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킬릭스에 노출된 대북정책 비밀협의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매닝이 제보하고 위킬릭스가 폭로하다

10년 전에 일어났던 9.11 사태는 미국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는데, 그 변화들 가운데 하나가 미국 정부 정보관리체계의 변화다. 미국 정부 정보관리체계의 변화란, 원래 미국 국방부가 독자적으로 운영해오던 군사인터넷체계인 ‘비밀 인터넷통신 소통망(Secret Internet Protocol Router Network)’에 세계 각국에 있는 미국대사관들이 접속할 수 있게 된 것을 뜻한다. 정보관리체제의 그런 변화에 따라, 세계 각국에 있는 미국대사관들은 ‘비밀 인터넷통신 공급(SIPDIS)’이라는 분류명칭을 붙인 비밀전문(secret cable) 을 ‘비밀 인터넷통신 소통망’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되자, 비밀정보를 다루는 미국군 요원들은 기존 군사정보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미국대사관들이 보내는 비밀전문까지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군사정보와 외교정보를 통합적으로 공급하는 대외비 인터넷에 접속한 요원들 가운데는 이라크 전선에 파병된 미국군 병사 브래들리 매닝(Bradley E. Manning)도 있었다. 그는 대외비 인터넷에 접속하여 엄청난 분량의 비밀자료를 몰래 빼돌린 뒤에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킬릭스(Wikileaks)에 넘겨주었고, 위킬릭스는 매닝에게서 넘겨받은 각종 비밀자료를 2010년 11월 28일에 폭로하였다. 위킬릭스의 비밀정보 폭로로 미국 정부는 전 세계 앞에서 발가벗겨진 꼴이 되었다. 전 세계는 그런 꼴을 한 미국을 조롱하였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뒷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미국 사법당국은 2010년 5월 26일 이라크 현지에서 브래들리 매닝을 전격 체포하여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해병대 기지로 압송한 뒤 창문도 없는 독방에 가두었다. 미국은 위킬릭스에게도 보복하였다. 미국은 스웨덴에게 은밀히 협조를 요청하여 위킬릭스 편집장인 오스트레일리아 국적의 언론인 줄리안 어쌘지(Julian P. Assange)를 성범죄 혐의자로 체포하도록 하였다. 그 요청을 받은 스웨덴은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는 어쌘지의 신병을 넘겨달라고 영국에게 요청하였다. 현재 영국 법정에서 스웨덴의 신병인도요청에 대한 심의를 받는 어쌘지는 체포령을 피하기 위해 스위스에 정치망명을 요청하였으나, 미국은 스위스에게 그의 망명요청을 받아주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다.

남측의 친미성향 언론매체들은 위킬릭스에 노출된 한미관계 비밀정보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브래들리 매닝이 제보하고 위킬릭스가 폭로해준 덕분에 한미관계의 은폐된 실상이 드러나고 말았다. 위킬릭스가 2011년 8월 30일에 공개한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들은 한미관계의 은폐된 실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2011년 8월 30일 위킬릭스가 공개한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은 1,980 편이나 되는데, 주로 2006년 1월 1일부터 2010년 2월 28일 사이에 주한미국대사관이 국무부, 백악관, 국방부, 해외주둔 군사령부들에 보낸 것이다. 그 비밀전문을 작성한 책임자는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대사, 부대사, 공사, 정치참사다.

내 자신의 경험을 보더라도, 비밀전문 1,980 편을 주제별로 선별, 분류하고 별도 자료로 정리하는 데만 꼬박 닷새가 걸렸으니, 그처럼 방대한 비밀전문을 전부 정밀분석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남측의 일부 언론매체들이 위킬릭스가 공개한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에 대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도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 글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9개월만에 비공개로 진행된 한미 대북정책 실무협의에 대해 주한미국대사관이 작성하여 ‘비밀 인터넷통신 소통망’에 올린 비밀전문 세 편을 분석한다.

