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탑산에서 진행되는 핵실험 준비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지금 만탑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2008년 10월 9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ABC>는 심상치 않은 보도를 전하였다. 미국 정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그 보도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에 있는 지하핵실험장에서 두 주간 동안 굴착공사가 진행되고 대형 케이블이 이동하는 정황을 미국 정찰위성이 포착하였다는 것이다. 그 심상치 않은 보도가 나온 때로부터 3년 반이 지난 지금, 북측은 바로 그 지하핵실험장에서 또 다시 핵실험 준비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북측의 핵실험 준비활동은 2009년 5월 25일 제2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기 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2006년 10월 9일에 제1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기 전에도 핵실험 준비활동이 있었다. 이를테면, 2005년 5월 3일 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무렵 미국은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에서 벌어지는 핵실험 준비활동에 관한 위성분석자료를 남측에 제공하였다.

2012년 4월 24일 평양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고위 소식통이 전한 말을 인용한 <로이터 통신>의 베이징발 단독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제3차 핵실험 준비를 “거의 끝냈다”는 것이다. 그 고위 소식통은 북측이 2006년 10월 9일 제1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기 며칠 전에도 <로이터 통신> 기자에게 북측이 핵실험을 곧 실시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하였다고 한다. 또한 <AP 통신> 2012년 4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존스합킨스대학교 국제관계학 대학원 부설 미국-코리아 연구원(US-Korea Institute)이 취재기자에게 3월 8일과 4월 18일에 각각 촬영된 위성사진들을 보여주었는데, 거기에는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에서 굴착작업에 동원된 궤도이동식 광차들이 움직이는 등 핵실험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정보들을 읽어보면, 북측이 지금 제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미국의 반북선전만 들어온 사람들은 ‘나쁜 북한’이 또 다시 핵실험을 강행하려 한다는 식으로 비난하겠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북미관계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 무지와 편견과 오해가 그런 비난을 빚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근본적인 물음은, 북측의 핵실험 준비작업이 얼마나 진척되었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북측이 왜 핵실험을 3년 반 만에 또 다시 실시하려는가 하는 것이다. 미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엔안보리도 반대하고 미국 추종국들도 반발하는 마당에, 북측은 그런 반대를 무릅쓰고 3년 반 만에 왜 또 다시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것일까? 이 물음은 북미관계의 본질을 캐묻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옮겨간다.

핵공학기술적으로 북측의 핵폭발실험은 불필요하다

5대 핵강국 가운데 요즈음 핵폭발실험을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 이를테면, 미국 국가핵안보국(NNSA)은 1992년부터 핵폭발실험을 중지하고 그 대신 1997년부터 미임계 핵실험(subcritical nuclear test)을 실시해오고 있다. 미임계 핵실험이란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임계상태 직전에 핵폭발을 중지시키고 컴퓨터공학기술을 이용하여 핵폭발과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말하자면 비폭발 핵실험이다. 미국은 1997년부터 2011년까지 미임계 핵실험을 26회 실시하였다. 다른 핵보유국들도 그러하다.

핵폭발실험은 핵공학기술과 컴퓨터공학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한 세대 전의 과거사로 되었다. 핵공학과 컴퓨터공학을 고도로 발전시켜온 북측도 5대 핵강국들처럼 미임계 핵실험 기술을 개발하였으므로, 핵폭발실험을 실시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미국의 반북선전만 들어온 사람들은 북측이 어떻게 다른 핵강국들처럼 고도의 핵공학기술과 컴퓨터공학기술을 발전시켰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과장이 아니냐고 되묻겠지만, 그런 반문은 북측의 핵공학기술과 컴퓨터공학기술에 대한 무지와 편견과 오해가 빚어내는 것이다. 북측의 핵공학기술과 컴퓨터공학기술의 발전수준을 논하는 것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생략하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가지 사실만 짚어본다.

