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핵감축회담 언급한 사연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핵감축회담은 핵대국들끼리 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와 미국 사이에 군축을 위한 회담은 있어도 비핵화와 관련한 회담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이것은 2013년 4월 20일 <로동신문> ‘정세론 해설란’에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은 종식되여야 한다’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의 한 구절이다. 국내외 언론들은 위의 인용구를 제각기 분석한 기사를 쏟아내었지만, 그 구절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그들은 분석은커녕 헛다리를 짚은 꼴이 되었다.

위의 인용구는 북이 비핵화회담을 절대로 하지 않겠지만 군축회담은 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인데, 이번에 북이 언급한 군축회담이 구체적으로 어떤 회담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원래 군축회담은 재래식 무기를 감축하는 회담과 핵무기를 감축하는 회담으로 분류되는데, 위의 인용구에서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한 군축회담은 핵무기를 감축하는 핵감축회담을 뜻한다. 북이 핵감축회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측 외무성은 2010년 4월 21일에 발표한 비망록 ‘조선반도와 핵’에서도 “다른 핵보유국들과 동등한 립장에서 국제적인 핵군축노력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이 핵감축회담을 개최할 용의를 표명한 것은, 핵감축에 나서도 될 만큼 북의 핵무력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내비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지금 미국은 북이 핵무기를 몇 발 보유하기는 하였지만 그것을 미사일에 탑재할 기술은 아직 없다고 하면서 북의 핵무력 수준을 마구 깎아내렸는데, 만일 미국이 왜곡평가한 대로 북의 핵무력 수준이 정말로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북이 세계 최대 핵대국인 미국에게 핵감축회담 개최용의를 표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시기 핵감축회담 경험을 살펴보면, 미국과 핵감축회담을 진행한 나라는 옛 소련과 그 계승국인 러시아밖에 없다.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4월 8일에 체결한 핵감축협약은 미국에서 ‘뉴 스타트(New START)’라 부르고, 러시아에서 ‘CHB-III’이라 부르는 협약인데, 2011년 2월 5일부터 2012년 말까지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이 협약은 2001년 5월 24일에 체결되고, 2003년 6월 1일부터 효력을 발생하다가 2011년 2월 5일에 만료된 ‘모스크바 협약’을 대체한 핵감축협약이다. 이 핵감축협약에 따르면, 10년 동안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핵미사일 및 전략핵폭격기 보유량을 700대로 줄이고, 실전배치한 핵탄을 1,550발로 줄이고, 핵타격미사일 발사대 보유량을 800대로 줄이는 것이다.

미국과학자협회(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 보유 현황은 아래와 같다. 2012년 말 현재 미국은 실전배치한 전략핵탄 1,950발, 실전배치한 전술핵탄 200발, 실전배치를 앞둔 예비핵탄 2,500발, 보관창고에 남겨놓은 저장핵탄 4,650발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미국의 핵탄 총보유량은 9,300발이다. 그에 비해, 러시아는 실전배치한 전략핵탄 1,740발, 실전배치한 전술핵탄은 한 발도 없고, 실전배치를 앞둔 예비핵탄 2,700발, 보관창고에 남겨놓은 저장핵탄 4,500발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러시아의 핵탄 총보유량은 8,940발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뒤를 이어 제3핵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핵무력에 대한 서방세계의 평가는 너무 들쑥날쑥하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2012년 말 현재 중국이 보유한 핵탄을 240발로 추정하였고,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은 300발로 추정하였다. 러시아 군사전문가는 중국의 핵탄 보유량을 1,600∼1,800발로 추정하였고,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군축연구소는 3년 동안 연구하여 201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핵탄 보유량을 3,000발로 추정하였다. 아무리 추산이라고 하지만, 왜 그처럼 10배 이상의 격차가 나는 것일까? 그 까닭은 중국이 비공개로 추진해온 핵무력 건설을 인정하는가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가 그처럼 엄청난 격차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군축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장 4,800km에 이르는 지하핵시설을 건설하였는데, 바로 그 지하핵시설 규모가 중국의 핵무력 규모에 직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건설한 방대한 지하핵시설 규모에 비춰볼 때, 중국의 핵탄 보유량을 3,000발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서방세계의 언론계와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핵탄 10발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과 러시아의 핵감축협약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핵감축이란 핵탄 10∼20발을 감축하는 수준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분량의 핵탄과 그 운반수단을 감축하는 것인데, 만일 북이 핵탄을 10발밖에 보유하지 못하였다면, 핵탄을 9,300발이나 보유한 세계 최대 핵대국인 미국에게 핵감축회담 개최용의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의 핵무력에 관하여 세상에 떠도는 엉터리 정보만 들어온 사람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핵감축회담 개최용의에 대한 북의 공개적인 언급은 불가해한 일로 보이지만, 북의 핵무력에 관한 심층정보를 아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그런 언급은 불가해한 일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껏 세상에 알려진 북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는 사실과 전혀 다른 엉터리 정보다. 중국의 핵탄 보유량이 세상에 알려진 240∼300발이 아니라 3,000발로 수정평가되어야 하는 것처럼, 북의 핵탄 보유량도 세상에 알려진 10발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수정평가되어야 한다.

