있는 미군 사령관들 그 누구도 백악관과 직통해서 전쟁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딱 주한미군 사령관만 가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긴급한 상황이 전개되었을 때마다 최고위급회담에 참여하는 것은 주한미군사령관, 주한 미국대사, 미중앙정보국 한국지부장 이 세 사람이 모여서 최종 결정을 합니다. 역대 모든 사건마다 그랬습니다. 5·18광주항쟁 때부터 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나라의 운명이 크게 움직일 때마다 이 세 사람이 모여서 최종결정을 하는데 이 세 사람의 회동에서 가장 발언권이 센 것이 누구인가 하면 주한미군 사령관입니다. 이것은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그 어떤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특수한 한반도적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한미군 철수는 다른 나라의 미군들이 철수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주일미군사령관과 주일미국대사와 미중앙정보국 일본지부장이 모여서 회의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서 주일미군사령관 발언 영향력은 높지 않습니다. 다 따로따로 자기업무를 봅니다. 그런데 유독 한반도만 강력한 지배체제를 구축하고 그 중심에 현지의 점령군 사령관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철수라는 것은 꼭 미국의 지배체제 자체가 붕괴된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독일이나 유럽에서 자신들이 배치한 미군을 감소시키는 것과 다른 각도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보아야 합니다.

박세길 : 그런데 흔히 주한미군은 미국의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지배의 생명선이라고 합니다. 이는 주한미군의 이해가 단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데요.

한호석 : 먼저 주한미군 문제는 미국 제국주의 세계지배체제의 가장 중요한 고리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세계지배체제 중에서 핵심적인 곳이 세 군데라고 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반도이고 또 하나는 중동, 그리고 유럽입니다. 이 세 군데를 지배하는 방식과 지배양식이 각기 다릅니다. 한반도의 경우에는 강력한 무력을 동원해서 군사력을 지배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중동의 경우에는 이스라엘이라고 하는 대리세력을 키워서 중동전체에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고 특히 석유자본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라고 하는 일종의 미국 중심의 다국적군을 만들어 놓고 러시아를 상대로 해서 대치하면서 서부유럽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 유럽에서는 나토를 확장해 가는 방식으로 과거 바르샤바 조약군에 속해 있던 동구라파 지역을 흡수해가고 있지 않습니까? 헝가리라든가 체코 공화국 그리고 말을 제일 안 들으면서 자주적인 지위를 가졌던 유고슬라비아를 해체하고 유고연방 공화국의 힘을 약화시켜서 코소보 지역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지배라고 하는 것은 중동과 유럽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군사력을 동원한 직접적인 지배입니다. 그래서 주한미군 문제는 미국의 직접적인 지배를 가능하게 만드는 무력의 실체라는 측면에서 봐야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반도는 평양회담 이전과 평양회담 이후가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문제가 주한미군문제인데 이 문제를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는가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문제를 우리 민족 주체적 관점에서 민족의 자주역량으로 제대로 풀어나가면 미국이라는 제국주의 세계지배체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 7천만 민족이 주한미군 문제를 풀어나감으로써 제국주의라는 괴물의 힘을 약화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역사를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봐야지 단순히 남한의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들과 미군의 문제로 좁혀서만 볼 것이 아닙니다. 좀더 폭넓은 관점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야 될 때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미국 자신이 제국주의 무력으로 배치해 놓고 있는 주한미군문제를 좁게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폭넓은 지배 구조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폭넓게 보아야 하는 그런 측면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평화와 주한미군 문제

박세길 : 그러면 말씀하신대로 넓은 시야를 갖고 주한미군 문제에 접근하는 차원에서 동아시아 평화와 관련지어 주한미군 문제를 점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호석 : 제가 보기에는 21세기는 명백하게 태평양을 장악하는 나라가 세계사를 주도하게 되어있습니다. 대서양 시대가 끝나고 태평양 시대로 돌입했는데 태평양전쟁이라는 말 자체가 태평양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지요. 미국이 이겼는데, 미국이 반쪽만 이겼다는 거죠. 미국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동아시아 서태평양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어요. 소련과 반반씩 나누어 가졌던 것입니다. 그 나누어 가지는 전선 한가운데에 한반도가 끼게 된 겁니다. 이게 우리로서는 불행한 매우 일이었습니다.