첫째, 북측의 2006년 10월 9일 지하핵실험에서 나온 핵출력을 재래식 폭약으로 환산하면 약 1킬로톤(kt)이 터진 폭발력과 같았는데, 이것은 핵공학기술 수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미국이 만든 소형 전술핵탄두의 폭발력에 해당한다. 그러나 반북선동가들은 북측의 첫 핵실험에서 그처럼 낮은 핵출력밖에 나오지 않은 것을 보고, 처음에는 그것이 핵실험이 아니었다고 강변하다가 미국이 방사성 핵종을 측정했다고 공식 발표하자 그 때부터는 말을 바꿔서 핵실험을 하긴 했는데 실패하였다느니 실패에 가깝다느니 하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두 말할 나위 없이, 그런 주장들은 과학적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북측이 그처럼 핵출력 규모가 적은 핵실험을 실시한 것은, 핵출력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음을 말해준다. 핵출력을 임의로 조절하는 첨단 핵공학기술로 미임계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고, 소형 전술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둘째, 2010년 5월 12일 북측은 핵융합 반응실험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핵융합 반응실험에 성공한 것은 수소폭탄을 만드는 최첨단 핵공학기술을 개발하였다는 뜻이다. 세계 핵과학자들은 북측의 그런 발표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북측이 핵융합 반응실험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한 직후, 남측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남측 지역 최북단에 설치한 측정소에서는 핵폭발이 일어났을 때만 생기는 방사성 핵종이 측정되었다. 이에 기겁한 미국이 쉬쉬하면서 관련정보를 차단하는 바람에 파묻혀질 뻔하였던 북측의 핵융합 반응실험 성공에 관한 정보는, 2012년 2월 3일 국제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스웨덴 과학자 데 예르(Lars-Erik De Geer)의 논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위의 정보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북측은 이미 세계 최첨단 수준의 핵공학기술을 확보하였으므로, 한 세대 전의 핵공학기술에 의존한 지하핵실험을 실시할 필요가 없으며, 미임계 핵실험을 실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북측이 자꾸 지하핵실험을 실시하는 의도는 핵공학기술문제에 연관된 것이 아니라 대미압박이라는 정치문제에 연관된 것이다. 2009년 5월 25일에 실시된 제2차 지하핵실험의 준비과정을 살펴보면, 지하핵실험을 실시한 북측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북측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미국

북측은 2006년 지하핵실험이나 2009년 지하핵실험을 어느 날 느닷없이 실시한 것이 아니다. 북측은 미국을 옥죄는 심리적 위협강도와 물리적 압박강도를 차츰 높여가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긴장과 불안 속에 몰아넣은 뒤에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북측의 2006년 지하핵실험 경험을 상기하면, 지하핵실험을 실시하기 엿새 전인 10월 3일에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 북측은 “미국의 극단적인 핵전쟁위협과 제재압력책동은 우리로 하여금 상응한 방어적 대응조치로서 핵억제력 확보의 필수적인 공정상 요구인 핵시험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시험을 하게 된다”고 예고하였다.

북측의 2009년 지하핵실험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북측이 제2차 지하핵실험을 앞두고 있었던 2009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한반도 정세판단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었던 제프리 베이더(Jeffrey A. Bader)는 2012년 3월 초에 펴낸 자신의 회고록 ‘오바마와 중국의 부상(Obama and the China's Rise)’에서 중요한 정보를 밝혀주었다. 그가 회고록에서 전해준 정보에 따르면, 제2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기 얼마 전인 2009년 4월 북측이 백악관에 “사적인 연락(private message)”을 보내 위협하였는데, 백악관이 비공식 통로를 통해 전달받은 북측의 대미위협은 핵실험을 실시하는 것,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것, 경수로 건설을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북측은 그처럼 비공식 통로를 통해 백악관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 것만 아니라, 공식발표를 통해서도 미국을 위협하였다. 북측의 공개적인 대미위협은 2009년 4월 2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북측 외무성 대변인 성명은 “우리는 첫째로, 공화국의 최고 리익을 지키기 위하여 부득불 추가적인 자위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들이 포함되게 될 것이다. 둘째로, 경수로발전소 건설을 결정하고 그 첫 공정으로서 핵연료를 자체로 생산보장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체없이 시작할 것이다”고 밝혔다.

