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강호 항해 가로막은 미국의 훼방

미국, 쿠바의 “낡은”무기에 왜 시비거나?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훼방의 배후조종자는 미국
 
2013년 7월 15일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파나마운하의 만사니요국제하역구(Manzanillo International Terminal)로 화물선 한 척이 들어갔다. 그 화물선은 1977년 북의 남포조선소에서 건조된 청천강호다. 길이가 155m이고 폭이 20m인 청천강호는 쿠바를 떠나 북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청천강호가 만사니요국제하역구에 들어서자 파나마 정부당국은 느닷없이 청천강호를 정선시키고 강제수색을 벌였다. 청천강호의 선장과 선원 35명은 파나마 수색요원들의 급습에 맞서 격렬하게 저항하였다.
 
파나마가 청천강호를 억류하고 수색한 까닭은, 그 화물선에 마약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허위제보를 제3국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이었다. 청천강호를 마약밀수선으로 몰아가면서 파나마로 하여금 그 화물선을 억류, 수색하게 만든 배후조종자는 미국이다. 정찰위성을 동원하여 청천강호의 항해를 줄곧 감시해오던 미국은 파나마를 앞세워 억류와 수색을 강제한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청천강호는 마약밀수선이 아니라 국제해상무역에 종사하는 화물선이다. 언론에 보도된 사진을 보면, 그 화물선의 위층 화물적재공간에는 쿠바산 황설탕포대 250,000자루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그 가격은 약 360만 달러다. 그리고 아래층 화물적재공간에는 대형철제짐함(container)들이 있었다. 언론매체들은 대형철제짐함을 황설탕포대로 감춰놓은 것으로 보도함으로써 청천강호에 무슨 밀수품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떠들썩했지만, 그것은 왜곡보도다. 다른 화물선처럼 화물적재공간이 2층 구조로 되어 있는 청천강호는 위층에 황설탕포대를 싣고 아래층에 대형철제짐함을 실은 것뿐이다.   
 
파나마 수색요원들이 대형철제짐함들을 열어보니, 그 안에 각종 군사장비들이 들어있었다. 그 군사장비들은 지대공미사일 축전지 2개와 부품 9개, 미사일발사통제차량 5대, 미그(MiG)-21의 기체 앞부분 2개와 미그-21 엔진 15개다.
 
파나마는 청천강호가 위와 같은 군사장비들을 운송 중이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북과 쿠바가 불법적인 무기거래를 하다가 자기들에게 적발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며 또 한 차례 소동을 피웠다. 청천강호를 억류, 수색하는 소동이 일어난 때로부터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2013년 7월 16일 쿠바외교부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청천강호에 실린 “낡은 방어무기들”은 수리하기 위해 북으로 보내는 자국의 군사장비들이라고 밝혔다. 쿠바외교부가 발표한 성명의 한 대목을 옮기면 이렇다.
 
“쿠바외교부는 위에 언급한 화물선이 10,000t에 이르는 설탕을 싣고 쿠바의 항구를 떠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통보한다. 거기에 더하여, 위에 언급한 화물선은 240t에 이르는 낡은 방어무기들을 운송하고 있었다. 그것은 대공미사일종합체 볼가와 대공미사일종합체 페초라, 미사일부품 9개, 미그-21비스 2기와 그 엔진 15개인데, 그것은 모두 20세기 중반에 생산된 것들이며, 수리를 받은 뒤에 다시 쿠바로 돌아오게 되어있는 것이다.”
 
무기수출국과 무기수입국이 재래식 무기를 거래하는 것은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을 만큼 일상적인 일이고, 이번에 북과 쿠바는 무기를 거래한 것이 아니라 북이 쿠바의 무기를 수리해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과 쿠바의 합법적인 무기수리거래를 불법행위로 규정하려는 속셈을 품고 파나마를 배후에서 조종하여 청천강호를 억류, 수색하였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유엔사찰단을 파견하여 조사하는 소동을 벌인 것이다.
 
쿠바외교부가 위의 성명을 발표한 것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2013년 7월 17일 북의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북의 외무성 대변인은 파나마가 청천강호를 억류한 것을 “비정상적인 사건”으로 규정하고, 파나마가 “걸고드는 짐은 합법적인 계약에 따라 수리하여 다시 꾸바에 되돌려주게 되어 있는 낡은 무기들”이라고 밝히면서, “억류된 우리 선원들과 배를 지체 없이 출항시키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촉구하였다.
 
