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화국은 주요산업을 국유화해야 한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제1공화국 헌법에 왜 중요산업 국유화 강령이 들어갔을까?

1948년 7월 17일에 제정된 제1공화국 헌법 제85조와 제87조에 이런 조항이 들어있다.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국유로 한다.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 대외무역은 국가의 통제하에 둔다.”

위의 발췌인용문은 중요산업 국유화에 관한 헌법조항이다. 첫 헌법을 제정한 때로부터 64년이 지난 오늘, 사회주의국가에서나 산업을 국유화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뒤틀린 시각으로 보면, 중요산업 국유화를 명시한 헌법이 너무도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 낯선 느낌과 몰이해는, 우리 사회가 초기 헌법정신에서 멀어지면서, 중요산업 국유화에 반하는 시장만능주의의 압도적 지배를 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제1공화국 헌법에 왜 중요산업 국유화 강령이 들어갔을까? 그 까닭은, 당시 중국 충칭에 머물던 임시정부가 1941년 11월 28일에 선포한 건국강령에 기초하여 1948년에 첫 헌법을 제정하였기 때문이다. 건국강령은 첫 헌법보다 중요산업 국유화 관련조항을 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였고, 중요산업 국유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토지 국유화까지 명시하였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건국강령의 정치이념은 조소앙이 정립한 삼균주의다. 조소앙의 삼균주의는 8.15 해방 직후 여운형이 제시하고, 6.25 전쟁 직후 조봉암이 추구한 진보적 민주주의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므로, 첫 헌법에 명시된 중요산업 국유화 강령은 삼균주의 또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경제강령이라고 할 수 있다.

주목하는 것은, 조소앙의 삼균주의가 중요산업 국유화 강령을 받아들이게 된 사회역사적 배경이다. 그 배경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1930년대에 자본주의시장경제를 세계적 범위에서 파탄시킨 경제공황(Great Depression)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전환이었고, 다른 하나는 일제의 식민지강점에서 벗어나 민주공화국을 건설하기 위한 정치적 전환이었다. 중요산업 국유화는 경제강령에 머문 것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을 건설하는 사회경제적 기초로 인정되었던 것이다.

중요산업 국유화 강령이 경제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전환과 민주공화국을 건설하기 위한 정치적 전환을 배경으로 하여 등장하였다는 사실은, 극단적 빈부격차와 경제파탄위기에서 벗어나 민주공화국의 참된 모습을 찾아야 할 임무가 주어진 오늘 우리 사회에 중대한 의미를 전달해준다. 길게 논할 필요 없이, 극단적 빈부격차와 경제파탄위기에서 벗어나 민주공화국의 참된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건국강령과 첫 헌법에 명시된 중요산업 국유화 강령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수용하여야 하는 것이다.

중요산업 국유화 강령에서 말하는 중요산업의 의미

중요산업 국유화 강령은 산업전반이 아니라 중요산업을 국유화하는 것이므로, 국유화해야 할 중요산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것이 문제로 제기된다.

이 문제를 두 갈래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64년 전 제1공화국 헌법을 제정할 당시의 산업발전수준과 오늘 제6공화국의 산업발전수준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생겼으므로, 첫 헌법에 명시된 국유화 대상을 오늘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만 국가경제발전을 좌우하고, 공공성이 매우 큰 산업부문을 국유화하여야 한다는 원칙은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금융, 에너지, 통신, 철강, 교통운수, 부동산을 국유화해야 할 산업부문으로 지목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국유화 대상을 극단적 빈부격차와 경제파탄위기에서 벗어나 전국민적 복지를 실현해야 할 당면과업에 부합되게 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명백하게도, 중요산업을 국유화하는 근본목적은 국민의 1%에게 집중된 사회적 재부를 국민의 99%에게 공평하게 재분배하는, 국민을 위한 산업구조로 전환, 개편함으로써 전체 국민에게 유족하고 평등한 경제생활을 보장하려는 데 있다. 우리 사회의 경우, 금융, 에너지, 통신, 철강, 교통운수, 부동산을 포함하는 6대 산업부문을 국유화하면 외국계 자본과 국내 재벌을 위한 낡은 산업구조가 전체 국민을 위한 새로운 산업구조로 전환, 개편될 것이다.

극단적 빈부격차와 경제파탄위기를 불러온 형식적 민주주의와 대외예속경제를 넘어서, 전체 국민의 복리와 안정을 위한 진보적 민주주의와 자립적 경제발전을 실현하는 결정적 요인은 6대 산업부문 국유화다. 물론 6대 산업부문의 국유화로 진보적 민주주의와 자립적 경제발전이 완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6대 산업부문의 국유화는 시장만능주의의 지배와 횡포로 파괴된 첫 헌법의 민주적이고 자립적인 경제노선을 되찾아 살려냄으로써 진보적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나는 매우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6대 산업부문을 국유화한 진보적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날 때, 자주적 평화통일도 촉진될 것이다.

