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책략의 실패, 청와대의 악몽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미국군 수뇌부 4인방

2010년 6월 29일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동으로 구성한 ‘천안함 진상조사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에 소속된 언론인들이 합동조사단 관계자들과 만나 천안함 사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 설명회에 참석한, 검증위원회의 노종면 책임검증위원은, <미디어오늘> 2010년 6월 29일 대담기사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는 윤덕용 합동조사단 단장으로부터 “우리가 몰랐던 미군의 조직과 접촉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윤덕용 단장이 말한 “미군의 조직”이란 주한미국군사령부도 아니고, 천안함 사고를 조사한 미국군 조사단도 아니다. 주한미국군사령부나 미국군 조사단을 잘 알고 있는 윤덕용 단장이 그들에 대해서 “우리가 몰랐던 미군의 조직”이라는 표현을 쓸 리가 없다. 합동조사단 단장도 그 정체를 알지 못한 미국군 지휘관들이 천안함 사고 조사작업에 깊이 개입하였음을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정보가 윤덕용 단장의 그 말 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합동조사단 단장도 알지 못했고, 따라서 언론보도에 전혀 나타나지 않은 미국군 지휘관들이 천안함 사고 조사작업에 깊이 개입하였다면, 그들은 당연히 미국군 조사단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군사지휘관들이었을 것이다. 미국군 조사단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고위급 지휘관들이 천안함 조사작업에 깊이 개입하였다는 말은, 그들이 미국군 조사단 배후에서 조사작업을 은밀히 지휘하였다는 뜻이다. 미국군 고위급 지휘관들이 미국군 조사단 배후에서 조사작업을 사실상 장악, 주도하였음을 말해주는 구체적인 사례는 없을까?

그러한 정황을 말해주는 구체적인 사례는, 2010년 4월 12일 천안함 함미를 침몰 위치에서 4.6km 떨어진, 수심이 얕은 곳으로 옮겨놓은 조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아일보> 2010년 4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천안함 함미 이동조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한국군 수뇌부가 명령하지 않았는데 천안함 함미가 다른 곳으로 옮겨진 까닭은, 미국군 고위급 지휘관들이 한국군 수뇌부를 통하지 않고 현장 책임자에게 함미를 이동하라고 직접 명령하였기 때문이다. 이 사실만 봐도, 천안함 조사작업을 실제로 장악, 주도한 쪽은 한국군 수뇌부가 아니라 미국군 고위급 지휘관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해군 해양체계사령부(Naval Sea System Command) 소속 현역 군인 15명으로 구성된 미국군 조사단이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한국군 2함대사령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때는 2010년 4월 16일이다. 바로 그 날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외부폭발로 침몰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였다. 미국군 조사단이 2함대사령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날이 4월 16일이었으니, 그들이 미국을 떠나 남측에 도착한 때는 4월 16일 이전이었을 것이다. 미국군 조사단이 남측에 도착한 뒤로, 미국군 고위급 지휘관들은 미국군 조사단으로부터 직보를 받고 그 조사단에게 수시로 명령을 내리며 천안함 사고 조사작업을 지휘하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조사과정에서 수시로 미국군 조사단의 보고를 받고 명령을 내린 그들은 누구였을까? 현역 해군 소장이 두 명이나 망라된 미국군 조사단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할 고위급 지휘관은 미국군 수뇌부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거명하면, 로벗 게이츠(Robert M. Gates) 국방장관, 마이클 멀린(Michael Mullen) 합참의장, 개리 럭헤드(Gary Roughead) 해군참모총장, 로벗 윌러드(Robert F. Willard) 태평양사령관이다. 게이츠-멀린-럭헤드-윌러드로 이어지는 미국군 수뇌부 4인방이 미국군 조사단에게 조사작업의 기본방향과 행동지침을 주었으며, 조사과정에서 수시로 보고를 받고 명령을 내리며 조사작업을 지휘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대북 군사정보는 어떻게 변경되었는가?

