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선언 요청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채찍을 받아야 말을 듣는 백악관

‘세계의 지배자’로 자처하며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대북관계에서 ‘전략적 인내’를 거두고 북측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오직 하나 뿐이다. 자기들이 북측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음을 실감하는 경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위협은 군사적 위협이다. 말을 듣지 않는 나귀가 채찍을 받아야 말을 듣는 것처럼, 그들도 북측으로부터 군사적 위협을 받아야 어쩔 수 없이 말을 듣는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려는 북측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군사적으로 위협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북측이 안하무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군사적으로 위협하여 말을 듣게 하는 강한 압박전술을 채찍전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

북측의 ‘핵문제’가 제기된 1993년 이후 지금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측의 채찍전술 앞에서 오만한 태도를 슬그머니 접고 북미협상에 끌려나오곤 하였다. 북미 대화통로를 차단하고 ‘전략적 인내’를 고집하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이번에도 그런 모습을 조심스럽게 드러내 보였다. 2011년 1월 11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로벗 게이츠(Robert M. Gates) 미국 국방장관이 기자들에게 꺼내놓은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진정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협상과 관여의 길로 나아갈 긴급성(urgency)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 2011년 1월 11일)

미국 국방장관이 북미관계에 대해 ‘우려되는 상황’이니 ‘협상과 관여의 긴급성’이니 하는 노골적인 표현을 쓴 것은 무심히 지나칠 일이 아니다. 그런 표현은 북측의 채찍전술 앞에서 기가 꺾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오만한 태도를 슬그머니 접고 협상국면으로 돌아섰음을 언급한 것이다. 물론 게이츠 국방장관은 대북협상에 대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의사를 언론보도를 통해 북측 국방위원회에게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2010년 내내 ‘전략적 인내’를 내세우며 북침전쟁연습을 지속적으로 벌여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오만한 태도를 기어이 꺾어버린 북측의 강력한 채찍전술이다.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게이츠 국방장관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미관계에서 “진정으로 우려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측의 채찍을 받았다는 뜻이다. 채찍을 몇 차례 받다가 끝난 것이 아니라, 끝장을 볼 때까지 호된 채찍을 받은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게이츠 국방장관이 “진정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할 리 있겠는가.

그렇다면 북측은 언제 어떻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채찍을 가한 것일까?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호되게 당한 것은 청와대이지 백악관이 아니므로, 그 사건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가한 채찍이 아니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아니라면, 최근 북측의 채찍전술은 어떤 것이었을까?

북측의 채찍전술과 미국의 중대한 전환

위에서 지적한 대로, 북측의 채찍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것을 뜻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느끼는 북측의 군사적 위협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다. 그 밖의 다른 군사행동에 대해서 그들은 심각한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게이츠 국방장관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베이징 방문 중에 그는 “북코리아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개발함으로써, 북코리아는 미국에게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으므로 우리는 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 2011년 1월 11일)

게이츠 국방장관의 말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직접적 위협(direct threat)이라는 용어다. 이 용어에 함축된 의미를 풀이하면, 북측의 핵문제와 미사일문제를 간접적 위협으로 느껴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제는 그 두 가지 문제를 직접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간접적 위협이 직접적 위협으로 바뀐 상황과 관련하여 <뉴욕 타임스> 2011년 1월 11일부 기사는 이렇게 해설하였다. “북코리아에 대한 게이츠 국방장관의 새로운 평가는, 이제껏 북측이 미사일과 핵장치를 이란 같은 나라들에게 판매하지 않을까 하고 두려워하는 (대량파괴무기) 확산 위협을 느껴온 오바마 정부에게 중대한 전환(significant shift)이다.” 그 신문이 지적한 오바마 정부의 ‘중대한 전환’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측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우려하는 요인이 핵확산 위협에서 핵타격 위협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인민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지 모른다는 직접적인 핵타격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게이츠 국방장관이 직접적 위협이라고 지목한 북측의 핵무기 개발은, 녕변 핵시설단지에서 가동 중인 최첨단 우라늄농축시설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북측이 전격적으로 우라늄농축시설을 공개한 것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매우 호된 채찍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게이츠 국방장관은 북측의 핵무기만이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미국에게 직접적 위협이 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이가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타격 위협을 느낀다는 뜻이다.