볼가에게 타격 입은 미국의 쓰라린 경험
 
위에서 언급한 쿠바외교부 성명에 따르면, 쿠바가 북에 보내 수리하려고 한 지대공미사일은 볼가(Volga)와 페초라(Pechora)다. 그 성명에서 볼가와 페초라를 언급할 때 미사일이라 하지 않고 미사일종합체(missile complex)라 한 것은, 단지 미사일만이 아니라 발사통제레이더가 장착된 미사일발사차량까지 포함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쿠바는 부분수리가 아니라 전면수리를 북에게 요청한 것이다.
 
위의 성명에 명시된 대공미사일종합체 볼가는 러시아산 지대공미사일 S-75M볼가를 뜻한다. 미국 군부는 이 미사일을 ‘SA-2’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소련과 그 계승국 러시아는 1957년부터 1995년까지 38년 동안 S-75계열 지대공미사일의 성능개량을 거듭하면서 무려 36종이나 생산하였다. S-75M볼가는 소련-러시아가 생산해온 S-75계열의 여러 지대공미사일들 가운데 가장 늦은 시기인 1995년에 생산한 지대공미사일이다. 쿠바외교부 성명은 “20세기 중반에 생산된 낡은 방어무기들”이라고 하였지만, S-75M볼가는 20세기 말에 생산된 우수한 무기다.
 
그런데 미국은 왜 파나마를 앞세워 S-75M볼가를 압류한 것일까? 언론보도에 나오지 않은 사연을 알아보려면, 아래의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군부의 기억 속에는 지난날 S-75 지대공미사일에게 당한 쓰라린 피격경험이 남아있다. 이를테면, 1959년 10월 7일 중국영공을 침범하여 정찰비행을 하던 미국의 고공정찰기 U-2가 중국인민해방군이 발사한 S-75를 맞고 격추되었고, 1960년 5월 1일 소련영공을 침범하여 정찰비행을 하던 미국의 고공정찰기 U-2가 소련군이 발사한 S-75를 맞고 또 격추되었고, ‘쿠바미사일위기’로 전쟁위험이 격화된 1962년 10월 27일 쿠바영공을 침범하여 정찰비행을 하던 미국의 고공정찰기 U-2가 쿠바혁명군이 발사한 S-75를 맞고 또 격추되었고, 베트남전쟁 중에 북베트남영공을 침범한 미국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북베트남군이 발사한 S-75를 맞고 줄줄이 격추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공중우세를 자랑하던 미국의 항공무력이 S-75에 격추되어 막심한 피해를 입었음을 말해준다. <사진1>은 2011년에 실시된 베트남군 실탄사격훈련에서 S-75의 발사장면이다. 
 

▲ <사진1> 2011년 베트남군이 실탄사격훈련에서 S-75를 발사하는 장면이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1981년 8월 26일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공군기지를 이륙하여 북측 영공에 접근하던 미국의 고공정찰기 SR-71검은새(Blackbird)가 인민군이 발사한 S-75에 격추당할 위험을 간신히 피해 달아난 적이 있다.  S-75의 성능은 요격고도 22km, 비행속도 마하 3.5이고, SR-71검은새의 성능은 비행고도 22km, 비행속도 마하 3이다. 그러므로 S-75를 쏘는 경우 SR-71검은새는 전속력 회피기동으로 재빨리 달아나게 되므로, S-75가 쫓아가 격추하기 어렵다.
 
SR- 71검은새가 피격위험을 간신히 피해 달아난 때로부터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작전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미국의 고공정찰기 SR-71검은새는 퇴역하였고, 지난 시기 인민군이 보유하였던 소련산 지대공미사일 S-75는 성능이 더욱 향상된 조선산 지대공미사일 번개-1로 대체되었다.
 
번개-1과 S-75는 외형이 똑같이 생겼지만, 겉만 보고 그 성능이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다. 냉전시기에 소련이 만든 초기형 S-75의 요격고도는 22km이고, 이번에 쿠바가 북에게 보내려고 한 후기형 S-75M볼가의 요격고도는 30km인데 비해, 북이 만든 번개-1의 요격고도는 35km 이상이다. 이런 정보를 파악하면, 이번에 쿠바가 S-75볼가를 북에 보내 번개-1로 개조하려고 하였던 까닭이 자명해진다.
 