미국군 수뇌부 4인방의 천안함 사고에 대처한 책략은 무엇이었을까? 미국군 수뇌부 4인방의 움직임은 평소에도 미국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책략이 어떠했는지 자세히 파악할 길은 없다. 그러나 천안함 사고와 관련된 각종 언론보도를 분석해보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미국군 수뇌부 4인방은 사고 당일인 2010년 3월 26일 이전과 이후에 인민군의 특이한 동향이 없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러한 사실은 2010년 3월 28일 월터 샤프(Walter L. Sharp)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입증된다. 그 보도자료는 “청와대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북코리아군에 의한 특이동향을 탐지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연합뉴스>는 2010년 3월 28일 한국군 소식통이 한 말을 인용하여 “주한미군은 천안함 침몰사건을 전후로 대북 ‘SI(특별취급)첩보’가 입수되지 않았고, 현재 북한 정세를 판단할 때 북측이 군사적 도발을 해서 실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북한군의 개입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한반도 상공에 떠서 인민군 동향을 감시하는 미국군 정찰위성과 고공 정찰기가 보내는 첩보는 워싱턴에 있는 미국군 군사정보기관으로 직접 송신되지만, 남측 곳곳에 설치한 대북 감시설비들에서 파악한 첩보자료는 남측에 주둔하는 미국 육군 정보사령부 휘하 501 군사정보여단으로 집결된다. 501 군사정보여단으로부터 군사정보를 가장 먼저 받아보는 사람은 주한미국군사령관이다. 그 군사정보는 주한미국군사령부를 통해 미국 국방부와 합참에 상신된다. <노컷뉴스> 2010년 4월 5일 보도를 보면, 501 군사정보여단은 “우리 군(한국군을 뜻함-옮긴이)이 진입할 수 없는 레이더 감청기지”를 백령도에도 배치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그 감청기지는 천안함 사고 전후로 인민군의 특이한 동향이 없었다고 보고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군 조사단이 남측에 도착한 뒤로, 상황은 정반대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다시 말해서, 천안함 사고 전후로 인민군 잠수함의 특이동향이 없었다는 군사정보는 사라지고, 그 대신 인민군 잠수함이 백령도 앞바다로 남하하였다고 변경한 군사정보가 등장한 것이다. 대북 군사정보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미국군 정보당국 이외에 그 누구도 인민군 잠수함 동향에 대한 군사정보를 이처럼 정반대로 변경시킬 수 없다. 미국군 정보당국이 인민군 잠수함 동향에 대한 군사정보를 바꿔놓은 정보변경의 목적은, 천안함이 인민군 잠수함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하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함이었다.

미국군 정보당국이 인민군 잠수함 동향에 대한 군사정보를 변경하였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은, <조선일보> 2010년 4월 20일 보도다. 한국군 소식통이 4월 19일에 전한 내용을 인용한 그 보도는 “이번 사건과 북한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해 파편 등 증거물 확보작업과 함께 북한 잠수함(정) 등의 동향에 대한 정보 확인작업을 원점에서부터 재점검하고 있다. 미국 측에도 새로운 정보의 제공을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하였다.

인민군 잠수함 동향에 대한 정보가 변경되고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나온 때로부터 닷새 뒤인 4월 25일,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비접촉 외부폭발로 침몰하였다고 발표하였고,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릿 저널> 같은 미국 주요언론들은 천안함이 인민군 어뢰공격으로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였고, 영국 <BBC> 텔레비전 방송은 천안함 사고원인이 ‘근접 폭발(close-up blast)’이라고 말한 남측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보도하였다. 4월 26일 미국 <CNN> 텔레비전 방송은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 미국 군부 인사의 말을 인용하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천안함 사고원인은 인민군의 비접촉 어뢰 폭발이라고 보도하였다.

주목하는 것은, 천안함 사고 조사작업이 진행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한국군 정보기관인 국방정보본부가 비접촉 어뢰폭발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프레시안> 2010년 6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조가 합동으로 구성한 ‘천안함 조사 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 소속 언론인들과 만나 진행한 설명회에서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은 천안함이 비접촉 어뢰로 피격 당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설명회에서 합동조사단이 “유례가 없는 세계 최초의 발견들”, 또는 “산에서 고래를 만난 것과 같은 발견”이라고 표현한 것은, 천안함 사고 조사작업이 진행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한국군 국방정보본부가 비접촉 어뢰폭발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자료를 갖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준 것이다.

