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감시소에는 쌍안경이 세 개 있었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인민군이 제작한 특별한 야전 쌍안경

2011년 2월 22일 <연합뉴스>는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쌍안경을 거꾸로 들고 인민군 군사훈련 현장을 관찰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고 보도하였다. <조선일보>, <서울신문>, <매일경제>도 그 보도를 그대로 베낀 듯이 같은 내용의 보도기사를 내보냈다.

수구언론매체들이 날마다 쏟아내는 북측 관련 보도가 천편일률적으로 그러한 것처럼, 쌍안경 관련 보도도 고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유언비어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특히 북측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추대된 김정은 부위원장을 직접 언급한 왜곡선전이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대중이 쌍안경에 대해 거의 아무런 정보도 갖지 못한 사정을 틈탄 수구언론매체들이 ‘아니면 말고’ 식의 사실왜곡과 비방선전을 서슴없이 자행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아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쌍안경에 관한 정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김정은 부위원장이 사용한 쌍안경은 인민군이 제작한 군용 쌍안경이다. 일반적으로 군용 쌍안경은 지상군이 쓰는 야전 쌍안경(field binoculars)과 해군이 쓰는 해상 쌍안경(marine binoculars)으로 대별되는데, 해상 쌍안경에는 두 개의 앞쪽 렌즈에 각각 덮개가 달려 있다. 바닷물이 튀어 렌즈에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덮개다.

2008년 9월 26일 경기도 포천에 있는 승진훈련장에서 진행된 지상공중합동화력운용 시범훈련을 참관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렌즈 덮개를 닫은 채 쌍안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는 바람에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기초적인 쌍안경 사용법도 몰라서 망신을 당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만이 아니다. 2002년 2월 20일 비무장지대 인근에 있는 미국군 전초기지를 시찰하던 조지 부쉬(George W. Bush) 당시 미국 대통령도 렌즈 덮개를 닫은 채 쌍안경을 들여다 보고 있었는데, 마침 그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는 바람에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둘째, 김정은 부위원장이 사용한 군용 쌍안경은 분광식 야전 쌍안경(prismatic field binoculars)이다. 원래 쌍안경은 렌즈를 통해 직접 대상물을 볼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 아니라, 분광기(prism)를 통해 거울에 반영된 영상(image)을 보도록 제작된 것이다. 따라서 모든 쌍안경에는 반드시 분광기가 부착되어 있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사용한 쌍안경에 부착된 분광기는 포로-아베 분광기(Porro-Abbe prism)다. 포로-아베 분광기란 절묘한 각도로 배열된 네 쪽의 거울에 순차적으로 반영되는 영상의 반사방향이 360도를 돌아 원래 모습대로 비치도록 고안된 영상설정체계(image erection system)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광학기기 발명가 이그나지오 포로(Ignazio Porro)의 이름과 당대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검안사였던 에른스트 칼 아베(Ernst Karl Abbe)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다.

셋째, 김정은 부위원장이 쌍안경을 거꾸로 들고 있었다는 황당한 거짓말을 늘어놓은 수구언론매체들의 왜곡보도에 나온 그 사진은, 2011년 2월 16일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방영한 기록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기록영화 제목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께서 인민군대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정력적으로 지도(주체99)”인데, 방영시간은 32분 59초다.

남측 정부당국은 남측 국민들이 <조선중앙텔레비죤>을 시청하지 못하도록 방해전파로 차단하였을 뿐 아니라, <조선중앙텔레비죤> 방영물을 정기적으로 게시하는 북측의 포털 싸이트(portal site) ‘우리 민족끼리(www.uriminzokkiri.com)’도 차단하였지만, 그런 제약이 없는 해외에서는 ‘우리 민족끼리’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 그 기록영화는 ‘우리 민족끼리’에 동영상자료로 게시되어 있으므로, 그곳을 접속하면 그 기록영화를 볼 수 있다.

2011년 2월 16일에 방영된 그 기록영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0년 1월 16일에 진행된 인민군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시찰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 김정은 부위원장은 그 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행하여 인민군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시찰하면서 분광식 야전 쌍안경을 사용한 것이다.

