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다하르의 야수’ 포획의 내막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미국의 불법공중정찰에 맞서 싸운 50년

2011년 12월 4일 백악관은 이란 국영텔레비전 <알 알람(al-Alam)>이 전한 긴급보도 한 편을 보고 그만 경악하였다. 긴급보도에 따르면, 그로부터 약 세 시간 전에 미국의 무인정찰기 RQ-170 센트널(Sentinel)이 이란 영토에 추락하였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제껏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비밀병기인 최첨단 무인정찰기가 추락한 것도 놀라운 일인데, 다른 곳도 아닌 미국의 적대국 이란 영토에 추락하였으니 그 사건으로 일어난 엄청난 파장이 전 세계를 뒤흔든 것은 당연한 이치었다.

미국의 불법공중정찰에 얽힌 이야기는 51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1960년 5월 1일 소련군은 소련 영공을 침범한 미국의 최첨단 유인정찰기 U-2를 격추하고, 피격당한 정찰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탈출한 조종사 프랜시스 개리 파워즈(Francis Gary Powers)를 생포하였다. 그는 적에게 생포되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자살용 독침을 가지고 있었으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용기가 없어 소련군 병사들에게 투항하였다.

미국 군수업계를 대표하는 거대한 군수기업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이 제작하여 1955년 8월 1일 처녀비행에 성공한 U-2는 1957년에 작전배치되었는데, 그 첨단정찰기를 사용한 것은 미국 공군이 아니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었다. U-2의 최고비행고도는 21.3km이고, 최고비행속도는 시속 805km다. 그처럼 높은 상공을 날아가는 고공비행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당시 소련군의 전투기나 대공미사일로는 요격하기 힘들었다. 당시 소련군이 보유한 최신예 전투기 미그-19의 비행고도는 17.5km이고, 수호이-9의 비행고도는 16.7km이었으며, 당시 최신형 대공미사일 SA-2의 상승고도는 20km였으니, 소련 영공을 침범한 U-2를 뻔히 보면서도 요격하지 못하였다. 소련군의 그런 약점을 아는 미국 중앙정보국은 U-2를 파키스탄 북부지역에 있는 페샤워(Pesharwar) 공항 안의 파키스탄 공군기지에서 비밀리에 이륙시켜 소련 영공을 고공비행하며 군사전략기지들을 낱낱이 공중촬영하였다.

그런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속담처럼, 자기의 기술우위만 믿고 오만방자하게 날치던 U-2는 소련 우랄지역에 있는 덱탸르스크(Degtyarsk) 인근 상공에서 SA-2 지대공미사일에 보기 좋게 격추되고 말았다. 그 날, 소련군 방공미사일 부대는 U-2를 향해 SA-2 지대공미사일 세 기를 발사하였는데, 그 가운데 1기가 U-2 바로 뒤쪽에서 공중폭발하면서 U-2 기체에 강한 충격을 주었고, 그 바람에 U-2의 긴 날개 한 쪽이 충격파에 손상되어 추락한 것이다. 소련군 방공미사일 부대는 그런 줄도 모르고 SA-2 지대공미사일 13기를 또 다시 집중발사하였는데, 그 가운데 한 기가 U-2를 요격하기 위해 뒤따르던 소련군 미그-19를 격추하는 사고도 있었다. U-2 잔해는 지금도 모스크바 중앙군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소련군의 방공력을 얕보고 날치다가 한 방 얻어맞고 겁이 난 미국은 U-2를 소련 영공에 들여보내지 못하고, 중국 영공에 들여보내기 시작했는데, 또 다시 격추되어 자국 조종사가 생포될까 우려하여 1962년 1월부터는 대만군 조종사가 조종하는 U-2를 대만 공군기지에서 이륙시켜 중국 영공을 침범하였다. 그러나 중국인민해방군 방공력이 소련군 방공력보다 한 수 아래겠거니 생각하며 얕본 미국은 이번에도 오판하였다. 2005년 9월 8일 <자주민보>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1962년 9월 9일 중국인민해방군의 폭격기 유인전술과 대공미사일 매복전술에 걸려든 U-2는 강서성 남창시 인근 상공에서 SA-2 지대공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 그것만이 아니라, SA-2 지대공미사일 발사준비 시간을 10초 이내로 줄이는 훈련을 하였던 중국인민해방군은 1963년 11월 1일 U-2가 다가올 때까지 매복하였다가 불과 8초만에 번개처럼 발사하였다. U-2는 갑자기 발사된 미사일을 피하지 못하고 격추되었다. 그 뒤로도 중국인민해방군은 U-2를 세 차례 더 격추하는 전과를 올렸다.