최근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관한 움직임을 보인 적은 없는데, 게이츠 국방장관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나서 한 시간 뒤에 갑자기 북측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론을 꺼낸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제출되는 대북 군사정보는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수집하여 정밀분석한 심층정보다. 따라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전과 달리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타격 위협을 느낀다는 말은, 인민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관한 새로운 군사정보를 보고 받았음을 뜻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제출된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관한 새로운 군사정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외부에서 알 길이 없지만, 북측이 201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인민군 열병행진에서 막강한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각국 주요 언론매체들이 보낸 특파기자들이 열병행진 현장에서 실시간 보도를 내보내는 가운데, 각국 군사전문가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열병행진에서 위용을 드러낸 각종 미사일들 가운데서 세 번째로 등장한 미사일이었다.

2010년 10월 18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글 ‘미국이 공포 느낀 북측의 첨단무기들’ 에서 나는 그 세 번째 미사일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국군이 ‘BM25 무수단(Musudan)’이라고 부르는 차량발사식 미사일이며, 사거리 3,862km의 다탄두 중거리 미사일(IRBM)이라고 간략하게 설명한 바 있다. 그 글의 중심주제는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주체식 요격미사일 종합체’에 관한 것이었으므로, ‘무수단 미사일’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설명하고 넘어간 것이다.

그런데 ‘무수단 미사일’에 대한 나의 간략한 설명은, 인민군의 미사일 능력을 터무니없이 과소평가한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빗나간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인용한 오류였다. 과소평가 오류를 걷어내고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분석하였을 때 드러난 ‘무수단 미사일’의 실상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직접적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이 글에서 ‘무수단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재론하는 까닭은,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무수단 미사일’ 실물을 찍은 영상자료를 정밀분석하여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내리고, 자기들이 재평가한 군사정보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보고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무수단 미사일’에 관한 재평가된 군사정보를 보고받고서,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핵타격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2010년 10월 10일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측의 호된 채찍을 받은 날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꼬리날개 없는 미사일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무수단 미사일’을 촬영한 영상자료를 유심히 살피면, 미사일 동체 하단부에 꼬리날개(fin)가 보이지 않는다. 각종 미사일 가운데 꼬리날개가 없는 것은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둘 중에 하나인데, 영상자료에 나타난 크기와 외형을 보면 ‘무수단 미사일’은 잠수함 발사 미사일이 분명이다.

‘무수단 미사일’ 영상자료를 분석한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그 미사일의 제원을 무게 12t, 길이 12m, 지름 1.5m, 사거리 4,000km로 추정하였다. 소련 해군이 사용하였던 R-27 잠수함 발사 미사일과 ‘무수단 미사일’이 외형상 아주 비슷한 것을 발견한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무수단 미사일’의 제원을 그렇게 추정한 것이다. 소련 해군이 사용하였던 R-27 개량형(R-27U) 미사일의 제원은 무게 14.2t, 길이 8.89m, 지름 1.5m, 사거리 3,000km이고, 핵탄두 3기를 장착할 수 있는 다탄두 잠수함 발사 미사일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추정한 것처럼, 영상자료에 나타난 ‘무수단 미사일’은 R-27 개량형 미사일보다 사거리를 1,000km나 더 연장하였고, 핵탄두 3기를 장착할 수 있는 다탄두 잠수함 발사 미사일이다. 인민군이 그처럼 강력한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작전배치하였다는 미국 국가정보기관의 보고를 받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위관리들이 어찌 위협을 느끼지 않았겠는가. 그들이 느끼는 직접적 위협에 대해 두 가지 추가설명이 요구된다.

첫째, 무게가 12t이나 되고, 길이가 12m나 되는 크고 무거운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인민군 열병행진에서 공개한 것은, 그 미사일을 수중 발사관에 싣고 다니는 대형 잠수함을 인민군이 보유하였음을 암시한 것이다. 만일 북측에게 대형 잠수함이 없다면, 그들은 잠수함 발사 미사일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만들었으면, 그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도 반드시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만일 미국군이 북측을 침범하는 경우, 인민군 잠수함이 수중 발사한 다탄두 핵미사일은 미국군 전략거점들인 괌이나 하와이로 날아갈 것이며, 잠시 후 그 섬들은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다.