넷째, 위의 기록영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2010년 1월 16일 인민군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참관하는 자리에 쌍안경이 세 개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로 나오는 야전 쌍안경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사용한 것이다. 이 쌍안경은 금속 외장 쌍안경이다. 금관악기를 만드는 놋쇠(brass)를 금속 외장재로 쓴 것이 분명하다. 두 번째로 나오는 야전 쌍안경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군지휘관들과 함께 훈련장면을 바라보는 전방감시소에 놓인 것인데, 눈높이에 이르는 삼각대 위에 얹어놓은 검은색 쌍안경이다. 이것은 인민군 지휘관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야전 쌍안경이다. 세 번째로 나오는 야전 쌍안경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용한 전방감시소 탁자 위에 놓인 검은색 쌍안경이다. 뒤쪽 렌즈가 있는 부위에 놋쇠(brass)로 테를 둘러놓아서 군지휘관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야전 쌍안경과 구별된다. 이 쌍안경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선시찰 중에 사용하는 전용 쌍안경이다.

다섯째, 김정은 부위원장은 다른 군지휘관이 사용하는 쌍안경을 잠시 빌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용 쌍안경을 사용하였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전용하는, 금속 외장재를 쓴 특이한 모양의 군용 쌍안경은 북측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쌍안경인 것이 분명하다. 원래 북측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군용 쌍안경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선시찰 중에 사용해 오는 것인데, 이제는 김정은 부위원장도 별도의 특별한 쌍안경을 전선시찰 수행 중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섯째, 인민군 전투훈련 현장을 시찰하면서 특별한 쌍안경을 들고 있는 김정은 부위원장의 모습을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방영한 것은, 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인민군을 지휘하고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 것이다.

일곱째, 위의 정황을 살펴보면, 군사부문에서 후계자의 영도체계가 이미 확립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후계자의 영도체계는 외부에서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인민군 강화사업에서 일어난 새로운 전환이란 무슨 뜻일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북측에서 해마다 “민족 최대의 명절”로 맞이하는 2월 16일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인민군 현지지도 현장을 촬영한 기록영화를 방영한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11년 2월 16일에 방영된 기록영화에도 당연히 어떤 특별한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방영하는 기록영화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혁명활동’만 기록한 영화다. 그러한 기록영화들은 전달하려는 의미를 직설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암시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전문적 식견을 가지고 정밀분석하지 않으면 좀처럼 그 뜻을 파악하기 힘들 때가 있다. 2011년 2월 16일에 방영된 기록영화가 바로 그런 경우에 든다. 그 날에 방영된 기록영화가 암시적으로 전달하는 의미를 파악하려면 아래와 같은 정밀분석이 요구된다.

기록영화는 여성 방송원(남측에서는 아나운서라는 엉터리 외래어로 부른다)이 기록영화의 의의를 해설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해설에 따르면, “지난 해(2010년을 뜻함)에 선군령도로 인민군대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서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도록 현명하게 이끌어주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불멸의 업적을 감동 깊은 화폭으로 보여주는 조선기록영화”라는 것이다. 이 해설에서 주목하는 것은 “인민군대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서 새로운 전환을 가져왔다”고 지적한 대목이다. 인민군 강화사업에서 일어난 새로운 전환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겠지만, 새로운 전환이란 김정은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추대되어 인민군을 직접 지휘하고 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그 기록영화는 김정은 부위원장이 인민군을 직접 지휘하는 새로운 현실을 보여주는 영상자료인 것이다. 2010년의 인민군 강화사업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인민군을 직접 지휘하는 새로운 전환이 일어난 사업이었던 것이다. 기록영화가 전달하는 의미를 그렇게 해석하는 논거는 아래와 같다.

기록영화 앞부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0년 1월 5일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 관하 구분대’를 현지 지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구분대란 대대 이하의 단위부대를 뜻하는 말이다. 기록영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분대 교양실, 침실, 세목장, 취사장을 일일이 점검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에 이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눈이 덮힌 옥외에서 군지휘관의 설명을 들으며 전방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 나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은, 곧 진행될 전차전 훈련의 전반 상황에 관한 군지휘관의 보고를 듣는 모습이다.

