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화폐교환조치에 숨겨진 이야기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외화사용 금지조치에 반발한 ‘북한의 무역거래상’

2009년 11월 30일 오후 5시 6분, 중국 선양(瀋陽)에 주재하는 <데일리NK> 특파원이 급히 작성한 기사는, 북측에서 오전 11시부터 화폐교환조치가 실시되었음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주었다. 2004년 12월 “북한동포들의 인권개선과 민주주의실현을 위해” 일한다는 명목으로 서울에서 설립된 인터넷 매체 <데일리NK>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라는 단체의 기관지다. 이 단체는 1980년대 학생운동에 참여하였다가 1990년대에 격렬한 반북활동으로 180도 전향한 사람들이 1999년 12월 ‘북한민주화운동 강령’을 채택하면서 창립한 대표적인 반북단체다.

<데일리NK> 선양 특파원은 북측의 화폐교환조치 실시에 관한 제1보를 내보낸지 51분 뒤인 오후 5시 57분에 제2보를 실었다. 두 번째 기사는 ‘평양소식통’과 ‘신의주소식통’의 제보를 인용하여 좀더 자세히 보도한 것이었다. 평양에 특파원을 상주시키는 중국 <신화통신> 인터넷 영문판에서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이 북측 외무성으로부터 구두로 통보받은 북측의 화폐교환조치 실시에 관한 사실을 평양발 기사로 보도한 시각은 2009년 12월 1일 오전 10시 49분이었다.

북측 보도에 정통한 <신화통신>보다 하루 앞서서, 그리고 막대한 예산과 인원을 동원하여 대북정보수집에 열을 올리는 남측의 국가정보원(NIS)이나 미국의 중앙정보국(CIA)보다 한 발 앞서서 ‘북한민주화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어떻게 그처럼 재빨리 북측의 화폐교환조치에 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서울신문> 2009년 12월 3일자 보도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중국 단둥(丹東)과 선양에 비밀연락거점을 차려놓고, “중국을 드나드는 북한의 무역거래상들과 주기적으로 통화하며 북한 내부동향을 취재한다”는 것이다.

단둥의 비밀연락거점에서는 신의주에서 중국을 드나드는 ‘북한의 무역거래상’에게 중국에서 쓰이는 휴대전화를 사서 건네준 뒤 서로 약속한 시간에만 그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그외 시간에는 휴대전화를 꺼놓는 방법으로 북측 국가안전보위부의 전파탐지추적을 피한다고 한다. 또한 국경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평양에서는 중국에서 쓰이는 휴대전화가 불통이므로, 평양에 있는 ‘북한의 무역거래상’에게는 위성휴대전화를 사서 건네준 뒤 위와 같은 방법으로 통화한다고 한다. <데일리NK>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게 매수된 ‘북한의 무역거래상’들을 ‘신의주소식통’, ‘평양소식통’으로 부른다. 인권단체로 자처하는 반북단체인 ‘좋은벗들’도 같은 수법으로 대북첩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남측의 반북단체들에게 매수된 ‘북한의 무역거래상’들은 누구일까? 대외무역이 국유화되어 있는 북측에서 대외무역사업은 정부당국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의 무역거래상’이란 남측에서 말하는 무역업자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에서 대외무역사업을 맡아보는 하급관리들이다.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겠지만, 북측의 대외무역 담당관리들 가운데 몇몇 사람이 남측의 반북단체에게 매수되어 사실상 간첩으로 암약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북한의 무역거래상’은 남측의 반북단체로부터 ‘취재사례비’라는 명목의 간첩활동자금을 외화로 받는다. 화폐교환조치를 실시하기 이전까지 북측 공민(citizen)은 외화상점이나 외화식당에서 외화를 쓸 수 있었으므로, 남측의 반북단체에게 매수된 ‘북한의 무역거래상’은 자기들이 불법으로 받아 챙긴 외화로 외화상점에서 고급 외제상품을 사들이거나 외화식당에서 고급 음식을 사먹었을 것이다. 북측에서는 외국인 체류자, 외국인 관광객, 해외동포 방문자들이 차츰 늘어나면서 그들의 편의를 위해 외화를 받는 상점이나 식당이 생겨났는데, 북측 공민들 가운데 외화를 환전하지 않고 외화상점이나 외화식당에서 외화를 쓰는 사례가 있었다. 남측의 반북단체에게 매수된 ‘북한의 무역거래상’도 그러한 공민들 틈에 끼어 불법외화를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북측 정부는 화폐교환조치를 실시하면서 외화사용도 전면적으로 금지하였다. 외국인이나 해외동포들도 화폐교환조치가 끝난 2009년 12월 6일 이후에는 외화를 그대로 쓸 수 없고, 반드시 북측 화폐로 환전하여야 하는 것이다.

