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선택은 미국이 해야 한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뎀프시 합참의장이 말한 ‘전략적 변곡점’은 무슨 뜻일까?

<뉴욕타임스> 2012년 9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군 합참본부 지휘관들과 각 지역 야전사령관들이 워싱턴 디씨 남쪽 버지니아주에 있는 콴티코(Quantico) 해병대 기지에서 “전략토론회(Strategic Seminar)”를 가졌다. 2012년에 세 번째로 열린 전략토론회였다. 미국군 수뇌부 전원이 모여 하루 종일 전쟁전략을 집중적으로 검토한 그 토론회장에는 농구장보다 더 큰 초대형 세계지도가 바닥에 설치되었고, 합참본부 지휘관들과 야전사령관들이 그 세계지도 위에서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 전쟁시나리오를 검토하였다고 한다. 오늘 미국군은 스스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에 직면하였다”고 말한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 합참의장의 발언은 전략토론회가 왜 열렸는지를 잘 말해준다.

전략토론회에서 어떤 전쟁시나리오가 검토되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 보도기사에 담긴 중요한 정보에 눈길이 쏠린다. 그것은 앞으로 2017년까지 5년 안에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군이 해외 어느 지역에서 전투를 벌이느냐 하는 문제와 상관없이, 미국 본토가 적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략토론회에서 뎀프시 합참의장은 “장차 우리 국토는 이전처럼 불가침영역(sanctuary)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였고, “우리는 미국 본토가 공격을 받는 시나리오를 작성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전략토론회에 참석한 익명의 미국군 지휘관은 “앞으로 5년 안에 일어날 미래의 전쟁에서 미국군이 어떻게 공격에 취약한지에 관한 불편한 문제들을 (전략토론회에서) 다루었다”고 말했다.

위의 정보가 말해주는 중요한 사실은, 미국 본토가 적의 공격을 받는 시나리오를 미국군 수뇌부가 2012년 중반에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그에 대응한 전쟁전략을 토론하였다는 것이다. 미국군 수뇌부는 미국 본토가 공격을 받는 시나리오를 왜 2012년 중반에 세 차례나 검토하였을까?

마틴 뎀프시가 제37대 합참의장에 취임한 때는 2011년 4월 11일이었으므로, 신임 합참의장이 미국군 전투준비태세를 혁신하려는 목적으로 2012년에 그처럼 강도 높은 전략토론회를 연이어 소집하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신임 합참의장의 군부혁신조치라고 보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심각하다.

뎀프시 합참의장은 미국군이 ‘전략적 변곡점’에 직면하였다고 말했는데, 변곡점이란 곡선이 올라가다가 갑자기 하락하는 점 또는 곡선이 내려가다가 갑자기 상승하는 점을 뜻하는 말이므로, 그가 언급한 ‘전략적 변곡점’이라는 말은 어떤 중대한 요인 때문에 미국의 전쟁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전쟁전략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 중대한 요인이란 무엇일까? 뎀프시 합참의장의 지적에 따르면, 그것은 미국 본토가 적의 공격을 받을 수 있게 된 위험한 상황을 뜻한다. 냉전체제가 해체된 이후에 그 어떤 나라도 미국 본토를 공격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난 20여 년은 이른바 ‘미국의 평화(Pax Americana)’가 실현된 시기였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평화’는 미국의 세계지배체제가 확립되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등에서 그 체제에 감히 도전하는 반미세력과 반미정권을 압도적인 침공무력으로 짓밟아 체제안정을 유지해온 것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뎀프시 합참의장의 정세인식에 따르면, 미국 본토가 적의 공격위험에 노출되는 ‘전략적 변곡점’에 직면한 오늘 ‘미국의 평화’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정세변화를 생각한다면, 미국군 수뇌부가 강도 높은 전략토론회를 세 차례 소집하여 새로운 전쟁시나리오를 집중적으로 검토할 만도 하다.

지금 미국에 맞서 무력대치상태에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과 이란뿐인데, 이란의 공격목표는 미국 본토가 아니라 이스라엘과 페르시아만에 전진배치된 미국 해군 제5함대다. 이란이 유럽대륙과 대서양을 건너 미국 북동부 지역을 타격할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려면, 앞으로 상당한 개발기간이 요구된다. 이런 정황을 생각하면, 미국 본토를 공격할 나라는 전 세계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밖에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따라서 미국군 수뇌부가 세 차례 전략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것은,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올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어떻게 막아내고, 북에게 어떤 보복공격을 가할 것인가 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100주년 인민군 열병행진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화성 13호 대륙간탄도미사일 6기가 8축16륜 초대형 자행발사대 6대에 각각 실려 등장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군 수뇌부가 전략토론회를 소집하였다는 사실이 위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이전에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들에서 몇 차례 논증한 것처럼, 미국 본토가 북의 전략적 타격을 받을 경우 미국은 그것으로 끝장이며, 따라서 무슨 전쟁시나리오 같은 것은 작성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뎀프시 합참의장은 미국 본토가 공격을 받는 시나리오를 작성하였다고 말했으니, 어찌된 일일까?

