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을 향해 날아가는 ‘바닷새’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교란전술에 휘둘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꼈는지, 이번에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직접 나섰다. 2009년 7월 3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존스(James L. Jones)는 <매클랫치신문(McClatchy Newspapers)>과 단독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백악관)의 대응은 그들(북측)이 앞으로 몇 일 또는 몇 주 동안에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는 우리 뜻대로 취할 수 있는 일련의 선택권을 지녔다.” 그의 발언은 미국 독립기념일 7월 4일에 북측이 미사일을 쏘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백악관에 대변인이 있는데도, 국가안보보좌관이 직접 나서서 북측에게 미사일을 쏘지 말아달라는 공개발언을 언론에 꺼내놓아야 할 만큼, 북측의 미사일 발사문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큰 걱정거리였다.

그러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뭐라고 말한다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이 결심한 것은 반드시 실행에 옮기는 북측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다음날인 7월 4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미사일을 연속발사하는 미사일발사훈련을 실시하여 백악관의 기를 한 풀 꺾어놓았다.

깃대령은 함경남도 원산시 바로 아래쪽 강원도 안변군에 있는, 높이가 해발 702m가 되는 산이다. 깃대령은 동해 쪽으로는 해발 1천268m의 황룡산이 막아주고, 남쪽으로는 해발 972m의 장수봉이 막아주어서, 동해에 배치된 미국 항모전투단이나 남쪽에 배치된 한국군이 미사일로 공격하기 힘든 곳이다. 깃대령에서 서울까지 직선거리는 150km다. 인민군은 바로 그 깃대령에서 미사일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

남측 합동참모본부와 정보당국이 남측 언론에 흘려준 정보에 따르면, 인민군은 2009년 7월 4일 오전 8시부터 30분 동안 깃대령 미사일기지에서 미사일 2발을 쏘는 것으로 훈련을 개시하였다. 인민군은 오전 10시 45분에 또 1발 쏘았고, 정오에 또 1발 쏘았으며, 오후 2시 50분, 오후 4시 10분, 오후 5시 40분에 각각 1발씩 쏘았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깃대령 산 속에 있는 지하시설에서 대기 중이던 미사일발사차량들이 대략 1시간 30분 간격으로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동해를 향해 미사일을 계속 쏜 것이다. 인민군은 2006년 7월 4일에 야간발사훈련을 실시하였는데, 이번에는 주간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

주목하는 것은, 인민군이 이번에 미사일발사훈련을 실시하기 직전까지 교란전술로 미국군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점이다. 인민군은 열차, 차량, 선박을 차례로 등장시키는 교란전술을 펴면서 한 달이 넘도록 미국군을 실컷 농락하였다. 그 경과는 아래와 같다.

인민군은 미국 군부와 정보당국이 ‘산음동 병기연구소’라고 부르는, 평양에 있는 어떤 미확인 건물에서 여닫이식 덮개를 한 특수열차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있는 동해위성발사장으로 각각 오가게 함으로써 미국군 정찰위성을 헷갈리게 만드는 교란전술을 폈다. 특수열차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실려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미국 군부는 특수열차에서 잠시도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그 특수열차가 오늘은 어느 쪽으로 움직인다는 긴급보도를 받을 때마다 바짝 긴장하였다.

백악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교란전술을 펴던 특수열차가 2009년 6월 초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추는가 싶더니, 깃대령에 인민군 미사일발사차량들이 나타났다. <연합뉴스> 2009년 6월 7일자 보도에 따르면, “깃대령 미사일기지에서는 중거리 미사일을 쏠 수 있는 발사대 1대씩 장착한 차량 5-6대가 노출과 은폐를 반복”하면서 마치 “숨바꼭질하듯 출몰을 반복하는 정황이 정보당국에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인민군의 교란전술에 농락당하고 있음을 그제야 알아차린 미국 군부는, 인민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기 위해 교란전술을 펴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래서 미국 군부는 하와이에 고고도방어체계(THAAD) 미사일을 서둘러 배치하고, 그 앞바다에 해상배치 엑스밴드 레이더(SBX)까지 동원하면서 한참 동안 부산을 떨었다.