외화사용 금지조치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남측의 반북단체에게 외화로 매수된 ‘북한의 무역거래상’들이다. 외화사용 금지조치에 격렬한 반감을 품은 그들은 자기들이 받은 불법외화를 더 이상 쓸 수 없게 만든 북측의 화폐교환조치에 대해 온갖 중상비방을 늘어놓았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그들이 늘어놓은 중상비방을 ‘북한 내부동향’으로 둔갑하여 각종 보도기사로 쏟아내었다. 그러므로 북측의 화폐교환조치에 대해 남측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내용 가운데 상당부분은 왜곡보도 또는 허위보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쏟아낸 왜곡보도, 허위보도를 걷어낸 화폐교환조치의 실상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세 가지 비상대책과 두 가지 위험

북측의 화폐유통과정을 단순화해서 설명하면 이렇다. 조선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면, 그 화폐는 근로대중의 생활비로 지급된다. 근로대중은 화폐로 지급받은 생활비를 가지고 국영상점에 가서 자기 생활에 요구되는 상품을 산다. 생활에 쓰고 남는 화폐는 은행에 예금한다. 조선중앙은행은 국영상점과 은행을 통하여 화폐를 환수한다.

그런데 조선중앙은행에서 시작하여 조선중앙은행으로 되돌아가는 정상적인 화폐유통경로에서 벗어난 일탈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일탈사례란, 근로자가 국영상점이 아닌 곳에서 상품을 사는 경우를 말한다. 북측의 근로자가 국영상점이 아닌 곳에서 상품을 사는 일탈사례를 알아보려면, 북측의 상품유통과정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북측에는 국가계획과 국정가격에 따라 이루어지는 상품유통, 공장 및 기업소들 사이에서 계약과 합의에 따라 이루어지는 상품유통, 공민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품유통이 있다.

국가계획과 국정가격에 따라 이루어지는 상품유통은, 사회주의공급체계에 따라 생산된 생산물을 국영상점에서 근로대중에게 판매하는 상품유통이다. 국가계획과 국정가격에 의거하여 이루어지는 상품유통은, 사회주의계획경제를 따라가는 상품유통이기 때문에 자유시장의 일부가 아니라 계획경제의 일부로 된다.

원래 상품(commodity)이란 자본가가 노동자를 고용해서 생산하고, 그것을 다시 근로대중에게 팔아 이윤을 사적으로 취득하기 위하여 유통하는 물품이다. 그런데 자본가가 존재하지 않는 북측에서는 자본가가 생산한 상품이 있을 수 없다. 북측에서 자본가가 생산한 상품이 있다면, 외국산 상품일 것이다. 북측의 국영기업이나 협동농장에서 생산한 생산물은 사적 이윤을 얻기 위해 근로대중에게 파는 상품이 아니라, 정부가 사회주의공급체계를 통하여 근로대중에게 공급하는 사회적 생산물이다. 사회주의공급체계를 통하여 근로대중에게 공급되는 생산물은 자본주의시장에서 근로대중에게 판매되는 생산물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므로, 북측에서는 그러한 생산물을 상품이라 부르지 않고 인민소비품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상품을 팔고 사는 공간은 시장이 되지만, 인민소비품을 팔고 사는 공간은 국영상점이 된다. 자유시장에서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국영상점에서도 상품-화폐관계가 형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시장과 전혀 다르다. 국영상점은 시장이 아니다.

