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에 담긴 깊은 뜻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북러 정상회담에서 밝힌 전략구상의 일단

2011년 5월 17일 러시아연방 정부대표단 네 사람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기 위해 접견장에 들어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표단 성원들을 접견하고 그들을 위해 만찬을 마련하였으며, 대표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증정하였다. 러시아연방 정부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단장은 미하일 프라드코브(Mikhail Y. Fradkov)다. 남측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러시아연방 총리 출신으로 대외정보국(SVR) 국장직을 맡고 있는 최고위급 관리다.

러시아 대외정보국장이 왜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았을까? 러시아 대외정보국은 러시아연방 대통령이 연방의회에 통보하지 않고 직권을 행사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드미트리 메드베데브(Dmitry A. Medvedev) 러시아연방 대통령이 미하일 프라드코브 대외정보국장을 자신의 특사로 평양에 파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프라드코브 국장이 이끄는 러시아연방 정부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 배석한 북측 정부 관리는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다.

프라드코브 국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자리에서 메드베데브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하였다. 친서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메드베데브 대통령의 정중한 제안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메드베데브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그로부터 약 석 달 뒤에 열렸다.

2011년 8월 24일 동시베리아에 있는 부라티야 자치공화국 수도 울란우데(Ulan-Ude)에서 약 50km 떨어진 시외곽의 소스노비 보르(Sosnovi Bor)에 있는 러시아군 제11공수타격여단 영내 영빈관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다. 소스노비 보르는 솔밭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군영 주변일대에는 키 큰 시베리아 소나무가 울창하다. 정상회담은 2시간 10분 동안 진행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왜 3,100km를 특별열차편으로 행차하여 메드베데브 대통령을 만났을까? 메드베데브 대통령은 왜 전용기편으로 4,500km를 날아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까? 러시아 언론매체들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의 성과를 주로 경제협조문제에 맞춰 보도하였고, 미국 언론매체들은 그 성과를 주로 6자회담 재개문제에 맞춰 보도하였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경제협조문제도 논의되고 6자회담 재개문제도 논의된 것이 분명한데, 경제협조문제에 비중을 두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다. 이를테면,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기 9일 전인 2011년 8월 15일 메드베데브 대통령은 조선해방 66주년을 기념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에서 “우리는 가스화와 에네르기, 철도 건설분야에서 로씨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한민국 사이의 3자계획을 비롯하여 호상관심사로 되는 모든 방향들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협조를 확대할 용의가 있습니다”고 썼는데, 이것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경제협조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려는 의사표시였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6자회담 재개문제는 북측이 러시아를 상대로 푸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상대로 푸는 문제다. 6자회담에서 차지하는 러시아의 비중은 미국의 비중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은 물론 중국의 비중에 비해서도 떨어진다. 더욱이 북측은 지난 7월 28일과 29일 뉴욕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문제를 포함한 현안에 대해 미국측과 깊이 논의한 바 있으므로,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에 관해 논의한 것은 의례적인 담화 수준을 넘지 않았다.

