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린 4.6 담화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그들은 천박한 상상에 빠졌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이 2012년 7월 25일 ‘북코리아의 계승과 불안정 위험(North Korean Succession and the Risks of Instability)’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장문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국제위기그룹은 1990년대 후반 클린턴 정부 시기에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토머스 피커링(Thomas R. Pickering)이 이사장으로 있는 국제단체이니, 그 긴 보고서는 읽어보나 마나 허구와 궤변으로 꾸며진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른바 ‘문호개방’과 ‘체제개혁’으로 북측의 사회주의체제가 변질, 와해되기를 바라는 반사회주의이념에 시선을 고정시켜놓은 국제위기그룹 분석가들이 북측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따라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보고서 형식을 빌어 발표하는 것 뿐이다. 그 엉터리 보고서는 “(북측에서) 변화를 일으킬 두 가지 가능한 요인이 정보유입(information inflow)과 시장화(marketisation)”라고 지적하면서, “북측에서 개혁(reform)과 변화(transformation)의 과정이 매우 긴 기간에 걸쳐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으로 결론을 맺었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북측의 ‘문호개방’은 장기적인 정보유입으로 가능하고, 북측의 ‘체제개혁’은 점진적인 시장화로 가능하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김정은 시대의 개막 이후 북측에서 정보유입과 시장화가 오랜 기간에 걸쳐 차츰 증대되면서 ‘체제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는 천박한 상상은, 비단 국제위기그룹만이 아니라 자본주의나라들에서 활동하는 다종다양한 ‘북한체제 변화론자’들의 머리 속에 만연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북측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완전무지가 빚어낸 천박한 상상이다. 우선, 북측이 문호를 폐쇄하였다는 주장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예컨대, <연합뉴스> 2012년 7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중국을 방문한 북측 인민들은 152,000명이며, 중국 국가관광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북측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130,000명이다. 미국과 일본 같은 북측의 적대국들에서나 방북하지 못하는 것이고,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북측의 우호국들에서는 자유롭게 북측을 오갈 수 있으므로, 북측이 문호를 폐쇄하고 있다는 미국과 일본의 주장은 자기들의 대북 적대관계를 북측의 문호폐쇄라고 왜곡하면서 세상을 기만하는 것이다. 만일 미국과 일본이 대북 적대관계를 청산하면, 미국인들과 일본인들도 중국인들이나 러시아인들처럼 북측을 오갈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통계수치는 ‘북한체제 변화론자’들이 북측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점을 말해주는 객관적 사실들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통계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체제 변화론자’들이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린 4.6 담화가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체제 변화론자’들은 북측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은 많이 하면서도, 정작 북측 언론보도는 꼼꼼이 챙겨 읽지 않는 듯하다. 만일 ‘북한체제 변화론자’들이 4.6 담화를 제대로 읽었더라면, 북측에서 정보유입과 시장화가 증대되어 ‘체제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는 천박한 상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4.6 담화란 무엇인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2년 4월 6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한 담화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우리 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높이 모시고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완성해나가자’를 이 글에서는 4.6 담화라 한다. 4.6 담화는 북측에서 역사적인 정치회합으로 매우 중시한 2012년 4월 11일의 조선로동당 제4차 대표자회 직전에 있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역사적인 정치회합’을 닷새 앞두고 그 정치회합에서 결정할 최고영도자의 영도방침을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에게 제시하였는데, 그 내용을 문헌으로 작성한 것이 바로 4.6 담화다. 최고영도자의 사상과 영도에 따라 움직이는 북측 사회주의체제의 특성을 생각하면, 김정은 시대의 앞길을 전망하는 데서 4.6 담화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4.6 담화를 정독하면, 김정은 시대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전망할 수 있다.

김정은 시대의 영도방침, 4.6 담화에 제시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4.6 담화를 통해 제시한 영도방침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4.6 담화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가장 중요하게, 그리고 명백하게 천명한 것은, ‘주체혁명위업’과 ‘선군혁명위업’을 계승하려는 자신의 뜻과 의지다. 4.6 담화에 따르면, 주체혁명위업과 선군혁명위업의 계승이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상과 로선을 일관하게 틀어쥐고 철저히 관철해나가”는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그런 뜻에 따라, 조선로동당은 4월 11일에 진행한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선로동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하였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는 4월 13일에 진행한 제12기 제5차 회의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였다. 4.6 담화에 따르면,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 내려진 그러한 추대결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추모하는 상징적 의의를 갖는 게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상과 노선을 충직하게 관철해나가기 위한 혁명위업계승이다.

