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의 이름으로 선거개입공작 자행한 미국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미국의 선거개입공작을 말해주는 서울발 비밀전문 93편

2007년 11월 13일 <중앙일보>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주미한국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보도하였다. “주한미대사관 관계자들과 CIA 한국지부 요원들이 한국의 언론인과 학자 등과 빈번히 접촉하면서 정보를 얻고 있고, 지역 민심을 살피기 위해 직접 지방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CIA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요원을 보강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 인용문에서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2007년 당시 미국은 주한미국대사관과 중앙정보국 한국지부의 첩보망 및 공작망을 보강하고 총가동하여 대통령선거에 깊숙이 개입하였다.

이 땅에서 대선이 실시될 적마다 미국은 예외 없이 개입공작을 벌여왔지만, 2007년 대선처럼 미국이 비밀공작역량을 총집중한 적은 없었다. 예를 들면, 2007년 대선기간 중에 주한미국대사관은 직접 여론조사까지 실시하였다. 폭로전문 누리집 위킬릭스(Wikileaks)가 폭로한 서울발 비밀전문들 가운데는 주한미국대사관이 작성자 이름을 적지 않은 채 2007년 7월 20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이 있다. ‘후보들의 외교정책에 대한 학생들의 견해(STUDENTS' VIEW ON CANDIDATES' FOREIGN POLICY)’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이 전문은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를 담은 것이다. 2007년 6월 21일과 7월 5일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부(Political Section)는 이화대학교,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서강대학교, 연세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83명을 대상으로 대권주자들의 외교정책에 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미국대사관이 주재국 선거기간에 선거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버젓이 실시하는 해괴망측한 불법행위를 다른 어느 나라에서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위킬릭스가 폭로한, 2007년 한 해 동안 작성된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들 가운데 대선과 관련된 비밀전문은 무려 93편이나 된다. 2급, 3급 비밀전문과 대내용 일반전문이 93편이므로, 위킬릭스에 노출되지 않은 1급 비밀전문은 또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다. 주한미국대사관 정치참사 브라이언 맥피터스(Brian McFeeters)가 작성하고 당시 주한미국대사 알릭잰더 벌쉬바우(Alexander Vershbow)가 서명한 다음 2007년 12월 12일에 본국에 보낸 비밀전문이 있다. ‘12월 19일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서울발 2007년도 전문들(SEOUL 2007 CABLES REGARDING DECEMBER 19 PRESIDENTIAL ELECTION)’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이 전문은 주한미국대사관이 2007년 한 해 동안 작성하여 본국에 보낸 대선관련 비밀전문목록을 기록한 것이다. 전문에는 “대선후보들과 대선에 관련된 의문을 풀어주는 데 이 목록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쓰여 있다.

93편이나 되는 방대한 비밀전문들은 여섯 갈래로 분류되었다. 대선 관련 주요인물 약력소개(Biographical Sketches), 대사 면담자-후보들 및 대사관 내방자-후보들과의 회동(Ambassador/Embassy Visitors-Candidates Meetings), 최종 경쟁(Final Race), 정당별 경선(Party Primaries), 경쟁 이전 사정(Pre-Race Posturing), 기타사항(Miscellaneous)이다. ‘정당별 경선’에 관한 전문이 35편으로 가장 많고, ‘경쟁 이전 사정’에 관한 전문이 17편, ‘약력소개’에 관한 전문이 8편, ‘최종 경쟁’에 관한 전문이 5편, ‘대사 면담자-후보들 및 대사관 내방자-후보들과의 회동’에 관한 전문이 4편, 그리고 ‘기타사항’에 관한 전문이 24편이다. 또한 월별 작성건수를 살펴보면, 1월 5편, 2월 7편, 3월 8편, 4월 9편, 5월 7편, 6월 10편, 7월 10편, 8월 6편, 9월 7편, 10월 8편, 11월 11편, 12월 5편이다. 이러한 전문작성추세는, 미국의 대선개입공작이 정당별 경선을 초기단계에서 진행하던 6월과 대선열기가 정점에 오르던 11월에 각각 집중되었음을 말해준다.

