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위성은 왜 갱도 출입구를 찾아내지 못할까?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키 리졸브’에 동원된 화생방 정찰차량

경기도 동두천에 미국군 기지 캠프 케이시(Camp Casey)가 있다. 군사분계선에 가장 가까이 있는 미국군 기지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12월 미국군 소령 휴 케이시(Hugh B. Casey)를 태우고 동두천 상공을 날던 정찰기가 인민군 포화에 격추되자 그 곳에 대북 침공기지를 세웠다고 한다. 6.25전쟁 중 캠프 케이시에는 미국군 제45사단, 미국 해병대 제5사단과 제7사단, 태국군 대대, 필리핀군 대대가 주둔하였고, 정전 직후에는 미국군 제35사단, 제25사단, 제7사단이 주둔하였다. 1971년 미국군 제7사단이 철군한 뒤 오늘까지 미국군 제2보병사단이 그 기지에 주둔해왔다. 14㎢ 넓이의 기지 안에 6,300명 병력과 2,500명 민간인이 있다. 미국군 제2보병사단 산하 제1전투연대와 제210포병연대가 그 기지에 주둔하는데, 두 연대는 해외에 배치된 미국 지상군 부대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화력으로 중무장한 부대다.

2011년 2월 28일에 시작된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이 한반도 곳곳에서 계속되는 가운데, 캠프 케이시에 주둔하는 미국군 제2보병사단도 당연히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되었는데, 2011년 3월 3일 캠프 케이시에서 그들의 작전연습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해내외 취재진 40여 명에게 사상 처음으로 공개된 그들의 작전연습은, 미국군 제2보병사단이 한국군 제24특전대를 참가시킨 가운데 진행한 화생방 훈련이었다. 화생방 훈련이란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방사능무기로 공격을 받았을 때 대처하는 일종의 ‘방어전 연습’이다.

훈련장에서 취재진의 눈길을 끈 것은 장갑차처럼 생긴 4축8륜 최신형 특수차량인데, 그것이 바로 M1135 화생방 정찰차량(NBCRV/Nuclear, Biological, Chemical, Reconnaissance Vehicle)이다. 이 정찰차량은 병력 11명을 태우고 최고 시속 100km로 500km를 달릴 수 있는데,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방사능무기로 공격을 받았을 때 오염된 현장을 찾아내는 탐지기능을 발휘한다. <연합뉴스> 2011년 3월 3일 보도에 따르면, 그 날 캠프 케이시에서 진행된 ‘방어전 연습’에는 M1135 화생방 정찰차량 이외에도 M26 제독장치, 폭발위험물 탐지용 로봇(TALON), 생물학 정찰차량(K137), 적외선 차폐겸용 발연체계(K-221) 등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화학-생물학무기 공격에 대응하는 작전연습을 실시한 것이 분명하다.

미국 군부가 한반도에서 해마다 강행하는 ‘키 리졸브, 폴 이글’ 북침전쟁연습은 대북 핵공격 연습인데, 미국군 제2보병사단은 왜 화학-생물학무기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전 연습’을 실시한 것일까? 대북 핵공격 연습과 ‘방어전 연습’은 어떻게 연관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화학-생물학무기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전’이 미국의 핵전쟁 교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핵태세검토보고서’의 예외규정

최근에 미국의 핵정책을 밝혀준 문건은 2010년 4월 6일에 발표된 ‘핵태세검토보고서(NPR)’다. 그 보고서는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여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국가에게 미국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소극적 안전보장(NSA)’을 제공한다고 재확인하면서도, 한 가지 예외규정을 두었다. 2010년도 ‘핵태세검토보고서’에 나온 예외규정에 관한 서술을 인용하면 이렇다.

