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의 공포를 예고한 4.29 성명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누가 주동을 틀어쥐었고, 누가 피동에 빠졌는가?

2009년 4월 29일 북측의 외무성이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아래와 같은 논점을 읽을 수 있다.

첫째, 4.29 성명에 따르면, 유엔안보리가 “물리적인 방법으로” 북측의 “국방공업을 질식”시키려는 목적에서 제재조치를 발동하였다는 것이다. 유엔안보리가 광명성 2호 발사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북측이 앞으로 더 이상 위성을 쏘아올리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제재조치를 발동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북측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위성발사는 국방공업에 직접 연계된 핵심분야이므로, 적대적인 외부세력이 어떤 나라의 위성발사능력을 억제하려는 것은 그 나라의 국방공업을 억누르는 행위로 된다. 국방공업을 억누르는 것은 군사력를 억누르는 것이다.

둘째, 4.29 성명에 따르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의 책동에 추종하여 주권국가의 자주권을 난폭하게 침해하고도 모자라 이제는 우리 공화국의 최고이익인 나라와 민족의 안전을 직접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는 한반도의 안전을 직접 침해하는 도발행위로 된다는 뜻이다. 북측이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를 한반도의 안전을 직접 침해하는 “불법무도한 도발행위”로 규정한 까닭은, 그 행위를 “정전협정의 파기 즉 선전포고로 간주”하였기 때문이다. 북측은 대북제재조치 발동을 한반도 전쟁의 선포로 간주한 것이다.

대북제재조치 발동을 한반도 전쟁의 선포로 간주한 것은 좀 지나친 확대해석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정전협정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재조치를 발동하여 국방공업을 물리적으로 억제하려는 행위를 선전포고로 간주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다. 북측은 이처럼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를 한반도 전쟁의 선포라고 간주하기 때문에 자국에 대한 제재조치의 발동을 “나라와 민족의 안전을 직접 침해”하는 도발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그리하여 북측은 유엔안보리에게 즉각적인 사죄와 제재결의안 전면철회를 요구하였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을 침해한 데 대하여 당장 사죄하고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채택한 모든 반공화국 ‘결의’와 결정들을 철회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유엔안보리가 북측에게 사죄하고 제재결의안을 철회할 가능성은 없다. 북측도 그것을 알고 있다. 북측이 유엔안보리에게 즉각적인 사죄와 제재결의안 전면철회를 요구한 것은 유엔안보리가 그 요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 아니라, 유엔안보리의 대미추종적 도발행위에 맞선 대응행동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초강력한 압박을 가해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으려 하기 때문인 것이다.

4.29 성명에서 북측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향해 세 가지 대응행동을 취하겠다고 예고하였는데,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실험, 경수로발전소 건설추진이 그것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즉시 사죄하지 않는 경우 우리는 첫째로, 공화국의 최고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부득불 추가적인 자위적 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싸일 발사시험들이 포함된다. 둘째로, 경수로발전소 건설을 결정하고 그 첫 공정으로서 핵연료를 자체로 생산보장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체없이 시작할 것이다.”

북측이 예고한 세 가지 압박공세를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버틸 수 없게 된다. 4.29 성명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또 다시 경악과 충격을 안겨주었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측이 4.29 성명에서 예고한 맹렬한 압박공세에 맞설 대응수단을 갖지 못하였다. 북측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물리적으로 압박할 수단을 세 가지나 가졌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측을 물리적으로 압박할 대응수단을 하나도 갖지 못한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유엔안보리를 앞세워 북측의 대미압박을 규탄하는 제재결의안을 채택하는 행동을 반복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반복행동은 실효성도 없고 국제사회의 관심도 끌지 못할 것이므로, 북측의 압박공세로 타격을 입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심리적 자기위안을 안겨주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북측은 2006년 7월 5일 전격적으로 차량이동식 미사일발사대를 동시다발적으로 동원하여 야간 미사일발사훈련를 실시하고 10월 9일에는 지하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부시 정부를 굴복의 벼랑끝으로 떠밀었고, 그에 따라 6자회담 틀 안에서 양자회담을 추진하도록 만들었을 뿐 아니라,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의 금융제재를 해제하게 만들었고,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게 만들었다.