북측이 비공식 통로를 통해 백악관을 위협하였던 핵실험 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우라늄농축 개시라는 세 가지 초강경한 압박조치가 4.29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 똑같이 언급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9년 4월 당시로 말하면,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아직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던 때이고, 녕변 핵시설단지의 우라늄농축시설도 아직 건설하지 않았고, 경수로건설도 아직 시작하지 않았던 때다. 그래서 미국은 북측의 그러한 위협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0월 9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ABC>가 전한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북측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미국 정부 관리들이 당시 상황을 오판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당시 미국 정부 관리들은 풍계리 지하핵실험장 일대에서 진행되는 움직임들이 핵실험을 실시하기 위한 활동인지 아니면 북미협상을 앞두고 미국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에서 취하는 행동인지 구분하기 힘들다고 하면서, “그들(북측을 뜻함 - 옮긴이)은 우리(미국을 뜻함 - 옮긴이)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순히 우리를 떠보려는 행동을 취하는 것일 가능성이 많다”고 엉뚱하게 빗나간 예측을 하였고, 다른 관리는 “그들은 협상을 원한다. 그런 행동은 협상용 전술”이라고 과소평가하였다. 그런 빚나간 예측과 과소평가는 당시 미국이 북측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북측에 대한 그들의 오만과 무지와 편견이 그들의 시야를 침침하게 가렸던 것이다.

2009년 5월 25일 오전 9시 54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만탑산에 굴착한 갱도에서 핵폭발실험이 실시되었다. 강력한 핵폭발 진동이 지축을 흔들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4.7 진도의 인공지진파를, 일본 기상청은 4.9 진도의 인공지진파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4.4 진도의 인공지진파를 각각 측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 날 아침 북측은 중국에게는 29분 전에, 미국에게는 24분 전에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통보하였다. <조선중앙통신>은 “공화국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주체98(2009)년 5월 25일 또 한 차례의 지하핵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북측이 2009년부터 시행해오는 장기적 대미공세 시나리오

북측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대한 국가를 건설하고 전 세계를 지배하는 초대국에게 심리적 위협과 물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많은 나라들 가운데 그 어떤 나라도 미국을 위협하기는커녕 미국의 횡포를 겪고서도 항변 한 마디 꺼내지 못하건만, 북측은 심리적인 위협과 물리적인 압박으로 미국을 여러 차례 궁지에 몰아넣었다.

북측의 심리적 위협과 물리적 압박을 받으며 여러 차례 궁지에 몰린 미국의 딱한 처지를 차마 볼 수 없었던 반북선동가들이 미국의 위신을 살려주기 위해 꾸며낸 엉터리 신조어가 이른바 ‘벼랑끝 전술’이다. 이 엉터리 신조어는 북측이 미국의 공세로 벼랑끝에 몰려 필사적으로 저항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비공식 통로를 통해 백악관을 직접 위협하고, 외무성 성명발표를 통해 미국을 공개 압박하는 북측의 당당한 행동을 벼랑끝에 몰린 필사적 저항으로 둔갑시키려는 왜곡선동이야말로 검은 것을 보고 희다고 우기는 궤변이다.

적어도 제2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였던 2009년까지는 반북선동가들이 ‘벼랑끝 전술’이라는 궤변을 꺼내놓았지만, 그로부터 3년 반이 지난 오늘 그 궤변은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사정이 그렇게 바뀌기까지 두 가지 계기가 있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계기는 북측이 녕변 핵시설단지에 현대식 우라늄농축시설을 건설하고 가동하면서 시험용 경수로 건설공사를 진척시킨 것이고, 둘째 계기는 북측이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를 마침내 공개한 것이다.

