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 미국 대통령 특사 극비방북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통상적 서해항로를 이탈하여 북상하는 정체불명 항공기

2012년 5월 18일 남측 텔레비전방송 KBS의 새 노동조합이 제작하는 ‘리셋 KBS 뉴스9’에 방영된 보도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보도내용에 관련정보를 추가하여 재구성하면 아래와 같은 ‘놀라운 그림’이 그려진다.

미7공군 전략거점인 오산 공군기지에는 주한미공군사령부가 주도하고 한국공군작전사령부가 참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중앙방공통제소(MCRC)가 있다. 2012년 4월 7일 오전 6시 40분, 중앙방공통제소에서 긴급상황이 발생하였다. 서해 남서쪽 상공에서 통상적인 항로를 벗어나 북상하고 있는 정체불명 항공기 한 대를 방공관제레이더가 포착한 것이다. 중앙방공통제소가 운영하는 방공관제레이더는 작전기는 물론 민항기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공역의 모든 비행정보를 파악한다.

중앙방공통제소는 정체불명 항공기가 출현하였음을 오산 공군기지에 함께 주둔하는 전구항공통제본부(TACC)에 알렸고, 전구항공통제본부는 즉각 비상을 걸어 방공안전망을 가동하고, 초계비행 중인 한국군 전투기에게 정체불명 항공기에 접근하여 항로를 차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한국군 전투기가 접근하여 항로를 차단하자 정체불명 항공기는 더 이상 북상하지 못하고 서해 남측 상공을 선회하기 시작하였다.

근접비행으로 정체불명 항공기의 북상을 저지하던 한국군 전투기 조종사는 그 항공기 기종이 보잉 737기이며, 기체에 ‘US Air Force’라는 글자와 미국 국기가 그려져있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그 사실을 전구항공통제본부에 보고하였다. 만약 정체불명 항공기가 미국 국적기가 아니었다면, 전구항공통제본부는 한국군 전투기에게 그 항공기를 강제착륙시키라고 명령하였을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에는 민항기 관제업무를 맡아보는 건설교통부 산하 항공교통센터(ATC)가 있는데, 민항기가 남측 공역을 비행하는 중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 군용기도 남측 공역을 비행하는 중에 문제가 생기면 항공교통센터와 교신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중앙방공통제소는 항공교통센터에 연락하여 정체불명 항공기와 교신하도록 하였으나, 교신은 불가능하였다.

교신불통으로 난감해진 항공교통센터는 정체불명 항공기가 일본을 거쳐 중국으로 가던 중 항로를 이탈한 미국 국적기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일본 민간항공총국(JCAB) 산하 항공교통관리센터(ATMC)에 급히 연락하였다. 그러나 일본 항공교통관리센터도 정체불명 항공기가 일본에서 이륙하지도 않았고, 일본 공역을 지나지도 않은 정체불명 항공기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는 수 없이 일본 항공교통관리센터는 서태평양지역 최대의 미국군-일본 항공자위대 합동공군기지인 미사와(三澤)공군기지에 연락하였고, 미사와공군기지가 미국 국방부에 긴급 조회하여 그 항공기의 정체를 알아냈다. 남측 항공교통센터가 일본 항공교통관리센터를 통해 받은 통보에 따르면, 정체불명 항공기는 미국 군부 소속 보잉 737 특별기였다. 미국 군부는 보잉 737기 19대를 운용하는데, 그 가운데 10대는 미국 공군 소속이고, 9대는 미국 해군 소속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서해 상공에서 북상하던 미국 군부 소속 특별기의 목적지가 평양 순안공항이라는 것이었다. 남측 항공교통센터가 그 특별기에 대한 항공관제권을 북측에 넘기고 특별기가 북측 항공관제구역으로 넘어가기까지 무려 1시간이나 걸렸다. 특별기는 오전 8시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였다.

특별기에 누가 타고 있었을까?

