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모강습단 동해 출동과 대북 제재조치 발표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서해로 가려던 항모강습단은 왜 동해로 갔을까?

2010년 7월 20일 로벗 게이츠 국방장관은 서울에서 김태영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불굴의 의지(Invincible Spirit)’라는 작전명을 붙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을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동해에서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미국군 보도국(American Forces Press Service)이 2010년 7월 20일에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 훈련은 “해상 및 공중 준비태세 합동훈련(combined maritime and air readiness exercise)”이다. 그 훈련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7함대 항모강습단(carrier strike group)의 출동이다.

거의 한 달 반 동안이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찬반 논란을 벌여 오던 7함대 항모강습단 출동 문제는 결국 서해에서 방향을 틀어 동해로 항모강습단을 보내는 선에서 마무리된 것이다. 7함대 항모강습단이 서해에 나타나 줘야 북측에 확실하게 무력위협을 가할 수 있으니 제발 그렇게 해 달라고 간청해 온 이명박 정부에게는 항모강습단을 동해로 보낸다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결정이 썩 흡족하지 않았으나, 항모강습단을 동해로 보내는 대신, 오키나와에 배치한 최신예 전폭기 F-22 4대를 한반도 상공에 처음으로 출동시키겠다는 미국군 수뇌부의 배려에 만족하였다. 친미사대주의 성향의 언론매체들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가 웬만한 나라의 군사력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가졌다느니, F-22가 세계 최강의 첨단전폭기라느니, 항모강습단과 F-22를 동원하는 대북 무력시위는 판문점 사건에 대응하여 1976년 8월 21일에 강행했던 무력시위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느니 하며 매우 선정적인 보도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관련 정보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언론매체들이 쏟아낸 선정적 보도와는 다른 실상이 드러난다. 그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우선 아래와 같은 배경설명이 요구된다.

조급증에 사로잡힌 한국군 군부가 7함대 항모강습단의 서해 출동설을 흘려주고 남측 언론이 그것을 보도할 때마다 그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해 온 쪽은 중국이다.

동중국해-서해-발해만-텐진항으로 이어지는 해상교통로는 중국에게 가장 중요한 전략적 통로다. 텐진항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베이징까지 2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서해 해상교통로는 베이징 직통로인 것이다. 따라서 7함대 항모강습단이 베이징 직통로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중국이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미국군 항모강습단이 베이징 직통로에 접근할 가능성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준비하는, 대만을 통일하는 전쟁에 직결되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상식적인 말이지만, 대만에 상륙하려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진격로를 가로막을 저지력은 미국군 항모강습단이다. 적국의 수도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는 점에서, 미국군 항모강습단은 대만해협으로 출동하여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상륙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서해로 진입하여 베이징을 위협하는 기습적인 군사작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군 항모강습단이 서해로 진입하는 것을 저지할 중국 인민해방군 무력은 북해함대이므로,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동지나해에서 서해로 들어가는 제주도 서쪽 해역에서 북해함대와 항모강습단의 정면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서해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중시하고, 정찰위성으로 서해를 집중 감시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명박 정부를 앞세워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결의안을 회부한 날은 2010년 6월 4일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유엔 안보리에 회부한 천안함 결의안이 약간 수정되기는 하겠지만 자기들이 의도한 대로 채택되리라고 예상하였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결의안을 회부하는 것과 동시에 7함대 항모강습단을 서해에 보내달라고 여러 차례 간청하였으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그 간청을 즉각 들어주지 않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하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그러한 태도는 7함대 항모강습단의 5-6월 출동상황에서 엿볼 수 있다. 이를테면, 5월 18일부터 서태평양에서 실시한 전투작전효율(Combat Operations Efficiency) 훈련에 참가하고 6월 10일에 모항인 요코스카(橫須賀)에 돌아간 7함대 항모강습단은 복귀 나흘 만인 6월 14일 순찰 명령을 받고 다시 출항하였고, 2010년 6월 21일부터 25일까지 일본 해상자위대 제2소함대와 합동으로 서태평양에서 ‘수중전 훈련(Undersea Warfare Exercise, USWEX 10)’을 실시하였다.

