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부가 발표한 군사전략 보고서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군사변환’ 완료하고 위험에 빠진 미국군

2010년 2월 1일 미국 국방부가 ‘2010 4개년 국방검토 보고서(2010 Quadrennial Defense Review Report)’를 발표하였다. 미국 군부는 4년마다 한 차례씩 세계 군사정세를 분석하고 군사전략목표를 재조정한 보고서를 내놓는다. 이 보고서는 미국 국방부가 발표하였지만, 국방부가 단독 작성한 것은 아니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들이 주도한 각 정부부처 관계자 연석회의가 거의 1년 동안 진행해온 방대한 토의내용 가운데서 군사전략에 관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 보고서에 있는 한반도 군사정세를 서술한 부분을 논할 필요가 있다. 그 보고서에서 한반도 군사정세를 서술한 부분은 몇 군데밖에 없지만, 그 내용을 정밀분석하면 미국 군부의 속셈을 알 수 있다.

그 보고서에 나온 한반도 군사정세 서술부분을 논하기 전에 먼저 미국의 군사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미국 군부는 군사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을 추진하여 미국군을 고속군사작전에 투입하는 신속기동군으로 개편하였다. 그 개편작업에 따라 미국군 무기체계도 고속군사작전에 맞춰 무게와 크기를 줄이는 대신 신속기동력, 장거리 수송력, 정밀타격력을 높였다. 이를테면, 정밀타격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전폭기들은 멀리 떨어진 해외전투지역까지 중간기착 없이 날아가서 공습하고 발진기지로 돌아가는 작전능력을 갖게 되었다. 또한 정밀타격 순항미사일을 실은 함대는 멀리 떨어진 해외전투지역까지 신속히 항해하여 순항미사일과 함재기로 공격하는 작전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지상작전에 요구되는 전투병력, 군사장비, 병참물자를 멀리 떨어진 해외전투지역까지 신속히 실어 나르는 장거리 수송력을 강화하였다.

미국군의 고속군사작전은 공군과 해군의 엄청난 화력으로 적진을 선제타격한 뒤에 지상군을 증원전력으로 투입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예컨대, 일본 요코스카항에서 발진한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동해에 긴급출동하고, 괌(Guam)에 전진 배치해 놓은 전략폭격기들이 한반도 상공까지 왕복비행하고, 증원전력을 태운 민간 항공기를 대구공항(K-2)에 집결시키는 것은 고속군사작전에 의거한 북침전쟁연습인 것이다.