그처럼 대미압박공세에서 성과를 얻은 북측이 이제는 부시 정부에게 가했던 것보다 더 맹렬한 물리적 압박공세를 오바마 정부를 향해 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북측에서 흔히 쓰는 표현을 빌리면, 광명성 2호의 성공적 발사로 북측은 주동을 틀어쥐었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피동에 빠져버린 것이다. 2006년의 대미압박공세 이후 3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북측과 미국의 역량관계가 그처럼 바뀐 것이다. 북측은 한반도 정세를 그들이 목표로 내건 ‘강성대국 건설’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변화시키려는 자기의 오랜 염원을 마침내 관철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5대 강국과 정면으로 대립하다

북측이 4.29 성명을 통해서 유엔안보리에게 즉각적인 사죄와 제재결의안 전면 철회를 강하게 요구한 것은,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강국이며 국제정치를 주름잡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정면으로 대립하는 용맹스러움을 보여준 것이다. 세계 5대 강국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측이 유일하다. 세계 5대 강국 이외에 그 어떤 나라도 5대 강국의 부당한 행동을 “불법무도한 도발행위”로 감히 단죄하지 못하며, 5대 강국의 부당한 처사를 반대하여 초강력한 대응행동을 취하겠다고 감히 위협하지 못한다.

내외 보수언론들은 세계 5대 강국이 북측의 4.29 성명을 간단히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재 조성된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서 사태의 심각성과 긴박성이 드러나 보인다. 세계 5대 강국은 북측이 발표한 4.29 성명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 그들의 침묵을 4.29 성명에 대한 무시라고 보는 것은 커다란 오판이다. 세계 5대 강국은 4.29 성명을 무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성명에서 북측이 예고한 맹렬한 압박공세에 대처할 방도를 찾지 못해 곤경에 빠졌다.

그렇다면 북측은 무엇을 믿고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세계 5대 강국을 향해 정면대립을 선포한 것일까? 이러한 상황을 뒤집어 본다면, 무엇 때문에 세계 5대 강국은 자기들에게 향한 북측의 정면대립 선포를 무시하지 못하고 곤경에 빠진 것일까? 내외 보수언론들은 4.29 성명이 세계 5대 강국을 상대로 무모한 공갈과 협박을 꺼내놓은 것인 양 그 의미를 깎아내렸지만, 실제로 그럴만한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공갈과 협박도 꺼내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것이 국제정치현실이 아닌가.

북측이 세계 5대 강국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것은, 북측이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여 자기의 정치적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세계 5대 강국은 각자 정보분석을 통해서 북측이 그러한 물리적 수단과 강한 관철의지를 지녔음을 간파하였을 것이고, 그래서 세계 5대 강국은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측이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여 자기의 정치적 의사를 관철시킬 능력과 의지, 다시 말해서 세계 5대 강국을 곤경에 빠뜨린 북측의 능력과 의지를 열거하면 여섯 가지다. 그것은 핵탄두 제조능력, 위성발사체 제조능력, 외기권 작전능력, 정찰위성 회피능력, 위성감시능력, 그리고 세계 5대 강국과 정면으로 대립해서라도 기어이 자기의 정치적 의사를 실현하려는 관철의지다.

북측이 핵탄두 제조기술을 보유하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북측의 핵탄두를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유일한 외국인인 파키스탄의 핵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이 2008년 6월 3일 미국의 맥클랫치-트리뷴 통신사(McClatchy-Tribune News Service)와 진행한 대담에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북측의 첨단핵기술에 관해서 언급한 것에서도 입증되었다. 1999년에 방북하였을 때, 그는 평양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지하시설에 안내되었는데, 거기서 그는 64개의 뇌관이 정밀하게 설치된 직경이 약 61cm가 되는 소형핵탄두 세 발을 목격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유력한 목격자의 증언이 나왔는데도,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연구기관인 대외관계협의회(CFR)가 최근에 펴낸 보고서 ‘미국의 핵무기 정책(U.S. Nuclear Weapons Policy)’에서는 북측에게 “핵무기를 배치할 능력이 아직 없는 것 같다”고 하면서 북측의 핵무장력을 깎아내렸다. 북측의 핵시설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미국인 전문가들이 꺼내는 그런 식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엉터리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북측의 핵무장력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미국 국방장관, 그리고 미국인 전문가들의 다양한 평가를 인용하면서, 북측을 “어엿한 핵강국(fully fledged nuclear power)”으로 인정한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타임(The Times)〉의 2009년 4월 24일자 기사가 더 진실에 가깝다.

