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보보호협정의 음험한 내막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자발적 수용과 굴욕적 추종

범죄자가 남몰래 범행을 저지르는 것처럼, 이명박 정부도 국민들 몰래 일을 저지르려다가 발각되었다. 2012년 6월 26일 국무회의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를 즉석안건으로 상정하여 국민들 몰래 의결한 것이 바로 그런 꼴이다.

남측 정부 고위당국자가 전한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2년 7월 1일 보도에 따르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처리는 국방부와 외교통상부가 아니라 “청와대가 총괄”한 것이고 “청와대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총괄하였다는 말은 이명박 대통령의 심복인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총괄하였다는 뜻이고, 청와대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는 말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하였다는 뜻이다. 이러한 정황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처리사태의 책임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음을 말해준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국민들 몰래 처리하였다가 발각된 이명박 정부는 분노한 각계각층 국민들로부터 비난과 규탄을 받고 있다. 밀실처리사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면 앞으로 일본 자위대가 이 땅에 들어오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를 국민들에게 안겨주었고,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불러일으킨 자극제가 되었다. 일본이 식민지 강점기에 이 땅에서 저지른 극악한 만행과 반인륜적 범죄를 끝까지 부인하면서 되레 독도까지 강탈하려는 야욕을 드러내는 판이므로, 일본에 대한 국민적 감정은 매우 날카로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이 땅의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는 망동이 아닐 수 없다.

협정의결 밀실처리를 강행했다가 강한 후폭풍을 맞은 이명박 정부는 일본과의 협정체결을 무기한 연기하고 국회에서 처리하는 긴급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그러한 협정체결 무기한 연기와 국회 재처리는, 협정을 원래 이명박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 일본과 체결하면서, 이명박 대통령 자신은 이번 사태의 후폭풍에서 벗어나려는 ‘꼼수’로 보인다. 문제의 핵심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국회에서 처리하도록 협정체결을 무기한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 협정 자체를 백지화하는 것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작성되었는가 하는 내막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국민들은 협정체결 무기한 연기와 국회 처리를 반대하고 그 협정 자체를 당연히 배격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배격하게 되리라고 보는 까닭은, 그 협정이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크게 자극하였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협정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파괴할 음험한 협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논한다.

또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 음험하다는 표현을 쓰는 까닭은, 범죄학 용어를 써서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협정체결을 노리는 ‘주범’은 이명박 정부와 일본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일본의 등을 협정체결로 떠미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범’이며, 이명박 정부와 일본은 ‘종범’이다.

이명박 정부가 오래 전부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국민들 몰래 은밀히 준비해오면서 준비과정에 대해 언론에 알리지 않았던 까닭은, 미국이 자국의 군사적 목적에 이용하기 위해 그 협정을 체결하라고 요구하자 이명박 정부와 일본이 그 요구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발적 수용은 미국에 대한 굴욕적 추종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러한 자발적 수용과 굴욕적 추종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논한다.

두 개의 군사전략과 두 개의 3자 동맹체제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된 이후 한국 군부는 일본의 대북첩보위성이 보내온 위성촬영정보를 일본 자위대로부터 받게 될 것이고, 일본 자위대는 국정원의 북파간첩들이 보내온 대북인적정보를 한국 군부로부터 받게 될 것으로 예견한다. 일본이 최근에 쏘아올린 최신형 대북첩보위성은 지상에 있는 6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고 하지만, 2010년 8월에 전원 계통 장비의 고장으로 일부 첩보위성이 폐기되었고, 그에 따라 북측의 특정 지점을 하루에 한 차례도 촬영하지 못한다. 그런 난감한 처지에 있는 일본은 자기의 대북정보부족을 메우기 위해 남측으로부터 대북인적정보를 받으려고 애쓰며, 남측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려고 서두는 것이다. 그러나 돈벌이에 눈이 먼 탈북자들을 북측에 잠입시켜 얻어내는 국정원의 대북인적정보도 허술하기 짝이 없고, 일본의 대북첩보위성체계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주목하는 것은, 그처럼 허술한 대북정보력을 상호교류로 보완하려는 어리석은 짓보다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지닌 극도의 위험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극도의 위험성이란, 협정 체결 이후 남측과 일본의 군사협력이 정보부문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침략적 군사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이 밀고 나가는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수행하는 침략적 군사전략이란, 북측에서 급변사태를 일으켜 북측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북한붕괴전략’과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기 위해 대미추종국들을 동원하는 중국포위전략을 뜻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이 추진하는 ‘북한붕괴전략’은 ‘북한민주화운동’으로 북측에서 급변사태를 일으켜 북측 정권을 무너뜨리고 무력침공을 하려는 것이고, 중국포위전략은 중국-일본 관계, 중국-베트남 관계, 중국-필리핀 관계에서 영토분쟁을 격화시키고, 그 분쟁을 이용하여 중국을 포위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말하는 아시아태평양 중시전략에서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북한붕괴’와 중국포위로 압축되는데, 그러한 도발적이고 침략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이 취한 전략적 행동이 바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3자 군사동맹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미국은 3자 군사동맹을 3자 안보협력(security cooperation)이라 부르지만, 3자 체제의 본질은 미국이 동아시아 정세를 폭력적으로 재편하려는 데 있으므로 평화적 안보협력이 아니라 침략적 군사동맹이라고 표현해야 옳다.