그런데 2009년 6월 17일 북측은 남포항에서 화물선 강남 1호를 출항시켜 미국군 정찰위성의 감시를 엉뚱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시작하였다. 그 날부터 미국군 정찰위성은 중국 연안을 따라 ‘강남’으로 항해하는 강남 1호를 추적, 감시하느라고 온통 정신을 팔고 있었다. 미국군 합참의장 마이클 멀린(Michael Mullen)은 2009년 7월 5일 미국 씨비에스(CBS) 텔레비전 방송순서(Face the Nation)에 출연하여 강남 1호가 왜 돌아가는지 “솔직히 나는 알지 못한다(I honestly don’t know.)”고 말했지만, 미국군 정찰위성의 대북감시망을 교란하는 임무를 마쳤으니 남포항으로 기수를 돌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강남 1호는 2009년 7월 5일 현재, 전라남도 영광군에 있는 안마군도 서쪽 200여 km 떨어진 공해상에서 북상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을 떠는 미국군의 모습을 지켜보던 인민군은 2009년 7월 2일에 함경남도 함흥시 남쪽 정평군 신상리에 있는 미사일기지에서 미국군이 케이엔(KN)-01이라고 부르는, 사거리 160km의 지대함 미사일 4발을 함흥만 바깥쪽으로 쏘았다.

7월 4일 미사일발사훈련이 시작되기까지 인민군 미사일발사차량들은 깃대령 일대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있는 지하시설 안에서 한 발걸음도 나오지 않고 은폐대기하고 있었으므로 미국군 정찰위성은 발사조짐조차 포착할 수 없었다. <연합뉴스> 2009년 7월 3일자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이 미사일을 쏘기 하루 전인 7월 3일 남측 군관계자는 “중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해왔던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의 미사일기지에서 이동식 발사대를 장착한 차량의 모습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미국군 정찰위성이 인민군의 교란전술에 감쪽같이 당했음을 말해준다.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가 없다는 그의 발언이 나온지 만 하루도 되지 않은 7월 4일 오전 8시 마침내 발사명령이 떨어졌다. 인민군 미사일발사차량들은 지하시설에서 쏜살같이 튀어나와 산길을 따라 신속기동하다가 임의의 장소에서 갑자기 멈추면서 순식간에 미사일을 쏘고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인민군이 쏜 두 종류의 미사일

<연합뉴스>가 2009년 7월 5일에 보도한,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인민군은 7월 4일에 사거리가 420km에 이르는 두 종류의 미사일을 쏜 것으로 보인다. 그 소식통은 “발사대로부터 420여 km 떨어진 같은 지점에 낙하한 미사일 (줄임) 7발 가운데 오후 4시 10분과 5시 40분에 각각 발사된 2발은 비행속도가 유난히 빨라 사거리를 줄여 발사한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며 나머지 5발은 스커드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남측 당국은 인민군이 쏜 미사일 7발 가운데서 5발은 스커드(Scud) 씨(C)를 개량한 신형 미사일인 것으로 파악했다. 개량하지 않은 스커드 씨(C)의 원형은 이동식 발사대에서 쏘는 탄두무게 600kg, 사거리 550km의 단거리미사일이다. 액체연료를 쓰고, 명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미사일이다.

그런데 인민군은 액체연료를 쓰고, 명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스커드 미사일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처분하였다. 액체연료를 쓰고, 명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구식 미사일은 이제 북측에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고체연료를 쓰고 정밀타격이 가능한 신형 미사일로 전부 교체한 것이다.

전면적인 교체과정에 들어간 북측으로부터 스커드 씨(C) 완제품은 물론 그 제조기술까지 넘겨받은 까닭에 단번에 미사일 수출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가 있으니 시리아다. 북측은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스커드 씨(C) 150발을 시리아에 수출하면서 제조기술도 수출하였고, 시리아는 북측에서 수입한 제조기술로 미사일을 생산하는, 자체로 건설한 미사일공장을 2002년부터 가동하여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지금 시리아에는 스커드 씨(C) 1천발을 작전배치할 수 있는 수많은 지하발사시설이 건설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스커드 씨(C)를 대량생산한 시리아는 2004년 4월에 그 미사일을 수단에 수출하였다.

