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모강습단 서해훈련의 진상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항공모함은 왜 서해로 갔을까?

미국 하와이제도 오아후섬(Oahu) 호놀룰루(Honolulu)에 있는 소금호(Salt Lake) 인근에는 태평양사령부(USPACOM)가 자리잡은 스미스 기지(Camp H. M. Smith)가 있다. 태평양사령부는 지구 표면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다 태평양의 제해권을 틀어쥐고 있다.

태평양사령부는 전투사령부 네 개를 거느리며 작전지휘를 하는데, 산하 전투사령부는 하와이 포트 섀프터(Fort Shafter)에 있는 태평양육군사령부, 하와이 할라바 고지(Halawa Heights)에 있는 태평양해병대사령부, 하와이 힉컴 공군기지(Hickam Air Force Base)에 있는 태평양공군사령부, 그리고 하와이 진주항 해군기지(Pearl Harbor Naval Base)에 있는 태평양함대다.

1907년에 창설된 태평양함대(Pacific Fleet)의 전투단위들 가운데서 중추역할을 하는 것은 일본 요코스카(橫須賀)에 전진배치된 제7함대(7th Fleet)다. 제7함대의 주력은 해상전투단(Surface Combatant Group)과 항모강습단(Carrier Strike Group)으로 이루어진 제70기동타격부대(Task Force 70)다. 제7함대 항모강습단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와 제5항모전투비행단(Carrier Air Wing Five)으로 이루어져 있다.

2009년 10월 10일 어둠에 잠긴 서해 해상에 거대한 전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웨스팅하우스가 제작한 원자로 에이포더블유(A4W) 두 기가 뿜어내는 28만 마력으로 항해하는, 배수량이 10만1천t이나 되는 초대형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CVN 73)였다.

조지 워싱턴호 홍보실(Public Affairs)이 2009년 10월 7일 홍보 웹싸이트에 실은 요코스카발 보도기사는 조지 워싱턴호가 10월 6일에 요코스카항을 출항하여 항모전진배치훈련에 들어갔다고 썼다.

미국 전함들의 함사(艦史)와 배치동향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미국 해군 웹사이트 ‘미국 항공모함(U.S. Carriers)’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제7함대 항모강습단은 2009년 10월 6일부터 11일까지 서태평양 작전해역에서 ‘2009년도 연례훈련(ANNUALEX ’09)’을 실시하였다. 이 훈련에 참가한 항모강습단 입항지(入港地)는 부산항이다. 이 훈련에는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와 함께 전투비행대(squadrons)와 전투단(battle group)이 참가하였다. 항모전투비행대는 함재기(carrier-borne aircraft)들인 ‘수퍼호넷(Super Hornet, F/A-18E)’ 2기, ‘호넷(Hornet, F/A-18C)’ 2기, 대잠헬기들인 ‘워로즈(Warlords)’ 1기와 ‘차저스(Chargers)’ 1기, 전자전기 ‘더 건틀릿츠(The Gauntlets)’ 1기, 조기경보기 ‘리버티 벨즈(Liberty Bells)’ 1기, 항모지원기 ‘프로바이더즈(Providers)’ 1기로 편성되었다. 항모전투단은 타이콘데로가급(Ticonderoga-class) 미사일 순양함들인 카우펜스호(USS Cowpens)와 샤일로호(USS Shiloh), 그리고 알레이버크급(Arleigh Burke-class) 미사일 구축함들인 커티스 윌버호(USS Curtis Wilbur), 핏저럴드호(USS Fitzgerald), 머스틴호(USS Mustin)로 편성되었다.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09년 10월 6일자 기사는, “항공모함 워싱턴호가 해군 2함대와의 훈련을 위해 13일부터 16일까지 (줄임) 서해상에서 해상특수작전훈련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보도하였다.

지금까지 제7함대 항모강습단은 동해에는 자주 나타났지만, 서해에 나타난 적은 없었다.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서해에 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모강습단은 이번에 왜 동해가 아니라 서해로 갔을까?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09년 10월 6일자 보도기사가 나온 뒤로, 제7함대 항모강습단과 한국군 제2함대의 합동훈련에 관한 구체적인 보도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는데, 그 까닭에 대해서는 <통일뉴스> 2009년 10월 9일자 보도가 해명해주었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한미 군당국은 이번 훈련의 언론공개수위를 ‘로우키(low key 낮은 목소리)’로 정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한미합동훈련에 관한 정보를 언론매체에 거의 알려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보도기사는 “훈련의 규모, 목적, 계획 등은 비밀로 분류되어 있어 밝히기 어렵다”는 한국 해군 당국자의 말을 인용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제7함대의 언론 비공개조치는 어김없이 실행되었다. <연합뉴스> 10월 13일자 보도는, 조지 워싱턴호 홍보실이 제공한, 조지 워싱턴호를 촬영한 일반적인 홍보사진 일곱 장만 실은 뒤에 더 이상 보도하지 않았고, <동아일보> 10월 16일자 보도는 조지 워싱턴호를 10월 14일에 방문취재하여 수필식으로 간단하게 쓴 ‘동승기’를 실었을 뿐이다.