신속기동군이 고속군사작전에 투입될 때, 전투배낭만 짊어지고 전선에 가는 것이 아니라, 군사장비와 병참물자도 전투병력과 함께 신속히 보내야 한다. 말하자면, 전투병력은 공군기지로, 군사장비는 상륙항구로, 병참물자는 병참기지로 신속히 수송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군은 적진으로 진격하기 수월하고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해외안전지대에 공군기지, 상륙항구, 병참기지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군은 이라크 전쟁에서 그렇게 작전하였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이라크 전쟁과 달리, 신속기동군이 공군기지, 상륙항구, 병참기지를 장악할 수 없다는 데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그 까닭은 이렇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인민군이 작전 배치한 각종 지대지 미사일은 신속기동군이 한반도 남부지역에 이르기 전에 공군기지, 상륙항구, 병참기지 같은 군사전략거점을 초토화하거나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의 군사전략거점 초토화 전술이란, 개전과 동시에 최전방 갱도진지 수 천 개에서 엄청나게 많은 방사포, 자행포, 대구경 장사정포를 총동원하여 한강 이북 곳곳에 있는 군사전략거점을 기습 타격하는 것이고, 포탄보다 사거리가 긴 단거리 미사일을 한강이남 곳곳에 있는 군사전략거점으로 집중 발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 군부가 케이엔(KN) 계열의 미사일로 분류하고 ‘독사(Toksa)’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인민군의 단거리 미사일은 500kg짜리 대형탄두를 최장 160km까지 날려 보낼 수 있다. 인민군 지하병기창에 미사일 재고량이 얼마나 많은 지 알 수 없으나, 인민군은 2003년부터 그 미사일을 약 30발이나 쏘는 각종 발사훈련을 실시해왔다. 인민군은 갱도진지에서 튀어나온 지상발사차량(TEL)에서 ‘독사’를 쏘고, 한반도 전투환경에 맞게 개조한 경전폭기(light bomber)에서도 쏘고,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고속정(stealth HSPV)에서도 쏘고, 수중음파탐지기(SONAR)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잠수함에서도 수중발사하는 입체전 수행능력을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지상, 공중, 함상, 수중에서 ‘독사’를 쏘는 4차원 공격력을 과시한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인민군의 ‘독사’가 겨냥한 일차적 타격목표는 한반도 전쟁을 지휘하는 미국군의 ‘머리’다. 서울에서 남쪽으로 17km 떨어진 성남에 그 ‘머리’가 있다. 화강암 산을 파서 만든 지휘소 탱고(Command Post TANGO)가 그것이다. 탱고란 전술공중해상지상작전센터(Tactical Air Naval Ground Operations Center)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미국 군부는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한 이 거대한 지하지휘소를 6.25전쟁 직후에 완공했는데, 그 안에는 수도시설, 발전시설, 공기정화시설, 야전병원, 연료창고, 부식창고, 통신시설, 정보시설, 취침시설, 한꺼번에 2,000명이 들어가는 식당 등이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인민군은 아무리 강력한 고폭탄두를 집중발사해도 요새화된 그 지휘소를 파괴할 수 없으므로, 특유한 공격을 가할 것이다. 특수탄두를 장착한 ‘독사’를 그 지휘소 일대 상공으로 집중 발사하는 것이다. 통신위성, 항법위성, 정찰위성이 지상으로 송신하는 전파를 차단하는 수많은 전파차단 화학탄두가 지휘소 상공에서 터지는 순간, 그 지휘소에 설치된 전술지휘자동화체계(C4ISR)는 ‘먹통’이 될 것이다. 전술지휘자동화체계란 지휘(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컴퓨터(computer), 정보(intelligence), 감시(surveillance), 정찰(reconnaissance)을 항법위성, 통신위성, 정찰위성에 전자통신망으로 연결한 첨단지휘체계다. ‘탱고’가 멈춰서면, 미국군의 패전은 시간문제다.

한미연합군이 ‘먹통 탱고’로부터 작전명령을 받지 못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에 인민군은 첨단고폭기술과 자탄기술을 종합한 500kg짜리 폭발파쇄탄두(blast-fragmentation warhead)를 장착한 ‘독사’를 쏠 것이다. 최전방 갱도진지에서 튀어나온 발사차량에서 그 미사일 탄두 1발을 쏘면, 서울에서 남쪽으로 64km에 있는, 태평양공군 제51전투비행단 거점이며 7공군사령부가 자리잡은 오산공군기지를 날려버릴 수 있다. 또한 새만금 앞바다 물 속에서 인민군 스텔스 잠수함이 폭발파쇄탄두 1발을 수중발사하면, 미국군 제8전투비행단이 있는 군산공군기지가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다. 또한 인민군이 ‘독사’에 장착한 500kg짜리 백린탄두(white phosphorus warhead)를 쏘면, ‘탱고’ 안으로 미처 피신하지 못한 미국군은 ‘생화장(生火葬)’될 것이다. 이처럼 주한미국군은 인민군의 4차원 미사일 공격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물론 미국 군부도 주한미국군이 인민군의 미사일 공격위험에 노출되었음을 알고 있다. ‘2010 4개년 국방검토 보고서’에 이런 대목이 있다. “(북측이 배치한) 미사일체계 가운데 상당부분은 1991년 걸프전쟁 시기에 이라크가 사용했던 스커드 미사일보다 정밀도가 더 높고 사거리가 더 길다. 그러한 미사일체계의 수량과 성능이 계속 증가될수록, 전진 배치된 미국군은 냉전 이후에 일어난 여러 분쟁들에서 누려왔던 상대적인 안정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할 것이다. 고속군사작전에 결정적으로 요구되는 공군기지, 상륙항구, 병참거점, 작전지휘소, 그 밖의 자산들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미국 군부는 위의 인용문에서 인민군의 미사일 공격력이 자기들의 공군기지, 상륙항구, 병참거점, 작전지휘소 등을 아직 위험에 빠뜨리지는 못했고, 앞으로 그렇게 될 것처럼 미래시제로 서술하였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군이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자기들의 군사전략문서에 그대로 밝힐 수 없으므로, 미래시제 서술로 둘러대어 표현한 것뿐이다.

