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와 야4당의 앞날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6.2 지방선거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실시된 지방선거가 격전을 벌인 끝에 막을 내렸다. 정치분석가들은 6.2 지방선거를 평가하면서 이구동성으로 한나라당 참패와 민주당 승리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고 민주당이 승리했다는 평가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선거 전반을 총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한 미흡한 평가다. 왜냐하면, 한나라당 참패와 민주당 승리가 전부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약진하고, 국민참여당이 선전하고, 진보신당과 자유선진당이 패배한 것까지 거론해야 총체적인 평가가 되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에는, 2010년 4월 1일에 창당된 국민중심연합과 2010년 4월 8일에 창당된 평화민주당도 참가했지만, 전자는 자유선진당 소수파가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것이고, 후자는 민주당 소수파가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것이므로 선거판세를 좌우하는 요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창조한국당도 마찬가지였다.

6.2 지방선거 평가에서 주목하는 것은, 패자가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진보신당이고, 승자가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이라는 점이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이 승리한 결정적인 요인은, 비록 불완전하였지만 후보단일화 득표전술이 승리 요인이었다는 것이며, 그 밖의 다른 요인들은 부차적이다. 야3당이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후보단일화 득표전술을 전개하여 거대여당의 선거판 독식을 저지한 것은 이 땅의 현대 정치사가 처음으로 경험한 쾌거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이 제 각기 독자후보를 내세워 한나라당과 제각기 따로 맞섰다면, 선거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보나마나 득표력이 분산되는 바람에 한나라당이 압승하였을 것이다. 생각하기 꺼려지는 일이지만, 만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였더라면,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추구하는 야당들, 사회단체들, 유권자 대중의 열패감과 그에 따른 후유증은 총선과 대선이 실시될 2012년까지 해소될 수 없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야3당이 동반 승리함으로써 새로운 정치현실이 펼쳐지게 되었다.

야3당이 낡은 독자후보 득표전술을 포기하고 새로운 후보단일화 득표전술을 전개한 것은, 이명박 정권 심판을 바라는 유권자 대중의 요구에 전적으로 부합한 정치활동이었다. 이명박 정권에 등을 돌린 민심을 읽고, 각계층 대중의 정치적 요구에 따라 후보단일화를 추진하여 한나라당을 제압하였다는 것, 이 것이야말로 야3당이 각각 몇 표 얻었느냐 하는 득표결과에 견줄 바 없이 중요한 것이다.

여러 정당들이 격돌하는 선거에서, 역량분산은 패배의 전주곡이고, 역량결집은 승리의 약속이라는, 참으로 소박한 이 진리는 이번 선거에서도 현실로 입증되었다.

상반된 태도를 취한 진보양당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정당을 손꼽으라면 단연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를 위해 몇몇 선거구에서 눈물을 머금고 자기 후보를 사퇴시켜야 하였고, 그에 따라 정당별 득표율이 내려가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자기 당의 이익(민주노동당의 득표율 제고)보다 야3당의 공동이익(이명박 정권 심판)을 더 중시하였고, 더욱이 이명박 정권에게 등을 돌린 유권자 대중의 야권 단일후보 요구를 충실히 따랐다는 점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이 겪은 후보사퇴나 정당별 득표율 저하 같은 아픔은, 장차 반이명박 연합전선을 구축할 발판을 마련해준 전화위복의 계기로 되었다.

물론 민주노동당이 처음부터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다. 2009년 6월 20일부터 1박2일 동안 부산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에서도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문제에 관심을 돌리지 않았고, 진보양당이 합당하고 진보정치세력을 결집하는 진보대연합에 관심을 돌렸다. 득표전술에 관한 토론이 오가기 시작하던 2009년 11월에 가서도 민주노동당은 진보대연합 문제를 고심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2009년 12월 18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연대의 폭을 넓혀 민주당과도 연대하는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2010년 1월까지만 해도 민주노동당의 주된 관심은 진보대연합에 있었다.