2009년 4월 5일에 있었던 광명성 2호의 성공적 발사는 북측에게 위성발사체 제조능력이 있음을 실증한 것이다. 또한 광명성 2호를 쏘아올리고 10분 뒤에 서해위성발사장에 나타난 특수열차의 수직발사대에서 중거리미사일을 전격적으로 쏘아올린 것은 북측에게 정찰위성 회피능력, 위성감시능력, 외기권 작전능력이 있음을 실증한 것이다. 그리고 4.29 성명 발표는 ‘강성대국 건설’을 방해하려는 적대적인 외부세력이라면 그것이 세계 5대 강국이라 할지라도 정면으로 대립하는 강한 관철의지가 북측에게 있음을 실증한 것이다.

핵탄두 제조능력, 위성발사체 제조능력, 정찰위성 회피능력, 위성감시능력을 합하면 외기권 작전능력이 완성된다. 북측은 지난 4월 5일 10분 간격으로 광명성 2호와 시험용 위성마비미사일을 연속발사함으로써 자기의 외기권 작전능력을 과시하였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위관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외기권 작전능력이야말로 북측이 세계 5대 강국과 정면으로 대립할 수 있는 대응수단이다.

미국 군부가 경험한 ‘불가사리’의 공포

군사학에 관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외기권 작전능력이 얼마나 위력적인 것인지를 몰라서, 북측이 보유한 외기권 작전능력을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과장된 이야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오해를 날려버리는 놀라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47년 전 하와이 군도에서 1천400km 떨어진 북태평양의 존스턴 환초(Johnston Atoll) 상공에서 일어났다. 존스턴 환초는 미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조그만 산호섬이다. 1962년 7월 8일 밤 11시(현지시간) 미국 군부는 존스턴 환초에서 남남서 방향으로 32km 떨어진 북태평양 상공 400km 고도에서 1.4 메가톤급 핵폭탄을 폭발시켰다.

외기권 핵실험(exoatmospheric nuclear test)이라고 부르는 고고도 핵실험은 미국이 1962년 7월부터 9월까지 다섯 차례 연속적으로 실시한 것이다. 미국 군부는 가장 먼저 7월 8일에 실시한 외기권 핵실험을 ‘불가사리(STARFISH)’라고 불렀다.

미국 군부가 존스턴 환초에 설치해놓은 특수촬영장비에는 외기권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거대한 불덩어리가 초속 2천km의 가공할 속도로 우주공간에 퍼져나가는 충격적인 장면이 잡혔다. 거대한 불덩어리는 지구의 자기장(magnetic field) 축선을 따라서 타원형으로 길게 늘어나면서 지구 상공을 뒤덮었으며, 거대한 전자띠(electron belt)가 적도를 따라 10분 동안 지구를 에워쌌다. 전자띠 내부에서 발생한 베타입자 방사능(beta particle radiation)은 핵폭발 직후 3분 동안 평균적으로 초당, 평방미터당 2X1014 전자를 방출하여 거대한 인공방사능띠(artificial radiation belt)를 형성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방사능띠는 더 높은 고도로 상승하여 적도의 자기장에 집결하였다.

1962년 7월 10일 〈뉴욕타임스〉는 외기권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눈부신 총천연색 극광(aurora)이 15분 동안 밤하늘을 환하게 밝혔고, 핵폭발이 일어난 상공에서 1천400km나 떨어진 호놀룰루시(市)의 밤하늘이 6분 동안 대낮처럼 밝아졌다고 보도하였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하와이 제도의 오아후(Oahu)섬에서는 가로등들이 꺼지고, 건물 안에 설치한 전기퓨즈(fuse)가 끊어지고, 도난방지경보장치가 마비되었다고 하며, 하와이 제도의 카우아이(Kauai)섬에서는 전화가 불통되었다고 한다.

미국이 외기권 핵실험을 계속 강행하자 자극을 받은 소련도 1962년 10월 22일 ‘184’라고 부르는 외기권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카자흐스탄(Kazakhstan)의 쩨즈카간(Dzhezkagan) 부근 상공의 290km 고도에서 300kt의 핵폭탄을 폭발시킨 것이다. 외기권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폭발지역으로부터 500km 떨어진 지역의 통신망이 마비되었고, 땅속 90cm에 매설한 납과 철로 구성된 1천km 구간의 지하전선망에 과부하 현상이 일어나 카라간다(Karaganda)발전소에 불이 났다.

