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의 무력시위, 합창단의 음악공연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나흘 동안 진행된 대북 무력시위

7함대 항모강습단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나흘 동안 진행한 대북 무력시위가 2010년 7월 28일 오후 5시에 막을 내렸다. 내외 언론매체들은 이번 대북 무력시위가 대규모 무력시위(large-scale show of force)였음을 강조하였다.

먼저 해상무력시위 정황부터 살펴보면, 7함대 소속 97,000t급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7,900t급 핵추진 잠수함 투산호, 9,200t급 미사일 구축함들인 맥캠벨호, 래슨호, 커티스 윌버호, 정훈호 가 동원되었고, 한국군 소속 14,000t급 수송함 독도호, 4,500t급 구축함들인 문무대왕호와 최영호, 4,000t급 군수지원함 천지호, 2,300t급 호위함 충남호, 1,200t급 초계함들인 군산호와 진주호, 그리고 이름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1,200t급 한국군 잠수함 등을 비롯하여 양측 전함 20여 척이 동원되었다.

미국군 군보 <성조(Stars & Stripes)> 2010년 7월 27일 보도를 보면, 해상무력시위가 시작된 날로부터 사흘 동안 무인비행체(drone)를 사격하는 대공 실탄사격연습, 인민군으로 가상하여 표적역할을 맡은 한국군 수상함을 공중과 해상에서 제압하는 대함 공방전 연습, 인민군으로 가상하여 표적역할을 맡은 한국군 잠수함을 추적하는 반잠수함전 연습을 실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해상사격연습은 강원도 고성 위에 있는 거진에서 동쪽으로 16-40km 떨어진 해상과 강릉 아래에 있는 정동진에서 동쪽으로 70-100km 떨어진 해상에서 실시했다. 해상사격연습을 왜 두 군데서 했을까? 북방한계선(NLL)에 가까운 전방 해상은 인민군의 기습대응을 받을 위험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7함대 사령관은 한국군에게 그곳에서 해상사격연습을 실시하게 하고, 자기들은 북방한계선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후방 해상에서 해상사격연습을 실시했던 것이다. 거진 동쪽 전방 해상에 출동한 한국군은 인민군 특수부대가 해상으로 침투하는 것에 대항하는 침투저지연습을 실시했다.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투산호를 앞세운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좌우에 구축함, 군수지원함, 호위함, 초계함을 거느리고 13척 대형을 이루어 동해를 항진하는 장면을 공중에서 찍은 사진을 미국군 7함대 공보실이 공개하였는데, 그 사진을 보면 언론매체들이 대규모 무력시위라고 표현한 것은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전함, 전투기, 병력을 동원했느냐 하는 형식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무력시위를 어떻게 했느냐 하는 내용 문제다. 형식이 요란해도 내용이 빈약하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을 받는다. 내용을 놓치고 형식만 훑어보면 허상에 사로잡히기 쉽고, 형식 속에 들어있는 내용까지 파악해야 실상이 보이는 법이다.

이번 무력시위의 구체적인 실상은 군사기밀에 속한 것이어서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정보를 읽어보면 그 실상에 접근할 수 있다.

한국군 합참본부의 과장된 자평

대북 무력시위가 막을 내리던 날, 주한미국군사령부는 “합동으로 실시한 동맹 해공군훈련이 끝나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는데, 그 보도자료에서 주한미국군 월터 샤프(Walter L. Sharp) 사령관은 “이번에 실시한 방어적 합동훈련은 북측이 공격적인 행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분명한 취지, 그리고 남측과 미국이 합동방어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분명한 취지를 북측에 전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무력시위의 목적만 간단히 언급했을 뿐, 무력시위의 결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무력시위의 결과에 대해 언급한 쪽은 한국군 합참본부다. 김경식 합참본부 작전부장은 7월 28일 기자들에게 무력시위를 통해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고 논평하였다. 그의 말대로 과연 북측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일까?

