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변화조짐 보이는 한반도 정세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재정절벽’ 위험과 ‘복무정상화 계획’ 중단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가 곧 시작된다. 앞으로 재임기간 4년 동안 미국을 통치하게 된 그에게는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떠밀린 위험에서 미국을 구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구국임무’가 주어졌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가 매우 어렵다고 했지만, 자본주의시장경제에서 생겨나는 대공황의 필연성을 생각하면, 미국을 ‘재정절벽’ 위험에서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가 2013년 1월 2일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에 기고한 글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오는 2월 말 미국 정치권에서 다시 불붙게 될 부채상한선과 재정지출삭감에 관한 격돌은 오바마의 ‘구국임무’가 왜 불가능한지 잘 말해준다.

만일 미국이 ‘재정절벽’에서 굴러 떨어지는 재앙이 일어나면, 정상국가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보이지 않으며, 미국이 관리해오는 세계적 범위의 자본주의시장경제가 이전처럼 존속할 가망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백악관과 연방의회는 미국인들이 느낄 심리적 충격과 공포를 의식해서 ‘재정절벽’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어물어물 넘어가지만, 재앙위험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되고 말았다.

미국이 직면한 위험은 단계적으로 악화되는 몰락경로를 따라 종말단계에 들어서고 말았다. 몰락경로를 단순화하면, 발생단계(과잉생산 및 과잉신용 극대화)→악화단계(‘거품경제’ 붕괴)→위험단계(금융자본 파산)→종말단계(국가재정 파산)로 이어졌고, 결국 재앙이 다가오는 것이다. 지금 미국이 ‘재정절벽’에 떠밀린 것은 재앙이 임박한 종말단계에 들어섰음을 뜻한다. 오바마 행정부와 연방의회는 ‘재정절벽’에서 벗어나려는 모질음을 쓰고 있지만, 탈출방도는 없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재정절벽’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며 시간문제인 것이다.

미국이 ‘재정절벽’에 떠밀린 사상 최악의 위급하고 위험한 시기에 대통령에 재선된 오바마는 재앙과 몰락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될 불행한 대통령으로 미국 역사에 기록될지 모른다. 미국이 북에서 일어나기를 고대하던 이른바 ‘급변사태’는 북이 아니라 미국에서 일어날 것이다.

미국이 ‘재정절벽’에서 굴러 떨어지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태가 일어날까? 세계적 범위에서 자본주의시장경제가 무너질 것이고, 그 거대한 붕괴의 충격파가 세계 곳곳에서 지각변동을 일으켜 국제정세가 격변을 겪을 것이다. 세계격변의 중심에 한반도 정세가 놓여있다. 

한반도 정세는 준전시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북과 미국의 적대관계, 그리고 지배와 추종의 굴레를 씌운 남과 미국의 ‘동맹관계’에 의해 지난 60년 동안 고착되었는데, 미국이 ‘재정절벽’에서 굴러 떨어지면, 그처럼 장기적으로 고착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며 해체되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미국이 ‘재정절벽’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처럼, 한반도 정세도 근본적인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2013년 새해 분위기는 마치 폭풍 전야의 정적과 방불한 듯 조용하지만, 분석의 시선을 집중하면 일련의 심상치 않은 현상들이 곳곳에서 드러나 보인다. 특히 요즈음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반도 정세에 관련된, 주목할 만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일련의 현상들은 무관하게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서로 연관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과 미국의 적대관계에 의해 고착된 한반도 정세가 격변을 앞둔 시점에 이르면, 우선 군사부문에서부터 변화조짐이 나타나는 법이다. 한반도 군사정세와 관련하여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조짐은 아래와 같다.

미국군 소식지 <성조(Stars & Stripes)> 2012년 6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 관계자들이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캠프 케이시(Camp Casey)에 주둔하는 제210포병여단(210th Fires Brigade)을 경기도 평택에 확장건설 중인 캠프 험프리즈(Camp Humphreys)로 이전하지 않고 남아있기로 하였다고 한국군 관계자들에게 말했다. 다련장로켓포로 중무장한 제210포병여단은 주한미2사단 핵심부대다.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한반도 전선 최전방에 전진배치한 주한미2사단을 2016년까지 남쪽으로 이전하여 재배치하기 위해 평택에 캠프 험프리즈를 확장건설하는 중이다. 그런데, 주한미2사단 핵심부대가 평택으로 내려가지 않고 동두천에 계속 남겠다니, 이건 무슨 소리일까?

