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평야 전차전과 한반도 군사정세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다시 평가하는 인민군 전차전력

인민군 전차전력은 어떻게 편성, 배치되었을까? 인민군 총참모부(한국군은 합동참모본부)에는 대장급 야전지휘관을 둔 전차전 지휘부가 있다. 그 전차전 지휘부를 전차지도국이라 부른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전차지도국은 전차전을 지휘하게 된다. 전차지도국을 최고사령관 직속 총참모부에 둔 것은, 김정일 최고사령관이 직접 전차전을 지휘한다는 뜻이다. 그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전차군단인 제820전차군단을 지휘하는 것이다. 그가 전차전력을 얼마나 중시하는 지 알 수 있다.

인민군 전차전력 편성에 관한 두 가지 정보가 있다. 남측에서 나온 어떤 자료는 4개 전차사단 예하에 24개 전차여단이 있다고 하고, 다른 자료는 1개 전차군단 예하에 5개 전차사단이 있다고 한다. 2010년 1월 5일 <조선중앙텔레비죤>에서 방영된 것처럼, 김정일 최고사령관이 시찰한 부대가 제820전차군단 예하 근위 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이었음을 상기하면, 전차군단 예하에 전차사단들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남측 국방부가 2009년 2월 23일에 펴낸 ‘2008 국방백서’에는 인민군 전차군단이 기갑사단으로 변경되었다고 씌여있다. 인민군은 기갑사단이 아니라 땅크사단이라는 말을 쓰는데, 전차군단이 전차사단으로 변경되었다는 정보판단은, 제820전차군단 예하 전차사단을 여러 개 독립전차사단으로 개편하였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측 국방부의 정보판단과 다르게, 이 글은 제820전차군단 예하에 5개 전차사단을 두었다는 정보판단을 따른다.

미국 해병대 정보활동국(U.S. Marine Corps Intelligence Activity)이 1997년 5월에 펴낸 자료 ‘North Korea Country Handbook’에 따르면, 근위 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의 전력은 전차 173대, 장갑차 64대, 자주방공포 12대, 곡사포 36문, 대전차미사일 3발, 대전차무반동포 43문, 82mm 박격포 9문, 휴대용 대공미사일 12발, 방공레이더차량 3대, 수송차량 188대, 중기관총 30정, 병력 2,481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자료는 실제보다 크게 저평가된 것이 분명하다. 미국 군부는 인민군 군사력을 저평가한 허위사실을 언론매체에 흘려주는 정보조작에 익숙하다. 더욱이 위의 자료가 13년 전에 나온 것이어서 현재 실정과는 너무 다르다.

그렇다면 오늘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전차는 모두 몇 대일까? 남측 국방부가 펴낸 ‘2008 국방백서’는 2008년 12월 기준으로 작성한 자료에서, 산정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전차수를 3,900대로 추산하였다. 과연 그럴까? 아래와 같은 산정법으로 추산하면 다른 사실이 보인다.

인민군은 군사분계선 바로 앞에 4개 최전연 대련합부대(한국군 용어로는 전방군단)를 배치하였는데, 전방군단마다 전차 330대를 보유한 1개 직속 전차사단을 두었다. 따라서 4개 군단 직속 전차사단×330대=1,320대로 추산된다. 전방군단 뒤에 8개 후방군단을 배치하였는데, 후방군단마다 1개 직속 전차여단을 두었다. 1개 전차여단에는 4개 전차대대와 1개 경전차대대를 두었는데, 1개 전차대대에는 전차 31대, 1개 경전차대대에는 경전차 40대가 있다. 따라서 8개 군단 직속 전차여단×4개 전차대대×31대=992대로 추산되고, 8개 군단 직속 전차여단×1개 경전차대대×40대=320대로 추산된다. 이로써 8개 후방군단에 배치된 전차는 모두 1,312대다. 인민군에는 26개 보병사단이 있는데, 보병사단마다 1개 전차대대를 두었다. 따라서 26개 보병사단 예하 전차대대×31대=806대로 추산된다. 인민군에는 4개 기계화군단이 있는데, 기계화군단마다 5개 기계화여단을 두었고, 기계화여단마다 1개 전차대대를 두었다. 따라서 4개 기계화군단×5개 기계화여단×1개 전차대대×31대=620대로 추산된다. 인민군에는 1개 전차군단이 있는데, 전차군단에는 5개 전차사단을 두었다. 따라서 5개 전차사단×330대=1,650대로 추산된다. 인민군에는 평양방어사령부가 있는데, 그 사령부에는 1개 전차사단을 두었다. 따라서 평양방어사령부에 배치된 전차는 330대다. 이와 같은 각급 부대 전차수를 모두 합하면,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전차는 6,038대다.

