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감축과 '작전계획 8010-08'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미국 국방부는 왜 핵탄두 보유량을 공개했을까?

2010년 5월 3일 미국 국방부가 사상 처음으로 자국의 핵탄두 보유량을 공개하였다. ‘미국 핵무기 비축에서 투명성 제고(Increasing Transparency in the U.S. Nuclear Weapons Stockpile)’라는 제목으로 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9월 30일 현재 미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5,113기다. 그 자료에서 미국 국방부는 작전배치한 핵탄두와 예비배치한 핵탄두가 각각 몇 기 되는지 또한 전략핵탄두와 전술핵탄두가 각각 몇 기 되는지를 구분해놓지 않았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인 로벗 노리스(Robert S. Norris)와 핸스 크리스텐슨(Hans M. Kristensen)이 2009년에 발표한 자료는, 2009년 1월 현재 미국이 핵탄두 약 2,700기를 작전배치한 것으로 추산하였다. 그 추산에 따르면, 미국이 예비배치한 핵탄두는 약 2,400기다. 또한 그들은 미국이 전략핵탄두 약 2,200기와 전술핵탄두 약 500기를 작전배치하였다고 추산하였다. 따라서 미국이 작전배치한 전략핵탄두와 전술핵탄두의 구성비는 80% 대 20% 정도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해마다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자료는 미국이 1994년부터 2009년까지 핵탄두 8,748기를 해체하였다고 밝혔으며, 1991년 9월 30일부터 2009년 9월 30일까지 전술핵탄두를 약 90%나 해체하였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가 그 자료를 공개한 목적은, 냉전체제가 해체된 직후부터 미국이 핵탄두 보유량을 계속 줄여왔음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데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핵탄두 감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Barack H. Obama) 미국 대통령은 2010년 4월 8일 체코공화국 수도 프라하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새로운 전략무기감축 협정(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을 체결하였다. 그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핵탄두를 1,550기 이상 갖지 못하게 된다. 미국의 현존 핵탄두 5,113기는 장차 1,550기로 줄어들 것이다.

주목해야 할 문제는 핵탄두 수량 감축 자체가 아니라 그 감축에 감춰진 의도다. 미국은 왜 핵탄두 보유량을 줄이는 것일까? 압도적인 핵전력으로 세계적 범위에서 군사패권을 틀어쥔 미국이 냉전체제 해체 이후에 생각을 바꿔 핵확산금지조약 제6조에 명시된 핵군축 의무를 이행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2010년 2월 18일 미국 국방대학교(National Defense University)에서 행한 조 바이든(Joseph R. Biden) 부통령의 연설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연설에 이런 대목이 있다. “오랫 동안 우리는 핵무기에 의존하여 잠재적 적들을 억제해왔다. 기술력이 발달한 오늘 우리는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핵방도(non-nuclear ways)를 개발하는 중이다. (줄임)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적응적인 미사일방어망, 전 세계에 도달하는 재래식 탄두, 그리고 그 밖의 작전능력은, 다른 핵강국들을 우리와 함께 핵감축에 동참시키면서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시킬 것이다. 현대적인 작전능력을 가진 우리는 강도 높은 핵감축을 추진하면서도 더 할 나위 없이 강한 힘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이 연설대목을 뜯어보면, 미국의 핵탄두 감축이 진정한 의미의 핵군축 의무이행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난다. 세 가지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존 핵탄두 일부를 비핵첨단무기로 대체하여 군사력을 더욱 증강하려는 것이 핵탄두 수량 감축에 감춰진 미국의 속셈이다. 미국이 핵탄두를 감축하면 막대한 분량의 핵탄두를 보존, 유지하기 위해 쏟아부는 군사비를 비핵첨단무기를 개발하는 데 돌릴 수 있으므로, 핵탄두를 감축할수록 군사력이 더 증강된다. 미국의 세계전쟁계획에 들어있는 타격목표들 가운데 10-30% 정도는 비핵탄두로 파괴할 수 있다고 한다.