2012년 10월 6일 주한미국군 관계자는 <연합뉴스> 취재기자에게 미국 육군성이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에 있는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Joint Base Lewis-McChord)에 주둔하는 제23화학대대(23rd Chemical Battalion)를 2013년 3월까지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최전방 기지 캠프 스탠리(Camp Stanley)로 이전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원래 제23화학대대는 캠프 스탠리에 주둔하였던 화학전 부대인데, 주한미국군이 장악했던 ‘10대 군사작전임무’를 한국군에게 순차적으로 하나씩 넘겨주는 과정에서 화학전 임무도 넘겨주면서 2004년에 미국 본토로 철수한 부대다. 그런데 8년 전에 철수한 부대가 다시 의정부로 돌아간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평택으로 이전하려던 제210포병여단이 동두천에 계속 주둔할 뿐 아니라, 미국 본토로 철수했던 제23화학대대가 다시 의정부로 돌아가는 것은 최전방에 배치된 주한미2사단이 평택으로 옮겨가지 않고 현 위치에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미국 군부가 주한미국군을 후방으로 이동해 재배치하려던 이른바 ‘복무정상화 계획(tour normalization plan)’을 중단하였음을 말해준다. ‘복무정상화 계획’이란 주한미국군 28,500명 가운데 50%에 이르는 14,250명이 자기 가족을 동반하여 복무기간 3년 동안 남측에 주둔할 수 있도록 평택에 대규모 기지를 건설하고 최전방에 배치된 주한미2사단을 평택기지로 이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군부는 왜 ‘복무정상화 계획’을 중단하였을까? 한 마디로 말하면, 2008년부터 미국 군부가 추진해온 ‘복무정상화 계획’이 미국이 직면한 ‘재정절벽’ 위험 때문에 4년 만에 갑자기 중단된 것이다.

주한미국군 감군방안과 고고도 무인정찰기 판매

미국 군부가 ‘복무정상화 계획’을 중단한 사태와 관련하여 미국 정치권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건이 있었다.

2013년 1월 2일 미국 연방의회 상원과 하원은 주한미국군의 ‘복무정상화 계획’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그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라고 결정하였다. 이 결정과정에서 연방상원은 연방하원에 비해 더 단호한 태도를 취했는데, 연방상원은 백악관에게 ‘복무정상화 계획’ 자체를 아예 폐기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복무정상화 계획’에 대해 연방상원이 그처럼 단호한 폐기요구를 결정한 까닭은, 연방상원 군사위원회가 그 계획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연방상원 군사위원장 칼 레빈(Carl Levin)은 2011년 6월 9일 리언 패네타(Leon E. Panetta) 당시 국방장관 내정자에 대한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주한미국군 기지이전을 비롯한 동아시아 주둔 미국군 재배치 계획이 “현실적이지 않고, 실현될 수도 없고, 실행할 형편도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였다. 연방상원 군사위원장이 그렇게 반대하였으니, 연방상원 군사위원회가 ‘복무정상화 계획’을 승인할 리 없다. 2011년 6월 18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는 주한미국군의 ‘복무정상화 계획’을 보류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미국이 직면한 ‘재정절벽’ 위험이 계속 악화되는 것에 따라서,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보류결정이 이번에는 연방상원 전체의 폐기결정으로 확대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방의회가 주한미국군의 ‘복무정상화 계획’을 반대하는 까닭은, 그 계획을 추진하는 데 들어갈 예산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2012년 6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2012년 6월 12일 미국 워싱턴 디씨에 있는 전국기자협회(National Press Club)에서 열린 안보문제 토론회에 참석한 연방상원 군사위원장 칼 레빈은 ‘복무정상화 계획’과 관련하여 발언한 대목에서 주한미국군 한 가구당 매달 10,000달러씩 대줘야 하는 경비지출을 미국 연방정부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 군부는 주한미국군의 ‘복무정상화 계획’을 중단하였고, 연방상원은 그 계획의 완전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그 계획을 폐기하는 경우, 백악관은 어떤 대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백악관은 ‘복무정상화 계획’ 폐기에 따른 대안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 그 계획을 가장 강하게 반대한 칼 레빈 상원의원의 입에서 대안이 나왔다. 2012년 6월 12일 워싱턴 디씨에 있는 전국기자협회에서 열린 안보문제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주한미국군 병력을 감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복무정상화 계획’의 폐기에 따른 대안이 주한미국군 감군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은 칼 레빈 상원의원이 처음 제기한 것이 아니다. 백악관은 2004년 6월에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을 검토하였으나 실행에는 옮기지는 못하였다. 백악관이 8년 전에 검토한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은 주한미국군 현 병력 28,500명 가운데 12,500명을 철수하는 것이다.

