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성 2호, 10분 시차의 비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은하 2호는 왜 48일 동안 대기하였을까?

여닫이식 덮개지붕을 한 특수열차에 실려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있는 동해위성발사장에 도착한 은하 2호는, 2월 4일부터 3월 24일까지 48일 동안 조립동(rocket assembly facility) 안에 들어가 있었다. 미국군 정찰위성이 조립동 안까지 들여다볼 수 없었으므로, 미국 군부는 그 건물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하였다.

미국 군부가 공개하지 않은 정보들 가운데 하나는, 은하 2호가 고체연료만 쓰는 3단 위성발사체이므로 3단 추진체를 미사일제조공장에서 조립한 뒤에 특수열차에 실어 조립동에 옮겨놓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측은 조립동에서 3단 조립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의 군사평론가들이 인터넷에 공개한, 상업용 인공위성이 찍은 조립동 위성촬영사진과 그 사진에 대한 그 들의 설명을 보면, 조립동이 거의 두 배 길이로 증축되었을 뿐 아니라 조립동 안으로 이어진 길의 굽어진 곡선이 이전에 비해 훨씬 크게 굽어진 곡선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북측이 40m 길이의 특수열차가 조립동 안으로 들어가도록 개조공사를 하였음을 말해준다.

조립동 안에서는 추진체 상단부에 광명성 2호를 싣는 위성탑재작업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위성탑재작업은 대략 사흘이면 끝나는 일이다. 위성을 탑재하기 위해서 은하 2호가 48일 동안이나 조립동에 들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북측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은하 2호를 조립동 안에 대기시켜놓고 발사를 미루었을까?

은하 2호가 조립동 안으로 들어가기 바로 전날,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들과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방문단이 평양에 나타났다. 스티븐 보즈워즈(Stephen W. Bosworth), 몰튼 에이브러모위츠(Morton Abramowitz)를 비롯하여 7명으로 이루어진 방문단이 2009년 2월 3일부터 4박 5일 동안 평양을 방문한 것이다. 평양방문을 마친 방북단이 2월 9일 서울에 가서 남측의 전직 고위관리를 비롯한 몇몇 인사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전한 말이 〈연합뉴스〉 2009년 2월 9일자에 보도되었는데, 그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양자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미국인 방문단에게 전하였다고 한다.

핵보유국으로서 양자회담을 하고 싶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지금까지 북측은 미국에게 양자회담을 하자고 요구해왔지만, 핵보유국으로서 양자회담을 하자고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보유국으로서 양자회담을 하자는 말은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의 양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방안을 합의하자는 뜻이다. 북측이 이전에 스치듯이 언급하였던 핵군축회담이란, 동북아시아의 핵보유국들이 만나는 다자회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의 직접적인 당사국인 북측과 미국이 핵보유국으로 만나는 양자회담을 뜻한다.

동북아시아에서 핵보유국은 북측, 미국, 중국, 러시아인데, 그 네 나라가 4자 핵군축회담을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이 동북아시아 핵군축을 반대하는 것은 말할 것 없고, 중국과 러시아도 핵군축을 꺼려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북측도 한반도 비핵화회담과 역내 핵군축회담을 뒤섞어놓아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혼선이 빚어지는 것을 반대한다. 긴 안목으로 보면, 동북아시아 핵군축회담은, 비핵화되고 중립화되고 연방화된 통일코리아가 자기의 비핵화 경험을 가지고 역내 핵보유국들에게 제기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북측과 미국이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의 양자회담을 열면, 6자회담은 자연히 막을 내리게 되며, 북측은 자기의 핵무장력을 제거하고 미국은 자기의 한반도 핵전쟁능력을 제거하는 상호조치를 합의하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미국인 방문단을 통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전해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이다.

은하 2호를 동해위성발사장 조립동에 옮겨놓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전한 북측의 제안은, 이제 6자회담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북측과 미국이 양자회담을 통해 핵무장력과 핵전쟁능력을 제거하는 상호조치를 합의하자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은하 2호 발사대기는 갓 출범한 오바마 정부에게 6자회담의 종식을 예고하면서,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의 양자회담을 요구한 것이었다.