그후 소련이 망하고 나서 국제정세가 급격히 변동하면서 미국의 전략적인 관심이 태평양 전체를 장악해 보겠다는 것으로 되었는데 여기서 또 다른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것이 일본과 중국입니다. 소련은 망했지만 1945년 이후 50년 동안 동아시아 내부정세가 변동하면서 1945년의 전략적 사고를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는 일본과 중국이라는 막강한 세력이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미국의 고민입니다.

우선 일본을 상대하는 문제인데 일본은 군사적으로는 자주독립국가가 아닙니다. 물론 남한처럼 군사권이 주일미군 사령관에게 넘어간 것이 아닙니다. 주일 미군사령관이 자위대를 지휘할 수가 없습니다. 자위대와 주일미군은 연합군 체제로 묶여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되어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자위대가 정규군이 아니고 패전국가라는 멍에 때문에 정규군으로 변신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꽉 붙잡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측면에서 자주성이 훼손되어 있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일본은 이 자위대를 정규군화해서 명실공히 자주적 국가로서 미국의 군사적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막아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중국과의 관계는 경제적 측면에서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심화되지 않았습니까? 중국이 점점 국력이 강해지면서 대만 통합하고 태평양으로 진출하려고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막아내는가 하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바로 그 한복판에 주한미군과 주일미군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박세길 : 김대중 대통령이 흔히 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억제 내지는 견제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이에 관해서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요.

한호석 :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견제하는 것을 안전판 이론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일본의 군국주의적인 경향이 부쩍 강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한반도 전체의 민족적 이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고 우리가 반대해야 되고 배격해야 되는데 미국도 그것을 원치 않고 있습니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억제하는 것은 주일미군이면 됩니다. 주한미군은 없어도 주일미군만 가지고도 억제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억제하기 위해서 주한미군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주일미군이면 됩니다. 미일 안보동맹 체제면 얼마든지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꼭 한반도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무력을 배치하고 한반도를 지배해야만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대한 전략적 지배를 관철하는 것이 아닙니다.

박세길 : 그렇다고 해서 주일미군의 주둔 필요성을 말씀하신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지금 오키나와처럼 현지에서 미군 반대투쟁을 하고 있고 우리와 연대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말입니다.

한호석 : 예, 그래서 얘기를 잘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키나와 문제나 주일미군문제는 주한미군 문제와 궁극적으로 다 같지만 다른 것은 한반도에 있어서 주한미군은 나라를 지배하는 것이고 주일미군은 일본을 지배하는 무력은 아니잖아요.

박세길 : 그럼 한 걸음 더 나아가 봅시다. 엄밀하게 말해 미국 역시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해 왔던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이 점은 냉전 시기 한반도 역사를 중심에 놓고 보면 분명해지지 않나 싶은데요.

한호석 : 제국주의의 기본 생리라고 하는 것이 완전한 팽창, 무한한 팽창 아닙니까. 그 자체가 폭발적입니다. 그것은 평화라는 이름으로 전략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지배영역을 팽창해 나가느냐는 것이 기본 생리이고 기본 성격이기 때문에 그건 항상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세력과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항상 전쟁의 위험성이 있었고 그 최대의 열점이 한반도였다는 것이 우리 민족의 불행과 고통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동아시아를 지배하고 동아시아 전체를 먹어버리려는 미국이제국주의 팽창의 최대 열점이었던 한반도에 대한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입니다. 페리 프로세스를 통해서입니다. 바로 그것이 커다란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 평양회담도 성사될 수 있던 것으로 보고 주한미군철수 문제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중미 패권경쟁과 한반도 진로

박세길 : 그러면 미국이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도 새롭게 판단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까. 좀더 이해하기 쉽게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이야기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한호석 : 미국이 21세기에 들어와서 동아시아 지배질서를 어떻게 유지하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담고 문서로서 1999년 8월에 미국방부 정책 차관실에서 작성한 '아시아 2025'이라는 정책보고서가 있습니다. 이 아시아 2025는 앞으로 25년 뒤에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짐작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중에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결론은 사문화된 정전협정을 2005년쯤에 평화협정으로 대치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남한에서 주한미군철수 운동이 강력하게 벌어지면 주한미군 철수를 불가피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0년에서 15년 뒤에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 워싱턴의 군사전략가들이 주한미군 문제를 저울질하면서 무조건 김대통령이 얘기하는 대로 통일 이후까지 영구히 주둔한다고 하는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접근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을 우리는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구주둔론은 일종의 정치적인 발언일 뿐이지 면밀한 전략적 검토를 거친 발언이 아니고 그 당시 정치적으로 필요해서 내놓은 발언입니다. 그러나 평양회담으로 인해 국내외 반통일 세력들이 평양회담의 성과를 훼손하고 그것을 빌미로 해서 김대중 정권을 공세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위기상황에 닥치다 보니까 정치적으로 그런 발언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듭니다. 사실 워싱턴의 전략가들은 영구 불변하는 주둔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미 평양회담이 있기 전인 1999년 8월이라는 시점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고도 1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회담 이후에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정치적 발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꼭 남한 안에 있는 반통일 세력뿐만 아니라 워싱턴에 있는 수구파 강경세력들 즉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고 무력대치를 계속 주장하는 세력을 의식해서 한 발언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을 포함한 남한내 세력들보다 미국내 수구파 강경세력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박세길 : 그런데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할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 분단은 미소간의 냉전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미간의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신냉전의 기운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죠. 한반도 문제 역시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관한 미국의 판단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 집니다.