그런데 2010년 7월 9일 유엔 안보리는 이명박 정부가 제출한 천안함 결의안을 거부하고 중립적인 내용으로 된 의장 성명을 채택하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명박 정부를 앞세워 밀어붙인 천안함 결의안 채택 기도가 북측과 중국의 반대에 부딪쳐 파탄 나는 외교적 패배를 당한 것이다. 외교적 패배를 당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분위기는 금세 달라졌다. 외교적으로 패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자기들의 퇴세를 만회해 보려고 선택한 행동이, 그 동안 상황을 지켜보며 미뤄왔던 7함대 항모강습단의 출동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유엔 안보리에서 외교적으로 패하는 경우, 7함대 항모강습단을 서해에 출동시킬 것으로 예상한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던 6월 30일부터 6일 동안 서해에서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하면서, 군사지휘관들을 언론에 출연시켜 항모강습단 서해 진입을 반대하는 강력한 경고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보냈다.

그런데 중국이 7함대 항모강습단의 서해 출동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까닭에 대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중국의 군사전략적 이해관계로만 설명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또 다른 측면을 이해하려면, 7함대 항모강습단이 이미 2009년에 서해에 출동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7함대 항모강습단은 2009년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서해에 출동하여 한국 해군을 동원한 대규모 해상작전을 연습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2009년 10월 19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항모강습단의 서해 훈련의 진상’에서 자세히 논하였다.

주목하는 것은, 2009년 10월 7함대 항모강습단이 서해에 출동하였을 때는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던 중국이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대하였다는 점이다. 7함대 항모강습단의 서해 출동에 반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8개월 만에 왜 그처럼 크게 달라진 것일까?

2009년 10월과 다르게, 이번에 중국이 7함대 항모강습단의 서해 출동을 강하게 반대한 까닭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천안함 사태의 책임을 북측에게 뒤집어씌우고 그 책임을 묻겠다고 하면서 7함대 항모강습단을 서해에 출동시키는 경우, 북측이 격노하리라는 것을 중국이 예측하였기 때문이다. 7함대 항모강습단이 서해에 출동하는 것에 대응하여 인민군이 지상과 해상, 공중과 수중에서 각종 대함 미사일을 쏘는 입체적 실탄사격연습을 실시하며 보복공세를 가하는 날에는 서해 해상교통로가 끊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군사적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될 것이다. 중국이 북측과 미국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중재한다 해도, 그처럼 격화된 군사적 긴장을 해소할 방도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7함대 항모강습단이 서해에 출동하는 경우 북측이 강력한 군사행동으로 보복하리라는 것은 중국만이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도 예상하였을 것이다. 항모강습단 서해 출동에 관한 결정을 섣불리 내리지 못하고 내부 논란을 벌이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2010년 7월 중순에 가서야 항모강습단을 동해에 출동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친미사대주의 성향의 언론매체들은 미국군이 항모강습단과 F-22를 동원하여 북측을 공포에 떨게 하는 대단한 무력시위를 강행하는 것처럼 목청을 높였건만, 미국군 수뇌부가 항모강습단을 서해로 선뜻 보내지 못하고 내부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 동해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강력한 군사행동을 취할 인민군의 무력대응을 크게 우려하였기 때문이다.

미국군 수뇌부는 왜 해상작전해역을 동해로 바꿀 만큼 우려한 것일까? 미국군 수뇌부는 인민군이 서해로 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하여 7함대 항모강습단의 해상작전을 완전히 망쳐버리지나 않을까 하고 우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인민군이 보유한 대함 초음속 순항미사일(anti-ship supersonic cruise missile)이었을 것이다. 고폭탄두를 장착하고 해수면 위로 낮게 바다를 스치듯이,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대함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항모강습단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다.

러시아군이 세계 최강의 대함 초음속 순항미사일이라고 자랑하는 P-270 모스키트(Moskit)는, 320kg짜리 고폭탄두 또는 120kt급 핵탄두를 장착하고 해수면에서 20m 정도 높이로 낮게 떠서 마하 2.5의 초음속으로 120km를 날아간다. <워싱턴 타임스> 2001년 9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2000년에 러시아로부터 모스키트 미사일 48기를 수입한 중국은 2001년 9월 15일에 첫 시험발사훈련을 실시하였고, 그 뒤로 더 수입하여 지금은 수 백기를 보유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사일 강국인 북측은 러시아군의 모스키트 미사일보다 성능이 훨씬 더 우수한 대함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자체 기술로 개발하여 2009년 7월 4일에 첫 시험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 인민군이 7함대 항모강습단을 향해 레이더 교란 미사일을 집중발사하여 이지스 구축함의 대공방어망을 마비시키고, 순식간에 대함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지상과 해상, 공중과 수중에서 한꺼번에 쏘면 요격능력을 상실한 조지 워싱턴호를 간단히 격침할 수 있다.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대함 초음속 순항미사일에 대해서는 2009년 7월 6일에 발표한 나의 글 ‘항공모함을 향해 날아가는 바닷새’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2010년 7월 20일 주한미국군사령부는 동해에서 벌일 한미 합동훈련 계획을 인민군에게 통지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인민군은 수신을 거부하였다. 지난 시기에는 한미 합동훈련에 관한 상세한 계획을 인민군에게 사전에 통보하였는데, 이번에는 인민군이 이례적으로 통보 수신 자체를 아예 거부한 것이다. 인민군의 수신 거부가 무엇을 뜻하는지 눈치 채고 겁을 집어먹은 주한미국군사령부는 통보요원을 군사분계선 부근까지 올려 보내 휴대용 확성기를 들고 훈련 계획 통지문을 읽게 하는 촌극을 벌였다.

