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므엉에 착륙한 화물기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화물기는 왜 공군기지에 착륙하였을까?

그루지야 국적 화물기 한 대가 2009년 12월 11일 오전 태국에 있는 돈 므엉(Don Mueang)에 착륙하는 것으로 사건은 시작되었다. 북측이 화물기를 이용하여 무기를 밀수출하려다가 적발되었다는 식의 선정적인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세상이 떠들썩하였던 이 사건에 대해서, 언론매체들은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오보하였다.

첫째, 언론매체들은 돈 므엉이 방콕 인근에 있는 국제공항인 것처럼 오보하였다. 태국에서 전세기나 국내선 여객기가 공항 일부를 사용하여 돈 므엉공항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그곳의 공식명칭은 돈 므엉 태국 공군기지(Don Mueang Royal Thai Air Force Base)다. <뉴욕 타임스> 2009년 12월 13일자 관련기사만 문제의 화물기가 착륙한 곳이 “방콕의 군사공항(Bangkok’s military airport)”이라고 보도하였다.

원래 돈 무엉은 방콕에서 북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곳에 있는 국제공항이었는데, 2006년 9월 28일에 개항한 수반나부미(Suvarnabhumi)공항이 방콕 국제공항으로 되었다. 돈 므엉은 2007년 3월 24일부터 태국 공군(Royal Thai Air Force) 제1비행단(1st Air Division)이 주둔하는 공군기지로 되었다. 돈 무엉은 베트남 전쟁시기에도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PACAF)의 공군기지로 사용된 바 있다.

둘째, 언론매체들은 문제의 화물기가 중간급유를 위해 돈 므엉에 비상착륙한 것처럼 오보하였다. 북측, 미얀마, 라오스에 대해 악선전에 가까운 글을 써내는 스웨덴 국적의 태국 거주 언론인 버틸 린트너(Bertil Lintner)는 <뉴욕 타임스> 2009년 12월 13일자 기사에서 문제의 화물기가 북측에게 우호적인 미얀마를 놔두고 왜 태국에서 중간급유를 하였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지만, 사건진상은 중간급유를 위해 착륙한 것이 아니라 태국 공군 전투기들이 출격하여 그 화물기를 공군기지에 강제착륙시킨 것이다.

러시아 일간지 <코머싼트(Kommersant)>는 2009년 12월 17일자 관련보도에서 태국 공군 전투기 두 대가 그 화물기를 강제착륙시켰다고 보도하였다. 태국 국가안보회의 타윈 플리안스리(Thawin Pliansri) 사무총장은 그 화물기가 강제로 착륙당했다는 언론보도를 부인하였지만, 수출무기를 실은 화물기가 다른 나라 영공을 통과하다가 중간급유를 위해 사전에 허락도 받지 않고 공군기지에 비상착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태국에 억류된 문제의 화물기는 타쉬켄트 항공기 생산 연합기업소(Tashkent Aviation Production Association)가 1970년대에 소련군 전략수송기(strategic airlifter)로 생산한, 미국군이 ‘캔디드(Candid)’라고 부르는 일류신(Ilyushin)-76이다. 그 화물기는 화물 45t을 싣고 3,650km까지 날아갈 수 있는데, 평양에서 방콕까지 거리는 그 화물기의 항속거리보다 115km가 더 먼 3,765km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그 화물기가 중국 남부에 있는 어느 국제공항에서 중간급유를 한 뒤에 태국 영공에 진입하였고, 태국 공군 전투기들이 그 화물기를 돈 므엉 공군기지에 강제로 착륙시켰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12월 13일자 <뉴욕 타임스>는 그 화물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들이 무관세상점(duty-free shop)에서 산 커다란 병맥주 여섯 병을 가지고 있었고, 태국 정부당국에 체포될 때 그것도 압수당하였다고 보도하였는데, 그 병맥주는 중국 남부에 있는 어느 국제공항에서 중간급유하는 동안에 샀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래리 닉쉬(Larry A. Niksch) 아시아문제 연구담당관은 2009년 12월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 기자에게 중국은 북측의 수출용 무기를 실은 화물기가 자국 영공을 통과하거나 중국 공항에서 중간급유를 하려고 착륙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셋째, 언론매체들이 아예 보도하지 않은 것은, 그 화물기가 태국 영공을 통과한다는 정보를 태국 공군에게 알려주어 강제착륙하도록 조치한 것이 미국 국가정보기관이었다는 사실이다. 태국 국가안보회의 타윈 플리안스리 사무총장은 2009년 12월 17일 기자회견에서 “화물기를 적발하는데 미국의 협조를 받았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에게 협조한 미국 정부기관 이름을 구체적으로 대지 않았다. 화물기가 이륙한, 평양에서 북쪽으로 22km 떨어진 곳에 있는 순안비행장을 정찰위성으로 감시할 수 있고, 그 화물기가 비행하는 항로를 추적한 실시간 비행정보를 다른 나라 군부에게 알려줄 수 있는 곳은 미국 국방정보국(Defense Intelligence Agency, DIA)밖에 없다.