둘째, ‘무수단 미사일’과 제원이 유사한 R-27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은 어떤 잠수함일까? 그것은 러시아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을 개발한 루빈 설계국(Rubin Design Bureau)의 양키급(Yankee-class) 핵추진 잠수함이다. 수중배수량이 9,300t인 그 핵추진 잠수함의 R-27 미사일 발사관은 16개나 되고, 최장 90일 동안 시속 50km로 계속 잠항할 수 있다. 이것은 해수면으로 떠오르지 않고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민군은 9,000t급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였을까? 이에 관해서 알려진 것은 없지만, 북측은 최첨단 우라늄농축시설을 미국에게 공개함으로써 핵추진 잠수함에 탑재하는 소형 경수로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면서, 2012년까지 소형 경수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원통형 발사관을 떼낸 미사일 발사차량

누구나 알고 있듯이, 잠수함 발사 미사일은 바닷속을 잠항하는 잠수함에 싣는 것이지 지상에서 기동하는 미사일 발사차량에 싣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북측은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미사일 발사차량에 실어 열병행진에 등장시켰다. 지상의 열병행진에 잠수함이 참가할 수는 없으므로, 잠수함에 설치된 수중 발사관에 들어있던 미사일을 꺼내 미사일 발사차량에 임시로 싣고 열병행진에 나온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정작 더 놀라운 것은,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임시로 싣고 열병행진에 나타난 6축 12륜 미사일 발사차량이다. 원래 6축 12륜 발사차량에는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싣는 것이 아니라 차량 발사 미사일을 싣는 것이므로, 영상자료에 나타난 잠수함 발사 미사일과 6축 12륜 발사차량의 크기를 비교하면, 작은 미사일을 커다란 발사차량에 실어놓은 어색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6축 12륜 미사일 발사차량은 북측이 자체로 제작하는 초대형 특수차량인데, 러시아의 인접국 벨라루시(Belarus)에 있는 민스크 자동차공장(Minsky Avtomobilny Zaovod)에서 생산하는 6축 12륜 차량과 거의 똑같이 생겼다. 차량 전방을 바라보았을 때, 차량 왼쪽에 설치된 탑승공간이 서로 다르게 생겼을 뿐이다. 민스크 자동차공장에서 생산하는 6축 12륜 차량은 공장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MAZ-547로 불린다. MAZ-547의 제원은 적재중량 60t, 길이 17.3m, 높이 3.3m, 폭 3m, 차체무게 83t, 디젤엔진성능 746마력, 시속 40km, 연비 280리터 당 100km 주행, 운전인원 3명이다.

MAZ-547에는 어떤 미사일이 실리는 것일까? 두 종류가 있는데, RSD-10/파이오니어(Pioneer)-3이라는 미사일도 실리고 RT-21 Temp(템프)-2S라는 미사일도 실린다. 미국군은 전자를 SS-20 쎄이버(Saber)라 부르고, 후자를 SS-16 씨너(Sinner)라 부른다.

고체연료를 쓰는 파이오니어 미사일의 제원은 무게 37t, 길이 17m, 지름 1.79m, 사거리 7,500km다. 탄두부에 핵탄두 3기를 탑재한 2단형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또한 고체연료를 쓰는 템프 미사일의 제원은 무게 43t, 길이 18.51m, 지름 1.79m, 사거리 10,500km다. 탄두부에 핵탄두 1기를 탑재한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이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MAZ-547에 설치된 수직발사대의 원통형 발사관(canister)에 들어간다. 파이오니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은 길이 19.32m, 지름 2.14m이고, 템프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은 길이 20.01m, 지름 3m다. 발사차량 차체 길이보다 원통형 발사관 길이가 더 길어서, 원통형 발사관이 차체 앞쪽으로 2m 정도 불쑥 튀어나왔다.

북측이 MAZ-547에 실려 있던 원통형 발사관을 떼내고,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임시로 싣고 열병행진을 진행한 까닭은,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과시하는 것과 더불어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였음을 암시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무수단 미사일’은 사거리 4,000km의 잠수함 발사 미사일이고, 그 미사일을 임시로 실은 미사일 발사차량에 원래 탑재된 익명의 미사일은 차량이동식 수직발사대에서 쏘는 사거리 7,500km의 2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또는 사거리 10,500km의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그런데 언론매체들은 사거리 4,000km의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가리켜 차량발사식 중거리 미사일(IRBM)이라고 왜곡보도하여 세상을 속였다.