이처럼 U-2가 중국인민해방군 대공미사일에 계속 격추되는 망신을 당하자, 미국 중앙정보국은 대공미사일로 격추하지 못하는 새로운 정찰기를 제작하도록 록히드 마틴에 주문하였다. 그 주문에 따라 1967년에 등장한 것이 A-12 초음속 고고도 유인정찰기다. A-12의 최고비행고도는 29km이고, 최고비행속도는 마하 3.35다. 다른 전투기들의 비행고도가 10-13km이니, A-12 비행고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그처럼 고공비행을 하니 대공미사일로 격추할 수 없었다. A-12는 15대가 생산되어 1967년에 취역하였다가 이듬해에 퇴역하였는데, 취역기간 2년 동안 무려 6대나 기능장애로 실종되었고 나머지 9대는 퇴역하여 미국 각지 박물관들에 전시되었다.

취역기간이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던 A-12를 대체한 것이 SR-71 초음속 고고도 유인정찰기다. SR-71의 최고비행고도는 25.9km이고, 최고비행속도는 마하 3.3이다. SR-71은 1966년에 취역하였고, 32대가 생산되었는데, 취역기간 32년 동안 12대가 기능장애로 실종되었고 나머지 20대는 1998년에 퇴역하여 미국 각지 박물관들에 전시되었다.

SR-71은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공군기지에 고정배치되어, 북측을 불법정찰하였다. 1981년 8월 서해 상공에서 고공비행하며 북측을 정찰하던 SR-71을 향해 인민군이 SA-2 대공미사일을 발사하였다. SA-2 지대공미사일의 최고상승고도는 20km이고, 비행속도는 마하 3.5인데 비해, SR-71의 최고비행고도는 25.9km이고, 최고비행속도는 마하 3.3이다. SR-71은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SA-2 지대공미사일을 피해 재빨리 달아나고 말았다.

초음속 고고도 유인정찰기들인 A-12와 SR-71이 모두 퇴역하였는데도, U-2는 퇴역하지 않고 적대국에 대한 불법정찰을 계속하였다. 미국이 U-2를 퇴역시키지 않고 계속 사용한 까닭은, 정찰위성이 대신할 수 없는 기능을 U-2가 수행하기 때문이다. 정찰위성은 정해진 궤도와 시간대에 따라 너무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기동성을 요구하는 정찰작전에서 제한성이 있는 데 비해, U-2는 임의 장소를 임의 시각에, 그리고 정찰위성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에서 정밀하게 정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월하다.

미국은 경기도에 있는 오산공군기지에 U-2 두 대를 고정배치해놓고 북측을 24시간 불법정찰하여왔다. 그런데 1992년 2월 6일에 발행된 <시사저널> 제119호에 실린 보도기사에 따르면, 1992년 1월 15일 오산공군기지를 이륙하여 북측을 정찰하던 U-2 한 대가 저녁 7시 30분쯤 군사분계선 남쪽 상공을 비행하던 중에 갑자기 지상관제소와 교신이 끊어지고 지상레이더에서 사라졌다. U-2는 동해안에서 30km 정도 떨어진 동해상에 추락하였고, 해군 구조선이 조종사 시신을 발견하여 1월 20일 오산공군기지에서 장례식을 치르었다. 추락 직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사고원인이 북측의 적대행위가 아니라고 밝혔다. U-2가 교신이 끊어지고, 조종사가 비상탈출도 하지 못한 채 바다에 추락하였는데, 북측의 공격으로 추락한 것이 아니라면, 조종사가 비행 중에 갑자기 의식을 잃어버린 경우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기체고장으로 추락하였다면, 조종사는 얼마든지 비상탈출하였을 것이다. 1992년 1월 15일에 일어난 U-2 동해추락사건의 원인은 미궁에 빠져있다.

