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충돌위기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태평양 가로질러 한반도에 접근한 항모강습단

2011년 3월 9일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USS Ronald Reagan) 공보실이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초대형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강습단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에 있는 샌디에고(San Diego)에서 2011년 3월 5일 출항하여 제7함대가 관할하는 책임구역(area of responsibility)에 3월 9일에 도착하였다.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강습단이란 제3함대에 소속된 제7항모강습단을 뜻하고, 제7함대가 관할하는 책임구역이란 동중국해를 뜻한다. 제7항모강습단이 태평양을 가로질러 동중국해에 도착한 것은, 위의 보도자료에서 밝힌 것처럼, 3월 11일부터 시작된 ‘독수리(Foal Eagle)’ 북침전쟁연습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제7항모강습단은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미사일순양함 챈슬러스빌호(USS Chancellorsville), 미사일구축함들인 프레블호(USS Preble)와 하워드호(USS Howard), 미사일프리깃함 다취호(USS Thach), 항모전투비행단, 해병대전투비행단, 공중조기경보단, 전술전자전단, 항모병참지원단, 반잠수함 헬기전단으로 편성된 방대한 무력집단이다.

미국 군부의 작전개념으로 보면, 한반도 주변해역은 일본에 전진배치된 제7함대가 관할하는 작전구역에 속한다. 따라서 미국 군부가 한반도 주변해역에서 벌이는 북침전쟁연습에는 당연히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동원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 군부는 태평양 건너편에 배치된 제3함대 항모강습단을 북침전쟁연습에 동원하였다. 그렇다면 제7함대 항모강습단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제7함대 항모강습단은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를 모항(母港)으로 삼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를 주축으로 편성되었으므로, 조지 워싱턴호가 당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조지 워싱턴호 공보실장 데이브 헥트(Dave Hecht) 해군 소령이 2010년 3월 12일 <페이스북(Facebook)>에 올린 글에 따르면, “조지 워싱턴호는 현재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일상적인 정비(routine maintenance)를 받는 중”이다.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되었어야 할 항공모함이 일상적인 정비를 받는다니, 어찌된 일일까? 미국 태평양사령부 공보실이 2010년 3월 10일에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본에 주재하는 베트남 대사관 대표단이 3월 8일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견학하였는데, 실무장교인 케네스 레이널드(Kenneth Reynard) 해군 대령의 안내로 곳곳을 돌아보았다. 정비를 받고 있다고 하면서, 외국인 대표단을 초청하여 곳곳을 돌아보게 하였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조지 워싱턴호는 일상적인 정비를 받는 척한 것이고, 실제로는 어느 때라도 출동명령만 떨어지면 즉각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될 태세로 대기하고 있었다.

지난 시기 ‘키 리졸브/독수리’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된 항모강습단은 제7함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제5항모강습단이었다. 2009년까지 그러하였다. 그런데 2010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군부는 제5항모강습단을 일본 각지의 해군기지들에 대기시켜놓고, 다른 항모강습단을 전격적으로 한반도 주변해역에 출동시켜 선제타격전을 연습하였다. 항모강습단의 이러한 전술변화는 종전에 실시해오던 북침전쟁연습보다 훨씬 더 도발적인 침공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통일뉴스> 2010년 3월 15일에 발표한 나의 글 ‘항공모함은 왜 나타나지 않았을까?’에서 논한 바 있다.

제7함대 항모강습단을 일본에 대기시켜놓고, 제3함대 항모강습단을 전격적으로 동해에 진입시켜 선제타격전을 연습하였던 2010년도 ‘키 리졸브/독수리’ 북침전쟁연습과 유사하게, 올해 북침전쟁연습도 제7함대 제5항모강습단을 일본에 대기시켜놓고, 제3함대 제7항모강습단을 전격적으로 동해 또는 서해에 진입시켜 선제타격전을 연습하려고 획책하였던 것이다. 지난해에는 항공모함 니미츠호(USS Nimitz)를 주축으로 편성된 제11항모강습단을 동원하였고, 올해는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제7항모강습단을 동원한 것이 다른 점이다.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충돌위기