8년 전에 검토되었다가 흐지부지된 주한미국군 감군문제를 칼 레빈 상원의원이 다시 꺼낸 것은, 미국이 ‘재정절벽’에서 굴러 떨어지느냐 마느냐 하는 재앙위험이 조성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복무정상화 계획’을 폐기하는 경우, 주한미국군을 현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병력을 대폭 감축하여 주둔경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것은 백악관이 8년 전에 검토하였던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을 다시 검토할 수밖에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백악관이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에 시동을 다시 걸려면, 감군에 따른 군사적 보완책과 정치적 사전준비가 선행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주한미국군 대폭 감군을 위한 군사적 보완책이란 미국이 한국군의 작전능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한국군에게 가장 취약한 공중정찰능력을 강화시켜주어야 한다. 2012년 12월 21일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Global Hawk)’ 4대를 남측에 팔겠다고 미국 연방의회에 통보한 것은 바로 그러 배경에서 나온 행동이다.

원래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미국에서 사오려고 시도한 것은 노무현 정부였다. 노무현 정부는 한국군의 공중정찰을 전적으로 미국군에게 의존하는 답답한 현실을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글로벌 호크’를 팔아달라고 미국에게 요청했지만, 미국은 2005년 6월에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에서 ‘글로벌 호크’는 해외에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판매요청을 거부하였다.

7년 전에는 판매하지 않겠다고 잡아뗐던 미국이 이제는 ‘글로벌 호크’를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 2012년 12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에 따라 (한국군의) 정보수집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한국에 글로벌 호크가 필요하다”고 연방의회에 판매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미국이 그 동안 ‘글로벌 호크’를 남측에 판매하지 않았던 까닭은, 한국군이 미국군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공중정찰을 실시하고 작전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도록 한국군 지휘부를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중정찰을 통한 군사정보수집능력이 없으면 작전계획도 수립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이 ‘글로벌 호크’를 남측에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작전계획을 수립하도록 허락한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공동작전계획’을 수립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공동작전계획은 ‘공동작전계획 5015’라는 가칭으로 불리는데, 이미 4년 전에 실행단계에 들어섰다. <연합뉴스> 2009년 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군부와 한국 군부는 2008년 7월 공동작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합의하였고, 2009년 7월까지 공동작전계획 수립을 완료하기로 하고, 그 해 8월에 실시된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합동전쟁연습에서 새로운 공동작전계획을 연습하고, 그런 식으로 연습을 계속한 뒤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반환한다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오바마의 국무장관, 국방장관 지명

‘재정절벽’ 위험에 빠진 백악관은 주한미국군을 대폭 감축하기 위해 군사적 보완책만 추진해야 하는 게 아니다. 백악관은 군사적 보완책과 함께 정치적 준비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에서나 군사와 정치는 분리되지 않는다.