미국의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은 미일군사동맹에 남측을 끌어들인 ‘미일한 3자 군사동맹체제’를 수립하는 것과 더불어 미일군사동맹에 오스트레일리아를 끌어들인 ‘미일호 3자 군사동맹체제’까지 이중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명백하게도, ‘미일한 3자 군사동맹’과 ‘미일호 3자 군사동맹’의 목적은 미국이 추종국들을 거느리고 동중국해 제해권을 장악하여 ‘북한 붕괴’와 중국 포위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명백하게도, ‘북한붕괴전략’과 중국포위전략은 반제자주적인 나라들을 무너뜨리고 제국주의세계체제를 완성하려는 범죄행위다.

그러한 3자 군사동맹체제를 수립하려는 미국의 범죄행위는 일련의 협정체결로 나타났으니, 미국은 2004년 7월 29일 미일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였고, 2011년 11월 29일에는 미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였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를 미일동맹체제에 끌어들여 ‘미일호 3자 군사동맹체제’를 수립하려는 전략구상에 따라, 미국은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의 등을 떠밀어 2012년 5월 17일에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시켰고, 연이어 5월 19일에 군수지원협정도 체결시켰다. 이로써 ‘미일호 3자 군사동맹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미국에게는 이제껏 연결하지 못한 ‘마지막 고리’ 한 개가 남아있었다. 남측을 오스트레일리아처럼 미일동맹체제에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이명박 정부와 일본의 등을 떠밀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한일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도록 만들어야 3자 군사동맹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으므로, 미국의 외교역량은 그 두 협정의 체결을 추진하는 작업에 집중되었다.

미국이 SPI에서 추진한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

남측과 일본이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게 만들려는 미국의 협정체결준비는 그 동안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미국의 시각으로 보면,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가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는 것과 함께 남측과 일본도 그 두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였으므로, 미국은 일본과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던 첫 시기부터 남측 정부에게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 및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라고 요구하였다. 미국이 그 두 협정을 체결하라고 남측 정부에게 요구한 공식통로로 생겨난 것이, 2005년 2월 3일 서울에서 제1차 회의를 진행한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Security Policy Initiative Talks)다. 지난 시기 남측 언론에 SPI라는 약칭으로 보도되어온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를 미국이 적극적으로 진행한 목적은, 남측 정부가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 및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게 만들어 ‘미일한 3자 군사동맹체제’를 수립하려는 것이었다.

폭로 전문 누리집 ‘위킬릭스(Wikileaks)’에 게시된, 주한미국대사관 정치참사 브라이언 맥피터즈(Brian D. McFeeters)가 2008년 4월 28일 본국에 보낸 비밀전문 ‘제17차 미한안보정책구상회의(SPI 17: U.S.-ROK 17TH SECURITY POLICY INITIATIVE TALKS)’에 따르면, 2008년 4월 8일 서울에서 열린 제17차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에 미국측 대표로 참석한 당시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차관보 데이빗 세드니(David Sedney)가 “미국은 일본, 한국과 함께 3자 안보협력을 재개하는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 일본 자위대에 있는 동료들도 (미국 군부와) 마찬가지로 열심”이라고 말하였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재개한다(resume)’는 표현을 썼다는 점이다. 왜 재개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까?

