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은 왜 들리지 않았을까?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꽃게잡이 어선 6척의 정체

2012년 9월 21일 남측 해군 고속정이 서해 5도 분쟁수역에서 20mm 벌컨포(Vulcan)로 어선을 향해 경고사격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남측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경고사격사건을 아래와 같이 여섯 장면으로 구성할 수 있다.

장면 1 - 꽃게잡이 어선 6척이 9월 21일 오전 11시 44분부터 연평도 서북방 앞바다에서 순차적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0.9km까지 남하하는 “월선행위를 반복”하면서 조업하였다.

장면 2 - 남측 해군은 참수리 고속정 2척을 오후 3시쯤 ‘북방한계선’ 인근으로 북상시켜 두 차례 경고방송을 보냈다. 그런데도 꽃게잡이 어선 6척은 ‘북방한계선’ 남쪽에서 조업을 계속하였다.

장면 3 - 참수리 고속정은 오후 3시 29분과 3시 48분에 20mm 벌컨포 수십 발을 꽃게잡이 어선 6척이 있는 쪽으로 쏘아 경고사격을 하였다.

장면 4 - 경고사격을 받은 꽃게잡이 어선 6척은 오후 4시쯤 모두 ‘북방한계선’ 북쪽으로 퇴각했다.

장면 5 - 경고사격사건 당시 북측 경비정이 황해도 연안에서 순찰기동을 하고 있었는데, 남측 고속정이 꽃게잡이 어선들을 향해 경고사격을 하는 데도 사건현장 쪽으로 접근하지 않았고, 북측 해안포들도 사격준비태세를 취하지 않았다.

장면 6 -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무력충돌에 대비하여 남측 공군 전투기 F-15K가 공대지미사일과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출격하였다.

그런데 남측 언론에 보도된 위의 여섯 장면만 살펴보면 경고사격사건의 전모와 진상을 파악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각 장면마다 ‘숨은 그림’들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나타나지 않은 ‘숨은 그림’을 찾아내야 그 사건의 전모와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

남측 군부는 사건현장에 있었던 꽃게잡이 어선 6척이 북측 어선들이라 했고, 북측은 그 어선 6척이 중국 어선들이라 했다. 어느 쪽 주장이 진실일까? 남측 해군 고속정이 경고사격으로 퇴각시킨 꽃게잡이 어선 6척이 북측 어선인지 아니면 중국 어선인지를 판별하는 문제는 경고사격사건의 ‘숨은 그림’을 찾아내는 데서 결정적인 의의를 갖는다. 만일 그 꽃게잡이 어선 6척이 북측 어선들이라면, 북측은 자기 어선들이 남측 해군 고속정으로부터 경고사격을 받는 데도 아무런 대응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되고, 만일 그 어선 6척이 중국 어선들이라면, 남측은 중국 어선들에게 경고사격을 해놓고 북측 어선을 경고사격으로 퇴각시켰다는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주목하는 것은, 꽃게잡이철인 요즈음 ‘북방한계선’ 북쪽 바다에서 수많은 북측 어선과 중국 어선들이 조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연합뉴스> 2012년 9월 22일 보도는 연평도 앞바다의 ‘북방한계선’ 북쪽 해상에서 북측 어선 100여 척과 중국 어선 수백 척이 꽃게잡이를 하였다고 하였다. 물론 연평도 앞바다의 ‘북방한계선’ 남쪽 해상에서도 남측 어선들이 꽃게잡이를 하였다. <연합뉴스> 2012년 9월 21일 보도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남측 꽃게잡이 어선 30여 척이 매일 조업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거기서 꽃게잡이를 하는 북측 어선과 중국 어선 가운데는 위성항법장치(GPS)가 없는 작고 노후한 어선들도 있을 것이므로, 그런 어선들이 바다에 그어져 있지 않은 ‘북방한계선’을 수시로 넘나들며 조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동아일보> 2012년 9월 22일 보도는 북측 어선들이 ‘북방한계선’ 남쪽 640m~1.9km 해상을 들락거리며 꽃게잡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물론 북측 어선들만이 아니라 중국 어선도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북방한계선’을 넘나들며 조업하던 꽃게잡이 어선들이 9월 20일 이후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2012년 9월 23일 보도기사에서 그런 행동변화를 읽을 수 있는데, 꽃게잡이 어선들은 9월 12일 14차례, 9월 14일 13차례, 9월 15일 8차례, 9월 20일 2차례, 9월 21일 1차례, 9월 22일 1차례 ‘북방한계선’ 0.7~2.2km 정도를 넘어 남하한 것이다. ‘북방한계선’을 넘나들며 조업하던 꽃게잡이 어선들의 ‘월선행동’이 왜 9월 20일부터 갑자기 줄어든 것일까?