“이러한 보장(소극적 안전보장을 뜻함)을 받지 못하는 나라들, 다시 말해서 비확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핵보유국들이 미국 또는 친미동맹국과 대미우호국을 재래식 무기나 화학-생물학무기로 공격하는 비상사태가 일어나는 경우, 미국의 핵무기는 그들의 공격을 억지하는 역할의 범위에 머물지 않는다. 현 시기 미국은 핵무기의 유일한 목적을 핵공격 억지라고 규정하는 보편적 정책을 채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핵정책을 안전하게 채택할 수 있는 조건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이 새로운 보장을 적용하는 나라들에게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의사를 더욱 강화하였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미국 또는 친미동맹국과 대미우호국들의 사활적 이익을 수호해야 할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미국의 핵정책을 해석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첫째, “비확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핵보유국”이란 북측을 뜻한다. 미국은 핵보유국들 가운데 오직 북측만이 비확산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둘째, 미국의 핵정책은, 비확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핵보유국인 북측이 미국 또는 친미동맹국과 대미우호국을 재래식 무기나 화학-생물학 무기로 공격하는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셋째, 북측이 미국 또는 친미동맹국과 대미우호국을 재래식 무기나 화학-생물학 무기로 공격하는 비상사태가 일어나는 경우, 다시 말해서 “미국 또는 친미동맹국과 대미우호국들의 사활적 이익을 수호해야 할 극단적인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미국은 소극적 안전보장이 아닌 “새로운 보장(new assurance)”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넷째, 미국이 북측에 적용하는 “새로운 보장”이라는 말에는, 북측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대북 핵전쟁 교리의 함축적 의미가 들어있다.

2010년도 ‘핵태세검토보고서’ 채택과정에 관여한 미국 정부 고위관리와 외교소식통들이 2010년 5월 9일 <교도통신>에 전해준 정보에 따르면, 그 보고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핵무기 보유의 유일한 목적이 적의 핵공격을 억지하려는 데 있다고 밝힌 새로운 핵정책을 채택하지 않았는데, 그 까닭은 핵무기 보유 목적을 핵억지력에 국한시킬 경우 미국이 남측과 일본에 제공하는 ‘핵우산’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북측을 겨냥한 미국의 ‘핵우산’이 핵억지가 아니라 핵공격을 노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정보 날조의 능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위에서 언급한 상황을 종합하면, 미국은 전 세계 수많은 나라들 가운데 오직 북측에 대해서만 핵공격력을 유지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미국의 대북 핵정책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북측이 미국을 공격하기 전에 미국이 먼저 북측을 공격하는 선제 핵공격이다. 미국의 선제 핵공격이란 북측이 재래식 무기나 화학-생물학무기로 공격하려는 조짐이 포착되면, 공격을 받지 않았어도 먼저 북측을 핵무기로 공격한다는 뜻이다.

주목하는 것은, 북측이 재래식 무기나 화학-생물학무기로 공격하려는 조짐에 대한 판단을 전적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내린다는 점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한반도 군사정세에 대한 자의적인 판단을 얼마든지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북측이 재래식 무기나 화학-생물학무기로 공격하려는 조짐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날조할 위험이 있다. 그러한 군사정보 날조위험을 우려하는 것은 한낱 기우가 아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지난 시기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파괴무기를 갖지 않았으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그 정권이 ‘불법적으로 보유한 대량파괴무기’를 제거하겠다는 구실을 내걸고 이라크 침략전쟁을 도발하였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파괴무기 개발시설을 은밀히 운영하였다는 정보를 독일 연방정보국(BND)에 제공했던 라피트 아흐메드 알완 알 자나비(Rafid Ahmed Alwan al Janabi)는 2011년 2월 15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과 대담하면서, 자기가 독일 연방정보국에 제공했던 그 정보가 날조된 것이었다고 자백하였다. 그런데도,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자기들의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망발을 늘어놓았다. 그는 2011년 2월 20일 <CNN>과 대담하는 자리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들 가운데서 그들이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였다는 정보보고가 가장 결정적인 것이었다고 인정하였는데, 대담 진행자가 만일 이라크가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미국이 알았다면 이라크를 침공하였겠느냐고 묻자 “아마도 침공하지 않는 것이 옳았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얼버무렸다. 2010년 10월 22일 <알 저지라> 위성보도 전문방송이 보도한 것만 보더라도, 2003년 3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이라크 전선에서 목숨을 잃은 사망자가 최소 109,000명이고, 그 가운데 민간인이 63%를 차지한다는데, 정작 그처럼 참혹한 침략전쟁을 도발한 전범들은 자기들의 전쟁범죄가 드러났는데도 여전히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2010년도 ‘핵태세검토보고서’가 암시한 것은, 북측이 “재래식 무기나 화학-생물학무기로 공격하는 조짐이 보이는 경우” 미국이 북측에게 선제 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북측이 핵무기로 공격할 조짐이 보이는 경우 미국이 북측에게 선제 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했어야 이치에 맞는데, 왜 핵무기는 빼놓고 재래식 무기 또는 화학-생물학무기만 거론하였을까? 그 까닭은 미국이 북측의 핵공격 조짐을 날조하기는 힘들지만, 북측의 재래식 무기 공격 조짐이나 화학-생물학무기 공격 조짐은 쉽게 날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침략전쟁 도발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은 북측이 재래식 무기 공격 조짐이나 화학-생물학무기 공격 조짐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그런 공격조짐이 보인다는 식으로 군사정보를 날조하고 여론을 자극하여 대북 핵전쟁을 도발할 수 있는 것이다. 19세기 이후 제국주의 침략전쟁 도발은 언제나 전쟁도발에 관한 허위정보를 날조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측의 재래식 무기 또는 화학-생물학무기 공격조짐을 날조하고 대북 선제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미국이,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에서 미국군 제2보병사단을 동원하여 북측의 화학-생물학무기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전 연습’을 실시한 것은 대북 선제 핵공격으로 북침전쟁을 도발할 허위정보를 날조하기 위한 실전연습이었던 것이다.