요즈음 백악관이 대북관계에서 생각하는 정치적 준비란, 위에 인용한 칼 레빈 상원의원의 발언에서 드러난 것처럼, 대북 적대관계를 완화하는 것이다. 북미 적대관계가 지금처럼 첨예한 상태에 있으면, 주한미국군 대폭 감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재정절벽’ 위험에 빠진 백악관은 주한미국군을 대폭 감축하기 전에 북미 적대관계를 완화할 정치적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집권 2기에 들어선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적대관계를 완화하려면, 그런 조건에 맞는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지명해야 한다. 힐러리 클린턴(Hillary R. Clinton)이나 리언 패내타처럼 툭하면 취재기자들에게 자극적인 대북 적대발언을 꺼내는 사람을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에 기용하였다가는 대북 적대관계를 완화하기는커녕 되레 더 악화시키기 십상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12월 21일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존 케리(John F. Kerry)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지명하였다. 다선 상원의원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출마한 경력이 있는 거물급 정치인 존 케리는 힐러리 클린턴과 비교할 때, 대북 적대관계를 완화시킬 ‘적임자’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1기 내내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적대정책을 고집하고 있을 때, 케리 상원의원은 북미 양자회담 개최를 주장하였다. 이를테면, 2011년 3월 1일 미국의 대북정책에 관한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있은 외교위원장 모두발언에서 케리 상원의원은 한반도에서 현상유지를 계속하는 것은 북이 핵과 미사일을 더 많이 만들어낼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북미 양자회담 개최를 주장한 바 있다. 모두발언에서 그는 “미국이 북과 대화하는 것이 북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는 것이라는 정치논쟁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북과 대화하기 위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 하며, 선의를 갖고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 2기에 들어선 오바마 대통령이 ‘전략적 인내’를 비판하고 북미 양자회담을 주장한 케리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지명한 것은 북미 적대관계를 완화하려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 수 없다. 백악관이 북미 적대관계를 완화하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재정절벽’ 위험, ‘복무정상화 계획’ 폐기,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에 따른 불가피한 행동이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 2013년 1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1월 7일 척 헤이글(Chuck Hagel)을 국방장관에 지명한다. 헤이글이 차기 국방장관 물망에 올랐다는 소문이 워싱턴 정가에 퍼지기 시작한 때는 2012년 12월 초였다. 헤이글은 2008년까지 공화당 소속 네브라스카주 연방상원을 지냈고, 2009년부터 대통령 정보자문회의(President's Intelligence Advisory Board) 공동의장으로 일해 왔다.

주목하는 것은 헤이글의 정치성향이다. 헤이글은 2005년 8월 당시 부쉬 행정부의 이라크 무력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였고, 2007년 7월에는 이라크 무력침공에 동원된 미국군을 120일 안에 철군하라고 요구한 민주당 결의안에 찬성한 세 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철군론을 주장하였고, 2011년부터는 아프가니스탄 무력침공에 동원된 미국군을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미국의 이란 제재조치에 대해서도 강한 반대의사를 여러 차례 표명하였다.

비록 헤이글의 당적은 공화당이지만, 그는 무력침공, 군사점령, 제재조치에 매달렸던 부쉬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하였던 매우 특이한 정치인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헤이글은 철군론자이며 제재반대론자인 것이다. 헤이글에게 그러한 정치경력이 있기 때문에 2013년 1월 6일 미국의 저명한 진보성향 영화감독인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가 개혁성향의 온라인 언론매체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에 헤이글의 국방장관 지명을 지지하는 기고를 발표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존 케리를 국무장관에, 척 헤이글을 국방장관에 각각 지명한 것은, 백악관이 올해 대북 적대관계를 완화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이 대북 적대관계를 완화하면, 당연히 주한미국군 감군방안도 추진할 것이다.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지냈고 방북경험이 많은 빌 리처드슨(Bill Richardson)이 구글(Google) 회장 에릭 슈미트(Eric Schmidt)와 함께 2013년 1월 초에 방북길에 오르는 것은 이러한 변화조짐과 무관한 게 아니다.

‘통일의 날’을 바라보는 민족, ‘천하제일강국’을 꿈꾸는 북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북도 최근 워싱턴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와 같은 변화조짐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북은 주시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미국이 ‘재정절벽’에서 굴러 떨어지는 재앙이 일어나면, 북은 자기의 주적이 재앙에 빠진 상황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북은 100년 만에 찾아올까 말까 한 그런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반도 정전체제 종식을 위한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런 대응행동을 이미 세상에 선포한 바 있다. 2012년 8월 25일 동부전선 시찰길에 진행한 8.25 경축연설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조국통일대전’ 준비완료를 선포한 것은, ‘재정절벽’에 떠밀린 주적을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것이며, 미국이 지난 60년 동안 고착시켜온 한반도 정전체제를 무력으로 완전히 종식시켜 버리겠다는 실로 대담무쌍한 전략방침을 밝힌 것이다. 그리하여 2013년의 북미관계는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미국의 ‘재정절벽’ 위험과 북의 ‘조국통일대전’ 준비완료를 상호연관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절벽’과 북의 ‘조국통일대전’ 준비완료를 상호연관적으로 인식하면서 한반도 정전체제의 종식을 전망하면, 정전체제는 북이 미국을 정치적으로 굴복시키고, 미국은 북에게 정치적으로 굴복하는 방식으로 급속히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2012년 4월과 8월에 각각 밀사를 평양에 보낸 대북 ‘애걸외교’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야말로 북의 완강한 기세 앞에서 미국의 ‘콧대’가 꺾이고 말았음을 말해주는 명백한 사례다.