남측에도 알려진 것처럼,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40년 동안 특별히 공을 들여 키워온 최정예 전차사단이다. 최정예 전차사단에 배치된 전차는 당연히 최신형 전차들이다. 그런데 기록영화가 보여주는 전차는 ‘폭풍호’라고 부르는 최신형 중전차가 아니라, 미국군이 피티(PT)-85라고 부르는 수륙양용 경전차다. 다른 기종의 인민군 전차들과 마찬가지로, 이 경전차도 북측이 자력으로 설계, 생산한 것인데, 인민군이 그 경전차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기록영화는 경전차 석 대가 북측 국기를 휘날리며 얼음이 뒤덮인 샛강을 건너는 장면을 보여준다. 최정예 전차사단 관하 구분대가 전차전 훈련을 진행하였다면, 당연히 최신형 전차인 ‘폭풍호’가 동원된 것이 분명한데, 왜 ‘폭풍호’ 주행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경전차 주행장면만 보여주는 것일까? 최신형 전차 ‘폭풍호’에 관한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폭풍호’는 전혀 비춰주지 않고 경전차들만 비춰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선중앙텔레비죤>이 이전에 ‘폭풍호’ 질주장면을 방영한 적이 있고, 201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인민군 열병행진에도 ‘폭풍호’가 등장하여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군사기밀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기록영화는 왜 951호 전차를 집중적으로 비춰주는 것일까?

<조선중앙텔레비죤>이 그 날 방영한, 전차전 훈련을 촬영한 여러 장면들에는 정밀분석을 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힘든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와 같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에는 최신형 중전차 ‘폭풍호’만이 아니라 오래 전에 생산한 경전차도 배치되어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 전차사단에 배치되어 있는 경전차는 일반 경전차가 아니라 특별한 경전차라는 점이다. 기록영화에 나오는 전차대오 질주장면을 자세히 보면, 북측 국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전차 석 대 가운데 선두에 나선 전차에는 951이라는 번호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그 951호 전차의 포탑 전방 오른쪽에 붉은 색으로 칠해진 철제 표식판이 부착되어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촬영거리가 멀어서, 그 표식판에 새겨진 글자까지 읽을 수는 없으나, 김일성 주석의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 현지지도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을 새겨 넣은 표식판인 것이 확실하다.

2010년 4월 25일 인민군 창건 78주년에 방영된, “위대한 선군령장을 높이 모시여 백승의 건군사는 영원하리”라는 제목의 ‘텔레비죤 기념무대’에 출연한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 지휘관 김정철은 “그때 맨 앞에서 951호 땅크가 달렸는데 그 땅크는 바로 우리 수령님께서 몸소 보아주신 영광의 사적땅크였습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들어보면, 기록영화의 질주장면에서 선두를 달리는 951호 전차는 오래 전에 김일성 주석이 몸소 내부까지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았던 바로 그 ‘사적땅크’인 것이다. 그러므로 2010년 1월 5일 인민군 최정예 전차사단 관하 구분대가 진행한 전차전 훈련에서 951호 ‘사적땅크’가 지휘전차로 대오의 선두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기록영화에 나타난 ‘사적땅크’는 두 대다. 선두에 선 951호 전차만이 아니라, 951호 경전차 바로 뒤를 따르는 두 번째 전차도 표식판을 부착한 ‘사적땅크’다. 두 번째 ‘사적땅크’에는 어떤 사연이 깃들어 있는 것일까?

