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총결산의 날을 기다려온 60년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51년 만에 드러난 비밀문서에 담긴 사연

2013년 3월 5일 북이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였지만, 그 협정 제4조 제60항에는 정전협정을 체결한 뒤 3개월 안에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고위급 정치회담을 개최할 것을 교전국 쌍방에 건의한다고 명시되었다. 1953년 8월 28일 유엔총회 제7차 회의에서는 정전협정 제4조 제60항에 의거하여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고위급 정치회담이 개최되는 것을 지지하는 결의안 제711호가 채택되었다.

그 때로부터 60년이 지났다. 정전체제가 30년, 40년도 아니고 무려 60년 동안 지속된 것이다. 정전상태는 교전쌍방이 교전을 완전히 중지한 상태가 아니라, 언제든지 임의의 시각에 교전을 재개할 수 있는 첨예한 대치상태인 것이다. 그런 무력대치상태가 여러 차례 전쟁재발위기를 넘기며 60년 동안 지속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임의의 시각에 전쟁이 재발할 정전체제를 완전히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세워놓기 전에는 이 땅에 사는 그 누구도 발을 뻗고 편한 잠을 잘 수 없다. 정전상태에서 성취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미완성이며, 정전상태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현실을 도피한 행복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전종식은 한반도에 사는 모든 민족구성원들이 가장 시급하게, 희생을 무릅쓰고, 반드시 실현해야 할 당면과업이다.

그런데 왜 60년이 되도록 정전상태를 종식하지 못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과 공포, 불행과 고통이 더 심해지는 것일까? 이 물음에 답을 찾으려면, 아래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전 직후 평화협정이 체결되었어야 하지만 60년이 지난 오늘에도 평화가 실현되기는커녕 전쟁재발위험이 격화된 까닭은, 정전협정 체결 직후부터 그 협정을 위반한 미국이 ‘한미동맹’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한반도에서 무력증강과 전쟁연습을 강행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입증하는 여러 자료들 가운데 하나는 아래와 같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05년 4월 28일에 기밀해제하여 51년 만에 세상에 드러난 비밀문서가 있다. 제목은 ‘NSC 170/1에 관한 진전보고, 코리아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목표와 행동방향(PROGRESS REPORT ON NSC 170/1, “U.S. OBJECTIVES AND COURSES OF ACTION IN KOREA”)’이다. 이 비밀문서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때로부터 약 8개월이 되는 1954년 3월 26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직속 실무부서인 ‘작전조절부(Operations Coordinating Board)’가 작성하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제출한 것이다. 표제가 말해주는 것처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제170호 결정을 실행한 현황을 보고한 것이다. 그 비밀문서에서 ‘미한관계의 주된 현안문제들(MAJOR PROBLEMS PENDING IN US-ROK RELATIONS)’이라는 소제목 아래 기록된 내용을 읽어보면, 당시 미국 합참본부는 한국군 지상군 사단을 35∼40개 사단으로 대폭 증강하고 거기에 맞춰 해군과 공군도 동시에 증강하게 해달라는 이승만 정부의 요청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비밀문서에는 별첨문서도 있는데, 별첨문서 표제는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추가 서신교환(Further Exchange of Letters Between President Eisenhower and President Rhee)’이며, 작성날짜는 1954년 3월 23일이다. 별첨문서에 따르면, 당시 이승만은 제네바 국제회의에 남측이 참가하는 조건으로 아이젠하워에게 간청하여 한국군 증강에 필요한 미국의 군사지원을 따냈다.

위의 비밀문서들은, 정전협정 제4조 제60항에 의거하여 한반도 평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54년 4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어렵사리 개최된 제네바 국제회의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미국이 한국군 무력증강의 길을 열어주었음을 말해준다. 그처럼 한국군 무력증강을 다그친 것은, 외국산 무기와 군사장비의 한반도 반입을 금지한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며, 동시에 제네바 국제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그 회의를 사실상 파탄시킨 것이다.