남측 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1997년 10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1997년에 MAZ-547 28대를 도입하였다. 이것은 북측이 이미 1997년 말부터 차량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생산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0년 3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무수단 미사일’로 무장한 새로운 미사일 사단을 별도로 창설하였다.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무수단 미사일’은 중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므로, 인민군은 차량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사단 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같은 핵강국들에게만 있는 전략군이 인민군에게도 편성되어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유예선언 요청

북측이 작전배치한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2010년 2월 15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인민군의 2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에서 자세히 논하였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다만 이 글에서는 함경북도 최북단에서 미국 수도 워싱턴까지 직선거리가 10,500km이므로,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사거리 10,500km의 차량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워싱턴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의 심장부가 인민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게이츠 국방장관은 베이징 방문 중에 기자들에게 “5년 안에 (북측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워싱턴 포스트 2011년 1월 11일) 북측은 이미 1990년대 후반에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끝냈는데, 앞으로 5년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는 말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미국 국방장관이 북측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해서 그런 뚱딴지 같은 소리를 꺼낸 것일까?

2006년 12월 18일 제22대 국방장관으로 취임한 로벗 게이츠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도합 26년 동안 중앙정보국(CIA) 부국장과 국장으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그의 경력은 그가 대북 군사정보에 정통한 고위관리라는 점을 말해준다. 그런데 그처럼 대북 군사정보에 정통한 게이츠 국방장관은 왜 북측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 뚱딴지 같은 말을 하였을까?

북측이 5년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는 그의 말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5년 안에 북측의 직접적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려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올해부터 대북협상을 재개하는 수밖에 없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올해 대북협상을 재개하려면 우선 북측 국방위원회의 협상 재개 요구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놀랍게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긍정적 응답은 게이츠 국방장관의 베이징 발언에 들어있었다. “미국 고위관리로서는 처음으로 그가 (북측에게)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은, 지연된 핵무기 프로그램 관련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미국이 바라고 있는,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유예(moratorium)한다는 북측의 선언이다. 그는 김정일 북코리아 영도자의 동맹자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직후에 그처럼 퉁명스러운 논평(blunt comments)을 하였다.” (워싱턴 포스트 2011년 1월 11일) 원래 국무장관이 꺼내놓아야 할 대북제안을 외교관례에 맞지 않게 국방장관이 서둘러 꺼내놓은 것을 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측의 호된 채찍을 받고 얼마나 급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게이츠 국방장관의 발언에 들어있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대북협상에 관한 구체적인 제안이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측 국방위원회가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유예한다고 선언해주기를 요청한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유예선언 요청에 담긴 속뜻은 무엇일까?

북측과 미국의 대결이 지속된 지난 18년 동안, 북측이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선언한 적은 한 차례밖에 없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측은 새로운 관계 구축을 위한 또 하나의 노력으로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모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미국측에 통보하였다.” 이것은 2000년 10월 12일 워싱턴에서 발표된 북미 공동코뮈니케에 들어있는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선언이다.

공동코뮈니케를 다시 읽어야 하는 까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유예선언 요청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2010년 11월 미국 전문가 대표단 일원으로 방북한 사회과학연구협의회(SSRC) 동북아시아 협력안보사업 담당 리언 시걸(Leon Sigal) 소장의 말에 따르면, 북측 관리들은 미국이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이행해줄 것을 반복하여(reiterate) 말했으며(워싱턴 포스트 2010년 11월 22일), 미국이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존중하면 녕변 핵시설 해체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소리 2010년 11월 22일) 이것은 새로운 공동코뮈니케를 채택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자는 북측의 대미 제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바로 그러한 북측의 제안에 대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긍정적 응답이 이번에 게이츠 국방장관의 유예선언 요청 발언으로 나온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측 관리들이 미국에게 제기한 공동코뮈니케 존중 요청이나 미국 국방장관이 북측에게 제기한 유예선언 요청은, 비록 서로 다른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동일한 북미협상 재개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둘째, 2000년 10월 12일 워싱턴에서 북미 공동코뮈니케가 발표되기 넉 달 전인 6월 15일 평양에서 6.15 공동선언이 발표되었다. 남북대화가 선행되고 북미협상이 그 뒤에 진행된 것이다.