여기서 상기해야 할 것은,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계기들이 제2차 지하핵실험 직전인 2009년 4월 비공식 통로를 통해 백악관에 가한 북측의 위협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에 가한 북측의 위협이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북측이 치밀한 계산으로 작성해놓은 대미공세 시나리오에 따라 지하핵실험 실시, 우라늄농축시설과 시험용 경수로 건설,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개로 이어진 일련의 심리적 위협과 물리적 압박을 펼치며 대미공세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겨왔음을 말해준다.

주목하는 것은,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세상에 공개하였을 뿐 아니라 녕변 핵시설단지의 우라늄농축시설에서 생산한 농축우라늄을 장입할 시험용 경수로를 완공하는 대미공세 시나리오의 절정이 시기적으로 올해 2012년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제3차 지하핵실험이 올해에 실시되리라는 예상을 뒷받침해준다. 다시 말해서, 2009년부터 치밀한 계산에 따라 실행해오는 대미공세 시나리오에 따라 북측이 4.15 열병식에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세상에 공개하였으므로, 이제는 제3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고 시험용 경수로를 완공하는 대미공세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길 것으로 예견되는 것이다.

그런데 북측이 2009년 이래 대미공세 시나리오를 시행해오던 중 뜻밖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거하였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측의 최고영도자로 추대되었다. 이러한 전환적 사변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대미공세 시나리오를 총지휘하여 그 공세를 승리로 이끌 책임을 계승하였음을 뜻한다. 4.15 열병식 연설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나는 성스러운 선군혁명의 길에서 언제나 동지들과 생사운명을 함께하는 전우가 될 것이며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조국과 혁명 앞에 지닌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장은 비록 짧지만, 그 문장의 의미는 크고 깊은 울림으로 들린다. 2012년을 불과 몇 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서거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실현할 책임을 맡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결심, 대미공세 시나리오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 가려는 결심을 그 문장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담력과 패기가 넘치는 젊은 지도자에게 확고한 결심이 섰으니, 그가 지휘하는 대미공세 시나리오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할 수 있다.

인류는 2,054번째 지하핵실험 소식을 듣게 될 것인가?

2012년 4월 24일 <로이터 통신>이 베이징발로 전한 보도기사의 한 대목을 유심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평양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고위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 취재기자에게 “만일 미국이 (북측의) 평화협정 (체결 제의)에 동의하면 북측은 (핵실험) 포기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짤막한 문장이지만, 북미관계의 길고 복잡한 사연이 그 문장 속에 응축되어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위의 인용문은 2009년 이래 대미공세 시나리오를 실행해오는 북측의 올해 목표를 간결하고 선명하게 대변한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북측이 올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한 결정적 국면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평화협정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온 사람들은, 평화협정을 위한 결정적 국면을 열어놓는 것이 북측의 목표라고 말하면 신선한 감동을 느끼지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의미를 좀더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귀에 익숙한 그 말 한 마디에 담긴 것은, 미국이 강요하는 ‘확장된 핵억지의 인계철선’으로 이 강토의 일부를 차지한 미국군이 자기 나라로 모두 돌아가는 전민족적 철군열망이고, 남측 정부와 북측 정부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따라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길로 들어서는 전민족적 통일열망이다. 철군열망과 통일열망에 비껴있는 미래의 격동적인 변화는, 민족이 간직해온 희망과 염원이기 전에 민족이 필연적으로 맞이할 ‘빛나는 내일’이다.

102년 전 일제가 이 땅을 식민지로 강탈한 때로부터 우리 민족의 백년숙적들인 제국주의깡패국가 미국과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영토를 분할당하고 전쟁참화를 겪어온 오욕과 불행과 고통의 100년을 마감하고, 전쟁위험이 제거된 평화와 번영의 100년을 열고, 민족의 존엄과 자주성이 완성된 위대한 통일국가의 100년을 여는 시대와 역사의 거대한 전환, 바로 그런 전환점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 아니던가! 북측의 시각에서 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4.15 열병식 연설에서 언급한 “새로운 주체100년대가 시작되는 력사의 분수령”이라는 말이나 “우리 혁명의 100년 대계의 전략”이라는 말이 그러한 의미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측의 시각에서 보면, 허리띠를 졸라매던 고난의 시기에 간고분투하며 만들어낸 핵탄두도, 전 세계에서 세 나라밖에 갖지 못한 최첨단 공격수단인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모두 한반도를 공격하는 제국주의깡패국가를 타격할 위력적인 전쟁수단이기 전에, 60년 묵은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분단장벽을 허물어버리는 평화와 통일의 물리적 수단으로 인식될 것이다.