2010년 7월 29일 7함대 사령부 보도자료는 이번 대북 무력시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국군과의 “지속적이고 정확한 통신”이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연합뉴스>가 2010년 7월 26일 한국군 관계자가 한 말을 인용하여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오늘은 적의 잠수함을 발견하고 이를 공격하는 훈련을 한다. 이 훈련은 실제 어뢰 등 수중무기 발사보다는 양국 함정의 통신교환 등 전투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두 가지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무력시위에서 전함이 폭뢰를 발사하고 함포를 쏘고, 전투기가 실탄으로 공습하는 실탄사격연습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무선통신연습과 컴퓨터 모의연습이 큰 비중을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

무선통신연습과 컴퓨터 모의연습으로 북측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고 하면, 그 말을 곧이 들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번 무력시위가 북측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는 한국군 합참본부의 논평은 사뭇 과장된 평가다.

결정적인 문제는, 대북 무력시위의 결과를 언급한 한국군 합참본부의 과장된 논평이 아니라, 대북 무력시위가 목적 달성에 성공했는가 또는 실패했는가 하는 것이다.

친미사대주의 성향의 남측 언론매체들이 이번 무력시위가 노출한 심각한 허점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언론보도만 읽으면 이번 무력시위가 실패했음을 알 수 없으며, 거꾸로 이번 무력시위가 북측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는 과장된 논평을 수긍하는 착시현상이 생긴다. 이번 무력시위에 대한 미국 언론의 보도방향도 남측 언론의 보도방향과 엇비슷하지만, 거기에는 남측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중요한 정보들이 들어있다. 그런 정보들을 찾아내 분석해야 이번 무력시위의 실상에 접근할 수 있으며, 대북 무력시위가 실패했음을 알게 된다.

중국의 반발로 실패한 7함대 항모강습단의 무력시위

2010년 7월 28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중국을 화나게 만든 미국과 남측의 전쟁연습”이라는 제목의 보도기사에서 이번 무력시위가 중국을 크게 자극하였다고 지적하였다. 미국의 다른 주요 언론매체들은 대북 무력시위의 결과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는데, 유독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만 그렇게 지적한 것은 이번 무력시위가 실패하였음을 말해주는 근거들 가운데 하나다.

제임스 스타인벅(James B. Steinberg)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 날짜로 2010년 7월 27일 워싱턴에 있는 닉슨센터에서 연설에 출연하여 “미국-남측 연합훈련은 북측을 겨냥한 것이지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우리의 의도에 대해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무마해보려는 발언을 늘어놓았지만, 그런 말이 중국에 통할 리 없다.

중국은 각종 군사훈련을 실시함으로써 7함대 항모강습단의 무력시위에 물리적으로 대응하였다. 2010년 7월 29일 중국 언론 <차이나 데일리(China Daily)>가 <신화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난징군구(南京軍區)가 7월 25일 서해로 장거리 방사포를 발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방사포 발사훈련을 실시하였고, 7월 27일에는 지난군구(濟南軍區)가 서해에 인접한 산둥(山東)성의 어느 항구도시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이처럼 7함대 항모강습단의 무력시위가 중국의 반발을 사고, 중국 인민해방군의 강력한 대응행동을 촉발시킨 것은, 그 무력시위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음을 말해준다. 명백하게도, 7함대 항모강습단의 실패는 전술적 실패가 아니라 전략적 실패였다.

F-22는 공중무력시위에 참가했을까?

미국군이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하는 전투기 F-22 랩터(Raptor)를 비롯하여 양측 작전기 200여 대가 이번 무력시위에 동원되었다.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마지막 순서로 실시한 실탄공습 무력시위다. 경기도 포천에는 미국군이 악몽폭격장(Nightmare bombing range)이라고 부르고 한국군이 승진사격장이라고 부르는 대규모 사격장이 있는데, 그 곳에서 연습탄이 아니라 실탄을 쏘는 공중무력시위를 벌였다. 미국군 군보 <성조> 2010년 7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된 제51전투비행단 소속 F-16C 전투기들이 7월 28일에 12회 출격하였는데, 그 전투기들은 한 번에 2대씩 오산 공군기지를 이륙하여 악몽폭격장 상공으로 날아가 지상 목표물에 226kg 짜리 폭탄을 투하하였다. 실탄공습 무력시위에 동원된 전투기 24대는,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된 주한미공군 전투기들이었다.