벌쉬바우가 작성하여 2007년 7월 20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한국 대통령 선거, 아직도 소용돌이의 정치(ROK PRESIDENTIAL ELECTION: STILL THE POLITICS OF THE VORTEX)’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두 여중생이 주한미국군 차량에 치어 죽은 사고로 일어난 소용돌이 속에 우리가 처해 있었던 2002년 대선과 전혀 다르게 지금 미국은 소용돌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가운데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다. 더욱이 한국의 대미정책은 누가 선거에서 이기든 상관없이 극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벌쉬바우-이명박 비밀회동에는 동석자가 없었다

주한미국대사관 정치참사 조섭 윤(Joseph Y. Yun)이 작성하여 2006년 11월 21일 본국에 보낸 2급 비밀전문의 제목은 “이명박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인가?(LEE MYUNG-BAK, THE NEXT PRESIDENT OF KOREA?)”이다. 이 비밀전문은 주한미국부대사 빌 스탠튼(Bill Stanton)이 2006년 11월 20일 이명박과 만난 비밀회동에 관해 본국에 보고한 것이다. 그 비밀회동은 남측에서 대선이 실시되기 1년 1개월 전부터 미국의 대선개입공작이 추진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대권주자 이명박은 주한미국대사관의 대선개입공작 시나리오에 가장 먼저 등장하였다. 비밀전문의 제목이 강하게 암시한 것처럼, 2006년 말에서 2007년 초에 이르는 선거정국 초기부터 미국은 대권주자 이명박을 적극 지지하였다.

정치참사 조섭 윤이 작성하여 2007년 1월 12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2007년도 한국 대통령 후보자들(2007 ROK PRESIDENTIAL CANDIDATES)’은 그들이 2007년 대선과 관련하여 네 번째로 작성한 비밀전문이다. 2007년 대선의 향방을 전망한 이 비밀전문에 나오는 주요대권주자는 이명박, 박근혜, 고건, 손학규 네 사람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정동영은 미국의 관심 밖에 있었다. 이 비밀전문에 나오는 대권주자 네 사람에 대한 주한미국대사관의 평가를 보면, 미국이 이명박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첫 눈에 알 수 있다. “선두주자 이명박, 그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Front-runner Lee Myung-bak: Can He Be Caught?)”라는 소제목을 달아놓은 것부터 그렇다. 더욱이 이 비밀전문은 “만일 남측에서 오늘 대통령 선거가 있다면, 모든 지지율 조사에서 40-50%를 얻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2위에 오른 한나라당의 박근혜를 따돌리고 압승할 것이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주한미국대사관 정치참사들이 대권주자들 가운데 이명박과 가장 먼저 비밀회동을 가졌을 뿐 아니라, 2007년 대선전망을 논한 첫 비밀전문에서 이명박의 당선 가능성을 그처럼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2007년 8월 20일 한나라당 제9차 전당대회에서 이명박이 공식 대선후보로 지명되기 10개월 전부터 미국이 이명박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2007년 대선에서 그가 반드시 당선되어야 한다는 강한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2007년 대선정국에서 미국이 이명박을 배타적으로 지지하였다는 사실은, 주한미국대사관이 작성한 대선후보들에 대한 비밀전문들 가운데 이명박 관련 비밀전문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이명박 관련 비밀전문은 21편, 정동영 관련 비밀전문은 9편, 이회창과 문국현에 관련 비밀전문은 각각 3편씩이다.

이명박에 대한 주한미국대사관의 비밀전문은 배타적 지지를 넘어 어느덧 칭송의 경지에 이른다. 작성자 이름이 없이 2007년 2월 2일 본국에 보낸 내부용 일반전문 ‘한국 대선후보 이명박, 보수정치인가 진보심정인가?(ROK PRESIDENTIAL CANDIDATE LEE MYUNG-BAK: CONSERVATIVE POLITICS, PROGRESSIVE HEART?)’에서 주한미국대사관은 이명박을 ‘희망의 지도자(Leader of Hope)’로 칭송하였다.