그런데 북측의 산업생산력이 아직 높은 수준에 이르지 못하였으므로 공장이나 기업소들이 생산활동에 요구되는 원료나 자재를 정부로부터 넉넉하게 공급받지 못하는 실정이며, 또한 근로대중의 물질적 요구도 국영상점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북측의 계획경제는 국방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중화학공업부문에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그 부문의 과학기술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경제전반의 자립을 보장하는 경제이기 때문에, 자연히 경공업부문이나 농축산업부문의 생산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은 경공업제품과 농축산물이 부족한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공업제품과 농축산물의 부족을 해결하려면 경공업부문과 농축산부문에 대한 자원배분을 크게 늘리고 경공업과 농축산업의 과학기술을 집중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더욱이 ‘고난의 행군’이라는 혹독한 시련기에는 경공업제품이나 농축산물이 극도로 부족하였다. 이처럼 ‘고난의 행군’ 시기에 근로대중이 정상적인 소비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북측에서는 세 가지 비상대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내역은 아래와 같다.

첫째 비상대책은 재정지출 증대다. 요즈음 경제난을 겪고 있는 남측에서 그러한 것처럼, 당시 북측에서도 정부의 재정지출을 크게 증가시켰다.

둘째 비상대책은 공장과 기업소들에게 상거래를 허용한 것이다. <조선신보> 2009년 12월 4일자 평양발 보도에는 조선중앙은행 책임부원이 평양 주재 <조선신보> 특파기자와 대담한 기사가 실렸는데, 그 기사에서 조선중앙은행 책임부원은 “지난 시기 국가가 기업소들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물자를 계획한만큼 원만히 보장해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시장의 리용을 일부 허용했다. 사회주의경제관리원칙에서 보조적인 공간으로 시장을 리용했었다”고 말했다. 북측 사회과학원에서 발행하는 ‘사회과학원 학보’ 2007년 1호에 따르면, “<고난의 행군> 시기에 국가가 생산현장에 원료와 자재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게 되자 공장, 기업소들 사이에서 물자를 상호교환하여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렇게 되자, 국가계획과 국정가격에 따라 생산과 류통이 이뤄지는 계획경제 이외에 공장, 기업소들 사이의 계약과 합의에 따라 경제거래가 이뤄지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고 지적하였다.

셋째 비상대책은 개인 상거래를 허용한 것이다. 근로대중의 소비생활에 요구되는 경공업제품과 농축산물을 유통하는 시장의 출현을 허용한 것이다. 그것은 근로대중의 소비적 수요를 국영상점이나 사회적 봉사망, 사회적 급양망에서는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절대적 부족분을 개인 상거래를 통해 충족시키기 위한 대책이었다.

북측에서 이루어진 개인 상거래란 농촌의 농업근로자들과 도시거주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사적 유통이다. 이를테면, 농업근로자들은 가구당 30평까지 경작할 수 있는 텃밭에서 생산한 농축산물을 내다 팔아서 얻은 돈으로 도시거주자의 가내수공업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들이고, 반대로 도시거주자들은 가내수공업으로 생산한 제품을 팔아서 얻은 돈으로 농업근로자의 텃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사들이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공무(公務)로 중국을 드나드는 북측 공민이나 북측에 사는 가족을 방문하는 해외동포들을 통해 북측에 들어간 외국산 경공업제품이나 외국산 농축산물이 유통되었으며, 북측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생산한 인민소비품들 가운데 일부가 사적인 상거래로 불법유통되기도 하였다.

사적으로 생산한 경공업제품이나 농축산물을 상품화하여 유통하는 것은, 국가계획과 국정가격에서 벗어난 비사회주의적인 상품유통이다. 국가계획과 국정가격에서 벗어난 상품유통이 차츰 확대되는 것은, 사회주의계획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유해로운 것이다. 그리하여 ‘고난의 행군’ 시기에 확대된 정부의 재정지출과 개인 상거래는 두 가지 위험을 안고 있었다.