방대한 전차전력을 유지하는 데 막대한 자원과 기술을 투입하는 북측에서 인민경제 발전이 제약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유류난을 겪는 북측에게 방대한 전차전력을 움직일 기름이 없으므로 그 많은 전차가 있으나 마나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북측에서는 유류를 군사부문에 먼저 배정하고 나머지를 민수부문에 공급하기 때문에 민수부분이 유류난을 겪는 것이다. 민수부분에서 유류난을 겪는다고 해서, 군사부분에서도 똑같이 유류난을 겪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북측의 실정을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판단착오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전차미사일(ATGM) 수성포

미국 해병대 정보활동국이 1997년 5월에 펴낸 위의 자료에서 인민군 전차사단에 대전차미사일 3발이 배치되었다고 한 것은, 얼핏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실제로는, 인민군 보병사단마다 대전차미사일 발사차량 54대로 무장한 전차공격대대가 2개씩 배치되었는데, 대전차미사일 발사차량 1대에는 대전차미사일 10발이 장전된다. 따라서 2개 전차공격대대×대전차미사일 발사차량 54대×대전차미사일 10발=1,080발로 추산된다. 이처럼 인민군 1개 보병사단마다 대전차미사일 1,080발씩 배치되었으니, 26개 보병사단에 배치된 대전차미사일만 합산해도 28,080발이나 된다. 보병사단보다 화력이 더 강한 전차사단과 기계화군단에 배치된 대전차미사일까지 합하면,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전 세계 모든 나라 군대에 배치된 전차를 다 파괴하고도 남을 엄청난 분량일 것이다.

인민군 전차사단에 배치된 대전차미사일에 관한 미국 해병대 정보활동국의 왜곡정보를 뒤집은 정보를 제공해준 곳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스웨덴 군사연구기관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다. 그 연구소가 2005년 6월 7일에 펴낸 ‘2005년 연감: 군비, 군축, 국제안보(SIPRI Yearbook 2005: Armaments, Disarmament and International Security)’에는 놀라운 정보가 담겨있다. 그 연감에 따르면, 북측이 1976년부터 1995년까지 20년 동안 소련에 대전차미사일 20,000발을 수출하였고 1992년부터 2004년까지 13년 동안에는 러시아에 대전차미사일 3,250발을 수출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민군이 소련군에게 대전차미사일을 연평균 1,000발씩 20년 동안 공급해주었고, 러시아군에게는 연평균 250발씩 13년 동안 공급해주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실은 북측의 군사과학기술력에 대한 무지와 인민군 전력에 대한 잘못된 기존관념을 깨버리는 충격적인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소련과 그 계승국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전차미사일(9K11 Malyutka)을 개발하였고, 가장 많은 종류의 대전차미사일을 생산하였으며, 가장 성능이 뛰어난 대전차미사일을 작전배치한 대전차미사일 종주국이다. 이를테면, 미국이 1970년부터 2002년까지 생산한 대전차미사일은 5종에 지나지 않는데 비해, 소련-러시아가 1960년부터 2004년까지 생산한 대전차미사일은 16종이나 된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소련-러시아의 대전차미사일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소련군이 자국산 1세대 대전차미사일 3엠(M)6 쉬멜(Shmel)을 작전배치한 때는 1960년이고, 성능을 개량한 2세대 대전차미사일 9케이(K)11 말륫카(Malyutka)를 작전배치한 때는 1963년이고, 미국이 자국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차량발사식 대전차미사일 비지엠(BGM)-71 토우(TOW)를 작전배치한 때는 1970년이었는데, 북측은 1976년부터 소련에 대전차미사일을 대량수출하기 시작하였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다. 소련-러시아는 모든 종류의 무기를 자력으로 개발, 생산하고, 세계 각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소련군이나 러시아군은 외국산 무기수입과는 인연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나라가 종주국의 자존심을 접고 북측에서 대전차미사일을 28년 동안 장기적으로 대량수입하였을까?

