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나온 미국군 합참의장 보고서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군사전략환경과 군사목표의 변화를 반영한 보고서

2011년 2월 8일 마이크 멀린(Michael G. Mullen) 미국군 합참의장이 군사전략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 제목은 ‘2011년 미합중국의 국가군사전략: 미국의 군사적 지도력에 대한 재정의(The National Militar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2011: Redefining America’s Military Leadership)’다. 군사전략보고서 서문에서 미국군 합참의장은 “미국군에게 전략방침을 주는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업무를 방조할 책임이 있는” 자기가 “각 야전사령관들, 합참본부 성원들과 협의하여 (이 보고서를) 작성하였다”고 밝혔다.

미국군 합참의장은 2004년에도 ‘미합중국의 국가군사전략: 오늘을 위한 전략, 내일을 위한 전망(The National Militar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 Strategy for Today; A Vision for Tomorrow)’이라는 제목의 군사전략보고서를 펴낸 적이 있는데, 당시 미국군 합참의장은 리처드 마이어스(Richard B. Myers)였다.

미국군 합참의장이 작성하여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제출한 군사전략보고서에는 당연히 중요한 군사정보가 담기는 법인데, 이번에 나온 군사전략보고서를 읽어보면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중요한 군사정보는 없다. 그렇게 된 까닭은, 외부에 공개하는 군사전략보고서에 중요한 군사정보를 담아놓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군부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군부도 자기의 중요한 군사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군 합참의장은 군사전략보고서를 작성할 때, 내부용과 외부용 두 종류를 작성하여 내부용은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제출하고, 외부용만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외부용 군사전략보고서에 중요한 군사정보가 들어있지 않았어도, 정밀분석기법을 동원하면 미국 군사전략의 변화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는 있다. 이 글은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에 나타난 몇 가지 변화동향 가운데 한반도 군사정세와 관련하여 미국 군부가 인식한 변화동향을 선별적으로 분석한다.

미국군 합참의장이 2004년 이후 7년 만에 군사전략보고서를 펴냈으므로,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에서 간략한 문장으로 서술된 한반도 군사정세의 변화동향은 지난 7년 동안 일어났던 한반도 군사정세의 전략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 군부는 군사전략환경과 군사목표가 변화하였다고 인식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군부는 한반도의 군사전략환경과 미국군의 군사목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었다고 인식한 것일까?

합참의장 보고서와 국가정보실장 보고서

미국군 합참의장이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에서 서술한 군사전략환경의 몇 가지 변화들 가운데 하나는, 대량파괴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의 출현과 확산으로 일어난 변화다. 원래 ‘안보환경의 주요 측면들’이라는 소제목 아래 세 항목을 서술한 2004년판 군사전략보고서에는 ‘대량파괴무기’라는 항목이 들어있지 않았는데, ‘전략환경’이라는 소제목 아래 다섯 항목을 서술한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에는 ‘대량파괴무기’라는 항목이 새로 들어갔다. 이것은 마이크 멀린 미국군 합참의장이 대량파괴무기의 출현과 확산을 군사전략환경의 중요한 변화요인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군사학에서 말하는 대량파괴무기란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핵무기를 통칭하는데,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는 대량파괴무기 개념을 핵무기 개념으로 좁혀 쓰고 있다.

위에서 지적한 대로, 미국군 합참의장은 지난 7년 동안에 있었던 핵무기의 출현과 확산을 중요한 변화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2004년 이후 핵보유국으로 등장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측밖에 없으므로,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에서 논한 핵무기의 출현과 확산이란 북측의 핵보유를 뜻한다.