화물기에는 어떤 무기가 실려있었을까?

화물기에 실린 무기들을 압류한 태국 정부당국은 방콕에서 북동쪽으로 약 240km 떨어진 낙콘 싸완주(Nakhon Sawan Province)에 있는 탁클리 공군기지(Takhli Air Force Base)로 무기들을 모두 옮겨놓고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돈 므엉 공군기지에서도 무기를 조사할 수 있는데도 굳이 탁클리 공군기지까지 옮긴 까닭은, 탁클리 공군기지는 언론매체가 접근하기 힘든 곳이어서 그 기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외부에서 전혀 알 수 없는데 비해, 돈 므엉 공군기지는 민간항공기들도 이용하는 곳이라서 보안문제가 제기되었고, 무엇보다 언론매체의 접근을 차단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언론매체들은 돈 므엉 공군기지에 억류된 그 화물기를 원격촬영한 사진을 보도하는가 하면, 화물기에 실린 무기들을 태국군 수송기에 옮겨싣는 동안 화물기 내부를 근접촬영한 사진까지 보도하여 태국 정부당국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압류무기를 조사하는 현장이 언론매체에 공개되는 것을 태국 정부당국이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군 조사반이 정밀조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화물기를 강제착륙시키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미국군은 거기에 실려있는 무기를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섰고, 태국 정부당국은 미국군의 현장조사 요구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압류무기들에 대해 미국 군부가 그토록 관심을 갖는 까닭은, 북측이 화물선이 아니라 화물기를 이용하여 수출한 무기는 국제무기상이 거래하는 통상적인 무기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계약관계에서 거래되는 특별한 무기일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화물기에는 어떤 특별한 무기가 실려있었을까?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태국 정부당국이 보안조치를 취하였기 때문에, 그 화물기에 어떤 무기가 실렸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기는 힘들지만, 아래와 같은 언론보도가 눈길을 끈다. 태국 관영 <티엔에이통신(TNA)> 2009년 12월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태국 경찰청 수피산 박디나리나트(Supisarn Bhakdinarinath) 수사국장은 억류 화물기에서 로켓발사기,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과 그 부품, 유탄발사기, 폭약, 탄약 등을 압류하였는데, 그 가격은 1,800만 달러가 된다고 밝혔다. 또한 태국 영문일간지 <더 네이션(The Nation)> 2009년 12월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밀폐용기와 운반상자 145개에 포장되어 화물기에 실려있던 무기는 다연발 로켓발사대(M-1985형) 두 대, 240mm 로켓 20여 기, 러시아제 로켓추진식 폭탄 등 약 1,810만 달러에 이르는 무기들이라고 한다.