한호석 : 페리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미국의 전략구도는 한반도 전체를 먹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쟁을 통해서 말입니다. 만약 전쟁을 통해서 한반도 전체를 먹으면 어떻게 되느냐하면 압록강,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주한미군 무력이 중국과 직접 대치하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누가 피해를 보는가 바로 중국이 위협을 받게 되죠. 당연하죠. 지금처럼 중국이 경제 성장을 안정적으로 도모할 수가 절대로 없게 되는 겁니다. 엄청나게 많은 중국의 국력이 무모한 군비 소모로 흘러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옛 소련을 멸망시킨 것이 바로 그 전략입니다. 계속해서 소련을 군사적으로 자극해서 결국 소련의 국력을 피폐하게 만들어 끝내 붕괴로 몰아넣지 않았습니까. 바로 그 전략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서 한반도를 완전히 다 장악해야 되겠다는 그런 제국주의적인 야망을 가졌는데 그것이 페리 보고서로 무너졌다는 말입니다. 기본의 전략구도를 근본적으로 폐기하고 북과 미국은 평화공존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북과 평화공존 해야 한다는 페리보고서의 이야기는 '북을 먹을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한반도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거대한 두 세력사이에서 중립적인,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완충지대로 설정되며 이는 중국에게도 미국에게도 당연히 우리 민족에게도 이익이 되는 겁니다. 말하자면 한반도를 아시아의 스위스로 만들자는 겁니다. 스위스는 연방국가이면서 그 어떤 동맹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나토에도 속하지 않고 바르샤바에도 속하지 않고 심지어 유엔에도 가입하지 않을 정도로 영세중립국인 것입니다.

아시아의 스위스로 통일된 한반도가 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이렇게 내다보는 것인데 미국의 강경파들은 한반도가 아시아의 스위스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반면 미국내 이른바 페리보고서를 추진하고 있는 세력들은 공식적으로 아시아의 스위스화를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도 그런 방향으로 생각을 굳혀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세길 : 중요한 대목을 말씀해 주신 것 같은데요, 페리보고서 구상이 나름대로 한반도의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요?

한호석 : 명확하지 않습니다. 명확하게 페리보고서 내용 전체가 공개되지 않았고 페리보고서 자체가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수정 보완되어 나가는 면이 있기 때문에 한반도 통일이라는 말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중립화 문제는 충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통일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아시아의 스위스처럼 될 수는 있습니다.

미국이 실제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국가연합 방식에 기초한 중립화된 한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중립화라는 측면에서 우리와 같지만 연방제 통일이 아니라 두개의 국가로 나뉘어 진다는 면에서는 우리와 다른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페리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와 같은 측면은 살려내고 우리와 다른 측면은 계속 견제하며 약화시키고 고립하는 전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연합을 추구하겠다고 해서 무조건 반통일적인 것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단순하게는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북미협상의 전망

박세길 : 결국 미국의 속내는 북미 정치협상을 통해서 좀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제부터 북미협상의 전망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한호석 : 페리 구상을 가로막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북한을 테러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고 또 하나가 미사일 문제인 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테러국가 해제를 둘러싸고 조미간에 회담을 진행하다 보니까 어느새 4자회담이라는 것이 없어졌습니다. 제가 전에 북미회담이 어느 정도 발전궤도에 오르면 4자 회담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라고 얘기한 바 있는 데 그대로 되어 가고 있습니다. 김영삼 정권시절로 끝나게 된 것이고 김대중 정권에 와서는 4자회담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왜냐하면 페리 보고서라는 방침에 의해서 조미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테러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문제는 결말이 났다고 봅니다. 이번에 평양회담에서 일차적으로 결말이 났고 9월초에 유엔 밀레니엄 총회에 참석하는 헌법상 국가원수인 북의 김영남 상무위원장이 미국의 국가원수인 클린턴 대통령과의 국가 원수급 회담을 유엔 틀 안에서 추진하고 있고 그것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측의 요구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식으로 회담을 하자는 겁니다. 현재 미국은 이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미국내 반대파들이 '북에 너무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조치는 오히려 자기네들에게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최소한 유엔 틀 안에서 조미국가 원수급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성과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미관계 개선에 결정적인 계기를 열어놓게 될 것입니다.