인민군 어뢰 정보의 출처는 어디일까?

한국군 국방정보본부가 비접촉 어뢰폭발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합동조사단이 어떻게 천안함 사고원인을 비접촉 어뢰폭발이라고 단정할 수 있었을까? 그 것은 미국군 정보당국이 천안함 사고 전후로 인민군 잠수함의 특이동향이 없었다는 군사정보를 둔갑시켜 인민군 잠수함이 백령도 앞바다로 남하하였다는 변경된 군사정보를 합동조사단에게 넘겨줄 때, 인민군 어뢰에 관한 정보도 함께 넘겨주었기에 가능하였다. <조선일보> 2010년 5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합동조사단 관계자는 “미군의 경우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정보, 첩보를 다 전달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미국군 정보당국이 합동조사단에게 직접 그런 군사정보를 넘겨주지는 않았을 것이고, 미국군 조사단에 망라된 정보담당 지휘관이 한국군 정보당국자에게 넘겨주었을 것이다. 인민군 어뢰에 관한 정보를 한국군 정보당국자에게 넘겨준 미국군 정보담당 지휘관은 미국 해군 정보기관인 국가해양정보센터(National Maritime Intelligence Center) 책임자 쌔뮤얼 콕스(Samuel J. Cox) 해군 소장이다. 콕스 국가해양정보센터 국장은 토머스 에클스(Thomas J. Eccles) 해군수중전투센터 국장과 함께 미국군 조사단 지도성원으로 파견된 군사지휘관이다. 미국군 수뇌부가 미국 해군 정보기관 총책임자를 미국군 조사단에 포함시킨 까닭은, 그가 인민군 어뢰 정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지적한 대로, 한국군 국방정보본부는 인민군 잠수함 동향에 대한 정보만이 아니라 인민군 신형 어뢰에 대한 정보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군 고위소식통이 한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0년 5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천안함 사고를 계기로 인민군 어뢰 세 종류가 열려졌는데, “이들 세 종류의 어뢰 모두 신형 어뢰로 확인”되었고, 이 신형 어뢰들은 한국군 국방정보본부에서 “식별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2010년 5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었던 인민군 어뢰는 중국에서 수입한 위(魚)-3G를 비롯하여 ET-80A, TYPE 53-59, TYPE 53-56 등이라고 한다.

이처럼 인민군 어뢰에 관한 정보를 콕스 국장으로부터 넘겨받은 것이 확실한데도, 합동조사단은 북측이 2007년에 중남미에 수출하기 위해 배포한 무기 소개책자에서 인민군 어뢰 정보를 파악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2010년 5월 22일 보도에서 한 술 더 떠서 아예 ‘첩보만화’ 한 편을 그려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남미의 한 국가에서 활동 중이던 국내 정보기관 요원은 2년 전인 2008년 우연히 북한의 무기수출 카탈로그(소개책자)를 입수했다. 이 책자엔 북한의 신형 어뢰를 비롯한 수중무기들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여느 카탈로그에선 보기 힘든 설계도면까지 들어 있었다. 그는 귀국할 때 이 책자를 가져와 소속기관에 제출했고, 곧 군 정보기관으로 넘겨져 북한 무기 분석자료로 활용됐다. 이 카탈로그가 이번 천안함 침몰의 주범(主犯)을 밝히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이 우스꽝스러운 ‘첩보만화’는 <조선일보> 기자가 조잡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100% 허구다. 북측이 중남미에 수출용으로 배포하였다는 무기수출 소개책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2010년 6월 11일 김태영 국방장관은 인민군 어뢰 설계도의 출처에 대해 말하면서, “출처 보안 때문에 말하면 안 되지만, 카탈로그(책자) 형태가 아닌 CD에 수록됐다는 게 정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이 국가해양정보센터 콕스 국장으로부터 넘겨받은 CD에는 서로 다른 두 종의 인민군 어뢰 설계도가 들어있었다. 하나는 CHT-02D 설계도이고, 다른 하나는 PT-97W 설계도다. 문제의 CD에 어뢰 설계도 두 종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연합뉴스> 2010년 5월 23일 보도에서 드러났다. 그런데 어뢰 설계에 대한 기본지식이 부족한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을 공격한 인민군 어뢰가 CHT-02D라고 발표하면서 CHT-02D 설계도가 아니라 PT-97W 설계도를 공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남측 정부 고위관계자가 한 말을 인용한 <한국일보> 2010년 6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CHT는 복합자동추적어뢰(Combined Homing Torpedo)라는 영어 명사의 첫 철자들이며, 02라는 숫자는 생산년도인 2002년을 뜻하며, D는 이중목적(dual purpose)의 첫 영어 철자라고 한다. 복합자동추적어뢰란 타격목표물이 내는 소리를 추적하거나 어뢰에서 음파를 쏴서 타격목표물을 추적하는 기능을 모두 갖춘 최첨단 어뢰를 뜻하며, 이중목적이란 물속에 있는 잠수함도 타격하고 해수면에 떠있는 수상함도 타격할 수 있는 이중기능이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합동조사단은 북측에서 그러한 최첨단 어뢰를 대량생산하였을 뿐 아니라 외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는, 미국 해군 정보당국이 넘겨준 군사정보를 공개하여 인민군의 어뢰가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라는 비밀을 알려주었지만, 정작 그 최첨단 어뢰가 천안함을 타격하였다는 증거는 아무 데도 없다.