둘째, 지금 미국 국가핵안보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은 신뢰성 있는 대체탄두사업(Reliable Replacement Warhead Program)을 추진하는 중이다. 이 사업은 새로운 핵탄두를 제조하지 않는 대신, 기존 핵탄두의 사용연한을 연장하는 핵탄두 개량사업이다. 2009년에 연방의회는 핵탄두 사용연한을 연장하는 핵전력 강화사업에 130억 달러나 되는 막대한 예산을 배정하였다. 미국의 핵무기 관련 예산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1980년대 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셋째, 미국 정부 고위관리와 외교소식통들이 한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0년 5월 9일부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적에 대한 선제핵타격을 위해서가 아니라 적의 핵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새로운 핵정책을 채택하는 문제를 2010년도 핵태세검토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Report)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논의하였으나 북측에 대한 선제핵타격 계획을 포기할 수 없어 그러한 핵정책을 채택하지 못하고 보류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이 핵탄두 보유량 감축과는 무관하게, 핵우산 제공이라는 명분으로 북측을 핵무기로 선제타격하려는 계획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20억 달러를 들여 개발 중인 비핵첨단무기

핵전력체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미국의 군사패권전략이 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2010년 4월 6일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2010년도 핵태세검토 보고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 나온 핵태세검토 보고서는 1994년과 2001년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된 것인데, 미국의 핵정책과 핵태세가 추구하는 다섯 가지 목표를, 보고서에 나온 표현 대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핵확산과 핵테러를 예방한다.

둘째,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한다.

셋째, 낮은 수준의 핵전력으로 전략적 억제력과 안정성을 유지한다.

넷째, 각 지역에서 억제력을 강화하고, 동맹국들과 우호국들에 대한 안보를 재확인한다.

다섯째, 안전하고 효과적인 핵무기를 보유한다.

위의 내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이 낮은 수준의 핵전력만 가지고서도 세계군사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힌 대목이다. 낮은 수준의 핵전력을 가지고 어떻게 세계군사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워싱턴 포스트>가 2010년 4월 8일에 보도한, ‘미국, 억지력으로 사용할 비핵무기를 본다(U.S. looks to nonnuclear weapons to use as deterrent)’는 제목으로 된 기사가 잘 설명해주었다. 그 기사에 따르면, “백악관은 핵무기를 감축하는 중이고, 국방부는 감축공백을 메울 무기, 즉 한 시간 안에 전 세계 어느 곳이나 타격할 수 있는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개발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한 시간 안에 전 세계 어느 곳이나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비핵첨단무기가 기존 핵무기의 역할을 상당부분 대신해 줄 것으로 보는 미국의 군사전략적 판단이다. 한 시간 안에 전 세계 어느 곳이나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비핵첨단무기는, 그 기사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즉속 지구적 타격 무기(Prompt Global Strike weapon)다. 기존 핵무기의 역할을 상당부분 대체할 새로운 전략무기로 출현한 이 첨단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군부가 연방의회에 요청한 올해 예산은 2억4,000만 달러다. 지난해보다 45%가 증가된 예산이다. 그 기사에 따르면, 즉속 지구적 타격 무기는 2010년 5월에 시험발사를 실시할 것이고, 이르면 2015년에 작전배치될 것인데, 개발사업에 20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견된다고 한다.