벌쉬바우가 작성하여 2007년 2월 15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자격 있고, 준비되고, 선두를 달리는 이명박(LEE MYUNG-BAK: QUALIFIED, READY AND IN FIRST PLACE)’에 따르면, 벌쉬바우는 2007년 2월 13일 이명박과 제1차 비밀회동을 가졌다. 벌쉬바우-이명박 비밀회동은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오찬을 겸해 벌어진 단독회동이었다. 주한미국대사가 다른 대권주자들과 만난 비밀회동에는 동석자들이 있었지만, 유독 이명박과 만난 비밀회동에는 동석자가 없었다. 이것은 미국이 그를 차기 남측 대통령으로 강력히 지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2007년 6월 4일 벌쉬바우는 이명박과 제2차 비밀회동을 가졌다. 벌쉬바우가 작성하여 2007년 6월 5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이명박, 12월까지 순항할까? (LEE MYUNG-BAK: SMOOTH SAILING TILL DECEMBER?)’에 따르면, 이명박은 6월 4일 벌쉬바우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워싱턴을 방문하여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당시 국무장관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비밀전문에 달아놓은 ‘논평(comment)’에서 벌쉬바우는 “적어도 지금 그(이명박을 뜻함-옮긴이)는 한국을 선진국 수준으로 이끌고 한국 경제를 활성화할 인물로 널리 인정되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벌쉬바우가 이명박의 대선경쟁자로 나중에 등장하게 되는 정동영을 만난 날은 2007년 2월 26일이다. 그 날 오찬을 겸해 진행된 회동에는 국회의원들인 채수찬과 정의용이 동석하였다. 주한미국대사가 11일 전에 이명박을 만날 때는 단독회동을 하였는데 비해, 정동영과 만날 때는 동석자를 합석시킨 것은 미국이 정동영과의 만남에 비중을 두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미국은 정동영을 차기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벌쉬바우가 정동영과 만난 회동결과를 정리하여 2007년 3월 2일 본국에 보낸 비밀전문의 맨 끝에 달아놓은 논평은 정동영의 “지역적 지지, 당내 지지, 그리고 대중적 지지를 보면 그에게는 희망이 별로 없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주한미국부대사 스탠튼은 2007년 4월 4일 정동영의 외교정책자문들을 만나 정동영 후보의 대미정책과 대북정책을 파악하였는데, 그 회동결과는 작성자 이름도 밝히지 않은 내부용 일반전문으로 발송하였다.

벌쉬바우는 왜 박근혜를 가장 먼저 만났을까?

2007년 대선정국에서 대권주자로 등장한 박근혜에 대해 미국은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당시 주한미국대사 벌쉬바우는 2007년 2월 5일 박근혜와 제1차 비밀회동을 가졌다. 벌쉬바우는 자신과 박근혜의 제1차 비밀회동결과를 직접 정리한 2급 비밀전문 ‘한나라당 대선후보 박근혜를 만난 대사(THE AMBASSADOR MEETS WITH GNP PRESIDENTIAL CANDIDATE PARK GEUN-HYE)’를 2월 6일 본국에 보냈다. 그 비밀전문 맨 끝에 달아놓은 ‘논평’은 “만일 그녀(박근혜를 뜻함-옮긴이)가 이번 대선에서 지더라도, 그녀는 앞으로 수 년 동안 한국 정치권에서 중심인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 문장은 미국이 박근혜를 차기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박근혜의 당선여부에 대한 주한미국대사관의 그러한 비관적 전망은 2007년 6월 4일에 벌쉬바우-박근혜 제2차 비밀회동 직후에도 나왔다. 벌쉬바우가 작성하여 2007년 6월 5일 본국으로 발송한 3급 비밀전문 ‘자기 원칙에 자신만만한 박근혜(PARK GEUN-HYE REMAINS CONFIDENTE IN HER PRINCIPLES)’에 들어있는 벌쉬바우의 ‘논평’에는 “시간은 그녀(박근혜를 뜻함-옮긴이)의 편에 있지 않으나, 그녀는 절망의 조짐도 경선포기의 조짐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시 주한미국대사 벌쉬바우는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이명박과 첫 비밀회동을 가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여론지지도에서 이명박보다 뒤쳐진 박근혜와 가장 먼저 비밀회동을 가졌다. 2007년 2월 5일 벌쉬바우가 가장 먼저 만난 대권주자는 박근혜였다. 당시 대권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박근혜는 이명박보다 20-30% 포인트 뒤지고 있었다.

주한미국대사가 미국이 지지하는 유력한 대권주자 이명박을 먼저 만나지 않고, 여론지지도에서 이명박보다 한참 뒤진 박근혜를 가장 먼저 만난 까닭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벌쉬바우가 박근혜와 만난 비밀회동결과를 직접 정리하여 다음날인 2007년 2월 6일 본국에 보낸 2급 비밀전문 ‘한나라당 대선후보 박근혜를 만난 대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 비밀전문은 벌쉬바우가 박근혜를 가장 먼저 만난 목적이 박근혜가 당내경선에서 이명박에게 지더라도 한나라당을 분열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두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말해준다.