그런데 그 보도는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큰 소리를 치는 F-22가 무력시위에 동원되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2010년 7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F-22 두 대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에서 발진한 함재기들인 F/A-18A/C(호넷), F/A-18E/F(수퍼 호넷), 그리고 한국군 전투기들인 F-15K와 KF-16 등 30대로 이루어진 전투기 편대는 여섯 차례에 걸쳐 5-6대씩 편대로 비행하며 공중무력시위를 벌였다. 편대비행 무력시위는 강원도 영월군 태백산에 있는 필승사격장 상공에서 벌어졌다.

주한미공군 제프리 레밍턴(Jeffrey A. Remington) 사령관은 2010년 7월 26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래는 미국 본토 뉴멕시코주에 있는 제7원정전투비행대대(7th Expeditionary Fighter Squadron) 소속인데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 제49전투비행단에 일정기간 전진배치되어 있던 중 이번에 오산 공군기지로 긴급 이동배치된 F-22 두 대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그 두 대의 전투기가 필승사격장 상공에서 실탄공습 무력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레밍턴 사령관은 F-22 네 대가 대북 공중무력시위에 동원될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는 두 대만 나타났고, 그나마 실탄공습 무력시위에는 나서지 못하고 편대비행 무력시위에만 나섰다.

F-22와 함재기들이 군사분계선에서 19km 떨어진 승진사격장 상공으로 날아가지 않고, 군사분계선에서 251km 떨어진 필승사격장 상공으로 날아가, 실탄공습이 아니라 편대비행을 한 까닭은, 인민군의 기습대응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F-22에 장착된 최첨단 레이더(APG-77 AESA)는 250km 떨어져 있는 지름 1m짜리 물체를 식별해 위치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지만, F-22 두 대가 군사분계선에서 251km나 떨어진 강원도 영월군 상공에서 편대비행으로 맴돌았으니 군사분계선 너머 인민군 움직임을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인민군의 기습대응을 우려한 항모강습단

조지 워싱턴호에 배치된 제5항모전투비행단(Carrier Air Wing 5)의 로스 마이어스(Ross Myers) 단장이 항공모함에 올라 승선취재를 하던 미국군 군보 <성조> 취재기자에게 한 말을 들어보면, 그가 인민군의 기습대응을 얼마나 우려하였는지 알 수 있다. <성조> 2010년 7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로스 마이어스 단장은 “우리는 북측 가까이 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도발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북방한계선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다.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에게 있어서, 그들이 남쪽으로 오는 것은 곧 전쟁을 하려는 행동일 것이다”고 말했다.

제5항모전투비행단 지휘관만이 아니라, 7함대 항모강습단 지휘관 모두가 인민군의 기습대응을 우려하였다. 이를테면, 조지 워싱턴호의 데이빗 로스먼(David A. Lausman) 함장은 <성조> 취재기자에게 “예기치 못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매우 위험하다. 저강도 분쟁 같은 것은 없다. 우리는 분쟁에 대비하지만 나는 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어떤 오해가 있다면 정치적 수단으로 해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취재기자에게 한 말은, 무력시위를 벌이는 항공모함 함장의 말이 아니라 정치협상을 벌이는 외교관의 말이다. 항공모함 함장이 외교관처럼 말한 까닭은, 인민군의 기습대응을 우려하며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다.

<성조> 취재기자가 조지 워싱턴호발로 보도한 2010년 7월 26일 기사에 따르면, 기자가 함상에서 만난 지휘관들과 사병들이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수군덕거렸다고 한다. 천안함이 인민군의 기습적인 어뢰공격으로 침몰한 것처럼 조작한 발표를 의심 없이 믿는 그들로서는 자기들도 언제 그런 치명적인 기습공격을 받을지 몰라 겁을 먹은 것이다.

7함대 항모강습단의 지휘관과 사병들이 그처럼 겁을 먹었으니, 군사분계선에서 19km 떨어진 승진사격장 상공까지 근접비행하여 실탄공습 무력시위를 벌이는 모험은 그런 경험이 있는 주한미공군에게 떠넘기고, 자기들은 함재기를 발진시키는 항모 이착륙 또는 공중조기경보기를 앞세우고 울릉도 상공을 맴도는 편대비행이나 계속하다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무력시위가 ‘불굴의 의지’라는 작전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허약한 정신력을 노출한 채 실패로 끝났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인민군의 군사행동