항모강습단은 왜 나흘 전에 부산과 진해에 들어갔을까?

미국군 수뇌부는 7함대 항모강습단을 동원한 해상훈련을 2010년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동해에서 실시한다고 발표해놓고, 항모강습단을 7월 21일에 부산과 진해에 미리 들여보냈다. 7함대 사령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사일구축함들인 맥켐벨호(USS McCampbell)와 존 매케인호(USS John S. McCain)는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와 함께 부산항에 입항하였고, 미사일구축함들인 래슨호(USS Lassen)와 스테듬호(USS Stethem)는 진행항에 입항하였다. 미사일순양함은 동원하지 않았다. 이번에 어떤 잠수함이 동원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군 수뇌부가 7함대 항모강습단을 나흘 전에 부산과 진해에 들여보낸 목적은, 해상훈련에 앞서 이른바 ‘콤렐 프로젝트(COMREL Project)’를 실시하기 위함이다. 콤렐 프로젝트란 지역사회 관계 사업(community relations project)의 줄임말인데, 7함대 항모강습단이 기항하는 항구에서 지역사회의 불우 이웃을 돕는 대민봉사활동을 뜻한다.

실제로 7함대 항모강습단 승조원들 가운데 320여 명은 7월 22일부터 사흘 동안 부산 각지에 있는 불우 이웃을 찾아가 대민봉사활동을 벌였다. 그들은 부산 동래구에 있는 황전양로원, 서구에 있는 천마재활원, 영도구에 있는 파랑새 노인건강센터, 북구에 있는 정화정신요양원, 부산진구에 있는 신애재활원, 진해에 있는 아동복지시설 희망원 등 12곳에서 청소, 빨래, 잡초제거, 이발 도움, 목욕 도움, 말벗, 체육활동, 영어교육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대민봉사활동과 무력시위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 해군 보도국(Navy News Service)이 2009년 8월 12일에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7함대 항모강습단은 8월 11일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하여 대민봉사활동을 벌였는데, 당시 필리핀에서는 무력시위나 해상작전 따위를 하지 않았다. 반대로, 무력시위에 나선 항모강습단은 대민봉사활동에 나서지 않는다. 적을 위협하는 무력시위에 나선 항모강습단 승조원들을 대민봉사활동에 보내 구슬땀을 흘리게 한 이번 경우는 미국 해군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특이한 일이다.

만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정말로 대북 무력시위를 강행하여 북측을 위협하려는 의도를 실행에 옮겼다면, 2009년 2월 말부터 3월 초 동해에서 벌인 북침공격작전 연습을 이번에도 강행해야 했을 것이다. 당시 미국군 수뇌부는 7함대 산하 제5항모강습단을 요코스카에 대기시키고, 동중국해에 배치한 3함대 산하 제11항모강습단을 전격적으로 동해에 진입시키는 신종 무력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부산과 진해에서 사흘 동안 대민봉사활동을 벌인 다음에 동해로 출동하는 전례 없이 특이한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7함대 항모강습단은 무력시위와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특이한 일을 왜 벌였을까? 무력시위를 하겠다고 항모강습단을 출동시켜 놓고서 대민봉사활동부터 먼저 벌여놓은 것은, 7함대 사령관이 아무 생각 없이 명령한 것이 아니라 미국군 수뇌부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기획하고 연출한 행동이었다. 미국군 수뇌부가 기획하고 연출하고, 7함대 항모강습단이 부산과 진해에서 시행한 ‘콤렐 프로젝트’는, 무력시위를 하기는 하지만, 북측을 너무 심하게 자극하여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를 은근히 보여준 행동이었다.