이 수수께끼 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엿볼 기회는 2006년 여름에 있었다. 그 해 7월 12일에 일어나 8월 14일에 끝난 헤즈볼라-이스라엘 전쟁에서 헤즈볼라는 대전차미사일로 이스라엘군 전차를 격파하여 군사전문가들을 놀라게 하였다. 헤즈볼라가 그 전쟁에서 사용한 대전차미사일은 이란제 대전차미사일들인 라드(RAAD), 투판(Toophan), 토우산(Towsan), 새게(Saeghe)다. 이란제 대전차미사일은 미국군 주력전차인 엠(M)1 에이브럼스(Abrams)의 복합장갑(composite armor)을 뚫는 강력한 관통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날아가는 미사일을 계속 조종하여 타격목표물에 명중시키는 정밀타격장치인 반자동식 지령유도장치(semi-automatic command to line of sights)로 유도되어 명중률이 매우 높다. 그런데 바로 그 이란제 대전차미사일은 북측이 이란에 기술을 지원하여 생산된 것이다.

헤즈볼라-이스라엘 전쟁에서 이란제 대전차미사일의 위력으로 입증된 사실은, 그 대전차미사일의 원천기술을 공급한 북측이 이제껏 세계 최고 수준의 대전차미사일 생산국으로 알려진 러시아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대전차미사일 생산기술을 보유하였다는 점이다. 대전차미사일 생산부문에서 북측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전차미사일 생산국이다.

어느 나라나 자국산 첨단무기는 수출하지 않고,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무기를 수출하는 법이다. 북측도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인민군은 러시아제 대전차미사일보다 성능이 더 좋은 최첨단 대전차미사일을 작전배치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북측이 인민군 전차에 탑재한 자국산 대전차미사일 이름은 수성포로 알려졌다. 러시아에 대전차미사일을 대량수출해온 북측의 강력한 대전차미사일 생산능력으로 봐서, 인민군은 수성포 수 만 발로 무장하였을 것이다.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미공개 첨단전차

북측의 대전차미사일 생산기술이 러시아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기술에 뒤지지 않는 것처럼, 북측의 전차생산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기술이다. 이러한 사실은 아래와 같은 정보로 입증된다.

인민군이 외부에 그 모습을 공개하지 않은 신형 전차 폭풍호가 있다. 북측이 1980년대 초에 자력으로 한반도 지형에 맞게 개발하여 그 동안 성능개량을 계속해온 천마호라는 전차가 있는데, 폭풍호는 천마호 성능을 능가하는 최첨단 성능을 가졌다.

군사전문가들은 폭풍호 성능이 러시아군이 1991년에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전차 티(T)-90 성능과 같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1990년대 말에 개발된 것으로 알려진 폭풍호의 첨단성능에 관한 추정정보는 주행거리 650km, 주행시속 65km, 대전차미사일을 쏠 수 있는 125mm 활강포, 자동사격통제장치, 대전차미사일 4기, 2.5km 야시경, 적외선 방해전파 발신기, 컴퓨터화된 식별장비, 레이저장비, 지뢰제거장비 등으로 무장하였으며, 폭발반응장갑(explosive reactive armor)을 부착하고 있어서 한국군 전차포로 폭풍호 장갑을 관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산 차량발사식 대전차미사일을 쏘아야 폭풍포 장갑을 관통할 수 있다.

폭풍호가 최첨단 성능을 지닌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북측이 그 전차를 100% 자력으로 양산한다는 점이다. 특히 북측의 전차공장들이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와 공장자동화 생산체계를 완비한 1990년대 중반부터 전차생산능력은 더 상승했다.