언론매체에 훈련정황을 공개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는, 2009년 3월 9일부터 20일까지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USS John C. Stennis)가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키 리졸브(Key Resolve) 한미합동 군사훈련과 비교할 때 매우 대조적으로 보인다. 그 훈련에는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와 제7함대 기함인 상륙지휘함 블루릿지호(USS Blue Ridge)는 말할 것도 없고 이지스 순양함과 미사일 구축함 등 제7함대 소속 대형전함 10척이 참가하였는데, 언론매체들은 훈련정황에 관해 여러 차례 비교적 자세히 보도한 바 있다.

항모강습단과 제2함대의 특이한 합동훈련

제7함대 항모강습단과 한국군 제2함대가 서해에서 실시한 합동훈련현장을 간략하게나마 보도한 기사는 <동아일보> 기자의 ‘동승기’가 유일하다. ‘동승기’에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정옥근 해군참모총장이 해군 지휘부를 이끌고 2009년 10월 14일 조지 워싱턴호를 방문하였다. 해군참모총장이 해군 지휘부를 이끌고 제7함대 항모강습단 훈련현장을 찾아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이번 합동훈련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제7함대 항모강습단과 한국군 제2함대의 합동훈련은 공습훈련을 동반하는 종래의 키 리졸브식 상륙훈련이 아니라 그와 다른 특이한 해상훈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서해에서 실시한 특이한 합동훈련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2009년 10월 6일 <연합뉴스>는 “북한 특수부대의 해안침투를 가상해 해상과 공중에서 연합작전을 펼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였고, 10월 14일 <엠비씨(MBC)> 텔레비전방송은 “북한의 서해도발에 대비해 공중과 해상의 기동훈련과 통신교류체계에 대한 점검이 실시되고 있다”고 보도하였고, 10월 16일 <동아일보>는 조지 워싱턴호 훈련현장을 방문한 취재기자와 동행한 한국 해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이번 훈련은 유사시 공기부양정이나 잠수정을 타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기습침투하는 북한 특수부대를 한미연합전력으로 저지, 격퇴하는 훈련”이라고 보도하였다. 그러나 위의 보도기사들은 제7함대의 언론 비공개조치에 가로막혀 한미합동 해상훈련의 진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써낸 것들이다.

제7함대가 언론 비공개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언론매체들이 거의 다룰 수 없었지만, 그나마 언론매체에 스쳐간 듯한 보도내용을 정밀분석하면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사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7함대는 이번 한미합동 해상훈련에 항모강습단과 해상전투단 전체를 참가시키지 않고 그 일부만 참가시켰다는 점, 이전에 한미합동 상륙훈련은 11박12일 동안 진행되었으나 이번 한미합동 해상훈련은 일정을 축소하여 단출하게 진행하였다는 점, 훈련의 규모와 목적을 언론매체에 알려주지 않고 비공개조치를 취하였다는 점, 사전에 북측에 훈련일정을 통보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시작하였다는 점, 종래의 훈련관례를 깨고 처음으로 서해에서 실시하였다는 점 등이다.

위에 열거한 특이동향을 살펴보면 훈련규모는 대략 짐작할 수 있지만, 훈련목적은 짐작하기 힘들다. 태평양사령부는 왜 서해에 항모강습단을 출동시켜 전격적으로 한미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한 것일까? 아래 단서들을 짚어보면,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훈련목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미합동 해상훈련이 서해 어느 해상에서 실시되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훈련을 실시한 해상위치가 공개되지 않았고, 언론보도에는 서해 해상이라고만 나와있어서 해상위치를 알기 힘들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10월 16일에 보도한 ‘동승기’에는 미국군 수송기(C-2)가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를 이륙해 1시간여 동안 망망대해 상공을 날아가서” 조지 워싱턴호 갑판에 내려앉았다고 쓰여 있다. 물론 그 수송기에는 <동아일보> 취재기자만이 아니라 정옥근 해군참모총장과 해군 지휘부도 타고 있었다. ‘그레이하운드(Greyhound)’라고 부르는 씨(C)-2 수송기의 비행속도는 시속 465km인데, 그 속도로 한 시간 동안 망망대해 상공에서 직선거리를 날아갔다고 했으니, 한미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한 위치는 오산에서 450km 정도 떨어진 어느 해상이었을 것이다.

