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중국 총참모장 발언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중국 총참모장의 모두발언에 담긴 뜻

2011년 7월 14일 김관진 국방장관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 접견실에 들어섰다. 제8차 한중 국방장관회담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그가 회담 직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을 예방한 것이다. 김관진 국방장관과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대화는 45분 동안 이어졌다. 남측 국방부 관계자가 언론에 전한 바에 따르면, 그 자리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이 꺼내놓은 주요화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주중한국총영사관에 들어가 있는 ‘국군포로’ 탈북자를 넘겨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의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등 두 개의 도발이 (줄임) 한반도의 평화를 심각히 저해했다”고 지적하고, 한반도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는 것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중국 국가부주석을 예방한 자리에서 탈북자를 넘겨달라고 요청하고,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들먹이며 대북 적대감을 드러낸 것은, 누가 봐도 정신 나간 행동으로 보인다. 외교석상에서 주고받을 화제가 없으면 최근 심각한 장마피해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놓을 것이지, 자기 동족을 향한 적대감을 그런 자리에서까지 드러낸 것은 제 얼굴에 침을 뱉는 행동이나 마찬가지다. 그 자리에 있었던 중국 정부 고위관리들이 이명박 정부의 한심한 외교를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예상치 못한 사태가 생겼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시징핑 국가부주석을 예방하고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가서 천빙더(陳炳德)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을 만났다. 그런데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15분 동안 진행된 천빙더 총참모장의 모두발언이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당혹감과 불쾌감을 주었다. 익명의 관계자가 한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1년 7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천 총참모장의 발언은 돌발행동이 아닌 의도적이고 계획된 행위로 보인다”는 것이다. 김관진 국방장관만이 아니라 김정두 합참차장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동석한 외교석상에서, 더욱이 수많은 취재기자들이 지켜보는 공개석상에서 나온 발언은 결코 즉흥적인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 고위관리와 회담하는 공식석상에서 꺼내놓는 모두발언은, 발언자의 생각을 제멋대로 드러내는 돌출발언이 아니라, 주요현안을 외교어법으로 표현하는 준비된 발언이다.

모두발언에서 천빙더 총참모장은 “미국이 베트남, 필리핀과 군사훈련을 크게 했었는데 이는 (미국이) 난사(南沙)4도 문제에 개입하는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남중국해 주변국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미국이 개입하면 더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중국과 주변국 사이에 분쟁이 생길 때 미국이 그런 나라들과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미국군 합참의장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깔린 복잡한 배경을 이해하려면 아래와 같은 군사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마이클 멀린(Michael G. Mullen) 미국군 합참의장은 2011년 7월 10일 베이징 방문 중 런민대학교에서 연설하면서 “미국군은 남중국해를 떠날 수 없다”고 밝혔고, 이튿날 천빙더 총참모장과 회담하였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천빙더 총참모장은 멀린 합참의장에게 미국군이 남중국해에서 다른 나라들과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지 말라는 뜻을 담은 경고발언을 하였다.

둘째, 원래 남중국해의 전략요충지로 알려졌고, 최근에는 해저자원이 발견된 난사4도는 중국이 베트남,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외딴 섬이다. 오래 전부터 외교전으로 지속되어온 영유권 분쟁은 최근 그 분쟁해역에서 중국 해군이 대규모 야간실전훈련을 실시하고 베트남 해군이 해상실탄사격훈련을 실시하는 바람에 전운이 감도는 위험한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처럼 전운이 감도는 분쟁해역에서 미국이 동맹국을 참가시킨 해군합동훈련을 강행하였다. 멀린 합참의장이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2011년 7월 9일 미국은 일본, 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브루나이 인근 남중국해에서 3국 해군합동훈련을 실시하였다. 2007년에 시작된 3국 해군합동훈련은 원래 동중국해에서 실시되었는데, 이번에 남중국해로 옮겨갔다. 또한 2011년 7월 16일부터 23일까지 미국은 베트남과 남중국해에서 해군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는 중이다. 해마다 2월 하순부터 4월 하순까지 미국은 필리핀과 해군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해오고 있다.