태국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위와 같은 무기들은 통상적인 무기들이지 미국 군부의 관심을 끌만한 특별한 무기가 아니다.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차량발사 지대공 미사일이 아니라 보병이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저고도 비행물체를 향해 쏘는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뜻한다.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은 값비싼 고성능 미사일이 아니다. 억류 화물기에 그러한 통상적인 무기들밖에 없었다면, 구태여 미국군 조사반이 태국에 급파되어 현장정밀조사까지 실시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2009년 12월 17일 아비씻 웻차치와(Abhisit Wetchachiwa) 태국 총리가 기자들에게 한 말은 무기압류상황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그의 발언을 분석하면 이렇다.

첫째, 태국 언론매체들은 압류무기의 가격을 1,800만 달러로 추산하였으나, 태국 총리는 압류무기의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확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이것은 무기수량이 너무 많아서 가격계산이 복잡하다는 뜻이 아니라, 태국군이 처음 보는, 그래서 값을 알지 못하는 특별한 무기가 실려있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또한 태국 총리는 무기관리법과 무기사용법을 해설한 영문 설명서가 나온 것으로 봐서 그 무기가 북측에서 나온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런데 태국 언론보도에 나온 로켓무기들은 세계 각국 군대들이 거의 다 사용하는 통상적인 무기여서 구태여 설명서를 제시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영문 설명서가 들어있었다는 말은 특별한 무기가 들어있었다는 뜻이다. 북측에서 특별한 무기를 만들어 수출한다는 군사정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태국 정부 당국자들은 자기들이 처음 보는 고성능 무기가 북측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태국 총리는 그렇게 생각한 정부 당국자들의 초기보고를 받았을 것이므로, 그 무기가 북측에서 나온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태국 총리는 압류무기 가운데 일부는 폐기할 필요가 없는 무기들인데, “유엔협약을 검토하는 등 관련절차를 거쳐 일부 무기는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폐기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기자가 묻자, 그는 답변을 회피하였다. 태국 총리의 말은, 매우 값비싼 고성능 무기여서 폐기할 필요는 없고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인데, 그것은 미사일 완제품 또는 미사일 핵심부품을 압류하였음을 강하게 암시하는 발언으로 들린다.

그런데 <더 네이션> 2009년 12월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카싯 피로미야(Kasit Piromya) 태국 외무장관은 수텝 타욱수반(Suthep Thaugsuban) 태국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압류한 무기를 보관할 수도 없고 사용할 수도 없다. 그것은 우리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모범국가로서 (파기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총리의 견해와 외무장관의 견해가 엇갈리는 것이다. 태국 총리는 매우 값비싼 고성능 무기를 폐기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고, 태국 외무장관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압류무기 처분원칙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적재화물 운반상자에 찍혀있는 네 글자

2009년 12월 16일 <로이터통신(Reuters)>은 억류 화물기 무기조사반 성원인 태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한 말을 인용하여 태국에서 압류된 무기들 가운데는 ‘대포동 2호 부품’이 있다고 보도하였다. 미국 군부가 ‘대포동 2호’라고 부르는 북측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므로, 태국 정부당국이 ‘대포동 2호’ 부품을 압류하였다는 말은, 북측이 다른 나라에 대륙간탄도미사일 부품을 수출하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북측이 다른 나라에 대륙간탄도미사일 부품을 수출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위의 기사는, 여러 종류의 미사일 부품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태국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그대로 실어버린 오보일 것이다. 파니탄 왓타나야곤(Panitan Wattanayagorn) 태국 정부 대변인이 한 말을 인용한 <블룸버그통신(Bloomberg)> 2009년 12월 17일자 관련기사는, 태국 정부당국이 압류한 무기들 가운데 ‘대포동 2호’ 부품은 없다고 하였다.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부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할 가능성은 없지만, 다른 종류의 미사일 부품을 수출하였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태국 정부당국이 압류한 미사일 부품이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미사일에 들어가는 부품이었는지는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지 않았다.

북측으로부터 미사일 부품을 수입할 나라는 지난 시기 북측의 지원을 받아 미사일을 개발하였거나 북측의 미사일을 수입한 나라들이다. 이를테면 이란, 파키스탄, 시리아가 그런 나라들이다.