미국이 파나마를 앞세워 억류하고 수색한 청천강호의 적재화물들 가운데는 미사일발사통제차량 5대도 있었다. 공중에서 비행하는 요격목표를 육안으로 쳐다보고 지대공미사일을 쏘는 게 아니라, 미사일발사통제차량에서 대공레이더로 탐지하여 쏘는 것이므로, 지대공미사일과 미사일발사통제차량은 언제나 한 짝이 되어 작전한다. 따라서 지대공미사일의 성능을 개조하려면 당연히 미사일발사통제차량의 성능도 함께 개조해야 한다.
 
쿠바와 미국은 ‘번개’의 위력을 알고 있다

▲ <사진2> S-125페초라가 화염을 뿜으며 상승비행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위에서 언급한 쿠바외교부 성명에 따르면, 쿠바는 S-75M볼가와 함께 지대공미사일 페초라(Pechora)도 청천강호에 실어 북에 보내려고 하였다. 쿠바외교부 성명에 나온 페초라는 러시아가 만든 지대공미사일 S-125페초라를 뜻한다. 미국 군부는 페초라를 ‘SA-3’이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사진2>는 S-125페초라를 발사한 장면이다.
 
S- 75M볼가와 S-125페초라는 쿠바혁명군 반항공군의 주력무기들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쿠바혁명군 반항공군은 S-75M볼가 144기, S-125페초라 48기를 실전배치하였다. 이런 정황을 보면, 이번에 S-75M볼가와 S-125페초라를 북에 보내 개조하려고 한 쿠바는 반항공군의 무기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쿠바가 볼가와 페초라를 북에 보내려고 하였다는 보도기사만 읽은 독자들은 미사일을 개조하는 기술이 쿠바에게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끊임없는 무력침공위협과 경제제재를 받아오는 쿠바는 군사부문, 특히 미사일부문을 강화, 발전시키는 사업에 힘써오면서 그 부문에서 상당한 기술을 축적하였다. <사진3>은 쿠바의 미사일개조기술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말해준다. 그 사진은 2006년 4월 18일 쿠바항공군 및 반항공군 창설 45주년을 맞아 진행된 시위행진에 등장한 지대공미사일대오인데, 앞줄에 나선 것이 쿠바가 자체로 개조한 쿠바형 페초라이고, 뒷줄에 있는 것이 쿠바가 자체로 개조한 쿠바형 볼가다. 
 
▲ <사진3> 2006년 4월 18일 쿠바항공군 및 반항공군 창설 45주년 시위행진에 등장한 쿠바형 지대공미사일 2종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러시아는 페초라의 성능을 향상시킨 페초라-2를 2000년에 실전배치하였는데, 쿠바도 페초라의 성능을 자체의 기술로 향상시킨 것이다. 소련이 초기형 페초라를 생산한 때는 1961년인데, 북은 외형이 페초라와 똑같이 생긴 조선형 페초라인 번개-3을 이미 1970년대에 실전배치하였다. 번개-3은 번개-1의 뒤를 이어 등장한 북의 2세대 지대공미사일이다.
 
주목하는 것은, 지대공미사일의 성능을 개조하는 기술을 이미 확보한 쿠바가 쿠바형 볼가와 쿠바형 페초라를 북에 보내 번개-1과 번개-3으로 각각 개조하려고 하였다는 사실이다. 지난 시기에 소련-러시아에서 생산된 각종 무기를 수입한 쿠바가 볼가와 페초라의 원생산국인 러시아에 쿠바형 볼가와 쿠바형 페초라를 보내 개조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쿠바는 쿠바형 볼가와 쿠바형 페초라를 원생산국인 러시아에 보내려 하지 않고, 북에 보내려고 한 것이다.
 
만일 쿠바가 그 2종의 지대공미사일을 러시아에 보내려고 하였다면, 파나마를 앞세운 미국의 훼방도 피해갈 수 있었을 텐데, 쿠바는 해상운송과정에서 생길 억류위험을 무릅쓰고 원생산국이 아닌 북에 지대공미사일을 보내려고 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쿠바가 그렇게 한 까닭은 북이 지대공미사일부문에서 러시아와 비견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쿠바가 쿠바형 볼가와 쿠바형 페초라를 청천강호에 실어 무사히 북에 보냈더라면, 북은 그 지대공미사일들을 번개계열의 강력한 지대공미사일로 개조하여 쿠바에 다시 보내주었을 것이다. 번개계열의 강력한 지대공미사일이 쿠바영토에 실전배치되는 날, 미국의 항공무력이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번개계열 지대공미사일의 위력을 알고 있는 미국은, 위와 같은 군사전략적 변화가 쿠바-미국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했고, 그래서 정찰위성을 동원하여 청천강호의 항해를 끈질기게 추적하였고, 파나마를 배후에서 조종하여 청천강호를 억류, 수색하였던 것이다. 자기 추종국들에게 각종 미사일을 수없이 팔아먹으며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미국은 지대공미사일 2종을 개조하여 미국의 적대행위에 맞서려는 쿠바의 정당한 노력을 그렇게 가로막았다.  
 