미국이 실시한 최초의 외기권 핵실험 ‘불가사리’에서 나타난 가장 충격적인 현상은 영국의 인공위성 아리엘(Ariel)이 외기권 핵폭발로 기능마비상태에 빠진 것이다. 인공위성 아리엘 이외에 두 개의 인공위성도 똑같이 기능마비상태에 빠졌는데, 미국 군부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그 두 인공위성은 미국의 인공위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공위성의 기능마비상태는 두 달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지구의 자기장을 따라서 눈깜빡할 사이에 퍼져나가 위성궤도를 뒤덮은 인공방사능띠가 인공위성을 두 달 동안 마비시켰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위험감소국(Defense Threat Reduction Agency)과 핵무기 개발연구사업을 담당한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는 외기권 핵실험에 대해 연구해왔는데, 미국 군부는 자기들이 실시한 외기권 핵실험의 결과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지금까지도 자세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 군부는 1962년 11월 이후 외기권 핵실험을 중단하였는데, 현재 여러 나라에서 제각기 쏘아올린 2천465기의 인공위성들이 외기권에 있으므로 미국 군부는 외기권 핵실험을 재개하고 싶어도 재개할 수 없게 되었다.

47년 전에 저궤도를 돌고 있었던 미국의 인공위성은 오늘 미국이 운용하는 첨단인공위성에 비하면 엉성하기 짝이 없는 전자장비를 갖춘 원시위성이었다. 전문가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47년 전의 인공위성보다 수 천 배나 더 예민한 마이크로칩(microchip)을 잔뜩 내장한 현존 인공위성들은 1 마이크로쥴(microJoule) 이하의 전자기파 에너지만 받아도 타버리고 만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측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여 위성궤도에 쏘아올리면 미국의 군사위성체계는 완전히 마비될 것이다. 2009년 4월 5일 북측이 10분 간격으로 은하 2호와 시험용 위성마비미사일을 연속발사하는 것을 바라본 미국 군부에게 ‘불가사리’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미국군에게는 위성방어능력이 없다

미국의 군사위성체계를 공격하는 외기권 작전능력을 북측보다 한 발 앞서 과시하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충격과 공포를 준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2007년 1월 11일 오후 5시 28분(미국 동부시간)에 실시한 위성요격(ASAT) 실험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중국은 2004년 9월, 2005년 7월, 2006년 2월에 각각 위성요격실험을 실시하였으나 모두 실패하였고, 2007년 1월 11일에 실시한 위성요격실험이 처음으로 성공하였다.

그날 중국은 남서부 스촨성(四川省)에 있는 시창위성발사중심(西昌衛星發射中心) 부근에서 재래식 탄두가 아니라 운동역학 요격탑재물(kinetic kill vehicle)을 실은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하여 고도 853km의 저궤도를 돌고 있던 자국의 기상위성(風雲-1C)을 파괴하였다. 그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2단형 중거리미사일이었다. 미국의 국가정보기관들은 그 미사일을 에스씨(SC)-19라고 불렀다. 주목하는 것은, 중국이 차량이동식 수직발사대(TEL)에서 중거리미사일을 쏘아올려 위성을 요격하였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2007년 1월 11일 위성요격실험을 실시한 배경에는 미국이 2006년 8월 31일에 ‘미국 국가우주정책(U.S. National Space Policy)’을 발표한 것을 보고 자극을 받은 요인이 있다고 분석하였다.

부시 정부 시기에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 국방장관은 2004년에서 2006년까지 해마다 연방의회에 제출한 중국인민해방군에 관한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이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이나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려 인공위성을 파괴하거나 마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사실, 인공위성은 정해진 궤도를 일정한 속도로 순환비행하기 때문에 탄도비행을 하는 미사일보다 요격하기 더 쉽다.

미국 국방부가 2003년에 펴낸 보고서는 중국이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수직상승 위성요격체계를 작전배치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는데, 위성요격실험에 성공한 뒤에 위성요격체계를 작전배치하였을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위성요격능력에 대한 미국 군부의 반응이다. 2007년 4월 23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공군사령관 마이클 모슬리(Michael Moseley)가 어느 회의석상에서 “러시아인들이 우리보다 먼저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고, 중국인들이 위성요격에 성공한 것은 그와 비슷한 충격이었다. 그 사건은 우주를 이전보다 천문학적으로 더욱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말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군부는 1985년에 에프(F)-15 전투기에서 미사일을 공중발사하여 위성요격실험을 실시한 이후로 오랫동안 그 실험을 재개하지 않다가, 2008년 2월 20일에 위성요격실험을 재개하였다. 미국 군부는 그날 오후 10시 26분(미국 동부시간) 북태평양에 배치한 만재배수량 9천600t 타이콘데로가급(Ticonderoga-class) 이지스 순양함 이리호호(USS Lake Erie)에서 함상배치 요격미사일 한 발을 발사하였다. 사거리가 500km인 림(RIM)-161 스탠더드(Standard) 미사일은 북태평양 상공의 극궤도 210km 고도로 날아가 자국의 고장난 첩보위성을 요격하였다. 미국 군부는 독성화학물질이 들어있는 고장난 첩보위성이 지구로 추락하기 전에 외기권에서 파괴하기 위해 위성요격실험을 실시하였다고 주장하였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위성요격실험에 맞불을 놓은 것이었다. 이것은 중국과 미국이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각각 위성요격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우주전쟁에 대비한 신경전을 벌였음을 말해준다.

