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나타나지 못하는 항공모함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동해가 아니라 대서양에 나타난 항모강습단

2012년 2월 9일 <동아일보>가 중요한 군사정보를 전해주었다. <동아일보>는 보도기사에서 “한미 군당국은 한국 전역에서 이뤄지는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에 항모전력을 전개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는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하였다. 그런데 그 보도기사는 마치 남측 군부와 미국 군부가 협의해서 항모강습단을 동원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처럼 오보한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항모강습단을 동원하는 대규모 전쟁연습은 미국군 지휘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백악관 국가안보회가 결정하는 중대한 국가안보문제다. 북침전쟁연습에 항모강습단을 동원하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결정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행사하는 배타적 권한이라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 중대한 결정이 일방적으로 하달되는 통보과정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미국 국방부→주한미국군사령부→남측 국방부 순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2012년도 키 리졸브/독수리 북침전쟁연습에 항모강습단을 동원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혹시 어떤 특이한 움직임은 없었을까? 언론보도에 나타난 특이한 움직임은 두 차례 있었는데, 2011년 7월 28일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 미국군 합참의장이 당시 합참의장 내정자 신분으로 서울을 비공개 방문하였고, 2011년 11월 7일에는 미국 국방정보국(DIA) 로널드 버지스(Ronald L. Burgess, Jr.) 국장이 서울을 비공개 방문하였다. 얼마 전 한미 군사관계에서 그런 특이한 움직임이 두 차례나 있었던 것을 보면, 미국이 한반도 군사문제에 대해 종전과 다른 전략적 판단을 하였기 때문에, 북침전쟁연습에 항모강습단을 동원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할 수 있다.

미국이 국가재정 파산위기에서 탈출하려고 대폭적인 군비삭감을 단행하는 중이므로, 북침전쟁연습에 항모강습단을 동원하지 않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지금, 미국 동남부의 버지니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대서양 해상에서는 10년 이래 최대 규모의 전쟁연습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군 항모강습단을 주축으로 하고, 영국, 프랑스, 덴마크, 이탈리아, 스페인,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의 군대들을 끌어들여 ‘대담한 악어 작전(Operation Bold Alligator)’이라는 작전명으로 8개국이 연합한 대규모 전쟁연습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항모강습단을 동원하여 10년 이래 최대 규모의 대서양 전쟁연습을 실시하는 것을 보면, 항모강습단을 올해 북침전쟁연습에 동원하지 않는 원인이 군비삭감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2011년 6월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남측 국방부 관리들은 한국군과 미국군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새로운 작전계획에 따라 새로운 전쟁연습을 실시할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는데, 그들이 말한 새로운 전쟁연습이란 항모강습단을 동원하지 않는 북침전쟁연습이라는 뜻일까? 항모강습단은 북침전쟁연습을 주도하는 전략적 무력수단이고, 미국의 대북침공계획은 항모강습단 출동을 중심으로 작성된 것이 너무 뻔한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처럼 군사전략적으로 중요한 항모강습단을 동원하지 않는 것은 북침전쟁연습을 실시한다고는 하지만 ‘알맹이’를 빼놓은 하나마나한 북침전쟁연습을 하면서 소리만 요란하게 내려는 게 아닐까?

위에서 언급한 <동아일보> 2012년 2월 9일 보도기사에는 “2010년 키 리졸브 때 항모가 불참한 것도 북한 정세가 고려된 것으로 안다”는 한국군 고위소식통의 말이 덧붙여 인용되었다. 그런데 그 보도기사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에 항모강습단을 동원하지 않은 때가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였던 것처럼 오보하였다. 그런 오보와 달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2011년에도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에 항모강습단을 동원하지 않았다. 당시 미국 군부는 항모강습단을 동원하는 문제에 대해 이례적으로 길게 침묵하다가,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이 시작된 날로부터 9일이나 지난 2011년 3월 9일에 가서야 항모강습단을 동원한다고 뒤늦게 발표하였다.