6자회담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한반도 비핵화 전략구상의 일단을 메드베데브 대통령에게 말해준 것은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 일간지 <리아 노보스티(RIA Novosti)> 2011년 8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북러 정상회담 직후 나탈리아 티마코바(Natalia Timakova)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북러 정상회담 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측은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회담 진행과정에서 북측은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을 잠정적으로 중지하는 조치(moratorium)를 취하기 위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취재기자들에게 전하였다. 중요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잠정적 중지조치를 “회담 진행과정에서(in the course of the talks)” 취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경우 회담 진행과정에서 미국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북측도 잠정적 중지조치를 취하는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북측이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을 잠정적으로 중지하는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행동은 무엇일까? 그것은 북측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에 미국이 동의하는 것이다. 2011년 8월 17일 문정인 연세대학교 교수가 <창비주간논평>에 실은 글에서 “신뢰할 수 있는 미국측 소식통”이 전해준 말을 인용해 밝힌 것처럼, 지난 번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이 미국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국이 북측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에 동의할 경우 그에 상응하여 북측은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을 잠정 중지하게 될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메드베데브 대통령에게 말한 잠정적 중지조치에 관한 내용은 북측이 이미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미국에 전한 것이다. 2011년 8월 24일 빅토리아 눌런드(Victoria Nuland)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국무부 출입기자단에게 이전에 북측으로부터 그런 제안이 들은 바 있다고 말한 것은, 이미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그런 제안을 받았음을 뜻한다. 그런데도 지난 번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이 미국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였다는 매우 중요한 정보를 숨긴 채 북측의 태도변화와 6자회담 복귀만 줄곧 외워대는 미국의 선동술에 말려든 언론매체들은, 6자회담 재개문제가 북미관계의 초점이라는 식상한 보도기사를 여전히 써내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미국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이후 북미관계의 초점은 6자회담 재개문제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문제로 이동하였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합의하려는 것일까?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이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는 결단을 내리면,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그에 상응하여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을 중지하는 결단을 내릴 것이다. 바로 이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전략구상이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해결된 현안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북러관계에서는 아래와 같은 움직임이 있었다. 2011년 3월 15일 북측 외무성 대변인은 러시아연방 외무차관이며 6자회담 러시아측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Alexei Borodavkin)이 2011년 3월 11일부터 14일까지 평양을 방문한 것과 관련하여 <조선중앙통신>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대답하였다. 그 대답에 따르면, 러시아는 “로씨야와 조선의 북과 남을 련결하는 철도와 가스관 부설, 송전선 건설 등 3자경제협조계획들이 특별히 전망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고, 북측은 “3자경제협조에 관한 로씨야측의 계획들에 지지를 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한 3자실무협상제안이 나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를 표명하였다.”

첫째, 철도연결이란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를 연결하여 유라시아 국제철도망을 완성하는 방대한 사업이다. 2008년 4월 북측과 러시아는 라선-하산(Khasan) 52km 구간을 연결하는 국제철도를 개보수하고, 라진항에 현대적인 항만시설을 건설하여 그 항만을 러시아가 임차하도록 규정한 협정을 체결하였고, 같은 해 10월에는 북러 국경지대에 있는 북측의 두만강역에서 북러 국제철도 연결공사 착공식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3년 동안 라선-하산 철도 52km 구간에서 개보수공사가 진행되었고, 8개 철도역과 웅라터널(3,850m)에서도 개보수공사가 진행 중인데, 올해 안에 화물열차를 운행하게 된다.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를 연결하여 철도운송을 하면, 그 동안 인도양을 거쳐 동북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해온 해상운송에 비해 운송시간이 3분의 1로 줄어들고, 러시아가 챙겨갈 통과수익이 연간 10억 달러에 이른다. 그것만이 아니라 미개발지역으로 남아있는 시베리아와 극동에서 횡단철도가 지나는 도시들을 중심으로 지역경제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다. 러시아가 철도연결에 달라붙은 까닭이 거기에 있다.

둘째, 가스관부설이란 사할린(Sakhalin)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수송하기 위한 가스수송체계를 설치하는 방대한 사업이다.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러시아는 사할린에서 하바로브스크(Khabarovsk)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까지 이어지는 1,100km의 가스관을 부설하는 중이다. 천연가스를 연간 100억 ㎥씩 수송할 이 가스수송체계 건설공사는 2010년에 착공하였는데, 2012년에 완공될 것이다. 러시아는 가스관 부설공사에 약 196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는데, 북측 영토를 지나는 가스관부설에 약 30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함경북도를 거쳐 경기도까지 이어지는 한반도 구간 가스관은 착공하기만 하면 3년 안에 완공할 수 있다.

