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앙 위험 은폐하려는 미8군사령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36년 뒤에 일어난 다이옥신 대재앙

미국과 캐나다 국경선에 걸쳐있는 세계적인 관광명소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지구에서 미국 영토에 속한 행정구역이 나이아가라 폴스시(City of Niagara Falls)다. 그 도시에서 발행되는 지방지 <나이아가라 폴스 가젯(Niagara Falls Gazette)>은 1978년 7월 마이클 브라운(Michael H. Brown) 기자가 쓴 충격적인 폭로기사를 연재하였다. 폭로기사에 따르면,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진행된 폐기물 매립지 발굴작업에서 맹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맹독성 화학물질이 나온 폐기물 매립지는 나이아가라 폴스시의 한 귀퉁이에 있는 러브 커낼(Love Canal)이라는 구역이다.

누가 그 곳에 맹독성 화학폐기물을 파묻었을까? 범인은 ‘후커 케미컬 앤드 플래스틱스(Hooker Chemical and Plastics)’라는 화학회사다. 그 회사는 1942년에 21,000t이나 되는 엄청난 분량의 화학폐기물을 파묻었다. 문제는 11년 뒤부터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1953년 4월 28일 ‘후커 케미컬 앤드 플래스틱스’는 그 매립장을 단돈 1달러를 받고 시교육위원회에 팔아넘겼다. 시교육위원회는 토지소유주인 화학회사로부터 그 매립장에 화학폐기물이 묻혀있다는 설명을 듣고 위험성을 알았으면서도 그 땅을 무상으로 얻어 학교를 세웠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요즈음에는 거의 모든 나라들이 환경문제를 중시하여 환경보호법을 제정하는가 하면, 환경평가를 시행하고, 환경파괴범죄를 처벌하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환경문제는 그다지 중요한 사회정치적 관심사가 아니었다. 자기들의 이윤추구를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하여 난개발과 과잉생산을 다그치며 지구자원을 고갈시키고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자본주의의 만행을 저지하는 투쟁이 세계 각국에서 전개되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부터였다. 생태위기, 환경운동, 녹색산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환경문제에 둔감하였던 1950년대에 나이아가라 폴스시 교육위원회는 화학폐기물 매립장을 단돈 1달러에 구입하였고, 그 땅 위에 400명을 수용하는 초등학교를 세웠다. 다이옥신(dioxin)이라는 치명적 독소가 스며나오는 것을 알 턱이 없는 아이들은 죽음의 학교에서 공부하며 뛰어놀았다.

아니나 다를까, 1978년 8월 죽음의 학교에 다니던 한 아이가 간질, 천식, 방광염에 걸리더니 무시무시한 백혈병 증상까지 보였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나이아가라 폴스 가젯> 기자 마이클 브라운을 통해 자기 아들이 21,000t의 화학폐기물이 묻혀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지역주민들은 자기 집 마당에서 원인 모를 악취가 나고, 텃밭에 심은 채소가 시름시름 죽어가는 이유를 알게 되었으며, 자기 집 지하실 바닥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괴물질이 스며나오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맹독성 화학폐기물이 묻혀있는 죽음의 땅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에 걸려 목숨을 잃거나 평생 고통을 겪어야 하였다. 그 지역에서 신경마비와 암 같은 중병이 발생하는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높았고, 그 지역에 살면서 아이 넷을 낳은 한 여성은 선천성 장애아를 2명이나 출산하였다. 위험을 직감한 지역주민협의회가 급히 실태조사에 나섰는데, 1974년부터 1978년 사이에 그 지역에서 출생한 아이들 가운데 무려 56%가 선천성 장애아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연방정부 산하 환경보호국(EPA)이 그 지역주민들에게 혈액검사를 실시하였더니, 그 지역에서 백혈병을 유발하고 염색체 손상을 일으키는 발병위험율이 다른 지역보다 3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 지역에 사는 들쥐의 평균수명을 조사하였더니 다른 지역에 사는 들쥐보다 절반밖에 살지 못하고 죽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충격을 받은 시당국은 지역주민들 가운데 임신부와 두 살 미만의 영아를 다른 지역으로 급히 피신시킨 뒤에, 죽음의 학교를 즉각 폐쇄하고 학교건물을 철거하였으며, 800가구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켰으며, 매립지를 파내어 248종에 이르는 화학폐기물을 재처리하였다. 매립지에서 나온 각종 화학폐기물 가운데는 최악의 독극물 다이옥신이 60kg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이 미국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러브 커낼 재앙(Love Canal Disaster)이라는 대사건이다.