만일 오산에서 정서쪽으로 곧추 450km를 날아가면 중국 영공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영공 아래 해상은 중국군 북해함대의 작전구역이다. 국제법이 인정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영토에서 320km에 이르는 바다인데, 서해는 한반도와 중국이 각각 320km 거리로 확장된 배타적 경제수역을 설정할 수 없을 만큼 바다폭이 좁다. 국제법에 따르면, 전함이나 군용기가 사전허락을 받고 다른 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통과할 수는 있어도, 그 수역에서 군사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제7함대 항모강습단과 한국군 제2함대는 오산에서 비스듬히 남서쪽으로 450km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훈련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해상위치는 서해와 동지나해가 만나는 접경수역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매체들은 한국 해군 당국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한미합동 해상훈련이 실시된 해상위치를 서해라고 보도하였지만, 한반도 서해 연안수역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서해 먼바다라고 해야 정확하다.

주목하는 것은, 그 해상위치가 사방에 수평선밖에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라는 점이다. 한국 해군 당국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 언론매체들은 제7함대 항모강습단과 한국군 제2함대가 인민군 특수부대의 수도권 기습침투를 저지하는 해상훈련을 실시하였다고 보도하였지만, 망망대해에서 해안기습침투를 저지하는 해상훈련을 벌였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인민군 특수부대가 서해를 거쳐 수도권으로 기습침투하는 길은 인민군 공기부양정들이 고속으로 돌진하는 수도권의 서해안 갯벌일 것이다. 갯벌에서 해야 할 군사훈련을 망망대해에서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따라서 이번 한미합동 해상훈련의 목적은 인민군 특수부대의 기습침투를 저지하는 것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또 한 가지 주목하는 것은,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역사상 처음으로 서해에 출동하였다는 점이다. 2009년 6월 22일 미국 인터넷라디오방송 터너라디오네트워크(TRN)는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당시에 북측 인근해상에 배치되었다고 보도한 적이 있는데, 그들이 지적한 북측 인근해상은 동해 해상을 뜻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넉 달 뒤에 바로 그 항모강습단이 훈련관례를 깨고 뜻밖에 서해에 나타난 것이다. 항모강습단의 전격적인 서해 출동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2009년도 키 리졸브 한미합동 군사훈련은 3월 9일에 시작되었는데, 그 훈련을 개시하기 훨씬 전인 2월 18일에 태평양사령부는 판문점을 통해 인민군에게 훈련일정을 통보하였다. 그러나 이번에 한미합동 해상훈련은 사전에 북측에게 알리지 않고 전격적으로 실시되었다. 이번 한미합동 해상훈련의 특징은 뜻밖의 시각에 뜻밖의 해상에서 전격적으로 실시하였다는 데 있다. 바로 이 특징이 이번에 한미합동 해상훈련이 무엇을 노렸는지를 시사해준다.

연속적으로 실시된 합동해상훈련 내막

제7함대 항모강습단과 한국군 제2함대가 서해에서 실시한 한미합동 해상훈련의 목적을 파악하려면,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정보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첫째, 2009년 10월 14일 정옥근 해군참모총장을 대표로 하는 해군 지휘부가 조지 워싱턴호를 방문하여 함상행사를 가졌다. 당시 그 해상에는 한국군 구축함들인 세종대왕함과 강감찬함이 배치되어 있었다. 조지 워싱턴호 홍보실 2009년 10월 16일자 보도기사에 따르면, 그 날 제7함대 항모강습단 지휘부와 한국 해군 지휘부는 상대쪽 전함들을 교차방문하기도 하였고, 의견을 교환하는 지휘부 함상회의도 열었다고 한다.