미국군 보도국(AFPS)이 2010년 7월 20일에 펴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날 서울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7함대 항모강습단을 동해에 출동시키는 한미합동훈련을 실시한다는 공식 발표가 나온 직후, 미국 국방부 대변인 제프리 모렐(Geoffrey S. Morrell)은 “우리들 가운데 아무도 코리아반도에서 전쟁하기를 바라지 않으며, 중국도 분명히 그러하겠지만, 우리들 가운데 아무도 코리아반도의 불안정에 흥미를 갖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명백하게도 이것은 인민군의 강력한 군사적 대응행동을 우려한 발언이다.

7함대 항모강습단이 동해에 출동하기 전날인 2010년 7월 24일 북측 국방위원회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였다. 대변인 성명이라고 하였지만 선전포고를 연상케 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그 성명에서 주목하는 것은, “필요한 임의의 시기에 핵억제력에 기초한 우리 식의 보복성전을 개시하게 될 것”이라고 한 대목이다. 이 대목은, 항모강습단 동해 출동을 강행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대해 북측 국방위원회는 전술핵탄두로 보복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민군의 반항모 초음속 순항미사일에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는 정보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도 알고 있을 것이다.

대북 추가 제재는 무엇을 노리는가?

2010년 7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내외언론의 관심을 끈 사람은 클린턴 국무장관이다. 그가 주목을 받은 까닭은 대북 추가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에서 천안함 사태를 구실로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려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음모가 북측과 중국의 반대로 파탄나자, 유엔 안보리의 이름으로 대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길이 막혀버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할 수 있는 일은 미국이 단독으로 대북 제재를 시행하는 것밖에 없다.

2010년 7월 21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이 발표한 대북 추가 제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클린턴 국무장관의 특별고문(special adviser) 로벗 아인혼(Robert J. Einhorn)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로벗 아인혼은 핵확산 문제를 전담하는 국무부 고위관리다. 그가 2010년 7월 21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 진행한 대담에 따르면, 미국이 이전부터 연구해 온 대북 추가 제재 방안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고, 앞으로 2주 안에 발표할 것인데, 북측의 재래식 무기 거래, 사치품 구입, 가짜 외국담배 및 위조달러 제작과 유통, 마약 밀매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북측 기관에 금융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2010년 7월 21일 정례적 언론설명회에 나온 필립 크라울리(Philip J. Crowley)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대북 추가 제재를 통해 자산동결을 지정할 대상을 이미 국무부와 재무부가 협의하여 지정하였다고 밝히면서, 연방정부 관보에 그 명단을 공시하겠다고 말했다.

로벗 아인혼과 필립 크라울리가 말한 대로라면, 미국이 추가 제재로 북측을 매우 심각하게 압박할 것처럼 들리지만, 관련 정보를 정밀 분석하면, 실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첫째, 북측이 다른 나라들과 재래식 무기를 거래하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 고급상품을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기도 하는데, 재래식 무기 거래나 고급상품 수입은 합법적인 국제 상거래다. 북측이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합법적으로 시행하는 국제 상거래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제재하려는 미국의 행동이야말로 불법행위다. 북측의 재래식 무기 거래나 고급상품 수입이 그 누구의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무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미국이고, 가장 많은 고급상품을 수입하는 나라도 역시 미국이므로, 만일 무기 거래나 고급상품 수입을 불법행위로 규정하면, 미국부터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

둘째, 북측이 위조달러나 가짜 외국담배를 제작, 유통한다는 미국 국무부의 주장은, 입에 올리기 꺼림칙할 만큼 추악한 모략선전이다. 10개월 동안 스위스 연방경찰, 국제경찰국(Interpol), 미국의 위조지폐 전문분석가, 미국 화폐제조국 전직관리, 미국 국무부 전직관리, 북측이 위조달러를 만든다고 주장하는 탈북자 등을 취재하여 작성한, 미국 언론 <맥클랫취 뉴스페이퍼(McClatchy Newspaper)> 2008년 1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이 위조달러를 제작, 유통한다”는 미국 국무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도리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위조달러를 제작, 유통한다는 혐의를 받는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2008년 2월 27일 연방의회에 제출한 ‘국제 마약통제전략 보고서’에서, “북측은 적발될 위험이 큰 마약 거래 대신 가짜 외국담배 거래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는데, 그것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는 추정에 지나지 않으며, 북측을 범죄국가로 낙인찍으려는 악의에 따라 꾸며낸 모략선전일 뿐이다.