1978년 8월 7일 러브 커낼 재앙으로 미국 전역이 들끓는 가운데 지미 카터(Jimmy Carter) 당시 미국 대통령은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를 선포하였다. 그 날 선포된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미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취해진, 자연재해 아닌 인위적 환경재앙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조치였다. 러브 커낼 재앙으로 충격을 받은 미국 연방의회가 ‘포괄적인 환경대응, 보상 및 책임에 관한 법(CERCLA)’을 채택한 때는 1980년 12월 11일이다. 맹독성 화학폐기물을 파묻은 화학회사는 긴 소송이 끝난 1995년에 복구배상금 1억2,900만 달러를 물어야 했다.

재앙을 겪은 때로부터 33년이 지난 오늘 그 땅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상건물이 모두 철거된 재앙지는 영구히 사람이 살지 못하는 폐허로 남아있다. 재앙지에서도 가장 오염도가 높은 핵심재앙지 64,750㎡에는 견고한 안전시설이 설치되었고, 2.4m 높이의 철조망을 둘러쳐 완전 격리되었다. 33년 전 미국을 뒤흔든 러브 커낼 재앙은 돈밖에 모르는 자본주의의 만행을 고발하고 있다.

타임스 비취를 폐허로 만든 다이옥신 대재앙

미국 지도를 펼치면, 대륙의 중서부 여러 주들 가운데 미주리주(Missouri State)가 눈에 들어오는데, 그 지방을 종단하여 메라믹강(Meramec River)이 흐른다. 1925년에 타임스 비취(Times Beach)라는 시골마을이 그 강을 옆에 끼고 자리잡았다. 1983년 당시 그 마을의 거주인구는 2,240명이었다.

한적한 시골마을 타임스 비취가 느닷없이 죽음의 공포로 뒤덮인 때는 미국인들이 즐기는 명절인 성탄절을 이틀 앞둔 1982년 12월 23일이었다. 그 시골마을에 죽음의 공포가 몰려온 까닭은, 바로 그 날 미국 연방정부 산하 환경보호국이 타임스 비취의 토양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발표에 따르면, 타임스 비취에서 채취한 토양을 분석했더니 다이옥신 오염도가 인체에 유해한 위험수준보다 100배나 더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타임스 비취 주민들은 그 발표를 듣고서야, 그 때까지 자기 마을에서 일어난 각종 괴질, 기형아 출산, 가축과 애완동물들의 원인 모를 폐사 같은 흉사의 원인이 다이옥신 오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가슴을 쳤다.

그러나 때는 너무 늦었다. 로널드 레이건(Ronald W. Reagan) 당시 미국 대통령은 다이옥신 실무대책반을 현지에 급파하였고, 1983년 2월 23일 연방정부는 타임스 비취 전역을 3,200만 달러에 매입하였고, 1985년 미주리 주지사는 행정명령을 내려 마을을 폐쇄하고 주민 전원을 다른 곳으로 집단이주시켰다. 지상건물은 모두 철거되었다. 연방정부는 1996년 3월부터 1997년 6월까지 긴급예산 1억1,000만 달러를 집행하여 타임스 비취의 오염토양과 건물잔해 265,000t을 소각처리하였다.

왜 이러한 대재앙이 일어났을까? 1972년부터 1976년까지 타임스 비취에서는 37km에 이르는 도로에 아스팔트 포장공사를 하였다. 그런데 아스팔트 포장 시공사가 다이옥신에 오염된 폐유를 도로포장에 사용한 것이 재앙의 원인이었다. 그 폐유는 베트남 전쟁에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를 납품한 화학회사가 화학폐기물을 처리한 생산설비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한 아스팔트 포장 시공사가 그 생산설비에서 나온 폐유를 도로포장에 사용하였던 것이다. 포장도로 37km 가운데 어느 구간인지는 특정할 수 없었으나, 도로 일부가 다이옥신으로 심하게 오염된 것이다.