북측을 심히 자극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협하는 미국군의 전쟁연습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2011년 3월 6일 40,000t급 초대형 수륙양용강습함 박서호(USS Boxer)를 주축으로 편성된 수륙양용준비단(amphibious ready group)이 제7항모강습단보다 사흘 먼저 제주도 남쪽 동중국해에 도착하였다. 강습함 박서호 공보실장 채드 둘락(Chad A. Dulac) 해군 소령이 2011년 3월 7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수륙양용준비단은 강습함 박서호, 수송함 그린베이호(USS Green Bay), 상륙함 컴스탁호(USS Comstock)로 편성되었는데, 승선병력은 제13해병원정단 2,200명과 해군 1,800명이다.

침공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미국의 전쟁연습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제7함대 공보실 조엘 로드리게즈(Joel Rodriguez) 해군 소령이 발표한 2011년 3월 4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3월 3일부터 3월 7일까지 제7함대와 일본 해상자위대가 대만 남쪽 바다에서 함대합성훈련(Fleet Synthetic Training)이라는 작전명의 탄도미사일방어작전을 연습하였다. 여기에는 제7함대 기함(旗艦) 블루릿지호(USS Blue Ridge)와 미사일순양함 샤일로호(USS Shiloh),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조카이호(JS Chokai) 등이 동원되었다. <연합뉴스> 2011년 2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제7함대와 일본 해상자위대가 미사일순양함 샤일로호와 이지스구축함 조카이호 등 전함 8척을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정박시켜놓고, 가상적국이 쏜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모의요격전을 2월 28일부터 연습할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들은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모의요격전을 연습한 뒤에 대만 남쪽 바다로 가서 실사격요격전을 연습하였던 것이다. 미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탄도미사일방어작전을 별도로 연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의 정보를 종합하면, 올해 미국 군부는 제7함대와 일본 해상자위대를 동원하여 탄도미사일방어작전을 연습하고, 일본에 전진배치한 제5항모강습단을 출동준비상태로 대기시켜놓고, 제7항모강습단과 수륙양용준비단을 전격적으로 한반도 주변해역에 진입시키는 매우 도발적인 선제타격전을 연습하려고 획책하였음을 알 수 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서 거의 모든 남측 국민들이 무관심하였지만, 미국은 이전보다 더 도발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광란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군부가 이처럼 방대한 무력을 동원하여 한반도와 주변해역에서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를 끌어들인 대규모 북침전쟁연습을 벌여놓은 판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사태가 일어났다. 2011년 3월 11일은 미국 군부가 방대한 무력을 한반도로 총집결시켜 ‘독수리’ 북침전쟁연습을 시작하려던 날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날 일본에서 지진과 해일이 일어나 일본 동북부 해안지대가 대참화를 입었다.

한반도로 접근하던 항모강습단과 수륙양용준비단은, 일본 자연재해구역으로 가서 일본 자위대의 재난구호작전을 지원하라는 미국 군부의 긴급명령을 받고 갑자기 항로를 바꾸었다. 2011년 3월 12일 미국군 태평양함대 공보실장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본 동북부 자연재해구역으로 급파된 미국 해군 전함들은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미사일순양함 챈슬러스빌호, 미사일구축함 프레블호다. 또한 일본 사세보(佐世保) 해군기지를 떠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각각 도착한 제7함대 강습함 에쎅스호(USS Essex)와 기함 불루릿지호도 일본 동북부 자연재해구역으로 급파되었고, 제7함대 상륙함들인 하퍼스 페리호(USS Harpes Ferry)와 저먼타운호(USS Germantown)도 재난구호작전에 동원되었다.