고속돌파전 대 신속기동전의 충돌 시나리오

군사전문가들이 예견하는 것처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인민군은 고속돌파전을 펼칠 것이고 미국군은 신속기동전을 펼칠 것이다. 세계전쟁사에 유례가 없는, 고속돌파전 대 신속기동전의 격렬한 충돌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것이다. 인민군의 고속돌파전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인민군의 병력편성과 무기체계를 보면 윤곽이 시야에 들어온다.

첫째,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인민군이 전진배치한 방사포 전력과 기갑 전력이 한국군이 구축해놓은 250km 방어선(FEBA)의 중앙부를 뚫는 중부전선 돌파작전을 밀어붙일 것이다. 쇠망치로 쐐기를 박으면 아무리 견고한 물체라도 쪼개지는 것처럼, 인민군은 쐐기첨입력을 순간적으로 폭발시켜 방어선 중앙부를 뚫을 것이다. 방어선 중앙부가 뚫리면 한미연합군이 동서로 분리될 뿐 아니라 서울이 포위당하는 치명타를 입는다.

인민군의 중부전선 돌파작전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수수께끼 같은 인민군 전차 기동사진’(2010년 1월 18일), ‘철원평야 전차전과 한반도 군사정세’(2010년 1월 25일), ‘인민군은 왜 바다로 방사포를 쏘았을까?’(2010년 2월 1일)에서 논하였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둘째, 인민군의 4차원 미사일 공격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한미연합군 유생역량은, 침투, 매복, 기습에 능한 인민군 특수전 병력을 상대로 마지막 전투를 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국방백서’는 인민군이 특수전 병력 180,000명을 작전 배치하였다고 추산하였다. 1개 특수여단 병력이 약 3,500명이므로 약 50개 특수여단이 편성되었을 것이다. 50개 특수여단은 경보여단, 저격여단, 항공육전여단, 공군저격여단, 해상저격여단으로 분류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50개 여단에 편성된 최정예 특수전 병력 180,000명이 각종 기동수단을 이용하여 남측 각지로 기습 침투할 것이다. 기습침투전 시나리오는 이렇다.

인민군 특수여단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지역까지 내려간 지하갱도를 통하여 전투종심 깊숙이 기습침투할 것이다. 비무장지대 땅 속 깊은 곳에는 시간당 10,000명이 통과하는 지하갱도가 곳곳에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또한 인민군 특수여단은 기습적인 공중침투전을 벌일 것이다. 이를테면, 인민군은 특수전 병력 10명을 태우고 시속 160km로 비행하다가 250m 길이의 수상공간이나 지상공간이 있으면 어디든 착륙하는, 부주(浮舟)를 장착한 공중기동기(AN-2)를 자체 생산했는데, ‘2008 국방백서’는 인민군 공중기동기가 330대라고 했으니, 그 기종으로 1개 특수여단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이들이 먼저 기습 침투하여 안전한 공중침투로를 확보하면, 항공육전여단 병력이 수송기와 낙하산을 이용해 후속 침투할 것이다.

