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사업세칙 개정이 말해주는 충격적인 사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북의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3년 내 무력통일을 이루겠는 의지를 밝혔다는 한나라당 조원진 국회의원의 증언     © 이창기 기자, 13년 10월 9일 kbs 뉴스 화면복사

 
✦ 365개 항목 중 187개 항목이 삭제된 상태로 전해진 전시사업세칙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2013년 10월 8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국회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발언하는 중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3년 안에 무력통일을 실현하겠다고 북측 내부에서 여러 차례 공언하였다고 밝혔다. 국정원장의 그 발언을 전해들은 국회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반응을 2013년 10월 9일 <뉴스1>이 보도하였는데, 취재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3년 안에 무력통일을 실현하겠다고 북측 내부에서 공언한 것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느니,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키면 북한이라는 나라가 멸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느니, “과연 그들이 가진 무기체계로 무력통일이 가능하겠느냐”느니, “국방력에서 한국군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느니, “올 초에 북한과 우리가 험악한 말을 주고받았지만 북한의 실질적인 군사동향은 없었다”느니 하는 등의 주장을 꺼내놓았다. 국정원장 발언을 들은 정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별로 말이 없는데, 그 발언을 듣지도 못한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뭐가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꺼내놓은 것이다.

국회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정신을 차리고 들어야 할 정보는 국회정보위원회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언론에 전해졌다. 그의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2013년 10월 8일 보도에 따르면, 국회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장은 북이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하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원래 전시사업세칙 개정 소식은 2013년 8월 22일 <동아일보> 보도를 통해 이미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그처럼 지난 8월 22일에 전시사업세칙 개정에 관한 보도가 나왔는데, 그로부터 한 달 반이 지난 10월 8일에 와서 국정원장이 국회정보위원회에 출석하여 마치 새로 입수한 정보인 것처럼 말했다면, 신문사보다 뒤떨어진 국정원의 무능을 드러낸 꼴이다.

북에서 전시사업세칙을 작성하고 발표하고 개정하는 주체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한 것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전시사업세칙 개정이 ‘조국통일반미대전 작전계획’ 최종승인과 직결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누구나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조국통일반미대전 작전계획’을 최종승인한 것과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한 것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었는지를 생각해야 세칙개정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남측의 언론매체들과 정세분석가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연관성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조국통일반미대전 작전계획’을 최종승인하였다는 사실은 2012년 8월 25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선군절 경축연설에 관한 북측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한 때는, <동아일보> 2013년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2012년 9월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2년 8월 25일 선군절 경축연설에서 자신의 ‘조국통일반미대전 작전계획’ 최종승인에 대해 언급한 대목을 인용하면 이렇다. “나는 이미 서남전선의 최전방부대들에 나가 적들의 무분별한 추태를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예리하게 살피며 만약 적들이 신성한 우리의 령토와 령해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즉시적인 섬멸적 반타격을 안기고 전군이 산악같이 일떠서 조국통일대업을 성취하기 위한 전면적 반공격전에로 이행할 데 대한 명령을 전군에 하달하였으며, 이를 위한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최종 수표하였습니다. 지금 이 시각 나의 명령을 받은 영용한 인민군장병들은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의 무모한 전쟁도발책동에 대처하여 전투진지를 차지하고 적들과의 판가리결전을 위한 최후돌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목하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선군절 경축연설에서 자신의 ‘조국통일반미대전 작전계획’ 최종승인에 대해 언급한 직후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하였다는 사실이다.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전면전 작전계획 최종승인에 대해 언급한 것에 이어 북의 최고군사지도기관이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하였다는 사실이 말해주는 것은, ‘조국통일반미대전’에 대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전략이 확고부동하고, 그 전략을 실현하려는 인민군 지휘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원래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04년 4월 7일에 전시사업세칙을 각급 기관들에 하달하였는데, 이에 관해서는 2005년 1월 5일 <경향신문> 단독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당시 <경향신문>이 그 문서를 입수하였을 때 세칙을 구성한 총 365개 항 중에서 이미 제56∼60항, 제168∼177항, 제183∼355항이 삭제되어 있어서 총 365개 항 중에서 인민군 전시사업에 관한 187개 항은 볼 수 없었고 178개 항만 볼 수 있었으며, 더욱이 <경향신문>측은 자기들이 입수한 전시사업세칙 중에서 ‘민감한 부분’을 제외하고 일부만 보도하였다. 따라서 이 글에서 전시사업세칙 전반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시사업세칙은 ‘조국통일반미대전’이 일어나는 경우 북의 각급 당조직, 행정기관, 군대, 민간부문에서 수행해야 할 전시사업지침을 밝혀준 문서다. 전시사업과 전시작전은 전혀 다른 개념이므로 전시사업세칙과 전시작전계획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전시사업세칙에는 전시에 인민군이 수행할 사업지침도 포함되었지만,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경향신문>이 입수한 문서에는 인민군 전시사업에 관한 187개 항이 입수하기 전부터 삭제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경향신문>에서 보도한 내용은 당조직, 행정기관, 민간부문 등 군대 밖에서 수행되어야 할 178개 항의 전시사업지침인 것이다. 당시 <경향신문>이 전시사업세칙에 관해 보도하면서 “(전시사업세칙이) 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를 강조하고 있다”고 논평한 것은, 군대 밖에서 수행될 전시사업세칙 178개 항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인식착오다. 만일 <경향신문>측이 삭제된 부분을 보았다면, 전시사업세칙이 방어를 강조한다는 식의 논평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조국통일반미대전’ 발발요인이 하나 더 추가된 전시사업세칙