다이옥신 대재앙은 뜻밖에도 1982년 12월 5일에 일어났다. 그 날 겨울비가 많이 내려 메라믹강이 범람하였고, 범람한 강물이 타임스 비취에 쏟아져 들어왔다. 포장도로 일부 구간에 오염된 다이옥신이 범람한 강물에 섞여 마을 일대를 완전히 뒤덮고 말았다. 이것이 1980년대에 미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다이옥신 대재앙의 전말이다.

조작의혹 불러일으킨 공동조사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인 사실은, 30년 전 미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다이옥신 대재앙이 지금 이 땅에서 재발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1977년부터 1978년 사이에 미8군사령부가 고엽제 폐기명령을 집행한다고 하면서, 경상북도 대구시 인근에 있는 칠곡군 왜관읍의 미국군기지 캠프 캐럴(Camp Carroll)에 보관 중이던 고엽제를 기지 안 헬기장 부근에 몰래 불법매립하였다. 당시 고엽제 드럼통 불법매립작업에 동원되었던 주한미국군 출신 퇴역군인들인 리처드 크레이머(Richard Cramer), 스티브 하우스(Steve House), 로벗 트래비스(Robert Travis)는 고엽제가 들어있는 드럼통 250개를 왜관 미국군기지에 자신들이 직접 묻었다는 사실을 언론에 폭로한 바 있다. 그들의 폭로발언에 따르면, 드럼통에서 새어나온 고엽제가 묻은 피부에 이상이 생길 만큼 독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고엽제 드럼통을 실어나르며 오염된 트럭과 트레일러까지 함께 묻어버렸는데, 이듬해 봄에 비가 내리자 고엽제로 오염된 빗물이 흘러내려 새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스티브 하우스의 폭로발언에 따르면, 1978년 봄부터 가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고엽제 드럼통을 30-40개씩 왜관 미국군기지에 불법매립하였으므로 모두 600여개 드럼통을 묻은 것으로 기억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8군사령부는 한미 공동조사단을 앞세워 위의 폭로내용을 부정하거나 왜곡하거나 축소하면서 자기들의 불법매립범죄를 덮어버리려 하고 있다. 2011년 7월 8일 한미 공동조사단은 왜관 미국군기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간발표를 하였는데, 그 발표내용은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것이다. 아래에 정리한 중간발표 내용을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첫째, 2011년 6월 2일부터 미8군사령부는 왜관 미국군기지에서 지표투과레이더탐사(GPR), 자력탐사(MS), 전기비저항탐사(ER)를 시행하고, 탐사결과를 분석하였다. 미8군사령부는 탐사와 분석에서 얻은 정보를 조사자료로 작성하여 한미 공동조사단 소속 남측 전문가들에게 넘겨주었다. 탐사과정과 분석과정에서 배제된 남측 전문가들에게는 미8군사령부로부터 넘겨받은 조사자료를 ‘검증’하는 임무만 주어졌다.

둘째, 미8군사령부의 탐사 및 분석과 남측 전문가들의 ‘검증’에 따르면, 왜관 미국군기지 22개 지점에서 금속성 물질 매립을 의심할 만한 징후가 보였다고 한다.

셋째, 한미 공동조사단은 의심징후가 나타난 22개 지점을 포함해 모두 40개 지점에서 2011년 7월 8일부터 토양시추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토양시추조사란 땅 속으로 뚫고 내려간 시추구멍에서 토양시료를 채취하여 토양오염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넷째, 주한미국군 출신 퇴역군인들이 매립지점으로 지목한 곳에서 금속성 물질이 매립된 의심징후가 나타났는데, 한미 공동조사단은 “드럼통을 250개나 500개를 묻을 정도는 아니라”고 해명하였다.

위의 중간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한미 공동조사단이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늘어놓았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까닭은 아래와 같다.