미국군 수뇌부가 검토한 새로운 전쟁시나리오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아 그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뎀프시 합참의장이 전략토론회 결론에서 언급한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미국 본토 방어를 담당한 미국군 북부사령부(Northern Command)가 국토안전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연방수사국(F.B.I.), 그리고 다른 정부기관들과 함께, 해외주둔 미국군의 잠재적인 요구(potential demands)가 미국 국토안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떤 부족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뎀프시 합참의장이 전략토론회 결론에서 언급한 북부사령부는, 미국 본토가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다른 연방정부기관들과 협력하여 전쟁피해를 최소화하고 수습, 복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피해복구 지휘부’다.

적의 대량파괴무기 공격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지키는 방어임무는 북부사령부가 아니라 전략사령부(Strategic Command)가 수행한다. 이를테면, 북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오는 30여 분 안에, 치명적인 위험상황을 재빨리 포착하고 미사일방어망을 가동하는 임무, 그리고 북에게 전략적 보복공격을 가하는 임무는 전략사령부가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미전쟁은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사령부와 미국군 전략사령부의 운명적 대결이 될 것이다.

그런데 <뉴욕타임스> 보도기사를 읽어보면, 뎀프시 합참의장이 전략토론회 결론에서 북부사령부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정작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전략사령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군 수뇌부가 전략토론회에서 검토한 새로운 전쟁시나리오에 관해 언론에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아서 그런 식의 보도기사가 나온 것일 뿐이지, 전략토론회의 실제 분위기는 전혀 달랐을 것이다. 미국군 수뇌부가 소집한 세 차례 전략토론회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검토한 것은, 전략사령부의 역할과 임무를 어떻게 하면 더욱 강화하여 북미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이 북미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도는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된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길밖에 없다. 만일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이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된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하여 단 한 번이라도 뚫리는 경우, 미국은 멸망의 길에 들어서게 되는 판이니, 전략토론회에서 미국군 지휘부가 미사일방어망에 의거한 새로운 전쟁시나리오를 집중적으로 검토하였으리라고 보는 것은 전혀 무리한 추측이 아니다.

외기권 요격체는 화성 13호 탄두를 격파할 수 있을까?

미국은 미사일방어망을 가동하여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고 북미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북미전쟁 분위기가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는 오늘, 극도로 예민한 이 물음의 답을 찾으려면, 미국이 실전배치한 미사일방어망의 요격능력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다행하게도, 미사일방어망의 요격능력을 말해주는 중요한 정보를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 뉴스>가 2013년 1월 26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비교적 상세히 알려주었다.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이 개량형 외기권 요격체(Exoatmospheric Kill Vehicle)를 쏘아올리는 시험발사를 지난 1월 26일에 성공적으로 실시하였다고 한다.

외기권 요격체(EKV)란 적국이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는 격파미사일이다. 미국 레이시온(Raytheon)사가 개발하고 있는 외기권 요격체는, 미국 보잉(Boeing)사가 개발하고 있는 350억 달러짜리 지상배치 중고도 방어 프로그램(Ground-Based Midcourse Defense Program)에서 핵심을 차지한다.

그런데 미사일방어국이 지난 1월 26일 성공하였다고 밝힌 외기권 요격체 시험발사는, 미국 본토를 향해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미사일 모의탄두를 요격체를 발사하여 외기권에서 명중시킨 격파시험이 아니었다. 그 날 실시한 시험발사는 외기권 요격체가 대기권 밖으로 발사되어 미리 정해진 방향과 고도에 따라 궤도비행을 한 것뿐이었다. 미사일방어국이 2010년 12월에 실시했던 외기권 요격체 시험발사는 실패하였는데, 실패 여파 때문에 2년 동안 잠잠하다가 이번에 북이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쏘아올린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서둘러 시험발사를 재개한 것이다.