첫째 위험은 정부의 재정지출이 확대되고, 개인 상거래가 확대될수록 화폐통화량이 늘어나 통화팽창(inflation)이 일어나는 것이다. 남측의 반북론자들은 북측의 물가가 이미 20배 이상 폭등하는 혹심한 통화팽창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거침없이 내놓고 있지만, 그러한 주장은 통화팽창이 극에 이르러 북측 경제가 하루빨리 무너지기를 바라는 국가정보원이나 반북단체들이 부풀려 작성한 엉터리 정보에 의존한 것이므로 믿을만한 것이 아니다.

두말할 나위없이, 재정지출 확대와 개인 상거래의 확대로 화폐통화량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주의계획경제의 정상적 발전을 가로막는 유해요인이다. 북측에서 2002년에 고액권인 1,000원 권을 새로 발행한 것은, 그 당시에 이미 화폐통화량이 상당히 늘어났음을 말해준다. 2009년 10월 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송영선 의원이 발표한 자료는 2008년말 현재 북측의 가구당 연간 소비지출을 1,298달러로 추산하였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에 비할 경우 북한의 소비지출수준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소비지출이 늘어났다는 말은, 화폐통화량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원래 사회주의계획경제에서 상품은 인민소비품으로 대체되므로, 경제활동의 화폐화(monetization)는 억제되고, 화폐유통은 최소화된다. 따라서 화폐기능은 국영기업에서 근로대중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지불수단으로 축소되고, 화폐의 교환기능이나 가치저장기능은 크게 억제된다. 그런데 개인 상거래의 확대는 화폐의 교환기능과 가치저장기능을 촉진시키는 비사회주의적인 요인으로 되었다.

둘째 위험은, 확대되는 개인 상거래가 정부기관의 단속을 피하여 불법적인 상거래로 변질되고, 그러한 불법적인 상거래가 확산되면 암시장(black market)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측의 반북론자들은 북측에 거대한 암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주장을 거침없이 내놓고 있지만, 그러한 주장은 북측에 암시장이 만연되어 북측 경제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국가정보원이나 반북단체들이 부풀려 작성한 엉터리 정보에 의존한 것이므로 믿을만한 것이 아니다.

한 가지 잠정조치를 넘어서 다섯 가지 완결조치에로

북측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가져오는 개인 상거래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게 잠정조치를 취했으니, 그것이 바로 2003년 8월에 종합시장을 개설한 것이다. 종합시장을 개설한 목적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확대된 개인 상거래를 갑자기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개인 상거래를 종합시장으로 끌어들여 사회주의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종합시장에서는 개인 상거래만이 아니라 국영기업이나 협동단체도 상거래를 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북측 각 지역에 인구비례로 개설한 종합시장에서 가격변동의 자유화를 허용하지 않고 시인민위원회나 군인민위원회가 판매가격을 정해주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개인 상거래에 가격통제정책을 도입하여 물가상승, 폭리취득, 불로소득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개인 상거래에 가격통제정책을 도입하여 물가상승, 폭리취득, 불로소득을 원천봉쇄한 조치를 가리켜, 남측의 반북론자들은 자유시장 경제활동을 억압하는 ‘인권탄압’으로 왜곡한다.

그런데 종합시장에서 가격통제정책을 실시했어도 상품-화폐관계가 계속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북측 각지에 300여 개의 종합시장이 개설된 2003년 이후 6년 동안 상품-화폐관계는 계속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북측에서 종합시장의 거래규모는 얼마나 커졌을까? 삼성경제연구원이 2007년 11월에 펴낸 보고서는, 북측의 국민총소득에서 시장거래 비중이 약 30%정도가 된다고 추산하였다. 북측의 사회주의계획경제가 남측의 자본주의시장경제로 변질되기를 바라는 삼성경제연구원이 추산한 그러한 통계자료를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지만, 종합시장의 거래규모가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종합시장의 거래규모가 확대된 것은, 화폐유통량의 증대를 촉진시켜 통화팽창과 물가상승의 위험을 가져왔으며, 거기에 더하여 개인 상거래가 폭리취득과 불로소득으로 변질되는 위험도 생겨났다. 이를테면, <조선신보> 2009년 12월 4일자 평양발 보도에서 조선중앙은행 책임부원은 “이번 조치에 의하여 시장에서의 물가의 평균수준은 2002년 7월 1일 직후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종합시장이 생겨난 이후 6년 동안 물가상승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말해준다.