미국이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한반도 평화회담의 길을 가로막은 때로부터 오늘까지 59년 동안 한반도에서 저지른 것은 지속적인 무력증강과 대북전쟁연습이다.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시각에도 미국은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독수리 연습’이라는 이름의 대북전쟁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북미협상 20년, 미국의 흉계와 야망

정전상태를 종식시킬 방도가 없는 게 아니며, 교전쌍방이 그 방도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미국은 정전상태를 종식시킬 방도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그 방도를 철저히 외면하였다. 왜 그렇게 하였을까? 그 까닭은, 정전상태를 유지하다가 자기들이 바라던 ‘결정적인 기회’가 오면 전쟁을 다시 일으켜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려는 흉계와 야망을 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기의 그런 흉계와 야망을 드러내지 않고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국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아래의 인용문은 미국이 품고 있는 흉계와 야망이 어떤 것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앞으로 15년 뒤 북이 현재 상태로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이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정권은 생존하지 못할 것이며, 낙오하거나 또는 붕괴, 내파될 것이다. 그래서 여러 분석가들이 체제붕괴의 가능성을 지닌 정치적 자멸과정이 앞으로 3년 안에 북에서 시작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인용문은 1996년 2월 22일 당시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이었던 패트릭 휴즈(Patrick M. Hughes)가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꺼내놓은 발언이다. 그의 전망은 북에서 1999년 이전에 정치적 자멸과정이 시작되고, 2011년쯤에는 붕괴, 내파되리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17년 전에 미국 국방정보국장이 언급한 이른바 ‘북의 붕괴내파설’ 뒤에 미국의 흉계와 야망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북의 붕괴내파설’ 뒤에 감춰진 흉계와 야망은 미국이 당시 ‘고난의 행군’으로 어려움을 겪던 북을 붕괴와 내파로 유도하여 급변사태에 빠뜨리고,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무력침공으로 북을 패망시켜 결국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려는 것이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이 무력을 동원하여 북을 침공하려는 흉계와 야망이야말로 유엔헌장과 국제법을 정면으로 짓밟는 범행의도인데, 미국의 그러한 범죄적 흉계와 야망을 점잖은 외교용어로 바꿔놓은 것이 바로 대북적대정책이다.

2011년쯤 북을 붕괴와 내파로 유도하여 멸망시킬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견했던 미국은, 북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경우 붕괴내파과정에서 자기들이 통제하지 못할 핵위기가 조성될 것이므로, 미리 북의 핵개발부터 막아보려고 하였다. 그래서 2003년부터 미국은 하는 둥 마는 둥 시간을 끌어오던 신포 경수로 공사마저 영구히 중단시켜 북미기본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해버리고, 비핵화 문제를 들고 나왔다.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그렇게 되어 2003년 8월 27일에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1994년에 제네바에서 북미기본합의를 채택하였고, 2000년에 워싱턴에서 북미공동코뮈니케를 채택하였고, 2005년에 베이징에서 9.19 공동성명을 채택하였지만, 그처럼 세계 각지를 돌며 채택한 일련의 대북합의들은 북을 붕괴와 내파로 유도하려는 흉계와 야망을 감추고 건성으로 협상하는 척하였던 희대의 사기극이었다.

흉계와 야망을 감추고 희대의 사기극을 연출하는 미국을 향해 북은 북미협상이 결렬되는 고비마다 강공을 퍼부으면서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라고 강하게 압박하였지만, 북의 대미압박공세 효력은 오래 가지 않았다. 미국은 시기와 국면을 달리하여 양자회담, 4자회담, 6자회담 같은 여러 종류의 협상방안을 늘어놓으면서 북의 압박공세를 요리조리 피해 다녔고, 맨 나중에는 6자회담보다 더 복잡한 다자회담방안을 더 이상 조작해낼 수 없게 되자 ‘전략적 인내’라는 간판 뒤에서 북을 붕괴와 내파로 유도하려는 은밀한 책동에 집착하였다. 바로 이것이 1993년부터 2012년까지 20년 동안 ‘핵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끊어질 듯 이어져온 북미협상의 내막이다.