한미 해군 지휘부가 해상훈련현장에서 함상회의를 열고 주고받은 의견이란, 대북해상작전에 관한 것이었다. 제7함대 항모강습단과 한국군 구축함들이 서해 먼바다에서 합동으로 실시한 해상훈련은 해상봉쇄(maritime blockade)를 위한 작전을 연습하는 것이었으므로, 그들이 함상에서 주고받은 의견도 서해해상 봉쇄작전에 관한 전술문제였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조지 워싱턴호 홍보실 2009년 10월 7일자 요코스카발 보도기사에 따르면,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2009년 10월 6일에 요코스카항을 출항한 목적은, “미국과 일본의 주요한 쌍무훈련인 애뉴얼렉스 2009에 참가하고, 해상안전을 지원하는 제2차 연례 가을철 기동배치(second annual fall deployment in support of maritime security and to participate in ANNUALEX 2009, the premiere bilateral exercise between the U.S. and Japan)”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 짧은 보도문장에는 아래와 같은 중요한 정보가 담겨있다.

이번에 제7함대 항모강습단은 미국 제7함대와 일본 해상자위대가 해마다 가을철에 실시하는 대규모 합동해상훈련인 2009년도 애뉴얼렉스(ANNUALEX)에 참가하였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한국 해군 당국자의 말만 듣고,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서해에서 한국군 제2함대와 합동으로 훈련한 것만 보도하였지만 실상은 그것이 아니었다. 항모강습단은 동지나해에서 실시된 미일합동 해상훈련에 참가하고, 곧장 기수를 서해 먼바다로 돌려 연속적으로 한국군 제2함대와 한미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하였던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미일합동 해상훈련의 주요목적은 동지나해에서 대중 해상봉쇄작전을 연습하는 것이었고, 한미합동 해상훈련의 주요목적은 서해에서 대북 해상봉쇄작전을 연습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제7함대가 일본 해상자위대와 한국군 제2함대를 이끌고 연속해상훈련을 주도하였음을 말해준다. 주목하는 것은, 미일합동 해상훈련과 한미합동 해상훈련이 제7함대 항모강습단의 주동(leadership)에 따라 하나로 연결된 연속해상훈련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조지 워싱턴호 홍보실 보도기사에 나온 “해상안전을 지원하는 기동배치”라는 표현은,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한국군 제2함대와 합동으로 서해에서 대북 해상봉쇄작전을 실시하였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지금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조치가 실행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이번에 실시한 해상훈련의 출항지(port of sailing)는 요코스카항이었고, 입항지(port of call)는 부산항이었다. 제7함대 2008년도 연례훈련(ANNUALEX) 입항지는 부산항과 괌(Guam)이었는데, 2009년도 연례훈련 입항지는 부산항으로만 정해졌다. 이것은 올해 연례훈련이 대북 해상봉쇄작전에 집중되었음을 말해준다.

셋째, 워싱턴에 있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워싱턴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하여 2009년 10월 2일에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4일과 5일 하와이의 이스트웨스트 센터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북한의 급변사태에 공동대응하는 데 필요한 기본원칙과 양국 정부 간 세부적인 협력분야를 논의”했는데, “범정부 차원에서 양국이 북한의 급변사태를 논의한 것은 지난 8월 비공개회의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이른바 ‘북측 급변사태’에 대처하는 비공개회의를 2009년 8월 4일과 5일 하와이에서 열었으니,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사령부 지휘관들도 당연히 그 회의에 참석하였을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북측 급변사태’란 사실상 한반도 전시상황을 뜻하는 것이므로, 그 비공개회의에서 결정한 급변사태 긴급대응책에는 군사부문 대응책도 당연히 들어있었을 것이며, 태평양사령부가 자기 작전구역으로 설정해놓은 북측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그에 대처하는 군사적 긴급행동계획도 논하였을 것이다.

태평양사령부의 작전지휘를 받는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이번에 서해에서 실시한 한미합동 해상훈련의 목적은, 지난 8월 4일과 5일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합동 비공개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그들이 북측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급변사태에 대처하는 군사적 긴급행동계획을 실제로 연습하는 데 있었다.

한미합동 비공개회의에서 결정한 급변사태 대응책은 각 정부 부처마다 한 가지씩 준비하는 것인데, 태평양사령부가 작성한 급변사태 긴급행동계획은 ‘작전계획 5029(Operation Plan 5029)’다. 두말할 나위 없이 ‘작전계획 5029’는, 한미합동 비공개회의에서 결정한 급변사태 긴급대응책에서 핵심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제7함대 항모강습단과 한국군 제2함대가 서해 먼바다에서 실시한 합동해상훈련은 ‘작전계획 5029’에 의거한 제1차 해상훈련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작전계획 5029’를 작성하고 그것을 위한 실전연습을 실시하는 주동자는 태평양사령부다. 한국군은 태평양사령부의 작전계획을 어깨너머로 보고, 그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태평양사령부는 이미 2008년 10월 17일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제40차 회의에서 다섯 가지 유형의 급변사태가 북측에서 일어날 경우에 긴급대처하는 ‘작전계획 5029’에 관련한 보고서를 로버트 게이츠(Robert M. Gates) 국방장관에게 제출한 바 있다. 그 날 게이츠 국방장관 맞은쪽에 앉아있었던 이상희 당시 국방부 장관도 그 보고서를 받아보았을 것이다. 물론 태평양사령부가 그 회의에 제출한 보고서는 회의자료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작전계획 5029’에 관한 극비정보가 담긴 ‘진짜 보고서’는 따로 작성하여 게이츠 국방장관에게만 보고하였을 것이다.