누가 유령회사를 등장시켰을까?

<오마이뉴스>가 2010년 6월 24일 보도에서 전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의 말에 따르면, 합동조사단은 군사기밀로 분류된 인민군 어뢰 정보에 관련된 자료를 국회의원에게 넘겨줄 수 없고 의원실을 방문해 설명해주겠다고 하면서 관계자를 보냈는데, 그가 최 의원에게 보여준 자료는 달랑 서류 네 장뿐이라고 한다. 서류 네 장 가운데 어뢰 설명서라고 하는 것은 한 장인데, 그 것을 직접 본 최문순 의원의 말은 이러했다. 어뢰 설명서라고 하는 서류 한 장에는 “북한의 ‘합작회사(Associated Corporation)’ 이름이 영문으로 적혀 있고 폭발력 등의 제원, 어뢰절단면, 프로펠러 등의 사진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남측 정부 고위관계자가 한 말을 인용한 <한국일보> 2010년 6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 합작회사의 이름이 Green Pine Association으로 적혀있다고 하였는데, 최문순 의원은 회사 이름은 말하지 않고 Associated Corporation이라고 적혀 있다고 하면서 합작회사라고 하였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청송합작회사(Green Pine Associated Corporation)라고 부를 수 있다. 합동조사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청송합작회사가 북측의 어뢰수출회사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문순 의원의 말 가운데서 주목하는 것은, 합동조사단이 북측 어뢰수출회사라고 지목한 그 회사는 ‘Green Pine Associated Corporation’이라는 영문 이름 이외에 아무것도 알린 것이 없는 유령회사라는 점이다. 그런 영문이름을 가진 회사가 북측 회사인지 아니면 미국 회사인지 아니면 영국 회사인지를 밝혀주는 근거는 아무 데도 없다. 그래서 최문순 의원은 “(Green Pine Associated Corporation의) 주소도 없고, 북한이라고 확증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합동조사단 관계자에게 “이것을 보고 어떻게 북한 것인지 알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질문을 받은 합동조사단 관계자는 “이 회사가 북한의 대외수출사업을 하는 회사임을 증명한다는 영문의 보증서를 내놓”았다고 하는데, 그 영문 보증서에 “북한 상공회의소 명의와 주소와 전화번호가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합동조사단 관계자가 어떤 문서를 읽고 헷갈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북측에 상공회의소가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합동조사단 관계자가 어느 나라 회사인지 알 수 없는 유령회사의 영문 이름 하나만 꺼내놓고, 이 회사가 천안함을 타격한 어뢰를 수출하는 북측 회사라고 설명하였다니, 그처럼 황당무계한 소리가 또 어디에 있을까! 또한 북측에 실존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공회의소라는 곳에서 작성하였다는 영문 보증서 한 장을 꺼내놓고, 이 보증서가 북측 어뢰수출회사의 존재 여부를 증명한다고 설명하였다니, 그 말을 누가 믿을까!

