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의 개벽예감 <47>

잔해에서 무엇을 발견하였을까?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전문가 52명의 분석작업과 국방부의 ‘추정결과’ 발표

2013년 1월 21일 남측 국방부가 북의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 잔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남측 국방부는 은하 3호 잔해를 서해에서 건져 올린 뒤 2012년 12월 14일부터 2013년 1월 9일까지 29일 동안 분석작업을 진행하였다.

은하 3호 잔해 분석작업에는 전문가 52명이 참가하였다. <중앙일보> 2013년 1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그들 전문가 52명은 남측 국방부 산하기관들인 국방정보본부, 국군정보사령부, 국방과학연구소, 그리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소속된 인원들과 미국에서 급파된 미사일 전문가들이었다.

그런데 위의 보도내용을 다시 읽어보면, 두 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뜨인다. 이상한 점은 은하 3호 잔해 분석작업에 왜 국방정보본부와 국군정보사령부가 끼어들었는가 하는 것이고, 또 다른 이상한 점은 남측 국방부가 분석작업을 2013년 1월 9일에 마쳤으면서도 12일 동안 길게 뜸을 들이다가 1월 21일에 가서야 조사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은하 3호 잔해 분석작업에 왜 군사정보기관들이 끼어들었을까? 국방정보본부와 국군정보사령부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대한 정보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전문가들이 은하 3호 잔해를 분석한 ‘정보’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단속하면서, 그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언론에 공개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게 바로 그 두 군사정보기관의 임무였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분석작업을 마치고 나서도 12일 동안이나 시간을 끌면서 정보공개수위를 판단, 결정해야 하였을 것이고, 취재진 앞에서 발표할 대외공개자료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을 대외비 조사보고서를 각각 따로 작성하였을 것이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남측 국방부가 은하 3호 잔해를 분석한 결과라고 하면서 언론에 공개한 것은 그들의 ‘정보판단’에 따라 별도로 작성된 대외공개자료다. 은하 3호 잔해를 분석한 ‘진짜 정보’는 그들이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대외비 조사보고서에 들어있다.

남측 국방부가 언론에 공개한 은하 3호 잔해 조사결과에 따르면, 은하 3호는 1단 추진체 15m, 2단 추진체 9.3m, 3단 추진체 3.7m, 위성탑재부 2m로 총길이 30m이며 총중량은 91t으로 ‘추정’되었다는 것이다. 남측과 미국의 전문가 52명이 29일 동안 은하 3호 잔해를 정밀분석했다는데, 고작 ‘추정’하였다고 하니, 그들이 언론에 공개한 것은 조사결과가 아니라 추정결과이었던 셈이다.

남측 국방부가 조사한 대상물이 손상되지 않은 물체가 아니라, 추락하는 순간 해수면에 충돌하면서 심하게 파괴된 잔해였으므로,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 추정이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으나, 그런 건 아니었다. 남측 국방부가 서해에서 건져 올린 은하 3호 잔해를 열거하면, 7.5m 길이의 산화제통, 3.9m 길이의 연료통, 2.7m 길이의 1단 추진체 로켓엔진, 2.1m 길이의 중간단, 0.9m 길이의 연결부 등 5종이었다. 이 정도 분량의 잔해를 입수하였다면, 남측 국방부가 은하 3호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중요부분 잔해를 충분히 조사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남측 국방부는 왜 ‘추정’이라는 모호한 말을 썼을까? 그 까닭은 그들이 언론에 공개한 조사결과가 추정이라는 모호한 말을 쓸 만큼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남측 국방부는 은하 3호 잔해 조사결과를 언론에 공개한다고 하였지만, 실제로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였던 것이다.

그러면 남측 국방부가 언론에 공개한 ‘추정결과’가 아니라, 실제 조사결과는 어떤 것이었을까? 조사결과는 남측 국방부가 작성한 대외비 조사보고서에 담겨 있을 것이므로, 그 내용을 알 길은 없다. 하지만, 남측 국방부가 언론에 공개한 ‘추정결과’를 공정하게 재검토하면, 북의 위성운반로켓 기술수준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축로켓엔진 4기와 보조로켓엔진 4기

