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포착하지 못하는 북측의 핵실험 징후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돌산을 수직으로 파내려간 갱도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놓으면, 이 땅에서 가장 험준한 백두산 산줄기가 뻗어내리는 북방의 고산지대가 눈길을 끈다. 백두산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백두산맥과 함경북도 북단에서 남서쪽으로 뻗어내린 함경산맥이 부전령산맥과 만나는 고산지대, 그 곳에 해발 2,205m의 만탑산이 웅장하게 서 있다.

먼 옛날 그 고장에 살았던 선조들이 그 산에 흔한 돌로 산자락에 수많은 돌무지떼를 만들어놓으니, 산이름을 만탑산이라고 짓게 된 사연이 바로 그 돌무지떼에 깃들어 있다. 만탑산 돌무지떼는 국가지정문화재 제1493호다. 이러한 정보를 살펴보면, 만탑산이 화강암층이 발달한 돌산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6년 10월 9일 오전 10시 35분쯤 북측이 바로 그 만탑산에서 제1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한 때와 거의 같은 시각, 북측이 지하핵실험을 실시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한 정형근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SBS 라디오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한미 정보당국이 최근 20년 간 주시한 결과, (북측의 지하핵실험장으로) 만탑산이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미국 정찰위성이 만탑산 지하핵실험장 건설을 20여 년 동안 감시해왔다는 뜻이며, 이를 뒤집어 보면, 북측이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을 건설하기까지 장장 20여 년이나 걸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화강암층이 발달한 거대한 돌산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갱도굴착이었으니 완공하기까지 그처럼 오랜 기간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북측은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의 화강암 갱도를 얼마나 깊이 팠을까? 이 물음에 대해서도 역시 정형근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답변해주었다. ‘국가안전기획부 대공수사국’에서 고문수사 지휘자로 악명을 떨친 뒤에 국회 정보위원회에 들어간 사람이라서 그런지, 그는 대북정보에 밝은 편이었다. 그가 2006년 9월 20일에 밝힌 바에 따르면, 북측은 만탑산에 있는 해발 1,500m 봉우리에서 수직으로 700m를 파내려간 갱도를 건설하였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 핵실험을 하기 위해 수직갱도를 300m 정도 파내려가는데, 북측은 그보다 두 배가 넘는 700m를, 그것도 흙산이 아니라 돌산을 수직으로 파내려간 것이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싸이트 ‘글로벌 시큐리티(Global Security)’가 게시한 자료에 따르면,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에는 700m 수직갱도가 네 군데 건설되었는데, 각 수직갱도마다 동서를 관통하는 수평갱도를 건설하였다. 수평으로 파고들어가다가 다시 수직으로 파고들어간 기역자형 갱도를 네 군데나 건설한 것이다. 아주 먼 옛날 신생대 제3기 이후 지반이 융기하여 형성된 거대한 화강암층 돌산에 기역자형 갱도를 네 군데나 건설하였으니 공기가 20여 년이나 걸린 것이다.

위의 정보를 살펴보면, 북측이 핵폭발실험 안전성이 담보되는 견고한 화강암 갱도를 건설해놓았음을 알 수 있다. 북측이 제1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였을 때 <조선중앙통신>은 “과학적 타산과 면밀한 계산에 의하여 진행된 이번 핵시험은 방사능 류출과 같은 위험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보도하였다.

북측이 20여 년 걸려 건설한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의 700m 수직갱도는 네 군데 있는데, 수직갱도 두 개를 2006년과 2009년에 각각 핵실험에 사용하였으므로 수직갱도 두 개가 더 남았다. 그러므로 북측은 갱도를 굴착하지 않고서도 임의의 시각에 제3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북측의 핵실험 징후를 포착하지 못하는 까닭

북측이 지하핵실험을 실시하려면, 핵무기를 수직갱도 맨 아래쪽에 넣은 뒤에 자갈과 흙으로 갱도를 메우고 갱도입구를 콘크리이트로 봉해야 하므로, 외부에서 반입된 토사더미와 시멘트 포대 등이 수직갱도 입구에 쌓이게 된다. 따라서 미국은 자국 정찰위성이 수직갱도 인근에 토사더미와 시멘트 포대 등이 쌓인 것을 촬영한 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하여 북측의 핵실험 징후를 포착하였다고 말하는 것이다.