이상희 당시 국방부 장관이 읽어본 회의자료에 담겨있는, 태평양사령부가 예상하는 다섯 가지 유형의 급변사태란, 북측이 무정부상태나 내전상황에 빠지거나, 북측에서 반란군이 대량파괴무기(WMD)를 장악하거나, 대규모 탈북사태가 일어나거나, 북측이 남측 인사를 인질로 붙잡아두거나, 큰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작전계획 5029’에 관한 정보는 군사기밀로 분류되어 언론매체에 공개되지 않으므로 그 이상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

제7함대 항모강습단과 한국군 제2함대가 서해 먼바다에서 ‘작전계획 5029’에 의거한 대북해상작전을 연습하고 있었던 2009년 10월 14일, 미국 국방부는 오는 10월 21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에서 한미연례안보협의회 제41차 회의가 열린다고 발표하였다. 그 회의에서는 항모강습단과 제2함대의 합동훈련결과가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을 짚어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태평양사령부 지휘관들의 머릿속에서나 존재하였던 ‘작전계획 5029’가 올해부터는 현실 속으로 나오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태평양사령부가 작성한 ‘작전계획 5029’는 북측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다가 실제로 급변사태가 일어났을 때 부랴부랴 대처하는 수동적 대응계획인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작전계획 5029’와 짝을 이루는 것이 있으니 ‘작전계획 5030’이다.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전계획 5030’은, 평시에 북측을 자극하여 군사적 긴장을 끊임없이 높여가다가 ‘빈틈’이 보이면 즉각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급변사태를 일으킨다는 매우 도발적이고 위험천만한 침공작전계획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급변사태 긴급대응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남북의 화해협력을 전면차단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파괴하고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범죄행위로 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사실상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평양에 도착하였던 2009년 8월 4일,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하와이에서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공개회의가 열려 태평양사령부가 북측에서 일으킬 급변사태에 대처할 긴급대응책을 결정하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태평양사령부가 ‘작전계획 5029’에 의거하여 취할 급변사태 긴급행동계획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이번에 항모강습단이 서해에 전격적으로 출동한 것을 보면, 북측에 침투한 특수부대가 급변사태를 일으키자마자 제7함대가 북측으로 통하는 서해해상수송로를 막아버리는 대북해상봉쇄조치가 그들이 말하는 긴급행동계획에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서해해상수송로는 남포항을 거쳐 평양으로 직통하는 전략통로가 아닌가. 동해는 해역이 매우 넓어서 동해를 봉쇄하려면 제7함대 전체를 출동시켜야 하지만, 서해는 남쪽으로만 뚫려있는 비좁은 바다라서, 서해를 봉쇄하려면 항모강습단만 긴급출동시켜도 된다는 것이 태평양사령부의 작전판단이었을 것이다.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서해에서 해상봉쇄작전을 연습한 것은, 태평양사령부가 갑자기 서해에서 해양정찰활동을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09년 5월 6일 중국 외교부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은 지난 5월 1일 미국 간첩선이 서해의 중국쪽 배타적 경제수역에 불법침입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중국을 자극한 불법침입사건이란, 2009년 5월 1일 미국 해군 소속 3천100t급 해양정찰선(ocean surveillance ship) 빅토리어스호(USNS Victorious)가 중국 해안으로부터 270km 떨어진 서해 해상에서 정찰활동을 벌이는 것을 중국 당국이 포착한 것이다. 또한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09년 7월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 잠수함이 2009년 6월 중국 발해만 부근에서 심해침투작전을 벌였다고 한다.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서해해상수송로를 무력으로 봉쇄하는 군사작전에는 중국 북해함대를 견제하려는 목적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최근 서해에서 벌어진 군사상황을 살펴보면, 태평양사령부가 서해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적이고 위험천만한 군사행동에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10월 19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