위성운반로켓 기술수준을 평가할 때, 일반적으로 쓰이고, 또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은,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을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하기에 가장 어려운 고도의 기술이기 때문에, 어떤 나라가 그 로켓엔진을 자체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위성운반로켓에 들어가는 그 밖의 다른 부품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예컨대, 남측은 위성운반로켓 나로호 2단 추진체를 자체로 만들었다고 하면서도 1단 추진체는 러시아에서 비싼 값을 주고 완제품을 사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된 까닭은 1단 추진체에 장착되는 강력한 로켓엔진을 만드는 기술이 남측에 아직 없기 때문이다. 위성운반로켓 1단 추진체 로켓엔진을 자체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우주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북이 강력한 로켓엔진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한 것은, 북이 고도로 발달한 위성운반로켓 제작기술을 개발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남측 국방부는 은하 3호 잔해를 조사하고 나서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였을까? <국방일보> 2013년 1월 21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 미사일(은하 3호를 뜻함 - 옮긴이)은 발사 전 예측한 대로 25톤급의 노동 미사일 엔진 4개와 3톤급 보조엔진 4개를 결합한 120톤급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조사결과를 언론에 공개할 때는 ‘추정’이라는 모호한 말을 쓰더니만,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에 대해 언급할 때는 말을 바꿔 ‘확인’이라고 했다. 이런 말바꾸기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것은 남측 국방부가 북이 1990년대에 개발한 ‘노동 미사일’ 4기를 한 다발로 묶어 은하 3호 1단 추진체로 사용하였다는 자기들의 기존 견해를 이번에 잔해 분석작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은하 3호 1단 추진체가 ‘노동 미사일’ 4기를 한 다발로 묶은 것이라는 남측 국방부의 ‘확인’은, 자기들의 기존 견해를 재확인한 것이 아니라 북의 위성운반로켓 기술수준을 깎아내리기 위해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그런 사실왜곡이 남측 언론을 통해 퍼져나가, 진실로 굳어져 버렸고, 북측 외부에서 아무도 그에 대해 논박하기는커녕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다. 대북정보에 관한 여론조작은 그렇게 버젓이 자행되었고, 남측 독자들의 머릿속에 조작된 허상이 하나 더 주입된 것이다.

남측 국방부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는 27t의 추력을 내는 주축로켓엔진 4기가 장착되었으므로,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08t이다. 추력(推力, thrust)이란 물체를 밀어 올리는 힘을 뜻하는 전문용어다. 로켓엔진 성능은 추력강도에 따라 일차적으로 판정되므로, 은하 3호 1단 추진체의 추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측 국방부는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이 108t이라고 추정했지만, 미국의 물리학자 데이빗 라이트(David Wright)는 2009년 3월 20일에 작성한 글 ‘북의 은하 2 발사체 분석(An Analysis of North Korea's Unha-2 Launch Vehicle)’에서 북이 3년 전에 쏘아올린 은하 2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112t으로 추정하였다. 원래 데이빗 라이트는 북의 위성운반로켓이나 미사일을 과소평가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 성향의 사람이 은하 2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이미 3년 전에 112t이라고 추정하였는데, 이번에 남측 국방부는 은하 2호보다 기술적으로 크게 진보한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이 3년 전보다 되레 더 줄어들어 108t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그런 추정결과는 누가 봐도 믿을 수 없는 엉터리로 보인다.

그렇다면, 은하 3호 주축로켓엔진 1기의 추력이 27t이라는 남측 국방부의 엉터리 추정은 무엇에 근거한 것일까? 은하 3호 분석작업에 동원된 남측 국방부 관계자들은, 북이 1990년대에 개발한 ‘노동 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 추력을 26.7t이라고 밝힌 기존 자료에 근거하여,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해서 27t이라고 ‘적당히’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세계 각국의 위성운반로켓과 미사일에 관한 상세한 기술지표를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독일의 지구물리학자 로베르트 브뤼게(Norbert Brűgge)의 견해에 따르면, ‘노동 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의 추력은 279.8킬로뉴턴(kN)인데, 이것을 질량으로 환산하면 28.5t이다. 킬로뉴턴(kilonewton)이란 세계 공용의 역량단위(force unit)인데, 예컨대 질량 1kg은 9.80665뉴턴(N)이다.

다른 한 편, 사이버공간에서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웹싸이트 ‘위키피디아(Wikipedia)’에 게시된 정보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00킬로뉴턴이다. 물론 이것도 추정이지만, 주축로켓엔진 1기의 추력이 300킬로뉴턴이라는 점을 밝혀준 것이다. 300킬로뉴턴을 질량으로 환산하면 30.6t이므로, ‘위키피디아’의 추정자료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2t이다.

