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악단, 파격공연으로 ‘불문율’을 깨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참신함 돋보인 조선식 전자음악의 새로운 경지

2012년 7월 6일 저녁 평양에서 매우 특별한 음악공연이 펼쳐졌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각계층 인사들과 함께 관람한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이었다. 공연제목을 시범공연이라고 한 것부터 인상적이다. 북측에서 새로운 음악연주단이 시범공연이라는 제목으로 첫 공연을 펼친 것은 이번 모란봉악단 공연이 처음이다.

<조선신보> 2012년 7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모란봉악단 시범공연 녹화실황을 7월 11일 오후 8시 15분부터 방영한다고 하루 전에 예고하였는데, 공연녹화실황 방영시간이 되자 평양 거리가 한산할 정도였다고 한다. 모란봉악단 공연에 대한 북측 인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문학예술부문에서 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원대한 구상을 안으시고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모란봉악단을 친히 조직”하였고, “정력적인 지도”를 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란봉악단을 친히 조직하고 정력적으로 지도한 것은, 중대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이 글의 집필목적은 그 정치적 의미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새로운 악단을 조직하려면, 악단을 이끌어갈 운영진을 구성해야 하며, 연주자, 성악가, 작곡가들을 선발하여 출연진을 구성해야 하며, 무대장치, 무대음향, 무대동영상, 무대조명, 무대의상 등을 전담할 제작진을 구성해야 하며, 공연무대에 올릴 노래들을 선곡하고 편곡하여야 하며, 각종 악기를 구비해야 하며, 출연자들이 상당한 기간 동안 공연연습을 하여야 한다. 창단준비는 그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므로, 모란봉악단의 경우에도 넉 달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였을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란봉악단을 친히 조직하고 정력적으로 지도하였다는 말은, 위에서 언급한 창단준비과정을 직접 지도하였다는 뜻인데, 시간을 역산하면 2012년 3월에 창단준비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시범공연이 끝났을 때, 김정은 제1위원장은 관람석에서 일어나 출연자들에게 축하박수를 보내며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그들의 공연성과를 치하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음악공연 출연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매우 잘하였다고 치하한 것은 은하수관현악단 공연에 이어 모란봉악단 공연이 두 번째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오늘 공연이 2시간이 넘게 진행되였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고, 또 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시면서 기분이 대단히 좋다고 기뻐하시였다”고 한다.

전자음악은 전자악기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한 음색과 풍부한 음향으로 음악을 형상하는 현대음악의 대표적인 형식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퇴폐음악을 연주하는 도구로만 쓰이던 전자악기를 북측 음악연주에 도입하여 혁명적이고 인민적이고 민족적인 노래들을 조선식 전자음악(Korean style electronic music)으로 연주한 북측 최초의 전자악단은, 1985년 6월 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로 창단되어 북측 인민들 속에서 음악열풍을 불러일으킨 보천보전자악단이다. 27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로 창조된 조선식 전자음악은, 오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로 창단된 모란봉악단에 의해 새로운 경지에 올라섰다고 말할 수 있다. 조선식 전자음악의 새로운 경지라는 말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담겨있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을 관람한 직후 악단 지도성원들에게 “공연의 주제와 구성으로부터 편곡, 악기편성, 연주기법과 형상에 이르는 모든 음악요소들을 기성관례에서 벗어나 대담하게 혁신하였다”고 평가하였다고 한다.

모란봉악단이 기성관례에서 벗어나 대담하게 혁신한 것은, 특색있는 악기편성이다. 모란봉악단은 전자바이올린 3명, 전자첼로 1명, 전자건반악기 2명, 전자기타 2명, 피아노 1명, 드럼 1명, 색소폰 1명, 성악가 5명을 포함하여 모두 16명으로 구성된 전자악단이다. 전자바이올린과 전자첼로를 중심으로 하여 다른 전자악기, 피아노, 드럼, 색소폰을 배합한 악기편성양식의 참신성을 보여준다. 전자바이올린과 전자첼로는 서양현악주법에 정통한 연주자만이 손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서양고전음악부터 현대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악연주형식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최첨단 악기다. 그런 최첨단 악기의 등장이 공연의 참신성을 더해주었던 것이다.

