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방사포가 거론되는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인민군 방사포의 족보읽기

러시아의 관영 국제라디오방송인 <러시아의 소리> 2010년 2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010년 말에 방사포 현대화 작업을 끝냈다고 한다. 그 보도기사가 지적한 현대화된 방사포들은 ‘그라드(Grad)’, ‘우라간(Uragan)’, ‘스메르츠(Smerch)’ 세 종류다. 그라드는 1960년대 초에 생산되었고, 우라간은 1970년대 말에 생산되었고, 스메르츠는 1980년대 초에 생산되었으니, 그처럼 오래 전에 생산된 방사포를 현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라드는 122mm 40련장 방사포인데, 사거리는 40km이며, 3축6륜 발사차량에 싣는다. 북측은 옛 소련으로부터 그라드를 수입하여 1970년대 중반에 모방생산하였다. 이것이 1세대 122mm 40련장 방사포다. 북측이 1980년대 초에 생산한 122mm 40련장 방사포는 1970년대 중반에 모방생산한 122mm 40련장 방사포와 달리 독자적으로 생산한 것이다. 독자생산한 그 방사포를 2세대 122mm 40련장 방사포라 할 수 있다.

북측은 2세대 122mm 40련장 방사포를 1990년대 초에 또 다시 현대화하였다. 1990년대 초에 현대화한 122mm 40련장 방사포의 존재를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처음 파악한 때는 1993년이다. 1990년대 초에 작전배치된 그 방사포를 3세대 122mm 40련장 방사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01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인민군 분렬행진에는 3세대 122mm 40련장 방사포와 전혀 다르게 생긴 122mm 40련장 방사포가 등장하였다. 3세대 122mm 40련장 방사포는 3축6륜 발사차량에 실렸는데 비해, 그 날 공개된 122mm 40련장 방사포는 예비 방사포탄 40발과 함께 4축8륜 발사차량에 실렸다. 4축8륜 발사차량에 실린 방사포를 4세대 122mm 40련장 방사포라 할 수 있다.

인민군은 여러 종류의 방사포를 보유하였는데, 122mm 방사포 이외에 240mm 방사포도 있다. 북측에서는 240mm 방사포를 1980년대 초반에 처음 독자생산하였고, 1980년대 중반에 현대화한 2세대 240mm 방사포를 생산하였고, 1990년대 초에 또 다시 현대화한 3세대 240mm 방사포를 생산하였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201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인민군 분렬식에 신형 240mm 방사포가 등장하였다. 그 신형 방사포는 4세대 240mm 22련장 방사포인데, 사거리가 90km이고, 3축6륜 발사차량에 실려 이동한다. 2012년 1월 8일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방영한 기록영화 ‘백두의 혁명위업을 계승하시여’에는 4세대 240mm 22련장 방사포 수 십 문이 일제히 사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분렬행진에는 3축6축 발사차량에 실린 300mm 12련장 방사포도 등장하였다. 이 방사포는 2012년 2월 16일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진행된 인민군 분렬행진에도 등장하였다. 이 방사포는 러시아군의 300mm 12련장 방사포 스메르츠와 비슷하게 생겼다. 스메르츠의 사거리는 90km이고, 4축8륜 발사차량에 실려 이동한다.

2012년 2월 초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방영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인민군대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정력적으로 지도’라는 제목의 기록영화에는 2011년 9월 7일에 실시된 인민군 육해공군 화력타격훈련 장면이 나오는데, 그 훈련장면들 가운데 각종 방사포 사격장면이 들어있다. 107mm 방사포, 122mm 방사포, 240mm 방사포, 300mm 방사포가 일제히 사격하여 집중포화를 퍼부으니, 거대한 산 전체가 화염으로 뒤덮히는 장면이다.

2세대 300mm 12련장 방사포

그런데 최근 남측 언론매체들은 북측이 최신형 방사포를 개발하였다고 일제히 보도하였다. 그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제각기 들쭉날쭉이어서 헷갈리는데, 2012년 2월 22일에 가장 먼저, 가장 자세히 보도한 <중앙일보> 관련기사가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2월 27일에 나온 <연합뉴스> 보도기사나 2월 28일에 나온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보도기사는 <중앙일보> 보도기사와 비교하면 300mm 방사포를 240mm 방사포로 잘못 적는 등 엉터리로 작성되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한국군 고위당국자가 2012년 2월 21일에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중앙일보> 2012년 2월 22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측이 기존 240mm 방사포를 현대화한 최신형 300mm 12련장 방사포 개발을 마쳤다는 것이다. 이 최신형 300mm 방사포는 2세대 300mm 12련장 방사포라고 할 수 있는데, 사거리는 기존 300mm 방사포의 사거리 90km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200km로 추정된다. <중앙일보> 보도기사는 2세대 300mm 12련장 방사포의 이름을 적시하지 않았는데, 몇 일 뒤에 <연합뉴스>,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그 방사포를 ‘주체100포’라고 부른다고 보도하였다. 방사포 고유명칭이 정말 그러한지 확인할 길이 없다.

방사포 사거리를 100km 이상으로 늘리는 경우, 관성항법장치(INS)나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한 정밀타격능력을 갖춰야 하는 데, <중앙일보> 2012년 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의 2세대 300mm 12련장 방사포는 러시아의 위성위치정보체계인 글로나스(GLONASS)에 의한 위성항법기술을 이용하여 유도기능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중앙일보> 2012년 2월 22일 보도기사가 지적한 것처럼, 인민군의 2세대 300mm 12련장 방사포는 경기도 평택시 인근에 있는 오산미공군기지와 건설 중인 주한미국군기지(Camp Humphreys)는 말할 것도 없고,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충청남도 계룡시에 있는 한국군 육해공군 종합기지 계룡대까지 집중타격하려는 목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 지역 최전방에서 계룡대까지 직선거리는 200km다.