‘리셋 KBS 뉴스 9’ 보도에 따르면, 특별기에는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를 포함한 대표단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특별기에 미국 정부 고위관리와 대표단이 타고 있었으니, 그 고위관리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측에 파견한 정부 대표단 단장이었다. 대표단 단장과 성원들은 누구였을까? 북측과 미국 사이에서 이루어진 극비방북이었으므로, 그들이 누구였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으나, 아래 정보를 살펴보면 그들의 신원에 접근할 수 있다.

첫째, 미국 정부가 운용하는 전용기는 두 종류다. 하나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 ‘공군 1호기(Air Force One)’인데, 이 기종은 보잉 747기의 내부시설을 개조한 VC-25다. 대통령만 ‘공군 1호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전용기는 미국 정부 고위관리들이 사용하는 ‘공군 2호기(Air Force Two)’인데, 이 기종은 보잉 757기의 내부시설을 개조한 C-32다.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연방상원의장, 연방하원의장 등이 ‘공군 2호기’를 사용할 수 있다. 서해항로를 통해 평양에 들어간 특별기는 보잉 747기도 아니고 보잉 757기도 아닌 보잉 737기였으므로, 거기에는 미국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이 타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미국 공군이 운용하는 보잉 737 특별기를 타고 평양에 갈 수 있는 미국 정부관리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파견하는 대통령 특사밖에 없다. 대통령 특사가 아닌 경우에는 특별기를 타고 다른 나라를 극비방문할 수 없다.

위의 정황을 생각하면, 특별기편으로 방북한 미국 대통령 특사는 국무장관 바로 아래에 있는 웬디 셔먼(Wendy Sherman) 국무부 정무차관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셔먼 정무차관은 클린턴 정부 시기에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냈으며,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K. Albright) 당시 국무장관을 수행하여 평양을 방문한 경험도 있다.

둘째, 이전에 미국 대통령 특사가 방북할 때는, 특별기가 오산 공군기지를 이륙하여 서해항로로 북상하였다. 미국 대통령 특사의 방북경로가 그렇게 정해진 까닭은, 미국 대통령 특사가 방북하기 전에 일반 민항기편으로 서울에 가서 남측 정부관리들에게 방북사실을 알린 뒤에 오산 공군기지에 대기 중인 특별기를 타고 방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007년 12월 조지 부쉬(George W. Bush) 당시 미국 대통령이 파견한 특사와 2009년 1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파견한 특사가 그런 전형적인 방북경로로 평양에 들어갔다.

그런데 2012년 4월 7일에는 이례적으로 특별기가 괌(Guam)에 있는 앤더슨공군기지(Anderson AFB)를 경유하여 서해항로로 직행하여 북상하였다. ‘리셋 KBS 뉴스 9’ 보도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관계자가 특별기에 누가 타고 있는지를 주한미국대사관에 문의했으나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미국이 남측 정부에게 알리지 않고 극비방북을 추진하였음을 말해준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이 남측 정부를 따돌리고 극비방북을 추진한 까닭은, 그처럼 이례적인 극비방북을 추진해야 할 긴급하고 중대한 국가안보사안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제기되었기 때문이었다.