남측 당국이 이번에 인민군이 쏜 미사일 7발 가운데 5발을 스커드 씨(C) 개량형 미사일로 보는 까닭은, 인민군이 스커드 씨(C)를 개량하면서 액체연료를 고체연료로 대체하고 명중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2009년 7월 5일자 보도에 나온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7발 가운데 5발 가량이” 발사대로부터 420여 km 떨어진 목표지점에 명중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이번에 인민군이 쏜 미사일 7발 가운데 맨마지막에 쏜 미사일 2발이 개량형 스커드 미사일과 구분되는 특징을 보였다는 점이다. 개량형 스커드 미사일과 구분되는 미사일의 특징은 남측 당국이 발사현장에서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미사일 추적레이더를 통해서 파악한 것이다. 미사일 추적레이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이란, 미사일의 사거리, 속도, 탄도궤적 등이다. 레이더에는 생김새까지 나타나지 않는다.

<연합뉴스> 2009년 7월 5일자 보도에 나온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7발 가운데 오후 4시 10분과 5시 40분에 각각 발사된 2발은 비행속도가 유난히 빨라 사거리를 줄여 발사한 노동미사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사거리를 줄인 노동미사일”의 속도가 개량형 스커드 미사일의 속도보다 유난히 빨랐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민군이 스커드 씨(C)를 개량한 신형 탄도미사일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또 다른 신형 미사일을 2발 쏘았음을 말해준다.

인민군이 쏜, 비행속도가 유난히 빠른 2발의 미사일이 “사거리를 줄인 노동미사일”이라는 남측 당국의 주장은 허무맹랑한 소리다. 미사일을 자체로 개발하는 나라들은 사거리를 길게 연장하지 못해 애를 쓰는 판인데, 인민군이 1천300km나 되는 노동미사일 사거리를 일부러 420km로 줄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인민군이 쏜 신형 미사일은 기존 미사일의 사거리를 줄인 것이 아니라, 애초에 사거리가 420km가 되도록 만든 신형 미사일인 것이다.

탄도미사일에 비해 비행속도가 유난히 빠른 미사일이란 초음속 미사일이다. 1초에 약 340m를 가는 음속(sonic speed)을 돌파하여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초음속 미사일은 순항미사일이다. 포물선 탄도궤적을 따라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은 변곡점을 지나서 초고속으로 떨어지며 음속을 돌파하기 전까지는 저음속으로 비행한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이번에 인민군이 쏜 두 종류의 미사일 가운데 남측 당국이 “사거리를 줄인 노동미사일”이라고 제멋대로 묘사한 미사일들이 초음속 순항미사일(supersonic cruise missile)이었음을 알 수 있다.

초음속 순항미사일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다. 인민군이 이번에 동해 수평선 너머로 쏜 초음속 순항미사일이 상공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지 않았다면, 그것은 해수면을 스치면서 날렵하게 날아가는 바닷새처럼, 해수면 밀착비행(sea-skimming)을 하였다는 말이 된다.

이번에 인민군이 쏜 신형 미사일은 해수면 밀착비행기능을 가진 초음속 순항미사일이었다. 그 초음속 순항미사일에는 당대 최고 수준의 첨단기술인 관성항법장치(INS), 위성항법장치(GPS), 지형영상정합 항법장치(terrain-matching navigation system)가 들어있었을 것이다. 이런 첨단기술이 동원되어야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만들 수 있다.