세드니 차관보의 입에서 재개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은 실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2005년 2월 3일에 제1차 회의를 진행한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가 2008년 4월 8일 제17차 회의로 이어지기까지 4년 동안 ‘미일한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작업이 사실상 중단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미일한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작업이 사실상 중단되었던 그 시기는 노무현 정부 집권기이므로,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미일한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 요구를 무턱대고 따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노무현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한일군수지원협정을 미국의 요구대로 추진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그 두 협정이 미국의 요구대로 추진되지 못한 원인은 노무현 정부의 대미정책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한일관계의 특수성에 있었다.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고, 독도강탈야욕을 드러내고, ‘종군위안부’ 보상을 거부하는 등 악질적이고 야비한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를 때마다 남측 국민들의 반일감정은 격화되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남측 정부가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 및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국민들의 감정을 격화시켜 반정부투쟁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르지 않았다. 그런 상황을 간파한 노무현 정부는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가 시작된 2005년 2월 25일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2008년 2월 24일까지 4년 동안 미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및 한일군수지원협정 체결요구를 따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북측이 핵무기 보유국으로 등장하고,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등장하자 미국은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 추진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게 되었다. 조급해진 미국은 일방적 행동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하였다. 위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의 집권 마지막 해였던 2007년 5월 당시 미국 국방장관 로벗 게이츠(Robert M. Gates)는 국방장관실 동북아시아국장 존 힐(John Hill)에게 “미일한 3자 안보협력 고위급 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문제”를 한국 국방부와 협의하라는 임무를 주어 서울에 파견하였다. 그렇게 하고서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위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게이츠는 2007년 11월 7일 서울에서 진행된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제39차 회의에서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에게 “미국-한국-일본 3자 안보협력을 강화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였다.

‘한미동맹 복원과 강화’를 외치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2월 25일에 집권하자, 미국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위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2008년 4월 8일 서울에서 열린 제17차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에 미국측 대표로 참석한 세드니는 “올 여름(2008년 여름을 뜻함-옮긴이) 하와이에서 실시될 림팩훈련(RIMPAC Exercise: 20여 개 태평양 연안국 해군들이 연례적으로 참가하는 환태평양훈련을 뜻함-옮긴이) 직후에 실시하기로 계획된 3자 수색 및 구조훈련만이 아니라 3자 연례전략기획정책회담을 통해 미국 태평양사령부 전략기획정책실(J-5)이 이미 한국 및 일본과 함께 3자 협의과정에 참가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이 (미국-한국-일본의) 작전급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면서 “3자 국방부들 사이에서 전략정책적 토의가 재개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였다.”

북측이 핵보유국으로 등장하고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등장하면서 한층 더 조급해진 미국의 요구를 적극 추종하는 ‘종미의 길’에 발벗고 나선 것은 이명박 정부다.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의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에 자발적으로 참가하였다. ‘위킬릭스’에 게시된, 주한미국대사관 정치참사 조셉 윤(Joseph Y. Yun)이 작성하여 2009년 1월 12일 본국에 보낸 비밀전문 ‘북코리아,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에 대한 한국의 대외정책(ROK'S FOREIGN POLICY TOWARD THE NEIGHBORS: NORTH KOREA, JAPAN, CHINA AND RUSSIA)’에 따르면, “이명박은 2008년 10월 도쿄에서 진행된 미일한 3자 정책기획회담(Trilateral Policy Planning Talks)에 한국 대표단을 참가시키겠다고 결정하였고, 2008년 11월 워싱턴 디씨에서 미일한 3자 국방회담(Defense Trilateral Talks) 6년만에 재개하는 것에도 동의하였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종미 대통령이 남측에 등장하여 그 동안 미국이 연결하지 못한 한일관계의 ‘마지막 고리’를 연결할 수 있게 되었으니, 미국이 이명박 대통령을 그토록 반기며 좋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쉬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미국의 가장 친근한 벗’으로 추켜세워 주고, 오바마 대통령도 이명박 대통령과 만날 때마다 그를 마치 친혈육처럼 따뜻이 대해주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미국 주도로 진행된 DTT라는 이름의 3자 군사회담