20년간 북미협상에서 얻어낸 결과는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것처럼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문서로 합의한 것이다.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란 북과 미국이 각각 상대방을 검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뜻인데, 자기가 검증할 수 없는 상대방의 핵문제에 대해서는 별도검증을 요구하지 않다는 뜻도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는 북이 녕변핵시설(남에서는 영변핵시설)을 폐쇄하고, 미국은 그에 상응한 동가적, 동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북의 녕변핵시설 폐쇄에 상응하여 미국이 취해야 할 동가적, 동시적 조치는 미국 본토에 있는 어느 핵시설 한 군데를 폐쇄하는 게 아니라,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는 것이다.

상응적 비핵화라고 하면서, 미국 본토에 있는 핵시설을 폐쇄하지 않고 왜 주한미국군을 철군하여야 하는 것일까? 그 까닭은,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핵시설을 상호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북미관계에 조성된 핵위협을 상호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의 녕변핵시설 가동은 미국에게 핵위협이고, 미국의 주한미국군 현상유지는 북에게 핵위협이다. 주한미국군은 ‘핵전쟁 돌격대’로 최전방에 배치된 무력이므로, 미국의 대북핵위협은 주한미국군이 존재하는 한 제거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비핵화 실행여부는 어떻게 검증해야 하는 것일까? 만일 미국이 북의 녕변핵시설 폐쇄를 검증하려면, 사찰단을 보내 현지조사를 실시하면 간단히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북이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군을 검증하기 위해 사찰단을 남측에 보내 현지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철군상황 현지조사를 실시하는 것 대신에 철군을 법적으로 보장하면 되는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국군 철군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실제적인 조치가 바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다. 그래서 북은 녕변핵시설 폐쇄공정을 시작하는 것과 더불어 미국이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평화회담을 시작하여야 한다고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북을 붕괴와 내파로 유도하려고 하는 미국의 막힌 귀에 평화협정이나 평화회담 같은 말은 들리지 않았다. 지난 20년 동안 북미협상이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미국이 북의 반대와 경고를 무릅쓰고 대북전쟁연습을 지속적으로 감행해온 까닭이 거기에 있다.

북에게 반미결전은 역사의 필연이며 역사적 사명이다

북미협상 20년 경험이 말해주는 중요한 사실은, 미국이 언젠가는 북침공격을 감행하여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려는 흉계와 야망에 무던히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에 따라 미국은 대북적대정책을 영영 포기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제의를 무조건 거부하고, 주한미국군을 영구히 주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그런 행태를 북에서 쓰이는 말로 표현하면, “미제의 침략적 본성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제의 본성 불변론’을 주장하는 북이 그런 미국을 상대로 20년 동안 협상을 벌인 까닭은 무엇일까? 북에게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슨 시간이 필요했다는 말인가? 요점만 말하면, 미국을 무력으로 압도할 만큼 강력한 전쟁능력을 완비할 시간이 북에게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북이 미국을 무력으로 압도할 만큼 강력한 전쟁능력을 완비할 시간이 요구되었다고 말하면, 북의 대미전략에 관한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 말을 곧이듣지 않을 것이다. 친미언론에 떠도는 왜곡된 정보만 들어온 사람들은 북의 대미전략을 오해하지만, 북의 대미전략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반미결전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국주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제국주의라는 말조차 쓰지 않는, 친미사상으로 뒤덮인 사회에서 반미결전전략에 대해 논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제국주의론을 길게 해설할 수 없지만, 고려와 몽골제국의 관계를 통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몽골초원에 흩어져 있던 부족국가들을 통합하여 1206년에 등장한 몽골은 중국을 점령하고 서유럽을 제외한 유라시아 전역을 침략하더니, 1231년에는 고려에 쳐들어갔다. 몽골의 침략을 받은 이후에도 고려는 여전히 존재하였으나, 고려의 자주권은 몽골제국에게 짓밟혔다.