2008년에 1,946 번째로 보낸 비밀전문

2008년 9월 24일과 25일 서울에서 한미 대북정책 실무협의가 진행되었다. 진행 사실 자체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비밀협의였다. 비밀협의에 관한 비밀전문은 주한미국대사관 정치참사 조셉 윤(Joseph Y. Yun)이 세 편으로 나누어 작성하여 2008년 10월 6일과 10월 10일에 ‘비밀 인터넷통신 소통망’에 올려놓았다. 그 비밀전문 세 편 가운데 첫 번째 비밀전문의 제목은 ‘대북정책과 조선 사정에 관한 미국-한국 협의: 대화 부재, 아직 국정을 맡아보는 KJI(US-ROK CONSULTATIONS ON INTER-KOREAN POLICY AND DPRK CONDITIONS: NO DIALOGUE; KJI STILL IN CHARGE)’다. 영어 머릿글자 KJI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뜻한다.

그 비밀전문에는 ‘CONFIDENTIAL SEOUL001946’이라는 문서번호가 적혀있는데, CONFIDENTIAL은 3급 비밀이라는 뜻이고, 001946은 주한미국대사관이 2008년 1월 1일 이후 1,946 번째로 보내는 전문이라는 뜻이다. 주한미국대사관이 2008년에만 해도 9개월 동안 비밀전문을 근 2,000여 편이나 보냈으니, 매일 평균 7-8편씩 비밀전문을 보낸 셈이다.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그처럼 엄청난 분량의 비밀전문을 보내는 것은 주한미국대사관이 매우 활발히 움직이고 있음을 말해준다.

주한미국대사관이 2008년에 1,946번째로 작성한 비밀전문 수신처는 미국 국무장관실, 주중미국대사관, 주러미국대사관, 주일미국대사관, 주한미국군사령부, 미국태평양사령부다. 비밀전문 수신처에 주한미국군사령부와 미국태평양사령부가 포함되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미 대북정책 실무협의 첫 번째 회동에 참석한 남측 관리는 9명인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평화외교기획단장 소속 관리들인 단장 허철, 대북정책협력과장 진기훈, 평화체제과장 이원익, 청와대 안보전략보좌관실 부보좌관 이충면, 외교통상부 북미1과 수석과장 이동열, 통일부 정책기획과 부과장 이종주, 주미한국대사관 1등 서기관 유창호, 외교통상부 대북정책협력과 부과장들인 송용민, 임효선이다.

한 편, 한미 대북정책 실무협의 첫 번째 회동에 참석한 미국 국무부 관리는 8명인데, 일본/코리아 담당 차관보 알렉스 아르비주(Alex Arvizu), 인구, 난민, 이주국장 테리 러쉬(Terry Rusch), 법률고문실 법률고문관 매리 컴포트(Mary Comfort), 인구, 난민, 이주국 아시아/중동 담당관 메간 커티스(Meghann Curtis), 민주주의, 인권, 노동국 아시아/서구실 부실장 마이클 오로나(Michael Orona), 동아시아태평양국 코리아실 외사담당관 로라 로젠버거(Laura Rosenberger), 동아시아태평양국 코리아실 실무담당관 에이미 페이틀(Amy Patel), 정보조사국 동아시아분석관 앨리슨 후커(Allison Hooker)다.

위의 명단에서 누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실무협의에 참석한 양측 관리들은 언론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중간급 관리들이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중간급 관리들이 움직였으므로, 언론의 눈을 피해 비밀협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한미 대북정책 실무협의가 진행된 시점이 2008년 9월 24일과 25일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무렵 서울과 워싱턴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나돌면서 ‘북한 붕괴위험설’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런 민감한 시기에 남측 정부 중간급 관리들과 미국 정부 중간급 관리들이 서울에서 비밀리에 만나 무엇을 협의하였을까?