그런데 그와 달리 로베르트 브뤼게의 추정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55.2킬로뉴턴이며, 이를 질량으로 환산하면 128t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전에 로베르트 브뤼게는 ‘노동 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 추력을 28.5t이라고 하였으므로, 만일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노동 미사일’ 로켓엔진 4기가 장착되었다면, 추력총량은 114t이어야 하는데, 브뤼게는 추력총량을 14t이 더 강한 128t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는 왜 그런 덧셈을 했을까? 브뤼게의 덧셈은,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들이 ‘노동 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과 달리 성능이 더 개량된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북이 1990년대에 개발한 ‘노동 미사일’ 로켓엔진을 20여 년이 지난 뒤에 보관창고에서 꺼내 은하 3호에 다시 장착하였을 리는 없으므로, 브뤼게의 그런 덧셈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두고, 위에서 논한 것처럼 네 가지 추정결과가 나와 있다. 다시 말하면, 남측 국방부는 108t으로 추정하였고, 데이빗 라이트는 112t으로 추정하였고, ‘위키피디아’ 자료에서는 122t으로 추정하였고, 로베르트 브뤼게는 128t으로 추정하였다. 남측 국방부의 추정결과과 브뤼게의 추정결과에서 나타난 차이값은 무려 20t이나 된다.

그런 네 가지 추정결과 가운데 어느 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이 글에서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평소에 북의 위성운반로켓이나 미사일에 대해 과소평가하거나 왜곡해온 남측 국방부와 데이빗 라이트가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실제보다 적게 추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2t에서 128t 사이에 있는 추정값으로 보아야 합리적이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그 추력총량을 평균값인 125t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는 주축로켓엔진 4기만 장착된 것이 아니라, 그보다 작은 보조로켓엔진 4기가 더 장착되어 있었다. 이 보조로켓엔진들은 아래위로 36각도를 움직이도록 설계되었으며, 내부에 자이로체계(gyro-system)가 들어 있다. 자이로체계란 로켓이 비행할 때 위치를 바로잡아주는 장치다. 그런 자이로체계를 내장한 소형 로켓엔진을 만들려면, 당연히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남측 국방부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보조로켓엔진 1기의 추력은 3t이므로, 보조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t이다. 그러므로 은하 3호 1단 추진체의 경우, 약 125t에 이르는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과 12t에 이르는 보조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합하면, 추력총량이 137t인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러시아가 만들어 남측에 완제품으로 수출한 나로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의 추력은 170t(1,670킬로뉴턴)이다. 1단 추진체 추력만 놓고 비교하면, 은하 3호 추력이 나로호 추력보다 33t 정도 약하지만, 2단 추진체 추력을 비교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은하 3호 2단 추진체 추력은 25.5t(250킬로뉴턴)이고, 나로호 2단 추진체 추력은 8.8t(86.2킬로뉴턴)이다. 2단 추진체 추력의 경우, 은하 3호가 나로호보다 약 3배 강한 것이다. 은하 3호 2단 추진체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데 비해, 나로호 2단 추진체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므로 추력에서 그처럼 3배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나로호는 2단형이지만, 은하 3호는 3단형이므로, 은하 3호의 총추력을 추산하는 데서는 3단 추진체 추력이 가산되어야 한다. 물론 남측 국방부의 추정이지만, 은하 3호 3단 추진체 추력은 5.5t(54킬로뉴턴)이다. 은하 3호 3단 추진체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므로 추력이 그처럼 약하다.

위에서 열거한 정보를 종합하면, 은하 3호 추진체 총추력은 168t으로 추정된다. 그에 비해, 2단형 추진체인 나로호의 총추력은 178.8t이다. 중요한 것은, 은하 3호의 추력 168t은 북측 과학기술자들이 자력으로 만든 것이고, 나로호의 추력 178.8t 가운데 남측 과학기술자들이 자력으로 만든 것은 8.8t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력갱생과 대외의존이 얼마나 큰 격차를 나타내는지 알 수 있다.