미국군이 2010년 5월에 시험발사를 실시할 비핵첨단무기는 공동항공비행체(Common Aero Vehicle)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극초음속 활공체(hypersonic glide vehicle)다. 극초음속이란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말한다. 우주공간으로 올라간 극초음속 활공체는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활공(滑空)하면서 타격목표를 향해 날아가다가 타격목표 가까운 상공에 이르러 활공체에서 탄두가 분리되어 목표물에 내려꽂히는 것이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5,400kg이 나가는 대형 비핵탄두를 장착하고 2시간 안에 14,400km를 날아가 타격목표를 파괴하는데, 탄두를 분리한 활공체는 우주선처럼 지구로 귀환하여 다시 비행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하면, 미국의 핵탄두 보유량 감축은 세상을 속이는 기만행위로 보인다. 미국은 기만적인 핵탄두 보유량 감축을 추진함으로써 자국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지향하는 핵군축 의무를 이행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다른 나라의 핵확산을 저지할 명분까지 얻을 수 있게 되니,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핵확산 위험을 예방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기만적인 핵탄두 보유량 감축은 세계의 비핵화와는 애당초 무관한 것이며, 핵전력체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기존 군사패권전략 일부를 바꾸어 비핵전력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새로운 군사패권전략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지구적 타격과 통합을 위한 합동기능 구성사령부의 창설

무기와 작전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상관관계로 연결된다. 군대는 자기의 작전계획에 부합하는 작전수단을 개발하는데, 그 수단이 무기다. 그러므로 새로운 작전수단을 개발한다는 말은, 새로운 작전계획을 이미 세워놓았다는 뜻이다. 지금 미국군이 비핵첨단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위에서 논했는데, 그러한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미국군이 이미 새로운 작전계획을 세워놓았다는 점이다.

미국군의 새로운 작전계획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해답을 찾으려면, 미국군 작전계획의 변천과정을 일괄적으로 훑어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 알려진대로, 6.25전쟁의 포성이 멈춘 1953년 이후 미국군은 단일통합작전계획(Single Integrated Operational Plan, SIOP)이라는 이름의 작전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냉전시기에 수립된 단일통합작전계획은 냉전체제가 사라진 1990년대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고 전략전쟁계획체계(Strategic War Planning System)로 계승되었다.

미국군이 작전계획 전면개편에 손을 댄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군 작전계획은 2003년에 두 가지 변화를 겪었다.

첫째, 미국군 지휘부는 2003년에 단일통합작전계획이라는 이름을 작전계획 8044(OPLAN 8044)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왜 작전계획 명칭을 변경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새로운 작전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기존 명칭을 네 자리 숫자가 들어간 명칭으로 통일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2004년 3월 25일 제임스 엘리스(James O. Ellis) 초대 전략사령관이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전략군 소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월 10일 조지 부쉬(George W. Bush) 당시 대통령은 전략사령부의 새로운 임무를 지시하였다고 한다. 대통령이 지시한 새로운 임무란 통합지휘계획(Unified Command Plan)을 세우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구적 타격(Global Strike), 지구적 미사일방어(Global Missile Defense), 지구적으로 통합된 정보작전(Global Integrated Information Operation), 그리고 지구적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Global C4IRS)을 단일체계로 묶는 통합지휘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통합지휘계획을 세우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략사령부가 작성한 것이 개념계획(CONPLAN) 8022다. 개념계획 8022는, 적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타격하기 전에 재빨리 재래식 무기 또는 핵무기로 적을 선제타격하는 전쟁계획이다. 2004년 6월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 당시 국방장관과 리처드 마이어스(Richard B. Myers) 당시 합참의장은 개념계획 8022의 효력을 발생시킬 것을 지시하는 경계령(Alert Order)을 전략사령부에 하달하였다.

그런데 2004년 가을에 전략사령부는 개념계획 8022를 갑자기 철회하였다. 군사전문가 핸스 크리스텐슨은 자신의 글 ‘전략사령부, 논쟁적인 선제타격계획을 취소하다(STRATCOM Cancels Controversial Preemption Strike Plan)’에서 자신이 2007년 7월에 전략사령부 관계자로부터 개념계획 8022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there is no such plan anymore)”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크리스텐슨은 전략사령부가 2004년 가을에 개념계획 8022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작전계획 8044에 포함시켜놓았기 때문에 개념계획 8022가 마치 철회된 듯한 인상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그 이후, 미국군이 작전계획 8044를 수정, 보충하여 만들어낸 완성판이 작전계획 8010이다. “전략적 억지와 지구적 타격(Strategic Deterrence and Global Strike)”을 실행하기 위한 이 전쟁계획은 2008년 2월 1일부터 효력을 발생하였다. 따라서 미국군이 세워놓은 현존 전쟁계획은 작전계획 8010-08이다.