고고도 유인정찰기를 격추할 북측의 요격미사일

1990년대에 북미관계가 무력충돌 직전에 이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몇 차례 조성되었는데, 그 때마다 미국은 정찰수단을 총동원하여 북측의 군사전략거점들을 불법정찰하였다. 그 정찰작전에 고고도 유인정찰기 U-2가 동원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북미관계가 매우 긴장하였던 2003년 1월 26일 경기도 화성시 인근에서 U-2가 또 추락하였다. U-2가 언덕에 추락하여 폭발하기 직전, 조종사는 낙하산을 타고 탈출하였는데, 미국 군부는 사고원인을 밝히지 않고 넘어갔다.

인민군은 미국의 지속적인 공중정찰과 공습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고고도 지대공 요격미사일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요격미사일을 개발하였을까? 남측 정부 고위당국자가 한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1997년 10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은 자동공중감시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거리 200km의 대공순항미사일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보도기사에서 언급한 자동공중감시망과 대공순항미사일은 앞뒤가 맞지 않는 틀린 표현이다. 자동공중감시망은 방공미사일체계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초음속 전투기를 잡는 대공미사일에 저음속 순항기능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가 말한 자동공중감시망과 대공순항미사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북측이 이미 1997년 이전에 전자기능을 갖춘 방공미사일체계를 작전배치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영국의 교통 및 군사 전문자료 발행기관인 제인스 인포메이션 그룹(Jane's Information Group)이 2008년 4월 2일에 펴낸 자료에 따르면, 인민군은 방공미사일 S-200(SA-5) 4개 대대를 작전배치하였다. 1개 대대마다 미사일발사대가 여섯 개씩 배치되었는데,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S-200은 사거리 300km, 요격고도 40km, 비행속도 마하 4, 탄두무게 217kg이다. 그러나 그 보도에 담긴 군사정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보도가 나온 때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난 201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인민군 열병행진에 S-200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최신형 방공미사일체계가 등장하여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기 때문이다.

기존 S-200과 최신형 방공미사일체계의 질적 차이는, S-200이 갖추지 못한 새로운 항법체계와 비행통제체계를 최신형 방공미사일체계가 갖추었다는 데 있다. 인민군 열병식에 등장한 ‘주체식 요격미사일종합체’는 전파지령식 항로수정체계(radio command correction guidance system)와 가스분사식 비행통제체계(gas dynamic flight control system)를 갖춘 최첨단 방공미사일체계였는데, 요격미사일을 장착한 원통형 수직발사대 두 개가 3축6륜 소형발사차량에 실려 있었다.

그에 비해, 러시아 방공미사일체계 S-300은 요격미사일을 장착한 원통형 수직발사대 네 개를 4축8륜 중형발사차량에 싣고 이동한다. 3축6륜 소형발사차량 한 대가 ‘주체식 요격미사일’ 두 기를 실은 것은, 그 요격미사일 네 기를 한꺼번에 싣기 위해서는 4축8륜 중형발사차량이 아니라 5축10륜 대형발사차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러시아군이 2007년 7월 1일에 작전배치한, 전 세계에서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방공미사일체계 S-400이 바로 요격미사일 네 기를 실은 5축10륜 대형발사차량으로 작동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체식 요격미사일’ 성능은 러시아제 최첨단 요격미사일 S-400 성능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S-300은 요격고도 27km, 비행속도 시속 1,600km인데 비해, S-400은 요격고도 30km, 비행속도 마하 5.0이다. 개량형 S-400(40N6)은 요격고도 185km, 비행속도 마하 12라고 하니 상상을 초월한다.