셋째,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각종 해군합동훈련을 실시하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으니, 중국도 남중국해에서 군사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광둥(廣東)성 샤오관(韶關)과 칭위안(淸遠)에 미사일기지를 건설하고, 항공모함 타격용으로 개발한 미사일들인 둥펑(東風)-21C와 둥펑-21D를 배치하였고, 하이난(海南)성 산야(三亞) 야룽(亞龍)만에는 항공모함을 타격할 미사일기지, 핵추진 잠수함이 드나드는 지하잠수함기지, 항공모함이 정박할 군항을 건설하였다. 이로써 남중국해의 70% 해역이 이 미사일의 사거리 안에 들어갔다. 2010년 4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실시한 대규모 해상기동훈련에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기지에 배치된 북해함대 소속 구축함 3척이 1만여 km를 항해한 끝에 남중국해 도착해 해상훈련을 실시하였다. 미국이 괌(Guam)에 강력한 군사전략기지를 건설하는 것에 대응하여 중국은 하이난성 산야에 강력한 군사전략기지를 건설하는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남중국해 제해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천빙더 총참모장이 멀린 합참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난사4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반대하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는 왜 남측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그 문제를 거론한 것 것일까?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면 그가 난사4도 문제를 다시 거론한 까닭을 알 수 있다. 천빙더 총참모장은 “미국은 초강대국이어서 다른 나라에 이래라 저래라 얘기하는 것이고, 만약 다른 나라가 미국에 그렇게 얘기하면 그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과 무슨 문제를 토의할 때는 어려움이 많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다. 패권주의는 항상 패권주의에 걸맞는 행동이나 표현을 하는데, 미국이 하는 것은 패권주의의 상징이다”고 말했다. 외교적으로 절제된 세련된 어법을 썼지만, 그 발언에 들어있는 뜻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패권주의 상징인 미국이 남측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한다는 것이다.

천빙더 총참모장의 모두발언에 나온 남중국해를 서해로 바꿔놓고, 난사4도 문제를 서해5도 문제로 바꿔놓으면, 중국이 남측에게 전달한 뜻이 명확히 드러난다. 중국이 그의 모두발언을 통해 남측에게 전달한 뜻을 해석하면, 지금 미국이 서해5도 문제에 개입하여 불안정을 조성하면서 서해에서 실시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패권주의 상징인 미국이 남측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중국은 서해5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과 미국의 주도로 서해에서 실시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반대하고, 미국의 지시에 따라 서해5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남측의 행동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지켜보는 공개석상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이 천빙더 총참모장으로부터 그런 훈계조 발언을 들었으니 어찌 당혹감과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중국의 세련된 외교수법

천빙더 총참모장의 모두발언을 통해 남측에 전달한 중국의 의사는 2011년 7월 15일 베이징 8.1청사에서 열린 제8차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채택, 발표된 한중 국방장관 공동언론보도문에 반영되었다. 4개 항으로 구성된 공동언론보도문 가운데 쟁점으로 부상한 제3항에 중국의 그런 의사가 반영되었다. 제3항은 “양측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에도 반대하고, 상호이해와 신뢰를 더욱 증진하고 대화와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 안정 수호를 위해 함께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천명했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원래 남측은 국방장관회담이 열리기 전날 공동언론보도문 초안 제3항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도발행위에도 반대한다”고 써넣었으나, 회담 당일 중국이 도발이라는 말을 삭제하자고 요구하는 바람에 남측 대표단은 결국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중국이 도발이라는 말을 삭제한 까닭은, 미국과 남측이 북측의 군사행동을 비난할 때 도발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이다. 만일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채택, 발표한 공식문서에 도발이라는 용어가 들어가면, 그 용어는 미국과 남측이 북측의 군사행동을 비난할 때 쓰는 대남도발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고, 따라서 북측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도발자로 규정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중국은 그 말을 삭제하자고 남측에 요구한 것이다. 중국의 그러한 삭제요구에 따라 합의된 제3항을 중국의 시각에서 읽으면,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미국의 행위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읽혀질 수 있다.