미국 군부는 미국군 군사위성이 적국의 공격을 받아 마비되는 경우를 대비해서 새로운 군사위성을 즉시 발사하는 능력을 개발하거나 우주감시망을 개량하는 것으로 위성요격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그것은 위성요격에 피동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이다. 피동적인 만큼 실패할 확률도 높다.

미국군 합참차장 제임스 카트라이트(James E. Cartwright)는 우주사령관으로 재직할 당시,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잠수함 발사 트라이던트 미사일로 적국의 위성요격미사일 발사대를 공격하는 것으로 미국의 군사위성체계를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미국군이 중국인민해방군의 차량이동식 수직발사대를 추적하여 미사일로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인민해방군의 차량이동식 수직발사대를 추적하지 못하는 미국군에게는 조선인민군의 열차이동식 수직발사대를 추적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조선인민군의 위성공격이나 중국인민해방군의 위성공격을 막아낼 위성방어능력이 미국군에게 없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불가사리’의 공포 뒤에 일어날 대사변

2009년 3월 2일 미국군 정찰위성은 동해위성발사장으로 대형트럭 여섯 대가 줄지어 들어가는 장면을 포착하였다. 미국 군부는 위성사진에 찍힌 트럭 진입장면을 보고, 은하 2호 발사준비에 요구되는 물자를 트럭으로 실어나르는 것으로 해석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상황은 전혀 달랐다.

〈로동신문〉 2009년 4월 10일자 기사에 따르면, 3월 2일 동해위성발사장으로 들어간 대형트럭 여섯 대에는 위성발사준비에 요구되는 물자가 실려있었던 것이 아니라, 놀랍게도 어린 밤나무 300 그루가 실려있었다고 한다. 광명성 2호 발사준비를 현장에서 지휘한 조선로동당 군수공업부 전병호 부장은 동해위성발사장을 찾아간 길에, 발사명령을 기다리는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에게 광명성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할 수 있겠는가고 물었다.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고 “힘차게 대답하였다”고 한다. 전병호 군수공업부장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 우리 수령님대에도 우린 이긴다면 이겼소. 우리 장군님께서 위성을 올린다면 우린 꼭 올리는 거요. 꼭 성공하고 우리 다같이 여기에 나무를 심자구.” 3월 2일은 북측의 식수절이었다.

미국군 정찰위성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내려다보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은 발사장 주변에 밤나무 300 그루를 심었다. 위성발사에 요구되는 물자를 실어나르는 것이라고 여기고 감시의 눈초리를 번득이던 미국 군부는, 북측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밤나무를 트럭에서 내려놓고 위성발사장 주변에 심는 모습을 위성사진에서 보고 또 한 번 경악하였을 것이다.

조선인민군과 미국군의 사고방식은 이처럼 전혀 다르다. 그래서 미국 군부는 조선인민군의 기상천외한 행동을 절대로 예측하지 못한다. 북측이 광명성 2호와 위성마비미사일을 10분 간격으로 연속발사한 것을 미국 군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허를 찔린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2007년 1월 11일 중국인민해방군이 차량이동식 수직발사대를 시창위성발사중심 부근으로 전격 이동시킨 뒤에 중거리미사일을 쏘아올려 자국의 기상위성을 파괴함으로써 대기권 작전능력을 입증하였다면, 2009년 4월 5일 조선인민군은 열차이동식 수직발사대를 서해위성발사장으로 전격 이동시킨 뒤에 모의탄두를 탑재한 중거리미사일을 시험발사하여 미국군 정찰위성을 마비시키는 대기권 작전능력을 입증하였다. 북측은 아직 위성요격능력을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위성마비미사일을 작전배치한 북측으로서는 위성요격미사일까지 개발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이 차량이동식 수직발사대를 사용하는 데 비해 조선인민군이 열차이동식 수직발사대를 사용하는 까닭은, 차량운행이 적은 북측의 도로에서 수직발사대를 실은 특수차량이 지나가면 미국군 정찰위성에게 너무 쉽게 포착되기 때문이다. 정찰위성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수직발사대를 실은 특수열차는 차량의 길이가 길다는 차이만 있을 뿐 일반화차로 위장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열차이동식 수직발사대는 철도중심의 교통체계를 가진 북측의 실정에 들어맞는 무기체계인 것이다.