원래 전시사업세칙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작성하였고, 김정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의 명의로 2004년 4월 7일에 하달된 지시문건이다. 그러므로 북의 각급 당조직, 행정기관, 군대, 민간부문에서는 전시사업세칙을 무조건 집행해야 한다. “전시사업세칙을 대충 적용하거나 태만하게 하여 전쟁준비에 지장을 주는 현상에 대해서는 당적, 행정적, 법적으로 엄격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전시사업세칙에 명기된 것은, 그 세칙을 무조건 집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전시사업세칙은 왜 2004년 4월 7일에 하달되었을까?

2003년 9월 9일 공화국 창건 55주년 군사행진을 며칠 앞두고 평양 외곽에 있는 미림비행장에 초강력전략무기들인 목성-3호 5기와 화성-10호 5기가 나타났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거리가 15,000km에 이르는 목성-3호는 인민군이 수직갱발사대에서 발사하는 다발탄두 장착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고, 사거리가 4,000km에 이르는 화성-10호는 인민군이 전략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다발탄두 장착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이다. 북이 목성-3호와 화성-10호 같은 초강력전략무기들을 2003년 9월에 세상에 공개하려고 한 것은 인민군의 ‘조국통일반미대전’ 준비가 이미 2003년에 완료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북의 전쟁개념은 군대와 인민이 단합된 ‘군민일치의 위력’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총력전개념이므로, 인민군이 ‘조국통일반미대전’ 준비를 완료한 것과 더불어 북의 인민들도 인민군과 보조를 맞춰 군대 밖에서 자기들의 전시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바로 그런 ‘군민일치 총력전’ 준비를 지시한 것이 2004년 4월에 북측 전역에 하달된 전시사업세칙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전시사업세칙 제1장 총칙에는 “조국을 통일하는 것은 우리 인민의 념원이며 나의 의지입니다. 조국통일은 우리 대에 하여야지 다음 대에 넘겨줄 수 없습니다. 조국을 통일하는 것은 우리의 영광스러운 임무이며 민족적 과업입니다”고 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명언(明言)이 수록되어 있다. 그 명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국통일을 자신의 대에 실현하여야 하지 후대에 넘겨줄 수 없다고 말하면서 강렬한 통일의지를 표명하였는데, 2011년 12월 17일 급서로 조국통일과업은 다음 대에 넘겨졌고, 생전의 통일의지는 통일유훈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2012년 여름에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하기 위해 세칙문안을 검토하던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국통일과업을 생전에 반드시 실현하여야 하며 다음 대에는 넘겨줄 수는 없다고 말하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일유훈을 다시 읽으며 심사숙고하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국통일을 당장이라도 실현해야 할 과업으로 인정하고, 인민군의 전쟁준비를 정력적으로 지도하였던 것이며, 그런 계기를 통해 ‘조국통일반미대전’을 결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3년 안에 무력통일을 실현하겠다고 북측 내부에서 여러 차례 공언하였다는 정보는 오늘 북에서 전개되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3년 안에 무력통일을 실현한다는 말은 ‘조국통일반미대전’이 2016년 안에 일어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조국통일반미대전’이 과연 일어나느냐 아니면 일어나지 않느냐 하는 문제를 논할 필요도 없게 되었고, ‘조국통일반미대전’이 앞으로 언제 일어나느냐 하는 문제도 논할 필요가 없게 되었으며, 오직 ‘조국통일반미대전’이 2016년 안에, 어떤 조건에서 일어나느냐 하는 문제를 논할 필요만 남게 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시사업세칙에는 2016년 안에 일어날 것으로 예견되는 ‘조국통일반미대전’ 발발요인들이 명료하게 수록되어 있다. <동아일보> 2013년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전시사업세칙에 명기된 ‘조국통일반미대전’ 발발요인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발발요인은 “미제와 남조선의 침략전쟁의도가 확정되거나 공화국 북반부에 무력침공을 하였을 때”다. 두 번째 발발요인은 “남조선 애국역량의 지원요구가 있거나 국내외에서 통일에 유리한 국면이 마련될 경우”다. 그리고 세 번째 발발요인은 “미제와 남조선이 국부지역에서 일으킨 군사적 도발행위가 확대될 때”다.