1997년 이전에 고성능 방공미사일체계를 작전배치하였던 북측의 군사과학기술력을 생각하면,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주체식 요격미사일종합체’는 S-300의 성능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생각된다. 러시아군은 S-400 요격미사일 네 기를 5축10륜 대형발사차량에 싣고 이동하는데 비해, 인민군은 그와 비슷한 성능을 가진 요격미사일 두 기를 3축6륜 소형발사차량에 싣고 이동하는 것이다. 러시아와 달리, 산악지대가 많은 한반도 지형에서 재빨리 이동하려면 소형발사차량에 나누어 싣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2009년 12월 19일 <중앙일보>에 주목할 만한 군사관련 기사 한 편이 실렸다. 남측 군부 소식통이 한 말을 인용한 보도기사에 따르면, 주한미국공군이 최근 몇 달 동안 RQ-170 센트널을 오산공군기지에서 시험적으로 운영해왔는데, 2010년에 그 기지에 고정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한 무인정찰기 RQ-170이 2010년에 오산공군기지에 배치되면, 그 기지에 배치되었던 기존 유인정찰기 U-2를 대체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 보도기사가 나오기 약 1년 전인 2008년 11월 27일 <연합뉴스>는 미국 공군 고위지휘관이 한 말을 인용한 기사에서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Global Hawk)가 조만간 서태평양의 미국령 괌(Guam)에 고정배치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RQ-4 글로벌 호크는 최고상승고도 19.8km, 최고비행속도 시속 800km다. 그 공군 고위지휘관은 상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RQ-4 글로벌 호크를 괌에 고정배치한다는 말은 그 무인정찰기를 오산공군기지에도 고정배치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뒤에 정작 오산공군기지에 나타난 것은 RQ-4 글로벌 호크가 아니라 RQ-170 센트널이었다.

최첨단 무인정찰기 RQ-170 센트널은 속칭 ‘스컹크사업(Skunk Works)’이라고 불리는 록히드 마틴의 고등개발사업(Advanced Development Programs)에서 개발된 미국의 비밀병기다.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국제공항 활주로에 서 있는 박쥐모양의 RQ-170을 원격촬영한 사진이 프랑스 진보언론 <리베라시옹(Liberation)>에 연계된 블로그 ‘방위공학(Defense Technology)’을 통해 2009년 4월에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미국의 항공전문지 <주간항공과 우주공학(Aviation Week & Space Technology)>의 전자전 부문 전문기자인 데이빗 펄굼(David A. Fulghum)이 미국의 첨단 스텔스 무인기 개발계획에 관해 2001년 6월에 처음 언급한 뒤로, 소문으로 떠돌던 최첨단 비밀병기가 실존한다는 사실이 그 사진으로 입증되었다.

미국의 최첨단 비밀병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널리 퍼지자, 미국 공군은 2009년 12월 4일 항공전문지 <주간항공과 우주공학>을 통해 처음으로 RQ-170의 존재를 시인하였다. 2009년 12월 9일 프랑스 통신사 <아전스 프랑스 프레스(Agence France-Presse)>는 그 최첨단 비밀병기를 ‘칸다하르의 야수(Beast of Kandahar)’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RQ-170은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크리취 공군기지(Creech Air Force Base)에 주둔하는 공중전사령부(Air Combat Command) 휘하 제432전투비행단 소속인데, 2007년 7월 17일부터 제30정찰대대가 미국 공군의 비밀병기창이라 할 수 있는 네바다주의 토노파 시험비행장(Tonopah Test Range Airport)에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불가시 비행체의 신화

U-2와 RQ-4 글로벌 호크는 고고도 정찰기이지만, RQ-170 센트널은 MQ-1 프레더터(Predator)나 MQ-9 리퍼(Reaper)처럼 중고도 정찰기다. 그런데 똑같이 중고도 무인정찰기로 분류되어도, RQ-170은 프레더터나 리퍼와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RQ-170은 제트엔진을 달고 비행하지만, 프레더터나 리퍼는 프로펠러를 달고 비행한다. 프레더터는 최고비행고도 7.6km, 최고비행속도 시속 217km이고, 리퍼는 최고비행고도 15km, 최고비행속도 시속 300km다.