북측이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보유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 하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북측의 초음속 순항미사일 보유는 한반도의 군사정세를 바꿔놓은 중대한 사변이다.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놀라운 위력

1967년 6월 5일에 터진 제3차 중동전쟁이 6월 10일에 끝나고, 그로부터 넉 달이 지난 10월 21일 이스라엘 해군 구축함 에일럿호(INS Eilat)가 지중해의 이집트 앞바다에서 초계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수에즈 운하 가까이에 있는 세이드항(Port Said)에 정박 중이던 이집트 해군 미사일고속정은, 이스라엘 구축함을 발견하자 정박한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스틱스(Styx) 함대함 미사일(SS-N-2)을 쐈다. 방심하고 있었던 구축함 에일럿호는 이집트 해군이 쏜 스틱스 미사일 4발을 맞고 격침되었다. 이스라엘에게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어이없게 구축함을 격침당한 이스라엘은 이집트 해군에게 보복하기 위해 고성능 대함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1973년 10월 6일 제4차 중동전쟁이 일어났는데, 개전 이틀째 되는 날, 지중해의 시리아 앞바다에서 시리아 미사일고속정 5척과 이스라엘 미사일고속정 6척이 맞붙었다. 이것이 세계 해전사에 래타키아 해전(Latakia Naval Warfare)이라고 기록된, 세계 최초로 미사일고속정들끼리 맞붙은 해상전투다. 그런데 스틱스 미사일로 무장하고 출전한 시리아 미사일고속정들은, 이스라엘 미사일고속정들이 그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무기로 무장하였는지를 전혀 몰랐다. 이스라엘 미사일고속정들이 쏜 신형 함대함 미사일은 마치 바닷새가 해수면을 스치면서 날아가듯 레이더망을 뚫고 날아가 시리아 미사일고속정에 명중하였다. 세계 최초로 해수면 밀착비행 대함미사일(sea-skimming anti-ship missile)이 등장한 것이다. 그날 이스라엘 미사일고속정들이 쏜 대함미사일은 무게 100kg밖에 되지 않는 탄두를 싣고 초속 240m로 날아가는, 사거리 20km의 개브리얼(Gabriel) 엠케이(Mk)1이라는 미사일이었다. 그 대함미사일에 맞아 시리아 미사일고속정 3척이 격침되었다.

해수면 밀착비행기능을 가진 대함미사일로 전함을 격파한 사례는 포클랜드 전쟁이나 레바논 전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맞붙은 포클랜드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던 1982년 5월 4일, 배수량이 4천820t이고 승무인원 287명이 탄 영국 해군 구축함 쉐필드호(HMS Sheffield)는 아르헨티나 해군 작전기 수퍼 에텐다즈(Super Etendards)가 32-48km 떨어진 상공에서 쏜 프랑스제 순항미사일 엑소제(Exocet)를 맞고 격침되었다.

비슷한 사례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맞붙은 레바논 전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6년 7월 14일 헤즈볼라는 레바논 해상 봉쇄작전에 참가한 이스라엘 해군의 사아 5급(Sa’ar 5-class) 콜벳함(corvette) 해닛호(INS Hanit)를 향해 기습적으로 순항미사일을 쐈다. 대함미사일을 맞은 해닛호는 대파되었고 이스라엘군 4명이 죽었다. 헤즈볼라가 쏜 순항미사일은 전자방해를 뚫는 기능을 가진 이란제 저음속 순항미사일 카우사(Kowsar)로 판명되었다. 카우사 순항미사일은 사거리 20km, 탄두무게 29kg, 순항고도 15-20m, 순항속도 마하 0.8이다. 위에서 언급한 순항미사일들은 해수면 밀착비행기능을 가지기는 했지만 초음속 순항미사일이 아니라 저음속 순항미사일(sub-sonic speed cruise missile)들이다.

해수면 밀착비행기능을 가진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1970년 대에 개발한 나라는 옛 소련이다. 당시 소련 해군은 발틱함대, 흑해함대, 태평양함대에 모스킷(Moskit)이라는 이름을 가진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작전배치하였다. 미국군은 그 미사일을 제멋대로 에스에스(SS)-엔(N)-22 썬번(Sunburn)이라고 부른다.