그러나 외기권 요격체 시험발사 성공률은 이제껏 53%에 머물러 있다. 이것은 미사일방어국이 외기권 요격체 10기를 발사해도, 그 가운데 5기만 외기권에서 정해진 궤도를 비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격체가 외기권에 올라가 정해진 궤도를 비행한다고 해서, 날아오는 미사일 탄두를 요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사일방어국이 시험발사한 외기권 요격체가 미사일 모의탄두를 외기권에서 격파한 성공사례는 없다.

위에서 언급한 <블룸버그 뉴스>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사일방어국은 지난 1월 26일에 발사한 것과 똑같은 개량형 외기권 요격체 10기를 알래스카주에 있는 포트 그릴리(Fort Greely) 기지에 실전배치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시험발사 성공률이 53%밖에 되지 않는 미완성 외기권 요격체 10기를 배치해두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심한 공포를 느꼈으면, 그처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요격체를 서둘러 배치해두고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 하였을까.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이 도달한 군사과학기술수준을 따져보면, 미사일방어국이 발사한 외기권 요격체 10기 가운데 한 발도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탄두를 격파하지 못한다. 외기권에서 미국 본토를 향해 초속 7km 이상의 초고속으로 내리꽂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탄두를 무슨 수로 격파할 수 있겠는가. 만일 ‘최후 결전’에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사령부와 미국군 전략사령부의 운명적 대결이 벌어지는 경우,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사령부가 이길 것이라는 점은 그로써 자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2012년 9월 11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기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미국의 과학자들, 군사전문가들로 구성된 전국조사협의회(National Research Council)가 2년 동안 미사일방어망을 정밀검증한 239쪽 분량의 보고서에 관한 보도기사다. 그 보고서는 북이 서태평양에 있는 미국군 전략거점인 괌(Guam)을 타격할 중거리미사일밖에 실전배치하지 못하였다고 보는 오판을 전제로 하여 작성된 것인데도, 그 보고서의 결론은 미사일방어망을 가지고서는 북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탄두를 요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사의 미사일 및 우주개발사업 부문 대표를 지냈고, 지금은 전국조사협의회 공동의장인 데이빗 몬터그(L. David Montague)는 “미국이 경비문제와 실용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막대한 경비가 드는 미사일방어전략에 너무 오랫동안 힘써왔다”고 그 보고서에서 지적하였다.

북의 표현을 빌리면, ‘최후 결전’에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철천지 원쑤 미제의 머리 우에 들씌울 멸적탄두”는 전략 핵탄두 아니면 초전자기파 탄두(super-EMP warhead)일 것이므로, 미국이 쏘아올린 요격체가 그 탄두를 미국 본토 상공에서 격파하는 순간 강력한 전자기파 폭풍이 미국 본토를 덮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미국 본토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대기권 밖의 우주공간으로 외기권 요격체를 쏘아올려 북의 탄두를 격파하려는 것이지만, 외기권에서 격파한다고 가정해도 전자기파 폭풍이 미국의 위성체계를 파괴할 치명적 위험이 있으므로, 미국이 북의 ‘최후 일격’을 피할 가능성은 그 어떤 경우에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외기권 요격체를 발사해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밖에 다른 방어책이 없으므로 외기권 요격체 개발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 뎀프시 합참의장이 전략토론회에서 말한 ‘전략적 변곡점’이란, ‘세계 최강’의 상승곡선을 타던 미국의 군사력이 2012년 4월에 북이 공개한 화성 13호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직격위험 앞에서 갑자기 하강곡선을 타게 된 변화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척 헤이글이 인준 청문회에서 꺼내놓은 세 마디 말

2013년 1월 31일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진행된 국방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척 헤이글(Chuck T. Hagel) 국방장관 지명자가 북에 관해 발언하였다. 연방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 국방장관 지명자가 북에 관해 발언한 것은 무심히 스쳐지나갈 일이 아니다. 그런데 척 헤이글 지명자의 대북관련 발언을 보도한 <AP통신> 기사에 따르면, 그는 이란의 핵개발 문제에 관해 답변하는 중에 대북관련 발언을 “덧붙였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보충설명이 요구된다.

중동의 깡패국가 이스라엘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가 미국 연방의회에 팽배한 사실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바 있는데, 바로 그런 친이스라엘 분위기 때문에 연방의회의 시선은 언제나 이란-이스라엘 적대관계에 집중되고, 이란의 핵개발 문제가 악의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척 헤이글 지명자를 출석시킨 가운데 진행된 그 날의 인준 청문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준 청문회에 나온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척 헤이글 지명자가 이란을 은근히 두둔하고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는듯한 인상을 풍겼던 그의 과거 발언을 들춰내어 물고 늘어졌다. 척 헤이글 지명자가 자신의 국방장관 자격문제를 검증하던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말싸움’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대북관련 발언을 불쑥 꺼내놓은 것은, 그가 국방장관에 임명되는 경우 미국의 친이스라엘-반이란 정책에서 혼선이 빚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의혹을 품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질문공세에 답변하던 중에 있었던 일이었다.