음악정치의 계승과 조선식 전자음악의 혁신

이전에 보천보전자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에는 전자바이올린과 전자첼로가 없었고, 전자기타와 전자건반악기와 드럼만 연주하였는데, 그 두 악단이 공연한 전자음악은 성악가들이 부르는 노래의 반주용으로 주로 연주되었다. 다른 한 편, 2009년 5월 30일 조선식 팝스오케스트라(pops orchestra)로 창단된 은하수관현악단은 민족악기와 서양악기를 중심으로 하고 전자기타와 드럼, 방창을 가미하여 경음악풍의 배합관현악을 연주한다.

그런데 모란봉악단은 전자음악으로 편곡된 경음악곡을 연주하기도 하고, 성악가들이 전자음악반주에 맞춰 노래하기도 하고, 경음악 연주와 노래를 배합하기도 하는 등 새롭고 대채로운 공연을 선보였다. 이번 시범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는데, 총 연주곡 26곡 가운데, 경음악곡이 13곡, 경음악과 노래를 배합한 연주곡이 3곡, 중창곡이 10곡이었다. 은하수관현악단 성악가들은 배합관현악반주에 맞춰 벨칸토(bel canto)창법으로 노래하는데 비해, 모란봉악단 성악가들은 전자음악반주에 맞춰 대중가요창법으로 노래한다.

모란봉악단 공연출연자가 모두 여성들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전자건반악기, 전자기타, 드럼으로 편성된 보천보전자악단의 경우, 악기연주자는 남성들이었고 성악가는 여성들이었는데, 모란봉악단 연주자는 모두 여성들이다. 모란봉악단 선우향희 악장은 원래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해왔다. 그녀가 바이올린을 독주하는, 이전에 나온 <유투브(Youtube)> 동영상을 보면, 세계 정상급 연주에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기량을 가진 연주자임을 알 수 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전자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악장으로 공연무대에 섰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을 관람한 직후 악단 지도성원들에게 공연성과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선우향희 악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정말 잘한다”고 치하하였다. 북측에서 최고영도자가 공연출연자들 가운데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여 치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공연무대형식도 매우 특별하였다. 동영상 무대배경은 대형 기둥처럼 생긴 아홉 개 화면으로 분리되어 시각적 박진감을 주었다. 또한 화려한 무대조명을 역동적으로 비추면서 때때로 레이저조명도 동원하였고, 공연무대 바닥에서 위로 쏘아올리는 불꽃장치까지 등장하였다. 이러한 공연형식은 북측 음악공연사상 처음 있는 파격적인 공연형식이다.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은 세계 전자음악계를 지배해온 미국식 전자음악의 패권에 조선식 전자음악의 ‘도전장’을 던진 것이었다. 음악적 감흥이 전자음악으로 표현되고 소통되는 전자화시대에, 모란봉악단의 조선식 전자음악공연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창시하고 발전시킨 음악정치에 더욱 현대화된 조선식 전자음악을 도입함으로써 음악정치의 지평을 전자화시대의 감각에 맞게 더욱 넓혔다고 말할 수 있다.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의 개막곡은 민요 ‘아리랑’을 전자음악으로 편곡한 ‘경음악 아리랑’이었다. 2012년 3월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한 은하수관현악단의 ‘배합관현악 아리랑’을 지휘한 남측의 정명훈 음악감독이 “정말 아름답게 편곡된 아리랑”이라는 찬사를 보낸 적이 있는데, 이번에 모란봉악단이 연주한 ‘경음악 아리랑’도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하게 편곡된 ‘전자음악 아리랑’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아리랑’은 우리 민족음악을 대표하는 명곡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 음악애호가들과 음악선율로 소통하는 국제공연무대에서 연주되는 민족음악의 대표곡이다. 모란봉악단이 민족음악의 대표곡을 조선식 전자음악으로 연주할 때, 동영상 무대배경에는 한반도를 중앙에 둔 세계지도가 펼쳐지고, 푸른 물빛 담긴 백두산 천지와 눈부신 해돋이를 맞은 동해 아침노을이 나타났다. 이러한 시청각적 전개에는 무슨 뜻이 담겨져 있을까?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공연 직후 악단 지도성원들에게 “주체적 립장에 확고히 서서 우리의 음악예술을 세계적 수준에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 것과 한반도를 중앙에 둔 세계지도가 펼쳐지는 가운데 백두산 천지와 동해 해돋이를 비춰주는 동영상 무대배경 앞에서 모란봉악단이 민족음악의 대표곡 을 연주한 것을 연결시켜 생각하면, 조선식 전자음악을 세계무대에 진출시키려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전략구상을 읽을 수 있다.