2008년 9월 24일과 25일에 열린 한미 대북정책 실무협의에 참석한 관리들 가운데 통일부 관리는 한 사람밖에 없고, 청와대 안보전략보좌관실 관리 한 사람을 제외하면 나머지 7명이 모조리 외교통상부 관리들이다. 그렇게 된 까닭은, 그 실무협의에서 통일부 주요업무인 남북협력이나 남북대화에 관한 의제를 다루지 않고, ‘북한 인권문제’와 탈북자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협의한 ‘북한 인권문제’와 탈북자문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북한 붕괴위험설’을 전제로 한 의제였다.

2008년 9월 1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미국에게도 전하는 등 건강이상설을 퍼뜨린 주동자는 국정원이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2008년 9월 7일 서울발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관리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월 9일 공화국 창건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그의 건강이상설이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였는데, 실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9절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자 이튿날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 출석하여 건강이상설이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보고하였다. 그런데 그보다 몇 시간 앞서 김하중 당시 통일부장관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있지만 아직까지 확인된 내용이 없다. 정보당국에서 여러 첩보들을 수집해 진위여부를 확인 중이어서 현 단계에서 말씀드릴 것이 별로 없다”고 하면서 건강이상설 확산을 진정시키려는 발언을 꺼내놓았지만,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건강이상설을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남측 언론매체들은 건강이상설을 걷잡을 수 없이 더욱 증폭, 보도하였다.

그러나 이번에 위킬릭스에 공개된 비밀전문에 따르면, 2008년 9월 24일 한미 대북정책 비밀협의에 참석한 통일부 정책기획과 이종주 부과장은 “한국 정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와 관련하여 확실한 정보를 갖지 못하였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확실한 정보도 없이 건강이상설을 유포한 국정원의 여론공작에 언론매체들이 열광하고 전 세계가 놀아난 꼴이었다.

2008년 9월 24일에 진행된 비밀협의 첫 번째 회동에서 주목하는 것은,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평화외교기획단장 허철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관해 미국측에게 설명한 내용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비핵화, 상호이익, 국민적 동의, 국제공조”라는 4대 원칙에 기초하였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4대 원칙 가운데 중요한 것은 비핵화 원칙과 국제공조 원칙이다. 이 두 원칙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그가 말한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의 일방적인 핵포기를 뜻하고, 그가 말한 국제공조란 미국 대북정책과의 공조를 뜻한다.

비밀협의에서 허철 단장은, 비핵화와 남북관계가 분리될 수 없으며, 북측이 비핵화에 진전을 보이는 경우에만 대북경제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측이 “외부로부터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핵문제를 벼랑끝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을 끊어버리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당면목표라고 지적하였다.

허철 단장의 설명을 듣고 난 아르비주 부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현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어떤 과감한 조치를 생각하고 있는지”를 물었는데, 허철 단장은 “해결책은 없으며 한국 정부는 단지 (북측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답변하였다. 그 싸늘한 답변에는 이명박 정부가 중단된 남북대화를 재개하기는커녕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는 반북대결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비밀전문에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관해 아르비주 부차관보와 허철 단장이 나눈 대화가 거기서 끝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아르비주 부차관보가 허철 단장의 답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반북대결정책에 대한 미국의 묵시적 지지의사표시로 해석된다. 미국은 비밀협의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반북대결정책을 묵시적으로 지지하였고, 이명박 정부는 비밀협의 이후 오늘까지 3년 동안 남북관계를 극단적인 대결상태로 끌고 가 결국 파탄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비밀협의 두 번째 회동에서 한미 양측은 무엇을 논하였을까?

2008년 9월 24일에 진행된 한미 대북정책 실무협의 두 번째 회동에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지원문제와 탈북자문제가 의제로 올랐다. 대북지원문제란 이명박 정부가 중단된 남북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북측에 비료와 식량을 제공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다. 탈북자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반북대결정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은 반북대결정책을 들고 나온 이명박 정부가 대북지원문제와 탈북자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비밀협의 두 번째 회동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아본 것이다.