프레더터와 리퍼라는 고유명칭 앞에 붙은 MQ라는 영문자는 무장정찰기를 뜻하고, 센트널과 글로벌 호크라는 고유명칭 앞에 붙은 RQ라는 영문자는 비무장정찰기를 뜻한다. 중고도 무인정찰기들인 프레더터와 리퍼는 중고도 비행을 하다가 적이 쏜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될 수 있으므로, 방공레이더와 지대공미사일을 보유하지 못한 이른바 ‘테러단체’를 정찰, 감시, 공격하는 ‘반테러전쟁’에 동원된다. 지금 미국은 중고도 무인정찰기를 동원하여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공격한다고 하면서 무고한 민간인에게까지 미사일을 쏘아대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미국이 공개하지 않아서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얼마 전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정찰과 공습에 동원되어 결정적인 임무를 수행한 것도 중고도 무인정찰기였다.

그런데 RQ-170은 프레더터와 리퍼처럼 중고도 무인정찰기인데도, ‘반테러전쟁’에 동원되지 않고 이란에 대한 첩보-감시-정찰(ISR)에 동원되었다. 군사전문가들은 RQ-170의 최고상승고도가 약 15km일 것으로 보는데, 그런 정도의 중고도를 날아가는 모든 비행체는 요격미사일에 격추되고 만다. 그런데도 중고도 무인정찰기 RQ-170은 어떻게 이란 영공을 침범하여 정찰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 두 가지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RQ-170은 중고도비행으로 이란 영공을 침범하면서도 이란군 방공레이더망을 뚫고 들어가는 완벽한 스텔스 기능을 갖추었다. 그것은 사실상 비가시 비행체(invisible flying object)인 것이다. 만일 RQ-170이 그런 최첨단 스텔스 기능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이란군 방공레이더망이 뒤덮혀 있는 이란 영공을 감히 침범하지 못한다.

이란 통신사 <파스 뉴스 에이전시(Fars News Agency)> 2011년 6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군 사령관은 이란이 최근 페르시아만 공해 상공과 이란 영공에서 이란군 요격으로 추락한 미국군 무인정찰기 몇 대의 잔해를 러시아 전문가들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들이 러시아 전문가들에게 보여준 것은 RQ-170이 아니라 프레더터와 리퍼였다. 이란군의 방공력은 프레더터와 리퍼를 격추할 수 있지만, 미국의 최첨단 비밀병기 ‘칸다하르의 야수’를 격추하기는커녕 언제 어디서 나타나는지 포착도 하지 못하였다.

둘째, 프레더터의 작전거리는 1,100km이고, 리퍼의 작전거리는 1,850km인데 비해, 글로벌 호크의 작전거리는 무려 24,985km다. RQ-170의 작전거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글로벌 호크만큼 길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국제공항의 이착륙기지에 전진배치해놓은 RQ-170을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토노파 시험비행장의 지상통제기지에서 원격조종하여 이착륙시키고 이란 영공에서 불법정찰을 감행해온 것이다.

토노파 시험비행장의 지상통제기지에서 칸다하르 국제공항의 이착륙기지까지 직선거리는 12,287km인데,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무인정찰기를 원격조종하려면 군사위성체계에 연결시킨 전자항법장치와 전자교신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RQ-170은 미국이 개발한 최첨단 전자전 기술의 집약체인 것이다.