민주노동당이 구상하는 진보대연합이 불가능하게 된 때는 2010년 1월이다. 2010년 1월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문학적 표현까지 써가며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진보양당 통합 제안을 거부하였다. 그는 통합논의를 위해 1월 중에 대표회담을 갖자는 강기갑 대표의 요청에 대해서 “진보정당의 크고 새로운 집을 구상하는 노력은 필요하고 논의도 할 수 있지만 양당 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거부하였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민주노동당이 구상한 진보대연합은 더 진척될 수 없었다.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에 대한 논의가 부상한 계기는, 2010년 2월 10일 5개 야당과 4개 사회단체 대표들이 6.2 지방선거에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로 대응하자고 합의한 5+4 연석회의인데, 이 회의는 각 당의 이해관계를 절충하지 못하고 논쟁만 벌이다가 결국 성과 없이 끝났다. 5+4 연석회의가 성과 없이 막을 내렸으나, 민주노동당은 민주당, 국민참여당과 함께 여러 선거구들에서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를 성공시켰고, 야3당 동반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를 외면하고, 독자후보 득표전술을 고수한 진보신당은 선거에서 패배하였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라는 민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여론의 질타까지 받아야 하였다.

주목하는 것은, 실패가 예정된 독자후보 득표전술을 진보신당이 왜 고수하였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 득표전술을 고수한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였겠지만, 눈길을 끄는 요인은 정세오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진보신당이 정세를 잘못 읽었다는 사실은, 자기들이 구상한 정치과업을 야권 정치연합의 정치과업으로 제시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이를테면, 2010년 1월 14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노동가치 존중, 생태적 가치 실현, 보편적 복지”라는 정치과업을 제시하면서 “비록 서로 차이는 있지만 (진보신당이 제시한) 가치를 위해 뭉쳤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그 세 가지 정치과업을 공통분모로 하여 야권 정치연합을 실현하자는 것이 진보신당의 구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그 구상에 의문이 생기는 까닭은, 두 가지 중요한 정치과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이 언급하지 않은 두 가지 정치과업은 아래와 같다.

첫째, 한반도 평화 실현은 야4당이 논란 없이 합의할 공동의 정치과업일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정치적 요구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중요한 정치과업이다. 그런데 당 대표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른 정치과업은 언급하면서도 그처럼 중요한 정치과업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한반도 평화 실현이라는 정치과업을 실수로 빠뜨린 것이 아니라, 고의로 빼놓았던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한반도 평화 실현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권 심판도 야4당이 논란 없이 합의할 공동의 정치과업일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정치적 요구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중요한 정치과업이다.

이명박 정권과 미국이 천안함 사건을 틈타 북침전쟁을 선동하며 반북대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때,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평화를 실현하는 정치과업이야말로 야4당이 시급히 제기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 전횡을 부리면서 민심을 잃어버린 때,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정치과업이야말로 야4당이 전면에 제기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6.2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온 시기에, 유권자 대중의 정치적 요구를 가장 직접적으로, 가장 절실하게 반영한 정치과업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명박 정권 심판이었다.

유권자 대중이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정치과업을 무엇보다 중시하였다는 사실은, 이번 선거결과가 잘 말해주고 있다. 부유층의 편에 서서 절대다수 근로대중을 억누르고,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여 한반도 생태계를 파괴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생활을 완전히 파탄시킨 성장제일주의에 집착하고, 반북대결로 치달으며 전쟁위험을 고조시키는 이명박 정권을 투표로 심판하려는 유권자 대중의 요구를 빼놓는다면, 6.2 선거에서 야4당이 승리할 근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었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야4당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제압하려면, 이명박 정권 심판을 최우선적인 정치과업으로 삼고 그 과업을 실현하기 위한 득표전술을 내와야 하였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진보신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3당이 각 선거구별로 추진한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는, 이명박 정권에 큰 타격을 준 위력적인 전술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정치과업과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 득표전술은 이번 선거국면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결부되었던 것이다.