모란봉악단, 파격공연으로 ‘불문율’을 깨다

모란봉악단 시범공연 보도가 나오자마자 세계 각국 언론의 놀란 시선이 집중된 곳은, 시범공연에서 외국곡들을 연주한 장면이었다. 이전에 보천보전자악단도 가끔 외국노래를 연주하곤 하였지만, 외국곡을 조선식 전자음악으로 연주한 것은 모란봉악단 공연이 처음이다. 이전에 보천보전자악단 성악가들은 경음악풍으로 편곡한 북측 가요를 주로 공연하면서 이따금씩 외국곡을 한 두 곡 정도 부르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란봉악단은 그런 기성관례에서 과감히 벗어나 파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하였다. 조선 경음악곡을 3곡밖에 연주하지 않은 대신, 외국 경음악곡은 11곡이나 연주한 것이다. 모란봉악단이 연주한 조선 경음악 3곡은 ‘아리랑’, ‘예쁜이’, ‘그 품 떠나 못살아’였는데, 그 가운데서 ‘아리랑’과 ‘예쁜이’는 악단 전체가 연주한 곡이고, ‘그 품 떠나 못살아’는 현악4중주로 연주한 곡이다.

북측 음악계가 지켜온 음악공연 선곡원칙을 생각하면, 모란봉악단이 외국 경음악곡을 11곡이나 공연한 것은 실로 파격이다. 물론 모란봉악단의 외국곡 연주는 성악가들이 출연하지 않고 전자음악선율로만 선보인 것이지만, 외국곡을 주로 연주하였다는 점에서 선례를 찾을 수 없는 사상 최초의 사변이다. 북측 언론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공연 직후 악단 지도성원들에게 “우리 인민의 구미에 맞는 민족고유의 훌륭한 것을 창조하는 것과 함께 다른 나라의 것도 좋은 것은 대담하게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하였는데, 김정은 제1위원장의 그런 구상과 의도에 따라 모란봉악단이 시범공연에서 외국곡을 무대에 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모란봉악단이 연주한 외국곡들 가운데 미국 대중음악이 여러 곡 들어있었다는 점이다. 북측이 미국 대중음악을 공연무대에 올리고, 그 공연실황을 전국에 방영한 것은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일이다. 물론 모란봉악단이 미국 대중음악을 공연할 때, 우리말로 번역된 연주곡명을 알려주고 ‘외국곡’이라고만 소개하였으므로, 평소에 미국 대중음악을 전혀 접하지 않은 북측 인민들은 미국 대중음악 연주곡을 들으면서도 그것이 미국 대중음악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을 것이다.

<조선중앙텔레비죤>이 시범공연 닷새 뒤에 전국에 방영한, 모란봉악단 시범공연 실황을 담은 1시간 40분 길이의 동영상이 <유투브>에 게시되었는데, 거기에는 아래에 열거한 외국곡들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챠르다쉬(Czardas)’는 헝가리(북측에서는 현지어 표기원칙에 따라 마자르)의 전통춤곡이다. 또한 ‘집씨의 노래(Zigeurnerweisen)’는 19세기 말 스페인의 전설적인 바이올린 연주가이며 작곡가인 파블로 드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가 작곡한 명곡이다. 모란봉악단은 ‘챠르다쉬’와 ‘집씨의 노래’를 전자음악으로 편곡하여 연주하였는데, 원래 그 두 곡은 서양고전음악으로 분류된다.

모란봉악단이 연주한 ‘정통’ 경음악곡들 가운데는 프랑스 경음악곡이 4곡 포함되었다. ‘싸바의 여왕(La Reine de Saba)’, ‘장미빛을 띤 메뉴에뜨(Menuet)’, ‘뻬넬로뻬(Penelope)’, ‘별의 쎄레나데(Serenade de l'etoile)’ 같은 경음악 명곡들이다.