또한 인민군 특수여단은 스텔스 잠수함과 산악자전거를 타고 기습침투전을 벌일 것이다. 이를테면, 2006년 3월 버월 벨(Burwell B. Bell)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인민군이 배치한 “세계 최대의 잠수함대가 기습남침을 감행할 수 있다”고 말했고,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발표한 ‘2006년 세계 군사력 비교’ 보고서는 인민군 잠수함이 88척이라고 밝혔으며,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2009년 10월에 펴낸 보고서 ‘이란: 미국의 관심과 정책대응(Iran: U.S. Concerns and Policy Responses)’에는, 2007년 11월 이란이 수중음파탐지기에 포착되지 않는 신형 잠수함을 생산하였음을 밝혔다고 쓰여 있는데, 이것은 이란이 북측 기술로 면허 생산한 스텔스 잠수함이다. 인민군 스텔스 잠수함 1척에 특수전 병력 40명이 탄다면, 잠수함대가 1개 특수여단 병력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연합뉴스> 2001년 3월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은 ‘갈매기호’라고 부르는 산악자전거를 타고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특수전 병력을 배치하였는데, 매월 한 차례 120km씩 산악자전거로 이동하는 산악기동훈련을 실시한다고 한다.

또한 인민군 특수여단은 공기부양정과 스텔스 고속정을 타고 남측 각지 해안에 기습 상륙할 것이다. 인민군은 특수전 병력 50명을 태우고 시속 90km 이상 고속 돌진하면서 바다, 강, 갯벌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공기부양정(hovercraft)을 자체 건조했는데, <조선일보> 2009년 1월 31일자 관련기사에 따르면, 공기부양정 140척이 있다고 하니, 공기부양정으로 2개 특수여단 병력을 실어 나를 수 있다. 한국군 고위정보소식통이 말한 것을 인용한 <조선일보> 1998년 12월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은 시속 93km로 항해하는 스텔스 고속정을 생산하여 제3국에 수출하였다고 한다. 인민군이 스텔스 고속정 몇 척을 작전 배치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특수전 병력 35명이 타는 스텔스 고속정 100척으로 1개 특수여단 병력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인민군 특수여단은 어떤 무기로 무장하였을까?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펴낸 자료에 따르면, 7.62mm 저격총을 기본으로 무장한 인민군 특수여단은 사거리가 920m인 로켓추진발사기(rocket propelled grenade), 사거리가 3km인 대전차미사일, 사거리가 5km인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사거리가 3.5km인 60mm 박격포, 사거리가 40m인 화염방사기, 대인지뢰 등이 지급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워싱턴 타임스(WT)> 2003년 5월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10km 밖에 있는 적군을 쏘아 눈을 멀게 하는 대인 레이저총(anti-personnel laser rifle)까지 지급받은 병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고속돌파전 관련정보를 보면, 미국 군부가 신속기동군을 한반도에 투입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 한반도는 신속기동군을 추가 배치할 수 없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지역인 것이다.

비전투지역에 건설하는 고급아파트단지

미국군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실전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정신이 쇠약한 미국군 병사들을 무리하게 장기작전에 투입하는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알려진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에 집단적으로 걸리거나 탈영, 폭행, 총기난사, 자살, 알콜중독, 약물남용, 마약사용이 만연될 수 있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보낸 미국군을 위해 200명이 넘는 정신과 군의관과 심리치료사 의무병으로 구성된 ‘전투 스트레스 통제반(Combat Stress Control Unit)’을 보냈다.

미국군의 정신쇠약증세는 심각하다. 예컨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2009년 11월 2일자 보도에 따르면, 2008년 6월 현재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투입된 미국 여군병사 가운데 19,084명이 정신과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정신발작도 잇따른다. 2009년 5월 11일 이라크 바그다드공항 인근 미국군 기지에 있는 심리치료실에서 상담치료를 받던 제54공병대 소속 병장 한 사람이 정신발작을 일으켜 정신과 군의관 2명, 심리치료사 의무병 3명을 사살한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나 미국 군부가 충격을 받았다. 미국 군부는 영내 총기난사로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지 밝히지 않지만, 2005년까지 미국군 변사자는 15,495명이다. 또한 미국군 탈영병은 2007년 한 해 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4,698명이나 되었다. 또한 미국군의 영내 자살이 급증하자 미국 군부는 ‘전선을 넘어(Beyond the Front)’라는 자살예방 비디오게임 14,000개를 전선에 보내 자살방지에 안간힘을 썼으나, 전선에서는 미국군 병사들이 연간 약 120명씩 자살한다. 또한 미국 군부는 전선에 배치된 병사들에게 약물검사를 실시해 양성반응이 나타나면 불명예 제대시키고 있는데, 전사자보다 약물희생자가 더 많다.