셋째, 미국의 대통령 특사와 정부 대표단이 특별기편으로 방북하였으므로, 특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휴대하였던 것이 분명하다. 특사가 대통령 친서를 휴대하지 않았다면, 특별기를 타고 남측 정부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극비로 방북을 하였을 리 만무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대통령 특사 방북을 그처럼 극비로 진행한 까닭은,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친서를 전하였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과 한미관계와 국제사회에 예상치 못한 파문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넷째, 미국 대통령 친서를 휴대한 특사와 정부 대표단의 극비방북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결정과 대통령 지시로 시행한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런 중대사안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극비방북을 북측에 요청하여 승낙을 받기까지 또 시간이 걸렸을 것이므로, 극비방북이 성사되기까지 대체로 1주일 정도 준비시간이 경과하였을 것이다. 그런 준비시간을 계산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특사와 대표단을 평양에 파견하기로 결정한 때는 2012년 3월 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리셋 KBS 뉴스 9’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특사를 단장으로 하는 미국 정부 대표단이 탑승한 특별기는 2012년 4월 7일 오전 8시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였다가, 그 날로 그곳을 떠났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 정부 대표단이 평양에서 북측 정부 대표단과 어떤 회담을 진행한 것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만일 양측 정부 대표단이 회담을 개최하였다면, 최소한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하였을 것이다. 북미회담을 하기 위해 방북한 것이 아니라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미국 대통령의 친서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의사를 전하기 위해 방북한 것이다. 이런 정황은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친서를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매우 중대한 국가안보사안을 전하였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미국 대통령의 친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었을까? 2012년 2월 2일 북측 국방위원회 정책국이 발표한 ‘공개질문장’에 이런 대목이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선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수립을 목적으로” 북측이 “조미최고위급군부 접촉을”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교전쌍방이 협정문을 합의하고 채택하는 것만이 아니라,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군사문제도 합의해야 하고, 따라서 당연히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여야 하므로, 북측이 미국에게 인민무력부장과 국방장관이 만나는 북미 최고위급 군사회담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북미 최고위급 군사회담을 개최하는데 동의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던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해명해야 할 것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왜 하필이면 2012년 4월 7일에 미국 대통령 특사와 정부 대표단의 극비방북을 추진하였을까 하는 문제다. 대통령 특사 극비방북을 이끌어낸 정치적 배경이 무엇인지 알아보려면, 2012년 3월 말 북미관계에 조성된 특이한 정황에 시선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태평양군사령관이 말한 가장 절박한 안보현안의 의미

2012년 3월 29일은 북측이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를 서해위성발사장으로 옮긴 날로부터 엿새 뒤다. 남측 정보당국이 흘려준 정보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2년 4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이 “평양 인근에 있는 산음동 로켓연구소에서 제작한 부품을 3월 23일 서해위성발사장으로 옮겨, 10여 일 동안 건물 안에서 추진제 점검과 함께 추진체 최종조립을 마쳤다”는 것이다. 북측이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를 서해위성발사장으로 옮긴 것은 위성발사준비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북측의 위성발사준비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른 정황을 정찰위성을 통해 파악하고 며칠이 지난 2012년 3월 29일 미국 군부 고위인사들은 임박한 북측의 위성발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2012년 3월 29일 새뮤얼 라클리어(Samuel J. Locklear) 태평양군사령관과 제임스 서먼(James D. Thurman)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연방하원 세출위원회 예산청문회에 출석하였고, 제임스 밀러(James N. Miller)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당시는 지명자 신분)과 피터 라보이(Peter R. Lavoy)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당시는 대행 신분)가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하였다.

그 청문회에서 라클리어 태평양군사령관은 “최근 여러 가지 사태로 인해 북측 상황이 가장 절박한(most pressing) 안보현안이 되었다. 북측 정권이 추진하려는 여러 형태의 도발로부터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준비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절박하다는 표현을 쓰면서도, 임박한 북측의 위성발사를 가장 절박한 안보현안이라고 특정하지 않았으며, 최근 북미관계에서 여러 가지 사태가 일어났다고만 말했다.