모란봉악단이 서양의 유명한 경음악곡들을 자기 식으로 편곡하여 공연한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지만, 미국 대중음악을 공연무대에 올린 것은 놀라운 일이다. 모란봉악단이 연주한 ‘이제 곧 날아오르리(Gonna Fly Now)’는 미국의 영화음악 작곡가 빌 콘티(Bill Conti)가 작곡하고 미국 영화 ‘록키(Rocky)’에 삽입한 주제곡이다. 영화 ‘록키’는 미국에서 1929년부터 해마다 한 차례 진행되는 아카데미 국제영화제에서 3개 부문에 걸쳐 수상할 정도로 유명한 영화였고, 그 영화의 주제곡인 ‘이제 곧 날아오르리’는 미국인들의 귀에 아주 익숙한 유행가다. 또한 모란봉악단이 연주한 ‘나의 길(My Way)’은 1967년에 프랑스에서 유행한 대중가요 ‘여느 때처럼(Comme d'habitude)’을 미국의 대중가수 폴 앵커(Paul Anka)가 전혀 다른 내용으로 노랫말을 바꾼 유행가인데, 미국의 정상급 대중가수 프랭크 시내트라(Frank Sinatra)가 불러 지금까지 미국인들의 인기를 모으는 유행가 중의 유행가다.

그런데 <조선중앙통신> 2012년 7월 7일 보도기사를 읽어보면, 모란봉악단이 위의 외국곡 8곡 이외에도 다른 외국곡을 3곡 더 연주하였음을 알 수 있다. 시범공연 닷새 뒤에 전국에 방영한, 모란봉악단 시범공연 녹화실황을 찍은 1시간 40분 길이의 동영상에는 위의 3곡이 나오지 않는데, 녹화영상편집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 보도기사에 노래제목만 나온 외국곡들은 아래와 같다. ‘결투(The Duel)’는 팝음악(pop music)이고, ‘승리(Victory)’는 랩송(rap song)이고, ‘달라스(Dallas)’는 컨츄리음악(country music)이다. 거기에 더하여, ‘세계동화명곡묶음’이라는 제목의 연속곡으로 연주한 노래 12곡도 미국 아동만화영화의 주제곡들이다.

이처럼 모란봉악단이 미국인들이 즐겨 부르는 유행가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팝음악과 랩송과 컨츄리음악까지 공연무대에 올린 것은 파격을 넘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북측의 주체음악은 북측에서 작곡된 혁명가요, 생활가요, 민요풍 가요 그리고 현대적으로 편곡된 우리 민요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는데, 이번에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에는 미국 대중음악이 여러 곡 포함되었다. 이처럼 특별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위에서 논한 것처럼, 모란봉악단 창단을 준비하던 나날에 악단 지도성원들은 시범공연에서 연주할 곡들을 선곡하였을 것인데, ‘공연금지’가 불문율처럼 정해진 미국 대중음악을 악단 지도성원의 자체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공연종목에 넣지 않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북측의 문화예술정책과 사회적 분위기에서 미국 대중음악을 공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에 미국 대중음악을 포함시킨 전례 없는 파격적인 조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결정과 지시로만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유격대형 문화사절단이 공연무대 펼치고 싶어하는 곳

김정은 제1위원장은 왜 미국 대중음악을 공연종목에 포함시킨 것일까?

첫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음악정치를 계승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선식 전자음악을 혁신시키고 발전시켜 세계무대에 내세우려는 전략구상을 하였던 것이다. 은하수관현악단이 2012년 3월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음악애호가들의 절찬 속에 공연함으로써 조선식 배합관현악을 세계무대에 진출시킨 것처럼, 이번에는 모란봉악단의 조선식 전자음악을 세계무대에 진출시키려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식 전자음악이 세계무대에 진출하려면, 모란봉악단이 세계 전자음악의 중심지인 미국에 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북측과 미국의 문화교류를 추진해온 미국의 민간단체 ‘글로벌 리소스 서비스(GRS)’가 조선국립교향악단을 미국에 초청하여 순회공연을 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인데, 미국 국무부의 ‘옹졸한 반대’에 가로막혀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모란봉악단이 미국 공연무대에 서려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대중음악을 연주할 줄 알아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모란봉악단의 미국 대중음악 연주는 조선식 전자음악을 세계무대에 내세우려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전략구상에 따라 마련된 시범연주였던 것이다. 공연제목을 창단공연이 아니라 시범공연으로 정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러므로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은 그 악단을 미국에 보낼 준비를 끝냈으니 이제는 미국이 북측에게 문호를 개방하라는 강력한 신호인 것이다.