먼 옛날 몽골은 유라시아 각국을 침략하고 지배하였지만, 오늘날 미국은 자기를 추종하지 않는 나라들을 침략하거나 압박하여 굴복시키고 전 세계를 지배한다. 고려는 92년 동안 몽골의 지배를 받았는데, 오늘 이 땅은 68년 동안 미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

옛날 고려인들은 몽골의 침략에 맞서 격렬한 항쟁을 벌였는데, 고려가 몽골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은 반몽전쟁에서 패하였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일제가 조선을 침략하였을 때 조선은 반일전쟁을 할 수 없을 만큼 허약했기 때문에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제국주의무력침략에 맞서 자주권을 지키는 길은 반제전쟁밖에 없다. 지난날 식민지조선에게 어떤 형태의 대일협상도 무의미했던 것처럼, 오늘날 북에게는 어떤 형태의 대미협상도 무의미한 것이다.

그러므로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북은 미국의 대북전쟁전략에 맞선 반미결전전략을 견지하고 자기의 국가역량을 그 전략을 수행하는 데에 총집중하는 것이다. 지난날 일제식민통치를 받던 조선에게 반일전쟁이 역사의 필연이며 역사적 사명이었던 것처럼, 오늘날 북에게는 반미결전이 역사의 필연이며 역사적 사명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파악해야, 요즈음 북이 왜 미국과 핵전쟁을 벌일 각오를 하고 전면전 태세에 돌입하였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몽골제국이나 로마제국보다 훨씬 더 강대한 제국이다. 전성기의 몽골제국은 서유럽을 제외한 유라시아대륙을 지배하였고, 전성기의 로마제국은 유럽대륙, 북아프리카, 중동의 일부지역을 지배하였지만, 오늘 미국은 극소수 반미국가들과 남극대륙을 제외한 세계 전역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인구가 2,500만 명도 되지 않는 북이 그처럼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인다면, 무슨 수로 이길 수 있을까? 그래서 지금 미국과 남측에서는 북이 감히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 못하면서, 전면전 태세에 돌입하였다는 식의 엄포만 놓고 있다는 소문이 떠도는 것이다. 그런 소문의 배경에는 북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아직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만일 북이 상황을 오판하여 전면전을 벌이면 미국의 강력한 핵보복을 받아 멸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런 소문이야말로 미국의 왜곡선전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북의 전쟁능력을 오판한 사람들이 퍼뜨린 헛소문이다. 미국의 왜곡선전과 대북선입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북의 전쟁능력에 관한 객관적인 사실들을 논해도 곧이듣지 않겠지만, 이 글에서 논하는 객관적 사실은 주관관념으로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미국과 전쟁을 붙으면 이길 수 있다는 북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돋보여서, 실상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북이 자기의 전쟁능력을 너무 과신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그러나 북의 그런 태도는 과신에서 오는 게 아니라, 전쟁승리를 확신할 만큼 강력한 전쟁능력을 갖추어놓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의 전쟁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북의 전쟁능력은 언젠가는 미국과 전면전을 반드시 벌이고, 전면전에서 미국을 이기기 위해 정전 이후 60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가역량을 총집중하여 축적, 강화해온 것이다. 그런 의지와 집념을 불태우며 30년, 40년도 아니고 무려 60년 동안이나 끊임없이 국가역량을 기울여 힘써왔으니, 오늘 북이 전쟁능력을 어찌 세계적인 수준으로 갖추어놓지 못했겠는가.