북측 자료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60년 8월 25일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에 대한 현지지도로부터 선군혁명영도를 시작하였는데, 그 날 11시간 동안 이어진 현지지도는 “김일성 주석의 선군사상과 로선을 옹호고수하고 계승완성하기 위한 선군정치의 기초를 더욱 튼튼히 다지는 사업의 출발점”이었다고 한다. (통일신보 2009년 8월 22일) 다시 말해서, 두 번째 ‘사적땅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혁명영도를 시작한 날 직접 안에까지 들어가 살펴보았던 바로 그 전차인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생각하면, 2010년 1월 6일 인민군 최정예 전차사단 관하 구분대가 진행한 전차전 훈련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혁명 령도업적’이 깃들어 있는 ‘사적땅크’ 두 대를 앞세우고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기록영화가 그 다음으로 연속 방영하는 네 장면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방감시소 탁자 앞에 서서 전방을 바라보는 장면, 김정은 부위원장이 전방감시소에서 어느 군지휘관과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전방감시소 탁자 앞에 놓인 의자에 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른 손으로 어떤 대상을 가리키며 무엇인가 말하는 장면, 951호 ‘사적땅크’가 얼음물을 가르며 샛강을 건너는 장면이다.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하는 장면은, 얼음물을 가르며 샛강을 건너는 951호 ‘사적땅크’의 특이한 기동모습이다. 인민군 지휘관 한 사람이 전차 출입구(hatch)를 열고 전차 위에 선 채로 전차가 샛강을 건너는 장면이다. 전차전 훈련에서 전차병이 아닌 지휘관이 전투복장도 하지 않고 군관복장을 한 채로 전차에 올라탄 것도 매우 이례적이지만, 전차 출입구를 열어놓고 일어선 채로 전차를 주행하는 것은 일반 군사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두에서 전차대오를 이끄는 지휘전차인 951호 ‘사적땅크’는 왜 그런 특이한 모습으로 주행하였으며, 기록영화는 그처럼 특이한 주행장면을 왜 집중적으로 비춰주는 것일까? 그 까닭은, 지휘전차인 951호 ‘사적땅크’를 김정은 부위원장이 직접 운전하면서 전차대오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석하는 논거는 이렇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방감시소 탁자 앞에 서서 전방을 바라보는 장면은 전차전 훈련이 막 시작되어 훈련장으로 들어서는 전차대오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장면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군지휘관과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촬영한 것인데, 이것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직접 951호 ‘사적땅크’를 운전하면서 전차대오를 이끌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장면이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장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방감시소 탁자 앞에 앉아 오른손으로 어떤 대상을 가리키며 무엇인가 말하는 장면인데, 이것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운전하는 지휘전차 951호 ‘사적땅크’를 가리키면서 옆에 서 있는 군지휘관들에게 무엇인가 말하는 장면이다.

셋째,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고 해서 전차도 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차 운전은 자동차 운전과 전혀 다른 차원의 운전기술을 요구한다. 전차에 관한 군사지식과 실습경험이 없으면 전차를 운전할 수 없다. 어느 나라 군대에서나 전차병은 별도로 양성하는 법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2010년 1월 5일 김정은 부위원장이 지휘전차를 직접 운전하면서 전차대오를 이끈 것은, 그가 전차전에 정통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김일성종합군사대학에서 포병학과 군사전자공학을 전공할 때부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부위원장이 ‘사적땅크’를 몰고 전차전 훈련을 지휘한 것은, 다재다능한 군사지휘능력을 갖추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휘전차는 포사격을 하면서 어디로 진격하였을까?

2011년 2월 16일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방영한 기록영화에 나오는,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 관하 구분대의 전차전 훈련 장면 가운데서 단연 압권은 선두에서 전차대오를 이끄는 지휘전차 951호 ‘사적땅크’가 전차포를 연속 사격하면서 눈 덮힌 벌판을 진격하는 장면이다. 그 뒤에 따라가는 전차들은 뒷모습만 잠깐 화면에 나타나는데, 최신형 전차들로 보인다.