둘째,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공연 직후 악단 지도성원들에게 “전승절에 즈음하여 모란봉악단 공연을 진행”하라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한 날을 북측에서는 “미제의 침략을 물리친 전승절”이라 한다. 북측에서는 해마다 6월 25일부터 7월 27일까지 한 달 기간을 ‘반미공동투쟁월간’으로 정하고 북측 인민들에게 반미계급의식을 교양해왔다. <조선중앙통신> 2012년 6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반미공동투쟁월간’에 즈음하여 중앙계급교양관을 참관하는 수많은 근로자들이 미국에 대한 “천백배의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모란봉악단 대중공연을 올해 ‘전승절’에 진행하라고 지시하였다. 만일 모란봉악단이 시범공연에 올린 곡들을 ‘전승절’ 공연무대에 다시 올린다면 미국 대중음악도 연주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3년 동안 치열한 전면전을 벌였고, 59년 동안 불안정한 정전상태에 있으며, 미국발 대북침공위험이 계속되는 올해 7월 27일에 모란봉악단의 공연에 미국 대중음악이 포함된다면 그것은 무슨 뜻인가? 그러한 파격적은 음악공연은 2013년 7월 27일에 맞게 되는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1년 앞두고, 이제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고 평화협정 체결과 관계정상화에 나서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미국에게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친히 지도한 모란봉악단 창단준비과정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2년 2월 23일부터 24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제3차 북미고위급회담이 진행되었고, 북미 2.29 합의가 평양과 워싱턴 디씨에서 동시에 발표되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대선국면에 접어든 미국은 북미 2.29 합의를 실행하는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미국 대선이 끝나면 북미관계 분위기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녕변 핵시설단지 안에 건설 중인 시험용 경수로 공사가 완공시점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서고 있으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국 대선 이후 북미 2.29 합의를 실행에 옮기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런 맥락을 생각하면, 모란봉악단은 북미 2.29 합의 실행을 위해 북미관계 분위기를 반전시킬 평화의 선율을 안고 미국을 방문할 공연준비를 이미 끝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이나 은하수관현악단은 연주자만 해도 엄청나게 많아서 해외공연을 나갈 경우 초청자 측이 부담하는 경비가 수 십만 달러씩 되지만, 모란봉악단 연주자는 16명밖에 되지 않으니 경비부담이 확 줄어든다. 음악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군사용어를 빌려 묘사하면,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전통악기로 무장한 군단급 문화사절단이고, 은하수관현악단이 전통악기와 일부 전자악기로 무장한 사단급 문화사절단이라면, 모란봉악단은 최고사령관이 명령하면 언제나 어디든지 즉각 출동할 준비태세를 갖춘, 최첨단 전자악기로 무장한 유격대형 문화사절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선식 배합관현악을 연주하는 사단급 문화사절단이 2012년 3월에 첫 해외공연무대를 펼친 곳이 유럽 관현악의 중심지이며 유럽문화 1번지인 프랑스 파리였다면, 조선식 전자음악을 연주하는 유격대형 문화사절단이 첫 해외공연무대를 펼치고 싶어하는 곳은 전자음악의 중심지이며 유엔본부가 있는 국제정치 1번지 미국 뉴욕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20,000석 규모의 초대형 실내공연장 매디슨 스퀘어 가든(Madison Square Garden)에서 모란봉악단이 이번 시범공연에 올렸던 민요풍 노래 ‘녕변의 비단처녀’를 연주한다면, 평안북도 녕변을 우라늄농축의 근거지라고만 알고 있던 미국인들에게 그 고장은 약산의 진달래꽃 만발한 비단처녀의 고향으로 알려질 것이다. 음악은 수 천 마디 외교술이 대신할 수 없는 간결명료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창시하고 발전시켜온 음악정치가 오늘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력적인 지도”에 의해 주체음악의 색다른 선율을 울리기 시작하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색다른 선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그토록 이루려 하였던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실현을 추동하는 박진감 넘치는 전자음악선율이다.  (2012년 7월 23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