중국이 자기 핵무력 관련정보의 외부유출을 철저하게 차단해온 것처럼, 북도 자기 핵무력 관련정보의 외부유출을 철저하게 차단해왔기 때문에, 북의 막강한 핵무력을 세상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이 핵탄을 9,300발이나 보유한 세계 최대 핵대국인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 대담하게 핵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핵감축회담 개최용의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미국에 물량적으로 맞설 방대한 핵무력을 건설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북의 핵무력에 대해 너무 엉터리 정보만을 들어온 뒤틀린 시각을 전면적으로 ‘교정’하기 전에는 북의 대미핵전쟁 선포와 북미핵감축회담 개최용의 언급을 이해할 수 없다.

세상이 모르는 북의 핵무력 건설경로

북의 핵무력이 서방세계의 기존관념을 깨뜨릴 만큼 막강하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그런 검토과정을 거칠 때 북의 핵무력 평가에 대한 ‘시각교정’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에 열거한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2013년 3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진행된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고에서 북의 핵억제력이 “위대한 장군님의 유산”이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의 핵무력을 건설하였다는 뜻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0년대부터 핵무력 건설을 위해 온갖 노고를 아끼지 않은 것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북측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무력 건설을 공개와 비공개로 병진시켰고, 핵물질생산, 핵탄제조, 핵타격미사일 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병진시켰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핵물질생산은 평안북도 영변에서 핵시설단지를 건설하는 공개적인 사업과 북측 각지에 비공개 핵시설을 분산배치하는 형태로 건설하는 사업으로 각각 병진되었고, 핵무장은 각종 핵탄을 제조하고 각종 핵타격미사일을 개발하며 기존 핵탄을 소형화하는 사업으로 각각 병진된 것이다.

다른 핵보유국들의 경험을 보면,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는 핵시설을 건설한 뒤에 핵탄제조와 핵타격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그것을 성공시킨 뒤에 핵탄을 소형화하여 미사일에 탑재하는 식으로 전개되었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다른 핵보유국들이 밟아간 단계적인 핵무력 건설경로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핵무력을 건설한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창안하고 추진한 새로운 핵무력 건설경로는 핵무력 건설에서 공개적인 방식과 비공개적인 방식을 병진시키는 한편, 핵물질생산과 핵무장을 병진시킨 경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새로운 핵무력 건설경로에 관해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된다.