미국군의 그런 현실을 보면, 전선에 투입한 병력을 주기적으로 후방에 보내 휴식하게 하는 병력순환배치를 중시하는 까닭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가족이 사는 미국 본토까지 미국군을 빼냈다가 일정기간 뒤에 다시 전선에 투입하는 것보다 해외 비전투지역에 가족과 함께 지내는 임시생활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고속군사작전에 훨씬 더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 이 때 제기되는 문제는, 미국군이 가족과 함께 지낼 후방시설을 해외 비전투지역에 건설하고 유지하는 막대한 비용을 미국 군부가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고민을 풀어줄, 전 세계에서 유일한 지역이 한 군데 있으니, 그곳이 평택이다. 미국 군부가 평택기지를 건설하면, 주한미국군을 해외로 차출할까봐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는 이명박 정부에게 기지 건설비를 떠넘길 수 있고, 기지가 건설된 뒤에 들어갈 유지비도 2012년에 등장할 차기 정부에게 떠넘길 수 있으니 미국 군부에게 평택기지 건설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는 듯하다.

‘4개년 국방검토 보고서’에 이런 대목이 있다. “주한미국군의 지위는 전진배치에서 (군인)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전진주둔으로 변화되는 중이다(The status of U.S. forces in Korea is changing from being forward-deployed to being forward-stationed with family members). 이러한 변화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 미국군을 코리아에서 (해외 다른 지역으로) 배치하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며, 그와 더불어 세계적 범위에서 일어나는 각종 긴급사태에 대응할 군대의 공동자산을 확장하게 될 것이다.”

그 보고서는 일차적으로 주한미국군 약 5,000명을 가족과 함께 지내는 전진주둔군으로 전환시키겠다고 하면서, 주한미국군 전원을 전진주둔군으로 전환하는 것이 장기목표라고 밝혔다. 미국 군부의 분류법에 따르면, 전투지역에는 미국군을 배치(deploy)하고, 비전투지역에는 미국군이 주둔(station)하는 것이다.

평택기지에는 미국군과 그 가족이 3년 동안 지낼 아파트 2,400가구가 완공될 것인데, 건설비는 약 14억7,800만 달러(1조7,000억원)다. 2008년 3월 12일 바월 벨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연방하원 세출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는 이전비용 약 100억 달러 대부분을 남측 정부가 부담하고, 주한미국군 제2사단을 평택으로 옮기는 비용도 미국군과 남측 정부가 절반씩 공동부담하고, 평택 아파트단지가 완공되면 15년 동안 14억 달러를 주고 빌려 쓰기로 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군 한 가구가 평택 아파트 한 채를 빌려 쓰는 비용이 매월 3,240달러(약 3,720,000원)이니, 평택기지에 들어설 아파트가 고급인 것이 분명하다. 철거반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재개발지역 빈민들을 폭행하고 내쫓으면서도, 미국군을 고급아파트에 정중히 모시는 것이 이 땅의 친미정권이 추구하는 한미동맹 강화의 실상이다.

그러나 주목하는 것은, 미국군이 가족과 함께 지낼 평택 고급아파트단지는 인민군의 미사일 공격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군부가 인민군의 미사일 사정권 안에 대규모 미국군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힘든 황당한 일이다. 전선에서 정신질환에 걸린 병사들을 지휘하다보니, 지휘부마저 안전불감증에 걸린 것일까?