북측은 열차이동식 수직발사대에서 중거리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날부터 24일 뒤에 발표한 4.29 성명에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싸일 발사시험”을 실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것은 모의탄두를 장착한 장거리미사일을 약 2만km의 고도에 있는 중궤도(Medium Earth Orbit)에 또는 약 3만6천km 고도에 있는 지구정지궤도(Geosynchronous Orbit)에 각각 시험발사하여 미국군의 군사항법위성이나 군사통신위성을 마비시킬 외기권 작전능력을 또다시 과시하겠다는 예고발언으로 들린다. 미국군이 보유한 전자기파(EMP)폭탄은 대기권에서 폭발하여 지상의 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무기인데 비해,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위성마비핵폭탄은 외기권에서 폭발하여 인공위성의 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무기다.

북측은 미국군의 군사위성체계를 위성마비핵폭탄으로 무너뜨릴 외기권 작전능력을 갖고 있으며, 만일 미국군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도발하는 경우 그 능력을 행동에 옮길 실전준비를 갖추었다. 그러한 군사적 능력을 가리켜 북측에서는 “선군정치가 마련한 강력한 전쟁억제력”이라고 표현한다.

중궤도나 지구정지궤도에 쏘아올릴 북측의 시험용 위성마비미사일은 은하 2호보다 크기가 더 큰 미사일일 것이다. 4.29 성명에서 “대륙간탄도미싸일 발사시험들”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면, 북측은 연속적인 발사실험을 예정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불가사리’의 공포를 조성하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굴복의 벼랑끝으로 떠미는 미증유의 대압박공세를 예고한 발언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오마바 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딴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한겨레〉 2009년 5월 3일자 기사에 따르면, 백악관 대량파괴무기 정책조정관 개리 세이모어(Gary Seymour)는 2009년 5월 1일 워싱턴의 부르킹스 연구소에 열린 토론회에서 북측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오바마 정부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만 북측과 양자회담을 할 수 있으며, 6자회담의 틀 밖에서 양자회담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였다. 또한 그는 북측이 대미압박책을 모두 써버리고 나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결국 아홉 달 안에 6자회담에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오바마 정부가 북측이 6자회담에 복귀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러나 개리 세이모어 조정관은 북측이 이미 개시한 대미압박공세가 계속 강도를 높여갈수록 오바마 정부가 ‘불가사리’의 공포에 사로잡혀 견딜 수 없게 되리라는 사실을 모르고 딴소리만 늘어놓았다. 그는 대량파괴무기 정책을 오랫동안 다루어온 탓에 대량파괴무기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에 걸려있는 듯하다. 정작 그가 놓치고 있는 것은, 세계 5대 강국과 정면으로 대립해서라도 기어이 자기의 정치적 의사를 실현하려는 북측의 강한 관철의지다. 정세판단에서 무엇보다 중시해야 할 요인은, 물리적 수단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수단을 사용하는 주체의 관철의지와 목적의식에 있다. 개리 세이모어는 그것을 알지 못한 채 딴소리만 늘어놓은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북측이 보유한 외기권 작전능력이 미국군의 전쟁도발위험을 억제하는 힘만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북측의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는 힘도 발휘한다는 점이다. 그런 뜻에서, 북측의 외기권 작전능력은 곧 그들의 정치적 관철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측이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는 힘을 발휘한다는 말은, 한반도의 정세가 북측의 주도로 변화된다는 뜻이다.

북측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겨냥해 ‘불가사리’의 공포를 조성해서라도 기어이 달성하려는 목표는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대사변을 일으키는 것이다. 북측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암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평양방문 및 정상회담 개최가 바로 그들이 일으키려는 대사변이다. 대사변은 4.29 성명이 예고한 ‘불가사리’의 공포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위관리들의 기를 꺾은 뒤에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5월 4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