첫째, 영변핵시설 건설은 1980년에 시작되었다. 미국 정찰위성이 영변핵시설을 처음 촬영한 때는 1982년 4월이었는데, 서방세계 전문가들은 그곳에 설치한 흑연감속로가 1986∼1987년에 가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영변핵시설에 설치된 전기출력용량 5메가와트급(열출력용량은 20∼30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를 1987년 이후 20년 동안 쉬지 않고 가동했어도 거기서 추출된 무기급 핵물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북이 2008년 6월 26일 당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보낸 핵신고서에 따르면, 영변핵시설에서 추출된 플루토늄 총량은 30.8kg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서방세계 언론계와 군사전문가들이 북의 핵탄 보유량을 10발이라고 추정하는 근거는, 영변핵시설에서 추출된 플루토늄 30.8kg을 전량 핵탄으로 만들었다고 보는 데 있다.

둘째,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된, 공개적인 영변핵시설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도 그러하였지만, 북도 영변핵시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큰 대규모 지하핵시설을 건설하였다. <신동아> 2001년 8월호 보도기사에 따르면, 인민군 작전부 국장을 지냈다는 탈북자가 중국에서 공안당국에 체포되어 북으로 송환되었는데, 중국 공안당국이 그의 진술에 기초하여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은 1984년에 평안북도 대관군 산악지대에서 시작한 지하핵시설 공사를 1989년에 완공하였고 그 해 말부터 핵물질을 생산하였다고 한다. 그가 말한 지하핵시설은 영변핵시설과 마찬가지로 플루토늄을 재처리하여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는 시설이었다. 대관군 지하핵시설에서 얼마나 많은 무기급 플루토늄이 생산되었는지 알기 힘들고, 북이 지하핵시설을 대관군에만 건설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건설하였을 것이므로 그 모든 지하핵시설들에서 생산된 무기급 플루토늄 총량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셋째, 북은 지상핵시설과 지하핵시설들에서 각각 추출하는 플루토늄만 가지고서는 핵탄두 생산을 대량화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라늄농축시설을 동시에 건설하였다. 우라늄농축시설은 덩치가 큰 원자로를 건설하지 않고 원심분리기들을 들여놓을 적은 공간만 있으면 되고, 또한 원자로 방출열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미국 정찰위성이 전혀 포착할 수 없다. 미국 정찰위성의 시야에는 겉모습이 지방공장처럼 보이는 북의 소규모 우라늄농축시설들이 곳곳에 수많이 건설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은 그런 우라늄농축시설을 언제부터 건설하였을까? <뉴욕 타임스> 2010년 1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북이 영변핵시설단지에 건설한 우라늄농축시설이 이란이 지난 20년 이상 개발하기 위해 힘써온 것보다 “훨씬 더 진전된(significantly more advanced)” 기술을 사용하는 시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처럼 고도로 발전된 현대식 우라늄농축시설을 설계하는 기술은 하루아침에 개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10년 이상의 기술축적시간이 요구되는 것이다. <연합뉴스> 2011년 2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유엔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비밀보고서는 북의 우라늄농축작업이 1990년대에 이미 시작된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1980년대 초 북이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한 지상 및 지하핵시설을 건설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원심분리기 제작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하였고, 1990년대 초에는 자체로 제작한 원심분리기를 들여놓은, 각지에 분산배치된 수많은 우라늄농축시설들에서 무기급으로 농축된 우라늄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북이 그처럼 수많은 비밀핵시설들에서 25년 동안 계속 생산해온 무기급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의 총량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길은 없으나, 지난 30년 동안 영변핵시설만 집중적으로 감시해온 미국이 알면 기절초풍할 만큼 방대한 분량의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한 것은 확실하다. 북은 그처럼 방대한 분량의 무기급 핵물질 전량을 당연히 핵무기화하였을 것이므로, 오늘 북의 핵탄 보유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2004년 1월 21일에 펴낸 자료 ‘북의 무기 프로그램: 총괄평가(North Korea's Weapons Programmes: A Net Assessment)’에서 북이 핵탄을 연간 13발씩 생산할 것으로 보았는데, 이것은 영변핵시설단지의 흑연감속로와 우라늄농축시설에서 생산되는 무기급 핵물질을 가지고 핵탄으로 만들었을 때 나오는 핵탄 생산량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북에서 생산해온 무기급 핵물질 총량 가운데 영변핵시설단지에서 생산하는 무기급 핵물질은 1/4밖에 되지 않고, 각지에 분산배치한 수많은 비밀핵시설들에서 생산한 무기급 핵물질은 3/4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의 연간 핵탄 생산량은 50발 정도로 추산되고, 그런 추세로 지난 20년 동안 생산하였다면 현재 북의 핵탄 총보유량은 약 1,000발로 추산된다.