제임스 밀러 차관은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북코리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적절한 상황이 되면 북측과의 직접외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도 역시 임박한 북측의 위성발사를 특정하지 않고 ‘북코리아 문제’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쓰면서, 북미관계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미직접협상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라클리어와 밀러가 북미관계에 제기된 미국의 안보현안을 말하면서도, 임박한 북측의 위성발사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날 청문회에서 임박한 북측의 위성발사에 대해 직접 언급한 사람은 서먼 주한미국군사령관과 라보이 차관보였다. 서먼 사령관은 임박한 북측의 위성발사에 대해 “이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으로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라보이 차관보는 “양측 합의(2.29 북미합의를 뜻함 - 옮긴이)에는 북측의 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내용이 있었다. 당시 우리는 인공위성발사도 미사일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미사일발사로 간주하겠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지적하고, “북측의 로켓발사계획은 그들이 약속을 지킬 생각이 부족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므로, 북측에 대한 영양지원제공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클리어 사령관은 북미관계에 “가장 절박한 안보현안”이 제기되었다고 말했건만, 임박한 북측의 위성발사에 대한 서먼과 라보이의 발언에서는 그런 절박감이 묻어나지 않는다.

위에 인용한 미국 군부 고위인사들의 청문회 발언을 분석하면, 당시 그들이 임박한 북측의 위성발사가 아닌 어떤 다른 문제를 더 심각한 안보현안으로 여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북측은 2012년 태양절에 즈음한 위성발사계획을 2011년 7월 제1차 북미고위급회담 때부터 미국에게 알렸고, 2012년 2월 제3차 북미고위급회담에서도 그 문제를 논한 바 있으므로, 북측의 위성발사준비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해도 그 문제는 미국에게 “가장 절박한 안보현안”이 아니었다.

미국군 정찰위성이 포착한 세계 최대 대륙간탄도미사일

그렇다면 당시에 미국이 북측의 위성발사문제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한 “가장 절박한 안보현안”은 무엇이었을까? 이 물음을 푸는 실마리는 남측 정부 소식통이 전한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2012년 4월 3일 보도기사에 들어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최근 미 정찰위성 등이 평양 산음동 미사일공장에서 종전 대포동 2호보다 규모가 큰 길이 40m의 대형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견했”는데, 미국은 북측이 이 미사일을 4월 15일(태양절) 또는 4월 25일(인민군 창군절)에 진행할 열병식에서 세상에 공개할 것으로 예측하였다는 것이다. 이 보도기사에서 중요한 정보를 읽을 수 있다.

첫째, 미국군 정찰위성이 평양 인근에 있는 ‘산음동 미사일공장’에서 길이가 40m나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착한 것이다. 미국군 정찰위성이 포착한 것이 위성운반로켓이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왜냐하면 위성운반로켓은 세 개의 추진체로 분리된 상태에서 서해위성발사장에 운반되고 수직발사대에서 최종 조립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은 3단 추진체를 분리해놓았다가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장치(coupling)와 결부장치(adaptor section)로 각 추진체를 연결해놓고 작전배치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군 정찰위성이 포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었다.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낸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의 길이가 20.7m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미국군 정찰위성이 포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화성 13호보다 길이가 두 배나 긴 초대형이다. 이전에 퇴역하였지만, 소련산 R-7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이제껏 세계적으로 가장 큰 대륙간탄도미사일이었는데, 그 길이는 34m였다. 두 번째로 큰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길이 32.6m의 중국산 둥펑(東風)-5이었고, 세 번째는 길이 31.4m의 미국산 타이탄(Titan) 2호였다. 그런데 미국군 정찰위성이 포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길이가 무려 40m나 되었으니, 북측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태양절 열병식에서 화성 13호를 싣고 등장한 것은 8축16륜 자행발사대였다. <미국의 소리> 취재기자가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화성-13> 자행발사대 No. (흰색칠로 일련번호를 가렸음 - 옮긴이)”라고 쓰인 사각형 표식판이 눈길을 끄는데, 그 표식판을 보면 북측에서 미사일발사차량을 자행발사대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성 13호를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었으니, 그 보다 두 배나 긴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싣고 이동하려면 16축32륜 자행발사대가 있어야 하지만, 16축32륜 자행발사대는 차량길이가 너무 길어서 직선도로 이외에는 운행하기 힘들다. 산과 언덕이 많은 탓에 굽이진 길목이 유난히 많은 북측에서 직선도로밖에 달리지 못하는 자행발사대는 사실상 쓸모가 없다.