이처럼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이 시작된 날로부터 9일이나 지난 뒤에 항모강습단을 동원한다고 발표한 까닭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항모강습단을 동중국해에 대기시켰으면서도 북침전쟁연습에 동원하는 문제를 결정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하지 못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미국 군부가 항모강습단을 동원한다고 발표한 날로부터 이틀 뒤인 3월 11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항모강습단을 한반도 인근 해상이 아니라 동일본 재해지역 인근 해상으로 긴급히 출동시켰다.

진짜 ‘북방한계선’은 동중국해에 그어져 있다

만일 동일본 재해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2011년 3월 초 동중국해에 대기 중이던 항모강습단이 북상하여 뒤늦게나마 한반도 인근 해상에 모습을 드러냈을까? 2011년 3월 21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충돌위기’에서는 항모강습단이 동일본 재해지역으로 긴급 출동하는 바람에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되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지만, 항모강습단이 2010년부터 연속해서 3년째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되지 않은 것을 보면, 미국 군부가 2011년에 이례적으로 뒤늦게 항모강습단 동원을 발표하기는 하였으나, 항모강습단이 동해나 서해로 북상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서 맴돌다가 슬그머니 돌아갔을 것으로 보인다. 항모강습단을 동원하겠다고 뒤늦게 발표해놓고서도 실제로 동원할 수 없게 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예상치 못한 동일본 자연재해는 이른바 초대국(Superpower)의 체면을 살려주면서도 항모강습단 동원을 포기하게 만들어준 구실로 되었다. 

2011년 3월에 미국이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할 때, 항모강습단이 대기하였던 동중국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제주도 남서쪽과 일본 규슈(九州) 서쪽이 교차하는 해역이다. 바로 그 드넓은 해역 어디엔가에 미국군 항모강습단이 더 이상 북상하지 못하는 일종의 ‘북방한계선’이 그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7년 10월 13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 해군의 주도로 일본 해상자위대와 오스트레일리아 해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실시된 3국 공동훈련이 바로 그 ‘북방한계선’이 그어진 동중국해 해역에서 실시되었다. 

2011년 12월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하기로 예정하였다가 북측의 국상으로 연기된 제3차 북미고위급회담이 열리면, 미국군 항모강습단은 영구히 동중국해의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상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항모강습단을 북침전쟁연습에 동원하지 않은 것은, 전술적 조치가 아니라 전략적 결정이며, 그런 전략적 결정은 미국이 항모강습단을 북침전쟁연습에 더 이상 동원할 수 없을 만큼 막다른 골목으로 밀려갔음을 뜻하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철저한 보안조치 때문에 세상에 그 내막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반도 군사정세에서는 이 땅의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변화가 조용히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2010년 9월 10일 제7함대 사령관직에서 떠나게 된 존 버드(John M. Bird) 해군 중장은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에서 진행된 제7함대 사령관 이임식에서 “서태평양 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 지역의 평화적인 현상유지는 더 이상 보장될 수 없다”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변화의 바람이 서태평양에 강하게 불고 있다고 표현했지만, 더 정확하게 지적하면 그 강풍이 불어오는 변화의 중심에 북측과 미국의 군사전략균형이 깨진 한반도가 놓여있는 것이다.