허철 단장은 “한국 정부가 조선에 식량과 비료를 지원하기에 앞서, 한국 정부가 옥수수 5만t을 지원하겠다는 2008년 5월 제안에 조선이 먼저 응답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청와대 안보전략보좌관실 이충면 부보좌관은 “조선이 한국 정부의 대북지원을 자기들의 조건에 맞게 길들이려 하기 때문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 정부는 자기 원칙대로 대북지원을 할 것”이며, “구걸하는 쪽에게는 선택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설명을 듣고 난 아르비주 부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북측의) 내년 식량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비료를 (북측에) 보낼” 의사가 없는지 물었는데, 허철 단장은 “한국 정부는 그런 지원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런 답변은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식량지원과 비료지원을 모두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비밀전문에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지원문제에 관한 양측의 논의가 거기서 끝난 것으로 되어 있다. 아르비주 부차관보가 허철 단장의 답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지원중단조치에 대한 미국의 묵시적 지지의사표시로 해석된다. 미국은 비밀협의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지원중단조치를 묵시적으로 지지하였고, 이명박 정부는 비밀협의 이후 오늘까지 3년 동안 그 조치를 붙들고 있다.

비밀협의 두 번째 회동에서 대북지원중단조치와 함께 논의된 것은 탈북자문제다. 비밀협의 첫 번째 회동에는 없었는데 두 번째 회동부터 참석한 외교통상부 대북정책과 김성수 수석부과장은 탈북자문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세 가지 기본입장을 밝혔다. 첫째, “자유의사를 가진 모든 탈북자를 한국에 정착하도록 받아들이는 것”, 둘째, “탈북자의 조선 송환을 예방하는 것”, 셋째, “다른 나라들 및 국제조직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허철 단장은 “이명박 정부가 그러한 정책을 가능한 대로 책임적으로 이행하려는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비밀전문에는 그의 상세한 설명이 무엇인지 기록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 인구, 난민, 이주국장 테리 러쉬는 그들의 설명을 들은 뒤에 “탈북자를 정착시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서 미국-한국의 협력이 지니는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였다.” 러쉬 국장은 “태국에서 미국행을 바라는 탈북자들에게 한국여행증명서를 발급해줌으로써 인천국제공항을 통과하도록 하는 ‘8번 태국 방식(Thailand Model 8)’이 탈북자들의 신속한 이동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였다.” 이것은 미국이 태국행 탈북자들을 미국으로 빼돌리기 위해 이명박 정부에게 협조를 요구한 것인데, 허철 단장은 “타당하고 필요한 그런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동의하였다.” 이처럼 미국과 이명박 정부가 태국행 탈북자들을 미국으로 빼돌리기로 합의한 것은 탈북공작이 한미 정부당국의 공조로 추진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한 인권문제’와 대북심리전방송

2008년 9월 25일에 속개된 한미 대북정책 실무협의는 세 번째 회동에서는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었다. 이 민감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참석자 몇 사람이 더 늘었다. 남측에서는 외교통상부 인권 및 사회과 수석부과장 강석희, 외교통상부 평화체제과 수석부과장 김재희, 통일부 정치사회분석과 부과장 김상국, 외교통상부 동북아시아협력과 2등 행정관 이원식, 외교통상부 대북정책과 3등 서기관 이언정이 추가로 참석하였고, 미국측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 정치참사들인 션 던컨(Shawn Duncan), 크레익 홀(Craig Hall), 제이슨 에반스(Jason Evans)가 추가로 참석하였다.