만일 이명박-박근혜의 대권경쟁이 한나라당의 분열로 이어졌더라면, 한나라당 여권후보에 대한 지지표가 둘로 갈려 이명박의 낙선위험이 커졌을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대권경쟁에서 이명박이 승리하여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날은 2007년 9월 11일이었는데, 그로부터 7개월 전에 주한미국대사관은 박근혜가 당내경선에서 이명박에게 지더라도 한나라당을 분열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둠으로써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였던 것이다.

주한미국부대사 빌 스탠튼은 2007년 3월 29일 대권주자 박근혜의 외교정책자문들을 불러 만찬을 함께하면서 박근혜의 대미정책과 대북정책을 파악하였다. 그 회동결과는 스탠튼 부대사가 작성한 3급 비밀전문으로 본국에 보냈다.

‘BBK 올무’에서 간신히 벗어난 이명박

당시 주한미국대사 벌쉬바우가 작성하여 2007년 2월 15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자격 있고, 준비되고, 선두를 달리는 이명박(LEE MYUNG-BAK: QUALIFIED, READY AND IN FIRST PLACE)’에 따르면, 2007년 2월 13일 벌쉬바우-이명박 제1차 비밀회동에서 벌쉬바우는 이명박의 선거운동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면서, “만일 당신을 공격하는 선거운동(negative campaigning)이 제어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물었다. 이명박은 자신만만하게 “공개될 만한 어떤 기록이나 정보에 대해서도 염려하지 않는다고 단언하였다.”

그러나 벌쉬바우가 우려했던 것처럼, 2007년 대선정국에서 경쟁열이 뜨거워지자 이명박의 부패혐의가 언론에 폭로되기 시작하였다. 2007년 7월 20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한국 대통령 선거, 아직도 소용돌이의 정치’에서 벌쉬바우는 “제대로 되어가던 모든 일들이 망가지고 말았다. 한 달 전만 해도 당선이 확실한 후보로 보였으나 지금은 봉급수령자가 어떻게 그처럼 커다란 개인재산을 긁어모을 수 있었느냐 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줄줄이 터져 나오는 부패혐의를 다루어야 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희생자”가 되었다고 탄식하였다. 벌쉬바우가 5개월 전에 있었던 이명박과의 비밀회동에서 우려하였던 것처럼, 이명박이 정적들로부터 치명적인 부패혐의공격을 받는 위기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만일 2007년 대선정국을 뒤흔들었던 BBK 주가조작사건의 ‘몸통’이 이명박이라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더라면, 이명박은 치명상을 입고 낙선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BBK 주가조작사건과 관련된 이명박의 부패혐의를 말해주는 여러 가지 사실들이 언론에 폭로되었는데도, 검찰과 특검은 이명박에 대한 무혐의 처리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실현되는 경우, 2013년에 출범할 새 정권은 수많은 의혹에 쌓인 이명박의 부패혐의를 재수사하게 될 것이다.

정치참사 조섭 윤이 작성하여 2007년 8월 22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12월을 겨눈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GNP CANDIDATE LEE MYUNG-BAK TAKES AIM TOWARD DECEMBER)’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이명박은 강력한 선거운동을 밀고 나갈 것이나, 그의 재산비리에 대한 혐의가 커다란 문제로 남아있다. 집권진영 후보자들은 자기들이 이명박을 쉽게 끌어내릴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의 지지기반이 점점 대단하게 보이기 때문에 지금 그런 소리는 빈말처럼 보인다.”

위의 비밀전문이 작성된 2007년 8월 하순으로 돌아가서 위의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다. 당시 이명박은 BBK 주가조작사건의 ‘몸통’이라는 강력한 의혹을 받고 최악의 궁지에 몰려 있었다. 그렇게 된 까닭은 2007년 8월 17일 <한겨레>가 BBK 주가조작사건으로 나중에 실형을 받은 김경준과 대담하면서 이명박이 BBK의 실제 소유주라는 김경준의 주장을 대서특필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이 그러했는데도, 주한미국대사관은 BBK 주가조작사건 연루의혹이 빈말처럼 보인다고 하였다. 주한미국대사관이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어떤 비밀요인을 알고 있지 않고서는 그런 말을 남길 수 없는 일이다.