2009년 6월 26일 일본 도쿄에서 제5회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식이 진행되었다.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는 군국주의와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3자 군사동맹체제를 수립하는 데 앞장섰던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정객이다. 그런데 그 날, 그의 이름으로 제정된 상을 받은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의 심복인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김태효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1월 15일 김태효를 대외전략기획관으로 승진, 발령하였는데, 2012년 6월 26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처리가 이명박-김태효 선에서 추진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위에서 논한 그대로다.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에 앞장선 일본의 극우세력이 이명박 대통령의 심복에게 나카소네 야스히로상을 수여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를 말해주는 방증(傍證)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에 집권과 더불어 미국의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사업을 적극 추종해 나서자, 미국은 몇 달 뒤에 ‘미일한 3자 차관보급 국방회담(DTT)’을 벌여놓았다. 3자 차관보급 국방회담 제1차 회의는 2008년 11월 6일부터 7일까지 워싱턴 디씨에서 열렸고, 제2차 회의는 2009년 7월 16일부터 17일까지 도쿄에서 열렸고, 제3차 회의는 2010년 6월 서울에서 열렸다. 하지만 국민들 몰래 진행하는 바람에 남측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 몰래 참가해온 3자 차관보급 국방회담은, ‘위킬릭스’에 게시된, 주일미국대사관 부대사 제임스 줌월트(James P. Zumwalt)가 작성하여 2009년 8월 14일 본국에 보낸 비밀전문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7월 16-17일 미일한 3자 국방회담에 참석한 그렉슨 차관보(ASD[APSA] GREGSON PARTICIPATES IN JULY 16-17 U.S.-JAPAN-ROK DEFENSE TRILATERAL TALKS)’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그 비밀전문에 따르면, 2009년 7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3자 차관보급 국방회담 제2차 회의 참석자들은 아래와 같다. 미국 측에서는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월러스 그렉슨(Wallace Gregson) 외 26명이 참석하였는데, 미국 국방부 9명, 미국합동참모본부 3명, 태평양사령부 3명, 주일미국군사령부 2명, 주한미국군사령부 1명, 주일미국대사관 7명, 주한미국대사관 2명 등이다. 일본 측에서는 일본 방위성 국방정책국장 다카미자와 노부시게(高見澤將森) 외 20명이 참석하였는데, 방위성 14명, 외무성 4명, 통합막료부 2명, 주미일본대사관 1명 등이다. 남측에서는 한국 국방차관 김상기 외 13명이 참석하였는데, 국방부 9명, 외교통상부 1명, 청와대 1명, 주일한국대사관 1명, 한국국방연구원 1명 등이다.

위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3자 군사동맹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이미 3자 군사전문가들이 지역안보문제를 논의하는 3자 국방정책기획부문 전략회담도 진행해오고 있었고, 3자 민간인 군사전문가들이 참가하는 3자 1.5 트랙 협의(track-1.5 discussion)도 진행해오고 있었다. 3자 차관보급 국방회담은 3자 국방정책기획부문 전략회담과 3자 1.5 트랙 협의에서 도출된 성과를 바탕으로 시작된 공식회담인 것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미국의 ‘작전계획 5029’

위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2009년 7월 16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3자 차관보급 국방회담 제2차 회의에서 미국 대표자들은 미국 국방부가 2006년 2월 6일에 발표한 ‘4개년 국방검토 보고서(Quadrennial Defense Review Report)’에 포함된 네 가지 주요사항을 언급하였는데, 그것은 “비정규전, 최상위 비대칭능력(high-end asymmetric capabilities), 전 세계적 전력배치(global force posture), 민간 주도의 작전 및 활동에 대한 군부의 지원 강화”다. 이 네 가지 주요사항은 미국이 북측에서 이른바 ‘북한민주화운동’을 벌여 급변사태를 일으킴으로써 북측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작전계획 5029’과 일맥상통하는 작전목표들이다.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이 북측의 급변사태 유발과 북측 정권의 붕괴를 노리는 ‘작전계획 5029’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3자 차관보급 국방회담 제2차 회의에 참석한 일본 방위성 국방정책국장 다카미자와 노부시게가 꺼내놓은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일본의 “신방위대강”에 포함된 세 가지 주요사항을 언급하였는데, 그것은 “포괄적 범위의 급변사태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통한 국가안보 유지, 지역안보환경의 안정화, 세계안보환경의 개선”이다. 그가 말한 ‘포괄적 범위의 급변사태’란 미국이 북측에서 일으키려는 급변사태를 뜻한다.