북측의 사회주의체제에서 혁명위업계승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는 ‘북한체제 변화론자’들은 혁명위업계승을 ‘권력세습’이라고 비난하지만, 원래 세습이란 군주제 봉건주의체제나 공화제 자본주의체제에서 가능한 계급독재(class dictatorship)의 한 형태다. 이를테면, 왕세자 같은 봉건군주의 혈연적 후계자에게 책봉을 통해 독재권력을 물려주는 군주제 세습은 봉건군주제가 입헌군주제로 전환된 이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지만, 대선후보 같은 특정사회계급의 선출직 후계자에게 선거를 통해 독재권력을 물려주는 공화제 세습은 지금 세계적으로 만연되었다. 혈연적 후계자가 선출직 후계자로 바뀌었고, 책봉절차가 선거절차로 바뀌었을 뿐, 독재권력의 세습이라는 본질은 특정사회계급의 착취적 본질이 바뀌지 않은 것처럼 중세기로부터 수 백 년이 지난 오늘에도 바뀌지 않은 것이다.

군주제 봉건주의체제(제1체제)나 공화제 자본주의체제(제2체제)에서 독재권력의 세습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가 하는 문제, 그리고 북측에 성립된 수령제 사회주의체제(제3체제)에서 혁명위업계승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가 하는 문제를 논하는 것은 이 글의 주제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다른 집필기회로 미룬다.

둘째, 4.6 담화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조선로동당의 최고강령으로 선포하였다. 북측이 말하는 혁명위업계승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은 선대 수령의 혁명사상을 계승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어떤 물질적 실체를 계승하는 것은 그 물질적 실체를 넘겨받는 실제행동으로 나타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사상은 어떻게 계승하는 것일까? 북측에서 선대 수령의 혁명사상을 계승하는 것은, 4.6 담화에 따르면,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기 위한 투쟁을 더욱 힘차게 벌려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측 사회 전체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기 위한 투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되는 것일까? 4.6 담화는 이 문제를 세 가지 정치과업으로 해명하고 있다. 4.6 담화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제시한, 조선로동당의 최고강령을 실현하는 세 가지 정치과업이란,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강화, 일심단결 강화와 옹호보위, 선군혁명노선 견지로 요약될 수 있다. 북측에서는 이 세 가지 과업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혁명업적”이라고 본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서거한 이후 김정일 시대가 개막되었던 1990년대 후반기에, 북측 외부에서는 김정일 시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당시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 한 마디가 ‘북한체제 변화론자’들의 무모한 기대를 물거품으로 날려버렸다. 그런데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거한 이후 김정은 시대가 개막된 오늘, 이번에도 북측 외부에서는 김정은 시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또 다시 품게 되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룩한 세 가지 혁명업적을 계승하여 조선로동당의 최고강령을 실현하려는 정치방침을 제시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4.6 담화는 ‘북한체제 변화론자’들의 무모한 기대를 또 다시 물거품으로 날려버렸다.

‘전환’이라는 말이 4.6 담화에 여러 차례 나온 까닭

4.6 담화에서 주목하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환이라는 용어를 일곱 차례나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결정적 전환’이라는 말을 두 차례 사용하였고, ‘혁명적 전환’이라는 말을 두 차례 사용하였다. 또한 4.6 담화가 있었던 때로부터 아흐레 뒤인 2012년 4월 15일에 진행된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돐 경축 열병식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한 연설에는 ‘근본적인 전환’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결정적 전환이라는 용어는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하여서는”이라는 문장에서 나오고, “인민생활향상과 경제강국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는 문장에서 나온다. 또한 혁명적 전환이라는 용어는 “인민생활향상과 경제강국건설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온다는 문장에서 나오고, “문화건설의 모든 부문에서도 끊임없는 혁명적 전환을 일으켜 우리나라를 발전된 사회주의문명국으로 빛내여 나가야” 한다는 문장에서 나온다.

위의 인용문장을 읽어보면, 4.6 담화에 나와있는 것처럼 “경제와 인민생활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여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위력을 더욱 높이 발양시키고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건설하여야 할 중대한 과업”을 수행하는 데서 ‘결정적 전환’과 ‘혁명적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는 점을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강조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인민생활향상과 강성국가건설에서 결정적이고 혁명적인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북측에서 말하는 인민생활향상은 강성국가를 건설하는 중대한 과업이다. 물론 북측의 강성국가건설이 인민생활향상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 단계에서 인민생활향상이 강성국가건설의 핵심과제라는 점은 명백하다.