정치참사 조섭 윤은 2007년 9월 14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행운아 이명박”이 12월에 이길 것이라고 말하는 최고 정치분석가(TOP POLITICAL ANALYST "LUCKY LEE" WILL WIN DECEMBER)’에 첨부한 ‘논평’에 이렇게 적었다. “이명박에 대한 박성민(아래에 다시 등장하는 유명한 정치분석가-옮긴이)의 최저 평가는 이명박이 몇 가지 재정비리를 숨기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투표자 대부분은 그를 한국 경제를 살릴 대선후보로, 그리고 앞으로 5년 동안 한국을 이끌 최선의 대안인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의 비리를 눈감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

세 종류의 비밀회동이 더 드러났다

미국의 대선개입공작에서 절정은 주한미국대사가 대선후보와 직접 만나는 비밀회동이지만, 그들의 대선개입공작은 주한미국대사와 대선후보의 비밀회동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정치참사 조섭 윤이 작성하여 2007년 10월 5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온라인 덕을 보는 보수후보(CONSERVATIVE CANDIDATE MAKES ONLINE GAINS)’에 “정치참사들이 최근 며칠 동안 선거대책본부 실무진, 정치인, 선거전문가들 대다수를 만났다”는 표현이 나온 것을 보면, 주한미국대사관의 대선개입공작이 얼마나 폭넓게 자행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위킬릭스에 폭로된 93편 비밀전문들에는 세 가지 유형의 비밀회동이 나타난다.

첫째, 주한미국대사관은 대권주자와 비밀회동을 가진 것은 물론 대권주자 정책자문도 접촉하였다. 2007년 2월 5일에 있었던 벌쉬바우-박근혜 제1차 비밀회동 직전에 주한미국대사관 정치참사들이 이명박의 정책자문들, 정동영의 정책자문들과 각각 만난 비밀회동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정보문건들이 있다. 그 비밀전문은 두 편으로 작성되어 같은 날 본국으로 전송되었는데, 작성자 이름이 쓰여 있지 않은 채, 2007년 2월 2일에 본국으로 발송한 3급 비밀전문 제목은 ‘한국 대선후보 이명박: 보수정치인가 진보심성인가?’이다. 역시 문건작성자 이름이 쓰여 있지 않은 채, 같은 날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제목은 ‘대권 바라는 정동영, 경쟁자인가 지지율 저조한 후보인가?(PRESIDENTIAL HOPEFUL CHUNG DONG-YOUNG: CONTENDER OR ALSO-RAN?’)이다. 이 두 비밀전문은 내용을 읽어볼 필요도 없이, 제목만 봐도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둘째, 주한미국대사관은 대선후보의 실무급 보좌관도 접촉하였다. 정치참사 조섭 윤이 작성하여 2007년 9월 18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경선에서 이긴 이명박, 무슨 일이 남았나?(LEE WINS PRIMARY, WHAT NEXT?)’는, 조섭 윤이 2007년 9월 13일 이명박 후보의 보좌관인 임성빈을 비롯한 다른 실무급 보좌관들을 만나 이명박 선거대책본부가 어떤 인맥으로 구성될 것인지를 파악하였음을 말해준다.

셋째, 주한미국대사관은 정치분석가와 언론인도 접촉하였다. 정치참사 조섭 윤이 작성하여 2007년 9월 14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12월에 이길 것이라고 말하는 최고 정치분석가, “행운아 이명박”’에는 “대사관의 가장 믿을 만하고 정확한 연락선들 가운데 하나(one of the Embassy's most reliable and accurate contacts)”라고 지칭한 특별한 인물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정치참사 조섭 윤으로부터 “한국 정치에 대한 그의 파악과 한국 사회의 ‘흐름’을 분석하는 그의 능력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은 ‘최고 정치분석가’는 1991년 이후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정치컨설팅회사 ‘민기획’의 대표로 활동해온 박성민이다. 이명박이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지명된 이튿날인 2007년 9월 12일 박성민은 주한미국대사관 정치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후보를 ‘행운아’라고 부르면서 그가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정치참사 조섭 윤이 작성하여 2007년 9월 19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한나라당의 승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KBS 선임특파원들(SENIOR KBS CORRESPONDENTS SEE GNP's VICTORY INEVITABLE)’에는 “대사관의 빈번한 연락선(frequent Embassy contact)”이며, “KBS에서 최고참이고 훌륭한 기자들 중의 한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한 고대영이 등장한다. 그는 당시 KBS 해설위원이었고 나중에 보도본부장으로 승진한 경력이 있다. 고대영도 위에 나온 박성민과 마찬가지로 이명박이 대선에서 이길 것으로 확언하였다.