2009년 12월 19일 <중앙일보>에 나온 군사관련 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당시 미국은 RQ-170을 오산공군기지에 몰래 들여다 놓고 몇 달 동안 시험비행을 하였다. 이것은 그들이 오산공군기지에서 운영해오던 기존 유인정찰기 U-2를 퇴역시키는 때에 맞춰, 최첨단 무인정찰기 RQ-170를 그 기지에 새로 배치하려고 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러면 지금 미국은 RQ-170을 오산공군기지에 고정배치하고 북측을 정찰하고 있을까? 그들의 군사기밀이므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지만, 2010년 어느 시점부터 RQ-170을 동원하여 대북정찰을 강행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미국이 RQ-170을 2010년에 오산공군기지에 고정배치하였다 해도, 그것의 정찰비행범위는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주체식 요격미사일종합체’가 스텔스 기능을 지닌 모든 종류의 불가시 비행체까지 모조리 잡아내어 요격하는 최첨단 방공미사일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RQ-170은 북측 영공을 감히 침범하지 못하고, 군사분계선 남쪽 상공을 동서로 오가는 식으로 위축된 대북정찰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RQ-170이 군사분계선 남쪽 상공에서만 오가고 있으니, 북측이 그 무인정찰기를 요격할 기회가 없다.

미국 군부가 판단할 때, RQ-170을 동원하여 영공을 침범하는 불법공중정찰을 강행할 만만한 대상은 이란이었다. 이란군의 전자전 능력이 아직 뒤떨어졌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파즈 뉴스 에이전시> 2010년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이 독자개발한, 스텔스 기능이 없는 재래식 무인공격기 카라(Karra)는 공대지순항미사일 네 기를 장착하고 제트엔진도 달았지만, 작전거리가 1,000km밖에 되지 않는다. 작전거리가 1,100km인 미국의 재래식 무인정찰기 프레더터와 성능이 비슷하다. 또한 이란은 S-300 방공미사일체계를 독자개발하지 못하고 네 대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였다. 그런 형편이니, 미국은 이란군의 전자전 능력을 얕보고 RQ-170을 이란 영공에 들여보내 마음껏 헤집고 날아다니게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2009년 4월 프랑스 언론을 통해 RQ-170 이착륙기지가 칸다하르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란은 자국 영토가 RQ-170의 불법공중정찰에 노출되었음을 알고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방공레이더망에도 잡히지 않는 비가시 비행체를 무슨 수로 격추한다는 말인가. 이란군의 전자전 능력으로는 미국이 최첨단 군사과학기술을 총동원하여 비밀병기로 개발한 RQ-170을 격추할 방도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덫에 걸린 ‘칸다하르의 야수’

미국의 최첨단 무인정찰기 RQ-170이 이란 영토에 추락하였다는 이란 국영텔레비전 <알 알람(al-Alam)>의 긴급보도가 백악관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때로부터 나흘이 지난 2011년 12월 8일 백악관은 이란 국영텔레비전에 방영된 보도영상을 보고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큰 충격을 받았다. 지상에 추락할 때 충격을 받아 기체에 큰 손상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했던 RQ-170이 거의 손상을 입지 않은 멀쩡한 모습으로 보도영상에 나타난 것이다.

이전에 미국의 재래식 무인정찰기들이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가 이란군에게 격추된 몇 차례 사례를 알고 있는 백악관은, 이번에 RQ-170이 아마 전자장비 기능장애로 추락하였을 거라고 막연히 추정하고 있었다. 기능장애로 추락하는 경우 기체가 손상을 입게 되고, 더욱이 추락사고에 대비해 기체 안에 설치해놓은 자폭장치가 최첨단 전자장비의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으로 폭발하여 RQ-170의 형체마저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추락한 것도 아니고, 자폭한 것도 아닌,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으니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그 동안 묘한 신비감에 쌓여있었던 미국의 비밀병기는, 이란이 텔레비전 영상을 통해 그 모습을 공개하는 바람에 전 세계 앞에서 벌거벗은 꼴로 치욕을 당하고 말았다.