그러므로 미국군 정찰위성이 포착한 길이 40m의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자행발사대에 싣고 이동하는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road-mobile ICBM)이 아니라 수직갱보관식 대륙간탄도미사일(silo-based ICBM)이다.

북측이 수직갱에 들어있는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꺼내 ‘산음동 미사일공장’까지 운반해 놓은 것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옥죄는 초강경 무력시위가 아닐 수 없었다. 북측은 미국군 정찰위성이 ‘산음동 미사일공장’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존재를 일부러 보여주며 그들을 옥죄기 시작한 것이다.

북측의 압박과 미국의 술책, 그리고 북측의 경고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명령만 내리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 병사들은 8축16륜 화물운반차량 두 대를 연결한 초대형 특수차량에 세계 최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싣고 열병식장에 나갈 판이었다. 2012년 3월 17일 북측은 세계 각국 취재기자들을 초청하였으므로, 북측이 보유한 세계 최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압도적인 위용이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중계되리라는 것은 명백하였다.

태양절 열병식에 등장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가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는데, 화성 13호보다 두 배나 더 큰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열병식에 등장하였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미사일 전력을 가진 미사일 강국이 바로 북측이라는 사실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을 것이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그에 따른 충격파를 감당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2012년 3월 29일 연방하원 세출위원회 예산청문회에서 “북측 상황이 가장 절박한 안보현안이 되었다”고 실토한 라클리어 태평양군사령관의 발언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충격파를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밀려갔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만일 북측이 세계 최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국제사회에 생방송으로 공개하면, 미국 공화당은 안보에 무능한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비난할 것이고, 그런 비난공세가 미국 국민들에게 먹혀들어 가면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은 일찌감치 ‘물 건너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측이 세계 최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세상에 공개할 열병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점점 더 심한 공포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향해 북측이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2012년 3월 31일 북측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밝힌 내용은 이러하였다. “우리는 미국의 잘못된 선택으로 말미암아 초래될 후과의 심각성과 엄중성에 대해 아직은 론하고 싶지 않다. 미국이 이제라도 주권국가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인정하는 용기를 가지며 그를 통해 적대의사가 없다고 한 말을 행동으로 증명해보이기를 바랄 뿐이다.” 이것은 2.29 북미합의에서 대북적대의사를 포기하겠다고 명시한 약속을 이제 행동으로 증명해보이라고 옥죄는 북측의 압박이었다. “가장 절박한 안보현안” 앞에서 공포와 불안을 느끼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미국 대통령 친서를 휴대한 특사와 정부 대표단의 극비방문을 허둥지둥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극비방북 직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비열한 태도를 취하였다. 2012년 4월 13일 북측이 광명성 3호를 쏘아올리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측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범죄로 몰아 북측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유엔안보리를 움직여 대북추가제재를 강행한 것이다. 4월 7일에 대통령 특사를 극비리에 평양에 보내더니, 그로부터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4월 16일에는 유엔안보리를 움직여 북측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왜곡하고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하였다. 올해 유엔안보리 의장국은 미국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태도가 이처럼 돌변한 것은 미국 대통령 특사의 극비방북이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이 아니라 위기탈출용 술책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비열한 술책을 부리는 미국에 대한 북측의 불신과 분노는 2012년 4월 17일 북측 외무성이 발표한 성명에서 표출되었다. 성명은 유엔안보리의 “부당천만한 처사를 단호히 전면배격”하고, “미국이 로골적인 적대행위로 깨버린 2.29 조미합의에 우리도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는 조미합의에서 벗어나 필요한 대응조치를 마음대로 취할 수 있게 되였으며 그로부터 산생되는 모든 후과는 미국이 전적으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였다. 비열한 술책을 부린 미국에게 북측이 또 어떤 대응조치를 취할 것인지 주목된다.  (2012년 5월 21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