미국의 선거개입공작 끝장내고 이 땅의 국민주권 회복할 때

미국이 자행한 선거개입공작의 기본방향은 미국이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대권주자에게 유리한 대선정국을 조성하고, 미국이 차기 대통령으로 바라지 않는 대권주자에게 불리한 대선정국을 조성하는 것이다.

첫째, 미국이 지지하는 대권주자의 정치기반이 분열되지 않도록 사전조치를 취하는 것과 미국이 거부하는 대권주자의 정치기반이 분열되도록 사전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2007년 대선정국에서 미국은 이명박-박근혜의 대권경쟁을 분열요인으로 우려하였지만, 2012년 대선정국에서는 박근혜가 여권대선후보로 독주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 여권분열요인은 없다.

2012년 대선정국에서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여권분열이 아니라 야권연대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총선정국에서 입증된 것처럼, 2012년 대선정국의 향방을 결정지을 위력한 요인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야권연대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 미국의 대선개입공작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야권연대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의 대선개입공작이 어떻게 야권연대를 무력화할 수 있을까? 미국은 야권연대 자체를 깨뜨리지는 못할 것이므로, 국민적 인기도가 높은 야권성향 인물을 대선에 출마시킴으로써 야권단일후보의 지지표를 갉아먹게 하는 대선개입공작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둘째, 미국이 지지하는 대권주자가 정적들의 공세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사전조치를 취하는 것과 미국이 거부하는 대권주자가 정적들의 공세로 치명상을 입도록 사전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민간인 불법사찰사건으로 최악의 궁지에 몰렸다. 이대로 간다면, 대권주자 박근혜에 대한 지지율은 민간인 불법사찰사건으로 추락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민간인 불법사찰사건이 더 확대되지 않도록 조기에 수습하는 대선개입공작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미국이 이 땅에서 집요하고 치밀하게 선거개입공작을 자행하지만, 미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돌발적인 사건이 일어나 선거판세를 뒤엎을 때는 미국의 선거개입공작이 파탄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미국의 선거개입공작이 파탄된 2002년 대선이 그런 경우다. 벌쉬바우가 작성하여 2007년 7월 20일 본국에 보낸 3급 비밀전문 ‘한국 대통령 선거, 아직도 소용돌이의 정치’에서 “두 여중생이 주한미국군 차량에 치어 죽은 사고로 일어난 소용돌이 속에 우리가 있었던 2002년 대선과 전혀 다르게 지금 미국은 소용돌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가운데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지적한 것은 2002년 대선에서 미국의 선거개입공작이 파탄되었음을 말해준다.

2002년 대선에서 미국의 선거개입공작을 파탄시킨 것은, 벌쉬바우의 표현을 빌리면, ‘두 여중생이 주한미국군 차량에 치어 죽은 사고로 일어난 소용돌이’였다. 그가 소용돌이라고 표현하였던 격변은, 주한미국군의 살인범죄를 무죄로 판결하고 살인범을 미국으로 빼돌린 폭거를 보고 격분한 이 땅의 대중들이 주한미국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반미구호를 외쳤던 대중투쟁이었다. 대중의 거대한 ‘촛불바다’가 미국의 선거개입공작을 파탄시켰던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의 선거개입공작은 이 땅의 국민주권을 유린하는 불법행위다. 국민주권을 유린하는 불법행위자들인 주한미국대사를 비롯한 미국 외교관들은 국내법과 국제법을 모두 위반하였으므로 당연히 추방되어야 하고,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는 불법단체이므로 당연히 해체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땅에서 선거개입 불법행위를 자행한 미국은 아무런 비난도 제재도 받지 않는다. 주한미국대사관은 마치 총독부처럼 초법적 존재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 까닭은, 한미관계가 ‘한미동맹’이라는 지배-예속관계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선거개입공작을 자행하고, 남측의 친미정권은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미국의 선거개입공작을 허용하는 전대미문의 주권유린 불법행위가 무려 64년 동안이나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국민주권을 유린해온 불법행위의 온상인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한미관계를 정상화할 때, 이 땅의 국민들은 미국에게 64년 동안 유린당해온 주권을 회복할 수 있다. 이 땅의 국민들이 미국의 국민주권 유린행위를 허용한 친미정권을 심판할 때, 그리하여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한미관계를 정상화하는 진보정권을 세울 때, 미국은 이 땅의 국민주권을 더 이상 유린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이 땅의 국민들은 자기의 주권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2012년 4월 2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