전투기를 시급히 개조해야 하는 쿠바
 
미국이 파나마 정부당국을 앞세워 억류한 청천강호에 실린 각종 화물들 가운데는 쿠바가 성능개조를 위해 북에 보내려던 전투기 항공장비와 부품들도 있었다. 그런데 언론보도에서는 청천강호에 실린 전투기 항공장비와 부품들을 미그-21의 항공장비와 부품들이라고 간단히 표기해놓았기 때문에 중요한 사실이 돋보이지 않는다. 
 
▲ <사진4> 인도 공군이 운용하는 미그-21바이슨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4>에서 보이는 전투기는 인도 공군이 운용하는 미그-21바이슨(Bison)인데, 미그-21은 지금으로부터 54년 전에 생산되었으므로 이제는 퇴역되어 군사박물관에나 전시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미그-21에 관한 깊은 정보를 알지 못하는 독자들은 쿠바가 왜 그처럼 고쳐 쓰기도 힘들만큼 낡은 전투기를 북에 보내 개조하려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수구언론매체들은 바로 그런 불가사의한 측면을 파고들며 진실을 왜곡하는데, 이를테면 오래 전에 퇴역시켜 고철로 폐기했어야 할 낡은 전투기를 수리하려는 ‘가난한 쿠바’의 모습을 부각시키거나, 또는 낡은 전투기를 운용하는 북에게는 노후기종 전투기를 수리할 능력밖에 없다고 폄하하는 식의 왜곡선전이다. 그러나 미그-21에 관한 아래의 정보를 살펴보면, 상황을 바라보는 시야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열린다.
 
소련-러시아는 3세대에 걸쳐 미그-21의 성능개조를 거듭해왔다. 그래서 미그-21은 27종이나 된다. 미그-21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다. 이를테면, 1957년부터 1961년까지 생산된 1세대 미그-21은 5종이고, 1961년부터 1966년까지 생산된 2세대 미그-21은 10종이고, 1968년부터 1972년까지 생산된 3세대 미그-21은 12종이다. 그 밖에 훈련기종으로 생산된 미그-21도 5종이나 된다.  
 
위에서 언급한 27종의 미그-21 가운데 1세대와 2세대에 속한 15종의 미그-21은 거의 모두 퇴역하였고, 일부 미그-21 보유국들은 그 기종을 작전기가 아니라 훈련기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도 여전히 작전기로 사용되는 것은 1972년에 생산된 3세대 기종인 미그-21비스(bis)다. 위에서 언급한 쿠바외교부 성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쿠바가 이번에 북에 보내 개조하려고 한 전투기가 <사진5>에서 보이는 미그-21비스다. 
 
▲ <사진5> 쿠바혁명군 항공군이 운용하는 미그-21비스. 쿠바는 이 전투기를 북에 보내 개조하려고 하였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실상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쿠바혁명군의 항공무력에 관한 정보부터 살펴보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쿠바혁명군 항공군은 8,000명의 병력과 226대의 전투기를 보유하였는데, 226대 전투기 가운데서 실제로 공중작전에 참가할 수 있는 전투기는 130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전투기 96대는 수명시한을 넘긴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하지 못해 지상에 발이 묶여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쿠바혁명군 항공군이 실제로 운용하는 전투기 130대 가운데 120대가 미그-21이다. 미그-21을 주축으로 쿠바혁명군의 항공무력이 구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쿠바혁명군 항공군이 현재 운용 중인 120대 전투기들 가운데 미그-21비스가 84대, 미그-21MF가 36대, 훈련기로 쓰는 미그-21US/UM이 15대다. 
 