조선로동당은 2010년 1월 1일에 발표한 공동사설에서 인민생활향상을 가장 중요한 정치과업으로 제기하였다. 그 뒤를 이어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발표된 공동사설에서도 인민생활향상이 중요한 정치과업으로 또 다시 제기되었다. 특히 2011년 공동사설은 “인민생활향상을 최대의 중대사로, 최고의 투쟁목표로 틀어쥐고 끝장을 볼 때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투철한 립장”이라고 지적하였고, 공동사설 제목을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향상과 강성대국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로 정한 바 있다. 또한 2012년 공동사설에 따르면, 북측에서 농업과 경공업은 “강성국가건설의 주공전선”이다. 이처럼 북측에서 농업과 경공업의 발전을 매우 강조하는 까닭은 아래와 같이 설명된다.

소비재(북측에서는 식량과 인민소비품)와 서비스(북측에서는 인민봉사)를 인민들에게 공급하는 북측의 사회주의공급체계는 무상공급과 유상공급으로 구분되는데, 보육 및 교육, 의료, 정양 및 휴양 같은 서비스, 그리고 주택 같은 소비재는 무상으로 공급하고, 식량과 경공업제품 같은 소비재는 유상으로 공급한다. 그런데 북측에서는 아직 농업생산력과 경공업생산력이 고도로 발달하지 못했으므로, 그 두 부문에서 인민들의 수요를 원만히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에 따라 농업부문과 경공업부문에서 소비재의 사적 유통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게 되는데, 그렇게 허용된 소비재 유통공간을 농민시장(속칭 장마당)이라 한다.

세상이 아는 것처럼, 지난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측에서 소비재 생산이 극도로 위축되어 국영상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였다. 그렇게 되자 소비재를 사적으로 유통하는 농민시장이 자연히 확대되고, 소비재의 비공식 유통(속칭 보따리장사 또는 암시장)도 부분적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소비재의 사적 유통의 확대, 그리고 소비재의 비공식 유통의 출현은 북측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던 시기에 생겨난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므로, 북측이 농업생산력과 경공업생산력을 차츰 회복하는 추세에 따라 마땅히 사라져야 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북측이 추진한 경제정책은, 농업생산력과 경공업생산력을 끌어올려 국영상점의 유통능력을 전반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보따리장사를 자연도태시키고 농민시장을 ‘고난의 행군’ 이전의 원상태로 축소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북측이 세운 장기적인 추진계획은 두 단계로 시행되었다.

제1단계로 시행된 것이 2002년 7월 1일에 취해진 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조치(약칭 7.1 조치)다. 국영상점 판매가격(국정가격)을 올려줌으로써 국영상점 판매가격과 농민시장 판매가격의 격차를 해소하였다. 보따리장사를 강제로 금지하지 않고, 2003년 3월 말부터 평양을 비롯한 여러 도시들에 종합시장을 개설함으로써 종합시장이 소비재의 비공식 유통을 흡수하도록 유도하였다. 먹고 살려고 아우성치는 노점상을 공권력을 동원하여 강제로 철거하는 자본주의사회와 너무 다르다.

국영상점 판매가격이 올라가면 노동자의 생활비도 당연히 올려주어야 하므로, 생활비 인상이 7.1 조치에 포함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고용되는 계급적 착취관계가 완전철폐된 북측에서는 노동-자본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금지불제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북측 노동자는 자기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판매하여 착취당한 임금을 자본가로부터 받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일하는 생산단위에서 생산된 가치를 근로실적평가원칙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한다. 그렇게 분배한 가치를 현금으로 계상하면 그것이 곧 생활비인데, 생활비 액수는 ‘사회적으로’ 책정된다. 생활비의 사회적 책정에는 각 생산단위의 개별사정이 아니라 국가계획경제의 전반사정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므로, 당연히 국가계획경제를 지도하는 중앙기관이 노동자 생활비의 사회적 책정을 담당하게 된다.

한 마디로 말해서, 2002년에 시행된 7.1 조치는 ‘고난의 행군’을 극복한 직후 사회주의공급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제1단계조치였다. 그러나 당시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한 ‘북한체제 변화론자’들은 북측이 7.1 조치를 취함으로써 마침내 개혁과 개방의 길로 들어섰다느니, 시장경제요소를 받아들여 시장이 활성화되었다느니 하며 허튼 소리를 늘어놓았다.