이러한 세 가지 발발요인들 가운데서 첫 번째 요인과 세 번째 요인은 개정되기 전의 전시사업세칙에도 수록되었던 것인데, 개정하면서 두 번째 요인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축적된 순간충격력을 한꺼번에 총폭발시킨다는 작전개념

전시사업세칙에 따르면, “미제와 남조선의 침략전쟁의도가 확정되었을 때” 또는 “미제와 남조선이 공화국 북반부를 무력침공하였을 때” 북은 ‘조국통일반미대전’에 즉시 돌입한다는 것이다. 미국군과 한국군이 전쟁을 개시하였는데도 인민군이 전쟁에 돌입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경우는 있을 수 없으므로, 위의 인용문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군과 한국군의 전쟁의도가 확정되었을 때 인민군이 전쟁에 돌입한다고 언명한 부분이다. 여기서 전쟁의도 확정이라는 말은 전쟁징후를 사전에 포착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전시사업세칙에 따르면, 인민군이 미국군과 한국군의 전쟁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였을 때 선제공격으로 ‘조국통일반미대전’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물론 선제공격에 대한 언급은 북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미국군과 한국군도 인민군의 전쟁징후를 포착하는 경우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이처럼 적대쌍방이 똑같이 선제공격을 공언한 마당에, 어느 쪽의 공언이 진실에 더 가까운 것일까?

인민군 은 전쟁징후를 사전에 노출하지 않고 전쟁에 돌입할 수 있지만, 미국군과 한국군이 전쟁에 돌입하려면 전쟁징후를 사전에 노출할 수밖에 없다. 전방지역에 공격대형으로 배치된 인민군 대연합부대들은 밤에 취침 중이라도 최고사령관의 공격명령을 받으면 30분 만에 총공격을 개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인민군 전술교리가 그런 만반의 준비에 대해 말해준다.