국유화의 범위, 방도, 추진속도

중요산업 국유화는 국민을 위해서 실현하는 것이므로, 중요산업 국유화의 추진주체는 당연히 국민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국민들이 바라지도 않는 데 정부가 중요산업 국유화를 일방적으로 밀고나갈 수 없으며, 국민들이 요구하고 지지해야 중요산업을 국유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땅의 국민들에게는 중요산업 국유화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린다. 무엇보다도 먼저, 국민들이 중요산업 국유화가 자신의 복리와 안정을 위해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 것인지를 알게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중요산업 국유화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알려주는 임무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국민과 소통할 줄 아는 정권이 떠맡게 된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국민과 소통할 줄 아는 진보정권이 세워져야 중요산업 국유화를 추진할 수 있다. 중요산업 국유화의 주체는 국민이고, 중요산업 국유화의 집행자는 진보정권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국민과 소통함으로써 국민들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진보정권이 세워지면, 그 정권은 중요산업 국유화 강령을 헌법에 명시하는 개헌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진보정권이 추진하는 개헌에는 중요산업 국유화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진보적 과업들도 포함될 것이므로, 진보적 개헌은 당연히 국민투표를 통해 추진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진보적 개헌이 실현되면, 형식적 민주주의를 헌법에 명시한 제6공화국은 퇴장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헌법에 명시한 제7공화국이 출범하게 된다.

그 추진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6대 산업부문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계 자본과 국내 재벌의 강한 반발, 그리고 미국과 국내 수구세력의 저지공세를 진보정권이 과연 물리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그러한 장애물을 돌파하는 방도는 진보정권이 강력한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밖에 없으며, 국민적 지지에 의거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진보적 개헌을 단행하는 것밖에 없다.

진보정권과 그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한 편으로 하고, 미국과 국내 수구세력 및 외국계 자본과 국내 재벌을 다른 한 편으로 하는 대치전선에 조성된 쌍방의 정치세력관계를 고려하여 진보정권은 국유화의 범위, 방도, 추진속도를 정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베네주엘라 진보정권의 경우, 국유화 범위를 중요산업의 30%로 한정하였고, 국유화 방도도 반대세력과의 정면충돌을 불러올 무상몰수방식을 피하고 충돌소지가 적은 유상구매방식을 택하였고, 국유화 추진속도도 한꺼번에 국유화하는 것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하나씩 국유화하는 온건책을 썼다.

2018년에 이 땅에 명실공히 진보정권이 세워지고 그 정권에 의해 진보적 개헌이 실현된다면, 그보다 20년 앞서 베네주엘라 진보정권이 중요산업을 국유화하였던 것과 비슷한 범위, 방도, 추진속도로 6대 산업부문을 국유화할 수 있지 않을까?

국유기업이 ‘국유화의 껍데기’로 남지 않으려면

장차 제7공화국의 6대 산업부문 국유화는 해당기업들의 소유권과 처분권을 자본가에게서 정부에게로 이전하는 것만이 아니다. 국유화만큼 중시해야 하는 것은, 국유화된 기업을 어떻게 경영하고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다시 말해서, 국유기업의 기업경영과 생산관리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경제자립의 요구에 맞게 하는가 하는 훨씬 더 어려운 과제가 새로 제기되는 것이다.

국유화된 기업의 기업경영과 생산관리를 논할 때, 중국의 국유기업이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2011년을 기준으로 국유기업 비중은 산업 전반의 5분의 4를 차지한다. 이를테면, 10대 국유기업의 총매출액은 8조5,261억 위안으로 10대 사유기업의 총매출액 1조669억 위안에 비해 8배나 많았다.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시노펙의 2011년 매출액은 1조9,690억 위안이었는데, 이것은 10대 사유기업의 매출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고, 중국 최대 사유기업인 화웨이기술의 2011년 매출액은 1,852억 위안이었는데, 이것은 시노펙 매출액의 9.4%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2011년을 기준으로 중국의 사유기업이 국유기업에 비해 이익성장률이 40%포인트나 높았고, 자산회전율도 4배나 높았고,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20%포인트가 낮았다. 이것은 사유기업이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반면, 국유기업은 저성장 또는 침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중국의 국유기업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

중국의 국유기업은 중국 정부기관인 국유자산관리위원회 산하에 있지만, 국유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와 지도는 형식적이며,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중국의 경우, 2011년을 기준으로 국유기업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4만 위안인데 비해, 국유기업 경영자의 평균 연봉은 32만7,800 위안이다. 임금에서만 8배가 넘는 소득격차가 생긴 것이다. 정부가 기업경영을 민주적으로, 경제자립의 요구에 맞게 통제, 지도하지 않고 방치하였으니, 국유기업에서 그처럼 극단적인 소득격차가 생겨난 것이다.

모순과 비리는 더 있다. 국유기업 경영자들 가운데 일부는 공금을 횡령하여 부정축재까지 저지르고 있다. 2011년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 경영자들의 부정부패가 해마다 확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유기업의 소유권과 처분권을 국가를 대신해서 행사하는 정부가 그것에 만족하면서 나 몰라라 방치하면 국유기업과 사유기업의 차이가 없어지고, 국유기업의 내부모순이 악화된다. 정부가 국유기업의 기업경영과 생산관리를 민주적으로, 경제자립의 요구에 맞게 통제하고 지도할 때, 그 때 비로소 국유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국유기업은 진정한 의미에서 국영기업이다.

중국 국유기업에 내재한 결함은 기업경영과 생산관리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국유기업의 주식시장 편입과 다국적기업화도 국유기업에게 치명적 결함이다. 다국적기업화란 기업이 해외자산을 보유하거나, 다른 나라의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하여 기업활동을 하는 등 자본주의세계시장에 편입되는 것을 말한다.

국유기업이 다국적기업화되면, 시장만능주의의 지배를 받게 되며 세계경제위기의 파장도 막아내지 못하는 극도의 불안정성과 무기력증에 빠진다. 그러므로 국유기업은 시장만능주의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본주의세계시장에 가닿는 연결고리를 최소화하고, 경제자립의 공고한 기반을 구축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유기업은 ‘국유화의 껍데기’로 남을 것이다. (2012년 1월 26일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