척 헤이글 지명자는 이란의 핵문제에 관해 답변하던 중에 왜 대북관련 발언을 불쑥 꺼내놓았을까? 지금 미국이 직면한 심각한 위험은 이란-이스라엘 적대관계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 북측-미국 적대관계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에 일깨워주기 위해 그가 대북관련 발언을 불쑥 꺼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척 헤이글 지명자가 그 자리에서 불쑥 꺼내놓은 대북관련 발언은 <AP통신> 보도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는데, “북이 위협을 넘어섰다. 북은 실질적인 핵강국이며, 아주 예측 불가능하다(North Korea is beyond a threat. It's a real nuclear power and quite unpredictable)”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이 직면한 심각한 위험이 짤막한 세 마디 말 속에 압축되어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정보자문이사회(Intelligence Advisory Board) 공동의장이며, 미국 국방부의 국방정책이사회 자문위원회(Defense Policy Board Advisory Committee) 위원인 척 헤이글이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상원의원들보다 대북정보에 더 정통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그가 세 마디 말로 압축한, 미국이 직면한 심각한 위험을 풀어서 다시 서술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북이 위협을 넘어섰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미국이 북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단계를 넘어서, 북의 공격을 받게 된 매우 위태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역대 미국 국방장관들 가운데 북의 위협에 대해 언급한 사람들은 있었지만, 북이 위협을 넘어섰다는 긴박한 사정에 대해 언급한 사람은 없었다. 이것은 척 헤이글 지명자가 북이 ‘대미 최후 결전’을 선포하고 개전준비를 완료한 오늘의 긴박한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임박한 북의 제3차 핵실험은 미국을 겨냥한 북의 위협이 아니라, 그런 위협수준을 넘어서 ‘대미 최후 결전’을 개시하기 위한 대외적 ‘명분쌓기’라는 사실을 그가 간파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북의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를 범죄시하면서 유엔안보리를 동원해 대북제재를 추가하는 결의를 채택한 미국의 적대행위는 ‘대미 최후 결전’ 준비를 완료한 북을 제3차 핵실험으로 떠밀었고, 북이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면, 미국은 그것을 또 다시 걸고 들면서 적대행위를 추가할 것이 분명하다. 북미적대관계가 그렇게 단계적으로 악화되면, 북은 미국의 적대행위에 맞서 ‘최후 결전’을 벌일 대외적 명분을 갖게 되는 것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은 그런 식으로 개전에 다가서는 중이다. 그러므로 “북이 위협을 넘어섰다”는 척 헤이글 지명자의 발언은, 지금 단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조국통일대전’ 개전 분위기를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둘째, “북은 실질적인 핵강국”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남측 수구언론매체들은 이 영어문장을 번역할 때 누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는 영어단어를 핵보유국이라고 번역해 기사화하는 꼼수를 부렸다. 그러나 척 헤이글 지명자가 사용한 누클리어 파워라는 영어단어는 핵강국으로 번역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국제사회에서는 핵보유국(state with nuclear weapons) 또는 핵무장국(nuclear-armed state)이라는 개념과 핵강국(nuclear power)이라는 개념을 엄격히 구별하여 쓴다. 예컨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핵보유국 또는 핵무장국이지만, 핵강국은 아니다.

그런데 척 헤이글 지명자는 북을 가리켜 왜 핵보유국 또는 핵무장국이라 하지 않고 핵강국이라고 하였을까? 그 날 인준 청문회에 앉아있었던 군사위원회 소속 상원의원들보다 군사정보에 훨씬 더 정통한 그가 이란의 핵개발이라는 예민한 주제를 놓고 ‘말싸움’이 벌어진 자리에서 핵강국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해 헷갈려 썼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척 헤이글 지명자는 북을 가리켜 그냥 핵강국이라고 하지 않고, “실질적인(real) 핵강국”이라고 한층 더 명료하게 언명하였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가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5대 핵강국이라면, 북은 국제사회에서 공인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인 핵강국이라는 사실이 그 발언에 담긴 뜻이다. 오늘 국제사회에서 북이 차지하고 있는 제6핵강국 지위를 정확하게 지적한 발언으로 들린다.