또한 북측에서 출판된 계간지 <정치법률연구> 2008년 2호에 실린 ‘계약관계에서 사회주의적 성격을 고수할데 대한 원칙’이라는 논문은, “소비적 수요와는 인연이 없이 폭리를 얻거나 불로소득하는 현상, 개인리기주의를 조장시키는 현상에 대해서는 계약의 복무적 성격에 배치되는 위법행위로 보고 절대로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것은 북측 사회의 일각에서 폭리취득과 불로소득의 위법행위가 실제로 있었음을 말해준다.

남측에서야 통화팽창과 물가상승, 폭리취득과 불로소득은 일상적인 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북측에서 통화팽창과 물가상승, 폭리취득과 불로소득은 사회주의계획경제를 갉아먹는 치명적 독소로 된다. 그리하여 북측에서는 종합시장 개설이라는 잠정조치를 넘어서, 그러한 치명적 독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계획경제를 정상화, 강화하기 위한 완결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러한 완결조치를 실시한 내역은 아래와 같다.

첫째 조치는 정부가 공장과 기업소의 생산활동에 요구되는 원료와 자재를 생산계획량에 맞춰 보장해주는 것이다. 국내산 원료와 자재를 개발하고 그 이용률을 높임으로써 자립적 경제발전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금 평양에서는 10만 세대 살림집을 건설하는 대공사가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데, 평안남도 천리마군에 있는 대동강타일공장에서는 국내산 원료를 사용하여 이탈리아 건설자재 수준에 맞먹는 다양하고 세련된 건설자재를 대량생산하여 살림집 건설현장에 보내주고 있다고 한다.

건설부문에서도 그러하지만, 더 중요한 인민경제의 4대 선행부문에서도 역시 원료와 자재를 보장해주는 생산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4대 선행부문이란 금속, 전력, 석탄, 철도운수를 말한다. 북측의 표현을 빌리면, 4대 선행부문에서 “생산잠재력과 예비를 총동원하고, 생산정상화, 개건현대화, 설비대보수를 통하여 생산혁신을 이룩하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가 4대 선행부문에 집중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특히 북측에서 올해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를 연속적으로 벌인 것은 4대 선행부문의 생산력을 결정적으로 높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조선신보> 2009년 12월 4일자 평양발 보도에서 조선중앙은행 책임부원은 “(공장와 기업소에 대한) 국가의 (공급)능력이 강화됨에 따라서 보조적 공간의 기능을 수행하던 시장의 역할이 점차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하였다.