북측이 자기의 핵무장력을 자진하여 제거하는 방도는 이미 나와있다.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무기를 자진하여 폐기하고, 핵무기 투발수단인 중거리미사일과 장거리미사일을 폐기하면 핵무장력이 제거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북측이 전략군(strategic forces)을 자진하여 해산하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이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측의 핵무장력을 자진하여 제거할 용의가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에게 통보한 바 있다.

문제의 초점은, 미국이 자기의 한반도 핵전쟁능력을 자진하여 제거하느냐 또는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데로 좁혀진다. 여기에는 주한미국군을 완전 철군하는 과제가 내포되기 때문에 사정이 복잡해진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주한미국군 완전 철군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1979년에 지미 카터(Jimmy Carter) 대통령은 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군을 공약으로 내걸고 그 공약이행에 시동을 걸었던 적이 있다.

카터 대통령이 내린 결단을 왜 오바마 대통령이라고 해서 내리지 못하겠는가. 카터 대통령은 소련과 중국이 미국과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냉전기에 주한미국군 철군결정을 내렸는데, 냉전붕괴 이후 긴 세월이 흘렀을 뿐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무장력을 자진하여 제거할 용의가 있음을 언급한 조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철군결정을 내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의 양자회담을 열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북측에 대해서 오바마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 반응은 힐러리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 국무장관의 연설에서 나타났다.〈한겨레〉 2009년 2월 15일자 기사에 따르면, 클린턴 국무장관은 2009년 2월 13일 뉴욕의 아시아협회(Asia Society)에서 연설하면서 네 가지 대북정책기조를 밝혔다고 한다. 북측의 핵문제를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다루고, 북측의 도발행위를 용납하지 않으며, 북측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여야 하며, 북측의 핵폐기와 대북관계 정상화를 병행하여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기조와 다른 점이 없다. ‘미국의 변화’를 외치는 오바마 정부가 정작 대북정책에서는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대북정책기조에서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드러낸 차이가 한 가지 있다면, 오바마 정부가 북측의 핵폐기와 대북관계 정상화를 병행하여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대목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측이 핵무기를 폐기하여야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식의 정책기조는 이전에 부시 정부가 ‘선 핵폐기, 후 관계정상화’로 표현한 낡은 정책기조와 다를 바 없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연설을 통해서 밝힌 대북정책기조를 파악한 북측은 조립동에 대기시켜놓은 은하 2호를 쏘아올릴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강력한 조치까지 취할 때가 되었음을 직감하였을 것이다. 북측이 은하 2호를 쏘아올릴 시기와 발사방향에 관한 사전정보를 미국, 국제해사기구(IM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 통보한 날은 2009년 3월 12일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외교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한 〈산께이신붕〉 2009년 4월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다급해진 오바마 정부는 은하 2호 발사를 저지해보려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급거 방북을 추진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북측은 미국 전직 대통령의 방북 제안을 일축하고, 3월 25일 조립동에서 은하 2호를 꺼내어 발사대에 세웠다. 2009년 3월 24일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4시 34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카운티(Orlando County) 동쪽에 있는 케이프 커내브럴(Cape Canaveral) 공군기지에서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사가 스무 번째로 제작한 군사항법위성이 델타(Delta) 2 로켓에 실려 발사된 그 무렵, 북측은 은하 2호를 발사대에 세운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12일 뒤인 4월 5일 은하 2호는 마침내 우주공간으로 날아올랐다.

10분 시차에 얽힌 수수께끼

은하 2호의 발사시각이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북측은 오전 11시 20분에 쏘아올렸다고 발표하였고, 미국 군부는 오전 11시 30분에 쏘아올렸다고 발표하였다. 위성발사시각에서 10분의 오차가 생긴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북측과 미국 군부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실수로 은하 2호 발사시각을 잘못 발표하는 착오는 있을 수 없으므로, 어느 한 쪽이 실제 발사시각과 다른 시각에 은하 2호가 발사되었다고 발표한 것일까?

1998년 8월 31일 북측이 백두산 1호를 쏘아올릴 때는 사전에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발사한 다음날인 9월 1일에 북측은 전날 쏘아올린 것이 인공위성이었다고 발표하였고, 9월 13일에 가서야 발사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공개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북측은 은하 2호를 쏘아올리기 전에 발사예상일을 해당 국제기구들에 통보하였을 뿐 아니라, 발사 직전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에게 “대략 몇 시 이후 발사하겠다”고 하면서 발사예상시간까지 통보하였다. 이것은 은하 2호를 곧 쏘아올릴 테니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라”고 미국에게 알려준 것이다.