상식적인 말이지만, 야4당이 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한다는 말은 득표율을 끌어올려 한나라당 후보를 이긴다는 뜻이다. 따라서 진보신당과 같은 약체정당이 독자후보를 내세우면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런데도 진보신당은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말은 하면서도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없는 독자후보 득표전술을 고수하였다. 정세오판으로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중도4당의 민주대연합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과 다른 좌파적 성격을 지녔지만, 좌파당이 존재하는 중남미나 유럽의 정치지형에 비춰보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좌파당이 아니라 중도좌파당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중도좌파당이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중도우파당이고,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는 우파당이다. 그러므로 이 땅의 정치지형은 중도좌파당-중도우파당-우파당이 각축전을 벌이는 3자 구도 위에 형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전형적인 중도좌파당인데, 사람들은 그 두 당을 중도좌파당이라 부르지 않고 진보정당이라 부른다. 그 까닭은, 이 땅의 정치지형이 좌파당을 용납하지 않는 변태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좌파당이 있건만, 유독 이 땅에서만은 좌파당이 발을 붙이지 못할 만큼 극도로 우경화된 변태적인 정치지형인 것이다. 더욱이 6.25 전쟁 이후 60년 동안 우파당의 장기집권이 계속된 까닭에 이 땅의 대중에게는 중도좌파당이 마치 좌파당처럼 보이기 마련이며, 실제로 좌파당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하기도 하며, 좌파세력이 독자적으로 좌파당을 건설하지 못하고 존재감 없는 소수 좌파단체로 존재하거나 중도좌파당에 들어가 당내 소수정파로 존재한다.

만일 이 땅에도 중남미나 서유럽처럼 좌파당이 존재한다면, 중도좌파당은 좌파당과 연합하여야 마땅하며, 중도좌파당의 좌파적 성격과 좌파당의 좌파적 성격을 공통분모로 하여 좌파정치연합을 실현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땅의 정치지형은 중남미와 서유럽의 정치지형과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8.15 해방 직후에 진작 없어져야 했던, 일제가 만든 ‘치안유지법’의 후신 ‘국가보안법’이 21세기에 와서도 여전히 온존하고, 장기집권해오는 우파당의 악선전으로 국민들 상당수가 아직도 좌파 기피증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 땅에서 존재감 없이 존재하는 소수 좌파세력들은 대중들로부터 오해를 받을까봐 좌파라는 말조차 떳떳이 쓰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편, 정치지형으로 보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중도우파당인데, 사람들은 그 두 당을 중도우파당이라 부르지 않고 보수야당이라 부른다. 보수야당이라는 개념도 진보정당이라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좌파당이 존재하지 않는 이 땅의 변태적인 정치지형을 반영한 것이다.

중도좌파당과 중도우파당을 중도정당으로 통칭하면, 이 땅에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당, 국민참여당을 포함하는 중도4당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권을 장기독점해오는 우파당과 맞서려면 중도4당이 불가피하게 연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중도좌파당의 중도적 성격과 중도우파당의 중도적 성격을 공통분모로 하여 중도4당이 정치연합을 실현하는 것이다. 중도4당 정치연합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로 표현하면, 민주대연합(grand democratic coalition)이다. 이 땅의 변태적인 정치지형이 바뀌어 좌파당이 등장할 때까지, 중도4당 민주대연합은 불가피한 정치과업이다.

그런데 중도4당 민주대연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 정치연합이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런 비판은, 아래와 같은 점을 생각하면 근거를 잃게 된다.

정치노선이 다른 몇몇 정당들이 공동목표를 합의하고 정치연합을 실현하는 것은 각자 정체성을 내버리는 것이 전혀 아니다. 만일 중도좌파당과 중도우파당이 통합하여 더욱 커진 중도우파당을 창당한다면,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하여야 하지만, 당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정치연합을 실현하는데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물론 중도4당 민주대연합의 공동목표는 중도우파당이 합의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으므로, 정치연합의 성격이 중도 수준에 머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중도4당 정치연합을 진보정치연합이라 하지 않고 중도정치연합이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진보정치연합으로 되지 못하고 한 단계 낮은 중도정치연합으로 된다고 해서, 중도좌파당이 자기의 좌파적 정체성을 버리고 중도정치연합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중도좌파당은 자기의 좌파적 정책을 독자적으로 추구하는 한편, 중도4당 민주대연합에서는 중도적 공동목표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도4당이 민주대연합을 통하여 중도적 공동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가리켜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오류다.