그런데 요즈음 탈레반의 테러공격에 맞서 사실상 교전상태에 있는 파키스탄이 북측으로부터 미사일 부품을 수입하여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은 영에 가깝다. 파키스탄이 태국에서 압류된 미사일 부품을 수입할 처지에 있지 않다면, 이란이 북측으로부터 미사일 부품을 수입하였던 것일까?

2008년에 북측과 미사일기술공급협정을 체결한 이란이 북측으로부터 중거리미사일 핵심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면, 세질(Sejjil)-2 중거리미사일 작전배치에 차질을 빚게 된다. 사거리가 2,500km가 되는 2단형 고체연료 지대지 미사일인 세질-2는 2009년 12월 16일에 두 번째 시험발사를 거쳤다.

그렇지만, 지금 미국으로부터 제재압박을 받고 있는 이란이 만일 북측으로부터 미사일 부품을 수입한다면, 남방항로를 오가는 그루지야 국적 화물기를 이용하지 않고 자국 공군의 전략수송기를 북방항로에 띄웠을 것이다. 이란 공군의 전략수송기가 북측을 오가는 북방항로는 이란-카자흐스탄-중국-북측으로 연결되는 안전한 항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태국에서 압류된 미사일 부품의 최종목적지를 이란으로 지목하는 추정은 설득력을 잃는다. 시리아가 북측으로부터 미사일 부품을 수입하는 경우도, 북방항로를 이용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억류된 화물기에는 미사일 부품만 실려있었고, 미사일 완제품은 없었을까? 아래에서 논하겠지만, 그 화물기에는 북측이 생산하여 다른 나라에 수출한 미사일 완제품, 그것도 통상적인 미사일이 아니라 첨단전투기에 장착되는 최고 성능의 공대공 미사일이 실려있었다. 이 사실은 태국 정부당국이 취한 보안조치에 가로막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다행하게도, 태국 정부당국이 돈 므엉 공군기지에 억류한 화물기에서 적재화물을 실어내는 동안에 누군가 근접촬영한 사진 한 장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그 사진은 화물기 내부를 보여주었는데, 미사일처럼 길게 생긴 여러 개 적재화물상자 표면에 ‘K 100’이라는 글자와 일련번호가 선명하게 찍혀있는 것이 보인다. 2009년 12월 13일 <뉴욕 타임스>는,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 있는 유력한 민간 군사연구기관 글로벌 시큐리티(Global Security)의 미사일 전문가 찰스 빅(Charles P. Vick)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에서 그 적재화물이 케이(K)-100 미사일일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사진에 찍힌 적재화물상자의 크기와 케이(K)-100 미사일의 크기는 서로 비슷하다.

이러한 정황을 볼 때, 화물기에 실려있던 미사일은 케이에스(KS)-172로 알려진 노바톨(Novator) 케이(K)-100 미사일과 같은 종류인 것으로 보인다. 고체연료를 쓰는 이 미사일은 무게가 50kg가 나가는 고폭파쇄탄두(high-explosive fragmentation warhead)를 탑재한 공대공 미사일이다. 북측,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군사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극소수 나라들만이 고폭파쇄탄두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폭파쇄탄두를 장착한 그 미사일은 정교한 레이더 장치를 가동하는 공중조기경보기(Airborne Early Warning and Control), 전략정찰기(strategic reconnaissance plane), 전자전기(electronic-warfare aircraft), 순항미사일, 대공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할 때 전투기에서 발사하는데, 최단 사거리는 200km이고 최장 사거리는 400km이며, 최고 비행고도는 30km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첨단전투기들인 수호이(Su)-27, 수호이(Su)-30, 수호이(Su)-35에 장착된다. 오산 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군사분계선 남쪽 상공을 날면서 평양까지 촬영한다는, 미국군이 보유한 고고도 정찰기 유(U)-2가 가장 높이 비행하는 고도는 25.9km이므로, 수호이-27에 장착한 노바톨 케이-100 공대공 미사일을 쏘면 그 정찰기를 격추할 수 있다.

어느 나라가 공대공 미사일을 수입하려고 한 것일까?