2011년에 핵감축회담을 성사시킨 미국과 러시아가 2012년 말 현재 실전배치한 핵탄 총량은 미국 2,150발, 러시아 1,740발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미국에게 핵감축회담을 개최할 용의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북이 핵탄 1,000발을 실전배치하였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추정이 아니다. 만일 북이 10발밖에 되지 않는 극소량의 핵탄만 보유하였다면, 북은 핵감축회담이라는 말 자체를 꺼낼 수 없었을 것이며, 세계 최대 핵대국으로 자처하는 미국을 상대로 전면대결전을 선포하는 것도 꺼렸을 것이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군축전문지 <오늘의 군축(Arms Control Today> 2011년 1-2월 합병호에 따르면, 2010년 10월 미국 비공식 대표단이 방북하여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비롯한 북측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핵문제에 관해 자세히 논의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북측 인사들은 “북이 충분한 핵무기(enough nuclear weapons)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충분하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북이 세상에 알려진 10발의 100배에 이르는 1,000발의 핵탄을 보유하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화성 계열의 핵타격미사일들과 고폭실험 140회

북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방대한 분량의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였고, 그것을 가지고 핵탄 1,000발을 제조하였을 뿐 아니라, 그 핵탄을 탑재할 핵타격미사일을 개발하는 작업도 거의 동시에 내밀었다.

여기서 말하는 핵타격미사일이란 사거리가 4,000∼5,000km에 이르는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사거리가 10,0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뜻한다. 북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기술역량을 총집중하였고, 그 기술을 한 걸음 더 진전시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던 것이다.

북이 탄두중량 800kg의 핵탄을 탑재하고 800km를 날아가는 화성-6 단거리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때는 1981년이다. 북은 화성-6 단거리미사일을 1981년부터 1991년까지 12년 동안 1,000기 생산하였다. 또한 북은 1993년 5월 29일에 사거리 1,300km의 화성-7 준중거리미사일을 일본을 향해 동해 쪽으로 위협발사하였고, 이튿날인 5월 30일에는 사거리 2,000km의 화성-8 준중거리미사일을 괌(Guam)을 향해 서태평양 쪽으로 위협발사하였고, 사거리 4,000km의 화성-9 중거리미사일을 하와이(Hawaii)를 향해 북태평양 쪽으로 위협발사하였다. 위에 열거한 화성-6, 화성-7, 화성-8, 화성-9는 모두 핵탄을 탑재하는 핵타격미사일들인데, 북은 그러한 각종 핵타격미사일의 실전배치를 이미 1980년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완료한 것이다.