이를테면, 인민군 전술교리에서 중심내용은 돌파공격, 양익포위, 연속타격인데, 여기서 돌파공격이란 축적된 순간충격력을 한꺼번에 총폭발시켜 단숨에 적을 쓰러뜨리는 작전개념이다. 밀도가 높고 파괴력이 강한 타격수단을 24시간 격발상태로 유지하고 있어야 결정적인 순간에 순간충격력을 총폭발시킬 수 있다. 인민군의 화력배치상태와 작전지휘체계는 순간충격력을 불시에 총폭발시킬 수 있도록 준비되었으며, 또한 그런 순간충격력을 총폭발시키기 위한 실전기술을 지난 60년 동안 연마해왔으니 오늘 그들의 전투준비태세가 어느 경지에 이르렀는지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군과 한국군은 일본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 7함대 항모강습단이 한반도에 긴급출동해야 총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 긴급출동이라고는 하지만, 항모강습단이 워싱턴 전쟁지휘부의 공격명령을 받고 교전준비를 마치고 한반도로 이동하여 전투에 돌입하려면 30시간이나 걸린다. 분초를 다투며 전세를 결정짓는 숨 막히는 개전시각에 항모강습단이 30시간 동안 부산을 떨어야 하는 것은, 항모강습단에 대한 미국군과 한국군의 의존이 그들의 전쟁수행력을 결정적으로 제약하게 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세계 최강의 타격력’을 갖추었노라고 큰 소리를 치는 항모강습단이 되레 미국군과 한국군의 전쟁수행력을 결정적으로 제약하게 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야말로 전쟁전략의 치명적인 실패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인민군은 30분 만에 개전할 수 있고, 미국군과 한국군은 30시간 뒤에야 개전할 수 있는 것은, 미국군과 한국군이 선제공격준비를 갖추었다고 말은 하지만, 그들의 선제공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대규모 화력전으로 진행되는 현대전쟁에서는 밀도가 높고 파괴력이 강한 타격수단을 총동원하여 선제공격을 개시하는 쪽이 무조건 이기게 되어 있다. 최고사령관이 공격명령을 하달하면 30분 만에 엄청난 순간충격력을 총폭발시킬 선제공격준비를 완료하고 대기 중인 인민군이 ‘조국통일반미대전’에서 이길 것으로 자신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제공격을 위한 미국군과 한국군의 전투준비태세가 상당히 미흡한 상황에서 미국군이 한국군을 동원하여 인민군을 자극하는 대북전쟁연습을 실시하거나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같은 타격수단을 남측에 들여보내는 대북무력시위를 감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인민군이 그러한 대북전쟁연습과 대북무력시위를 전쟁징후라고 판단하는 경우, 즉각 ‘조국통일반미대전’에 돌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군이 한반도에서 벌이는 대북전쟁연습과 대북무력시위야말로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밟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반정부대중항쟁을 ‘조국통일반미대전’ 발발요인으로 명기한 전시사업세칙

주목하는 것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하면서 새로 추가한 ‘조국통일반미대전’ 발발요인을 세 번째에 수록하지 않고 두 번째로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새로 추가한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하였을 것이다. <조선일보> 2013년 10월 8일 보도기사에 인용된, 전시사업세칙에 새로 추가된 ‘조국통일반미대전’ 발발요인은 “공화국 남반부의 민주애국역량이 들고 일어나 우리 북에 지원을 요구할 경우 전쟁을 선포한다”는 것이다. 이 인용문에서 “공화국 남반부의 민주애국역량이 들고 일어난다”는 말은 남측에서 4.19 민주항쟁, 5.18민주항쟁, 6.10민주항쟁 같은 반정부대중항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지금 남측에서 반정부대중항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까? 이 문제를 놓고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2008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자본파산이 세계 각국 금융계에 ‘직격탄’을 날린 이후 세계자본주의시장경제는 점차적으로 조락하고 있으며, 그 조락사태에서 발생되는 엄청난 피해는 모조리 근로대중에게 떠넘겨지는 판이다. 2008년 이후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같은 나라들에서 불시에 일어난 반정부대중항쟁은, 점차적으로 조락하는 세계자본주의시장경제에서 발생한 막대한 피해가 집권세력의 계략에 의해 근로대중에게 마구 떠넘겨지면서 빈부격차, 실업, 빈궁이 극에 이르고, 그에 분노한 근로대중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거리와 광장으로 물밀듯이 쏟아져 나와 일으킨 대중저항운동의 폭발이었다.