누구나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미국으로부터 무력침공위협을 받아오는 쿠바가 1970년대에 생산된 미그-21비스 84대로 미국의 강력한 항공무력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폭이 150km밖에 되지 않는 플로리다해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마주보고 있는 쿠바가 그처럼 빈약한 항공무력을 가진 것은, 자기의 영토와 주권을 수호하는 쿠바혁명군에게 위험신호를 울려주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쿠바가 자국에 실전배치된 미그-21비스를 시급히 개조하려고 하는 까닭이 자명해진다.
 
조선형 미그-21은 근접공중전에서 미국군 주력기를 이길 수 있다
 
미그-21 원생산국인 러시아는 지금도 미그-21-97을 생산하여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첨단전투기 수호이(SU)-35를 만들어낸 러시아가 왜 미그-21 기종을 아직도 생산하는 것일까? 그 내막을 알아보려면 아래의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미그-21은 현존하는 전투기들 가운데 근접공중전과 저공침투비행에서 우세한 기종이다. 원래 소련은 미그-21을 설계할 때 근접공중전에서 미국 전투기의 공중우세를 돌파하기 위한 장점만을 결합하여 단순하게 설계하였으므로 무게가 아주 가볍고 민첩하게 비행할 수 있는 전투기로 태어났다. 
 
그러나 미그-21은 엔진추력이 약해서 다른 전투기들에 비해 기동성(maneuverability)이 좀 떨어지고, 항공연료소비효율이 낮아 멀리 비행하지 못하므로 작전반경이 다른 전투기들에 비해 협소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비록 기동성이 좀 떨어지고 작전반경이 협소하지만, 회전비행성능(turn performance)과 민첩성(agility)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미그-21은 근접공중전과 저공침투비행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러시아는 미그-21-97을 생산하여 해외에 판매하는 것이며, <사진6>에서 보이는 것처럼 북은 미그-21을 퇴역시키지 않고 성능을 개조하여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 <사진6> 조선인민군 항공군기지에서 야간비행훈련에 나설 이륙준비를 갖추고 있는 미그-21의 모습. 북은 미그-21비스와 미그-21PFM을 자체로 개조한 개량형 미그-21을 실전배치하였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1982년 6월부터 1985년 6월까지 계속된 레바논전쟁의 항공작전경험에서 미그-21의 위력을 찾아볼 수 있다. 레바논전쟁 중에 이스라엘군과 맞붙은 시리아군은 1967년 6월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에게 빼앗긴 골란고원에 이스라엘군이 설치한 대공레이더기지를 공습으로 파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시리아군의 공습작전은 이스라엘군 전투기들의 요격과 대공무기들의 화력에 가로막혀 번번이 실패하였다. 어려움에 빠진 시리아는 북에게 긴급지원을 요청하였고, 북은 인민군 전투기비행사 4명을 시리아에 급파하였다.
 
시리아에 도착하여 미그-21 4대를 몰고 출격한 인민군 전투기비행사들은 평소에 연마한 고도의 비행술을 발휘하였는데, 땅에 닿을 듯 초저공에서 이스라엘군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는 기습적인 침투비행으로 이스라엘군 대공레이더기지를 단숨에 파괴하였다. 미그-21의 우수한 저공침투비행능력과 인민군 전투기비행사의 수준 높은 비행술이 상호결합하여 이룩한 놀라운 전과였다. 레바논전쟁에서 보았던 미그-21의 저공침투비행능력을 잊지 않은 이스라엘은 오늘 미그-21-2000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고 있으며, 루마니아와 기술합작으로 미그-21랜스(Lance)R을 만들었다. 
 
현재 인민군 항공군이 보유한 미그-21 기종은 3종인데, 미그-21비스 이외에 미그-21PFM과 미그-21F-13이 있다. 북은 미그-21비스와 미그-21PFM만 개조하여 작전기로 쓰고, 미그-21F-13은 훈련기로 쓰는 것으로 보인다. 주목하는 것은, 지금 인민군 항공군이 운용하는 미그-21비스와 미그-21PFM은 <사진6>에서 보이는 것처럼 북이 자체로 성능을 개조한 미그-21이라는 사실이다. 외형이 똑같다고 해서 인민군 항공군이 미그-21비스와 미그-21PFM을 낡은 기종 그대로 운용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다. 북이 성능을 개조한 미그-21을 낡은 기종 미그-21과 구분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전자를 조선형 미그-21이라 부른다.
 