분사구와 연소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로켓엔진에서 세 가지 주요한 구성부분은 주입기(injector), 연소실(combustion chamber), 분사구(nozzle)다. 북이 만들어낸, 은하 3호 추진체에 장착된 주입기는 어떤 것일까? 주입기는 연료주입기와 산화제주입기로 이루어지는데, 작동방식에는 펌프식과 압력식이 있다. 펌프식 주입은 터빈과 펌프를 설치하여 고압가스를 발생시키는 방식이고, 압력식 주입은 고압가스통에 고압가스를 넣어 두었다가 이를 배출하여 고압가스를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남측 국방부가 은하 3호 추진체에 어떤 주입기가 장착되었는지 말하지 않고 넘어가서, 주입기 성능에 대해 파악할 수 없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분사구 안에 니켈(nickel)로 만든 모세도관(毛細導管, capillary tube)이 많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그처럼 분사구 안에 정교하게 설치된 모세도관 다발은 천공평면판(orifice plate)에 뚫려있는 수많은 작은 구멍(aperture)을 지나 연소실로 연결된다. 위성운반로켓이 발사되면, 고압가스, 산화제, 연료가 모세도관을 통해 초당 15m의 속도로 연소실에 주입된다.

같은 양의 산화제와 연료를 도관을 통해 연소실에 주입한다고 가정할 때, 도관 1개를 사용할 때보다 그보다 작은 도관 2개를 사용하면 소열효과(heat dissipation effect)가 1.414배로 커진다. 그러므로 분사구에 모세도관을 많이 설치한 목적은,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초고열로 달아오르는 분사구를 식혀주기 위한 것이다. 그와 더불어, 모세도관은 분사된 연료의 연소효율을 높이는 효과까지 낸다.

은하 3호 주축로켓엔진의 연소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남측 국방부가 공개하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주축로켓엔진 연소실은 초고압과 초고열에 견딜 수 있도록 특수제작된 금속공학기술의 최고 결정체다. 로켓엔진이 가동하면 연소실 내부온도는 섭씨 3,600도까지 올라간다. 강철이 녹는 용융점은 섭씨 1,530도인데, 연소실 내부온도가 섭씨 3,600도까지 올라가므로 상상을 초월한 초고열이 나오는 것이다.

또한 로켓엔진이 가동하면 연소실 내부압력은 20메가파스칼(MPa)까지 올라간다. 이것은 사람이 사는 지상 대기압보다 약 200배 정도 높은, 상상을 초월한 초고압이다.

로켓엔진 연소실은 그런 초고열과 초고압에도 녹아내리지 않고 파열되지 않는 특수합금을 개발하여 특수공법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그런 로켓엔진을 만드는 고도의 기술을 개발하면, 항공기 제트엔진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런데 북의 군사과학기술수준을 자꾸 깎아내리는 수구언론들은 이번에 은하 3호 잔해를 조사한 남측 국방부의 발표를 보도하면서, 북이 자력으로 위성운반로켓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였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직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100주년 경축 열병식에 화성 13호라는 공식명칭을 가진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6기가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등장한 것을 영상을 통해 보았으면서도, 그리고 2013년 1월 초에 북이 화성 13호를 실은 자행발사대를 대거 동원하여 실전연습을 실시하였다는 미국 언론보도가 나왔는데도, 수구언론들은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아직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헛소리를 중얼거리고 있다.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아직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수구언론들의 ‘논거’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대기권 안으로 돌입하면서 초고압과 초고열을 받게 되는데, 그런 초고압과 초고열에 견디는 재돌입체(reentry vehicle)를 만드는 고도의 기술을 북이 아직 개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그런데 ‘스페이스테더스 닷컴(SpaceTethers.com)’이 발표한 컴퓨터 모의실험(simulation) 결과에 따르면, 원뿔형 재돌입체가 고도 200km 상공에서 초속 7km로 낙하비행을 할 때, 재돌입체 표면온도가 섭씨 2,400도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체로 고도 200km까지 상승비행을 한 뒤에 초속 7km로 낙하비행을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섭씨 3,600도까지 올라가는 로켓엔진 연소실을 만들어낸 북이 섭씨 2,400도까지 올라가는 재돌입체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정교하게 제작된 ‘완폭인신’과 10개의 소형모터들

남측 국방부 발표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것은, 은하 3호 잔해를 조사하였더니 ‘폭압형 외피파단방식'이 단분리(段分離, stage separation)에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국방일보> 2013년 1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은하 3호의 “단분리방식은 폭압형 외피파단방식(MDF)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단분리라는 것은, 3단형으로 이루어진 은하 3호 추진체가 비행 중에 일정한 고도에 이르면 1단 추진체를 떼어내고, 그 다음에는 2단 추진체를, 마지막에는 3단 추진체를 각각 떼어내고 지구궤도에 올라서는 기계작동을 말한다. 그런 단분리기술이야말로 아무 나라나 개발하지 못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남측 국방부가 말한 ‘폭압형 외피파단방식’이란 폭발력을 약하게 조절한 기폭신관(Mild Detonating Fuse, MDF)을 터뜨려 그 완만한 폭발력으로 추진체를 떼어내는 방식을 뜻한다. 중국 전문가들은 그것을 ‘완폭인신(緩暴引信)’이라고 번역하였는데, 중국어 번역이 더 정확해 보인다.