그런데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는 ‘대량파괴무기’라는 항목에서 북측의 핵보유에 대해 단 한 줄밖에 언급하지 않았다. “아시아에서 북코리아가 보유한 핵능력, 그리고 북코리아의 권력이양이 불안정해질 개연성은 지역안정과 국제사회의 비확산 노력에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 이 문장은 미국 군부가 북측의 핵능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고, 북측의 후계문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도 그러하지만, 미국 군부도 북측의 핵능력에 대해 심층정보를 갖지 못했다. 그들은 자기들의 군사정보능력이 무소불능인 것처럼 밖에 대고 큰 소리를 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더욱이 북측은 자기에 대한 미국의 군사첩보활동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하기 때문에, 미국 군부에 보고되는 대북 군사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예컨대, 미국군 정보기관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연평도 포격사건만 보더라도, 그들의 대북 군사정보능력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도 예측하지 못한 미국 군부가 북측의 핵능력에 대해 심층정보를 갖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처럼 북측의 핵능력에 대해 심층정보를 갖지 못한 그들이 북측의 후계문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졌을 리 만무하다. 북측의 후계문제에 대해 그들은 거의 무지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군 합참의장이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에서 북측의 후계문제가 불안정해질 개연성을 우려한다고 언급한 것은 무지와 오판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미국 군부가 북측의 핵능력을 어떻게 파악하였는지만 다룬다.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가 북측의 핵능력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북측의 핵능력이 지역안정과 국제사회의 비확산 노력에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는 짤막한 문장이다. 이 문장만 가지고서는 미국 군부가 북측의 핵능력을 어떻게 파악하였는지 좀처럼 알기 힘들다.

그런데 때마침 미국 국가정보실(Office of National Intelligence)이 중요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제임스 클래퍼(James R. Clapper) 국가정보실장이 2011년 2월 10일 미국 연방하원 정보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하원 정보위원회 상임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세계적 판도의 위협에 대한 미국 정보계의 평가기록에 관한 보고서(Statement for the Record on the Worldwide Threat Assessment of the U.S. Intelligence Community for the House Permanent Select Committee on Intelligence)’라는 긴 제목이 붙어있는 34쪽 짜리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확산(proliferation)’이라는 항목에서 북측의 핵능력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였다. “우리는 북코리아가 두 개의 핵장치(two nuclear devices)를 실험하였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북측이 2006년 1월 핵실험에서 부분적으로 실패하였다고 판단하지만, 그 핵실험은 북측이 핵장치를 생산하였다는 우리의 오래된 평가와 일치한다. 우리는 2009년 5월 북측이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실험을 실시하였다고 판단하는데, 그것은 북측이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였다는 우리의 평가와 일치한다. 또한 재래식 폭약 약 2킬로톤(kiloton)에 해당하는 폭발력을 얻은 그 실험은 명백하게도 2006년 실험보다 더 성공적이었다. 우리는 북코리아가 두 개의 핵장치를 실험하였다고 판단하지만, 북측이 핵무기를 생산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다만 그들이 핵무기 생산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교묘한 글솜씨가 돋보이는 위의 문단에 담긴 내용은,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북측의 핵무기 생산능력을 인정하면서도, 북측의 핵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기술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북측 핵능력에 대한 미국의 공식견해다. 북측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명백해서 전 세계가 아는데, 전 세계에서 정보파악에 가장 능통하다고 자처하는 미국 국가정보기관들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꼬리를 빼고 있으니, 소가 웃다가 꾸레미 터질 일이다.

미국군 합참의장이 작성한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는 북측 핵능력에 대해 크게 우려하였는데, 그로부터 이틀 뒤에 미국 국가정보실장이 제출한 정보보고서는 북측이 핵무기를 보유하였는지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미국 국가정보실장의 말대로, 북측이 두 차례 핵실험에서 모두 실패하였고,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북측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미국 군부는 우려할 필요가 없는 북측 핵능력에 대해 괜시리 걱정하는 우스꽝스러운 꼴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이처럼 북측의 핵능력에 대한 평가와 관련하여, 합참의장의 군사전략보고서와 국가정보실장의 정보보고서는 상충된다. 그들은 왜 자기들이 각각 작성한 보고서에 상충되는 내용을 담은 것일까?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실장이 자기 보고서에서 북측의 핵무기 생산능력을 인정하면서도, 북측이 핵무기를 생산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발을 뺀 까닭은, 미국이 북측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는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북측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는 그들의 처지는, 북측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불인정 선포에서 끝날 만한 처지가 아니라 그들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곤궁한 처지다. 왜냐하면 미국이 북측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날부터, 핵확산금지체제는 붕괴의 파열음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파키스탄과 인도는 핵보유국인데, 핵개발 경쟁관계에 놓은 그 두 나라가 각기 핵무기를 증산해도 핵확산금지체제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은 그 두 나라의 핵능력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측의 핵능력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북측의 핵무기나 파키스탄, 인도의 핵무기가 모두 똑같은 종류의 대량파괴무기인데, 무엇이 다른 것일까?