은하 2호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간파한 미국군은 자기의 정찰능력과 감시능력을 동해위성발사장에 집중시켰다. 북미주 항공우주사령부와 미국 북부사령부, 우주사령부, 전략사령부, 태평양사령부, 주일 미국군사령부, 주한 미국군사령부가 각기 다른 방향과 위치에서 각자 다른 수단을 동원하여 동일한 감시대상을 향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북측의 위성발사에 대한 정찰능력과 감시능력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나서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였지만, 일본 자위대도 미국군을 따라서 감시하는 시늉을 냈다. 극동에 배치된 러시아군도 그들 나름대로 북측의 위성발사를 주시하였다. 이처럼 미국군이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러시아군이 주시하는 가운데 북측이 마침내 은하 2호를 쏘아올렸다.

〈마이니치신붕〉 2009년 4월 6일자 보도에 따르면, 은하 2호의 항적을 추적하기 위해서 미국군은 일본 항공자위대 기지에 최신형 엑스밴드 레이더(X-band radar)를 배치하고, 동해에 이지스 구축함 다섯 척과 코브라볼(Cobra Ball) 정찰기 두 대를 배치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군이 배치한 그러한 장비들은 은하 2호의 발사시각을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한다. 은하 2호의 발사시각은 화염을 방출하는 시각인데, 발사된 순간 첫 화염방출은 지표 바로 위에서 시작되므로, 하늘로 솟구치면서 방출하는 화염을 포착하는 미국군 장비들은 지표 가까이에서 시작된 화염방출 개시시각을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화염방출 개시시각을 포착하는 방법은 동해위성발사장이 내려다보이는 공중에서 열추적장비(thermal tracking equipment)를 가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열추적장비를 실은 미국군 정찰기는 북측 영공 근처에 얼씬도 못하였기 때문에, 군사위성에 장착한 열추적장비로 포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일을 해낸 군사위성은 미국 공군이 운영하는 방어지원체계(Defense Support System)의 조기경보위성(early warning satellite)이었다.

은하 2호의 화염방출 개시시각을 포착하는 조기경보위성의 작전능력은 미국군에게만 있다. 일본 자위대는 조기경보위성을 갖지 못했고, 러시아군은 조기경보위성을 갖기는 했지만, 그 조기경보위성들은 모두 미국 본토를 감시하는 것밖에 없어서 동해위성발사장에 대한 감시능력은 사실상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미국군만이 조기경보위성을 통해 은하 2호의 정확한 발사시각을 알아낼 수 있었다.

미국 군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의 첫 문장은 “북미주 항공우주방위사령부와 미국 북부사령부의 관리들은 토요일 오후 10시30분(미국 동부시간)에 북코리아가 발사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이 일본해/동해와 일본을 넘어갔음을 오늘 인정하였다”고 되어 있다. 이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 미국 군부가 오전 11시30분(한반도 시간)에 은하 2호가 발사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대포동 2호’라고 부르는 장거리미사일이 발사되었다고 인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북측이 오전 11시 20분에 은하 2호를 쏘아올리고, 10분 뒤에 장거리미사일을 또 쏘아올렸다면, 미국 군부가 발표한 발사시각과 북측이 발표한 발사시각의 10분 시차는 해소된다. 다만 북측은 은하 2호 발사시각만 발표하고 장거리미사일 발사시각은 발표하지 않은 것이고, 미국 군부는 거꾸로 장거리미사일 발사시각만 발표하고 은하 2호 발사시각은 발표하지 않은 것이다. 10분 시차에 얽힌 수수께끼는 북측이 은하 2호와 장거리미사일을 10분 간격으로 연속발사하였다고 보아야 풀린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논한다.