이전의 작전계획 8044에 비해 새로운 작전계획 8010이 가지는 특징은, “급변사태에 대처할 때, 적을 단념시키고 억지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적을 패퇴시키고 동맹국들에게 안전을 보장해주기 위한 더욱 유연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작전계획 8010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급변사태에 대처하는 유연한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표현이다. 그들이 말하는 유연한 선택권(flexible option)이란 핵무기 사용에 얽매이지 않고 비핵첨단무기를 자유자재로, 신속하게 사용한다는 뜻이다.

비핵첨단무기를 자유자재로, 신속하게 사용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 즉속 지구적 타격(Prompt Global Strike)이라는 작전개념이다. 즉속 지구적 타격이란, 명령을 받는 즉시 신속하게 타격하는 것이고, 먼 거리에 있는 목표를 타격하는 것이고, 정밀하게 타격하는 것이다. 미국 공군 우주사령부가 즉속 지구적 타격을 위한 임무 필요 설명서(Mission Need Statement)를 작성한 때는 2003년 5월인데, 그 작전개념에서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즉속 지구적 타격이란, 세계 어느 지역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나는 경우, 미국 대통령이 공격명령을 내리면 1시간 안에 신속하게 지구 위 어느 곳에 있는 목표물이라도 재래식 무기로 정밀타격을 가한다는 뜻이다.

둘째, 즉속 지구적 타격이란, 전략사령부의 지구적 타격능력과 세계 각지에 전진배치된 야전사령부의 지역작전능력을 통합한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전략사령부의 지구적 타격능력과 서울 용산에 있는 주한미국군의 지역작전능력을 통합하여 대북침공능력을 결정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전략사령부 주도로 창설된, 지구적 타격과 통합을 위한 합동기능 구성사령부(Joint Functional Component Command for Global Strike and Integration)라는 매우 긴 이름을 가진 새로운 사령부가 즉속 지구적 타격이라는 새로운 군사작전을 지휘하게 된다.

2010년 4월 11일 로벗 게이츠(Robert M. Gates) 국방장관은 미국 NBC 텔레비전 프로그램 ‘언론을 만나다(Meet the Press)’에 출연하여 “우리는 이전에 갖지 못했던 장거리미사일에 재래식 탄두를 장착하는 즉속 지구적 타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그가 미국군의 작전능력을 조금 과장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군은 즉속 지구적 타격능력을 아직 완성하지 못하였다. 2010년 4월 8일 미국 국무부 산하 검증, 준수, 이행국(Bureau of Verification, Compliance, and Implementatio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현재 진행 중인 즉속 지구적 타격에 관한 연구를 2010년 여름에 끝마칠 것이고, 그에 관한 예산을 2012 회계연도에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퇴역시키고 있을까?

전쟁에서 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적이 공격해오기 전에 먼저 적의 전략거점을 파괴하는 선제타격이다. 실제로, 미국군은 1990년 8월 2일과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침략전쟁을 도발할 때, 강한 선제타격으로 이라크 전략거점들을 먼저 파괴한 뒤에 이라크 영토 안으로 진공작전을 전개하여 바그다드를 점령하였다.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미국군이 선제타격에 동원한 무기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BGM-109 Tomahawk Cruise Missile)이다. 이 순항미사일에는 재래식 탄두도 장착할 수 있고 전술핵탄두(W80)도 장착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군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퇴역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제임스 밀러(James N. Miller)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 부차관은 2010년 4월 7일 워싱턴 디씨에 있는 전국기자협회에서 2010년도 핵태세검토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면서 “핵태세검토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동북아시아의 효율적인 확장억지력에 필요하지 않는 체계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하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2-3년 안에 퇴역시키겠다고 밝혔다. 선제타격에 동원하는 위력적인 무기를 퇴역시키겠다니,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것일까?