아파트단지 완공 전에 차출한다

한반도 군사정세는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평택 아파트단지 건설, 주한미국군 해외차출이 얽혀있고, 다른 한 쪽에는 북측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국군 철군이 한반도 비핵화 과제와 상호 연계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북측 국방위원회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2010년 안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마리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2011년까지 미국군 전체 병력의 3분의 1을 재배치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군사변환 추진일정’을 톺아볼 필요가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2004년 8월에 주한미국군 병력 5,000명을 이라크 전선에 1단계로 차출하였고, 2005년에 3,000명, 2006년에 2,000명을 2단계로 차출하였고, 2007년부터 2008년 9월까지 2,500명을 3단계로 차출하였다. 2단계 차출을 진행하던 2006년에 그들은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노무현 정부가 받아들이도록 하였고, 3단계 차출을 마친 뒤 2009년 3월에는 주한미국군 아파치 헬기 1개 대대(24대)를 철수하였다. ‘군사소식통’이 말한 것을 인용한 <통일뉴스> 2010년 2월 3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미 상당수의 주한미군이 해외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 “명부상으로 주한미군은 28,500명이지만 실제로는 주일미군과 태평양 부대와 이중 멤버쉽(병적이라는 뜻)을 갖고 있고 실제로는 2만명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2009년 3월 이후 주한미국군을 더 이상 감축하지 않았으며, 평택기지에 미국군 아파트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차출 및 감축 중단조치나 평택 아파트단지 건설추진에 따르면 이 땅에 미국군이 영구 주둔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사물의 한 측면이므로, 다른 측면도 볼 필요가 있다. 다른 측면은 이렇다.

2012년 4월 17일 미국 군부는 62년 동안 쥐고 있던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넘겨줄 것이다. 그에 따라 한미연합군사령부는 해체되고 주한미국군사령부는 한국사령부로 바뀌고, 8군사령부는 하와이로 철수할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취하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그들이 2012년에 한반도를 전투지역에서 비전투지역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그들은 비전투지역에 주둔하는 병력을 전투지역으로 차출할 것이므로, 2012년에 주한미국군이 한반도 밖에 있는 전투지역으로 차출되는 것은 명백하다.

중요한 문제는, 주한미국군 해외차출이 철군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정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2009년 12월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군부는 2010년 10월 워싱턴 디씨에서 열릴 한미안보협의회(SCM) 제42차 회의에서 한미 국방지침(US-ROK Defense Guideline)을 정할 것이라고 한다. 국방지침에는 주한미국군 해외차출문제가 담길 것이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미 주한미국군 해외차출문제를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과 미국군 합참의장이 그 결정사실을 언급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1월 19일 오산공군기지에 미국군을 모아놓고 연설하면서 “당신들 가운데 일부는 (아프가니스탄으로) 다시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시점보다 한 달 앞선 2009년 10월 22일 마이클 멀린(Michael Mullen) 합참의장은 한미연합군사령부에 미국군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하면서 “아시아 나라들에 배치된 미국군 병사들이 가족과 함께 근무하게 되었으므로, 앞으로 몇 해 안에(in coming years) 주한미국군 병력을 중동으로 배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이 문제는 한국 측과 토의하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다”고 말했다.

그런데 주한미국군사령부는 2010년 2월 4일 보도자료를 내놓으면서, 평택기지가 완공된 뒤에 주한미국군을 해외로 차출할 것이며, 시기는 2018년이나 2019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외 차출 시기는 주한미국군사령부가 정하지 않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정한다. 주한미국군사령부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차출시기를 건의할 수 있어도, 차출시기를 발표할 권한은 없다.

만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2010년 10월에 정해질 한미 국방지침에 따라 2011년 하반기부터 해외차출을 재개한다면, 그 차출은 철군으로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해외로 차출된 주한미국군은 임무를 마친 뒤에 주한미국군 기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평택 아파트단지 완공 이후에 해외차출을 재개한다면, 해외로 차출된 주한미국군은 임무를 마치고 자기 가족이 기다리는 평택 아파트로 돌아갈 것이다.