파키스탄과 인도는 핵무기를 가지고 미국에게 핵담판을 요구하지 않지만, 북측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핵무기를 들이대고 핵담판을 요구한다. 핵담판을 해보자는 식으로 얌전하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핵담판 요구를 외면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때로 충격과 공포를 느낄 만큼 아주 강압적으로 강제한다. 좀 더 유식한 어조로 표현하면, 북측의 핵무기는 미국을 북미 핵담판으로 끌어낼 강압외교의 강력한 수단인 것이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실장도 위의 보고서에서 “평양은 자기의 핵능력을 억지(deterrence), 국제적 위신(international prestige), 그리고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국 정보계는 평가한다”고 썼다. 그는 아무런 설명 없이 강압외교라는 말을 자기 보고서에 슬쩍 집어넣었지만, 그가 강압외교라는 말을 쓴 것이야말로 핵능력이라는 강력한 지렛대를 쥔 북측이 그 지렛대를 움직여 미국을 핵담판으로 끌어당기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전에 발표한 나의 글들에서 몇 차례 논한 것처럼, 북미 핵담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벌이는 것이고, 미국에게 제기하는 북측의 요구는 주한미국군 철군공약을 뜻한다. 그러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측 국방위원회에게 주한미국군 철군공약을 줄 수 없으므로 핵담판을 계속 거부하는 것이고, 그들이 핵담판을 이러저러한 구실을 내결고 계속 거부하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이 2000년에 거의 성사될 듯하다가 중지된 것이다.

2010년 11월 북측이 영변 핵시설단지를 방문한 미국 전문가들에게 첨단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여준 것은, 1993년 이후 18년 동안 지속되어온 북측의 대미 강압외교가 바야흐로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북측의 대미 강압외교가 막바지에 이른 2011년 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어떠한 강압외교전술을 택할 것인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겁먹은 시선과 세계 정치계의 이목이 그에게 쏠려 있다.

두 바다 위에서 꿈틀거리는 삼각군사동맹

미국군 합참의장은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에서 미국군의 군사목표가 변화되었음을 인정하였다. 그가 인정한 미국군 군사목표의 변화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가 ‘국익과 국가군사목표의 견지’라는 소제목 아래 서술한 네 항목들 가운데 ‘국제안보와 지역안보의 강화’라는 항목이 들어 있다. 그에 비해, ‘국가군사목표들’이라는 소제목 아래 세 항목을 서술한 2004년판 군사전략보고서에는 ‘국제안보와 지역안보의 강화’라는 항목이 들어있지 않았다.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에서 ‘국제안보와 지역안보의 강화’를 새로 거론한 까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안보와 지역안보가 2004년 이후 변화되었으므로 그것을 강화할 필요를 강조하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군부는 군사적 지도력이란 말을 쓰지만, 그것은 군사적 패권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미국 군부가 말하는 국제안보와 지역안보라는 개념은, 그들이 군사적 패권을 틀어쥔 각종 군사동맹에 의해서 유지되는 안보를 뜻한다.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에 ‘미국의 군사적 지도력에 대한 재정의’라는 제목을 달아놓은 것은, 미국이 군사적 패권을 틀어쥔 각종 군사동맹이 지난 7년 동안 일정한 변화를 겪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군 합참의장이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에서 서술한 각종 군사동맹의 변화들 가운데서 주목하는 것은 한미군사동맹의 변화다. 2011년판 군사전략보고서에는 이런 대목이 들어있다.“우리는 동북아시아에서 수 십 년 동안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기를 기대한다. 일본이 자기의 방위태세를 조정하는 것에 따라, 일본자위대가 자기의 역외작전능력(out-of-area operational capabilities)을 개선하도록 우리는 그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세계적 안보노력을 지원하는 확고부동한 동맹임을 입증하였다. 대한민국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북코리아가 지연안정에 도발적 위협을 가하는 한 동요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한미연합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2015년까지 유지할 것이고, 남코리아가 자기의 안보책임을 확대하는 것에 따라 남코리아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일본과 남코리아의 안보연계(security ties) 증진을 지원하고,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지역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 두 나라와 함께 계속 노력할 것이다.”