북측이 미국의 대미공세 시나리오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하필이면 왜 지하핵실험을 자꾸 강행하는가 하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북측에게 핵위력이 아닌 다른 물리적 수단은 없는 것이다. 북측이 미국을 압박하여 양자회담에 끌어내는 물리적 수단은 오직 핵위력 뿐이다. 이러한 사실은 북미관계와 이란-미국관계에서 드러난 커다란 차이에서도 입증된다.

북측의 핵위력 앞에서 미국은 북측을 감히 앝잡아보지 못하지만, 핵위력이 없는 이란은 아주 얕잡아보면서 전쟁수단을 총동원하여 이란을 꺾으려고 날뛰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설이 꼬리를 물고 떠도는 가운데, 미국은 페르시아만에 두 개의 항모강습단을 파견하여 이란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이란 영공에 침투시켜 주권을 훼손하였으며, 아직까지 한 차례도 전쟁에 투입하지 않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Raptor)를 이란에서 320km 떨어진 아랍에미리트 공군기지에 근접배치하여 공습준비를 완료하였다.

북측이 미국을 심리적으로 위협하고 물리적으로 압박하는 핵위력은 지하핵실험을 통해서 현실화된다. 북측이 핵탄두 실물을 세상에 공개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지하핵실험이 아니고서는 핵위력을 현실화할 다른 방도가 없다. 북측이 지하핵실험을 대미공세 시나리오의 필수요인으로 생각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핵보유국들은 지난 시기에 수없이 핵실험을 실시하였는데, 그 가운데서 북측이 2009년 5월 25일에 실시한 제2차 지하핵실험은 세계적 판도에서 2,053번째 핵실험이었다. 이제 인류가 2,053번째 핵실험을 끝으로 지하핵실험 소식을 더 이상 듣지 않게 될 것인가, 아니면 결국 2,054번째 지하핵실험 소식을 듣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결정에 달려있다. 만일 그들이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북측의 제의를 받아들이면 2,054번째 핵실험은 없을 것이며, 만일 그들이 그 제의를 거부한다면 북측은 또 다시 핵실험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북측의 위성발사를 미사일발사라고 왜곡하고 그것을 구실로 대북식량제공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긴장국면에서, 만일 북측이 제3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면, 얼마 전 북측과 미국이 어렵사리 마련한 2.29 북미합의가 시행도 해보지 못한 채 파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이 대북식량제공을 중단하고 북측의 위성발사문제를 유엔안보리로 끌고 가서 규탄한다는 의장성명을 발표하게 만든 행위는, 2.29 북미합의를 완전히 파기한 것이 아니라 그 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미국의 그러한 위반행위에 맞선 북측도 2012년 4월 17일에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 “2.29 조미합의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지만, 이것은 미국이 2.29 북미합의를 위반하였으므로, 북측도 그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는 뜻이지, 그 합의를 파기한다는 전면부정의 뜻은 아니다. 북측의 제1차, 제2차 지하핵실험으로 9.19 공동성명이 파기되지 않은 것처럼, 북측의 제3차 지하핵실험으로 2.29 북미합의가 파기되지 않는다.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시급히 필요한 것은, 지하핵실험으로 밀려가는 북미관계의 긴장국면을 직시하는 것이고, 2.29 북미합의 위반행위를 중단하고 그 합의를 이행하는 길로 돌아서는 것이다. (2012년 4월 30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