7함대 항모강습단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무력시위를 강행하자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규모 무력을 동원한 군사행동을 취했는데, 정작 인민군은 왜 아무런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았을까? 인민군의 기습대응을 우려하면서 겁을 먹은 7함대 항모강습단 지휘관들이 인민군의 군사행동이 있었다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매체들이 보도하지 못한 것이지, 인민군이 아무런 대응행동을 취하지 않고 좌시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인민군이 대북 무력시위에 군사행동으로 대응했다는 민감한 정보를 <성조> 취재기자에게 넌지시 말해준 사람은, 대북 무력시위를 현장에서 총지휘한 7함대 항모강습단의 댄 클로이드(Dan Cloyd) 사령관이다. <성조> 2010년 7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그는 승선취재를 하던 <성조> 기자에게 무력시위 첫 날인 7월 25일 동해에서 인민군의 군사행동이 포착되었다고 넌지시 말해주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가 지나치게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취재기자에게 말하며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7함대 항모강습단 사령관이 취재기자에게 자세히 말하기를 꺼린 인민군의 군사행동은 무엇이었을까? 인민군이 동해에서 군사행동을 취했다고 했으니, 7함대 항모강습단의 무력시위에 전격적으로 대응한 것이 분명하다. 또한 항모강습단 사령관이 지나치게 우려할 만한 군사행동은 아니라고 했으니, 인민군이 중국 인민해방군처럼 대규모 군사행동을 취한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7함대 항모강습단이 두려워하는 인민군의 군사행동은 잠수함 출동이다. 조지 워싱턴호의 데이빗 로스먼 함장은 2010년 7월 26일 승선취재를 하던 <성조> 기자에게 “어떤 수상함도 (잠수함에게) 격침 당할 약점이 있다. 어떤 잠수함도 (수상함을) 격침할 능력이 있다. 우리는 언제나 잠수함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강’이라고 큰 소리를 치는 초대형 항공모함의 함장이 이처럼 잠수함을 두려워했으니, 그들의 해상무력시위는 시작부터 볼장 다 본 것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7함대 항모강습단이 잠수함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간파한 인민군이 항모강습단의 해상무력시위에 대응하여 잠수함을 출동시켰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성조> 2010년 7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군 지휘관들은 주로 국제수역에서 진행된 이번 훈련 가까운 곳에서 북측의 잠수함 또는 다른 종류의 군사장비가 포착되었는지에 대해 말을 아꼈고, 로스먼 함장도 (취재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 보도야말로 인민군 잠수함의 대응출동을 강하게 암시한다.

인민군은 항모강습단이 동해에서 무력시위를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잠수함 1-2척을 대응출동시킨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지적한 대로, 7함대 항모강습단 지휘관들이 인민군의 기습대응을 우려하여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해상무력시위를 시작하는 시각에 맞춰 인민군의 잠수함이 출동하는 대응작전이 실제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인민군의 잠수함 출동은 ‘세계 최강’이라고 큰 소리 치는 7함대 항모강습단의 기를 꺾어놓았다. 인민군의 전격적인 잠수함 출동에 놀란 7함대 항모강습단이 해상무력시위를 시작할 때부터 기가 꺾였으니, 대북 무력시위는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합창단은 왜 ‘전승가’를 불렀을까?

대북 무력시위에 동원된 미사일 구축함 커티스 윌버호의 폴 호그(Paul Hogue) 함장은 2010년 7월 27일 그 구축함에서 승선취재를 하던 <성조> 기자를 만나 “나는 그들(북측을 뜻함-옮긴이)이 우리의 전언(message)을 받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언론보도에서 내가 본 바에 따르면, 그들은 관심을 두고 있다. 나는 우리가 올바른 신호를 (그들에게) 보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7월 24일 성명을 발표하고 이튿날 인민군 잠수함을 대응출동시킨 것을 보고서 북측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하였을 것이다.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은 “우리 군대와 인민은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이 강행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핵전쟁연습 소동에 우리의 강력한 핵억제력으로 당당히 맞서나갈 것”이라고 하면서 “필요한 임의의 시기에 핵억제력에 기초한 우리 식의 보복성전을 개시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고,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적 도발책동에 매달리고 있는 조건에서 그에 대응한 전면적인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응당한 선택”이라고 주장하였다.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핵억제력을 동원한 전면적인 보복을 거론한 것은, 7함대 항모강습단을 앞세워 대북 무력시위를 강행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성명에 나온 표현대로 “원칙적 립장을 천명”한 것이지, 미국에게 실제로 보복적인 핵공격을 가한다는 말은 아니다. 북측은 대북 무력시위를 강행하는 미국에게 물리적 보복을 가하지 않고 자제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북 무력시위를 좌시한 것은 아니다.