2011년 3월 12일 제7함대 웹싸이트 공보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제7함대 상륙함 토투가호(USS Tortuga)는 3월 11일 경상북도 포항 앞바다에서 대북침공을 상정한 헬기상륙작전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그 상륙함도 일본 재난구호작전에 동원되었다. <해군보(Navy Times)> 2011년 3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고속전투지원함 브릿지호(USNS Bridge), 미사일구축함들인 핏저럴드호(USS Fitzgerald), 존 맥케인호(USS John S. McCain), 맥캠벨호(USS McCampbell), 커티스 윌버호(USS Curtis Wilbur)도 재난구호작전에 동원되었다.

<해군보> 2011년 3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자연재해로 방사능 누출사고가 난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에서 북쪽으로 80km 떨어진 센다이(仙臺)시 상공에서 재난구호작전을 벌이던 제7항모강습단 소속 항모헬기 세 대에 분승한 미국군 해병대원 17명이 저준위 방사선에 오염되었고,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에서도 저준위 방사능이 검출되는 바람에 로널드 레이건호는 북동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바다로 급히 이동하였다. 기류를 타고 날아간 저준위 방사능 물질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남서쪽으로 320km 떨어진 요코스카 해군기지와 아츠기(厚木) 해군항공기지에서도 검출되었다. 이러한 정황은 한반도 주변해역에 몰려가 선제타격전을 연습하려던 미국 해군 및 해병대 무력이 일본 자연재해구역으로 이동하여 재난구호작전을 벌이고 있음을 말해준다.

만일 일본 동북부에서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미국 군부는 항모강습단과 수륙양용준비단을 동원한 선제타격전을 예정대로 연습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한반도에서는 무력충돌위기가 극도로 고조되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논한다. 무력충돌위기를 고조시킬 선제타격전 연습은, 전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일본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갑자기 중단되었고, 긴장에 휩싸인 한반도는 무력충돌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오작동 피해사실이 은폐되었다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은 2011년 3월 6일에 나온 남측 언론보도에 주목하였다. 그들이 주목한 언론보도는 2011년 3월 4일 수도권 서북부 일대에서 위성항법장치(GPS)가 오작동을 일으켰는데, 그것은 인민군이 위성항법체계 교신을 교란하는 전파를 발사하였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실제로 2011년 3월 4일 오후 3시 32분부터 서울, 인천, 파주를 비롯한 서북부 일대의 이동통신 기지국들에서 오작동이 일어나 휴대전화 시보장치가 엉뚱한 시각을 알려주거나 휴대전화가 불통되었다.

한국군 정보당국 관계자가 언론에 전한 정보를 종합하면, 교란전파 발신지는 군사분계선(MDL)과 인접한 해주와 개성 지역의 인민군 부대로 보이는데, 교란전파는 5-10분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발사됐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2011년 3월 6일) 2011년 3월 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4-5일 오후 수도권 서북부에서 발생한 GPS 혼신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신호의 발신지를 개성 인근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11년 3월 7일)

2011년 3월 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경찰청, 국정원, 국토해양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체계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통사(이동통신회사라는 뜻-옮긴이)와도 긴밀히 협조해 피해복구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이동통신 기지국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2011년 3월 7일) 서울과 그 주변의 경기도 일대를 포괄하는 수도권에는 이동통신 기지국이 18,000여 개소나 산재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서 서북부 일대에 있는 145개소의 위성항법체계 교신에서 오작동이 일어났다. 또한 3월 6일에는 인천공항에서 운항 중이던 민간항공기의 위성항법체계 교신에서도 오작동이 일어났다. (조선일보 2011년 3월 9일) 오작동 원인을 파악하려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군사용 위성항법체계가 교신하는 주파수는 1227.6 MHz이고, 민간용 위성항법체계가 교신하는 주파수는 1575.42 MHz다. 또한 군사용 위성항법체계는 P(Y) code로 교신하고, 민간용 위성항법체계는 C/A code로 교신한다. 군사용 위성항법체계와 민간용 위성항법체계는 서로 다른 교신방식으로 작동되는 것이다. 이처럼 위성항법체계 교신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위성항법체계 교신을 교란하는 전파를 발사해도 다른 쪽의 위성항법체계 교신은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으로 작동된다.