그런데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에서 일어난 격렬한 대중항쟁이 왜 남측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최근 언론보도에 나오는 각종 경제지표들은 남측 근로대중이 겪는 민생파탄고통이 유럽 근로대중이 겪는 민생파탄고통보다 더 혹독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남측 근로대중 속에 축적된 분노에너지가 언제 폭발하여 반정부대중항쟁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연속적인 대국민기만발언과 대선공약파기에 따른 민생정책실종, ‘NLL 포기발언’ 조작에 의한 민주당 고립시키기, ‘종북혐의씌우기’에서 ‘내란혐의씌우기’로 한층 더 악화된 통합진보당 탄압 등에서 드러난 박근혜정권의 악정과 무능은 축적된 분노에너지를 폭발시킬 대형뇌관을 근로대중 속에 밀어 넣어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일 어떤 충격파가 그 대형뇌관을 조금이라도 흔들기만 하면, 근로대중 속에 축적된 분노에너지는 반정부대중항쟁으로 폭발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남측에서 반정부대중항쟁이 일어나 북에 지원을 요구할 경우 ‘조국통일반미대전’이 일어난다고 전시사업세칙에 명기되었다는 사실이다. 전시사업세칙에 따르면, 북은 자기의 ‘조국통일반미대전’과 남측의 반정부대중항쟁을 결부시켜놓은 것이다.

전시사업세칙은 남측에서 반정부대중항쟁이 일어나 북에 지원을 요구할 경우 ‘조국통일반미대전’을 벌인다고 하였지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남측의 항쟁지도부는 북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일어나지도 않을 상황이 전시사업세칙에 ‘조국통일반미대전’ 발발요인으로 명기된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시기 남측에서 일어난 반정부대중항쟁경험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항쟁이 일어나면 박근혜정권은 경찰을 총동원하여 진압할 것이다. 최근 이집트에서 벌어진 시위군중진압이 말해주는 것처럼, 항쟁진압은 유혈사태를 수반하게 되는데, 유혈사태를 목격한 시위군중의 분노로 항쟁의 폭발력이 한층 더 커지게 되고, 그에 따라 항쟁진압도 더욱 폭력화되어 유혈사태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다시 말해서, 항쟁진압과 유혈사태의 악순환이 급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반정부대중항쟁 중에 남측의 민주애국역량이 북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전시사업세칙에 명시된 것은, 실제로 그런 지원요청이 있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유혈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뜻으로 다시 읽어야 문맥이 통한다. 다시 말해서, 전시사업세칙은 남측에서 일어날 반정부대중항쟁이 박근혜정권의 폭력진압에 의해 유혈사태로 전변되는 경우 ‘조국통일반미대전’이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박근혜정권도 근로대중의 분노폭발→반정부대중항쟁→유혈사태로 이어질 대사변의 가능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박근혜정권이 통합진보당에게 내란음모혐의를 뒤집어씌워 탄압하는 것은,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시위가 반정부대중항쟁으로 격화되기 전에 촛불시위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한 통합진보당을 꺾어놓으려는 예방적 탄압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반정부대중항쟁을 ‘조국통일반미대전’ 발발요인으로 명기한 전시사업세칙 개정에 관해 보도한 날이 2013년 8월 22일이었고, 국정원 수사요원들이 통합진보당 인사들에게 내란음모혐의를 씌워 그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급습한 날이 2013년 8월 28일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3년 안에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