언론에 보도된 위의 내용을 분석하면, 미국 국가해양정보센터가 합동조사단에게 넘겨준 인민군 어뢰에 관한 정보자료에서 조작 흔적이 한두 군데만 드러난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조작 흔적들이 보이지만, 그 가운데서 두 가지만 지적한다.

첫째, 북측에서 말하는 합작회사란 외국 기업이 자본을 투자하고 북측 기업이 운영하는 형태의 기업체를 뜻한다. 합작회사 이외에 합영회사도 있는데, 합영회사란 외국 기업과 북측 기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형태의 기업체를 뜻한다.

그런데 북측이 외국 기업과 합작해서 무기를 해외에 수출한다는 말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소리와 같다. 북측 내각의 지도를 받는 민간 기업들 가운데는 남측 기업과 합작한 남북합작회사도 있고, 중국 기업과 합작한 조중합작회사도 있지만, 북측 국방위원회에 직속된 무기수출회사가 외국 무기수출회사와 합작하는 것은 북측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합동조사단이 지목한 인민군 어뢰는 웬만한 나라 해군에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직주어뢰가 아니라 한국군도 아직 실물을 보지 못한 최첨단 무기인 비접촉 폭발 어뢰인데, 국방위원회가 그런 최첨단 무기를 다른 나라에 수출한다는 말도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을 뿐더러, 그런 최첨단 무기를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외국 회사와 합작하였다는 설명이야말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궤변이다.

둘째, <중앙일보> 2010년 5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합동조사단이 지목한 인민군 어뢰는 한 발에 120만-160만 달러(14억-19억 원)나 하는 값비싼 무기다. 그런 값비싼 무기를 해외에 수출하면서, 어뢰 설계도면까지 넘겨주는 나라가 있을까?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1급 군사기밀에 속하는 신형 무기 설계도를 수출용 CD에 첨부해서 외국에 제공하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미국 국가해양정보센터가 이처럼 인민군 어뢰에 관한 정보자료를 조작한 것이 확실해 보이므로, 사고 현장에서 건져 올린 결정적 증거라고 하면서 합동조사단이 세상에 공개한 어뢰추진기 잔해도 국가해양정보센터가 조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연합뉴스> 2010년 5월 23일 보도를 보면, 어뢰추진기 잔해가 있는 곳을 합동조사단에게 귀띔해준,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해준 사람들은 미국군 조사단이다.

이를테면, 합동조사단이 어뢰추진기 잔해에서 검출된 흡착물질 성분이라고 하면서 발표한 정보자료를 물리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다시 분석하였더니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내용과 맞지 않았다는 사실, 어뢰추진기 표면에 칠해진 도장재(coating material)는 어뢰 폭발로 발생한 고열에 흔적도 없이 모두 타버렸는데, 그 잔해에 누군가 유성펜으로 1번이라고 써놓은 글씨는 이상하게도 타버리지 않고 선명하게 남았다는 사실, 잔해에 1번이라고 쓴 유성펜의 성분색소가 남측 문구기업 ‘모나미’에서 사용한 유성펜 성분색소와 일치한다는 사실, 북측에서는 ‘프로펠라’라고 표기하는 데 합동조사단이 북측 어뢰 설계도라고 공개한 자료에는 남측에서 표기하는 것처럼 ‘프로펠러’라고 표기되었다는 사실 등이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미국군 조사단 토머스 에클스 단장은 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과학적 상상력을 통해 분석하였다”고 말했는데, 위에 언급한 갖가지 의혹들이야말로 미국군 정보당국이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조작 흔적들이 아닐까?