그들은 두 갈래로 힘을 키우며 반미결전의 날을 기다려왔다

북이 전쟁능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북이 미국과 전면전을 벌여 이길 두 종류의 강력한 힘을 키워왔다는 뜻이다. 그 두 종류의 강력한 전쟁능력은, 북이 긍지를 가지고 내세우는 사상무장력과 핵무장력이다. 북은 사상무장력과 핵무장력을 완비해놓았으므로, 미국보다 더 강대한 제국과 싸워서도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북의 집권당은 오랜 기간에 걸쳐 군대와 인민을 반미자주사상으로 무장시킴으로써 전사회적으로 강력한 사상무장력을 갖추었다. 남측 국민들은 유치원 시절부터 친미사상에 접하지만, 북측 인민들은 유치원 시절부터 반미사상에 접한다. 반미사상이라는 말 자체를 꺼리는 사회에서는 반미사상으로 다져진 사상무장력이 실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얼마나 강한 전투력을 발휘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사상무장력은 미국에게는 없고 북에게만 있는 가장 위력적이고 결정적인 전쟁능력이다.

반미결전태세에 돌입한 요즈음 북에서는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북을 아는 사람이 들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말이다. 왜냐하면, 최후 결전에 자기 목숨을 바칠 비장한 각오가 되어 있는 결사대만이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라는 말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북에서 말하는 ‘최후의 승리’는, 지난 60년 동안 벼르고 별러온 반미결전을 반드시 벌이겠다는 각오, 미국과의 최후 결전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는 말이다.

만일 인민군 장병들에게 조국과 인민을 위해, 김정은 최고사령관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반미결전에 누가 결사대로 나서겠느냐고 묻는다면 그 물음을 받은 모든 장병들이 결사대에 자원할 것이다. 이런 예상은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만일 미국군 장병들에게 조국과 인민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쳐야 하는 대북전쟁에 누가 결사대로 나서겠느냐고 묻는다면, 그 물음을 받은 장병들 가운데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할 것이다. 이런 예상도 역시 과장이 아니다.

물론 상상을 뛰어넘는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하는 전쟁에서 사상무장력만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전상대가 세계 최강의 핵무장력을 갖춘 미국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북이 반미결전에서 이기려면, 강력한 사상무장력과 함께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핵무장력도 갖추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사상무장력을 갖출 수 없는 것처럼, 핵무장력도 그렇다. 어느 나라가 핵무장력을 갖추려는 경우, 고도의 군사과학기술을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매우 어렵고 방대한 과업이 나서게 된다. 국가역량을 집중하여 적어도 30년 이상 끊임없이 힘써야 핵과학기술을 자체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핵탄두와 핵타격미사일을 자력으로 만들어야 핵무장력을 갖춘 것인데, 북은 미국의 정찰위성 탐지망을 벗어난 지하핵시설에서 핵무장력을 건설하였다. 북이 지하핵시설 존재를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중국의 지하핵시설에 관한 정보를 살펴보면서 유추하는 수밖에 없다.

2010년 4월 27일 중국의 영문일간지 <차이나 데일리>는 중국의 지하핵시설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보도하였다. 중국 충칭(重慶)시 인근에 있는 금자산 지하핵시설은 2002년 4월에 그 존재가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그 지하핵시설은 1967년에 착공되었고, 17년 공사기간을 거쳐 1985년에 완공되었는데, 대규모 지하공간 18개소, 지하도로, 수평갱, 수직갱 130여 개로 이루어진 21km의 방대한 시설이며, 강도 8.0 규모의 강진이나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다. 9층 건물높이에 이르는 79.6m의 지하공간에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원자로와 관련 핵시설들이 들어있다.