데니스 블레어(Dennis C. Blair)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2009년 12월 18일 <워싱턴 포스트>에 실은 자신의 글 ‘강화되는 우리나라의 방어전선(Strengthening Our Nation’s Front Line of Defense)’에서 “미국과 해외 동반국들의 각이한 정부기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공조활동은 지난 주 북측의 중동행 무기를 저지하였다(Teamwork among different agencies in the United States and partners abroad just last week led to the interdiction of a Middle East-bound cargo of North Korean weapons)”고 썼다. 태국 정부당국이 압류한 무기들이 중동지역에 수출된 무기들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태국 영문일간지 <방콕 포스트(Bangkok Post)>가 억류당한 승무원들의 진술을 인용하여 쓴 2009년 12월 14일자 기사에 따르면, 억류 화물기는 원래 스리랑카와 중동 어느 나라에 들러 일부 화물을 내린 뒤에 최종목적지인 우크라이나로 갈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의 글과 억류당한 승무원들의 진술을 들어보면, 전자는 최종목적지는 밝히지 않고 중간기착지만 밝혔고, 후자는 최종목적지와 중간기착지를 모두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그 화물기에 실려있던 로켓무기들은 중간기착지인 중동의 어느 나라에 내려놓으려고 했던 것이고, 그 화물기에 실려있던 미사일 완제품은 최종목적지에 내려놓으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태국에 압류된 무기들 가운데 미사일 완제품을 수입하려고 한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수입국은 적재화물을 찍은 현장사진에 나타난 노바톨 케이-100 공대공 미사일을 사용하는 나라일 것이다. 러시아가 생산한 노바톨 케이-100 공대공 미사일을 사용하는 나라는 러시아, 인도, 우크라이나다. 그 세 나라 가운데서 러시아와 인도는 북측으로부터 공대공 미사일을 수입할 처지가 아니므로, 수입국으로 지목되는 대상은 자연히 우크라이나로 좁혀진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노바톨 케이-100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하는 수호이-27을 66대나 보유하고 있다. 태국 공군이 보유한 주종 전투기는 스웨덴에서 생산한 제이에이에스(JAS) 39 그라이픈(Gripen)과 미국에서 생산한 에프(F)-16 파이팅 팰컨(Fighting Falcon)이므로, 태국군 무기조사반은 수호이-27에 장착하는 노바톨 케이-100과 같은 종류의 공대공 미사일 실물을 이번에 처음 보았을 것이다.

북측이 수호이-27에 장착하는 공대공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수출하였다면, 인민군 공군도 수호이-27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지금까지 외부에는 인민군 공군이 수호이-27을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는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이번에 밝혀졌다. 인민군 공군은 러시아에서 수입한 수호이-27 부품과 자체로 생산한 부품을 가지고 수호이-27을 조립생산하고 있는데, 그 내역은 이렇다.

2001년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한 김일철 당시 인민무력부장은 모스크바에서 북러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고 ‘두 나라 무력기관들 사이의 협조에 관한 협정문’을 채택하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 7월 26일부터 8월 18일까지 동방특급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공식방문하였고, 2002년 8월 20일부터 25일까지 러시아 극동지역과 동시베리아를 비공식방문하였다.

방문기간 중에 그는 하바로프스크주(Khabarovsk Krai)에 있는 러시아에서 가장 큰 항공기 생산기지인 콤소몰스크 온 아무르 항공기 생산연합기업소(Komsomolsk-on-Amur Aircraft Production Association)에서 수호이 전투기 제작공정을 시찰하였고, 노보시브리스크주(Novosibrisk Oblast)에 있는 츠칼로프 노보시브리스크 항공기 생산연합기업소(Chkalov Novosibrisk Aircraft Production Association)에서 가서도 수호이 전투기 제작공정을 시찰한 바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시찰현장에서 수호이 조종석에 몸소 올라가 앉아보기까지 하였다.