2012년 4월 30일 <내일신문>은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에 토사더미가 쌓인 것을 위성사진에서 보고 핵실험이 임박한 징후라고 지적한 ‘국가정보원’의 정보공개에 의혹을 제기하였는데, 최근 현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토사더미 부근에 도로와 연결된 탄광차 궤도가 보이는 등 갱도굴착작업이 계속 진행되었다고 보도하였다. 갱도굴착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 핵실험이 임박한 것은 아닌 데, ‘국가정보원’이 핵실험 임박설을 의도적으로 퍼뜨린 게 아니냐 하는 의혹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도로는 길주에서 풍계에 이르는 30km의 도로를 뜻하는데, 그 도로에 연결해놓은 탄광차 궤도는 갱도를 굴착하면서 파내온 토사더미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갱도매립용 자갈, 흙, 시멘트 포대 등을 다른 지역에서 들여오기 위한 것이다. <내일신문>은 위의 보도기사에서 북측이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에서 갱도굴착작업을 계속 진행되어온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위에서 언급한 대로 북측은 이미 2006년 이전에 갱도굴착을 완료하였으므로 지금 갱도를 굴착하고 있는 게 아니라 갱도매립자재를 궤도식 광차로 갱도 입구 인근까지 실어나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측이 갱도매립자재를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에서 갱도 인근에 실어나르는 것은 지하핵실험이 임박하였음을 말해주는 징후다. 그 징후는 북측의 지하핵실험이 임박하였음을 말해주는 징후이며, 동시에 북측이 지하핵실험으로 미국을 옥죄는 초강경한 강압조치다.

그런데 북측은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을 옥죌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 그런 강압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예컨대, 남측 정부 고위당국자가 전한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0년 12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미국 정찰위성이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을 촬영하기 좋은 맑은 날을 골라 의도적으로 부산하게 움직이면서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더 정확히 표현하면 그것은 미국을 자극한 것이 아니라 미국을 옥죄는 강압조치였다.

그러면 지금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에서 진행되는 움직임은 지하핵실험이 임박하였음을 말해주는 징후일까 아니면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지는 않으면서 미국을 옥죄려는 강압조치일까? 이것을 가려볼 결정적인 판별기준은 만탑산 지하핵실험장 가까운 곳에 핵실험관측장비를 설치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만일 북측이 핵실험관측장비를 설치하였다면, 핵실험이 곧 실시될 가능성은 100%가 된다.

수직갱도 인근에 쌓아놓은 갱도매립자재가 없어졌는가 아니면 남아있는가 하는 것도 결정적인 판별기준이 아니나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측이 갱도를 봉하지 않으면서 갱도매립자재를 수평갱도 안에 들여놓을 수도 있으므로 그것은 결정적인 판별기준이 되지 못한다.

미국은 북측이 핵실험관측장비를 설치하였는지 알 수 있을까? 정찰위성이 촬영하는 위성사진만 들여다보는 미국이 북측의 핵실험관측장비 설치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북측은 핵실험관측장비를 야외에 설치하는 게 아니라 관측소 안에 설치하기 때문이다. 남측 외교소식통이 전한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2007년 1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제1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한 장소에서 몇 km 떨어진 만탑산 깊은 산중에 건물이 세워지고 있는데, 그 건물이 핵실험관측장비를 설치할 관측소라고 지목하였다.

위와 같은 여러 정황을 생각하면, 미국이 파악할 만한 북측의 지하핵실험 임박징후는 사실상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북측은 사전징후를 미국에게 노출시키지 않은 채 임의의 시각에 지하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거듭되는 북미관계의 악순환

북측의 시각에서 보면, 북측이 제3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려는 목적은, 망동을 부리고 도발을 자행한 미국을 옥죄는 응징과 보복을 가하려는 데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은 북측이 망동을 부리고 도발을 자행하였다고 비난하지만, 북측은 그러한 미국의 태도야말로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라고 맞받아칠 것이다.

만일 미국의 주장 대로 북측의 평화적 위성발사가 망동이고 도발이라면, 미국은 인도나 일본의 평화적 위성발사에 대해서도 똑같이 망동과 도발로 규탄해야 하는데, 미국은 그 어떤 나라의 평화적 위성발사도 규탄하지 않으면서 유독 북측의 평화적 위성발사만 물고 늘어졌다. 미국이 북측의 위성발사와 그 밖의 다른 나라의 위성발사에 대해 그처럼 말이 되지 않는 이중기준을 편파적으로 들이대는 것이야말로 이성과 양심을 저버린 망동이 아니면 무엇일까! 하지만 미국의 판단기준을 무조건 순응하는 친미주의자들의 비뚤어진 귀에는 강도 당한 사람을 강도로 모는 모략선전만 들릴 뿐이다.

북측이 규탄하는 미국의 망동과 도발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북측이 규탄하는 미국의 망동과 도발은, 북측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합의를 위반하는 행동이다. 2006년의 제1차 지하핵실험은 9.19 공동성명을 위반한 미국의 행동에 대응한 북측의 강압조치였고, 2009년의 제2차 지하핵실험은 북측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범죄로 몰아 북측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유엔안보리를 움직여 북측에 제재를 가한 미국의 행동에 대응한 북측의 강압조치였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측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범죄로 몰아 북측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유엔안보리를 움직여 대북추가제재를 강행하고 9.19 공동성명을 위반한 미국의 행동이야말로 북측의 지하핵실험이 임박하였음을 알려준 결정적인 징후였던 것이다.