북측은 류경수 땅크공장을 비롯하여 3개 대형 전차공장을 가동하는데, 1개 전차공장 연간생산능력은 50대로 추산된다. 천마호를 1985년부터 양산하기 시작하여 1994년까지 10년 동안 3개 전차공장에서 연평균 150대씩 생산하였다면, 현재 천마호는 1,500대 정도 작전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폭풍호를 2000년부터 양산하기 시작하여 9년 동안 3개 전차공장에서 연평균 150대씩 생산하였다면, 현재 폭풍호는 1,350대 정도 작전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 주력전차 케이(K)1은 폭풍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케이(K)1은 인민군이 1980년대에 작전배치한 천마호를 상대할 전차다. 그런데 케이(K)1의 핵심장비는 외국산이다. 이를테면 전차설계기술은 미국의 제너럴 다이내믹스 랜드 시스템즈(General Dynamics Land Systems)에서 사온 것이고, 1,200마력짜리 수냉식 디젤엔진은 미국의 텔레다인 컨티넨틀 모터스(Teledyne Continental Moters)에서 사온 것도 있고 독일의 크라우스-마페이(Krauss-Maffei)에서 사온 것도 있으며, 변속기(transmission)는 독일 쥐에프 그룹(ZF Group)에서 사온 것이고, 사격통제장치는 미국의 휴즈 에어크래프트(Hughs Aircraft)에서 사온 것이고, 열상감지조준장치(thermal sights)는 미국의 벨 랩스(Bell Labs)에서 사온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독일의 여러 군수기업들에서 핵심장비를 수입하여 조립해놓았기 때문에, 차마 한국산 전차라고 부르지 못하고 다국적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전차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국군이 새로 개발한, 흑표라고 부르는 최신형 전차 케이(K)2가 현재 시험운행을 하고 있는데, <한국일보> 2009년 11월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시험운행 중인 그 신형 전차의 핵심장치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어 개선작업을 했는데도 또 다시 결함이 나타나는 바람에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고 한다. 흑표 전차에 외국산 핵심장비가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최정예 전차전력이 격돌할 철원평야 전차전

인민군은 250km에 이르는 군사분계선 최전방에 8개 군단을 집중배치하였다. 전방군단들인 제4군단, 제2군단, 제5군단, 제1군단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배치하였고, 기동군단들인 제815기계화군단, 제620포병군단, 제820전차군단, 제806기계화군단을 배치하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제815기계화군단, 제620포병군단, 제4군단, 제2군단은 서부전선을 돌파하고, 제820전차군단과 제5군단은 중부전선을 돌파하고, 제806기계화군단과 제1군단은 동부전선을 돌파하는 작전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한국군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해 앞줄에 있는 4개 전방군단이 먼저 공격을 개시하여 진격로를 열어놓으면 뒷줄에 있는 4개 기동군단이 진격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러한 예상은 인민군의 공격전술을 알지 못하는 오류다.

인민군의 공격전술은 시차전개 파상공격이 아니라 동시다발 기습공격이다. 그들에게 방어전술은 없고 공격전술만 있다. 인민군은 속도전(한국군 용어로는 전격전)을 기본으로 하여 타격-돌파-포위-섬멸을 동시다발로 전개하는 공격전술을 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의 무기체계와 전선배치는 기습타격전, 고속돌파전, 양익포위전, 조기섬멸전을 배합한 특유한 공격전술(인민군 용어로는 주체전법)에 맞춰져 있는데, 고속돌파전을 수행할 주력부대가 중부전선에 배치된 제820전차군단이다.

제820전차군단이 고속돌파로 중부전선 방어망을 뚫는 것은 한국군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다. 그래서 한국군은 제820전차군단의 고속돌파에 대비해 최정예 전차전력을 가진 수도기계화보병사단(맹호부대), 제20기계화보병사단(결전부대), 제2기갑여단(충성부대), 제3기갑여단(번개부대), 제5기갑여단(철풍부대)을 중부전선에 집중배치하였다. 한국군 1개 기계화보병사단마다 전차 170대씩 배치되었고, 1개 기갑여단마다 전차 70대씩 배치되었으므로, 한국군이 중부전선에 배치한 전차는 모두 550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중부전선에서 한국군 최정예 전차전력과 인민군 최정예 전차전력이 격돌할 것이다. 교전쌍방은 넓이가 650㎢가 되는 철원평야에서 사상 유래 없는 전차대전을 벌일 것이다.