그 까닭은 <국방일보> 보도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국방일보> 2012년 9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남측 해군2함대가 9월 19일부터 서해에서 유도탄고속함(PKG), 초계함(PCC), 고속정(PKM)을 동원하여 “실전을 방불케 하는”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하였다. 군함들이 실탄사격을 연습하는 동안 꽃게잡이 조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9월 20일부터 ‘북방한계선’을 넘나드는 꽃게잡이 조업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남측 해군이 서해에서 대함사격훈련을 실시하는 경우, 북측은 자기 어선들의 조업범위를 황해남도 해안 가까운 곳으로 제한하는 안전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런 정황을 생각하면, 경고사격사건이 있었던 9월 21일 북측 꽃게잡이 어선들의 조업범위는 매우 제한되었을 것이므로, 이전처럼 ‘북방한계선’을 넘나드는 위험한 조업은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남측 해군이 해상기동훈련을 하고 있었던 그 날 ‘북방한계선’을 넘나드는 위험한 조업을 하였던 꽃게잡이 어선 6척은 모두 중국 어선들이었던 것이다.

<연합뉴스> 2012년 9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경고사격사건이 있은 다음날인 9월 22일 오전에도 꽃게잡이 어선 1척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400m 정도 남하였는데, 남측 해군 고속정이 경고방송을 하자 북쪽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꽃게잡이 어선은 ‘북방한계선’ 바로 북쪽에서 계속 조업을 하다가 한 차례 더 ‘북방한계선’을 잠깐 넘은 뒤 북쪽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그 ‘용감한’ 어선이 북측 어선인 것처럼 보도하였으나, 위에서 논한 정황을 살펴보면 그 꽃게잡이 어선도 중국 어선이었음을 알 수 있다.

포성은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측 해군 고속정은 왜 중국 어선을 향해 경고사격을 한 것일까? 중국 어선이라도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하하면 경고사격으로 퇴각시키라는 상부 명령을 따라야 했기 때문에 중국 어선을 향해 경고사격을 하였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껏 남측 해군 고속정이 연평도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중국 꽃게잡이 어선을 경고사격으로 퇴각시켰다는 보도는 한 차례도 나온 적이 없다.

그게 아니라면, 남측 해군 고속정이 북측 어선과 중국 어선을 구별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중국 어선을 북측 어선으로 오인하고 경고사격을 한 것일까? 물론 북측 어선과 중국 어선은 가까이에서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고, 남측 해군 고속정은 쌍안경으로 관측하였을 것이므로, 두 나라 어선들을 구별하지 못하였을 리는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안개에 쌓인 듯이 보이는 경고사격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면, 사건현장을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사건 당일 중국 어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은 시각은 오전 11시 44분이었는데, 남측 해군 고속정이 사건현장에 나타난 시각은 오후 3시쯤이었다. 경고사격을 하기까지, 왜 3시간이 지나도록 뜸을 들였을까?

또한 남측 해군 고속정이 사건현장에서 경고사격에 사용한 무기는 20mm 벌컨포인데, 현재 남측 해군이 운용하는 각종 함선들 가운데 20mm 벌컨포를 탑재한 함선은 배수량이 170t인 참수리 고속정밖에 없다. 참수리 고속정은 퇴역을 앞둔 낡은 기종이다. 참수리 고속정에 탑재된 20mm 벌컨포는 분당 2,700~3,300발을 쏘는 속사포인데, 사건현장에서는 그런 속사포를 불과 수십 발만 쏘고 말았다.

이처럼 남측 해군 고속정이 3시간이 지나 사건현장에 나타났을 뿐 아니라, 속사포를 쏘긴 쏘되 매우 조심하여 몇 발만 쏜 것은, 남측 해군이 북의 대응공격 가능성을 예상하고 매우 겁을 먹었음을 말해준다.