전술핵탄두 쥐고 북침전쟁연습 강행하는 태평양사령부

미국이 한반도에서 설마 핵전쟁을 도발할 리 있겠는가 하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인 핸스 크리스텐슨(Has M. Kristensen), 매튜 맥킨지(Matthew G. McKinzie), 로벗 노리스(Robert S. Norris)가 2009년 5월 5일에 발표한 글 ‘반공격으로부터 최소한 억지로(From Counterforce to Minimal Deterrence)’가 전해준 아래와 같은 군사정보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미국 군부가 작전배치한 핵탄두는 2009년 현재 모두 2,700기인데, 그 가운데 전략핵탄두가 2,200기이고, 전술핵탄두가 500기다. 그 밖에도 예비핵탄두를 2,500기나 보유하였으니, 미국군이 보유한 핵탄두 총량은 5,200기나 된다. 이 통계자료에서 주목하는 것은 미국군이 전술핵탄두 500기를 작전배치하였다는 사실이다. 전략핵탄두는 파괴력이 너무 커서 미국 군부가 ‘신중하게’ 사용하는 것이라지만, 파괴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술핵탄두는 ‘마음놓고’ 사용하는 것이다. 전략핵탄두는 전략사령부(STRATCOM)가 관장하지만, 전술핵탄두는 각 지역사령부가 관장한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현재, 전술핵탄두를 관장하는 태평양사령부는 핵공격계획에 따른 대규모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고 있는 중이다.