2001년 4월 북측이 러시아와 군사협정을 체결하고, 2001년 7월과 2002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한 이후, 북측은 수호이-27 부품 일부를 러시아에서 수입하여 조립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던 것이다. 북측이 노바톨 케이-100과 같은 종류의 자국산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수호이-27을 보유한 것은, 한반도 상공에 접근하는 미국군 공중조기경보기, 전략정찰기, 전자전기, 그리고 북측을 향해 날아가는 한미연합군의 순항미사일과 대공미사일을 타격하는 장거리 공중격추능력을 보유하였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제 노바톨 케이-100을 인접국이며 원산지인 러시아에서 수입하지 않고 왜 멀리 떨어진 북측에서 수입하려고 한 것일까? 그 까닭은 몇 해 전부터 그 미사일의 생산지가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는 그 미사일 생산을 중단하였고, 2005년부터 인도가 그 미사일을 면허생산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공군은 인도에서 면허생산한 미사일보다 북측에서 자력생산한 미사일을 더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12월 13일 아비씻 웻차치와 태국 총리는 “문제의 수송기가 당초 스리랑카에서 재급유를 받을 예정이었다는 것만 확인하였을 뿐 최종 목적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태국에 억류된 화물기가 태국 영공을 통과하여 스리랑카로 향하는 남방항로를 비행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북측으로부터 공대공 미사일을 수입하려고 할 때, 자국 공군의 전략수송기를 북방항로에 띄우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왜 남방항로를 오가는 그루지야 국적 화물기를 이용하여 수송하려고 한 것일까? 그 까닭은 유엔안보리 결의(Resolution) 1874호가 발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2차 핵실험을 실시한 것에 대해 유엔안보리가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2009년 6월 12일에 채택한 결의 1874호는, 북측의 무기수출을 전면적으로 봉쇄한 제재조치다. 그 결의에 따르면, 북측은 소형 개인화기를 제외한 어떤 종류의 무기도 수출하거나 수입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심지어 소형무기마저도 유엔제재위원회에 사전통보를 한 뒤에야 수출입하게 되어 있다. 그 제재조치는 북측에 대한 무기금수는 물론 선박검색과 금융제재도 실시하도록 규정하였다. 미국을 비롯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무모한 반북감정을 노골적으로 반영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시차를 따져보면, 우크라이나가 북측으로부터 공대공 미사일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시점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조치가 나온 2009년 6월 12일 이전이었을 것이다. 북측과 우크라이나가 공대공 미사일 수입계약을 체결한 뒤에 유엔안보리가 대북제재조치를 내왔지만, 우크라이나는 계약을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이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에, 북측의 무기수출을 감시하는 미국에게 공대공 미사일의 최종목적지를 드러내지 않고 수입계약국의 정체를 은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당국은 북방항로를 이용하여 직수입하는 경로를 피하고 남방항로에 있는 제3국으로 수송한 뒤에, 제3국에서 우크라이나로 다시 수송하는 우회경로를 밟으려 하였던 것이다.

또 다른 상관성이 있다

유엔안보리 결의 1874호는, 위에서 논한 것처럼, 북측의 무기수출을 이른바 ‘불법무기거래’로 규정하였다. 북측이 실시한 핵실험을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도 없이 자기들 멋대로 ‘불법행위’로 규정한 조치야말로 미국의 대북제재책동을 추종한 유엔안보리의 집단적 불법행위로 보인다. 그렇지만 북측이 자기를 겨냥한 유엔안보리의 집단적 불법행위를 인정할 리 만무하며, 그러한 불법적 제재책동에 주눅이 들어 이제까지 정상적으로 추진해오던 합법적인 무기수출을 중단할 리도 없다.