상륙작전연습과 군비감축의 묘한 상관관계

2012년 1월 19일 서울 용산에 있는 미국군사령부에서 진행된 한미 해병대 지휘관 회의에서 이호연 해병대사령관과 마이클 레그너(Michael R. Regner) 주한미해병대사령관이 여단급 한미 연합상륙작전연습과 미국군 해병대의 한반도 투입 연습을 통합한 ‘쌍룡훈련’을 2012년 3월에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쌍룡훈련’은 1989년도 팀 스피리트 북침전쟁연습 이후 23년만에 최대 규모의 연합상륙작전연습인데, 일본 오키나와(沖繩)에 주둔하는 미국군 제3해병원정군(MEF)과 한국군 해병대가 연합한 병력 10,000여 명이 동원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침전쟁연습에 항모강습단을 3년째 동원하지 않으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최대 규모의 연합상륙작전연습을 실시한다니 이게 무슨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일까. 최대 규모의 연합상륙작전연습이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닐까? 2006년도 ‘호국훈련’부터 한국군 해병대가 사단급 해안상륙작전을 연습한다고 발표하였지만, 실제로 동원한 병력은 2개 연대 6,000여 명이었고, 2007년도 한미 연합상륙작전연습에 동원된 미국군 해병대 병력은 고작 1개 중대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10,000여 명이나 동원한다니, 최대 규모의 연합상륙작전연습이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북침전쟁연습에 항모강습단을 3년째 동원하지 않으면서, 최대 규모의 연합상륙작전을 연습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미국의 행동에 얽힌 복잡한 내막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정보는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가 2012년 2월 2일에 보도한 기사에서 찾아낼 수 있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이 오키나와에 전진배치한 해병대 병력은 17,000명인데, 그 가운데서 4,500명을 미국 영토인 괌(Guam)으로 배치하고, 4,100명은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하와이 등지로 순환시킨다는 것이다. 원래 미국과 일본이 2006년에 합의했던 주일미국군 재배치계획은 오키나와에 전진배치한 미국군 해병대 병력 8,600명과 그 가족 9,000명을 2014년까지 괌으로 재배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국가재정 파산위기에 빠진 미국은 대폭적인 군비삭감을 단행하는 중이고, 따라서 원래 239억 달러를 들여 2016년까지 건설하기로 예정한 괌의 군사기지 건설비를 삭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이고 군사기지 완공 이후에 들어갈 막대한 기지운용비도 삭감할 수밖에 없는 아주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 그런 까닭에 해병대 병력 8,600명을 괌에 모조리 재배치하지 못하고, 그 중 일부를 다른 여러 지역으로 순환시키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버락 오바마(Barack H. Obama) 미국 대통령은 2011년 11월 16일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2012년부터 2,500명 병력을 6개월씩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 있는 로벗슨 군사기지(Robertson Barracks)에 머물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2012년 1월 26일 리언 패네타(Leon E. Panetta) 미국 국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대폭적인 군비삭감조치에 따라 미국군 해병대는 현재 병력 202,000명에서 20,000명을 감축하여 182,000명 선을 유지하게 된다고 한다. 미국 군부가 밝힌 것은 아니지만, 오키나와에 전진배치한 해병대 병력 17,000명 가운데 재배치하는 병력 8,600명 이외에 잔류병력 8,400명이 감축대상 20,000명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오키나와 현민들의 끈질긴 철거투쟁에 밀려 후텐마(普天間)에서 쫓겨나 어디로 갈지 모르는 미국군 해병대는 해병대 항공기지를 관리할 소수병력만 오키나와에 남겨둘 것이다.

오키나와에 전진배치한 미국군 해병대 병력 일부를 괌에 재배치하고 다른 일부는 태평양 여러 지역으로 순환시키는 것으로 변경된 새로운 방침은 2012년 2월 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붕>에도 실렸다. 그런데 그 보도기사는 병력 재배치의 원인을 거론하면서 “중국의 미사일기지에서 가까운 오키나와에 미군을 집중배치해둘 경우 유사시 일격에 대타격을 받았을 수 있다”는 미국 국방부 전직 고위관리의 우려섞인 발언을 인용하였다. 다시 말하면, 오키나와에 전진배치한 미국군 해병대를 괌에 재배치하고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하와이로 순환시키는 원인이 중국의 미사일 공격위험에서 벗어나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붕> 보도기사에 나온 미국 국방부 전직 고위관리만 유별나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군사정세에 관한 깊은 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마지막 ‘고별공연’을 하는 제3해병원정군