도발이라는 말을 쓰느냐 마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도발자의 정체가 전혀 다르게 규정될 수 있는 상황에서, 남측은 한중 국방장관회담 공동언론보도문에 도발이라는 말을 집어넣음으로써 북측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도발자로 규정하려고 기도하였으나, 중국이 그 기도를 저지하였다. 중국이 도발이라는 말을 삭제한 것은 세련된 외교수법이다.

북측을 도발자로 규정하려는 기도가 중국의 반대로 저지당했을 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서해5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과 서해에서 실시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중국의 반대의사를 암시적 표현을 통해 들었고, 더욱이 미국이 남측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한다는 지적까지 받게 되자, 이명박 정부는 당혹감과 불쾌감을 느꼈다. 청와대는 대응을 자제하고 그냥 넘어갔지만, 남측 수구언론들은 천빙더 총참모장의 모두발언이 ‘외교적 결례’였고, ‘당혹스럽고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고 하면서 반발하였다.

그러나 천빙더 총참모장의 모두발언에서 당혹감과 불쾌감을 느꼈다는 식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유치한 태도다. 감정을 드러내고 그냥 넘어갈 것이 아니라, 그의 준비된 발언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김관진 국방장관의 베이징 방문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군사령관에게 군기를 인계한 남측 국방장관

김관진 국방장관이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날인 2011년 7월 13일 서울 용산에 있는 주한미국군기지에서 주둔군사령관 이취임식이 열렸다. 김관진 국방장관보다 한 발 앞서 베이징을 방문하고 서울에 들어간 마이클 멀린 미국군 합참의장, 하와이에서 달려온 로벗 윌러드(Robert F. Willard) 미국 태평양함대사령관을 비롯한 미국군 수뇌부, 그리고 김관진 국방장관과 한민구 합참의장을 비롯한 한국군 수뇌부가 모두 그 곳에 모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둔군사령관으로 임명한 제임스 서먼(James D. Thurman) 육군대장은 취임연설에서 “나는 한미동맹이 침공에 맞선 영속적 억제력을 갖도록 전력을 기울일 것이며, 억제가 실패하는 경우 승리를 위한 치명적인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면서 제법 야전사령관 티를 냈다. 취임연설에서 북측을 향해 자극적인 발언을 늘어놓은 그는 이튿날 긴장감 넘치는 판문점에 가서 “나는 내 임무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라크를 침략한 미국 육군 야전사령관 출신이 아니라고 할까봐, 취임 첫 날부터 북침공격의지가 충만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런데 식순에 따라 취임연설을 마친 그가 군기 3개를 인계받는 장면을 묘사한 언론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군기 인계는 지휘권 인계를 상징하는데, 김관진 국방장관이 한미연합사령부기를 인계하였고, 멀린 합참의장이 유엔사령부기를 인계하였고, 윌러드 태평양함대사령관이 주한미국군사령부기를 인계하였다. 이상한 것은, 김관진 국방장관이 한미연합사령부기를 신임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인계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 지휘권은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날 퇴임한 월터 샤프(Walter L. Sharp)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있었으므로, 선임자인 샤프 사령관이 자기 후임자에게 한미연합사령부기를 인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선임자가 아닌 김관진 국방장관이 군기를 인계하였다. 그런 연출행위에는 무슨 뜻이 들어있는 것일까?

김관진 국방장관이 한국군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것은 세상을 속이는 눈가림이고, 한국군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최고지휘관은 한미연합사령관 모자를 쓴 주한미국군사령관이다. 주한미국군이 37,500명밖에 되지 않는데도 육군대장을 주한미국군사령관에 임명하는 까닭은 한국군 대장들을 그의 휘하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내막을 살펴보면, 김관진 국방장관이 한미연합사령부기를 신임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인계한 것은 한국군 지휘권을 그에게 인계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행위였음을 알 수 있다. 주한미국군사령관 임기는 3년밖에 되지 않아서, 용산기지에서 3년마다 이취임식이 열리는데, 그 때마다 남측 국방장관은 한국군 지휘권이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군기인계장면을 연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연출행위는 남측이 미국의 군사적 지배를 받는다는 말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임을 입증한다.