북측이 은하 2호와 장거리미사일을 10분 간격으로 연속 발사하였다면 그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시기 미국에게 압박을 가할 때마다 기상천외한 작전으로 미국의 허를 찔러왔던 북측은 이번에도 역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은하 2호와 장거리마시일을 10분 간격으로 연속 발사하는 초강력한 압박을 가했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정황

북측과 미국 군부는 은하 2호와 장거리미사일이 10분 간격으로 연속 발사되었음을 밝히지 않고 각각 어느 한 쪽의 발사사실만 발표하였지만, 아래와 같은 정황을 살펴보면 은하 2호와 장거리미사일이 10분 간격으로 연속 발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북측의 은하 2호 발사가 오바마 정부를 압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초강력한 압박은 아니었다. 북측이 위성발사능력을 보유하였다는 사실은 이미 11년 전에 백두산 1호를 쏘아올렸을 때 미국이 파악한 것인 데다가, 이번에 북측이 위성발사능력을 실증한 것도 유엔 우주조약에 부합되게 합법적으로, 그리고 사전에 발사에 관련한 정보를 국제기구와 미국에게 통보하거나 북측 언론을 통해 공개하고 쏘아올린 것이므로 초강력한 압박이라고 보기 힘들다. 만일 북측이 11년 전에 백두산 1호를 쏘아올릴 때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은하 2호 발사에 관한 사전정보를 외부에 알려주지 않고 전격적으로 쏘아올렸다면 오바마 정부에게 초강력한 압박이 되었을 것이다.

북측은 은하 2호를 동해위성발사장 조립동에 옮겨놓고 48일 동안 대기시키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의 양자회담을 요구하였으나 클린턴 국무장관이 연설을 통해 그 요구를 거부하자, 은하 2호 발사에 더하여 또 하나의 초강력한 압박을 가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은하 2호 발사에 더해진 초강력한 압박은, 미국군의 전쟁수행력을 마비시킬 전쟁억제력을 실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북측은 이번에 조미(북미)관계사를 뒤집어놓을 초강력한 압박을 가하려고 결심하고 나섰으므로, 미국군의 전쟁수행력을 마비시킬 전쟁억제력을 실물로 보여주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은하 2호 발사가 오바마 정부에게 초강력한 압박을 가한 것도 아닌데, 오바마 정부는 너무 지나친 반응을 보였다. 북측이 위성을 쏘아올린 것을 구실로 오바마 정부가 유엔안보리에서 대북 제재결의안을 채택해보려고 설친 것은 과잉반응이었다. 은하 2호 발사문제를 유엔안보리에 상정만 해도 6자회담을 전면거부하겠다는 강력한 사전경고를 북측이 두 차례나 내보냈는 데도, 오바마 정부는 유엔안보리에서 제재결의안을 채택해보려고 설쳤다. 그들의 행동은 마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였다.

자기들이 이른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놓은 이란이 북측보다 두 달 앞서 위성을 쏘아올렸을 때도, 유엔안보리에서 이란을 제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지 않았던 오바마 정부가 테러지원국도 아닌 북측에 대해서, 그것도 6자회담과 양자회담의 재개를 눈앞에 두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서 제재결의안을 채택하려고 설친 것은 분명히 어떤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과잉반응이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자기들의 과잉반응으로 6자회담이 파탄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토록 과잉반응을 보인 원인은, 북측이 은하 2호를 쏘아올린 것에 더하여 미국군의 전쟁수행력을 마비시킬 전쟁억제력을 실물로 보여준 데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시나리오

북측이 오바마 정부에게 초강력한 압박을 가하려면, 미국군의 전쟁수행력을 마비시킬 전쟁억제력을 협박이 아니라 실물로, 암시적이 아니라 명시적으로 미국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 전쟁억제력은 미국군의 군사위성체계를 마비시키는 작전능력이다. 미국군의 전쟁수행력은 전적으로 군사위성체계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북측이 미국군의 군사위성체계를 마비시킬 작전능력을 실물로 보여주면 그보다 더 결정적인 압박은 없을 것이다.

군사위성체계는 다른 나라 군대가 따라올 수 없는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미국군에게 안겨준 것이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군이 배치한 각종 군사위성들은 궤도를 수정하지 않으면 언제나 똑같은 궤도를 같은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비행하므로 북측의 위성감시체계가 아주 손쉽게 포착할 수 있다. 군사위성의 궤도를 수정할 수도 있지만, 궤도를 수정했다고 해서 북측의 위성감시를 따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측이 작전목표로 삼는 것은 미국군이 우주공간에 배치한 군사정찰위성, 군사항법위성(GPS Block), 군사통신위성(DSCS), 조기경보위성이다. 그 가운데서 이번에 북측이 첫 작전연습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군사정찰위성이었다. 원래 군사정찰위성은 정밀관측을 하기 위해서 되도록 고도를 낮춰서 지나가므로 북측의 작전범위 안에 무방비상태로 놓여 있는 셈이다. 미국군은 위성방어체계를 개발하지 못하였다.