둘째, 미국의 선제 핵공격 의사를 핵전쟁 교리로 완성한 것이 2008년 2월 1일부터 발효된 ‘작전계획(OPLAN) 8010-08’이다. 이 작전계획의 내용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 작전계획 이외에 대북 선제 핵공격 계획을 담은 또 다른 작전계획이 존재하는 것이 분명한데, 미국은 그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0년 10월 18일에 열렸던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앞두고 미국이 ‘개념계획 5029’에 중국의 한반도 ‘급변사태’ 개입에 관련한 새로운 조항을 포함시키려고 하자 중국의 반발을 예상한 청와대가 ‘개념계획 5029’를 검토하지 말라고 국방부에 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그 ‘개념계획’이 표류하고 있다는 남측 군사분석가의 견해는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다. 미국 군부는 자기들의 전쟁계획을 남측 군부와 상의해서 작성하지 않으며, 가장 은밀하게, 독자적으로 작성한다. 만일 미국 군부가 ‘개념계획 5029’를 남측 군부와 상의해서 완성하려 한다면, 그것은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부차적인 전쟁계획이 아니면 대북 기만전술에 쓰이는 가짜 전쟁계획일 것이다. <합동통신(AP)> 2010년 2월 2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10년 2월 1일에 발표한 국가핵안보국(NNSA) 예산을 전년도에 비해 6억2,400만 달러나 증액한 70억 달러로 편성하였다. 미국의 핵무기 관련 예산액이 그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미국이 소련을 상대로 핵무기 경쟁에 매달렸던 1980년대 초 이후 처음이다. 물론 미국의 핵무기 관련 예산은 국가핵안보국 예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이 2009년 1월 12일 언론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2008년 한 해 동안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에 지출한 비용은 최소 524억 달러였는데, 그 가운데 55.5%인 291억 달러가 현존 핵무기를 개량, 유지, 운용하기 위한 비용이다. 291억 달러를 들여 개량, 유지, 운용하는 미국군 핵무기가 노리는 일차적 공격대상이 북측이라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미국군 정찰위성은 갱도 출입구를 찾아내지 못한다

미국 군부가 대북 선제 핵공격 계획을 세워놓고, 실제로 그 계획을 행동에 옮기기 위한 구실을 만들려는 작전연습까지 강행하는 위험천만한 사태에 대응하여 북측은 어떤 대응전략을 준비해놓았을까? 인민군의 핵전쟁 대응전략에 관련하여 외부에 알려진 것은 없지만, 북측이 미국과의 핵전쟁에 대비하여 국가적 핵방호능력을 갖추었다는 점은 알 수 있다. 국가적 핵방호능력이란 미국의 핵공격을 피하고 미국에게 핵보복공격을 가할 수 있는 갱도전 수행능력을 뜻한다.

이를테면, 여성 탈북자가 2009년 8월 21일에 쓴 글에는 인민군 병사들이 최전방 갱도에 들어가서 3일 동안 실시하는 갱도전 훈련에서 겪은 체험담이 들어있다. 체험담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아주 오래 전에(1960년대를 뜻함-옮긴이) 건설된 갱도라고 하지만 그래도 너무나 섬세하고 구체적인 데다,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야전병원용 갱도였다. 그 갱도 안에는 우물이 있고, 화장실이 있고, 식당, 무기소제실(무기를 손질하는 방을 뜻함), 통풍기, 비상굴...정말 밖의 군의소를 그대로 안으로 들여다 놓은 듯했다. 게다가 갱도벽의 시멘트 미장까지 얼마나 완벽한지 놀라웠다. 그 높은 산중턱에서 어떻게 갱도 안에 물이 나오는 우물을 만들었을까. 그 우물물은 얼마나 차거운지 뼈까지 쩡하다. 한 컵도 단숨에 마시지 못한다. 이가 다 빠져 버리는 것 같았다. 물론 궁전처럼 멋진 갱도는 아니다. 그러나 내부조건은 너무나 완벽했다. 비상굴 쪽이나 폭이 좀 좁을 뿐 내부공간도 너무 넓었다. 일상장비만 갖춰지지 않았을 뿐, 약간의 장비를 챙겨오면 수술을 곧바로 갱도에서 할 수 있는 정도는 됐다.”

북측에서 갱도전은 군대만 하는 것이 아니다. 북측에서 ‘군민일치’라는 구호가 강조되는 것처럼, 전체 인민이 갱도전 훈련에 동참한다. 이를테면, 평양 지하철은 땅 속 100-150m 깊이에 건설되어 세계에서 가장 깊은 지하철로 공인되었는데, 그 지하철에서 다시 100-150m를 더 내려간 깊은 땅 속에 거대한 대피갱도가 있다. 지상에서 200-300m 아래에 건설된 거대한 대피갱도에는 깨끗한 샘물이 흐르고 새파란 풀이 자랄 만큼 완벽한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 2009년 12월 9일) 만일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되면, 평양 시민들에게 대피갱도로 들어가라는 긴급명령이 내려질 것이다. 북측 외부에서는 들을 수 없는, ‘3방송’이라고 부르는 유선방송망을 통해 평양 시민들에게 긴급대피명령을 내리면, 그들은 불과 30분 만에 대피갱도로 들어갈 수 있다. 북측은 미국의 핵공격에 대응한 긴급대피훈련체계를 6.25 전쟁 직후부터 마련하였으며, 지난 50년 동안 평양 시민들은 실제 상황을 방불한 긴급대피훈련을 계속 실시해왔으니, 지금쯤 그들은 눈을 감고서도 대피할 수 있을 만큼 숙련되었을 것이다.