인민군이 전파교란장비를 가동하였으니, 당연히 군사용 위성항법체계 교신을 교란하는 전파를 발사하였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민간용 위성항법체계 교신이 교란되었다. 이동통신 기지국 위성항법체계 교신과 민간 항공기 위성항법장치에서 오작동이 일어난 것은, 인민군이 민간용 위성항법체계 교신을 교란하는 전파를 발사하였음을 말해준다. 어찌된 일일까?

2011년 3월 6일 <연합뉴스>는 한국군 관계자가 한 말을 인용하여 “포병부대의 계산장비에도 일부 영향이 있었지만 극히 경미한 수준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것은 한국군 포병부대에서 쓰이는 민간용 위성항법장치가 교란전파를 받아 오작동하였다는 뜻이다. 2011년 3월 9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당정회의에 출석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대부분의 군사장비에는 군용 GPS가 설치돼 작전에는 피해가 없었다. 일부 상용 GPS를 쓰는 장비는 군용 GPS로 보강할 계획”이라고 보고한 것(연합뉴스 2011년 3월 9일)을 보면, 한국군 포병부대가 보유한 허술한 군사장비들에서 아직도 민간용 위성항법장치가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의 발언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개성 외에도 금강산이 GPS 전파교란 발신지로 추정된다”고 말한 것이다. 그 발언은 인민군이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에서 동시에 교란전파를 발사하였음을 뜻한다.

그런데 <연합뉴스> 기자가 강원도 고성에서 취재하여 보도한 2011년 3월 9일 기사에 따르면, 금강산에서 아주 가까운 고성지역 주민들은 “휴대전화 시간오류나 통화불능과 같은 현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같은 일이 있었는지 느낄 수 없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고, 속초, 양양, 주문진, 강릉에 있는 어업정보통신국들에는 동해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들로부터 위성항법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켰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연합뉴스 2011년 3월 11일) 고성지역 주민들의 휴대전화에서는 오작동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동해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의 위성항법장치에서 오작동이 일어난 것은, 인민군이 위성항법체계 교신을 교란하기 위해 발사한 전파가 바다쪽으로 집중되었음을 말해준다. 미국 해군과 해병대의 북침전쟁연습이 동해에서 벌어지고 있었으니, 인민군이 교란전파를 바다쪽으로 발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의 보고발언은, 인민군이 위성항법체계 교신을 교란하는 전파를 발사하기는 하였으나 한국군과 미국군에게는 마치 아무런 피해가 없었던 것처럼 들리는데 그것은 사실을 은폐한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민군이 위성항법체계 교신을 교란하는 전파를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에서 집중 발사하였는데도 한국군과 미국군이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의도성을 갖고 교란전파를 보내는데 우리가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를 일일이 언론에서 보도하면 손쉽게 실험결과를 얻도록 도와주는 셈”이라고 말했는데(연합뉴스 2011년 3월 10일), 이 말을 해석하면 인민군이 군사용 위성항법체계 교신을 교란하여 한국군이 심각한 오작동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한국군 지휘부가 피해사실을 은폐한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2011년 3월 6일 부 기사에서 한국군 관계자가 “이런 수준의 교란전파는 충분히 제어하고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한국군에게는 교란전파를 막아낼 방어체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남측 정부 핵심관계자는 “지난 8일까지도 북한측에서 GPS 공격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4일 이후에는 눈에 보이는 피해가 없어서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북한의 전파교란행위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1년 3월 9일) 이 말을 해석하면, 일반대중은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았어도 군부대는 계속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뜻이다.