2009년 4월 5일 이른 아침, 미국군 정찰위성이 전혀 포착하지 못한 지하화된 미사일제조공장에서 여닫이식 덮개지붕을 한 특수열차에 출발명령이 내려졌다. 특수열차가 순식간에 도착한 곳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건설된 서해위성발사장이다. 특수열차의 여닫이식 덮개지붕 아래에 설치된 거대한 원통형 발사통 안에는 은하 2호와 흡사하게 생긴 위성마비미사일(satellite-disabling missile)이 들어 있었다. 미국군에게 공포를 안겨줄 열차발사식 미사일체계(railroad train-based missile system)가 처음으로 시험가동을 개시한 것이다.

북측은 동해위성발사장에서 은하 2호를 쏘아올릴 대기태세를 취하는 것과 함께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열차발사식 미사일체계를 가동하여 시험용 위성마비미사일을 쏘아올릴 대기태세를 취했다.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비공개로 발사대기태세를 취한 것은, 미국군 정찰위성들이 가장 빈번하게 날아다니는 지구궤도를 향하여 쏘아올리도록 설계된 위성마비미사일의 첫 발사실험을 실시하려는 것이었다.

북측이 은하 2호를 쏘아올릴 때, 미국 군부는 군사정찰위성들을 동해위성발사장으로 집중시켰다. 촉각을 곤두세운 군사정찰위성들이 동해위성발사장으로 접근한 때에 맞춰 북측은 그 위성들을 향해서 시험용 위성마비미사일 한 발을 발사하였다.

미국군 군사정찰위성들은 북극에서 남극으로 이어진 극궤도(Polar Orbit)를 돌고 있다. 극궤도에 떠있는 군사정찰위성이 지구를 남북방향으로 한 바퀴 돌 때, 지구는 동서방향으로 자전하므로 극궤도의 군사정찰위성은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구를 모두 내려다볼 수 있다. 그 위성은 같은 지역 상공을 하루에 두 차례씩 지나가므로 정밀관측도 가능하다.

극궤도를 도는 미국군 군사정찰위성들을 향해 시험용 위성마비미사일을 쏘아올리려면 발사각도를 북극 방향으로 맞춰야 한다. 시험용 위성마비미사일은 울릉도에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쪽으로 500km 떨어진 대화태 어장과 러시아 극동지역 영해의 중간수역 상공을 지나는 방향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물론 요격실험이 아니었으므로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위성이 있는 궤도에 도달하기만 하면 되었다.

러시아 영공을 피해 가파른 상승고도를 탄 북측의 시험용 위성마비미사일은 북태평양의 어느 경도를 따라 완만하게 방향을 틀면서 북극 궤도로 날아가 불과 5-6분만에 목표공간에 도달하였을 것이다. 은하 2호의 비행궤적을 추적하던 미국군의 추적레이더에는 서해 쪽에서 갑자기 나타나 북극 궤도로 날아가는 미확인 항적이 나타났을 것이다. 미국 군부의 보도자료는 북측이 쏘아올린 대포동 2호 미사일이 동해와 일본열도를 넘어 태평양으로 날아갔다고 하였는데, 동해와 일본열도를 넘어 날아간 것은 위성마비미사일의 항적이 아니라 은하 2호의 항적이었다. 미국 군부는 은하 2호의 실패설을 날조, 유포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항적정보를 바꿔치기한 것이다. 북측은 은하 2호와 위성마비미사일을 같은 방향으로 발사할 수 없었다.

저궤도 위의 목표공간에 도달한 시험용 위성마비미사일은 정해진 대로 모의탄두를 폭발시키고 지구 인력에 끌려 추락하다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공력가열이 발생하여 대기 중에서 타버렸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우주를 비행하다가 태평양에 떨어졌다”는 미국 군부의 정보는 은하 2호가 아니라 시험용 위성마비미사일을 가리킨 것이다.