천빙더 총참모장은 김관진 국방장관이 베이징에 와서 자신을 만나기 하루 전에 한국군 지휘권이 미국군사령관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군기인계장면을 연출하였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 행세로 자기 앞에 나타난 실권 없는 국방장관 앞에서 천빙더 총참모장이 미국으로부터 남측이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받는다는 지적을 암시적으로 표현한 모두발언을 한 것은, 중국의 시각에서 보면, 군사지휘권을 미국에게 넘겨준 남측을 멸시한 행동이었다.

일련의 연속적인 사건들

한국군이 미국군사령관의 휘하에 있는 것은, 남측이 중국으로부터 멸시당하여 당혹감과 불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천빙더 총참모장이 모두발언에서 암시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미국군사령관이 한국군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제8차 한중 국방장관회담 직전에 일어난 일련의 연속적인 사건을 추적하면, 그 까닭을 알 수 있다.

첫째, 2011년 7월 7일 미국 뉴욕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월 스트릿 저널>에 월터 샤프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의 대담기사가 실렸다. 그가 대담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2011년에 미국과 남측의 군수뇌부가 북측의 공격에 대응할 “폭넓고 새로운 대응조치와 계획(broad new countermeasures and plans)”을 이미 마련하였는데, 그 대응조치와 계획에 기존 억제력(deterrence)이 포함된 것은 물론이고, “북측의 공격과 불안정한 상황(volatile situations)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와 장기적 대처(long-term response)”까지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불안정한 상황에 즉각 대처할 대응조치와 계획을 세워놓았다는 사실이다. 한반도 상황이 불안정한가 아닌가를 군사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한국군 지휘부가 아니라 주한미국군사령부가 행사하는 권한이고, 불안정한 상황이 조성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즉각 군사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은 주한미국군이 아니라 한국군이다. 다시 말해서, 인민군이 한국군에게 적대행위를 하지 않았어도 주한미국군사령부가 자체 판단에 따라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작전명령을 내리면 한국군은 그 명령에 따라 인민군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한미국군사령부가 한국군을 앞세워 매우 위험천만한 무력충돌위기를 조성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군사령관의 한국군 지휘권 장악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둘째, 서해5도 해역에서 북침 국지전을 벌일 계획을 세워놓은 주한미국군사령부는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서해5도와 주변해역에 배치한 무력을 체계적으로, 집중적으로 증강시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남측 언론이 보도한 무력배치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2011년 4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은 다련장 로켓포 ‘구룡’을 10여 문 이상 서해5도에 배치하였고, <연합뉴스> 2011년 6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은 2012년 10월께 아팟치급 대형 공격헬기 36대를 도입하고 그 중 일부를 백령도에 배치할 것이다. 이에 대비해 지금 백령도에서는 헬기 격납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1년 5월 3일 서해5도에서 미국군 지휘부가 참관한 가운데 실탄사격훈련이 실시되었고, 6월 15일에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창설되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강화도에 주둔하는 해병대원들이 주변 상공을 비행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미확인 비행물체로 오인하고 소총 99발을 경고사격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2011년 7월 12일 한국군 소식통은 참수리급 고속정(PKM)을 대체할 신형 유도탄고속함(PKG)을 2016년까지 24척을 도입하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34척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신형 유도탄고속함은 이미 7척이 제작되었는데, 신형 유도탄고속함이 배치될 곳은 서해5도 해역이다. 또한 2011년 7월 2일부터 14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건너간 미국 해병대의 주도로 백령도 일대 해병대 훈련장에서 한미전개훈련(KITP) 연합기동훈련이 실시되었다. 2010년 2월 17일 케이스 스탤더(Keith J. Stalder) 미국 태평양 해병대사령관은 “오키나와 미국 해병대의 작전대상은 북측”이라고 하면서 “북측의 핵무기를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 (오키나와 주둔 미국 해병대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밝혔는데, 그런 임무를 수행할 미국 해병대가 이제는 백령도까지 북진하여 북침공격연습을 벌이며 북측을 심히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미국 군부는 서해5도 해역에서 북측을 자극하고 군사적 긴장을 격화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중국과의 무력충돌을 예상한 군사적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서해에서 벌이는 잠수함전 준비가 그런 움직임이다. 이를테면, 2011년 7월 9일 하와이에 배치된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텍사스호(USS Texas, SSN-775)가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7,800t급 텍사스호는 대잠수함전, 함대지미사일 공격전, 기뢰전, 정보전, 첩보전, 특수부대 침투전을 벌이는 연안공격형 잠수함이다. 텍사스호는 2005년 4월 9일 미국 버지니아주 제임스강(James River)에서 진수하여 대서양으로 빠져나갔으니, 서해처럼 수심이 얕은 바다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이전 냉전시기에 미국 핵추진 잠수함이 태평양에서 순찰활동을 벌이는 비율은 15%밖에 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60%로 급증하였다. 태평양에 배치된 미국 핵추진 잠수함들은 북측, 중국, 러시아를 불시에 기습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2011년 7월 11일 한국군 공군 관계자는 미국군 공중급유기를 이용한 한국군 전투기의 공중급유훈련을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기로 미국 공군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한반도 전투종심은 너무 짧아서 한국군 공군에는 공중급유기가 필요하지 않다. 한국군 전투기가 공중급유훈련을 한다는 말은, 작전반경을 한반도 밖으로 넓힌다는 뜻인데, 공중급유를 받은 한국군 전투기가 날아갈 공격목적지는 동해 건너 일본이 아니라 서해 건너 중국이다.