그러면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된 미국군에게는 교란전파를 막아낼 방어체계가 있었을까? 주한미국군사령부 데이빗 오튼(David Oten) 대변인은 전자우편(e-mail)에서 미국 군부가 전자전 위협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하면서 “미국군은 복잡한 전자환경에서 작전하기 위해 다양하고 충분한 위성항법체계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ABC News 2011년 3월 9일) 그가 암시적으로 말한 것은, 교란전파를 막아내는 항교란장치(anti-jamming device)를 미국군이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계 다국적회사인 BAE 시스템스(Systems)가 항교란장치를 개발한 때는 2008년 4월인데(Defese Talk 2008년 4월 21일), 미국군과 대치한 인민군은 당연히 미국군의 항교란장치를 분석하여 그 장치를 무력화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인민군이 미국군의 항교란장치를 무력화하는 새로운 전파교란장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된 미국군을 향해 교란전파를 발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기자가 미국군이 교란전파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를 주한미국군사령부 데이빗 오튼 대변인에게 물었을 때, 그는 그에 관한 정보는 군사정보이므로 언급을 회피하였는데(ABC News 2011년 3월 9일), 일반적으로 자기들에게 불리한 상황에 대해서 언급을 회피하는 법이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면, 인민군은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에서 위성항법체계 교신을 교란하는 강력한 전파를 발사하여 한국군과 미국군의 각종 위성항법장치에 오작동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북침전쟁연습에 큰 혼란을 조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인민군이 군사용 위성항법체계 교신을 교란하는 전파만 발사하였다면, 한국군 당국은 오작동 피해사실을 은폐하였을 것이고, 따라서 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간파한 인민군은 민간용 위성항법체계 교신을 교란하는 전파도 발사하여 한국군이 쓰는 민간용 위성항법장치가 오작동을 일으키게 하면서 그와 동시에 한국군 당국의 피해사실 은폐기도까지 차단하였다. 다만 인민군은 민간용 위성항법체계 교신을 교란하는 전파를 발사할 때, 전파출력을 낮춰 민간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였다. “장애가 발생한 규모 등의 정황으로 볼 때 통상 있을 법한 수준의 GPS 수신장애는 아니다”는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의 말(연합뉴스 2011년 3월 7일)을 들어보면, 민간이 입은 피해는 적었음을 알 수 있다.

인민군이 가동한 고성능 차량탑재장비

위성항법체계 교신은 지구 표면으로부터 20,000km가 넘는 먼 우주공간에 떠있는 항법위성과 신호를 주고받는 것인데, 전파신호는 그처럼 먼 거리에서 지구까지 날아오는 동안 당연히 출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처럼 출력이 약해진 전파신호를 교란하기 위해 지상이나 지상에서 가까운 공중에서 발사하는 전파신호는 고출력 전파신호다. 저출력 전파신호를 고출력 전파신호로 교란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렇다면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위성항법장치 교란장비의 성능은 어떠한가? 2010년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북방한계선(NLL)’에 인접한 작은 섬인 말도에서부터 충청남도 태안군 해안에 있는 안흥을 거쳐 전라남도 흑산군도에 속한 홍도에 이르기까지 330km를 잇는 서해연안 전역에서 위성항법장치가 오작동을 일으킨 사례를 상기하면,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위성항법장치 교란장비가 고성능 장비임을 알 수 있다. 또한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에도 인민군은 연평도 주둔 한국군 해병대를 향해 교란전파를 발사하였고, 그에 따라 대포병레이더와 자주포가 오작동을 일으킨 바 있다.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위성항법장치 교란장비는, 그들이 보유한 다른 군사장비들이 그러한 것처럼 자체로 개발한 것이다. <조선일보> 2008년 5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자체로 개발한 위성항법장치 교란장비를 중동에 수출하려고 하였다.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 등이 수입한 북측의 위성항법장치 교란장비는, 2003년 미국군이 이라크를 침공하였을 때 이라크군이 사용했던 러시아제 동종 장비보다 더 우월한 장비로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Strategy Page 2010년 10월 14일)

러시아제 위성항법장치 교란장비는 무게 12.5kg, 출력 18-22w, 교란거리 150-200km인데, 이것을 축전지와 함께 배낭에 메고 운반한다. 러시아는 배낭운반식 장비보다 성능을 더 개량하여 교란거리를 400km까지 늘인 신형 장비를 개발하였는데, 이 장비는 차량탑재장비다.