그러나 중부전선에 배치된 한국군 전차전력은, 전차전 전술능력이나 훈련정도는 그만두고 화력만 비교해 봐도 인민군 전차군단을 상대할 수 없는 열세에 있다. 중부전선에서 한국군 전차전력은 전차 550대밖에 되지 않는데 비해, 인민군 전차전력은 제820전차군단 전차 1,650대와 제5군단 예하 전차사단 전차 330대를 합해 1,980대나 된다. 이러한 전차전력의 현격한 격차는, 철원평야 전차전이 벌어지는 경우 인민군 제820전차군단이 한국군 2개 기계화보병사단과 3개 기갑연대를 격파할 것임을 말해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인민군 제820전차군단은 막강한 화력으로 강습돌파작전을 밀어붙이며 한국군 방어선을 뚫고 한탄강을 건너 춘천으로 진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군 전차공격기와 공격헬기 격추할 인민군 저격무기

인민군 전차군단의 고속돌파를 저지할 무기로는 주한미국군이 작전배치한 전차공격기와 공격헬기가 거론된다. 남측에서 나온 군사정보만 아는 사람들은, 주한미국군 전차공격기와 공격헬기가 대전차미사일을 공중발사하여 인민군 전차를 수없이 파괴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전차잡이(tank killer)’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전차공격기 에이(A)-10은 주한미국군에 24대가 배치되었는데, 2009년에 3대가 퇴역하여 지금은 21대가 남았다. 한 마디로, 퇴역을 앞둔 노후기종이다. 그에 대응하여, 인민군도 전차공격기 수호이(Su)-25를 작전배치하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21대밖에 되지 않는 주한미국군 전차공격기 가운데 과연 몇 대가 중부전선까지 날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820전차군단에 배치된, 대공레이더로 조준하는 57mm 쌍열자동포를 탑재한 자주방공포 50대가 그 전차공격기를 상대할 것이다. 주한미국군 전차공격기 21대를 중부전선 상공에 띄워, 인민군 전차 1,980대를 파괴하는 상상은 아동만화에나 나올 듯하다.

주한미국군은 인민군 전차전력에 맞서기 위해 공격헬기도 배치하였다. 공중발사 대전차미사일을 16발씩 장착한 아파치 공격헬기(AH-64 Apache Attack Helicopter)가 그것이다. 주한미국군에는 아파치 공격헬기를 24대씩 배치한 공격헬기 대대가 2개 있다. 주한미국군 아파치 공격헬기들이 장착한 공중발사 대전차미사일은 모두 768발이다.

미국 군부는 아파치 공격헬기가 세계 최강 공격헬기라고 큰 소리를 쳤고, 언론매체들도 덩달아 그렇게 보도하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미국군은 2003년 3월 24일 이라크 침공작전에 아파치 공격헬기 33대를 투입하였는데, 그 가운데 30대가 이라크군 지상방공포에 맞았다. 그 전투에서 피격당한 아파치 공격헬기 가운데 1대는 격추되었고, 여러 대는 비상착륙하여 간신히 살아남았으나 복구불능상태다. 그것만이 아니라, 아파치 공격헬기는 2009년까지 세계 곳곳에서 12대가 격추되고, 15대가 공중충돌한 ‘자랑스러운 전과’를 지녔다. 가장 최근에는, 2010년 1월 15일 예맨에서 내전을 벌이는 알-후티 반군이 예맨-사우디아라비아 접경지역에서 아파치 공격헬기 한 대를 격추하였다. 정규군의 강력한 대공미사일이 아니라 반군의 빈약한 대공화기로 격추하는 공격헬기를 세계 최강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허풍으로 들린다.

전차공격기와 공격헬기는 낮은 고도에서 음속보다 느린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휴대용 대공미사일의 격추표적이 되기 쉬운데, 인민군이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어떻게 전력화하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 인용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가 펴낸 ‘2005년 연감: 군비, 군축, 국제안보’에는 놀라운 군사정보가 하나 더 있다. 북측이 1992년부터 2004년까지 13년 동안 러시아에 휴대용 지대공미사일(manportable surface-to-air missile) 1,250발을 수출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민군이 러시아군에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연평균 근 100발씩 13년 동안 공급한 것이다. 2004년 이후 상황을 알려주는 관련통계가 나오지 않아, 북측이 요즈음에도 러시아에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수출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5년 전까지 수출실적이 있었으니 요즈음에도 수출하고 있을지 모른다.

러시아는 높은 수준의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생산능력을 가진 나라인데, 북측이 그러한 러시아에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대량수출하였다 하니 놀라운 일이다. 러시아에 대전차미사일과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수출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측밖에 없을 것이다.