그러면 지금 미국은 대북관계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였는가? 세상에 알려진 대로, 이번에도 미국은 북측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도발적인 미사일 발사로 왜곡하여 범죄로 몰아갔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4월 30일에 열린 미일 정상회담 직후 “북측이 도발을 계속하면 외교, 정치, 경제적 고립은 심화되고, 더 강력한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고 협박하였다. 2012년 5월 1일 급기야 미국은 자기의 추종국들인 일본, 유럽연합, 남측을 동원하여 북측의 광명성 3호 발사와 관련한 제재대상으로 선정한 북측 기업 40개 명단을 유엔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하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추가적 대북제재에 동조하기 힘든 처지에 있는 중국은 북측 기업 2개만 제재대상에 추가로 포함시키자고 주장하다가, 미국의 압박에 밀리는 바람에 막판에 1개 기업을 더 하여 모두 3개 기업을 제재대상에 추가하기로 합의하였다.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미국이 다른 나라들이 다 하는 북측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범죄로 몰면서 추가제재를 강행한 것은, 북측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9.19 공동성명과 2.29 북미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미국은 2009년에도 유엔안보리를 움직여 대북결의안이라는 것을 채택하면서 북측의 3개 기업을 제재대상에 추가로 포함시킨 바 있다. 미국의 행동은 2009년이나 이번에나 똑같은 양상으로 반복되었다. 그러므로 미국이 최근에 취한 일련의 대북행동은, 북측의 시각에서 보면 단순한 망동과 도발이 아니라, 여전히 반복되는 막가파식 4중 망동과 도발인 것이다.

북측의 보복적인 대미강압조치가 시작된다

이처럼 미국이 2009년의 행동보다 더 심한 행동을 취했으므로, 북측은 그런 미국에게 강압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있다. 미국에 대한 북측의 강압조치는 불가피한데, 강압강도는 2009년에 비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2009년 6월 12일 미국이 유엔안보리를 움직여 대북제재결의안을 표결에 붙이던 날, 미국 정보기관은 북측이 제3차 지하핵실험과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새로운 징후(fresh indications)”가 포착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사실을 보면, 당시 북측은 제3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까지 동반하는 초강경한 강압조치를 취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북측이 취할 강압조치의 강도가 2009년에 비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주목하는 것은, 북측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9.19 공동성명과 2.29 북미합의를 위반한 미국에 대해 요즈음 북측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측은 최고존엄을 계속 모독해온 이명박 정권을 맹렬히 규탄하면서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여 보복하겠다고 위협하였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미국이 9.19 공동성명과 2.29 북미합의를 위반하고, 추종국들을 동원하여 대북추가제재를 가하는데도 북측이 미국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미국에게 강압강도를 더 높인 초강경한 강압조치가 임박하였음을 알려주는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북측은 제1차 지하핵실험이나 제2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였을 때, 외무성이 핵실험을 실시하겠다는 성명을 사전에 발표하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자신이 최고영도자로 추대된 직후 미국이 북측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9.19 공동성명과 2.29 북미합의를 위반하는 것을 보고 격노하였을 것이며, 따라서 이전처럼 핵실험을 실시하겠다는 예보조차 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것만이 아니다. 북측은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열병식에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를 세상에 공개하였으므로, 이번에 취하는 강압조치에는 제3차 지하핵실험의 전격적인 실시와 더불어 화성 13호 시험발사까지 포함될 것으로 예견된다.

오산에 자승자박을 더한 미국

미국이 북측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범죄로 몰면서 유엔안보리 대북추가제재를 강행하면 북측이 미국에게 겁을 먹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설 것으로 생각하였다면, 그것은 오산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산에 자승자박을 더한 것이다. 미국은 2006년과 2009년에도 오산에 자승자박을 더하였는데, 이번에 또 다시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였다. 미국의 그런 반복적인 행동이야말로 북측을 극도로 자극함으로써 초강경한 강압조치에로 북측을 떠미는 짓이다. 북측은 자국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범죄로 몰면서 유엔안보리 대북추가제재 결의를 밀어붙여 북측의 자주권을 침해하였을 뿐 아니라, 9.19 공동성명과 2.29 북미합의까지 위반한 미국에게 값비싼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보복적인 대미강압조치가 시작될 것이다.

미국이 북측의 보복적인 대미강압조치를 피할 수 있는 방책은 하나 뿐이다. 9.19 공동성명과 2.29 북미합의에 따라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합의 이외에 다른 방책이 없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명확한 선택에 직면하였으나,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은 재집권에만 골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은 대선을 앞두고 자승자박을 풀 마지막 기회마저 상실한 것이다. 그래서 상황은 더 심각한 지경으로 밀려가고 있다. (자주민보 2012년 5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