이와 같이 도발적이고 침략적인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과 ‘작전계획 5029’ 연습은 2007년 후반부터 본격화되었다. 이를테면, 미국은 동중국해 북쪽 해상에서 2007년 10월부터 ‘미일호 3자 연합해상훈련’을, 2008년부터는 ‘미일한 3자 연합해상훈련’을 각각 해마다 실시하면서 대북 해상봉쇄연습을 강행해오고 있으며, 미국군 공보실 2010년 12월 9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마이크 멀린(Mike Mullen) 당시 미국 합참의장이 서울을 거쳐 도쿄를 방문한 2010년 12월 9일에 미일연합함대연례훈련 ‘예리한 칼(Keen Sword)’이 벌어진 훈련현장을 찾아가서 한국군이 미일연례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한 것은 “우리의 집단적 준비를 강화하고 우리의 3자 관계를 확대하는 엄청나게 중요한 첫 발걸음”이라고 칭찬하면서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한 미국의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요구를 적극 추종하는 일본은 북측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나는 경우 재한일본인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재외국민수송훈련’을 2011년 1월 17일에 아이찌현에서 실시하였고, 2012년 6월 15일에는 일본 방위성 발표문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을 동해에서 서해로 재배치하려는 의사를 드러냈다. 그에 발맞추어 이명박 정부는 3자 연합함대 훈련에 적극 참가하는 한 편, 동중국해 북쪽 해상에 출동하는 3자 연합함대를 위한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를 국민적 반대의사를 묵살하고 마구 밀어붙이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미국, 일본, 남측의 각종 군사행동들이 말해주는 것은, 3자 군사동맹의 일차적 목표가 북측에서 급변사태를 유발하여 북측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며, 그러한 침공도발을 명시한 ‘작전계획 5029’를 기어이 행동에 옮기려는 북침전쟁연습을 위한 3자 군사협력이 날로 강화되어왔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그 동안 국민들 몰래 일본과 은밀히 추진해온,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준비작업은 바로 그러한 침략적 3자 군사동맹의 촉진제다.

위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2009년 7월 16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3자 차관보급 국방회담 제2차 회의에 참석한 일본 방위성 국방정책국장 다카미자와 노부시게는 한일군사정보보호에 관한 남측과 일본의 양자협의가 “활기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한일 양자협의를 진척시킬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 협의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 발언이야말로 일본이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다그치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아사히신붕> 2010년 11월 9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군부와 일본 자위대가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남측에서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 부름-옮긴이)’을 체결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으며, “한국은 몇 년 전부터 북한의 급변사태를 우려해 일본에게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체결의사를 타진해왔다”는 것이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처리를 강행한 것은 이미 2009년 7월에 진행된 3자 차관보급 국방회담 제2차 회의 이후부터 비밀리에 추진되어온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마무리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3자 비밀회의에 자발적으로 줄곧 참석해왔으면서도, 3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 및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추진할 것처럼 무기한 연기설을 퍼뜨리며 내숭을 떠는 것은 국민의 반일감정을 의식한 기만행동으로 보인다.

이 땅의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의 그러한 기만행동에 속지 않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전면 배격하는 것은, 미국의 도발적이고 침략적인 3자 군사동맹체제 수립을 저지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북측에서 급변사태를 일으켜 한반도를 전쟁의 불길 속으로 밀어넣으려는 3자 군사동맹을 반대하는 투쟁은 이 땅의 국민들에게 주어진 시급하고 중요한 임무다. (2012년 7월 2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