북측이 2005년 4월 7일에 내부적으로 배포한 문건 ‘전시사업세칙’이 남측으로 유출되어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그 문건에 들어있는 ‘갱도전략’에 따르면 모든 도, 시, 군들의 지휘소를 갱도에 설치하도록 규정하였으며, 갱도시설을 임시피난처가 아니라 장기전을 수행할 거점으로 확보하기 위해 식당, 우물, 위생실(화장실을 뜻함), 공기거르개(공기정화장치를 뜻함) 등을 갖추도록 하였다. (연합뉴스 2005년 1월 5일) 북측에 건설된 갱도시설 총연장은 547km나 된다. (중앙일보 2005년 5월 14일) 전방지대에 건설한 갱도에는 육중한 전차(戰車)가 드나들고(월간조선 2007년 4월호), 병력 6만 명이 들어가는 거대한 갱도시설도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 2009년 10월 9일) 함경북도 어느 지방도시에 있는 갱도시설은 출입문에서 5m 떨어진 곳에 1,500㎥의 인공흙산을 만들어 놓았는데, 미국이 핵전쟁을 도발하는 경우 비상신호음이 울리고 지휘관이 작동단추를 누르면 인공흙산 속에 설치된 폭약이 터진다고 한다. 인공흙산을 폭파하면 갱도 출입문은 흙산으로 완전히 뒤덮이고, 갱도시설 안에서는 산소발생기가 가동하여 3개월 동안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월간지 북한 2005년 7월호)

누구나 알고 있는 대로, 미국 군부가 북측의 군사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탐수단은 전파교신감청과 공중정찰이다. 그런데 인민군은 미국군의 전파교신감청을 따돌리기 위해 유선통신망을 구축하였다. 북측에서 운영하는 포털 싸이트 ‘우리 민족끼리’는 조선인민군 4.25예술영화촬영소가 제작한 예술영화 ‘먼 산의 노을’을 2011년 2월 13일에 게시하였는데, 이 영화는 해발고도 1,800m가 넘는 고지로 연결된 유선통신망을 지키는 군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미국군의 전파교신감청을 무력화하는 인민군 유선통신망이 높은 지대 군사시설까지 연결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미국군은 전파교신감청으로는 인민군의 동향을 거의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성정찰에 전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2009년 1월 17일 미국은 군사정찰위성을 실은 델타4 로켓(Delta 4-Heavy)을 발사하였다. 미국은 2010년 11월 22일에도 사상 최대의 군사정찰위성을 실은 델타4 로켓을 발사하였고, 2011년 1월 20일에도 군사정찰위성을 실은 델타4 로켓을 발사하였다. 그런데 2009년에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은 전파교신을 도청하는 위성이고, 2010년과 2011년 1월에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은 지상물체를 촬영한 영상자료를 전자송신망을 통해 지상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최신형 전자광학 정찰위성(electro-optical reconnaissance satellite)이다.

만일 미국군의 전자광학 정찰위성이 북측의 갱도시설 위치를 포착한다면, 인민군의 갱도전 수행능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민군은 러시아의 군사정찰위성이 촬영한 한반도 위성사진을 정밀분석하여 갱도 출입구가 정찰위성에 노출된 곳을 찾아낸 다음, 출입구 은폐공사를 다시 하여 미국군 정찰위성을 완벽하게 따돌린다고 한다. (월간지 북한 2010년 7월호)