북측이 러시아에 수출한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이름은 화승이다. 1994년 12월 17일 강원도 원통에서 주한미국군 제17항공여단 제501대대 소속 정찰헬기(OH-58)가 군사분계선을 넘어가자마자 격추한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이 화승이다.

이제껏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부문의 원천기술을 가진 3대 생산국은 스팅어(Stinger)을 생산하는 미국, 미스트랄(Mistral)을 생산하는 프랑스, 이글라(Igla)를 생산하는 러시아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화승을 생산하는 북측이 그 반열에 올랐다. 러시아가 북측으로부터 화승을 수입한 것은, 화승이 미국, 프랑스, 러시아가 생산한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첨단미사일임을 말해준다.

인민군은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화승을 저격무기로 분류한다. 원래 저격이란 적진에 침투매복하여 적군 지휘관을 사살하는 군사행동인데, 화승은 적진 깊숙이 침투매복한 저격병이 적군이 띄우는 헬기, 전투기, 수송기, 무인항공기 같은 각종 작전기를 낮은 고도에서 격추하는 저격무기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화승으로 무장하고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의 비행로 아래 산 속에 침투매복하는 대공저격전술은 인민군 공군저격여단이 수행할 것이다. 인민군은 3개 공군저격여단에 10,800명 병력을 배치하였다. 1개 공군저격여단 병력은 6개 저격대대로 편성된 3,600명인데, 1개 저격대대 병력은 500명이다. 1개 저격대대는 6개 저격중대로 편성되는데, 1개 저격중대 병력은 80명이다. 1개 저격중대는 3개 저격소대로 편성되는데, 1개 저격소대 병력은 25명이다. 1개 저격소대는 6개 저격조로 편성되는데 1개 저격조 병력은 4명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2,700개에 이르는 인민군 대공저격조가 남측 방방곡곡에 분산침투하여 매복해 있다가 지상으로부터 5km 상공에 나타나는 작전기를 화승으로 격추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읽는 한반도 군사정세

전차전력은 군사정세를 인식하는 데서 중요한 요소다. 남측에 퍼져있는 왜곡선전을 떠나, 아래와 같은 정보를 파악해야 한반도 군사정세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국군은 신형 전차만이 아니라 구형 전차도 가지고 있고, 인민군도 그러하다. 한국군 전차 2,300대 가운데 구형 전차는 1,250대(54.4%)이고, 인민군 전차 6,038대 가운데 구형 전차는 3,188대(52.7%)다.

그런데 한국군 구형 전차와 인민군 구형 전차는 성능발휘수준이 전혀 다르다. 한국군 구형 전차는 1948년에 미국에서 개발한 엠(M)48에이(A)3케이(K)인데, 노후기종이 아니라 사실상 박물관 전시용이다. 미국 군사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그 구형 전차는 너무 낡아 고장이 자주 난다. 한국군은 구형 전차가 고장이 나서 멈춰서도, 교체할 부품을 구해올 데가 없다. 미국 군수공장들이 구형 전차 부품을 생산하는 설비를 폐쇄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동부전선 최전방에 있는 한국군 제21보병사단 예하 전차대대를 현지취재한 <한국일보> 2009년 10월 4일자 보도에 따르면, 구형 전차가 고장이 날 때마다 “같은 기종이 있는 다른 부대에 일일이 연락해 재고를 찾아야 하고, 이도 아니면 못쓰게 된 전차에서 부품을 떼내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북측은 100% 자력으로 전차를 생산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오래 전에 개발된 구형 전차라도 부품을 자체로 만들어 교체해왔으므로, 원래 성능을 여전히 유지한다. 전차만이 아니라 각종 작전기, 군함, 잠수함도 그러하다. 자력갱생의 기술주권과 타력의존의 기술종속이 어떻게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지 알 수 있다.