박세길 : 서로 상대국의 국가원수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상대의 실체를 인정한 기초 위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닙니까 ?

한호석 : 미국이 북을 주권국가로 인정했다기보다는 인정하기 위한 회동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어찌 되었건 북한을 테러국가 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사실상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남은 것은 미사일 문제인데 여기에는 더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뭐냐하면 테러국가 문제는 미국의 민수 산업자본가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북한이 테러국가 명단에 딱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에 미국 민수산업 자본이 진출을 못하는 것입니다. 한편 미사일 문제는 미국 정부가 계속 물고 늘어져야 미국의 군수산업 자본들의 이익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클린턴 정권은 민수산업 자본과 군수산업 자본의 말을 모두 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둘 다를 해결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입장입니다. 바로 여기서 미국으로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있는 것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얘기한 것 중에 하나가 '우리가 대륙간 탄도 미사일 두세 개를 가지고 미국을 공격한다고 해서 미국을 이기겠습니까?' 라고 한말이 나오는데 그 말은 미사일을 가졌다고 하는 것을 암시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결국 미사일 문제로 차기정권과 회담을 하더라도 우리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보유를 기본전제로 회담에 나간다하는 의사 표시로 봐야 합니다. 이 사실은 미국의 고급 정보를 다루는 전략가들은 다 알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부시 후보 진영은 고급정보를 접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잘 모릅니다. 그리고 또 그 사람들은 미사일 문제를 물고 늘어져야 군수산업 자본의 정치적 지지를 받을 수가 있기 때문에 NMD(국가 마시일 방어체제)를 계속 개발하겠다 이렇게 나오는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클린턴 정권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떤 형태로든지 자신의 임기 안에 마무리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잘못되면 지금까지 한 노력이 무의미한 것으로 되고 이는 클린턴 자신에게도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사일 문제도 이른 시일 안에 타협적으로 해결이 나야 되겠죠. 그러면 조미국교 수교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과정이 주한 미군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주요한 계기가 될 수 있겠죠.

박세길 :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다소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큰 흐름으로 보아 북미협상이 진전될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가지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답이 다 나온 이야기가 될런지 모르겠습니만 일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한미군의 장기주둔을 용인했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간단히 짚어 주시죠.

한호석 : 주한미군의 한반도 영구주둔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내놓은 이론이 뭐냐하면 1990년대 후반기에 들어와서 내놓은 이론이 이른바 세력균형론 이잖아요?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을 위해서 미군철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세력균형론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른바 안전론, 즉 역내 갈등을 방지해 주는 안정판으로서 기능한다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현존하는 전략 균형을 계속 유지해 주는 균형자론입니다.

이 세력균형론을 워싱턴의 강경파들 ― 강경파는 공화당에만 있고 민주당에는 없는 것이 아니라 공화당에도 있고 민주당에도 있습니다. ― 이 개발해서 유포해 왔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그 얘기를 평양회담 이전에도 하고 평양회담 이후에도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세력균형론에 대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인정했다, 긍정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이 통일 이후에도 계속 주둔하는 것에 대해서 북측도 긍정적이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클린턴 정권의 한반도 정책인 페리 구상을 밀고 나가다 보면 결국은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한반도에 평화정착이 되는 겁니다. 조미국교를 수립한다는 얘기는 한반도에 막강한 무력을 배치할 수 없다는 얘기와도 같은 얘기입니다. 세력균형을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페리 구상이 다 실현된 뒤에도 한반도에 주한미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주한미군 철수의 필수 조건으로서 남북관계 북일관계 개선

박세길 : 자, 그러면 테러국 해제 문제, 미사일 문제가 어떤 형태로 타협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떻든 협상이 마무리되는 조건에서 북미수교도 된다는 말이지요. 그럼 북미수교와 맞물려 있는 것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상황 변화를 곧바로 주한미군 철수와 연결시킬 수 있는지요.