그렇다면 미국의 핵방호능력은 어떠할까? 우선 인민군 핵타격의 1차 목표로 선정된 워싱턴부터 핵방호능력이 없다. 워싱턴과 외곽지역에는 지하철과 건물 지하층 이외에 북측의 핵공격을 피할 대피시설이 없으며, 백악관과 국방부에만 핵방호시설이 있다. 워싱턴의 지하철은 너무 앝은 땅 속에 파놓아서 핵방호시설로는 부적격이고, 워싱턴과 외곽지역에 있는 고층건물 지하층은 지상건물이 파괴되면 지하층 출입구가 엄청난 잔해에 파묻혀 버리기 때문에 방호시설이 아니라 집단매장시설로 될 것이다. 워싱턴과 외곽지역은 핵폭발 에너지를 조금이나마 감소시켜줄 야산마저 없는 평야지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워싱턴과 외곽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긴급대피훈련을 한 차례도 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미국은 핵전쟁에 대비한 긴급대피훈련체계를 마련하지 못하였으므로 워싱턴과 외곽지역 주민들을 위한 긴급대피훈련을 실시할 수 없는 것이다. 거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만일 북측과 미국이 핵전쟁을 벌이면, 평양 시민들은 살아남을 수 있으나, 워싱턴과 외곽지역 주민들 대다수는 몰살당할 것이다. 177㎢에 이르는 워싱턴이 완전한 폐허로 변하고 워싱턴과 외곽지역에 사는 540만 인구 중 대다수가 몰살당하면, 핵방호시설에 대피하여 목숨을 건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위관리들은 미국군에게 전쟁을 계속하라고 명령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미국 대통령은 북측에게 전쟁 중지를 호소하며 항복을 선언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 대통령의 항복선언을 즉각 받아줄 리 만무하다. 그는 제국주의 아성이 완전히 파괴되어 제국주의가 재기불능상태에 빠질 때까지 보복공격을 계속하라고 인민군에게 명령할 것이다. 그에 따라, 미국군 군사전략거점이 몇 개 더 파괴된 뒤에야 인민군의 핵공격은 끝날 것이다.

인민군의 비대칭전을 두려워하는 주한미국군사령관

북측과 미국이 핵전쟁을 벌이면 북측이 아무리 국가적 핵방호시설을 갖춰놓았다 하더라도 지상건물들이 파괴될 것이므로, 미국만 치명타를 입는 것이 아니라 북측도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하면서, 양측의 공멸을 상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상상은 현실에서 동떨어진 것이다. 왜냐하면, 인민군이 수행하는 갱도전은 미국군의 핵공격을 받고서도 살아남기 위한 방어전이기에 앞서, 미국군이 핵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미국군을 제압하는 공격전이기 때문이다. 군사학에서 쓰는 표현을 빌리면, 인민군의 갱도전은 미국군의 핵전쟁도발을 억지하는 강력한 비대칭전(asymmetric warfare)이다. 비대칭전이란 적군은 수행하지 못하고 오직 아군만 수행할 수 있는 전투를 뜻한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미국군의 선제 핵공격을 받은 인민군이 보복 핵공격을 가하는 경우, 북측은 갱도시설에 대피하여 인명손실을 피할 수는 있어도 지상 건설물들이 파괴되는 대참화를 입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북측은 자기에게 가해질 핵참화를 피하면서 미국군을 제압하는 전법을 연구하였다. 인민군이 자기에게 가해질 핵참화를 피하면서 미국군을 제압할 전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군이 따라하지 못하는 비대칭전으로 미국군을 순식간에 제압해 버리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강력한 최신무기로 무장한 미국군을 상대로 싸우는 인민군이 만일 미국군 전법과 유사하게 싸운다면, 이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인민군은 처음부터 미국군의 전법과는 전혀 다른 ‘주체전법’을 개발하고, 이를 끊임없이 연마해왔다. 미국군이 비대칭전이라 부르는 전법이 바로 인민군의 ‘주체전법’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인민군의 ‘주특기’는 비대칭전이다. 미국군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인민군의 ‘주체전법’은 갱도전과 특수전을 배합한 비대칭전이다.