첫째, 공동조사단이라는 명칭을 내걸었으면, 마땅히 공동으로 조사하여야 하는데, 미8군사령부가 단독조사와 단독분석을 실시하고 남측 전문가들은 나중에 미8군사령부로부터 넘겨받은 조사자료나 읽어보고 찬동의사나 표명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게 무슨 검증인가! 고엽제 드럼통을 불법매립한 범죄행위자인 미8군사령부가 불법매립범죄를 단독으로 조사하고 분석하다니, 범인에게 범죄수사권을 넘겨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꼴이다. 미8군사령부가 단독조사와 단독분석을 실시한 뒤에 조사자료를 남측 전문가들에게 넘겨준 것이야말로 조작의혹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동아일보> 2011년 6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미8군사령부는 2010년에 외부 전문업체에게 용역을 맡겨 왜관 미국군기지 환경조사를 실시하고 ‘2010년 캐럴 조사보고서’ 초본을 작성하였다. 또한 <한겨레> 2011년 6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극동사령부 육군 공병단이 작성하여 미국 육군 대구기지사령부에 제출한 ‘캠프 캐럴 환경오염 치유를 위한 예비조사 보고서’가 있다. 위의 두 보고서는 왜관 미국군기지 토양을 조사한 결과 다이옥신이 검출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는 데도, 미8군사령부는 위의 두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기들이 작성한 조사보고서를 감춰놓고 있던 미8군사령부는 퇴역군인들의 폭로발언이 언론에 나오자, 한미 공동조사단을 구성하여 또 다시 조사를 시작하였다. 미8군사령부의 그러한 행동은 조사결과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만 키웠으며, 한미 공동조사단의 중간발표를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둘째, 주한미국군 출신 퇴역군인 세 사람이 왜관 미국군기지에 고엽제가 담긴 드럼통을 최소 250개, 최대 600개 불법매립하였다고 폭로하였는데도, 한미 공동조사단은 중간발표에서 “의심징후가 나타났지만 드럼통을 250개나 500개를 묻을 정도는 아니라”고 해명하였다. 이처럼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 당연히 의혹지점을 파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미8군사령부는 땅을 파내는 시굴조사(exploratory trenching)는 하지 않고 땅에 조그만 구멍이나 뚫는 시추조사(coring)나 하고 끝내겠다는 것이다.

한미 공동조사단의 중간발표 기자회견에서 어떤 기자가 왜 시굴조사를 하지 않고 시추조사를 하는가고 물었더니, 파내야 할 지역이 너무 넓어서 시추조사를 한다는 것이고, 시추구멍만 뚫어봐도 오염도를 알 수 있다는 답변 아닌 궤변이 나왔다. 시굴조사라 해도 200㎡ 정도의 넓지 않은 땅을 파내는 것인데, 파내야 할 지역이 너무 넓어서 시추조사를 한다는 소리는 궤변이고, 시추구멍을 촘촘히 뚫지도 않으면서, 시추구멍만 뚫어도 오염도를 알 수 있다는 소리도 궤변이다.

지금까지 시행하였던 세 종류의 물리탐사와 마찬가지로, 의혹지점에 구멍을 뚫는 시추조사도 미8군사령부가 단독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사건을 왜곡, 축소, 은폐하려는 미8군사령부에게 시추조사를 맡겼으니, 시추조사 결과는 보나마나 뻔할 것이다. 미8군사령부는 의혹지점 오염도가 인체에 무해할 만큼 매우 낮게 나왔다는 시추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련의 행동을 기만이라 하지 않으면, 무엇을 기만이라 하는가.

다이옥신 1g이 20,000명 죽인다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면, 드럼통 한 개에는 에이전트 오렌지라는 고엽제 208ℓ가 담기는데, 에이전트 오렌지 208ℓ에는 다이옥신이 6g정도 들어있다. 주한미국군 출신 퇴역군인 세 사람이 왜관 미국군기지에 고엽제 드럼통을 최소 250개 불법매립하였다고 폭로하였으니, 그 기지에는 다이옥신이 최소 1.5kg정도 묻혀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충격적인 정보는, 다이옥신 1g이 무려 20,000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독극물 중의 독극물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왜관 미국군기지에 묻혀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다이옥신 1.5kg의 치사량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3,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엄청난 분량이다. 250만명 대구 시민 전체를 10번 이상 몰살시킬 수 있는 독극물이 시외곽에 30여 년 동안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1.5㎜ 두께의 강판으로 만든 드럼통은 땅 속에서 10년 정도 지나면 부식되기 시작한다. 2011년 6월 24일 <KBS 9시 뉴스> 보도에 따르면, 2008년에 왜관 미국군기지에 토양정화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땅을 파던 중 드럼통 10여 개가 나왔는데 심하게 부식된 상태였다. 공사 중에 드럼통이 발굴되자 미국군 당국은 즉시 공사를 중단시키고 최고 경계 수준인 ‘D-레벨’을 발령하였고, 독가스 방호복을 입은 미국군 유해물질처리반이 현장에 출동하여 드럼통들을 이중밀폐용기로 단단히 포장해 어디론가 갖고 갔다. 미국군 당국은 발굴된 드럼통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밝히지 않았고, 그런 발굴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마저 감추었다.