중도4당의 공동집권전략

주목하는 것은, 중도4당이 민주대연합을 실현할 때, 어떠한 공동목표를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중도4당이 합의하는 공동목표는, 민주대연합에 참가하는 중도4당이 자의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중도4당 민주대연합의 공동목표는 국민의 정치적 요구에 의해서, 흔히 하는 말로 민심에 의거하여 정해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6.2 지방선거에서 명백하게 드러난 것처럼, 대다수 국민은 이명박 정권에 등을 돌렸으므로, 중도4당 민주대연합의 공동목표는 이명박 정권 심판으로 정해져야 한다. 따라서 중도4당 민주대연합이 반이명박 연합전선으로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런데 중도4당 민주대연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 정치연합이 중도우파당인 민주당의 집권을 도와주는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민주당은 큰 당이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작은 당이므로 큰 당과 작은 당이 연합하면 이익은 큰 당이 챙기고 작은 당은 들러리 노릇을 하게 된다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중도4당이 민주대연합을 실현하여 이명박 정권에 맞서 싸우던 중 어떤 결정적인 집권기회가 왔을 때, 중도우파당이 연합전선에서 급거이탈하여 정권을 독점하는 경우 결국 다른 당들은 들러리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가능성을 걱정하면서 반이명박 연합전선을 반대하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그 까닭을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이 참가하지 않은 채 추진된 중도3당의 후보단일화는, 득표전술이라고 하지만 모든 선거구에서 실현되지 못한 불완전한 득표전술이었고, 선거가 끝나면 자동폐기되는 전술에 지나지 않았다. 그와 다르게, 반이명박 연합전선은 전략을 요구하는데, 그 전략은 중도4당 민주대연합이 추진하는 공동집권전략이다. 연합전선은 공동투쟁전술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공동집권전략이므로, 중도4당 민주대연합은 공동집권전략을 합의해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중도4당은 반이명박 연합전선을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는 득표전술거점으로 구축할 것이 아니라, 공동정부를 세우는 집권전략거점으로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중도4당이 공동집권전략을 합의하고 공동정부를 세우는 것은, 연합전선 구축이 득표전술이 아니라 집권전략이라는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민중의 소리>와 <연합뉴스>가 2010년 6월 6일에 각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를 추진하여 승리한 몇몇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들이 지방공동정부를 구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광역단체 가운데서는 인천, 강원, 경남, 충남 등 4곳에서, 기초단체 가운데서는 서울 강서, 경기, 성남 등 28곳에서 지방공동정부 구성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반이명박 연합전선을 아직 구축하지 못하고 선거국면에서 불완전한 후보단일화 득표전술만 추진하였는데도, 지방공동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이 땅의 정치사를 진전시키는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에 참가한 야3당의 동반 승리와 그에 기초한 지방공동정부 구성이 말해주는 것은, 중도4당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반이명박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공동집권전략을 합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도4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하여 선거연합(후보단일화)을 통한 야권공조 또는 야권연대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반이명박 연합전선 구축과 공동집권전략 합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전선구축과 연정수립을 큰 틀에서 보아야 하는 까닭

공동정부를 흔히 연합정부(coalition government) 또는 연립정부라 부르는데, 중도4당이 세울 공동정부가 중도연합정부가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중도4당이 반이명박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공동집권전략을 추진하여 중도연합정부를 세우는 것은, 중도좌파정부를 세우는 것과 다르다. 정부의 성격에 대해 말하면, 중도연합정부 수립은 우파정부를 중도좌우연합정부로 교체하는 것이다. 중도좌파당의 시각에서 보면, 우파정부를 중도좌파정부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 땅의 변태적인 정치현실은 진보적 정권교체를 향한 단번도약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진보적 정권교체는 중도연합정부라는 중간단계를 거친 뒤에 실현될 수 있다.

중도연합정부 수립이라는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중도좌파정부를 단번도약으로 세울 수 없거니와, 설령 기적적으로 어떤 정치적 이변이 일어나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중도좌파정부를 세웠다 해도, 그 정부는 출범 이후 1-2년 안에 엄청난 외압으로 무너질 것이다. 그렇게 보는 까닭을 설명하면 이렇다.