천안함 대치정국에서 미국과 이명박 정권이 패할 수밖에 없는 까닭

<조선일보> 2010년 5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5월 15일 어뢰추진기 잔해가 출현하기 전까지 이명박 대통령은 “걱정이 컸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그 기사에서 “청와대 관계자들도 이를 걱정하자 이 대통령은 ‘한국에는 국운이 있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테니 지켜보자’는 말을 했다”고 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그가 어뢰추진기 잔해가 발견될 것이라는 암시를 누구에게서 받았기에 그렇게 예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이상한 느낌을 안겨준다. 이명박 대통령의 ‘놀라운 예언’대로, 수거 작업 마지막 날인 15일 쌍끌이 어선이 극적으로 어뢰추진기 잔해를 바다 속에서 건져 올렸다. <조선일보> 기사는, 어뢰추진기 잔해가 극적으로 발견되자 “청와대에선 ‘대통령 말대로 국운이 있는 것 같다’는 등의 얘기가 나왔다”고 하였다. 누가 만들어 사고현장에 갖다놓았는지 알 수 없는 의혹투성이 물건이 결정적 증거로 출현한, 그야말로 극적인 장면을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이 국운이 있다며 반색하였다니 실로 경악할 만한 일이다.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킨 어뢰추진기 잔해가 만일 미국 국가해양정보센터 기술진이 만든 가짜 물증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어뢰추진기 잔해의 출현을 두고 국운이 있다면서 반색할 일이 결코 아니다. 가짜 물증이 아닐까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어뢰추진기 잔해는 국운이 안겨준 선물이 아니라 천안함 대치정국에서 청와대를 옥죄는 자승자박의 올가미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아래와 같다.

첫째,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뒤집는 각종 반대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그에 따라 합동조사단에 대한 불신과 조사결과에 대한 조작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합동조사단에 대한 불신과 조사결과에 대한 조작 의혹이 오죽 심하였으면,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조가 공동으로 구성한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가 ‘합조단 답변에 대한 반박’이라는 자료를 발표하면서 “지난 40여 일 간의 활동을 통해 합조단의 분석 오류, 사실 왜곡, 거짓 해명 등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고 전제하고, “합조단은 조사 주체가 아닌 조사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국정조사를 통해 합조단의 조사 과정, 조사 결과 전반에 걸쳐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겠는가! 언론단체들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야당들, 사회단체들, 누리꾼들, 심지어 중고등학생들까지 포함하는 각계각층에서 합동조사단에 대한 불신과 조사결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불신과 의혹이 확산되는 것은 천안함 대치정국에서 미국과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패배를 예고한다.

둘째,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대한 조작 의혹은 남측에서만 생겨난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생겨났다. 중국과 러시아는 민감한 국제관계를 의식해서 비록 조작 의혹을 노골적으로 제기하지는 않지만, 천안함 사고를 인민군 잠수함의 어뢰공격이라고 단정한 미국과 이명박 정권이 유엔 안보리를 통해 대북 압박공세를 가해보려는 기도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이명박 정권의 대북 압박공세 기도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은 천안함 대치정국에서 미국과 이명박 정권이 이미 외교적으로 패배하였음을 말해준다.

셋째, 천안함 사고를 인민군 잠수함의 어뢰공격으로 단정하고 대북 압박공세를 가하려는 미국과 이명박 정권에 맞서 가장 강경한 반격공세를 취하는 쪽은 북측이다. 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한 직후, 남측 수구세력들은 한미연합군이 인민군에게 보복과 응징을 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지만, 나라 안팎에서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조작 의혹을 받게 된 이후부터는 거꾸로 인민군이 한미연합군에게 보복과 응징을 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러한 역전현상은 천안함 대치정국에서 미국과 이명박 정권이 군사적 곤경에 빠졌음을 말해준다.

넷째, 천안함 대치정국이 이처럼 미국과 이명박 정권에게 차츰 불리하게 돌아가자, 미국이 대치정국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 특히 미국군 조사단에게 비밀지령을 내렸던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미국군 수뇌부가 가장 먼저 대치정국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그런 발뺌 현상은, 미국군이 서해에서 한국군과 함께 강행할 것으로 한때 예상되었던 북침공격연습을 실시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에서 두드러졌다. 그 내막은 이렇다.