유엔안보리가 결의 1874호를 채택한 이튿날 즉각 발표한 대응성명에서 북측 “외무성은 위임에 의하여 유엔안전보장리사회 <결의 1874호>를 단호히 규탄배격”하면서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기 위하여” 대응조치를 취한다고 선언하였다. 대응조치는 새로 추출하는 플루토늄 전량을 핵탄두로 만들고, 우라늄 농축작업을 개시하며, 미국의 봉쇄기도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009년 6월 15일 김일성광장에 10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평양시 군중대회에서 인민무력부 부부장인 박재경 대장은 연설을 통해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이 우리를 반대하는 이른바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 이어 제재결의를 채택한 이상, 우리 인민군대는 그것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그에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미국군 정찰위성이 벌이는 대북감시활동은, 유엔안보리 제재조치가 나오기 이전에도 그러하였지만 제재조치가 발동된 뒤에 한층 더 강화되었다. 평양 인근에 있는 순안비행장은 고려항공 여객기들이 드나드는 곳인데다가 미국군 정찰위성이 감시하는 곳이므로, 그루지야 국적 화물기는 고려항공 여객기가 드나들지 않는 시간대에, 그리고 특히 정찰위성이 내려다볼 수 없는 밤시간을 이용하여 수출무기가 든 적재화물을 실어야 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그 화물기는 2009년 12월 10일 밤부터 11일 새벽에 이르는 시간에 야간선적작업을 마치고 이른 새벽에 이륙하여 남방항로를 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스티븐 보스워즈(Stephen W. Bosworth) 특사 일행이 2박3일 평양방문 일정을 마치고 순안비행장에서 미국군 수송기를 타고 오산 공군기지를 향해 이륙한 시각은 2009년 12월 10일 오전 11시께였다. 이륙시차를 계산해보면, 오바마 대통령 특사 일행을 태운 미국군 수송기가 순안비행장에서 이륙한 때로부터 불과 몇 시간 후에 수출무기를 가득 실은 그루지야 국적 화물기가 순안비행장을 이륙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2009년 12월 15일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당정회의에서 특사방문과 무기수출이 연관되어 있음을 전제하고 “이 사건은 북한의 이중적 태도를 잘 보여준다”고 하면서 북측을 비난하였다. 남측 언론매체들도 그러한 비난조로 쓴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특사의 평양방문과 북측의 무기수출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시간대가 접근한 것은 우연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 특사가 평양을 방문한 것과 북측이 다른 나라에 무기를 수출한 것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미국 대통령 특사가 평양을 방문한 것과 미국 군부가 태국 정부당국을 앞세워 북측의 무기수출을 차단한 것은 서로 무관한 것일까? 그 양자 사이에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상관성이 있다. 그 내역은 아래와 같이 설명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보스워즈 특사를 평양에 파견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전하면서 포괄적 해결방안을 제시하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 방안에 공감을 표시하였다. 그로써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는 마침내 가시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소리만 들어도 촉각이 곤두서는 미국 군부가 가만히 앉아 있을 리 없다. 주한미국군 철군을 저지해야 하는 미국 군부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가로막고, 북미관계를 갈등과 충돌에 묶어두려는 생각을 품고 있다.

2009년 6월 중순 제3국으로 향하던 북측 화물선 강남 1호에 무기가 실려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화물선을 추적한 사건, 2009년 8월 28일 제벨 알리(Jebel Ali)항에 입항한 오스트레일리아 선적 화물선에서 북측의 수출무기가 들어있다는 화물운송함 10개를 아랍에미리트 정부당국을 앞세워 압류한 사건, 2009년 9월 22일 부산 신항에서 하룻밤 정박한 뒤 출항하여 거제도 앞바다까지 갔던 파나마 선적 화물선을 미국 국방정보국의 긴급요구에 따라 남측 국가정보원이 부산항으로 돌려세워 거기에 실려있던 북측 화물운송함 4개를 압류한 사건, 그리고 이번에 북측의 수출무기를 실은 화물기를 태국 정부당국을 앞세워 억류한 사건은 미국 군부가 북미관계를 갈등과 충돌에 묶어두려는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음을 말해주는 사례들이다. 지금도 그러한데, 앞으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미국 군부가 어떤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미국 군부가 유엔안보리 결의 1874호를 들고 나와 방해공작을 계속해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향해 흐르기 시작한 정세변화를 가로막지 못할 것이다. 정세변화는 방해공작보다 훨씬 더 강한 힘으로 밀려오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21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