러시아군이 배낭운반식 교란장비와 차량탑재식 교란장비 두 종류를 작전배치한 것처럼, 인민군도 그와 같은 두 종류 장비를 작전배치하였다. 배낭운반식 교란장비는 인민군 특수전 병력이 사용하는 장비다.

2010년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330km에 이르는 서해연안 전역에서 위성항법장치가 오작동을 일으킨 것을 보면,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위성항법장치 교란장비는 동종의 러시아제 신형 장비와 맞먹는 고성능 장비임을 알 수 있다. 그 고성능 장비는 부피가 크고 무거워서 배낭으로 메고 다닐 수 없으므로, 차량에 탑재한다.

남측 언론보도를 보면, 인민군이 발사한 교란전파출력은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1년 3월 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는 간헐적으로 혼신현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신호의 크기는 미약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11년 3월 7일) 이러한 정황을 보면, 인민군은 성능이 제한적인 배낭운반식 교란장비를 가동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인민군은 민간용 위성항법장치 교란장비와 군사용 위성항법장치 교란장비를 모두 가동하였는데, 그 가운데 후자는 고성능 차량탑재장비였던 것이다.

<디펜스 뉴스(Defense News)> 2011년 3월 6일 보도는, 북측이 차량탑재식 교란장비를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였다. 물론 성능시험으로 본 것은 오보이지만, 북침전쟁연습에 미국군과 한국군이 동원한 각종 군사장비들이 인민군이 발사한 강력한 교란전파로 오작동을 일으켰던 것이 분명해보인다. 인민군이 발사한 교란전파에 대해 남측 정부 핵심관계자는 “개성과 금강산 두 곳이 확인됐으며 횟수와 날짜는 특정하게 몇 차례라고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자주,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1년 3월 9일) 이것은 인민군이 위성항법장치 교란장비를 지속적으로 가동하였음을 말해준다. 미국 군부와 한국 군부는 자기들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피해사실을 숨겼지만, 북침전쟁연습은 인민군의 교란전파 발사로 혼란에 빠졌던 것이다.

신호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키 리졸브’는 2011년 2월 28일에 시작되어 3월 10일에 끝났고, 연속해서 3월 11일에 시작된 ‘독수리’는 4월 3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주목하는 것은, 인민군이 3월 4일부터 교란전파를 발사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2011년 3월 10일 <연합뉴스>는 “북한발로 추정되는 GPS 교란전파는 지금까지도 처음 감지됐던 신호 세기의 4분의 1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서 “이동통신업체들은 휴대전화 기지국의 GPS 안테나를 낮추고 차폐막을 설치하는 등의 대비책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였다. 이 보도는, 3월 4일에 시작된 인민군의 교란전파 발사가 적어도 3월 10일까지 지속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인민군이 3월 4일부터 교란전파를 계속 발사한 까닭은, 2월 28일에 시작된 북침전쟁연습이 3월 3일부터 서부전선으로 북상하며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은 원래 2월 28일에 시작되었는데, 북침을 노린 야외기동전을 서부전선으로 북상하여 연습한 날은 3월 3일이다. 바로 그 날 미국군은 육군 사전배치 물자 전개훈련(Army Preposition Stock 4 Draw Exercise)을 실시하였다. 그 날 오전 미국군은 경상북도 왜관에 있는 군사기지 캠프 캐럴(Camp Carrol)에 배비해두었던 자주포, 전차, 장갑차 같은 각종 기갑장비를 수송열차에 싣고 약 6시간 동안 북상하여 경기도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Camp Casey)로 수송하였다. <통일뉴스> 2011년 3월 3일 보도에 따르면, 각종 기갑장비 95대가 수송열차에 실렸다고 한다. 캠프 캐럴에 배비해두는 자주포, 전차, 장갑차는 1개 여단병력 3,000명이 60일 동안 전투할 수 있는 규모다. 수송열차로 서부전선에 옮겨진 기갑장비들은 미국 본토에서 긴급히 공중수송된 제146포병대대와 제11기갑연대가 주한미국군 제2보병사단과 함께 벌인 북침전쟁연습에서 사용되었다. 또한 대형 수송기를 타고 미국 워싱턴주 군사기지 포트 루이스(Fort Lewis)를 출발한 미국군 스트라이커 부대 병력과 장갑차가 3월 3일 새벽 경상북도 대구에 있는 공군기지에 도착하였고, 몇 시간 뒤 캠프 케이시로 북상하여 야외기동전을 연습하였다.