<리아 노보스티> 2011년 8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메드베데브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취재기자들에게 “가스협력에 관련한 성과가 있었다. 우리(두 정상을 뜻함-옮긴이)는 북측 영토를 지나는 가스수송에 관한 양자협력의 세부사항과 남측이 그 사업에 동참하는 문제를 기획하기 위한 특별위원회(special commission)를 설립할 것을 두 나라 정부 관련부처들에게 지시하였다”고 밝혔다.

셋째, 송전선건설이란, 아무르주에 있는 부레야 수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잉여전력을 북측을 경유하여 남측에 수출하는 사업이다. 2009년에 완공된 부레야 수력발전소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가장 큰 수력발전소다. 부레야 수력발전소 발전용량은 2010MW이고, 남측에서 발전용량이 가장 큰 충주수력발전소 발전용량은 412,000kw이므로, 부레야 수력발전소는 충주수력발전소보다 4.8배나 더 큰 발전용량을 가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러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울란우데로 향하던 지난 8월 21일에 그 발전소 현장을 시찰하였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러시아가 부레야 수력발전소의 잉여전력을 북측에 수출할 것처럼 보도하였지만, 그것은 오보다. 러시아는 잉여전력을 북측을 경유하여 남측에 수출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테면, 2011년 8월 8일 모스크바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브(Sergey V.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이 한러 외무장관 회담을 하였는데,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브로브 외무장관은 북측을 경유해 남측까지 송전선을 건설하고 잉여전력을 남측에 수출하는 문제를 놓고 남측과 북측을 상대로 협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만일 북측이 러시아가 수출하는 천연가스와 전력을 공급받는다면, 그것은 에너지 공급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북측이 이제껏 견지해온 자립경제건설노선과 어긋난다. 석유화학공업에서 석탄화학공업으로 전환하면서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립경제를 강화, 발전시켜온 북측이 이제 와서 에너지 공급을 러시아에 의존할 리 만무하다.

천혜의 부동항을 향해 모여드는 투자대열

2008년 5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V. Putin) 러시아연방 총리는 가스관과 철도를 연결하는 국책사업에 러시아 사상 최대 투자규모인 5,500억 달러가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러시아가 국력을 집중하여 동시베리아와 극동의 철도 및 가스관을 한반도와 중국에 각각 연결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그 국책사업은 21세기 러시아 경제건설을 좌우할 중대한 요인이다.

주목하는 것은, 러시아 경제건설에 사활적인 의의를 지닌 철도 및 가스관 연결에 북측이 협조하지 않으면 그 국책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북측이 러시아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것처럼 왜곡보도하였지만, 사실은 정반대로 러시아가 북측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시베리아와 동북아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유일무이한 물류운송 관문이 북측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물류운송 관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러시아가 5,500억 달러를 투자하여 추진 중인 철도연결 및 가스관부설 국책사업은 완성되지 못한다. 중국 동북지방도 마찬가지다. 북측이 물류운송 관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중국이 추진 중인 동북지방 국책사업은 완성되지 못한다.

러시아가 동시베리아와 극동에서 개발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해외에 수출하려고 해도, 또한 러시아 경제건설에게 필요한 각종 제품을 태평양 연안국들로부터 수입하려고 해도, 러시아는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는 부동항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는 한겨울에 얼음으로 뒤덮혀 화물선이 드나들지 못한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북극권 기온이 올라갔고, 북극권에서 발달한 한냉전선이 남하하는 것을 차단해주던 제트기류에 북극권 기온상승으로 이상이 생겨 북극권 한냉전선이 제트기류를 넘어 남하하게 되고, 그에 따라 겨울철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는 예년보다 더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다. 러시아가 북측의 라진항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라진항의 전략적 가치를 알고 있는 북측은 이미 1991년 12월 28일에 라진선봉경제무역지대를 설립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투자를 기다려왔는데, 최근 중국 대기업들이 투자금을 싸들고 그곳으로 몰려가는 중이다. <한겨레> 2011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라선경제무역지대로 올해에만 30,000명이 들어간다. 2008년 10월 북측과 러시아는 라진-하산 철도 개보수와 라진항 시설보수를 위해 2억 달러를 공동출자하여 라선국제짐함수송 합영회사를 설립하였다. 북측, 중국, 러시아를 잇는 3국 물류중심지를 넘어서 유럽, 러시아, 동북아시아, 태평양 연안국을 잇는 세계 최상급 물류운송 중심지로 화려하게 부상하고 있는 라선경제무역지대를 향한 투자대열에 러시아까지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제정세 변화 속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 5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그 동안 추진해오던 북측과 중국의 경제협조문제를 완결지었고, 그로부터 석 달 뒤인 2011년 8월 24일에는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메드베데브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그 동안 추진해오던 북측과 러시아의 경제협조문제를 완결지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번에 중국과 러시아를 석 달 간격을 두고 연속방문한 정상외교를 통해 북, 중, 러 3국 경제협조문제를 완결지은 것은, 북측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1,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에 큰 활력을 줄 것이다.