모스킷은 무게 320kg 짜리 고성능 폭약탄두 또는 폭발력 120킬로톤(kt) 짜리 전략핵탄두를 싣고 120km를 날아갈 수 있다. 모스킷의 성능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순항속도와 순항고도다. 분사추진(ramjet)방식으로 날아가는 그 미사일은 초음속 순항미사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하 2.5로 날아갈 수 있으며, 최고속도는 마하 3.0까지 낼 수 있다. 이것은 1초에 1km를 돌파하는 엄청난 고속이다. 1초에 237m를 날아가는 미국군의 저음속 순항미사일 하푼(Harpoon)보다 네 배나 빠르다. 또한 모스킷의 해수면 밀착비행기능을 보면, 순항고도가 해수면에서 20m이며, 최저로 낮춘 순항고도는 2.2m밖에 되지 않는다.

러시아가 보유한 또 다른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피(P)-800 약혼트(Yakhont)다. 사거리 300km, 탄두무게 250kg, 순항속도 마하 2.5다. 세계에서 가장 위력적인 성능을 가진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러시아가 보유한 피(P)-700 그래닛(Granit)이다. 미국군이 에스에스(SS)-엔(N)-19 쉽렉(Shipwreck)이라고 부르는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625km나 되고, 탄두부에 750kg 짜리 고성능 폭약탄두 또는 폭발력 500킬로톤(kt) 짜리 전략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며, 순항속도는 마하 4.5다. 미국군이 보유한 저음속 순항미사일 하푼보다 무려 6.5배나 빠르다.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부터 군사적으로 지원해오는 나라는 인도인데, 1998년부터 두 나라가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공동으로 개발하였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09년 5월 4일 인도는 파키스탄 국경에 인접한 라자스탄(Rajasthan)주 사막에서 러시아와 공동으로 개발한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하였다. 그 미사일이 브라모스(Bramos)다. 인도는 2009년 1월 20일에도 브라모스를 시험발사했는데, 순항비행 중에 궤도를 이탈하는 바람에 실패하였다. 브라모스는 사거리 290km, 탄두무게 300kg, 순항속도 마하 2.8이다.

초음속 순항미사일이라면 프랑스도 빠지지 않는다. 프랑스군이 보유한 초음속 순항미사일 에이에스엠피(ASMP, Air-Sol Moyenne Portee)는 사거리 300km, 탄두무게 300kg, 순항속도 마하 3.0이다.

중국이 독자개발하여 1989년에 처음 공개한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잉지(Yingji)-82다. 미국군이 씨에스에스(CSS)-엔(N)-8 쌔카드(Saccade)라고 부르는 이 미사일은 사거리 500km, 탄두무게 165kg, 순항속도 마하 1.6이다. 잉지-82는 탄두무게가 가볍고 순항속도가 떨어진 것이어서, 중국은 2000년에 러시아에서 모스킷 순항미사일을 1차분으로 48발 수입하였고, 러시아제 미사일고속정도 수입하였다. 중국은 2001년 9월 15일 독자개발하여 취역시킨 소브레메니급(Sovremenny-class) 구축함에서 모스킷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다. 2009년 3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초음속 순항미사일 8발을 실을 수 있고, 스텔스 기능까지 갖춘 220t급 미사일고속정을 독자개발하여 작전배치하고, 훈련을 실시하였다고 한다. 2009년 3월 31일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1발로 항공모함을 격침할 수 있는 신형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작전배치하였다고 한다. 순항속도가 마하 10.0이라고 하니, 러시아 순항미사일 그래닛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중국이 신형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명칭과 제원을 공개하면, 이 미사일이 이제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위력적인 초음속 순항미사일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 인민군이 쏜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약 420km다. 러시아가 보유한, 세계 최강이라는 초음속 순항미사일 그래닛의 사거리 625km보다는 짧지만, 러시아와 인도가 공동개발한 초음속 순항미사일 사거리(290km)나, 프랑스군이 보유한 초음속 순항미사일 사거리(300km)보다 훨씬 더 길다. 북측이 사거리 420km 짜리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독자개발하여 작전배치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번에 북측은 위력적인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보유하였음을 실물로 보여줌으로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또 다시 경악과 충격에 빠뜨렸다.