분석의 시선을 ‘재정절벽’에 떠밀린 미국에게만 고정시킬 게 아니라 ‘조국통일대전’ 준비완료를 공언한 북으로도 돌려볼 필요가 있다. 요즈음 북에서 나오는 언론보도에는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신조어가 자주 쓰이는 현상이 보인다. 시선을 끄는 신조어는 ‘천하제일강국’이라는 말이다. ‘천하제일강국’이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라는 뜻인데, 북은 왜 그런 말을 쓰기 시작하였을까?

최근에 나온 북의 언론보도를 분석해보면, ‘천하제일강국’이라는 신조어를 통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세계정세인과 전략구상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이 ‘재정절벽’에 굴러 떨어지고, 그 충격파로 세계적 범위에서 자본주의시장경제가 무너지는 재앙에 대비하여, 제국주의지배질서와 자본주의세계체제의 ‘폐허’를 딛고 올라서서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건설하고 세계무대에 ‘천하제일강국’으로 등장하려는 것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세계정세인식과 전략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경축연설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측 인민들과 장병들에게 선포한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라는 구호에 담긴 의미는, 바로 그러한 세계정세인식에 근거하여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북이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한 것은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2012년 12월 12일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에 성공하여 첨단과학기술로 추진하는 우주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시동이 걸렸음을 말해준다.

북은 이처럼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하고,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재정절벽’ 위험에 빠져있으니,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집권 2기에 들어선 오바마 행정부가 국무장관, 국방장관 인준절차를 마치고 나면, 북미 양자회담을 추진하게 될 것인데, 북은 그 기회에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평화회담으로 미국을 끌고 갈 것이다. 특히 2013년 7월 27일은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 되는 날인데, 이를 계기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려는 각계각층의 요구가 서울, 평양, 워싱턴 디씨에서 제기될 것이다.

북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것은 주한미국군 철군을 결정적으로 촉진시키기 위함이다. 집권 2기에 들어선 오바마 행정부는 ‘복무정상화 계획’을 폐기하고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을 추진하게 될 것이지만, 북은 그 기회에 감군이 아니라 철군을 위한 담판으로 미국을 끌고 갈 것이다. 만일 백악관이 북의 평화회담과 철군담판 요구를 끝내 거부하는 경우, 미국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준비완료를 선포한 ‘조국통일대전’을 피할 길이 없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북이 미국을 상대로 추진하려는 평화회담과 철군담판은 ‘재정절벽’ 위험에 떠밀린 백악관에게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엉터리 분석가들이 6자 회담 재개를 언급하는 것은 무지몽매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평화회담과 철군담판은 평화통일 실현을 촉진시킬 결정적인 요인이다. 평화회담과 철군담판에 의한 북미관계의 근본적 변화는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통일 실현을 성큼 앞당길 것이다. 이미 지난 이야기지만,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국군 철군을 주장하는 남측의 유일한 진보정당인 통합진보당이 분당사태와 종북모략에 휘말려 약화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이행하겠노라고 선언한 민주통합당 후보가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하여 정권교체가 실현되었더라면,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통일 실현은 그야말로 급속도로 추진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곧 출범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오바마 행정부 임기 4년 안에 북미관계가 평화회담과 철군담판으로 진전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렇게 전망하는 논거는, 미국이 직면한 ‘재정절벽’ 위험과 북이 완료한 ‘조국통일대전’ 준비가 지난 20년 동안 줄곧 공방전만 거듭해온 북미관계를 뒤집어놓고, 미국을 평화회담과 철군담판으로 끌어갈 것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의 갈등관계를 중심에 놓고 한반도 정세를 인식하는 시각은,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가 하늘을 바라보는 시야처럼 너무 협소하다.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한 북은 전쟁이냐 평화냐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는 최후통첩을 미국에게 보냈고, ‘재정절벽’ 위험에 빠진 미국은 자기에게 다가오는 ‘재앙의 날’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하며 횡포를 일삼던 미국에게 지금 다가오는 것은 ‘재앙의 날’이지만, 분단의 시련과 고통이 많았던 한반도에게 다가오는 것은 ‘통일의 날’이다. 100년이 넘는 기나긴 식민지시대와 분단시대를 헤쳐 오며 너무 많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이 민족에게 2013년 새해는 가슴 벅찬 통일의 희망을 안겨주며 밝아왔다. (2013년 1월 7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