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한 2010년 5월 20일, 한국군 수뇌부는 전군 작전지휘관 회의를 소집하였다. 언론보도를 보면, 그 회의에서 결정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3단계에 있는 대북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con)을 2단계로 올려달라고 주한미국군사령부에게 요청한다는 것이다. ‘워치콘 2’는 현저한 위협이 다가오는 조짐이 보일 때 발령되는 조치인데, 정찰위성과 정찰기의 대북감시활동이 집중되고 대북 정보분석이 강화된다.

둘째, 서해에서 미국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참가하는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해달라고 미국군 수뇌부에게 요청한다는 것이다. 2010년 5월 24일 김태영 국방장관은 합동기자회견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서해에서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할 예정”인데, “이 훈련에는 양국 최정예 전력이 참가해 북한의 수중공격에 대한 방어전술과 해상사격 능력을 집중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튿날, <연합뉴스>는 한국군 고위관계자가 한 말을 인용하여, 한국군 수뇌부가 대잠수함전 훈련에 7함대 항모강습단을 파견해 줄 것을 미국군 수뇌부에게 요청했다고 보도하였다.

2010년 6월 28일 <연합뉴스>는 한국군 관계자가 한 말을 인용하여 “서해상에서 이 달 하순 실시할 계획이었던 연합훈련이 훈련일정을 정하지 못해 7월로 넘어가게 됐다. 미국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7함대의 전력을 이동시키는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해 훈련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그러나 7함대 전력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태평양에서 출동명령을 대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2010년 6월 5일 미국 <해군보(Navy News)>가 7함대 항모강습단이 2010년 5월 18일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를 떠나 연례 해상배치 훈련에 대비한 능력을 점검하는 훈련을 하는 중이라고 보도하였다는 점에서, <연합뉴스> 보도는 오보 중의 오보다.

미국군 수뇌부가 한국군 수뇌부로부터 요청 받은 대잠수함전 훈련과 7함대 항모강습단 파견을 추진하지 못하는 까닭은, 요청을 받은 뒤 한 달이 지나도록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 현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설왕설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6월 10일 <워싱턴 포스트>는, 7함대 항모강습단을 서해에 출동시키는 문제에 관해 오바마 행정부 안에서 찬성파와 반대파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7함대 항모강습단을 서해에 출동시키는 문제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하는지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지만, 게이츠 국방장관과 멀린 합참의장이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군 수뇌부가 대잠수함전 훈련과 7함대 항모강습단 파견을 반대한다는 사실은 아래와 같은 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2010년 6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서해에서 7함대 항모강습단이 한국 해군과 합동훈련을 실시할 것이라는 남측 언론보도를 부인하였다.

둘째, 2010년 6월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연례 아시아 안보정상회의 샹그릴라 대화(Shangri-La Dialog)에 참석한 게이츠 국방장관의 행동이 좀 이상하였다. 그는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인도, 베트남 순으로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김태영 국방장관을 만났다. 김태영 국방장관과의 회담이 맨 마지막으로 밀린 것은, 한국군 수뇌부가 요청한 대잠수함전 훈련과 7함대 항모강습단 파견에 대해 미국군 수뇌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셋째, <미국군 보도국(American Forces Press Service)>이 2010년 6월 4일에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게이츠 국방장관과 함께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태평양사령관 로벗 윌러드 해군 대장은 천안함 사건에 대응한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부하면서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에게 자행된 행위에 대해 대응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군이 대응을 주도하라는 그의 말은 미국군은 뒤로 빠지겠으니 한국군이 나서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넷째, <연합뉴스> 2010년 6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한 게이츠 국방장관은 “대잠수함 합동훈련 시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된 천안함 사태 처리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주도하면 이를 따르겠다”고 말했고, 김태영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는 한국군 수뇌부가 요청한 대잠수함전 훈련과 7함대 항모강습단 파견을 연기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게이츠 국방장관의 연기론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를 뜻하므로, 미국군 수뇌부의 포기의사를 외교적으로 표현하여 연기하자고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위에서 논한 내용을 종합하면, 미국의 천안함 책략은 실패하였으며, 책략 실패로 상황이 불리해지자 미국군 수뇌부는 대치정국에서 발을 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치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이명박 정권만 홀로 남아있는 형국이다. 패배의 악몽이 청와대에 밀려오고 있다. (2010년 7월 5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