위의 인용문은 미국 군부가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적 패권을 계속 틀어쥐기 위해 미일군사동맹과 한미군사동맹의 변신을 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들이 추진하는 동북아시아 군사동맹의 변화방향은 세 가지로 압축되는데, 위의 인용문에 나와 있는 대로, 일본자위대의 역외작전능력 강화, 한국군 작전통제권 반환, 한일 군사협력 추진으로 요약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미국은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주축으로 하여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패권을 장악, 유지해왔다. 그들의 군사적 패권이란, 미국이 일본을 하위동맹국으로 포섭한 뒤에 일본자위대를 일본열도를 방어하고 미국군의 동북아시아 작전을 지원하는 군대로 묶어두었음을 뜻한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일본자위대가 일본열도 방어능력 이외에 역외작전능력까지 보유하는 것을 미국 군부가 허용하였다는 점이다. 일본자위대는 ‘자위대’라는 위장명칭을 벗어던지고 일본군으로 재편, 강화되고 있다.

일본열도 방어능력만 지닌 일본자위대를 역외작전능력까지 확보한 일본군으로 강화시키는, 미국 군부가 추진하는 미일군사동맹의 변화는, 동북아시아에서 미일 두 나라 군대의 대북 군사작전과 대중 군사작전이 한층 강화되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일본자위대의 대북 군사작전은 동해를 건너 북측을 공격하는 침공능력을 지니는 것이며, 일본자위대의 대중 군사작전은 동중국해를 건너 중국을 공격하는 침공능력을 지니는 것이다. <아사히신붕> 2009년 5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월러스 그렉슨(Wallace C. Gregson, Jr.)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일본이 적국의 군사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 미국은 전면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11월 16일 <교도통신>은 미일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서, 미일 두 나라의 외무담당, 국방담당 국장급 간부들이 참석한 회담에서 기존 공동전략목표를 수정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2005년 2월 19일에 열린 미일안보협의위원회가 발표한 공동성명은, 미국과 일본이 국제테러, 북측의 핵개발, 중국-대만 분쟁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으로 된 공동전략목표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제 그 공동전략목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2011년 1월 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양국 장관은 “두 나라가 중국의 해양진출과 북코리아 정세와 관련하여 새로운 공동전략목표를 만들기로 정식 합의하였다”고 한다.

이제까지 미국군은 한국군과 일본자위대를 자기 후방에 배치해두고 자기들이 전방에 나서서 북측 인민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을 각각 상대하여 2자 연합군사작전을 벌였으나, 앞으로는 한국군과 일본군을 휘하에 거느리고 3자 연합군사작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군이 한국군과 일본군을 휘하에 거느리고 동해와 동중국해를 넘나들며 침략적 군사작전을 벌이려면 당연히 해상군사작전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언론보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도쿄신붕> 2010년 1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군부는 해마다 100명이 넘는 미국군 전문병력을 일본 각지의 군사기지들에 보내 일본자위대의 무기사용능력을 강화시켜주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 군부는 2008년에 미국군 전문병력 159명을 일본자위대에 파견하였는데, 한국군 합참본부에 해당하는 일본자위대 통합막료감부에 13명, 해상자위대에 90명, 항공자위대에 49명, 육상자위대에 7명을 각각 파견하였다. 이 보도만 읽어봐도, 미국군이 미일 해상연합작전능력 강화에 얼마나 애쓰는지 알 수 있다.