비밀협의에 참석한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 인권, 노동국 아시아/서구실 부실장 마이클 오로나는 “미국 정부의 목표는 조선에서 개혁을 촉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미국 국무부가 인권과 정보의 자유를 위한 사업에 2008 회계연도 재정 300만 달러를 책정하는 문제를 곧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오로나 국장은 “조선의 인권문제는 미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고, 그 문제가 미국과 조선의 관계정상화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청와대 안보전략보좌관실 이충면 부보좌관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적 차별성을 지적하면서, 노무현 정부는 원활한 남북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현 정부는 그 문제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며, “조선의 인권을 개선하는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관심사라는 점을 조선이 깨닫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밀협의에 참석한 이명박 정부 관리들은 기존 ‘북한 인권법’ 시효기간을 더 연장하는 의제가 미국 연방의회에서 통과된 것을 크게 반기고, 이명박 정부는 남측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북한 인권법’이 통과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비밀협의에서 드러난 것처럼, 인권문제가 대북정책 안으로 들어가면 더 이상 인권문제가 아니다. ‘북한 인권문제’를 비밀협의에서 논한 것 자체만 보더라도 그 문제가 얼마나 변질되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미국과 남측이 논하는 ‘북한 인권문제’는 북측에 인권문제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일반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권이라는 위장막을 뒤집어쓴 반북대결전략이다. 따라서 미국과 남측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대북인권단체들은 인권이라는 위장막을 뒤집어쓴 반북대결전략을 따라가는 추종자들이다.

비밀협의에서 마지막으로 논의된 의제는 대북심리전방송에 관한 문제다. 아르비주 부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대북방송을 진행하는 문제를 다음에 있을 서울 방문 중에 협의하자는 미국 방송위원회(Broadcasting Board of Governors)의 제안을 이명박 정부가 진지하게 검토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미국 방송위원회 운영위원 9명 가운데 당연직 1명은 미국 국무장관에게 배정되므로, 미국 방송위원회는 사실상 미국 국무부가 주관하는 대외심리전 방송위원회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6년 동안 중단하였던 대북심리전방송을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재개한 때는, 한미 양측이 비밀협의에서 대북심리전방송 문제를 논의한 때로부터 1년 8개월이 지난 2010년 5월 24일이었다.

비밀협의에서 외교통상부 대북정책협력과 임효선 부과장은 미국측의 대북심리전방송 재개요구에 대해 “그러한 노력이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겠지만, 이명박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조선의 개방을 위해 조선에서 더 큰 저항을 유발시켜야 할지도 모른다”고 답변하였다. 미국 국무부 관리들은 이명박 정부에게 대북심리전방송을 재개하라고 요구하였고, 이명박 정부의 외교통상부 관리들은 북측에서 급변사태를 유발시키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위의 논의내용을 읽어보면, 미국이 대북심리전방송을 더욱 강화하려는 것도 결국은 북측에서 급변사태를 유발시키려는 목적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 관리들은 미국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머지 않은 장래에 북측에서 ‘급변사태’를 유발시키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교통상부 관리들은 공개석상에서는 ‘평화교섭’이니 ‘평화외교’니 하고 곧잘 말하곤 하지만, 비밀협의에 참석해서는 ‘급변사태 유발’이라는 본심을 드러내고 있으니 그들의 위선과 속 다르고 겉 다른 행동이 얼마나 비열한지 알 수 있다.

위에서 논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명박 정부가 반북대결정책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시행해온 것이 아니라, 출범 직후 미국과 비밀협의를 거친 뒤에 미국의 정책적 의도에 따라 시행해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번에 위킬릭스에 노출된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 1,980편은, 미국 정부가 남측 정부에게 정책적 요구를 제시하고, 남측 정부는 그 요구를 따르는 한미관계의 치욕적인 현실을 말해준다. 만일 그 비밀전문들이 위킬릭스에 노출되지 않았더라면, 미국의 대남지배와 남측 정부의 대미추종으로 얽혀있는 한미관계의 현실이 얼마나 치욕적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비밀전문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게 되는 것처럼, 치욕적인 한미관계를 청산해야 이 땅의 주권을 찾을 수 있다. (2011년 9월 12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