한호석 : 주한미군문제는 복잡한 것이 딱히 앞서 주한미군의 기능에 대해 말씀드린대로 조미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남북문제, 한미문제, 미일문제 등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주한미군 문제를 잡아당기게 되면 여러 갈래의 뿌리들이 같이 딸려 나옵니다.

조미관계만 떼어놓고 보면 조미사이가 국교수립으로 나갈 때면 당연히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것이니까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주한미군 무력이 철수해야한다는 측면이 존재하죠. 다시 말해 조미관계 개선이라는 측면만으로 주한미군 문제를 보면 주한미군 완전 철수라는 것으로 당연히 결론이 나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이거죠.

남북문제는 주한미군을 빼고서라도 서로 대치하고 있다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군사적으로 북이 우월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우월한 군사력을 대치하고 있는 남쪽의 군사력이 주한미군 때문에 버티고 있다 이렇게 보고 있는 것이죠. 그 중에서 주한미군을 빼내가 버리면 남쪽은 결정적으로 약화되어 버립니다. 그것을 알고 있어서 남쪽은 주한미군철수 혹은 감축 이런 얘기가 나오면 '이거 큰일났다 그래서 우리 남쪽 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무력 증강론으로 빠지기 쉬운 것이죠. 당연히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남북관계라는 측면에서 보면 주한미군을 빼내는 것이 평화가 아니라 오히려 남쪽을 자극해서 남북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측면이 또 있다는 것이죠. 조미관계 측면과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죠.

그 다음에 일본과 한반도의 관계를 보면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막강한 북의 군사력과 동해에 두고 대치하게 되는 자위대는 군비를 증강할 명분을 못 찾아서 안달인데 일본이 위협을 받는다는 핑계로 자위대가 무력증강으로 나갈 측면이 있습니다. 남한과 일본은 주한미군 철수 때문에 오히려 무력증강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이것을 어떻게 잘 풀어내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우리민족과 동북아 전체에 이익에 부합되게 만들어 가느냐 이것이 과제인 셈입니다.

박세길 : 주한미군문제 해결은 결국 남북관계, 북일관계 개선과 맞물릴 수밖에 없는 것이 되겠군요.

한호석 : 그렇습니다. 주한미군철수 문제가 해결되려면 반드시 남북 관계가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조일관계 개선 역시 마찬가지로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것 없이 조미관계만 개선되었다고 주한미군을 달랑 빼가게 되면 오히려 우리 민족에게 해악을 미치는 것으로 됩니다. 한마디로 남북관계 북일관계 문제가 동시적으로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큰일나는 것입니다. 주한미군 철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본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박세길 : 어쩌면 서로 연관되어 있는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일각에서 주한미군의 유엔 평화유지군으로의 지위변경 가능성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에 기초한 것은 아니지만 북미협상 과정에서 그렇게 결론날 수도 있지 않느냐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남북관계, 북일관계 개선되는 기간 동안의 과도적 조치일수도 있다는 것인지요.

한호석 : 1999년 4월 김대중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여러 통로를 통해 정리한 바로는 북에서는 주한미군의 명칭을 평화군으로 바꾸게 되면 통일이후에도 주둔을 용인하였다는 것입니다. 평화유지군이라는 말인데 평화유지군 앞에는 유엔이라는 단어가 붙죠.

미국은 작년 유고 공습 때 유엔평화유지군의 틀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다국적군이라는 틀로 유고공습을 감행하였던 것이죠. 제국주의 침략전쟁에는 유엔평화유지군이 아니라 임의로 구성된 다국적군으로 싸우게 됩니다. 현재 미국은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주한미군의 명칭과 성격이 변경되는 것에 대해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엔평화유지군은 유엔안정보장이사회 산하에 있는 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군사지휘계통이 임의 국가가 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절대로 선호하지 않는 것입니다.

주한미군 철수 방도

박세길 : 현재 진행양상을 보면 조미관계에서 돌파구가 열려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아닙니까? 물론 미국의 11월 대선 결과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더라도 큰 흐름으로 봐서는 반세기 동안의 정전체제를 해소하면서 조미수교는 예정대로 순서를 밟아가며 진행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더불어 평양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급격한 변화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히 일관된 흐름으로 갈 것이라 예상되는데 이것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볼 때 주한미군을 둘러싼 정세의 근본적 지형변화가 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도대체 주한미군은 어떤 방식으로 철수시켜야 할지 그 방도 문제를 짚어 봐야하겠습니다. 민족민주진영 안에서 주한미군 철수투쟁이 대중화됨에 따라 구체적인 방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점을 감안하고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한호석 : 조미관계 개선의 속도와 조일관계 개선의 속도,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 즉 한미일 공조체제와 북과의 관계가 총체적으로 개선되어야 주한미군철수가 가능합니다.