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4개년 국방검토 보고서’가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 없다. 그 보고서에 이런 대목이 있다. “미국은 한국과 협동하여 지역과 세계를 지키는 한미동맹의 억지력과 방어력과 장기적 수용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미국군과 한미연합군의 준비태세를 더욱 적응적이고 신축적으로 전환시킬 것이다. 그에 따라, 2012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넘겨주는 것과 더불어, 한반도의 연합방위에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이 계속 커질 것이다. 우리는 접근차단 및 지역배제능력(anti-access and area-denial capabilities)의 출현에 대응하여, 아시아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들과 우호국들의 자산과 이익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아시아에 배치된 미국군과 미국군 기지들의 탄력(resiliency)을 향상시키기로 하였다.”

그 보고서는 주한미국군 해외차출을 ‘탄력향상’이라는 새로운 말로 표현하였는데, 위의 문맥을 보면 탄력향상시기를 2012년으로 예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의 도입부에서 논한 것처럼, 그 보고서는 미국 군부가 단독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들이 주도한 각 정부부처 관계자 연석회의 토의에 의거해 작성되었으므로, 주한미국군 해외차출시기를 2012년이라고 밝힌 것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내부결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주한미국군이 2012년에 해외차출 명목으로 철군될 것임을 예고한다.

그렇다면, 전방에 배치된 미국군 제2사단은 언제 평택으로 옮겨가는 것일까? <연합뉴스> 2009년 11월 8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군부는 미국군 제2사단을 2016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하려던 원래 계획을 바꿔 이전시기를 1-2년 늦추려 한다는 것이다. 전투병력 평택이전이 2018년으로 늦춰지는 것이다. 전투병력이 평택기지로 옮겨가는 시기를 늦추는 미국 군부의 행동은, 미국군 제2사단을 평택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 차출하려는 속셈이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늦춰진 기지이전시기와 재개될 해외차출시기를 연결시키면 좀 더 뚜렷한 모습이 드러난다. 미국 군부가 2012년부터 미국군 제2사단을 해외로 차출할 것이므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해외로 차출되는 미국군 제2사단 병력은 평택기지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2012년부터 6년 동안 해외차출을 계속하는 경우, 미국군 제2사단은 이 땅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 군부가 평택기지로 제2사단을 옮기는 시기를 뒤로 미루는 진짜 원인은, 평택기지 완공시점이 늦어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해외차출 명목으로 철군하려는 데 있다. 이런 의도를 눈치챈 이명박 정부는 기지공사를 서둘러 마칠 테니 이전시기를 2015년으로 앞당겨 달라고 ‘간청’하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자기들의 결정을 바꾸지 않고 있다. 현재 주한미국군은 지상군 19,000명, 공군 9,000명, 해군 및 해병대 500명으로 이루어졌는데, 지상군 19,000명이 해외로 차출되어 평택기지로 돌아가지 않으면, 평택에 세워질 아파트단지에는 지휘관들과 공군병력만 입주할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2012년에 해외차출을 재개하려면, 2012년 이전에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쪽은 북측 국방위원회다. 2010년 새해 벽두부터 인민군이 각종 군사행동을 취하는 가운데 외무성이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북측 국방위원회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한반도 평화회담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다. 사실, 한반도 현 정세를 볼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측 국방위원회의 평화회담 제안을 거부할 어떤 명분도 실리도 없다. 평화회담 개최는 시간문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반도 평화회담은 2010년 안에 열리고, 한반도 평화협정은 2011년이 지나기 전에 체결될 것으로 예견된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이다. 만일 북측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실현되고, 정상회담 담판에서 인민군 핵포기와 미국군 완전철군을 서로 맞바꾸는 비공개 협정이 체결되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더욱 확고한 평화보장책이 될 것이며, 주한미국군은 제2사단 철군에서 더 나아가 완전철군으로 자기 존재를 끝마칠 것이다.

1894년 7월 25일 이 땅에서 청일전쟁이 일어난 이후 외국군대가 118년 동안 주둔해오며 한반도에 끊임없이 전쟁위험을 몰아온 낡은 시대는 2012년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고, 평화협정이 체결된 한반도에는 외국군대 없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진보담론에서는 그 새로운 시대를 통일시대라 부른다.  (2010년 2월 8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