어뢰가 아니라 초음속 순항미사일이다

2009년 6월 23일 <연합뉴스> 워싱턴발 기사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 라디오방송인 터너 라디오 네트워크(TRN)는 미국군이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하는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가 이끄는 항모전투단을 동해에 배치하였다고 한다.

미국 해군 항모전투단이 출동하는 경우, 보통 항공모함 1척에 이지스 순양함 2척과 구축함 4척이 따라붙는다. 따라서 동해 공해상에는 초대형 항공모함 1척을 포함하여 총 7척으로 편성된 항모전투단이 포진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항모전투단을 동해에 배치한 것은 북측을 해상봉쇄로 압박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평시에 미국 항모전투단은 해상봉쇄작전에 투입된다.

그러나 북측은 2009년 6월 13일에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봉쇄를 시도하는 경우 전쟁행위로 간주하고 단호히 군사적으로 대응한다”고 미리 쐐기를 박았다. 인민군이 이번에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쏜 것은, 외무성 성명에서 예고한 대로, 해상봉쇄로 압박하겠다고 위협하는 미국 항모전투단에게 “단호히 군사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항모전투단을 동해에 배치하여 해상봉쇄로 압박하겠다고 위협하면 북측이 겁을 먹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줄 알았겠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인민군은 미국 항모전투단을 격침시킬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해상봉쇄위협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지금쯤 미국 항모전투단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면서 일본 요코스카(橫賀須)로 돌아갔을지 모른다.

원래 미국 항모전투단은 인민군이 동해안 지하시설에 배치한 장거리 해안포와 지대함 미사일의 기습공격을 피해서 수평선 너머 보이지 않는 공해상에 자리를 잡고 백악관의 공격명령을 대기하는 법이다. 그래서 인민군이 미국 항모전투단을 공격하려면, 수평선 너머 시달거리(visible distance) 밖에 포진한 목표물을 타격하는 초수평선 공격(over-the-horizon attack)을 가할 수 있고, 전자방해와 이지스 방어망을 뚫을 수 있고, 정밀타격으로 초대형 선체를 한 방에 격침할 수 있는 고도의 타격력을 보유해야 한다.

인민군이 이번에 쏜 초음속 순항미사일 탄두부에 지난 5월 25일 풍계리 지하핵실험장에서 전술핵탄두에 맞먹는 5킬로톤(kt)의 폭발력을 발생시킨 제3계열의 비밀무기인 신형 대량파괴무기를 장착하는 경우, 항공모함을 한 방에 잡는 최적의 무기가 탄생하게 된다. 인민군이 미사일발사차량에서 쏜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바닷새가 날렵하게 물 위를 스치며 날아가듯이 해수면을 밀착비행하면서 전자방해와 이지스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서 미국 항공모함을 한 방에 격침시킬 수 있는 것이다. 420km의 사거리, 해수면 밀착비행, 초음속 순항속도,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정밀타격, 전술핵탄두에 맞먹는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막아낼 ‘방패’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프랑스군의 저음속 순항미사일 엑소제, 미국군의 저음속 순항미사일 토마호크(Tomahawk), 그리고 세계 각국이 보유한 각종 탄도미사일은 요격미사일로 파괴할 수 있지만, 러시아군이 보유한 초음속 순항미사일들인 모스킷, 약혼트, 그래닛을 파괴할 요격미사일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2006년 7월 14일 레바논 전쟁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콜벳함 해닛호를 이란제 저음속 순항미사일로 기습공격하였을 때, 해닛호에 장착된 버락(Barak) 대공미사일, 채프(chaff)라고 부르는 레이더교란장치, 전자교란장치(electronic countermeasure)는 무용지물이었다. 초음속 순항미사일이 아닌 저음속 순항미사일 앞에서도 이스라엘 전함의 요격기능과 회피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는데, 만일 인민군의 초음속 순항미사일이 미국 항모전투단을 향해 날아가면 속수무책으로 격침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상대하는 방어무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적국이 초음속 순항미사일로 미국 항모전투단을 공격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개발한 방어무기가 램(RAM, Rolling Airframe Missile) 림(RIM)-116이다. 사거리는 7.5km이며, 순항속도는 마하 2.0이다. 미국 군부는 이 방어미사일의 요격률이 최적의 요격조건에서 실시한 시험발사에서 95%에 이르렀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수비범위가 고작 7.5km밖에 되지 않는 것도 그들에게 심각한 문제로 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돌출하는 실전현장에서는 요격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예컨대, 인민군은 미국 항모전투단을 겨냥해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쏠 때 가짜 미사일들과 로켓탄들도 무더기로 함께 쏘기 때문에, 미국 항모전투단에 배속된 이지스 순양함들이 그 수많은 허위표적들 가운데서 실제표적을 가려내어 요격하려고 허둥대는 사이에 피격당하기 십상이다. 인민군의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방어할 작전능력은 사실상 미국 항모전투단에게 없는 것이다.