2002년 7.1 조치 이후 10년, 이제는 2012년 9.1 조치로 진전한다

오늘 북측의 경제현실이 말해주는 것처럼, 7.1 조치 이후 10년 동안 북측은 농업부문과 경공업부문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확대하고, 그 두 부문의 생산현장에서 사회주의경쟁운동과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추진하여 농업생산력과 경공업생산력을 부단히 증대시켜왔다.

북측은 이처럼 10년 동안 부단히 노력하여 농업생산력과 경공업생산력을 증대시킨 뒤에, 제1단계(정상회복단계)에 있는 사회주의공급체계를 제2단계(심화발전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6월 28일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한 담화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에서 바로 그러한 제2단계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제시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제시한 제2단계 경제관리개선조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아서,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렇지만, 2002년의 제1단계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발전된 경제현실을 반영한 제2단계 경제관리개선조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제2단계 경제관리개선조치는, 농업부문과 경공업부문의 생산력이 일정수준으로 정상화된 오늘의 현실에서 국영상점의 공급능력을 더욱 확대하여 소비재의 비공식 유통(보따리장사)을 전면금지하는 한 편, 농촌의 농민시장과 도시의 종합시장을 원상대로 축소하는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해서 아래의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교도통신> 2012년 7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제2단계 경제관리개선조치는 2012년 9월 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하는데, “잉여생산물의 암시장 판매를 금지하여 국영상점 등의 정규유통경로를 이용하도록 규제하는” 조치라고 한다. 이 보도기사에 나온 ‘잉여생산물의 암시장 판매’라는 것은 보따라장사가 소비재를 비공식으로 유통하는 상행위를 뜻하는데, 소비재의 비공식 유통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9월 1일부터 시행될 제2단계 경제관리개선조치에 포함된 일부 내용인 것이다.

<연합뉴스> 2010년 10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측 국경도시 남양과 마주보는 중국 국경도시 투먼에 개장한, 1인당 8,000위안 이하의 보따리장사 판매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호시무역시장에 국경을 넘나드는 북측 보따리장수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중국 측의 예상을 깨고 그들의 모습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북측에서 이미 2010년 10월에 소비재의 비공식 유통이 축소되었음을 말해준다.

다른 한편, 북측에서 소비재의 사적 유통이 축소되었음을 말해주는 정보는, <자유아시아방송> 2012년 7월 23일 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주요 도시 곳곳에 국영상점을 대폭 늘렸고 이들 국영상점들이 장마당과의 가격경쟁에 뛰어들면서 손님들이 국영상점에 몰리기 시작했다”고 하면서, “장마당 상인들은 국영상점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매대와 함께 장사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도기사는 북측 농촌에서 농민시장이 축소되는 현상만 지적하였지만, 도시의 종합시장도 농촌의 농민시장과 마찬가지로 축소되고 있다.

사회주의경제의 발전원리를 보면, 사회주의가 고도로 발달할수록 소비재의 사적 유통이 사라지고, 국영상점이 높은 수준으로 활성화되고, 사회적 무상공급부문이 확대된다. 다시 말해서, 보조기능을 수행해온 시장마저 차츰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측에서 말하는 인민생활향상이란 고도로 발달한 사회주의경제의 유통 및 소비부문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지난 해부터 평양에 각종 대형국영상점(남측에서는 대형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지방에서는 자기 지방의 원료를 가지고 경공업제품을 생산하는 지방산업공장들이 속속 개건확장되는 것은, 북측이 인민생활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측에서 추구하는 인민생활향상이란 단순히 농업생산력과 경공업생산력을 끌어올려 사회주의상품유통을 확대한다는 뜻만이 아니라, 증가한 농업생산력과 경공업생산력에 맞춰 경제관리도 사회주의계획경제의 요구에 따라 더욱 계획화, 합리화한다는 뜻이다. 오는 9월 1일부터 북측에서 제2단계 경제관리개선조치가 시행되면, 북측은 사회주의계획경제를 건국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커다란 성과를 가져올 것이다. 북측이 추구해온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이 올해 2012년에 ‘결정적 전환’을 맞게 된다는 4.6 담화의 내용은, 김정은 시대의 개막과 함께 나타나는 현실발전추세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2012년 7월 30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