기존 5대 핵강국과 어깨를 겨루며 세계무대에 등장한 제6핵강국이 ‘대미 최후 결전’을 선포하고, 결전실행단계에 다가서고 있으니, 척 헤이글 지명자가 어찌 “북이 위협을 넘어섰다”는 긴박한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셋째, “북은 아주 예측불가능하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미국이 대북군사정보에서 무력하다는 뜻이다. 대비하여 말하자면, 이스라엘과 미국을 겨냥한 이란의 군사행동은 미국이 사전에 예측할 수 있지만,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북의 군사행동은 미국이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척 헤이글 지명자가 공식석상에서 인정한 것이다.

미국이 자기를 겨냥한 북의 군사행동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척 헤이글 지명자의 말은, 인민군의 군사적 기만전술과 은폐전술이 뛰어나고, 기습타격력과 전쟁수행력이 강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산악지대에 은폐된 작전갱도에서 불시에 밖으로 튀어나온 자행발사대가 미국 본토를 향해 화성 13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지, 아니면 해안에 은폐된 갱도기지에서 불시에 바다로 나온 전략잠수함이 미국 본토에 은밀히 접근하여 화성 10호 수중발사 전략미사일을 발사할지 미국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그것만이 아니라, 인민군이 미국 본토를 기습공격으로 들이치게 될지 아니면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의 기지를 기습공격으로 들이치게 될지 미국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민군이 사전공격징후를 적국에 전혀 노출하지 않기 때문이고, 또한 인민군의 공격이 적을 혼란에 빠뜨릴 만큼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척 헤이글 지명자가 인준 청문회에서 “북은 아주 예측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은, 그가 북의 전쟁전략을 알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북의 ‘최후 결전’, 미국의 ‘최종 선택’

2012년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세 차례 소집된 전략토론회에서 미국군 수뇌부는 2015년까지 5년 안에 미국의 본토가 공격을 받는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전쟁시나리오를 검토하였지만, 북의 ‘대미 최후 결전’ 선포는 미국군 수뇌부의 전쟁시기예측을 빗나가게 만들었다.

만일 미국이 상황을 오판하여 북의 ‘최후 결전’에 맞서 전쟁을 벌이는 경우, 미국이 입게 될 전쟁참화는 척 헤이글 지명자의 표현대로 “아주 예측불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최후 결전’ 준비를 완료한 제6핵강국과 전쟁을 벌였다가는, 미국이 멸망의 길로 굴러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만일 북미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북도 전쟁피해를 피할 수 없지만, 미국이 입게 될 전쟁참화는 북이 입게 될 전쟁피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고 참혹할 것이다. 북은 전쟁피해를 복구할 수 있지만, 미국이 전쟁참화를 입으면 미국의 국운은 그것으로 끝난다.

이처럼 긴박해진 현재 상황은 미국에게 한 가지 ‘최종 선택’밖에 주어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지금 미국이 북의 ‘최후 결전’을 앞두고 직면한 ‘최종 선택’이란 다른 게 아니라 종전이다. 전쟁도 아니고 종전도 아닌, 제3상태 곧 정전은 더 이상 미국의 선택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북의 ‘최후 결전’이 다가오는 긴박한 상황에서 미국은 60년 묵은 한반도 정전상태를 평화협정 체결로 종식해야 하는 ‘최종 선택’의 막판에 내몰린 것이다. 그 ‘최종 선택’의 막판은 237년을 헤아리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심중한 판단과 결정을 요구하는 초긴장 상황이기도 하다.

북은 이미 ‘대미 최후 결전의 문지방’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 2013년 2월 1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1월 29일 북에서는 전시작전갱도를 임의의 시각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전쟁준비를 완료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고, 당과 국가의 고위급 간부들이 집무실에서 숙식하며 24시간 최고사령관 명령을 대기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북이 지난 1월 29일부터 이미 전투동원태세에 돌입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중앙통신> 2013년 2월 3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하였다. 회의에는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성원들,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전략로케트군을 비롯한 대련합부대의 지휘성원들이 참가하였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회의에서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지켜나가는 데서 강령적 지침으로 되는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투동원태세를 명령하고,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그 회의에서 ‘중요한 결론’을 내린 것은, 60년 묵은 미국과의 악연을 이번에 기어이 끊어버릴 ‘최후 결전’ 결심이 확고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미국을 압박하려는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기 위해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소집되었다는 <연합뉴스> 추측보도는, 북의 ‘대미 최후 결전’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지가 빚어낸 오보다.

누구나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상황은 긴박하다. 60년 묵은 한반도 정전상태를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최종 선택은 이제 미국이 해야 한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2013년 2월 4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