그가 말한 동북아시아의 확장억지력이란 동북아시아에 있는 적에 대한 공격력이라는 뜻인데,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군의 주적은 인민군이다. 미국군은 중국인민해방군이나 러시아극동군을 경계대상으로 보지만, 인민군은 교전대상으로 본다. 따라서 미국군의 즉속 지구적 타격이 노리는 일차적 대상이 인민군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군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인민군을 선제타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그 미사일을 퇴역시키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군은 왜 토마호크 미사일로 인민군을 선제타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유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비행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이 순항미사일의 속도는 시속 880km이며, 발사 후 타격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약 2시간 동안 로켓분사식 비행을 한다. 그런데 인민군이 전 세계에서 가장 조밀하게 배치해둔 각종 고성능 방공무기들은 미국군이 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시속 880km로 2시간을 날아오는 동안 공중요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 초음속 전투기를 요격하는 인민군 방공무기들이 저음속 순항미사일을 왜 요격하지 못하겠는가. 그러므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인민군의 강력한 방공망을 뚫지 못하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군이 인민군 전략거점을 향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인민군도 미국군 전략거점을 향해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간파한 미국군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들의 목표는 최장 사거리 1,120km를 마하 3.5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며, 5-10m 두께의 콘크리이트를 파괴하는 관통력을 지니고, 발사준비 시간을 6분 이내로 줄인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군은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를 연장하는 기술적 난제를 풀지 못했다.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타격목표에 도달하는 시간을 15분 이내로 줄일 수 있지만, 그 대신 사거리가 800-960km로 짧아진다. 최신형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최장 사거리는 1,600km인데, 그처럼 긴 사거리를 날아가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힘들다.

둘째 이유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무장한 항모강습단을 동해에 배치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항모강습단이 북침공격명령을 받고 동해에 진입하려면 나흘이나 걸린다. 북침공격을 위해 동해로 진입하는 항모강습단의 기동을 파악한 인민군은 미국 본토의 전략거점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거나 일본과 괌에 전진배치한 미국군기지를 향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군이 인민군을 선제타격하기 전에 되레 인민군의 선제타격으로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군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중거리탄도미사일로 무장한 인민군을 상대로 전쟁을 도발하는 경우, 선제타격 임무를 항모강습단에게 맡길 수 없다.

인민군이 자기들을 선제타격하기 전에 먼저 정밀유도무기로 선제타격하여 인민군의 전략거점을 파괴한 뒤, 48시간 안에 장거리 폭격기를 동원하고, 96시간 안에 항모강습단을 동원한다는 것, 이것이 미국군 지휘부가 생각해낸 새로운 북침전쟁계획이다.

미국군은 이러한 새로운 전쟁계획에 따라 핵추진 잠수함에 탑재할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군이 개발 중인 초음속 순항미사일이 완성되면, 동북아시아에서 전쟁위험이 고조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미국 해군은 핵추진 잠수함 경계순찰의 60%를 태평양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대서양에 작전배치하였던 잠수함 6척을 2010년까지 태평양으로 보내 작전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 해군은 핵추진 잠수함 5척을 괌에 배치하였는데, 그 핵추진 잠수함들은 동중국해와 동해에서 작전을 벌이고, 서해에도 드나들고 있다. 이를테면, 2002년 10월 2일 밤 서해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 헬레나호(USS Helena)가 수면으로 떠오르다가 어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또한 한국군 소식통이 한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09년 7월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2009년 6월 미국 핵잠수함이 발해만 부근에서 정찰작전을 전개하였다고 한다.

미국의 기만적인 핵탄두 보유량 감축, 새로운 작전계획 완성, 비핵첨단무기 개발은 북측에 대한 선제핵공격 계획과 더불어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할 새로운 위험요인이다. (2010년 5월 10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