2010년 4월 25일 인민군 창건 78주년에 방송된, “위대한 선군령장을 높이 모시여 백승의 건군사는 영원하리”라는 제목의 ‘텔레비죤 기념무대’에 출연한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 지휘관 김정철은 “그 951호 땅크가 지정된 계선에 이르러서 포신의 섬광이 번쩍하며 멸적의 첫 포성을 울렸는데 실로 그 때 광경이 굉장했습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정은 부위원장이 운전하는 지휘전차 951호 ‘사적땅크’만 포사격을 하였을까? 기록영화는 선두에서 포사격을 하며 진격하는 지휘전차의 모습을 촬영한 장면만 보여주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운전하는 지휘전차가 첫 포성을 울리자, 그 뒤를 따르던 최신형 ‘폭풍호’ 전차들도 가상적진을 향해 포사격을 집중하면서 고속진격하였다. <로동신문> 2010년 1월 6일 보도에 따르면, “부대의 용감한 땅크병들은 (줄임) 위력한 포화력으로 <적진>을 산산이 짓부시며 노도처럼 전진하였다.”

그런데 김정은 부위원장이 운전하는 지휘전차 951호 ‘사적땅크’가 포성을 울리며 진격하는 장면에서, 여성 방송원은 감격스러운 어조로 “이 날에 울린 장엄한 포성은 주체의 선군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기어이 완성하고야말 인민군 장병들의 신념의 선언입니다”고 해설하였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주체의 선군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기어이 완성하고야말 신념의 선언”이라는 서술이다. 북측의 표현을 빌리면, 김일성 주석이 개척영도하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계승영도하는 ‘주체의 선군혁명위업’을 기어이 완성하리라는 ‘신념의 선언’은, 전차전 훈련에 참가한 인민군 장병들의 선언이기 전에 선군혁명위업의 후계자로 그 훈련을 지휘한 김정은 부위원장 자신의 선언이었음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록영화에 그 다음으로 나오는 연속장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 부위원장과 함께 전차전 훈련을 마친 구분대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면, 951호 ‘사적땅크’ 앞에서 권총을 손에 든 군지휘관이 외치는 구호를 수많은 전차병들이 따라 외치며 결의모임을 진행하는 장면,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조종사들이 구호를 외치며 결의모임을 진행하는 장면, 눈 덮힌 산기슭에서 흰색 위장야전복을 입은 특수전 병력이 구호를 외치며 결의모임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전차병들의 결의모임 장면은 2010년 1월 5일에 촬영한 장면이지만, 전투기 조종사들이나 특수전 병력의 결의모임 장면들은 다른 날, 다른 장소에서 있었던 결의장면을 기록영화에 도입한 것이다. 기록영화가 전차병, 전투기 조종사, 특수전 병력의 결의장면을 동시에 보여준 것은, 119만 명 인민군 전체가 김정은 부위원장의 지휘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혁명위업’을 완성하려는 결의를 표명하였음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1년 2월 16일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방영한,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 관하 구분대의 전차전 훈련 장면이 나오는 기록영화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조선중앙텔레비죤>이 훈련 당일인 2010년 1월 5일 늦은 시간대에 보도하였던 현지지도 보도사진들이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죤>이 평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을 보도할 때는 대체로 20여 장 정도 방영하는데, 그 날은 특별히 59장을 방영하였다. 2010년 1월 5일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보도한 전차전 훈련 사진들에 대해서는 2010년 1월 18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수수께끼 같은 인민군 전차 기동사진’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그런데 2010년 1월 5일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방영한 보도사진들 가운데 네 번째로 나오는 사진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사진은 951호 ‘사적땅크’가 눈 덮힌 벌판에 곧바로 뚫린 1차선 도로를 달리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도로 윗쪽에는 ‘중앙고속도로 춘천-부산 354km’라고 쓴 커다란 표지판이 보이고, 길 아랫쪽에는 ‘김해’라고 쓴 커다란 표지판이 보인다. 이것은 지휘전차를 직접 모는 김정은 부위원장이 최정예 전차사단을 이끌고 철원평야를 지나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부산까지 진격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당시 <조선중앙텔레비죤>이 이 사진을 방영하자, 수구언론매체들은 그 사진이 “남한 공격 가상훈련을 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그러나 수구언론매체들이 그 사진을 두고 ‘남침훈련장면’이라고 해석한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엉터리 해석이다. 아래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정확한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 201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인민군 열병행진에 동원된 각종 첨단 군사장비들 가운데는 최신형 전차 ‘폭풍호’도 있었는데, 그 전차의 앞쪽에 “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쑤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라!”고 적힌 반미전투구호판이 부착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그 반미전투구호판은 인민군 전차만이 아니라 무한궤도 장갑차 ‘승리호’에도 부착되었고, 인민군 전투함 함교에도 부착되었다. 평양에서 진행된 아리랑 축전에 참가한 남측 기자가 평양에서 송고한 <중앙일보> 2002년 5월 10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측 소학교 학생들은 공기총 사격놀이를 할 때도 바로 그 반미전투구호가 적힌 과녁을 향해 공기총을 쏜다고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그 반미전투구호판은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모든 종류의 공격용 군사장비들마다 부착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북측에서는 해마다 ‘6.25 미제반대투쟁의 날’이 오면 대규모 군중대회를 여는 데, 그 대회에 등장하는 투쟁구호도 인민군의 반미전투구호와 똑같으며, “미제를 몰아내고 조국을 통일하자!”는 구호도 함께 등장한다. 반미군중대회는 “죽음을 미제침략자들에게”라는 제목의 노래를 주악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우리는 총창을 더욱 굳게 잡으리”라는 제목의 노래를 주악하는 것으로 끝난다. (로동신문 2009년 6월 26일)