둘째 조치는 경공업부문에 자원을 이전보다 더 많이 배정하고 그 부문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경공업생산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 조치를 실행하면, 경공업을 집중개발하여 인민생활수준을 높이는 가시적 성과를 내올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공업부문에 현지지도를 집중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9년 4월 7일 평양에 있는 삼일포 특산물공장과 삼일포 특산물상점을 현지지도하였다. 인민군이 직영하는 그 공장에서는 1,800여 종의 국내산 원료를 개발하고 품종확대를 위한 기술개발에 힘쓴 끝에 350여 가지의 다양한 식료품을 생산하게 되었다고 한다. 광명성 2호를 발사한 날로부터 이틀 뒤에 그 공장과 상점을 현지지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경공업부문에 바친 인민군 병사들의 노력에 대해서 “나는 오늘 <광명성 2호>를 쏜 것보다 더 기쁩니다”고 극찬하였다고 한다. 그 뒤로부터 석 달이 지난 2009년 7월 22일 내각에는 식료일용공업성이 신설되었고, 각 지역별로 자기 지역 특산물을 이용하여 식료품을 생산하는 종합식료가공공장 건설이 추진되었다고 한다. <평양방송> 2008년 7월 3일자 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 당일 기사는, “생산자들의 혁명적 열의를 최대한 발양시키고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힘있게 벌여 계획보다 많은 인민소비품을 생산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셋째 조치는 농축산업부문에 자원을 이전보다 더 많이 배정하고 그 부문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농축산업생산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 조치를 실행하면 농축산업을 집중개발하여 ‘먹는 문제’를 완전히 풀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농축산업부문에 현지지도를 집중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러하지만, 북측에서도 식량증산은 곧 비료증산이다. 함경남도 함흥시에 있는 흥남비료련합기업소는 동부지역의 화학비료생산거점이고, 평안남도 안주시에 있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는 서부지역의 화학비료생산거점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9년 5월 28일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였고, 11월 6일에는 흥남비료련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였다. 그가 동서부 비료생산거점들을 현지지도를 한 까닭은, 그 양대 거점에서 화학비료생산에 요구되는 기존 원료를 새로운 원료로 대체하는 거대한 공정이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지난날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원료인 나프타를 사용하여 비료를 생산해왔는데, 이제는 수입품목인 나프타를 국내산 무연탄으로 바꾸었고, 흥남비료련합기업소에서는 지난날 북측의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원료인 무연탄을 사용하여 비료를 생산해왔는데, 이제는 무연탄 장거리수송을 중지하고 그 지역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갈탄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는 나프타 가스화공법을 석탄 가스화공업으로 대체하였고, 흥남비료련합기업소는 무연탄을 사용하는 석탄 가스화공법을 갈탄을 사용하는 석탄 가스화공법으로 대체하였다. 대체공정은 각각 2012년에 완공된다고 한다. 이것은 화학비료생산을 정상화, 자급화하여 식량완전자급을 실현하려는 노력이다.

넷째 조치는 국영상점을 정상화하고 확대하면서 종합시장을 점차적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이 조치는 종합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을 국영상점에서 공급되는 인민소비품으로 대체함으로써 종합시장에서 이루어지던 외국산 경공업제품과 농축산물의 유통을 근절하는 것이다. 북측에서는 2008년 11월에 상설시장을 10일장으로 축소하고, 12월에는 종합시장을 이전의 농민시장으로 축소하는 조치를 발표하였다.

다섯째 조치는 통화팽창에 빠질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화폐교환조치를 단행하는 것이다. <조선신보> 2009년 12월 4일자 평양발 보도에 나온, 조선중앙은행 책임부원이 평양 주재 <조선신보> 특파기자와 대담한 기사에서 조선중앙은행 책임부원은 “이번 화페교환조치의 중요한 목적의 하나가 류통되는 화페량을 줄이고 화페의 구매력을 높이자는데 있다”고 지적하면서, “비정상적인 통화팽창을 근절해버릴 수 있는 물질적 토대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화폐교환조치를 단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2년 구상의 의미

사회주의계획경제는 상품-화폐 관계를 축소, 약화시키고 근로대중을 위한 무상공급과 저가공급을 확대, 강화하는 경제다. 상품-화폐 관계를 축소, 약화시키고 무상공급과 저가공급을 확대, 강화한다는 말은, 보조기능으로 남아있는 시장마저 축소, 약화한다는 뜻이다. 사회주의계획경제의 최종목표는 궁극적으로 시장을 완전히 철폐하는 것이다.