북은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체코로부터 미그-21비스 40기를 아주 싼 값으로 사들여 조선형 미그-21로 개조하였고, 1999년에는 카자흐스탄으로부터 미그-21비스 38기를 아주 싼 값으로 사들여 조선형 미그-21로 개조하였다. 북이 개조한 조선형 미그-21은 얼마나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답해줄 관련자료가 세상에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러시아가 개조한 미그-21-97의 성능을 보면 조선형 미그-21의 성능이 어느 수준인지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러시아군의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가 개조한 미그-21-97이 미국군 주력전투기 F-16을 상대로 근접공중전을 연습하였는데, 놀랍게도 미그-21-97이 F-16을 4 대 1의 비율로 이겼다고 한다. 다른 한편 인도군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도 합동훈련 중에 인도군의 미그-21바이슨이 미국군의 F-15와 F-16을 상대로 각각 근접공중전을 연습하였는데, 미그-21바이슨이 F-15와 F-16에게 밀리지 않고 대등하게 맞섰다고 한다.
 
근접공중전에서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성능은 회전비행을 얼마나 민첩하게 하여 적기를 따돌리고 우세한 비행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상승속도(rate of climb)다. 미국군 주력전투기들인 F-15와 F-16의 상승속도는 초당 254m인데, 러시아가 개조한 미그-21-97의 상승속도는 초당 225m다. 상승속도에서 미그-21-97이 초당 29m 뒤지지만, 실전상황에서 그런 근소한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므로, 숙련된 비행술과 용감성을 지닌 조종사가 미그-21-97을 몰고 근접공중전에 나서면 F-15나 F-16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이런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북이 개조한 조선형 미그-21도 러시아가 개조한 미그-21-97처럼 F-15나 F-16과 맞붙은 근접공중전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이다. 
 
▲ <사진7> 조선형 미그-21이 저공침투비행으로 폭격훈련을 실시하면서 지상목표물을 향해 로켓탄을 쏘는 장면.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다른 나라의 미그-21은 주로 근접공중전을 벌이지만, 북의 조선형 미그-21은 근접공중전만이 아니라 저공침투비행과 결합된 폭격전도 수행한다. <사진7>은 조선형 미그-21이 저공침투비행으로 폭격훈련을 실시하면서 지상목표물을 향해 로켓탄을 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미그-21비스는 사거리가 3km인 로켓탄(S-24)을 두 날개 아래에 각각 한 발씩 장착하거나, 또는 57mm 로켓탄(UB-32) 32발이 들어가는 로켓발사기를 두 날개 아래에 각각 한 기씩 장착할 수 있다. 또한 미그-21비스는 고도 4km 이상의 상공을 비행하면서 5킬로톤급 전술핵폭탄(8U49 244N)을 투하할 수 있다.
 
북은 조선형 미그-21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을까? 2013년 5월 2일 미국 군부가 연방의회에 제출한 군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인민군 항공군이 보유한 각종 전투기는 730대다. 언론보도에 나온 몇몇 자료들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인민군 항공군에 실전배치된 미그-21은 약 300대에 이른다. 기존형 미그-21과 조선형 미그-21을 구분하지 못하는 언론매체들은 인민군 항공군이 미그-21 약 300대를 실전배치하였다고 기술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전시에 F-15와 F-16을 상대할 조선형 미그-21 약 300대를 실전배치한 것이다. 북의 다른 고성능 전투기들을 논외로 치고 조선형 미그-21 약 300대를 실전배치한 것만 봐도, 인민군 항공군이 얼마나 강한 전투력을 지녔는지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오래 전에 생산된 전투기라고 해서 무조건 퇴역시키고 신형 전투기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무기시장에서 신형 전투기를 판매하여 막대한 이윤을 챙기려는 전투기생산국의 군수기업과 국제무기상이 꾸며낸 상술이다.
 
미국은 청천강호의 항해를 가로막지 못한다
 
쿠바가 청천강호에 실어 북에 보내려다가 파나마에 의해 압류된 미그-21비스 관련장비는 기체 뒤쪽의 엔진부분을 떼어낸 기체 2개와 엔진 15개다.
 
언론에 보도된 청천강호에 실린 미그-21비스 조종석이 있는 기체 앞부분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다른 전투기들과 달리 미그-21비스 기체의 맨 앞부분에는 가늘고 기다란 쇠막대기 같이 생긴 것이 하나 달렸는데, 그것은 안테나가 아니라 피토관(pitot tube)이라 부르는 유속측정장치다. 미그-21비스의 안테나는 꼬리날개 맨 위쪽에 내장되어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청천강호에 실린 미그-21비스의 유속측정장치 앞부분에는 운송 중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빨간색 보호장구가 씌워졌다. 미그-21비스의 레이더는 유속측정장치 바로 옆에 내장되어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미그-21비스 기체 앞부분에 파란색으로 칠해진 원뿔꼴은 엔진이 아니라 엔진으로 이어진 공기도관(air duct)으로 들어가는 공기흡입구다. 미그-21비스의 엔진은 기체의 맨 뒤쪽에 내장되어 있다.  
 