<중앙일보> 2012년 2월 22일 보도기사가 인용한 한국군 당국자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인민군의 2세대 300mm 12련장 방사포는 두 가지 점에서 매우 위협적이다. 위성항법기술을 이용한 유도기능을 갖춰 정밀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위협적이고, 신속히 기동하는 발사차량에 싣고 갱도진지에서 갑자기 나와 집중사격을 하고 다른 곳으로 재빨리 이동한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예컨대 러시아군이 보유한 300mm 12련장 방사포 스메르츠의 경우, 12발 방사포탄을 38초 동안 신속히 발사하고 재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민군이 보유한 2세대 300mm 12련장 방사포는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에게 대응타격시간을 전혀 주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2004년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광웅 당시 국방장관은 인민군의 포격 움직임을 포착하면 6-11분 안에 격파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갱도진지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니 포격 움직임을 포착하기도 힘들거니와, 설령 포착한다고 해도 38초 동안 쏘고 재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하니 대응포격을 준비하려고 6-11분 동안 허둥지둥하다가 상황은 끝나버리는 것이다.

2010년 11월 23일에 있었던 연평도 포격전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남측의 <MBC 텔레비전> 보도에 따르면, 북측의 개머리 진지에 한 대도 보이지 않았던 방사포 발사차량이 그 날 오전에 어디선가 6대가 갑자기 나타나 기지 뒷편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오후 2시에 방사포 발사차량 12대가 어디선가 또 나타나 개머리 기지 주변을 빼곡히 에워싸듯 배치되었다. 그처럼 사격준비 움직임이 눈에 띄었는데도, 한국군은 인민군이 방사포를 배치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방사포 발사차량 18대가 사격준비를 마친 때로부터 불과 30여 분 뒤에 연평도를 향해 일제 사격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연평도 해병대 기지를 공격한 인민군 방사포는 모두 122mm 방사포들이었다. 포격전 직후에 연평도 일대에서 122mm 방사포탄 20여 발을 수거하였다는 보도를 보면, 그 방사포가 아주 오래 전에, 아마도 1980년대 초에 생산된 일반폭약을 넣은 낡은 방사포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연평도 포격전 직전에 인민군은 평소에 화력타격연습용으로나 쓰는 낡은 방사포탄을 포탄창고에서 꺼내 쏜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인민군이 2010년 10월 10일에 공개한, 4축8륜 발사차량에 실린 최신형 4세대 122mm 40련장 방사포 18문을 연평도로 집중발사하였다면, 연평도 전체가 쑥대밭이 되었을 것이다. 민간인 인명피해를 우려한 북측은 후방지역 로농적위대에 배치된 구식 방사포를 가져와 연평도로 쏘았던 것이다.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을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방사포를 현대화한다는 말은, 방사포탄 추진체의 성능을 개량하여 사거리를 늘이고, 위성항법기술을 도입해 타격정밀도를 높이는 것인데, 거기에 한 가지 더 첨가된다. 방사포탄에 들어가는 탄두폭약의 파괴력을 증강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측이 1세대 300mm 12련장 방사포보다 사거리를 두 배로 늘인 2세대 300mm 12련장 방사포를 만들었다는 것은, 사거리 연장 및 타격정밀도 향상과 함께 파괴력도 증강시켰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인민군이 최근에 개발한 2세대 300mm 12련장 방사포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 외부에 알려진 바 없어서,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러시아군이 보유한 300mm 12련장 방사포 스메르츠의 파괴력 이상으로 강할 것으로 보인다. 스메르츠 방사포의 탄두무게는 800-815kg에 이르는데, 집속탄이 들어있는 방사포탄도 있고, 살포지뢰가 들어있는 방사포탄도 있고, 고폭파쇄탄이 들어있는 방사포탄도 있고, 열압력탄이 들어있는 방사포탄도 있다. 물론 화학탄두가 장착된 방사포탄도 있다.

이처럼 작전현장에 따라 포탄 쓰임새가 서로 다른데, 만일 인민군이 개발한 2세대 300mm 12련장 방사포를 일제히 사격하여 주한미국군기지들과 한국군기지들에 집중포화를 들씌우면 재래식 포탄피격에 의한 피해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2010년 4월 12일부 관련기사에 따르면, 인민군이 쏘는 방사포 집중포화로 “선제타격을 받는 곳은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다.

<조선중앙통신> 2012년 2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인민군 제4군단 사령부 예하 4개 군부대들에 소속된 여러 대대들을 집중시찰하였는데, 이 군부대들은 백령도와 연평도를 각각 내려다보는 최전방부대들이다. 김정은 부위원장은 그 군부대들을 시찰하면서 “적들이 조국의 바다를 0.001mm라도 침범하면 원쑤의 머리 위에 강력한 보복타격을 안기라”고 명령하였다. 만일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을 수 없는 집중포화로 적진을 불바다로 만들라는 서슬퍼런 명령이다.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몸소 최전방에 나가 그런 서슬퍼런 명령을 내릴 만큼 군사상황이 극도로 심각해졌는 데도, 미국 군부는 올해도 ‘키 리졸브-독수리훈련’ 같은 북침전쟁연습을 여전히 감행하고, 한국 군부는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실탄사격연습을 또 다시 감행하면서 북측을 자극하여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매우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한반도 군사정세를 오판하는 미국 군부와 한국 군부는 북침전쟁연습을 영구 중지해야 하며, 백악관과 청와대는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반도 평화회담 개최 공약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2012년 2월 29일 자주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