북미 공동코뮈니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조명록 특사는 역사적인 북남 최고위급 상봉 결과를 비롯하여 최근 몇 개월 사이의 북남대화 상황에 대하여 미국측에 통보하였다. 미합중국측은 현행 북남대화의 계속적인 전진과 성과 그리고 안보대화의 강화를 포함한 북남 사이의 화해와 협조를 강화하기 위한 발기들의 실현을 위하여 모든 적절한 방법으로 협조할 자기의 확고한 공약을 표명하였다.”

그런데 베이징과 도쿄를 거쳐 2011년 1월 14일 서울에 나타난 게이츠 국방장관이 꺼내놓은 것이 바로 남북대화 재개문제다. 용산에 있는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그는 “(북측과 미국의) 외교적 협상이 가능하고, 남북 직접 대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1년 1월 14일) 그 발언에 담긴 것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대북협상을 시작해야 하겠으니, 청와대가 먼저 북측과 대화하라는 요구다. 힐러리 클린턴(Hillary R. Clinton) 국무장관도 2011년 1월 15일 국무부 연설에서 “남북간 대화를 재개하는 동력을 줄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노컷뉴스 2011년 1월 15일)

이러한 분위기 변화를 간파한 일본도 북일협상에 나서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1년 1월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외무장관 회담 직후,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무상은 “북한과의 대화에 앞서 남북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1년 1월 15일) 이것은 일본이 대북협상에 나서기 전에 남측부터 먼저 남북대화를 시작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른바 ‘대화 재개 3원칙’이라는 것을 걸어놓고 북측과의 대화를 계속 거부하며 버틸 때까지 버텨보려는 이명박 정부는 게이츠 국방장관, 클린턴 국무장관, 마에하라 외무상의 연속적인 발언을 듣고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하였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요즈음 북측이 이명박 정부에게 무조건 남북 대화를 재개하자고 계속 요구하는 까닭을 알 수 있다.

셋째, 1998년 8월 31일 북측이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쏘아 올리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호된 채찍을 가하자, 14개월 뒤인 2000년 10월 12일에 북미 공동코뮈니케가 발표되었다. 2010년 10월 10일 북측이 인민군 열병행진에서 첨단무기를 공개하고 이어 11월에 우라늄농축시설을 공개하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호된 채찍을 가하였으니, 10년 전 일정대로 간다면, 늦어도 14개월 뒤인 2011년 말까지 제2차 북미 공동코뮈니케가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제2차 북미 공동코뮈니케가 발표되어 결정적으로 변화된 정세에서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실시되면, 정세변화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한나라당이 ‘익사’하고 정권교체가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넷째, 2000년 10월 12일에 발표된 북미 공동코뮈니케에는 두 가지 핵심내용이 응축되었는데, 하나는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한다고 선언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고 공약한 것이다. 이번에 게이츠 국방장관이 북측에게 제기한 유예선언 요청에서 북미 공동코뮈니케의 유예선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는 것에 더하여 핵실험도 유예하기 바란다는 요청이다. 그러한 유예선언 요청을 북미 공동코뮈니케의 핵심내용에 비춰 재해석하면,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유예한다고 선언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대통령의 평양방문과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고 암시한 것이다.

다섯째, 게이츠 국방장관이 북측에게 유예선언을 요청하면서 앞으로 5년 안에 북측의 직접적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시한까지 명시한 것은, 올해부터 남북대화와 북미협상을 시작하여 앞으로 5년 안에 한반도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국방부가 2010년 2월 1일에 펴낸 ‘탄도미사일 방어계획 검토보고서(Ballistic Missile Defense Review Report)’는 “만일 북측이 앞으로 10년 안에 자기들의 국가안보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성능이 입증된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였는데, 2011년 1월 11일 게이츠 국방장관은 북측이 5년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북측의 호된 채찍을 맞더니, 10년을 5년으로 줄인 것이다. 이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실현할 대전환 국면이 5년 안에 열릴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2011년 1월 10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어느 시나리오가 진실에 가까울까?’에 나온 2020년 평화통일 시나리오도 실현시점을 그 만큼 더 앞당겨야 하지 않을까? (2011년 1월 17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