위의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인민군의 주적은 한국군이 아니라 미국군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인민군이 진행하는 모든 군사훈련은 한국군을 공격하는 대남군사훈련이 아니라 미국군을 격파하는 대미군사훈련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 관하 구분대가 김정은 부위원장의 지휘에 따라 진행한 전차전 훈련의 주된 목적은, 북측의 표현을 빌리면 “조국땅 절반을 강점한 미제침략군을 격파하기 위한” 훈련이지, 한국군을 공격하기 위한 훈련이 아니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둘째,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은 6.25전쟁 당시인 1950년 7월 5일 미국군과 경기도 오산 부근에서 맞붙은 첫 지상전투에서 ‘스미스 특공대’를 격파하고 대승을 거둔 부대다. 그 때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은 미국군과 맞붙은 지상전투들에서 연전연승하면서 낙동강까지 진격하였으나, 부산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그런데 김정은 부위원장이 운전하는 지휘전차가 ‘폭풍호’ 전차대오를 이끌고 ‘중앙고속도로 춘천-부산 354km’라고 쓴 표지판이 설치된 가상도로를 따라 고속진격하며 가상적진을 향해 포사격을 하는 전차전 훈련을 진행한 것은,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6.25전쟁 때 이르지 못한 부산까지 반드시 가겠다는 반미결전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부산은 당연히 미국군의 북진전략거점이 될 것이므로, 그들의 반미전투구호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인민군이 “미제침략군을 소멸”하려면 부산에 구축될 미국군의 북진전략거점부터 집중공격하여 무조건 점령하여야 전쟁을 신속히 끝내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에게 부산 진격로는 반미대결전의 주공격로인 것이다.

6.25전쟁 당시 미국군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둔 최정예 전차사단 관하 구분대를 김정은 부위원장이 직접 이끌고 부산으로 향하는 가상도로를 고속진격하며 “주체의 선군혁명위업을 기어이 완성하리라는 신념의 선언”을 담은 진격의 첫 포성을 울렸다고 지적한 기록영화의 해설은, 그가 미국군을 격파하고 반미대결전에서 승리하여 선군혁명위업을 완성하려는 결의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글을 탈고하는 시각,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이 민족의 염원을 배반하고 끝내 ‘키 리졸브(Key Resolve)/폴 이글(Foal Eagle)’이라는 작전명의 북침전쟁연습을 시작하였다. 미국군 13,000명과 한국군 20만 명 이상이 동원되는 대규모 북침전쟁연습이다.

미국이 그처럼 노골적인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할수록, 그에 대응하여 인민군도 반미대결전 훈련을 더욱 강도 높게 진행할 것이다. 2011년 2월 27일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가 발표한 성명은 “남조선에 대한 미제의 군사적 강점과 역적패당의 반민족적인 통치체제를 전면 붕괴시키기 위한 총공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위협하였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도는 높아지고 있다. (2011년 2월 28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