사회주의계획경제에서 근로대중을 위한 무상공급과 저가공급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생산력 발전수준이다. 생산력이 발전될수록 무상공급과 저가공급이 확대, 강화되고, 그에 반비례하여 시장기능은 축소, 약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발전한 사회주의사회는 무상공급과 저가공급이 압도적이고 시장기능이 매우 미약한 사회다. 이러한 사회주의발전단계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12년 구상을 읽어보면, 단순한 의미의 경제발전이 아니라 근로대중을 위한 무상공급과 저가공급을 정상화하고 공급의 질을 높이는 인민경제발전이라는 목표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2012년 구상에 반영된 인민경제의 발전수준을 경제지표로 표시할 수 있을까? 2009년 8월 26일부터 29일까지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교에서 국제고려학회와 푸단대가 공동주최한 제9차 코리아학 국제학술토론회가 열렸는데, 거기에 참가한 조선사회과학원 리경철 법률연구소 실장은 2012년에 북측은 북측 역사에서 인민경제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1987년의 1인당 국민소득 2,500달러를 달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2009년 6월 28일에 발표한 ‘2008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결과’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남측 통화로 표시한 북측의 2008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은 117만원인데, 이것을 2009년 12월 14일 현재 달러화 공식환율(1달러 당 1164원)로 계산하면 1,005달러가 된다. 2008년도 보다 2.5배가 늘어난 국민소득을 올리겠다는 경제발전목표가 설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측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선 때가 언제인데, 북측에서는 2012년에 가서야 겨우 2,500달러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하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남측의 통계조작에 말려든 착각이다.

원래 국민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 GNI)을 산출하는 방법은, 자본주의시장경제가 생산한 모든 상품과 용역(service)의 시장가치를 총집계한 국민총소득(GNI)을 산출하고, 각 나라 통화의 대미환율을 적용하여 국민총소득을 달러화로 표시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북측의 국민소득을 산출하는 방법은, 북측에서 생산한 모든 상품과 용역에 남측의 시장가격을 적용하여 남측 통화로 환산하여 국민총소득을 추산하고, 남측 통화의 대미환율을 적용하여 국민총소득을 달러화로 표시하는 이상한 방법이다.

한국은행이 고집하는 이상한 산출방법은 아래와 같은 경우에서 그 변칙성이 극에 이른다. 즉 북측의 사회적 편의봉사망과 사회적 급양봉사망에서 무상공급되거나 저가공급되는 용역의 가치총액을 남측의 시장가격으로 환산하여 포함시켜야 마땅한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남측의 의료기관들이 생산한 막대한 의료용역을 시장가격으로 환산하여 남측의 국민총생산에 포함하면서도, 북측의 무상의료사업에서 생산된 의료용역은 북측의 국민총생산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다. 또한 남측 교육기관들이 공교육과 사교육을 포함하여 생산한 막대한 교육용역을 시장가격으로 환산하여 남측의 국민총생산에 포함시키면서도, 북측의 무상교육사업에서 생산된 교육용역은 북측의 국민총생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이상한 산출방법에서 드러나는 변칙성이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아래와 같은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이를테면,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마커스 놀런드(Marcus Noland) 연구원은 2007년 11월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대담하면서, 북측 인민군이 생산하는 가치는 북측 경제에서 적게는 15%, 많게는 40%나 차지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물론 그의 추산이 정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인민군이 생산하는 가치가 매우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군은 나사못 한 개도 생산하지 못하는 완전한 소비집단이지만, 백만대군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인민군은 북측에게 매우 중요한 생산집단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2008년 9월 1일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0여 년간 조선에 6만여 개의 기본건설대상이 일떠섰다”고 보도한 적이 있는데, 산업시설, 도로, 주택을 건설하는 현장에서 가장 주된 역할을 떠맡는 건설자는 인민군이다. 산업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남측에서 사영기업에 고용되어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이 생산한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환산하여 남측의 국민총생산에 포함하지만, 북측의 건설현장과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인민군이 생산한 가치는 북측의 국민총생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이상한 산출방법으로 터무니없이 저평가한 북측의 왜곡된 경제지표를 버리고, 공정하고 과학적인 산출방법으로 다시 평가한다면 2012년 1인당 연간 국민소득은 2,500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이다.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그들의 구호가 빈말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전세계 자본주의시장경제가 신자유주의의 파산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무너지고 있는데, 정반대로 안정적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유일한 나라는 북측이다. 북측이 온갖 도전과 난관을 물리치고 끝내 고수한 자력갱생과 자립경제의 실천력은 오늘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서 더욱 돋보인다. (2009년 12월 14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