둘째, 참수리 고속정 함미에 탑재된 20mm 벌컨포의 사거리가 4km인데, 경고사격 관행은 목표선박에서 약 1km 떨어진 해상에 착탄하도록 사격하는 것이다. 무력충돌위기가 고조된 연평도 앞바다에서 겁을 먹은 참수리 고속정은 되도록 남쪽으로 멀리 떨어져야 안전하기 때문에, 중국 어선으로부터 벌컨포 최장사거리(4km)를 유지하였을 것이므로, 중국 어선 6척의 조업현장에서 남쪽으로 적어도 5km나 멀리 떨어진 해상에서 20mm 벌컨포를 쏘는 경고사격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참수리 고속정에서 관측장비로 사용하는 쌍안경(KM20)의 관측거리는 4km다. 남측 해군 고속정이 4km밖에 있는 목표물을 관측하는 경우 정확히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 데,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남측 해군 고속정은 사건 현장에서 목표물로부터 5km나 떨어진 해상에 있었으니 북측 어선인지 중국 어선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던 것이 분명하다.

넷째, <연합뉴스> 2012년 9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취재기자가 만난 연평도 주민은 남측 해군 고속정이 쏘았다는 20mm 벌컨포 포성을 전혀 듣지 못했노라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이 벌컨포 포성을 듣지 못했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이것은 겁을 먹은 남측 해군 고속정이 20mm 벌컨포를 매우 먼 거리에서 몇 발만 살짝 쏘았음을 말해준다. 그러했으니 연평도 주민들이 포성을 듣지 못했던 것이다.

다섯째, 사건현장에 뒤늦게 나타난 남측 해군 고속정은 오후 3시 29분에 1차 경고사격을 하였고, 19분이 지난 오후 3시 48분에 2차 경고사격을 하였다. 경고사격을 왜 두 차례나 하였을까? 남측 해군 고속정은 너무 먼 거리에서 벌컨포 몇 발을 살짝 쏘았으므로 조업에 열중하던 중국 어선 6척은 연평도 주민처럼 포성을 듣지 못하였다. 그래서 남측 해군 고속정은 1차 경고사격에도 퇴각하지 않는 중국 어선들을 향해 19분 뒤에 또 다시 경고사격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군 해군2함대는 ‘불꽃’을 어디에 떨구었을까?

<국방일보> 2012년 9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2012년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남측 해군2함대가 해상기동훈련을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실시하였다고 한다. 보도기사에서는 해상기동훈련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북해상전연습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위의 보도기사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한국군 해군2함대는 인민군 항공기를 가상한 예인기를 표적으로 삼고 대공사격연습을 하였으며, 인민군 함선을 가상한 예인정을 표적으로 삼고 대함사격연습을 하였고, “함정, 항공기, 도서부대 전력이 유기적인 합동작전을 벌여 가상의 인민군 수상함과 공기부양정을 격멸”하는 합동공격작전까지 연습하였기 때문이다.

이 보도기사만 읽어보면, 한국군 해군2함대는 무력충돌위험이 커진 분쟁수역에서 매우 용감하게 대북해상전연습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정말 그처럼 용감하게 대북해상전연습을 강행한 것일까?

여기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2012년 8월 16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연평도가 손에 잡힐 듯이 바라다보이는 작은 섬인 무도에 소형선박을 타고 가서 최전선 군부대를 시찰하는 중에 “적들이 감히 서툰 불질을 해대며 우리의 령토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떨군다면 그것을 서남전선의 국부전쟁으로 그치지 말고 조국통일을 위한 성전으로 이어가라. 만약 침략자들이 전쟁을 강요한다면 서해를 적들의 최후 무덤으로 만들라고 명령”하였다. 이 명령은 무도 방어대에게만 내린 명령이 아니라 서남지구(남에서는 서북도서)에 주둔하는 모든 인민군부대들에게 내린 명령이다.