프로펠러를 달고 날아가는 재래식 무인정찰기는 격추할 수 있지만, 방공레이더망에 전혀 포착되지 않는 최첨단 무인정찰기를 대공미사일로 격추한 것도 아니고 공중에서 생포하여 유도착륙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처럼 이란 영공을 마음대로 헤집고 날아다니던 ‘칸다하르의 야수’를 공중포획한 것은 미국의 전자전 능력에 버금가는 고도의 전자전 대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란은 어떻게 ‘칸다하르의 야수’를 공중포획할 수 있었을까?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군 우주항공부대 지휘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Amir Ali Hajizadeh)는 2011년 12월 8일 이란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하여 RQ-170 공중포획작전에 대해 말하였다.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군은 RQ-170이 칸다하르 이착륙기지에서 이륙하여 이란 영공을 계속 침범하는 것에 대응하여 덫(trap)을 놓았는데, 결국 RQ-170이 그 덫에 걸려들어 거의 손상을 입지 않은 채로 생포하였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덫은 무엇일까? 미국의 일간지 <크리스천 싸이언스 모니터(Christian Science Monitor)> 2011년 12월 15일 보도에 나온 이란의 전자전 부문 기술자는 RQ-170 공중포획을 ‘전자기습(electronic ambush)’이라고 표현하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RQ-170의 취약점은 위성항법체계(GPS navigation system)에 있었다. 이란의 전자전 전문가들은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토노파 시험비행장의 지상통제기지에서 RQ-170을 원격조종하는 신호와 통신을 차단하지 않고서도, RQ-170의 위성항법좌표를 바꾸어(reconfigure) 버렸다. 다시 말하면, 미국 군사위성들로부터 발신되는 위치정보와 비행속도정보를 계산하는 위성항법신호를 조작하여 RQ-170의 위도좌표, 경도좌표, 착륙고도를 재측정(recalibrate)하게 유도하는 기만술(spoofing technique)로 이란 영토에 착륙하게 만든 것이다. 그것은 기습전술과 기만전술의 원리를 전자전 분야에 적용하여 ‘카타하르의 야수’를 전격 생포한 것이다.

2011년 9월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군 방공사령부 전자전 부사령관 모하람 골리자데(Moharam Gholizadeh)는 <파즈 뉴스 에이전시>와 대담하면서, 위성항법체계로 유도되어 비행하는 미사일의 탄도를 변경시킬 전자전 능력이 이란군에게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자만에 빠져 이란군을 얕본 미국군은 그의 말을 허풍으로 여기다가, RQ-170을 이란에게 빼앗기는 사상 최대의 굴욕을 겪었다.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군 우주항공부대 지휘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는 2011년 12월 8일 이란 텔레비전방송에 출연하여 RQ-170 공중포획에 대해 말하면서 RQ-170 기체에 적용된 스텔스 기술은 B2와 F-35에 적용된 최첨단 기술이라고 밝혔다. B-2는 미국군이 21대밖에 갖지 않은 최첨단 스텔스 전략폭격기이고, F-35는 RQ-170을 개발한 록히드 마틴이 개발 중인 제5세대 다목적 전투기다. 이것은 미국이 개발한 최첨단 스텔스 기술이 미국과 적대하는 이란의 손에 고스란히 넘어갔음을 뜻한다.

그 지휘관은 말을 아꼈지만, 이란군이 얻은 전과가 어디 스텔스 기술에만 한정되겠는가. 이란군이 공중포획한 RQ-170을 분해하여 기술분석을 하면, 이제까지 미국만 갖고 있었던 최첨단 전자항법기술, 전자통신기술, 전자조종기술, 그리고 다른 전자전 기술정보들이 줄줄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미국의 전자전 능력은 이란에게 노출되어 버린 것이다. 오죽 급했으면,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몸소 나서서 RQ-170을 돌려달라고 이란에게 간청하였겠는가.

초강국 체면을 접어둔 채, RQ-170을 돌려달라고 간청하던 미국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개발한 자국의 최첨단 전자전 기술자료들을 혹시 이란이 북측, 중국, 러시아에 넘겨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이미 전자전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개발로 군사강국 반열에 오른 북측이 최첨단 전자전 기술까지 확보하는 것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의 시나리오다. ‘칸다하르의 야수’를 공중포획하여 길들이고 있는 반제군사전선에서는 전승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핵문제를 걸고들면서 반제자주국가들을 전쟁위험으로 끌고가려고 날뛰던 깡패국가들에게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 (2012년 1월 16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