북이 백두산 1호라는 이름의 위성운반로켓을 쏘아올린 때는 1998년 8월 31일이었는데, 이것은 북이 1998년 이전에 사거리 10,000km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미 실전배치하였음을 말해준다. 북은 이미 1990년대에 단거리, 준중거리, 중거리미사일들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한 미사일강국으로 등장하였던 것이다. 북이 사거리 4,000km의 중거리미사일을 위협발사한 때로부터 오늘까지 20년 세월이 흘렀고, 북이 사거리 10,000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전배치를 물리적으로 입증한 첫 위성운반로켓 백두산 1호를 발사한 때로부터 오늘까지 15년 세월이 흘렀다. 그 긴 세월 동안 북의 핵타격미사일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을 것이며, 수많은 각종 핵타격미사일들을 생산하고 실전배치하고 성능을 향상시키고 다른 나라에 수출하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전략핵탄과 전술핵탄 약 1,000발과 각종 핵타격미사일 약 1,000기 이상을 실전배치함으로써 핵무력 순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은 세계 제4위의 전략군으로 장성한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할 때 언급한 것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타격미사일을 개발하는 사업과 핵탄 소형화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을 병진시켰다. 이것은 매우 빠른 속도로, 동시에 여러 목표를 점령하는 방식으로 핵무력을 건설을 지도하였음을 뜻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0년대부터 30여 년 동안 정력적으로 지도하였던 핵무력 건설과정에서 ‘속도전’과 ‘입체전’이라는 진공적인 사업방식이 전개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핵탄을 소형화하는 기술은 핵폭발을 모의실험화한 고폭실험을 통해 개발되는 것인데, 그런 고폭실험은 실내 또는 지하공간에서는 실시하기 힘들고 야외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이 실시한 고폭실험 흔적은 미국 정찰위성에게 노출되었다.

북은 언제부터 고폭실험을 실시하였을까? 놀랍게도 북은 1980년 초부터 20년 동안 140회 이상 고폭실험을 실시하였다. 거의 두 달에 한 차례 꼴로 20년 동안 계속 고폭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북이 핵탄에 들어가는 기폭장치를 만들기 위해 폭발실험을 실시하였다면 30∼40회로 충분한데, 140회나 실시한 것은 기폭장치를 만든 이후에도 핵탄을 소형화하는 고난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고폭실험을 계속한 것이다. <신동아> 2009년 7월호에 실린 ‘북한 핵탄두 소형화 능력 추적’이라는 제목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이 북측 상공에서 촬영한 고폭실험흔적은 처음에 크기가 컸다가 차츰 작아진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고폭실험흔적이 그처럼 소형화한 추세는 북이 핵탄을 소형화하기 위한 고폭실험을 계속 실시하면서 고폭장약을 아주 적게 쓰는 방향으로 기술적 진보를 이룩하였음을 말해준다.

2010년 10월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문제연구소(ICAS)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D) 소장 데이빗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는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 총책임자였던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와 연계된 사람이 2007년 스위스에서 체포되었을 때 스위스 사법당국이 그 혐의자의 컴퓨터를 압수하였는데, 두 종류의 정교한 신형 핵탄 설계도면을 컴퓨터 파일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데이빗 올브라이트 소장은 그 신형 핵탄 설계도면의 출처를 알 수 없다고 했지만, 그것은 칸 박사가 북에서 얻어온 핵탄 소형화 설계도면인 것이 확실하다. 1999년에 방북한 칸 박사는 평양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지하핵시설을 방문하였을 때, 소형화된 핵탄 3발이 운반대 위에 놓여 있는 현장을 목격하였다고 한다. 그의 회고담에 따르면, 북의 핵탄은 직경이 약 60cm이고, 뇌관이 64개가 들어 있는 소형화된 핵탄이었다고 한다. 칸 박사가 핵탄 직경의 길이와 뇌관수를 정확히 기억한 것은 단지 북의 소형화된 핵탄을 관찰한 것만이 아니라 북으로부터 핵탄 소형화 설계도면까지 제공받았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한다. 칸 박사의 회고담은 북이 이미 1990년대 중반에 핵탄 소형화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소형화된 핵탄을 실전배치하였음을 말해준다.

북이 소형화된 핵탄을 실전배치한 때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2006년 10월 9일 북은 극소형 핵탄 폭발실험에 성공함으로써 미국이 독점한 극소형 핵탄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음을 물리적으로 입증하였다. 북이 2008년 6월 26일 중국에 보낸 핵신고서에 따르면, 북은 2006년 10월 9일에 실시한 핵실험에서 무기급 플루토늄 2kg을 사용하였다고 기술하였는데, 무기급 플루토늄을 2kg밖에 쓰지 않는 극소형 핵탄을 만드는 고도의 핵탄제조기술을 가진 나라는 북과 미국밖에 없다.