인민군이 연마해온 비대칭전의 구체적인 내용은 외부에서 알 수 없지만, 남측 언론의 보도자료를 분석하면 갱도전과 특수전을 배합한 비대칭전의 윤곽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를테면, 평안북도 북창에서 대피갱도 건설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탈북자는 착암기를 쓰지 않고 53명이 3교대로 너비 4m, 높이 5.7m의 갱도를 1년 동안 4km 뚫었다고 말했다. (월간조선 2007년 4월호)

착암기를 쓰지 않고 그러한 굴진속도를 보장하였으니, 만일 인민군이 착암기를 동원하여 갱도를 뚫는다면 굴진속도는 그보다 다섯 배 정도 더 빨라질 것이다. 이것은 인민군이 1년 동안 길이 20km의 장거리 갱도를 뚫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어떤 사람은 길이가 100km 이상 되는 장거리 갱도에는 공기가 통하지 않아 무용지물일 것으로 상상하지만, 그것은 실제상황을 알지 못한 오판이다. 평안북도 태천군에 건설된 태천발전소 지하물길 공사에 참가했던 탈북자는 “북한은 현지 측량을 하지 않고도 정밀지도만으로 정확하게 코스를 잡아 땅굴을 팔 수 있다”고 하면서, “40km의 터널이었지만 호흡에 지장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환풍통이 터널 한 구석에 죽 이어져 있었는데 송풍용 팬은 출입구에 있었을 뿐입니다. (줄임) 제일 큰 문제는 환기가 아니라 다이너마이트 폭파 후 생기는 유독가스 정도였습니다”고 말했다. (월간조선 2007년 4월호) 완공된 뒤에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 지하물길을 뚫을 때도 공사 중 안전을 위해 지하물길 한 구석에 장거리 환풍통을 만들어놓았다 하니, 갱도전을 위해 뚫어놓은 장거리 갱도에도 당연히 환풍통이 설치되어 병력이 이동할 때 환기가 되게 하였을 것이 분명하다.

1년 동안 20km 길이의 장거리 갱도를 뚫는 강력한 굴진능력을 가진 인민군이 1970년대부터 40년 동안 꾸준히 갱도전을 준비하였다면, 서울 용산에 있는 미국군사령부나 경기도 오산에 있는 미국군 공군기지까지 갱도를 뚫어놓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군 항모강습단과 핵추진 잠수함이 드나드는 부산 해군기지까지도 장거리 갱도를 뚫어놓았을지 모른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인민군의 주적은 한국군이 아니라 미국군이다. 인민군의 작전계획은 주적부터 제압하는 것이다. 인민군이 자기 주적인 미국군을 제압하는 것은 대량살상이 아니라 대량생포다. 인민군의 대미 전쟁은 주적생포전이며, 주적생포전은 미국군 지휘관들을 전쟁포로로 생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민군은 주한미국군사령관을 비롯한 미국군 지휘관들을 전쟁포로로 생포해야 미국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

인민군이 주한미국군 기지 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미국군 지휘관들을 전쟁포로로 생포할 수 있는 방도는 갱도전이다. 그런 점에서 인민군에게 있어서 주적생포전과 갱도전은 사실상 동의어라고 말할 수 있다. 주적생포 갱도전을 담당할 인민군 무력단위는 특수전 병력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인민군 특수전 병력은 전격적으로 주적생포 갱도전에 돌입하여 미국군 지휘관들을 전쟁포로로 생포할 것이다.

2011년 2월 8일 월터 샤프(Walter L. Sharp)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서울 용산 미국군 기지에서 남측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20만 명 규모의 북한군 특수부대는 지정된 임무(designated mission)를 수행하는 특작부대 병력 6만 명과 경보병 14만 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 특수부대가 매우 위협적인 만큼, 한미연합사 차원에서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으나,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인민군 특수전 병력 6만 명이 ‘지정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파악하였는데, 그가 말한 ‘지정된 임무’는 위에서 논한 주적생포 갱도전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자기를 포함한 미국군 지휘관들을 생포하려는 인민군 특수전 병력에 대해 그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주한미국군사령관이 그처럼 생포당할 위험을 느낀다면, 북측을 자극하여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는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부터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2011년 3월 7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