둘째, 미국군은 한미 해상연합작전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2011년 1월 18일 스캇 밴 부스컥(Scott R. Van Buskirk) 7함대사령관이 댄 클로이드(Dan Cloyd) 항모강습단 사령관, 션 벅(Sean S. Buck) 초계 및 정찰군 사령관, 로벗 토머스(Robert L. Thomas) 잠수함단 사령관 등 7함대사령부 장성급 지휘관과 참모진을 이끌고 부산에 있는 한국군 해군작전사령부를 찾아가 “실질적인 연합작전능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2011년 1월 18일 보도)

미국 군부가 이처럼 한미 해상연합작전능력을 강화할수록, 그들에게 한미 지상연합작전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감소된다. 미국 군부의 시각으로 볼 때, 지상군 중심으로 편성된 주한미국군의 군사전략적 가치가 줄어드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주한미국군의 군사전략적 가치가 줄어들게 되니, 앞으로는 주한미국군사령부가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더 이상 틀어쥐고 있을 필요도 없게 된다. 주한미국군기지는 중무장한 지상전투병력을 고정배치한 재래식 작전기지가 아니라 경무장한 지상전투병력을 순환배치하는 새로운 작전기지로 변신하는 중이다. 전방에 산재한 주한미국군기지들을 통폐합하여 평택으로 집결시키고, 평택기지를 순환배치 전투병력의 새로운 작전기지로 건설하고 있는 미국 군부의 의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미일군사동맹의 전략적 가치가 점점 더 커질수록 한미군사동맹의 전략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한미군사동맹은 미일군사동맹을 보완해주는 전략적 가치밖에 갖지 못한다.

한미군사동맹이 미일군사동맹을 보완해주려면, 한국군과 일본자위대가 상호협력해야 한다. 2010년 12월 8일과 9일 마이크 멀린 미국군 합참의장이 서울과 도쿄를 연이어 방문하여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미국 군부가 미국군을 상위에 두고 한국군과 일본군을 삼각동맹관계로 묶는 지역동맹 재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와 관련하여 세 가지 언론보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1년 1월 10일 남측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제15차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는데, 김관진 국방장관과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일본 방위상은 각종 한일 군사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하였다. (연합뉴스 2011년 1월 10일 보도)

2011년 1월 27일 로벗 윌러드(Robert F. Willard) 미국군 태평양사령관은 주일미국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력강화를 위한 논의나 공동작전수행능력 등을 감안할 때, 세 나라(한미일을 뜻함)가 앞으로 언젠가는 합동훈련을 실시할 좋은 기회(good chance)가 올 것”이라고 하면서, 일본자위대 장교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참관한 것에 이어 한국군 장교가 미일합동군사훈련을 참관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교도통신 2011년 1월 28일 보도)

2011년 2월 7일 다카미자와 시게노부(高見澤將林) 일본 방위성 방위정책국장은 일본 민주당 국방부문회의에 참석하여 일본이 올가을까지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교도통신 2011년 2월 7일 보도)

미국의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결성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길을 가로막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반평화적인 요인으로 등장하였는데,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결성에 제동을 걸 유력한 방도는 남측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다. 2012년에 남측에서 대통령 선거 실시될 터인데, 대북 대결정책을 고집해온 정권을 퇴진시키고 평화실현을 추구할 새로운 정권을 등장시키는 정권교체에 성공한다면,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결성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한반도 평화 실현과 동북아시아 전쟁위기 고조 가운데서 어느 한 쪽을 택하여야 할 양자택일의 갈림길이라는 점에서, 2012년 대선은 이전에 있었던 그 어떤 대선보다 중요하다. (2011년 2월 14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