2011년 5월 17일 이후 북측이 태도를 바꿨다

북측은 북러 철도연결에 적극적이다. 최근 사례를 보면, 2011년 7월 29일 러시아 철도공사 부사장 알렉산드르 살타노브(Aleksandr Saltanov)가 이끄는 대표단이 라선시를 방문하여 북측 철도성 당국자들과 회담하였다. 북측이 철도연결에 적극적인 까닭은, 10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에서 그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2001년 8월 4일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연방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모스크바 선언’을 채택, 발표하였는데, 그 선언 제6항은 “쌍방은 세계적 실천에서 공인된 호상리익의 원칙에 기초하여 조선반도 북남과 로씨야, 유럽을 련결하는 철도수송로 창설계획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공약하면서 조선과 로씨야 철도련결사업이 본격적인 실현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선포하였다”고 되어있다.

북측은 철도연결에는 적극적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스관부설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009년 9월 29일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가스관부설에 대해 “지금 북한에서 비공식적으로 너무 많은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시베리아산 가스를 먼저 액화천연가스(LNG)로 도입하고, 북한을 경유하는 PNG 방식은 북한이 요구하면 (나중에)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측이 가스관부설을 비공식적으로 취급하면서 너무 많은 대가를 요구한 것은, 그 사업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가스관부설에 관심이 없던 북측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때는, 2011년 5월 17일 미하일 프라드코브 러시아 대외정보국 국장이 대통령 특사로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뒤부터다. 이를테면, 2011년 6월 28일 김영재 러시아주재 북측 대사가 모스크바에 있는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회사인 국영가스기업 가즈프롬(Gazprom) 본사를 방문하였고, 2011년 7월 5일 알렉산드르 아나넨코브(Aleksandr Ananenkov) 부사장이 이끄는 가즈프롬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하여 북측 원유공업성 대표단과 회담하였다. 이러한 진전은, 2011년 5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메드베데브 대통령 특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러시아의 가스관부설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하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가스관부설에 관한 논의를 러시아측과 시작하라고 북측 관계부처에 지시하였던 것이다.

러시아의 숙원인 가스관부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정으로 실무협의를 시작하자, 러시아는 사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러 외무장관 회담이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2011년 8월 8일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Kommersant)>는 러시아가 북측에 식량 50,000t을 무상제공한다고 보도하였다. 러시아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식량을 북측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무상제공하는 식량을 실은 첫 배는 2011년 8월 19일 흥남항에 입항하였다. 2004년 7월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라진항까지 연결하는 북러 실무회담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려 북러 철도연결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을 때도, 러시아는 이번에 그렇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북측에 식량 35,000t을 무상제공하여 사의를 표한 적이 있다.