그러나 그런 생각은 정보부족이 빚어낸 오해다. 미국이 올해부터 오키나와 주둔 미국군을 재배치하기 시작한 원인은 중국의 미사일 공격위험에서 벗어나려는 데 있지 않으며, 감추어진 진짜 원인이 따로 있다는 놀라운 사실에 대해서는, 폭로전문 누리집 위킬릭스(Wikileaks)에 게시된 비밀전문 한 건이 말해주고 있다. 제임스 줌월트(James P. Zumwalt) 주일미국대사관 부대사가 작성하여 2009년 10월 15일 본국에 전송한 ‘미국군 재배치 역사를 논의한 캠벨 차관보와 일본 정부 관리들(A/S CAMPBELL, GOJ OFFICIALS DISCUSS THE HISTORY OF U. S. FORCE REALIGNMENT)’이라는 제목의 비밀전문에 들어있는 줌월트 부대사의 매우 흥미로운 지적이 눈길을 끈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커트 캠벨(Kurt Campbell)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수잰 버살라(Suzanne Basalla) 미국 국방장관실 일본 담당 선임국장이며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의 발언이 암시한 것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미국군 재배치를 추동하는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고 일본 외무성 및 방위성 관리들에게 밝히고, “어떤 분명한 이유들 때문에 그 사실이 공공연히 논의될 수 없다(This fact...could not be discussed publicaly for obvious reasons)”고 덧붙였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 및 국방부 관리들과 일본 외무성 및 방위성 관리들이 마주앉은 비공개 회의에서조차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못할 만큼 극도로 민감한 군사문제란 도대체 무엇일까? 그 비밀전문은 그 민감한 군사문제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동북아시아에 전진배치된 미국군을 재배치하는 원인이 중국의 증강된 군사력에 있지 않다고 했으므로 그 원인이 북측의 강력한 군사력에 있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전진배치한 미국군을 재배치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원인은, 미국이 북측의 강력한 군사력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는 데 있는 것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붕> 2010년 4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미국 태평양군 해병대사령관 키스 스탤더(Keith J. Stalder) 중장은 2010년 2월 17일 주일미국대사관에서 일본 방위성 고위당국자들과 만났을 때 “오키나와 미군 해병대의 작전대상은 북조선”이라고 ‘고백’하였다. 그가 지적한 것처럼, 오키나와에 전진배치한 미국군 해병대는 중국 해안이 아니라 북측 해안에서 벌어질 상륙작전에 동원하려는 침공무력이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전면전을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동중국해나 남중국해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소규모 해상충돌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북측을 침공하려고 오키나와에 전진배치한 미국군 해병대를 오키나와에서 남동쪽으로 2,280km나 떨어진 괌에 재배치하려는 것이다. 평양에서 오키나와까지 직선거리는 1,430km이고, 평양에서 괌까지 직선거리는 3,400km이므로, 오키나와에 전진배치한 미국군 해병대를 괌에 재배치하는 것은 근 2,000km나 후퇴하는 퇴각배치다.

미국이 오키나와에 전진배치한 미국군 해병대를 2,280km 떨어진 괌에 퇴각배치하면, 일본 규슈의 사세보(佐世保) 해군기지에 고정배치한 40,000t급 초대형 상륙강습모함 에쎅스호(USS Essex)도 괌에 퇴각배치할 것이다. 상륙강습모함 에쎅스호가 괌을 떠나 강원도 원산 앞바다까지 가려면 전속력으로 항해해도 사흘하고 반나절이 걸린다. 순전히 항해시간만 그렇게 오래 걸리는데다가 해병대 병력 1,800명이 상륙강습모함에 오르는 승선시간과 병력수송헬기, 강습헬기, 수직이착륙기 등 작전기 36대를 싣는 선적시간까지 더 보태지면 신속기동전은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미국이 해병대를 2,000km 후퇴하여 퇴각배치하는 것은 북측을 침공하는 해안상륙작전을 사실상 포기하였다는 뜻으로 읽힌다.

더욱이 항모강습단을 동원하지 않고 상륙작전연습을 실시하면, 그것은 무력시위가 아니라 ‘해안공연’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무의미해진다. 항모강습단이 선제공격으로 적의 공격력을 제압하지 않았는데, 상륙강습모함이 겁도 없이 적국 해안에 접근하는 것은, 바다에 떠있는 매우 크고 둔중한 미사일 표적이 되기를 자초하는 자멸행위나 마찬가지다. 항공모함이 출동하지 못하면, 상륙강습모함도 당연히 출동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에 3년째 항모강습단을 동원하지 못하면서, 올해는 왜 연합상륙작전연습을 23년만에 최대 규모로 감행하려는 것일까? 위에서 논한 것처럼, 오키나와에 전진배치되어 북침상륙작전을 노리던 미국군 해병대는 올해부터 한반도에 출동하기 힘든,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퇴각배치된다. 따라서 오키나와에 전진배치된 미국군 해병대를 올해 북침전쟁연습에 동원하는 것은, 퇴각배치를 앞두고 있는 제3해병원정군의 초라한 행색을 감춰보려는 마지막 ‘고별공연’으로 보인다.