쿠바가 미그-21비스의 기체 앞부분을 북으로 보내려 한 것은, 그 전투기의 항공전자장비를 신형으로 교체해달라고 북에게 요청하였음을 말해준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항공전자공학(avionics) 선진기술을 갖지 못한 나라는 전투기의 전자장비를 신형으로 교체하지 못한다. 쿠바가 보내려 한 미그-21비스의 항공전자장비를 신형으로 교체할 수 있는 북은 그 분야에서 이미 세계 정상급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미그-21비스의 엔진은 소련이 만든 터보제트엔진(turbo jet engine)인데, 그 엔진의 공식명칭은 투만스키(Tumanskiy)R-25-300이다.
 
쿠바는 미그-21비스의 투만스키 엔진을 자체로 정비하는 전투기엔진정비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런 쿠바가 투만스키 엔진을 북에 보내려는 것은 그것을 정비하려는 게 아니라 개조하려는 것이다. 놀랍게도, 북은 전투기엔진을 개조하는 고도의 항공장비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은하계열 위성발사체를 자체로 만들어낸 북이 전투기엔진을 개조하는 기술을 가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일 쿠바가 미국의 훼방을 받지 않고 미그-21비스의 항공전자장비와 엔진을 북에 보내 개조하였더라면, 전시에 미국군 주력전투기들에 맞설 항공무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파나마를 앞세운 미국의 훼방으로 북과 쿠바의 군사협력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북은 미사일기술자와 항공장비기술자를 쿠바에 보내서라도 쿠바의 방위력증강사업을 적극 지원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반미자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사회주의를 수호하는 전선에서 맺어진 두 나라의 관계가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깊기 때문이다. 2013년 7월 18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백두의 담력과 배짱을 안겨주시여’라는 제목의 기록영화가 그런 사실을 말해준다.
 
기록영화에 따르면, 미국의 쿠바침공위험이 심각하였던 1966년 11월 김일성 주석은 장정환 당시 쿠바주재조선대사에게 만일 쿠바가 미국의 무력침공을 받으면 대사관직원들은 물론 쿠바에서 공부하는 북의 유학생들까지 모두 총을 들고 참전하여 쿠바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유격전도 각오하고 준비를 갖추라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따라, 당시 쿠바에 주재하던 대사와 대사관직원들, 그들의 아내들까지 쿠바군복을 입고 쿠바혁명군 훈련장에서 전투훈련을 받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그 기록영화에서 방영되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였다.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는 경우, 현역군인도 아닌 북측 대사, 대사관직원들과 그 아내들, 유학생들이 유격전을 벌인다고 해서 전세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쿠바에서 미국의 침공에 맞서 싸울 유격전을 준비하라는 김일성 주석의 지시는 인민군 지원부대가 지구를 반바퀴 돌아 쿠바에 당도하기까지 쿠바와 함께 싸우려는 북의 강력한 의지를 전선에서 시위하라는 지시였던 것이다.
 
지난 시기 중동전쟁에서, 베트남전쟁에서, 이란-이라크전쟁에서 미국 또는 그 추종국들의 무력침공에 맞서 싸우며 피를 흘린 북은 미국의 쿠바침공에 맞서 싸울 강력한 전투준비를 갖추었다. 2010년 11월 3일 인민군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쿠바를 공식방문 중이던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쿠바혁명군 육군사령관과 만나 회담하면서 “만일 쿠바가 침공을 받으면, 조선은 쿠바와 한 전호에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에서는 이것을 ‘국제주의적 의리’라고 말한다.
 
청천강 호는 미국의 훼방으로 잠시 항해를 멈추었지만, ‘국제주의적 의리’를 지키는 길 위에 자기의 항적을 남기며 거친 파도를 헤쳐갈 것이며, 제국주의나라들에게 짓밟히는 전 세계 피압박민족의 반제전선에서 함께 피를 흘린 북의 ‘국제주의적 의리’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자주민보 2013년 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