한미일 셋은 미국이 주도하는 페리 구상의 일환으로 주한미군 문제를 보고 있고 우리는 연방제 통일실현의 결정적 계기로 주한미군철수 문제를 보고 있는 것이지요. 여기서 똑같이 주한미군 철수를 이야기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방향이 틀려지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략가들은 조미관계 개선을 필연적으로 자기들의 전략적 이익 때문에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 우리 전략으로 넘어가서 북은 지금까지 주한미군에 대한 입장은 강제 철거론이었습니다. 강제철거의 기본 방도의 해방전쟁이지요. 정의의 전쟁으로 무력을 통해 쓸어버리겠다는 것이었는데 이 입장을 수정한 것입니다. 미국이 알아서 스스로 철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자진 철수론이 바로 그것입니다.

박세길 : 조미, 조일, 남북개선의 평화적 해결을 통한 주한미군의 자진철수 유도라는 것으로 이해되는데요. 그러면 이 대목에서 남한의 민족민주운동의 역할은 무엇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는데 그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한호석 :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평양회담 이후 북은 자진철수로 정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남의 민족민주운동진영은 여전히 강제철거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남에서 주한미군은 식민지배로서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철수 문제는 군사적 영역을 뛰어넘는 정치투쟁으로서 성격을 갖게 됩니다. 강제철거는 바로 그러한 식민지배를 청산하는 총체적인 내용을 담는 것이지요.

그러면 강제철거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를 따져 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베트남의 경우도 미군하고 싸우면서 제3국에서 전쟁종식을 위한 평화회담을 동시에 병행하였습니다. 우리도 그런 과도기에 해당합니다. 직접적인 물리력을 동원한 군사전쟁은 아니지만 고도의 정치투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은 미국과 다양한 정치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이 이남의 민족민주운동을 협상 대상으로 생각하고 한 테이블에 앉아 주한미군 문제를 논의하겠습니까!

이점은 감안하여 이남 민족민주운동은 주한미군에 대한 북의 전략 변화를 대남 통일전략이라고 몰아붙이며 끝까지 주한미군의 영구주둔을 꾀하고 있는 반동수구세력들과 대항하여 싸워야 한다고 봅니다. 주한미군에 대한 이남 국민들의 여론은 남북 화해와 협력분위기와 더불어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잘 살려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북은 공식적 차원에서 주한미군철수라는 주장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이제 이남의 민족민주운동이 차원 높은 차원에서 전 국민이 지지하고 참여하는 다양한 주한미군 철수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입니다.

박세길 : 결국 민족민주운동은 주한미군 철거투쟁을 광범위하게 벌여내어 미국이 자진 철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 기본 임무가 아닌가 합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최근 이 땅에서 주한미군을 몰아내기 위한 투쟁을 광범위하게 벌여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한호석 : 주한미군 문제는 남한은 직접 지배, 북은 군사적 적대로 성격을 유지해 왔습니다. 앞으로 주한미군철수 투쟁은 민족자주역량의 강화라고 하는 측면으로 강조점이 잡혀져야 합니다. 미군의 양민학살 문제는 가장 극악한 형태로 우리 민족을 짓밟았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그래서 양민학살 진상규명 사업은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되찾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궁극적 목표가 주한미군철수를 넘어 민족자주역량 확립,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베트남은 종전된 지 25년이 되었지만 미군의 양민학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와 베트남은 차이가 있습니다. 베트남의 경우 무력과 무력이 맞서 미군을 몰아냈는데 우리는 지금 도덕적이고 정치적으로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고유한 우리 방식으로 싸워야 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미제국주의를 도덕적으로 제압해야 합니다. 국내외에 있는 주한미군 주둔파들의 지반을 결정적으로 약화시켜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전민특위 사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세길 : 주한미군 철수 이후에도 지속적인 반제자주화 투쟁을 벌여내는 관점에서 말씀에 주셨는데요. 미국이 이 땅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한 죄 값을 받아내어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확립하는데 저의 전국연합이 앞장서야겠습니다. 도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