전시사업세칙에 명기된 ‘조국통일반미대전’의 세 번째 발발요인은 “미제와 남조선이 국부지역에서 일으킨 군사적 도발행위가 확대될 때”다. 이것을 남측에서 통용되는 서술방식으로 바꾸면, 한국군과 인민군이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우발적으로 일으킨 무력충돌이 확대될 때다. 다시 말해서, 이전에 여러 차례 일어났던 서해교전과 같은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앞으로 또 다시 일어나면, 인민군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국통일반미대전’을 개시하겠다고 명시한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서해5도 분쟁수역은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화약고’다. 10.4공동선언에 명기된 서해평화협력지대 건설구상이 만일 2008년부터 실현되기 시작하였더라면, 5년이 지난 지금쯤 서해5도 분쟁수역은 서해평화협력지대로 전변되었을 것이고, 남과 북은 평화통일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정권은 10.4공동선언을 부정하면서 북과 대결하는 일만 벌였고, 오늘 박근혜정권도 이명박정권의 전철을 밟아가는 중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앞으로 3년 안에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서해5도 분쟁수역에 대한 인민군의 전투준비태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2013년 10월 8일 국회정보위원회에 출석한 국정원장은 인민군이 신형 240mm 방사포를 서북지역에 배치하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3년 6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은 신형 240mm 방사포를 서북지역만이 아니라 전 전선에 걸쳐 배치하고 있는데, 국정원장은 서북지역에만 배치한 것처럼 잘못 말했다. 그가 특정한 서북지역은 서해5도 분쟁수역의 한국군을 공격할 황해남도 해안지역이다.

지금 인민군은 백령도와 연평도를 조준한 신형 240mm 방사포만 증강배치하는 게 아니다. 최근에 나온 내외신 관련보도를 종합하면, 연평도와 마주한 황해남도 강령군에서 4개의 군사기지와 20개의 포진지를 건설하는 대규모 공사가 2011년 초에 시작되어 2013년 1월 하순에 끝났고, 백령도와 마주한 황해남도 태탄군의 태탄비행장(인민군 최남단 공군기지)에서 36개의 포진지 구축을 포함한 대규모 기지확장공사가 완공되었고, 백령도와 마주한 황해남도 룡연군에서 진행된 해군기지 신설공사도 완공되었다.

위에 열거한 정보들은 인민군이 백령도와 연평도를 겨냥한 전투준비태세를 증강, 완료하였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백령도 및 연평도 공격준비가 완료된 직후인 2013년 9월 2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병영시설과 주민시설을 새로 건축한, 서해5도 분쟁수역 최전선의 장재도와 무도를 시찰하였을 때, 북의 언론에는 최고사령관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인민군 장병들과 주민들의 모습이 보도되었다.

위에서 서술한 내용을 요약하면, 지금 인민군의 화력밀도는 엄청나고, 연속타격준비는 완성되었고, 사기는 충천하다. 인민군이 불시의 일제사격으로 발사한 미사일과 방사포탄과 대구경 포탄이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날아오는 거대한 ‘불벼락’을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이 무엇으로 막을 수 있을까?

미국 <자유아시아방송> 2013년 10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북에서는 이전에 전시예비물자를 3년 동안 비축해두었는데, 올해 2013년부터 비축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북의 ‘조국통일반미대전’이 단기속결전으로 끝나게 될 것임을 말해준다. 북의 ‘조국통일반미대전’이 단기속결전으로 끝나게 되리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2013년 3월 16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3일 만에 끝날 단기속결전’에서 논한 바 있다. 북의 3일 단기속결전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분석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북은 그런 시나리오를 언급한 적이 없으며, 2013년 3월 30일 발표된 북측 정부, 정당, 단체 특별성명에서는 “우리의 조국통일대전은 3일 대전도 아니라”고 하였다.

그런데 2013년 10월 9일 국회국방위원회에서 최윤희 합참의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때 “북의 3일 단기속결전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답변에 나선 합참의장 후보자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우리의 방위태세로 볼 때 (북의 3일 단기속결전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국회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윤희 합참의장 후보자는 2009년부터 2013년 9월 8일까지 골프를 총 248회나 즐겼으며, 군사정세가 극도로 긴장된 시기에 실시된 한미연합군 대북전쟁연습 직전과 직후에도 “아무 거리낌 없이 골프장을 찾았다”고 한다. 비단 합참의장 후보자만 그런 게 아니라, 육해공군 장성급 지휘관 450여 명이 2011년부터 2년 동안 군부대 골프장을 출입한 회수는 무려 22,000여 회나 되는데, 이것은 장성급 지휘관 한 사람당 골프장 출입회수가 연평균 24.5회에 이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골프채를 흔들면서 방위태세가 든든하다고 내뱉은 말을 곧이들을 사람이 있을까? (자주민보 2013년 9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