나는 2009년 2월 9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글 ‘패전을 경고받은 모의전쟁 MC02’에서 인민군이 항모전투단 상공으로 불시에 전파방해 화학탄두를 집중발사하여 항모전투단의 작전능력을 순식간에 마비시킬 전술을 연마해왔고, 무기체계도 그러한 전술에 맞게 개발하였다고 전제하고, 사거리 60km가 되는 전파방해 화학로켓탄을 22발 씩 장착한 방사포고속정들이 지하정박장에서 튀어나와 고속기동하면서 전파방해 화학로켓탄을 무더기로 쏜 뒤에, 고속어뢰정들과 잠수함들이 항모전투단에게 어뢰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벌떼처럼 달려드는 군집전술(swarming tactics) 시나리오에 대한 나의 예상은 인민군이 이번에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보유한 것이 입증됨에 따라 전면 수정하게 되었다.

59년 전, 인민군은 주문진 해전에서 어뢰로 미영연합군 소함대를 격파했지만, 59년이 지난 오늘은 초음속 순항미사일로 미국 항모전투단을 격파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인민군은 길이가 200-900m가 되고 높이가 14-22m가 되는 거대한 동굴식 지하정박장을 동해안 곳곳에 많이 건설하였는데, 거기에는 미사일고속정과 방사포고속정 200척이 24시간 출격명령에 대기하고 있다. 깃대령에 나타난 미사일발사차량만이 아니라 동굴 속의 미사일고속정에도 초음속 순항미사일이 실려있다. ‘바닷새’들은 언젠가 그날이 오면 수평선 너머 미국 항모전투단으로 날아갈 순간을 그 동굴 속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배수량 10만1천t, 선체 길이 332m, 승무원 5천680명, 함재기와 헬기 90대를 싣고 다니는 45억 달러 짜리 니미츠급(Nimitz class)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한 방에 날려버릴 최적의 무기는 어뢰가 아니라 초음속 순항미사일이다. 만일 인민군이 초음속 순항미사일로 미국 항모전투단을 동해에 수장시킨다면, 미국은 항복할 것이며, 북측은 핵억제력을 쓰지 않고서도 전쟁에서 이길 것이다.

2009년 7월 5일 미국 씨비에스(CBS) 텔레비전 방송순서에 출연한 미국군 합참의장 마이클 멀린(Michael Mullen)은 “북측 지도부의 호전성과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나의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What I am increasingly concerned about is just the belligerence and actually the unpredictability of the North Korean leadership.)”고 말했다. 그는 항모전투단을 직접 지휘해본 해군제독 출신이니 다른 미국군 지휘관들보다 걱정이 더 클 것이다. 인민군의 미사일발사훈련에 대해서 영국, 프랑스, 러시아가 모두 한 마디씩 말했는데, 유독 백악관만 입을 다물고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미국군 합참의장이 느낀 것보다 더 큰 걱정을 느껴서 이례적으로 침묵한 것일까? (2009년 7월 6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