중도연합정부 수립문제를 남측 정치지형 안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단견이다. 그 문제는 한반도 정치정세로 폭을 넓혀 파악해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한미관계가 중도연합정부 수립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당세가 약한 중도좌파당이 어떤 정치적 이변이 일어난 덕택으로 중도좌파정부를 세우는 경우, 이 땅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미국은 우파당들과 우파단체들, 우파군부와 우파언론들 그리고 일본의 우파정부 등을 부추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생 중도좌파정부를 무너뜨리려고 할 것이다. 중도좌파정부가 실현해야 할 중요산업 국유화 강령이나 주한미국군 철군 강령은, 그 정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정면충돌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오키나와에 있는 후텐마 해병대 기지를 오키나와현 밖으로 옮기는 문제를 놓고 자기들과 의견이 갈린 하토야마 정부에 압력을 가해 결국 출범한지 여덟 달만에 퇴진시키는 판인데, 남측에 등장한 중도좌파정부가 중요산업 국유화와 주한미국군 철군을 추진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겠는가. 취약한 지지기반 위에 세워진 중도좌파정부가 중요산업 국유화과 주한미국군 철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와 정면으로 충돌하면, 어느 쪽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예견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 까닭에, 중도좌파당은 중도연합정부를 세우는 중간단계를 거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공고하게 만들어놓아야, 나중에 중도좌파정부를 세워 주한미국군 철군을 추진할 수 있고, 주한미국군을 철군시켜 미국의 대남 지배력을 제거해야 중요산업을 국유화할 수 있다. 중도연합정부를 불가피한 중간단계로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중도연합정부가 중도좌파정부로 발전하는 매우 복잡한 경로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논하지 않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는 중도좌파당에게 제기된 최대 과업은 중도우파당과 함께 반이명박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중도연합정부를 지향한 공동집권전략을 합의하는 것이다. 이 땅의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중도연합정부 수립이라는 대사변을 이룩하려면, 중도4당은 지금부터 다른 나라의 연합정부 경험을 연구할 필요가 있고, 우리 실정에 기초하여 반이명박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우리 식 공동집권전략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여론수렴과정과 논의과정이 길고 복잡할 뿐 아니라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온갖 어려움이 생길 것을 예상하면, 2012년 4월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경험을 다시 읽으면, 8.15 해방 직후 북위 38도선 이남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과업으로 제기된 것은, 좌파3당 통합문제였다.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북위 38도선 이남지역에서 70% 이상의 대중은 중요산업 국유화와 민주적 토지개혁, 외국군 철군과 친일파 민족반역자 청산을 적극 지지하였으며,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도 매우 높았다. 이 것은 좌파3당을 단일정당으로 통합하는 유리한 정세가 조성되었음을 말해준다. 좌파3당이 그런 정세의 요구에 따라 통합되고, 통합된 좌파당이 중도우파당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미군정과 친미극우세력에 맞서 강력한 역량을 결집하는 최고 정치과업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좌파3당의 통합노력은 실패하였다. 미군정의 비밀공작과 물리적 폭압, 좌파당을 좌절시킨 좌경모험주의와 종파주의, 친미노선으로 재기한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의 강력한 도전과 공격 등이 통합노력을 좌절시킨 요인들이었다. 좌파3당 통합노력이 실패한 것은 좌파3당의 불행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미군정과 친미극우세력이 폭력적으로 강제하는 분단고착과 전쟁위험을 막지 못한 전민족적 불행으로 확대되고 말았다. 60년이 지난 오늘도 이 민족은 그 불행을 아직 떨쳐버리지 못하였다.

이 땅의 중도4당은 역량분산을 택하느냐 아니면 정치연합을 택하느냐 하는 중대 기로에서 2012년을 맞게 될 것이다. 자기 당 중심의 이해관계를 앞세우기보다 사회역사발전의 큰 틀에서 바라보면 가야 할 길이 훤히 보이는 그 중대 기로에서, 중도4당은 좌파3당의 전철을 절대로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0년 6월 7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