미국군이 이 땅 곳곳에 고엽제 드럼통을 불법매립한 때가 1977년에서 1978년 사이였으니, 올해로 33년이 된다. 땅 속에 묻힌 고엽제 드럼통은 이미 심하게 부식된 것이다. 이것은 고엽제 재앙이 폭발 직전 상태로 잠재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만일 왜관 미국군기지에서 고엽제 드럼통 250개가 부식된 채 무더기로 발굴되는 경우, 다이옥신 대재앙을 입은 러브 커낼 주민들과 타임스 비취 주민들이 1978년과 1985년에 각각 그러했던 것처럼 왜관 주민들도 다른 곳으로 집단이주해야 하고, 왜관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죽음의 땅으로 영구폐쇄되어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재앙 불감증에 걸린 이 땅의 국민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는 것처럼 태연하다.

이런 정황에서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왜관 미국군기지에 불법매립된 고엽제 드럼통 250개를 찾아내는 시굴조사다. 부식된 드럼통에서 고엽제가 흘러나와 오염면적이 더 넓어지기 전에 하루 속히 찾아내 정화처리를 해야 재앙 위험을 피할 수 있으므로, 지금으로서는 고엽제 드럼통 시굴조사가 무엇보다 급하다. 그러나 미8군사령부는 이처럼 시급한 위험성을 알면서도 마땅히 시행해야 할 시굴조사를 피하고 자기들의 불법매립범죄를 은폐해보려고 시간을 끌고 있다.

미국에게는 그러한 은폐기도 전과가 있다. 지난 시기 미국 정부는 자국 군인들이 베트남 전선에서, 그리고 주한미국군기지에서 고엽제에 오염되어 각종 괴질에 걸렸음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재앙을 인정하지 않고 흐지부지 덮어버리려는 술책을 동원한 바 있다. 왜냐하면, 베트남 전선에 나갔던 미국군 가운데 고엽제에 오염된 제대군인들, 그리고 주한미국군기지들에 배치된 미국군 가운데 고엽제에 오염된 제대군인들에게 천문학적인 피해보상금을 지급하려면, 미국 정부 예산이 거덜나버리기 때문이다.

왜관 미국군기지에서 고엽제 드럼통 250개가 발굴되면, 고엽제에 오염된 토양을 정화처리하기 위해 미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그것만이 아니라 이 땅에 널려있는 다른 미국군기지들에 대해서도 시굴조사를 시행해야 하며, 그 조사결과에 따라 곳곳에서 정화처리를 해야 한다. 여기에 들어갈 재정은 천문학적이다. 미국은 이처럼 자기들이 떠맡기 힘든 책임을 회피하면서 재앙 위험을 눈가림 조사로 슬그머니 덮어버리려 하고 있다. 자국민들이 당한 고엽제 재앙에 대해서도 흐지부지 덮어버리려고 하였던 전과가 있는 미국이, 자기 속국처럼 여기는 이 땅에서 발생한 고엽제 재앙 위험에 성의껏 대처해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몽상이다.

왜관 주민들과 대구 시민들은 자기 자신과 후대를 고엽제 재앙의 고통과 죽음에서 지키기 위해 미국의 고엽제 드럼통 불법매립범행을 파헤치는 공정한 조사를 미국에게 요구해야 한다. 그 지역 주민들만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모든 국민은 재앙 불감증에서 벗어나 고엽제 드럼통 불법매립 범행을 단죄, 규탄하고 미국에게 공정한 조사를 요구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자기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것으로 믿었던 이 땅의 국민들에게 미국이 안겨준 동맹의 대가는 고엽제 재앙의 공포다. 그런데도 한미동맹을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미국산 고엽제를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고엽제 재앙의 위험을 이 땅에 몰래 파묻었고, 그 범죄사실을 30년 동안 숨겨왔으며, 퇴역군인들의 폭로발언으로 자기들의 범죄사실이 들어나자 눈가림 조사로 세상을 기만하려 하고 있다. 그런 사실을 뻔히 보면서도 미국에게 항변하지 못할 정도로 민족적 자존심은 죽은 것일까? (2011년 7월 11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