<국방일보> 보도기사는 한국군 해군2함대가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실탄을 사격하는 대북해상전연습을 강행하였다는데, 어째서 인민군은 아무런 대응행동도 취하지 않았을까? 한국군 해군2함대의 대북해상전연습에 대해 인민군이 취한 대응행동은, 2012년 9월 22일 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가 보도자료를 내놓은 것이 전부다. 2012년 2월 20일 한국군 해군2함대가 서해 5도 주변수역에서 대북해상전연습을 강행하기 바로 전 날, 인민군 전선서부지구사령부는 남측에게 공개통고장을 보냈는데, 이번에는 사전에 공개통고장을 보내지도 않고 사후에 보도문만 발표한 넘어간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만일 한국군 해군2함대가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떨군다면 그것을 서남전선의 국부전쟁으로 그치지 말고 조국통일을 위한 성전으로 이어가라”고 인민군에게 명령하였는데, 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가 경고문도 아니고 보도문으로 급을 낮춰 느슨하게 대응하였다면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집행하지 못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최고사령관의 명령이라면 불 속이나 얼음바다에도 뛰어들 만큼 충직하다고 알려진 인민군이 이번에는 왜 그처럼 이례적으로 느슨한 대응행동을 취한 것일까?

첫째, 남측 해군 고속정은 북측 어선이 아니라 중국 어선을 상대로 멀리서 벌컨포를 몇 발 쏘며 맥빠진 경고사격을 하였기 때문에, 인민군이 그처럼 느슨한 대응행동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는 한국군 해군 고속정이 왜 벌컨포를 멀리서 겨우 수십 발밖에 쏘지 못하였는지 간파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 보도문에는 “다른 나라 어선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 나라가 두려워 그것을 우리 어선이라고 떠들어대는 괴뢰들의 추태가 얼마나 비렬한가” 라는 조롱조의 문장이 들어간 것이다.

둘째, 위에 인용한 <국방일보> 보도기사는 한국군 해군2함대가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대북해상전연습을 강행하였다고 보도하였는데, ‘인근’이라는 모호한 표현만 가지고서는 어디쯤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한국군 해군2함대가 대북해상전연습을 벌인 위치를 좌표로 확인할 길은 없지만, 연평도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연합뉴스> 2012년 9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취재기자가 만난 연평도 주민은 “어제도 총소리가 한 번 들렸던 것 같은 데 오늘은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고 말하였다. 이 말은 9월 20일에 총소리가 한 번 들렸던 것 같고, 9월 21일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와 달리, 2009년 11월 10일 대청도와 소청도의 주민들은 남측 해군과 북측 해군이 대청도 동쪽 10km 해상에서 2분 동안 함포사격을 주고 받을 때 “천둥 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고 취재기자에게 말했는데, 어째서 이번에는 천둥소리는커녕 총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미적지근하게 말하였을까?

포성이 나지 않은 소음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한국군 해군2함대가 함포를 쏘며 실탄사격연습을 하였다면 연평도 주민이 포성을 듣지 못하였을 리 없다. 실탄사격연습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한 것처럼 남측 군부가 언론에 거짓말 제보를 하였을 리는 없으므로, 연평도에서 포성이 총성처럼 들리는 아주 먼 거리에서 실탄사격연습을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연평도 주민의 귀에 포성이 총성처럼 들릴 만큼 먼 거리라면, 연평도에서 남쪽으로 얼마나 멀리 떨어진 해상에서 실탄사격연습을 하였던 것일까? 그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실탄사격연습을 하였으므로, 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는 그 실탄사격연습을 레이더 화면으로 지켜보았을 뿐 북측 관할수역에는 “단 한 점의 불꽃”도 떨어지지 않았으므로 군사적 대응행동을 취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2009년 5월까지만 해도 남측 해군은 1,200t급 초계함 4척을 소연평도 해상 남쪽 3.2km까지 바짝 북상시켜 전진배치하며 북을 자극하였지만, 얼마 전 김정은 제1위원장이 “서해를 적들의 최후 무덤으로 만들라”고 인민군 서남지구사령부에 명령한 이후에는 남측 함선들이 그렇게 북쪽 가까이 북상하지 못한다.