둘째, 인민군은 도하작전에 쓸 수륙양용 경전차를 약 700대 작전배치하였다. 시속 10km로 수중기동하여 강을 건너는 수륙양용 경전차는 강, 내, 호수, 저수지가 곳곳에 있는 한반도 지형에 알맞은 전차다. 전시에는 강, 내, 호수, 저수지에 놓인 다리들이 폭격 또는 폭파로 끊기므로, 수륙양용 경전차로 건너는 것이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그에 비해, 미국군과 한국군이 작전배치한 전차는 수륙양용이 아니어서 공병대를 투입하여 부교(pontoon bridge)를 설치하거나, 긴 원통굴뚝처럼 생긴, 스노클(snorkel)이라고 부르는 수중통기장치(水中通氣裝置)를 다른 차량에 싣고 다니다가 전차포탑 위에 수직으로 세워놓고 도하작전을 한다. 미국산 전차나 그것을 모방생산한 한국형 전차는, 강, 내, 호수, 저수지가 곳곳에 가로놓인 지형에서 인민군 수륙양용 경전차보다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한반도 중부전선 평지에는 논이 많다. 전차가 논에 들어가면 논바닥이 무게에 눌려 꺼진다. 한국군 주력전차 케이(k)1 무게는 51톤이고, 주한미국군 주력전차 엠(M)1 에이브럼스 무게는 61톤인데, 이처럼 무거운 전차가 논에 들어서면 논바닥이 20cm 정도 꺼진다. 논두렁 높이가 30cm 정도이므로, 전차는 높이가 50cm로 높아진 논두렁을 수없이 넘으며 기동해야 한다. 한국군 주력전차의 장애물 통과높이(ground clearance)는 1m이고, 주한미국군 주력전차의 장애물 통과높이는 48cm다. 이것은 한국군 전차와 주한미국군 전차가 논에 들어서면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에 비해, 무게가 14톤밖에 되지 않는 인민군 경전차는 논에서도 재빨리 기동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벌어질 전차전에서는 한국군과 미국군이 보유한 중전차의 기동보다 인민군이 보유한 경전차의 기동이 더 유리하다.

넷째, 전차는 평시에 도로 위를 달리지만, 전시에는 도로가 폭격으로 끊기거나, 쏟아져 나온 민간차량과 피난민이 뒤엉킨 수라장으로 바뀌게 될 것이므로 전차는 논밭, 언덕, 야산, 골짜기로 기동할 수밖에 없다. 모든 도로가 끊기거나 막혔을 때, 그리하여 바퀴차량이 꼼짝없이 갇혀버렸을 때는, 궤도차량이 기동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논밭, 언덕, 야산, 골짜기로 기복이 심한 한반도 지형에서 전차가 기동하면 전차포신은 적진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 허공으로 들리는 바람에 전차포를 기동 중에 쏠 수 없게 되고, 논두렁 같은 장애물을 넘을 때마다 전차 앞부분이 위로 들리면서 장갑이 약한 차체바닥이 계속 드러나게 된다. 한반도의 이러한 지형은, 전차전에서 전차포보다 대전차미사일을 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런데 미국산 전차는 대전차미사일로 무장하지 않았고, 미국산 전차를 모방생산한 한국형 전차에도 대전차미사일이 없다.

이제까지 논한 대로, 전차전력에서 한국군과 인민군의 격차는 크다. 이 글에서 논하지 않았지만, 다른 재래식 전력에서도 한국군은 열세에 있다. 남측 국방부는 이러한 사실을 감추고 있지만, 감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2010년 1월 20일 김태영 국방장관은 선제타격론을 언급하였는데, 그런 자극적인 대북발언은 한국군의 전력열세를 감추기 위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전력열세에 놓인 한국군은 단독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 인민군은 한국군에 비해 우세한 군사력을 가졌지만, 군사력이 우세하다고 해서 한국군을 먼저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민군은 한국군이 아니라 미국군을 주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만일 인민군이 한국군을 주적으로 삼았다면 그처럼 방대한 군사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인민군이 미국군을 상대로 방대한 군사력을 유지하는 까닭은, 그들의 주적인 미국군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강한 야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국군의 65년 장기주둔, 남측에 대한 확장된 핵억지력 제공공약 고수, 각종 북침작전계획 수립, 세계 최대 규모의 핵전쟁연습 강행, 위험천만한 정전상태 현상유지 등은 그들이 얼마나 강한 전쟁야욕을 가졌는지를 말해준다.

그러므로 한반도에 전쟁위험을 불러오는 결정적인 요인은 전쟁야욕을 가지고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군사력을 유지하는 미국군이다. 한반도를 향한 미국군의 전쟁야욕을 제거하면 평화실현과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오늘 북측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회담을 조속히 열어야 할 까닭이 거기에 있다. (2010년 1월 25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