이처럼 미국군이 야외기동전을 서부전선에서 연습하자, 인민군은 그 이튿날부터 강력한 교란전파를 발사하여 대응하였다. 한국군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이 전파를 지속적으로 발사하지 않고 5-10분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쏜 것으로 미뤄 해외에서 도입한 GPS 전파교란장비를 시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지만(연합뉴스 2011년 3월 6일), 그것은 허튼 소리다. 자국을 침공하려는 전쟁연습이 눈 앞에서 벌어지는 판에 한가하게 장비성능을 시험하고 있을 군대는 세상에 없다. 인민군이 교란전파를 발사한 것은 북침전쟁연습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미국 군부에게 경고신호를 보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 군부가 인민군의 경고신호를 무시하고 북침전쟁연습을 계속하는 경우 강력한 물리적 타격을 가하겠다는 엄중한 경고가 그 신호에 담겨있었던 것이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미국 군부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항모강습단의 북침전쟁연습 출동을 예고하지 않고 선제타격전을 연습하려고 획책하였다. 2011년 2월 15일 주한미국군사령부가 한미연합군사령부 명의로 발표한 ‘키 리졸브/독수리’ 북침전쟁연습에 관한 보도자료는 항모강습단 출동을 언급하지 않았다.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독수리’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된다는 제7함대의 공식발표가 나온 날은, 북침전쟁연습이 시작된 때로부터 9일이 지난 2011년 3월 9일이었다.

항모강습단과 수륙양용준비단을 동원하여 선제타격전을 연습하려고 획책한 미국의 의도를 간파한 북측은 어떻게 대응하였을까? 2011년 2월 27일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가 “위임에 따라” 장문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제목은 ‘침략적인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에 단호한 대응으로 맞설 것이다’로 되어 있다. 이 성명은 “남조선에 대한 미제의 군사적 강점과 역적패당의 반민족적인 통치체제를 전면 붕괴시키기 위한 총공세에 진입할 것”이고, “온갖 대결책동을 산산히 짓부셔버리는 서울 불바다전과 같은 무자비한 대응을 보게 될 것”이고, “침략자들의 핵공갈에는 우리 식의 핵억제력으로, 미싸일위협에는 우리 식의 미싸일타격전으로 맞서나갈 것”이라고 위협하였다. 또한 2011년 3월 1일에 발표된 북측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정당방위를 위한 우리 군대의 물리적 대응이 불가피해지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항모강습단과 수륙양용준비단이 한반도 주변해역에서 선제타격전을 연습하는 때에 맞춰, 인민군은 그에 대응할 강력한 반격태세를 갖추고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인민군이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에서 계속해서 발사한 교란전파는, 미국이 한반도 군사상황을 오판하여 경거망동하는 경우 인민군의 물리적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경고신호였다. 2011년 3월 11일은 한반도에서 자칫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상황이 조성된 날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 날 일본에서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바람에 항모강습단은 긴급히 항로를 변경하여 일본 동북부로 향했다.

이 글을 마무리하던 3월 19일, 미국 군부는 영국군과 프랑스군을 이끌고 리비아 공습을 개시하였다. 명백하게도, 저들의 무력침공은 가상시나리오가 아니라 현실로 존재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협하는 미국의 북침전쟁연습을 영구히 중지시키고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그래서 더 절박하다. (2011년 3월 21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