야전사령관들의 기죽은 소리는 군사패권 꺾이는 소리

군사전문가들의 관심을 끄는 문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왜 3년째 항모강습단을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에 동원하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와 미국 국방부가 그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으니, 미국군 야전사령관들의 말을 들어보는 수밖에 없다.

2011년 10월 12일 제임스 서먼(James D. Thurman)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워싱턴 디씨에서 열린 미국육군협회 연례특별토론회 연설에 출연하여 “120만명에 이르는 북측 군대의 70%가 비무장지대를 따라 배치돼 있다. 이 위협은 장난이 아니다. 북측 군대의 규모는 세계에서 네 번째”라고 말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주한미국군사령관을 지낸 월터 샤프(Walter L. Sharp)는 2012년 2월 1일 <미국의 소리> 취재기자와 진행한 대담에서 북측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또 지속적인 투자로 핵과 미사일 역량을 증강시키고 있습니다. 탄도미사일 개발도 계속하고 있구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섰지만 이런 방향을 되돌릴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중단시킬지 우려스럽습니다”고 말했다. 2012년 2월 9일 새뮤얼 락클리어(Samuel J. Locklear) 태평양군사령관 지명자는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하여 “북측은 미국과 동맹국들,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이며, 최근 북측 수뇌부에 변화가 있어 그 위협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군사패권을 틀어쥐었노라고 큰 소리를 치는 미국군 야전사령관들이 한결같이 북측으로부터 군사적 위협을 받는다느니 또는 북측의 군사력이 우려스럽다느니 하는 소리를 이구동성으로 늘어놓았다. 얄궂은 체면을 붙들고 있는 미국군 야전사령관들은 북측의 강력한 군사력에 대해 실제로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공포를 느낀다는 소리는 차마 꺼내지 못하고 위협을 받는다느니 우려스럽다느니 하며 기죽은 소리만 늘어놓은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무력으로 대치한 적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군사지휘관은 이미 사상정신적으로 패한 것이다. 만일 무지와 편견을 가지고 한반도 군사정세를 바라본다면, 미국이 북측의 강력한 군사력 앞에서 사상정신적으로 패하였다는 명백한 사실이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북측과 맞붙은 사상정신적 대결에서 패한 미국은 북측과 맞붙은 군사적 대결에서도 역시 패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미국군 야전사령관들이 북측과 맞붙은 군사적 대결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하여 지레 겁을 먹고 기가 꺾여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 북측과 미국의 대결관계에서 그처럼 명료해진 승패결과는, 한반도에서 군사전략균형이 깨지면서 군사정세가 뒤집어지고 말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미국의 군사패권이 소리없이 무너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6.25 전쟁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집요하게 북침전쟁을 노리던 침공무력을 한반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태평양 한 가운데로 밀어낸 북측의 강력한 군사력이 한반도 군사정세를 뒤집어버리고 미국의 군사패권을 꺾어놓은 것이다. 지난 시기 미국을 군사강국으로 올려세워준 침공무력수단들인 항공모함과 상륙강습모함이 동중국해의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상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제는 주한미국군도 이 땅을 조용히 떠날 날이 가까워졌다.

미국의 군사패권을 꺾어버린 북측 군사력의 실체는 무엇일까? 국가기밀에 속하는 군사력의 실체를 외부에서 자세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북측이 미국의 군사패권을 꺾어버릴 만큼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것은 각종 자료들을 통해 입증되는 객관적 사실이다. 미국군 야전사령관들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인민군의 ‘폭풍전력’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의 길이가 제한되어 다음 주로 넘긴다. (2012년 2월 13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