전쟁억제력을 우주공간으로 확대하다

미국군이 보유한 군사정찰위성은 400-800km 고도를 지나가고, 군사항법위성은 약 2만km 고도를 지나가고, 군사통신위성과 조기경보위성은 약 3만5천km 고도를 지나간다. 그 가운데서 군사항법위성과 군사통신위성의 기능이 마비되면 미국군은 완전히 무력화된다.

북측이 일본의 위성들이 미사일 공격에 취약한 타격목표로 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음을 〈에이에프피(AFP)통신〉이 보도한 때는 은하 2호를 발사하기 10년 전인 1999년 3월 1일이었다. 위성공격을 경고한 때로부터 10년 동안 북측은 미국군의 군사위성체계를 마비시킬 작전능력을 부지런히 강화하여왔다.

북측이 미국군의 군사항법위성과 군사통신위성을 마비시키려면, 위성마비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고난도 기술을 개발하여야 하는데, 2006년 10월 9일에 실시한 지하핵실험에서 플루토늄 2kg을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중국에 제출한 핵신고서에서 밝혔다고 하니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기술을 이미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 2009년 3월 31일자는 북측이 250-500kg의 극소형 핵탄두 제조에 성공하였다는 국제위기감시집단(ICG)의 대니얼 핑스턴(Daniel Pinkston) 연구원의 발언을 보도한 바 있다.

열차발사식 미사일체계와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합해지면 위성마비미사일이 만들어진다. 북측은 열차발사식 미사일체계를 가동하여 미국군 정찰위성을 따돌리고 나서 위성마비미사일을 미국군 군사항법위성과 군사통신위성을 향해 불시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하여 지구궤도 곳곳에서 핵탄두를 폭발시킴으로써 엄청난 전자기파(electromagnetic pulse)를 발생시켜 미국군의 군사위성체계를 마비시키는 전쟁억제력을 보유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것은 북측이 자기의 전쟁억제력을 우주공간으로 확대하였음을 뜻한다. 위성마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발사 직후 초기상승단계에서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미국군은 열차발사식 미사일 체계에서 불시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한 북측의 미사일을 초기상승단계에서 요격할 능력을 갖지 못했다.

북측이 은하 2호를 공개적으로 쏘아올리면서 다른 한 쪽에서 시험용 위성마비미사일을 비공개로 쏘아올린 것은, 2009년 4월 22일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클린턴 국무장관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이 굴복해서는 안 되는 북한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미국이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한 국무장관의 발언에서는 곤경에 처한 절박감마저 묻어난다.

북측이 위성마비미사일 시험발사로 미국군의 군사위성체계를 무력화할 작전능력을 보여준 것은, 미국군이 자랑해온 핵우산과 미사일방어체계를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음을 실증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것은 북측과 미국의 정치군사적 대결이 정전협정 체결 이후 56년만에 결국 북측의 승리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측이 이번에 400-800km 고도의 극궤도를 도는 군사정찰위성을 마비시킬 작전능력을 보여주었다면, 다음에는 약 2만km 고도를 도는 군사항법위성을 향해 위성마비미사일을 쏘아올리는 시험발사를 예정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시험발사는 은하 3호 발사와 함께 실시될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북측의 요구에 굴복하여 높은 급 정치회담에 나올 때까지, 북측은 위성마비미사일 시험발사와 은하 계열의 위성발사를 계속할 것이다.

2009년 4월 22일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기조를 논하는 미국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가 열렸는데, 장관에 취임한 뒤에 처음 출석한 클린턴 국무장관은 제출한 문건에서 이상하게도 북측에 대해서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심지어 북측의 내부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발언하였던 그가 조용히 입을 다문 것이다. 〈연합뉴스〉는 클린턴 국무장관의 침묵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논평하였지만, 북측의 초강력한 압박을 받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요즈음 대북정책에 대해서 할 말을 거의 잃어버릴 지경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09년에 들어와서 한반도의 정세는 그야말로 ‘급변사태’를 맞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실효성이 없는 유엔안보리 의장성명 발표를 계속 반복하거나 아니면 클린턴 국무장관을 평양에 급파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하여야 하지 않을까? (2009년 4월 27일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