중국이 금자산 지하핵시설을 완공한 때가 1985년이고, 북이 평안북도 대관군에 있는 천마산 지하핵시설을 완공한 때는 1986년이다. 놀랍게도, 북과 중국은 거의 같은 시기에 무기급 핵물질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천마산 지하핵시설 규모에 관한 정보가 없어서 얼마나 큰 시설인지 알 수 없으나, 세계적으로 지하시설이 가장 발달한 북에서 건설된 지하핵시설이니 그 규모를 상상할 수 있다. 남측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05년 5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북이 각지에 건설한 각종 지하시설의 총길이는 417km에 이르는 경부고속도로보다 더 긴 547km라고 하는데, 그처럼 강력한 지하시설건설역량을 지닌 북이 천마산 지하핵시설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건설하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북은 그런 지하핵시설들에서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였고, 핵무기를 다종화하였고, 핵무기를 소형화하여 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를 만들었다.

다른 한 편, 북은 핵타격미사일을 만들기 위한 과학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2012년 12월 12일에 첫 실용위성 광명성 3호 3호기를 싣고 우주로 떠난 위성운반로켓 은하 3의 성공적 발사는 핵타격미사일 제작에 전용되는 고도의 과학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음을 물리적으로 입증한 사변이다.

“우리 전략로케트군은 괴뢰역적패당과 일본 반동 같은 것들은 셈에 넣지 않습니다. 우리의 대륙간탄도미싸일마다에는 백악관과 펜타곤, 하와이와 괌도를 비롯한 날강도 미제의 소굴들이 첫째가는 타격대상들로 입력되여 있으며, 지금 전략로케트군 장병들의 손은 발사단추 우에 놓여있습니다. (줄임) 세계 최강의 전략로케트무력으로 자라난 우리들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무자비한 보복의 불벼락을, 정의의 핵불벼락을 퍼부어 항복서에 도장을 찍을 놈도 없게 모조리 쓸어버리고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기어이 성취하겠다는 것을 굳게 결의합니다.”

이 인용문은 2013년 4월 25일 평양의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81돐 조선인민군 례식’에서 전략로케케트군 사령관 김략겸 중장이 연설한 것이다. 그는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세계 최강이라고 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불시에 선제타격할 막강한 공격력을 갖추었다고 긍지에 넘쳐 말했다. 미국 본토 타격력이 없는데도, 핵타격미사일 지휘관이 공식석상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인민군 전략로케트군 사령관의 결의발언은 엄포가 아니며, 미국이 퍼뜨린 북의 대미엄포설이 거짓말인 것이다.

북에서 말하는 반미결전은 인류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어날 핵전쟁이다. 미국은 핵전쟁에서 교전쌍방이 모두 공멸할 것이라고 겁을 주지만, 북은 자기의 핵전쟁에서 미국이 패망하고 북이 승리할 것으로 믿고 있다. 핵전쟁 승리에 대한 북의 확신은 오판이나 과신이 아니라, 정밀핵타격수단과 지하핵방호시설 같은 핵전쟁능력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북에서 말하는 핵전쟁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에 핵출력 20킬로톤급 핵탄두를 탑재하여 미국 본토로 발사하는 것이다. 발사 후 30분 만에 20킬로톤급 핵탄두가 미국 본토의 지상 500m 높이에서 폭발하면 핵폭풍이 일어나고 열핵선, 방사선, 전자기파가 방출된다. 핵폭풍은 반경 4km 안에 있는 모든 물체를 파괴하여 날려버리고, 열핵선은 100만도의 초고열로 반경 5km에 있는 모든 물체를 태우고 녹여버리며, 방사선은 반경 1.2km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죽이고, 전자기파는 반경 3km 안에 건설된 지하시설들에서 작동하는 모든 종류의 전기기기와 전자장비를 파괴한다.

북이 미국의 ‘급소’를 정조준하여 핵탄으로 직격하면, 미국의 국가기능이 전면 마비되므로 핵보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의 반미결전은 핵교전이 아니라 북의 정밀핵타격 한 방으로 끝나는 총결산이다.  (2013년 4월 29일 통일뉴스, 한호석의 진보담론 마지막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