6개 요격목표 동시에 격추하는 인민군 지대공미사일

경고사격사건이 벌어졌을 때, 남측 군부는 북과의 무력충돌에 대비하여 공대지미사일과 공대공미사일을 탑재한 F-15K 전투기를 출격시켰다고 언론에 밝혔으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경고사격사건이 일어난 시각, 한국군 F-15K 전투기는 어느 선까지 북상하여 비행하고 있었을까?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F-15K 전투기가 비행할 수 있는 북방한계선은, 황해남도 남단에 배치된 인민군 지대공미사일을 피할 수 있는 회피기동한계선과 일치한다. F-15K 전투기가 인민군 지대공미사일 사정권 안으로 ‘겁도 없이’ 들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연합뉴스> 2011년 4월 6일 보도기사가 지적하였듯이, F-15K 전투기를 비롯한 한국군이 운용하는 모든 전투기, 수송기, 작전헬기들은 중적외선 섬광탄을 탑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민군 반항공부대가 중적외선 추적기능을 가진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쏘면 그대로 격추당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남측 군부는 지금 중적외선 섬광탄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개발사업이 몇 해 뒤에 완료되어 양산체계로 들어갈 수 있는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제인스 정보집단(Jane's Informmation Group) 2008년 4월 2일 자료에 따르면, 북은 서방세계에서 S-200이라 불리는 장거리-중고도 지대공미사일 20기를 미얀마에 수출하였다. 북이 S-200 지대공미사일을 해외에 수출한 것은, 북이 소련산 S-200 지대공미사일을 자체 기술로 개량한 독자적인 S-200급 지대공미사일을 대량생산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원래 소련산 S-200 지대공미사일은 사거리 300km, 요격고도 40km이므로, 북이 자체 기술로 개량하여 생산하는 S-200급 지대공미사일은 그보다 좀 더 성능이 좋을 것이다. 인민군 반항공부대에게 S-200급 지대공미사일만 있어도, 한국군 전투기들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 비행해야 한다.

북이 개량한 S-200급 지대공미사일은 세계 최장 요격거리를 자랑하지만, 동시요격기능은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북이 새로 개발한 것이 동시요격기능을 가진 신형 지대공미사일이다. 북에서는 ‘주체식 요격미사일종합체’라 부르고, 서방세계에서는 ‘KN-6’이라 부르는 S-300급 신형 지대공미사일은 사거리 150km, 요격고도 27km이며, 12개 표적을 동시에 추적하고, 6개 요격대상을 동시에 격추하는 최첨단 지대공미사일이다. 북이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열병행진에 처음 등장시킨 S-300급 신형 지대공미사일(주체식 요격미사일종합체)은 S-200급 대공미사일보다 사거리와 요격고도는 절반밖에 되지 않는 대신 강력한 동시요격기능을 갖추었다.

한국군 전투기를 주눅 들게 만드는 인민군 반항공부대의 전력은 지대공미사일에 한정되지 않는다. <세계일보> 2012년 9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반항공부대는 한국군 무기체계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위치확인체계 기만기술(GPS area-mapping deceiving technology)을 운용하고 있는데, 위치확인체계 기만기술이란 종래의 위치확인체계 교란기술(GPS jamming technology)보다 한 급 높은 첨단기술이다. 이 보도기사에 따르면, 인민군 전자전 차량에 탑재된 위치확인체계 기만장비는 강력한 기만신호전파를 남측 전역에 방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강력한 인민군의 전자전 능력은 비행 중인 한국군 전투기를 엉터리 위치정보로 기만하고, 위치확인체계로 유도되는 공대지 미사일의 정밀타격기능을 무력화시킨다.

인민군 반항공작전능력에 관한 위의 여러 정보를 살펴보면, 경고사격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국군 F-15K 전투기는 연평도 상공에는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연평도에서 남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충청남도 보령 앞바다 상공을 맴돌았던 것으로 보인다.

2012년 9월 22일 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는 보도문에서 “서남전선사령부는 이미 적들이 움쩍하기만 하면 서해 바다를 멸적의 함정으로, 서남전선작전을 조국통일대전으로 이어놓을 데 대한 최고사령부의 작전명령을 받은 상태에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계를 모르는 우리 전선군부대들의 강력한 타격행동 뿐”이라고 한국군을 위협하였다.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조국통일대전 작전계획서’를 최종 결재하고, 최후 결전 준비를 완료하고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라는 지시를 내렸으므로, 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의 위와 같은 위협은 말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서 한국군이 실탄을 사격하는 대북전쟁연습을 감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인민군의 공격이 무서워 ‘북방한계선’ 근처에는 올라가지도 못하는 한국군은, 북을 자극하는 무모한 대북해상전연습을 감행할 게 아니라 일본의 독도침탈책동을 확실하게 저지할 대일해상전연습에 열중해야 할 것이다. (자주민보 2012년 9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