김정은 제1비서가 제시한 새로운 병진노선

2013년 3월 31일 당중앙위원회 위원들과 후보위원들과 당중앙검사위원회 위원들이 참가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평양에 있는 당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진행되었다. 북에서는 그 전원회의를 “력사적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2013년 3월 전원회의”라고 부른다. 북에서 그렇게 부르는 까닭은,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 정세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주체혁명위업 수행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기 위한 우리당(조선로동당을 뜻함-옮긴이)의 과업에 대하여”라는 의정이 상정되고, 김정은 조선로동당 제1비서가 그 “첫째 의정에 대한 보고와 결론”을 하였기 때문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김정은 제1비서가 3월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북의 새로운 전략노선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키는 전략노선이다. 지난 몇 해 동안 북은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가장 중요한 방침으로 설정하고 그를 위해 힘써왔으므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에서 강조점은 핵무력건설에 놓였다고 말할 수 있다.

김정은 제1비서는 3월 전원회의에서 북의 핵무력건설에 대해 언급하면서,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상대가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인 미국이고 미국이 우리에게 항시적으로 핵위협을 가해오고 있는 조건에서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억척같이 다져나가야 합니다”고 지적하고, “군수공업부문에서는 우리 조국을 천하무적의 핵강국으로 빛내이기 위한 투쟁에서 다시 한 번 큰 걸음을 내짚어야”하고, “정밀화, 소형화된 핵무기들과 그 운반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며 핵무기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보다 위력하고 발전된 핵무기들을 적극 개발하여야” 한다고 언명하였다. 또한 김정은 제1비서는 “원자력공업을 현대화, 과학화하는 것은 핵물질생산을 늘이고 제품의 질을 높이며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를 보다 높은 단계에로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열쇠”라고 언명하면서, “원자력부문에서는 첨단 돌파전을 힘있게 벌려 설비와 생산공정의 CNC화, 무인화를 실현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으며, “인민군대에서는 전쟁억제전략과 전쟁수행전략의 모든 면에서 핵무력의 중추적 역할을 높이고 핵무력의 경상적인 전투준비태세를 완비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김정은 제1비서가 3월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병진노선에 따라, 2013년 4월 1일 북측 최고인민회의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을 제정하였다. 그 법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가중되는 적대세력의 침략과 공격위험의 엄중성에 대비하여 핵억제력과 핵보복타격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운다”는 것이며, “해당 기관들은 이 법령을 집행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철저히 세울 것”이라고 한다.

그와 더불어, 2013년 4월 2일에는 북측 원자력총국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자력총국은 당면하여 우선 현존 핵시설들의 용도를 병진로선에 맞게 조절, 변경해나가기로 하였다. 여기에는 우라니움농축공장을 비롯한 녕변의 모든 핵시설들과 함께 2007년 10월 6자회담 합의에 따라 가동을 중지하고 무력화하였던 5MW 흑연감속로를 재정비, 재가동하는 조치도 포함되게 된다. 이러한 사업들은 지체 없이 실행에 옮겨지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2013년 4월 11일 북측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자력공업성을 내옴에 대하여’를 발표하고 “나라의 원자력공업을 현대화, 과학화하며 최첨단 과학기술의 토대 우에 확고히 올려세워 핵물질의 생산을 늘리고 제품의 질을 높이며 자립적인 핵동력공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하여” 원자력공업성을 내오고, “내각과 해당기관들은 이 정령을 집행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철저히 세울 것”이라고 하였다.

미국의 대북정보 웹사이트 ‘38노스(38North)’는 2013년 4월 3일 최근 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이 영변핵시설을 재가동하기 위한 공사를 이미 시작하였다고 밝혔다. 이것은 김정은 제1비서가 제시한 병진노선에 따라 핵무력 강화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은 세계 제4위의 핵강국이 핵무력 강화사업을 정력적으로 추진하면, 앞으로 몇 해 뒤 핵무력 발전수준은 몰라보게 변모될 것이다.  (2013년 4월 22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