위에 열거한 일련의 사건을 살펴보면, 서해에 조성된 무력충돌위험에 대해 중국이 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번에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미국의 행위에 반대한다”는 뜻을 암시적으로 표현한 까닭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처럼 중국으로부터 외교적으로 무시를 당하며 훈계조 발언을 들은 이명박 정부는 당혹감과 불쾌감을 느꼈을 뿐, 자기의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적대정책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이른바 ‘안보관’과 ‘대적관’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최악에 이르렀다.

이를테면, 2011년 5월 30일 <노컷뉴스> 보도가 전한 충격적인 사실은 이명박 정부가 단순히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반대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북적대감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어버렸음을 말해준다. 보도에 따르면, 2011년 5월 25일 경기도 양주의 예비군 훈련장에서 사격훈련에 동원된 예비군 400여 명에게 나누어준 표적지에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사진이 들어있었고, 인천에 있는 예비군훈련장에는 “목을 따자”, “도려내자”는 뒷골목 양아치가 쓰는 폭언을 적은 펼침막들이 훈련장 곳곳에 걸려있었다. <한겨레> 2011년 6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위의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자 남측 국방부는 정상적인 표적지를 사용하라는 긴급지침을 내려보냈다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요즈음 북측 각지에서 연속적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군중대회에 참가한 인민들과 군인들은 “우리의 최고존엄을 모독한 이명박 역적패당을 쓸어버리자”고 외치며 격분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역사적 경험을 상기하면, 북측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정권들과도 공식 또는 비공식 대화를 하였고,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와는 각각 정상회담도 하였으나, 유독 김영삼 정부만 철저히 배제하였다. 그 까닭은, 북측이 국상을 당했을 때, 김영삼 정부가 북측의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대북적대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명박 정부가 김영삼 정부의 전철을 밟아 또 다시 북측의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대북적대감을 드러냈다. 북측은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할 수 있어도, 자기의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지금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서 더욱 악화되어 파탄되었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에 남북대화가 재개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만일 이명박 대통령이 김관진 국방장관과 현인택 통일부장관을 해임하고 대북적대감에 사로잡히지 않은 인사로 교체함으로써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한다면 남북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대북적대감에 사로잡혀 있으므로 그에게 어떤 전향적 조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남북관계에서 넘어서는 안 될 마지막 선까지 넘어버린 이명박 정부는 정상적 남북관계로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서해5도 해역에서 고조된 무력충돌위험을 완화할 남북대화의 가능성이 대북적대감에 사로잡힌 이명박 정부에 의해 사라지고 말았으니, 거기에서 파생되는 모든 분야의 피해가 남측과 북측을 포괄하는 전한반도적 범위에서 확대되고 있다. 정권교체 이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말은 그래서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2011년 7월 18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