‘모스크바 선언’과 철군-평화-통일 전략구상

2011년 5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메드베데브 대통령 특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러시아가 제안한 가스관부설과 송전선건설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한 이후, 북측과 러시아가 예비적 실무협의를 진행되어오던 그 문제는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허락을 받았다. 지금 내외 분석가들과 언론매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스관부설과 송전선건설을 허락한 사실을 전하면서 가스관 배관통과와 송전선건설 토지임대에 따른 수익금 1억 달러를 받기 위해 그 두 사업을 허락하였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략구상을 알지 못하는 오류다. 가스관부설과 송전선건설에서 북측은 러시아와 남측을 연결해주는 중계역할을 수행할 것이므로 북측에게 돌아갈 경제적 이익은 크지 않고, 되레 북측의 자연경관이 방대한 규모의 배관공사와 배선공사로 훼손되는 손실을 입게 된다. 현재 연간 평균 100억 달러씩 투자하는 10개년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는 북측이 중계역할로 얻을 1억 달러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왜 자연경관이 훼손되는 손실을 예견하면서도, 북측에게 경제적 이익이 별로 없는 가스관부설과 송전선건설을 허락한 것일까? 그가 가스관부설과 송전선건설을 허락한 배경에는 한반도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 자신의 전략구상이 자리잡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략구상을 알지 못하면, 그가 왜 가스관부설과 송전선건설을 허락하였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북측에서 펴낸 수많은 관련자료들을 분석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략구상을 철군-평화-통일로 압축하여 표현할 수 있다. 그의 철군-평화-통일 전략구상은, 2001년 8월 4일 그가 모스크바에서 푸틴 당시 러시아연방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채택, 발표한 ‘모스크바 선언’에 명시되었다. ‘모스크바 선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철군문제를 명시한 유일한 외교문서다. ‘모스크바 선언’ 제8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남조선으로부터의 미군 철수가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보장에서 미룰 수 없는 초미의 문제로 된다는 립장을 설명하였다. 로씨야측은 이 립장에 리해를 표명하였으며 비군사적 수단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여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고 되어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모스크바 선언’에서 자신의 철군-평화-통일 전략구상을 처음으로 명시한 배경에는 당시 한반도 정세변화가 그의 전략구상에 따라 급변하고 있었던 사정이 있었다. 2000년 6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만나 역사상 처음으로 공동선언을 채택하였고, 그로부터 넉 달 뒤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조명록 차수를 특사로 워싱턴에 파견하여 북미 정상회담 개최합의를 이끌어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철군-평화-통일 전략구상에 따르면, 남북 정상회담은 통일을 실현할 결정적 국면을 열어놓은 것이었고, 곧 개최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북미 정상회담은 철군과 평화를 실현할 결정적 국면을 열어놓은 것이었다. 바로 그러한 때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철군문제를 명시한 ‘모스크바 선언’을 채택, 발표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모스크바 선언’ 제6항에 명시된 북측과 러시아의 철도연결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철군-평화-통일 전략구상에 결부되었음을 알 수 있다. 10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측과 러시아의 철도연결을 허락한 것이 자신의 철군-평화-통일 전략구상의 일환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존 철도연결에 더하여 가스관부설과 송전선건설을 이번에 또 다시 허락한 것 역시 자신의 철군-평화-통일 전략구상의 일환인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년 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철군-평화-통일을 향해 방향전환을 할 때 철도연결을 허락하였음을 상기하면, 오늘 그가 가스관부설과 송전선건설을 허락한 것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철군-평화-통일을 향해 두 번째로 방향전환을 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해 들어 북중 정상회담과 북러 정상회담을 연이어 정력적으로 추진한 것을 보면, 그의 한반도 전략구상에 들어있는 2012년 정세변화의 전망을 엿볼 수 있다. 그 전망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실현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군하기 위한 포괄적 대타협을 이끌어낼 2012년 북미 정상회담을 내다보는 정세전망이고, 또한 그 전망은 반북대결정책을 극단적으로 밀고나간 이명박 정권이 물러가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이행할 새로운 정권이 등장하는 2012년 정권교체를 내다보는 정세전망이다. 러시아 극동지역과 동시베리아를 한바퀴 돌아 중국 동북지방을 지나는 특별열차 ‘태양호’는 2012년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2011년 8월 29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