셋째, 북측이 마약을 다른 나라에 밀매한다는 미국 국무부의 주장도, 입에 올리기 꺼림칙할 만큼 추악한 모략선전이다. 미국 국무부는 2008년 2월 27일 연방의회에 제출한 ‘국제 마약통제전략 보고서’에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북측이 마약 생산 및 거래 등 범죄활동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2003년에 마약을 운반하다가 오스트레일리아 당국에 적발된 북측 화물선 봉수호 사건 이후 북측이 마약거래를 계속해 왔다는 물증은 없다”고 밝혔다. “마약을 생산하고 거래하였다는 증거가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마약 생산 및 거래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어설프게 표현한 것이야말로 없는 사실을 날조한 모략발언의 전형이다.

미국은 2003년 4월 베이징 3자회담이 시작되기 사흘 전에 북측 화물선 봉수호에 헤로인 150kg(1억6,000만 달러)이 실려 있었다는, 오스트레일리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마약밀수사건을 일으켰다. 그러나 2006년 3월 5일 오스트레일리아 최고법원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봉수호 사건은 미국이 조작한 저질 모략극으로 밝혀졌다.

넷째, 미국 일간지 <월 스트릿 저널(Wall Street Journal)> 2010년 1월 4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국영무역회사인 중국 정밀기계수출입회사(CPMIEC)와 그 계열사들이 미국의 제재 조치가 발동된 2006년 6월 이후에도 미국 기업들과 300여 차례나 거래해 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가 다른 나라들에게 제재를 가한 뒤에 자국 기업들의 이행 여부를 사실상 점검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렇게 된 까닭은, 미국이 단독으로 실행하거나 또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공조로 시행되는 제재 조치가 너무 다종다양하고 복잡해서, 그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 관리들마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009년 12월을 기준으로, 미국 재무부가 미국 은행들에게 거래를 주의하라고 경고한 북측 은행은 18개나 되는데, 미국 재무부가 그 18개 은행이 다른 나라 은행들과 거래하는 복잡한 내역을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섯째, 북측의 대외경제활동은 미국의 제재 조치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는 중국을 통해 전개된다. 중국은 2009년 8월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 제재위원회’에 제출한 ‘1874호 결의 이행 국가보고서’에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안보리 결의 이행이 북측의 국가발전이나 정상적인 대외접촉, 북측 인민의 삶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며, 북측과 다른 나라들의 정상적인 관계를 해쳐서도 안 된다고 강조하였는데,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미국의 대북 제재 조치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국은 북측의 재래식 무기를 실은 항공기들이 자국 영공을 통과하거나 중간급유를 위해 자국 공항에 기착할 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시기 해외 여러 나라에 계좌를 설치했던 북측은 2005년에 마카오에 있는 은행 방코 델타 아시아(Banco Delta Asia)가 미국으로부터 금융제재를 받아 북측 계좌에 들어있던 2,500만 달러가 동결되는 사태를 겪은 뒤로 그 은행의 계좌는 물론 다른 해외 계좌들도 모두 중국 각지의 은행으로 옮겨버렸다. 그러므로 미국이 대북 제재를 시행하려면 중국을 끌어들여 공조해야 하는데, 대북 제재를 위한 중미공조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고 실제로는 전연 불가능하다.

여섯째, 2009년 6월 미국은 대북 제재를 철저하게 시행해 보겠다고 큰 소리를 치면서 연방정부 관련 부서들로 구성된 범정부 협의체까지 발족시켰다. 그러나 역사 상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받아온 경제제재를 자력갱생노선으로 극복하고,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사회주의자립경제를 건설한 북측에게 그 어떤 제재를 가해 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하고 어리석은 것이다.

‘변화’를 외치며 출범한 오바마 정부도 지난 60년 동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끝없는 패배만을 안겨준 대북 제재를 또 다시 들고 나왔다. ‘전략적 인내’를 말하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왜 대북 추가 제재를 들고 나온 것일까? 그들의 ‘인내심’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대북 제재가 자기들에게 패배를 안겨준 경험을 자꾸 망각하기 때문일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아무런 실효도 없고 패배만이 기다리는 대북 제재를 다시 들고 나온 까닭은, 대북 제재를 계속하고 있다는 시늉이라도 내야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체면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미국의 체면을 살려놓아야, ‘전략적 인내’를 슬그머니 접고 6자회담을 재개할 국면전환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2005년 9월에 열린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채택한 직후에 대북 제재를 시작하였는데, 이번에는 순서를 바꿔 대북 제재를 시작하고 나서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북 제재와 6자회담이 양립할 수 없으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6자회담을 재개하고 싶으면 먼저 대북 제재를 중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0년 7월 26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