워싱턴에 있는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 Asia)>은 2010년 7월 23일 보도에서 북측이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응해 전군, 전민에게 비상경계태세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으나, 그것은 <자유아시아방송>이 언제나 그런 것처럼 ‘북측 소식통’이라는 위장명칭을 가진 고정간첩의 제보를 인용해 허위보도를 한 것이다. 인민군은 해마다 7월 한 달 동안 하기군사훈련을 실시해오고 있으므로, 올해 7월에 특별히 7함대 항모강습단의 대북 무력시위에 대응해 비상경계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북측은 7함대 항모강습단이 무력시위를 시작하기 전날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무력시위 시작에 맞춰 인민군 잠수함을 대응출동시키고 나서, 정작 항모강습단이 무력시위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어떤 대응행동을 취한 것일까?

미국 언론매체들이 일부러 보도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전혀 눈치채지 못해서 보도하지 못했는지 알 수 없으나, 7함대 항모강습단의 무력시위로 한반도 정세가 긴장되었던 시기에 북측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예견하지 못한 대응행동을 취하였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북측의 대응행동은 이러하였다.

<로동신문> 2010년 7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교예단의 종합교예공연을 관람하였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인민군 대장을 비롯한 고위급 군지휘관들도 그 교예공연을 함께 관람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위급 군지휘관들을 대동하고 교예공연을 관람할 만한 어떤 특별한 계기가 7월 24일에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그 날 교예공연을 관람한 것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10년 7월 24일은 대북 무력시위를 강행하려는 7함대 항모강습단이 무력시위 출동준비를 마지막으로 점검하던 날이다. 7함대 항모강습단이 부산과 진해에서 무력시위 출동준비를 점검하느라 한창 부산을 떨고 있을 때, 김정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은 고위급 군지휘관들을 대동하고 교예공연을 관람하였다. 

놀라운 일은 그것만이 아니다. <로동신문> 2010년 7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7월 27일 평양에서 열린 공훈국가합창단의 ‘전승절 경축 음악회’를 관람하였다. 교예공연에서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비롯한 고위급 군지휘관들이 음악공연을 함께 관람하였다. 미국군 전투기들이 군사분계선에서 19km 떨어진 상공까지 근접비행하여 실탄공습 무력시위를 벌이는 초긴장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고위급 군지휘관들을 대동하고 이번에는 음악공연까지 관람한 것이다. 7함대 항모강습단이 사상 최대 규모의 무력시위를 강행하고, 그에 자극을 받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규모 군사행동으로 대응하는 판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위급 군지휘관들을 대동하고 교예공연과 음악공연을 연속적으로 관람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인민군 잠수함의 전격적인 대응출동에 놀란 7함대 항모강습단은 무력시위를 시작할 때부터 겁을 먹고 주눅이 들어있었던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위급 군지휘관들을 대동하고 관람하는 가운데 북측의 공훈국가합창단은 “위대한 조국해방전쟁 승리 57돐에 즈음한 전승가”를 부르고 있었다. 영화장면처럼 극적인 대조로 전개된 이 놀라운 현실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강습단과 F-22 전투기를 동원한 대규모 무력시위가 벌어진 긴박한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위급 군지휘관들을 대동하고 교예공연과 음악공연을 연속적으로 관람한 것은, 북측 국방위원회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보낸 담대하기 이를 데 없는 경고다. 그 담대한 경고에 담긴 뜻은, 만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침전쟁을 도발하는 경우 북측은 ‘우리 식의 보복’으로 격파할 만단의 준비를 갖추었다는 것이다. <로동신문> 2010년 8월 1일부에 실린 “조선의 경고”라는 제목의 정론은, “상용무기에 의한 전면전쟁이든 전자전이든 핵전쟁이든 우리는 모든 것에 준비되여 있다”고 지적하였다. 북측이 준비해온 전쟁은 ‘전승가’를 부른 합창단의 음악공연으로 대규모 무력시위에 대응한 것처럼 기상천외한 보복전쟁일 것이다. (2010년 8월 2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