위성운반로켓의 단분리가 고도의 기술이라는 말은, ‘완폭인신’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전깃줄처럼 생긴 ‘완폭인신’은 금속포피(metal sheath) 안에 선형폭약(linear explosive)으로 된 미세한 폭약심(explosive core)을 넣은 정교한 장치다. 또한 ‘완폭인신’은 철로 만든 아주 가느다란 철제도관(steel tube) 안에 들어가는데, 그 철제도관은 정중앙에 가느다란 틈새를 파놓은 절단판(confined severance) 위에 설치되고, 그 절단판 위에 철제덮개가 씌워진다. 그렇게 제작된 철제덮개는 파단조임쇠(break bolt)로 위성운반로켓 동체에 부착된다. 물론 거기에는 당연히 발화장치(pyrotechnic device)도 함께 부착된다.

그처럼 가느다란 철제도관 안에 들어가는 선형 폭약장치와 소형 발화장치를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가느다란 철제도관을 원통형 추진체에 부착하기 위해 추진체 형태에 꼭 들어맞는 원형으로 만드는 것도 힘들다. 다시 말해서, 고도의 기계공학기술이 없으면 ‘완폭인신’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속으로 상승비행하는 은하 3호에서 1단 추진체를 떼어내는 순간에, 비행속도를 상당히 줄여야 하므로 제동모터를 가동해서 속도를 줄이게 된다. 그래서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는 제동모터 6개가 부착되었다. 또한 은하 3호에서 발화장치가 작동되어 ‘완폭인신’이 터지면서 1단 추진체가 떨어져나간 뒤에는, 2단 추진체의 비행속도를 다시 높여야 하므로, 은하 3호 2단 추진체에는 가속모터 4개가 부착되었다.

제동모터 6개를 점화시켜 1단 추진체 비행속도를 줄인 다음, ‘완폭인신’을 폭발시켜 단을 분리하고, 다시 가속모터 4개를 점화시켜 2단 추진체 비행속도를 높이는 단분리 기술은 아무 나라나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러시아는 우주개발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세계 최강의 우주선진국인데, 그런 러시아가 2001년에 개발하여 앙가라 로켓(Angara Rocket)에 장착하였던 로켓엔진 RD-191의 추력은 196t(1,920킬로뉴턴)이다. 러시아는 이 로켓엔진의 추력을 170t으로 줄여서 만든 RD-151을 나로호 1단 추진체에 장착하여 2009년 8월 25일에 쏘아올렸으나 실패하였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2012년 12월 12일에 성공적으로 발사된 북의 은하 3호 1단 추진체의 추력은 137t이므로, 러시아가 개발한 RD-191의 추력에 비하면, 54t 정도 약하다. 그러나 북의 위성운반로켓 개발을 담당한 과학자, 기술자들이 54t 정도의 기술격차를 따라잡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앞으로 몇 해 안에 북이 우주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각국들이 연평균 15.6개의 상업위성을 계속 쏘아올릴 것인데, 국제사회에서 우주산업을 장악한 ‘지배자’들은 미국, 러시아, 서유럽 국가들이다. 그런데 북이 우주과학기술을 급속히 발전시켜 우주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면, 미국, 러시아, 서유럽 국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낮은 가격으로 다른 나라의 상업위성들을 쏘아올려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난 날 거만한 우주강국들이 거들떠보지 않았던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저개발국들이 각자 자기의 위성을 보유함으로써 북을 중심으로 제3세계 위성보유국 대열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위성들로 이루어진 ‘은하’가 우주공간에는 뜨면, 세계는 우주개발에서 자주화의 궤도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2012년 12월 12일에 발사된 은하 3호는 그런 새로운 미래를 향한 ‘무언의 약속’이었다. (자주민보 2013년 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