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위성을 따돌린 특수열차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평양 인근에서 미국군 정찰위성을 따돌리다

미국의 국가정보기관들이 언론에 흘려준 ‘은하 2호’에 관한 단편적인 정보를 분석해보면, 미국군 정찰위성이 적어도 세 군데를 집중적으로 감시해오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감시대상 가운데서 가장 먼저 등장한 곳은, 그들이 은하 2호가 조립되었을 것으로 추정한 미사일제조공장이다. 생산공정에서 각종 첨단 제작설비들을 요구하는 미사일은 어느 한 공장에서 일괄공정으로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공장들에서 만들어진 부품들을 미사일제조공장에서 각 단별로 조립하여 완성한다. 몸통이 큰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위성발사체는 3단으로 분리된 채로 발사장에 운반되어 그곳에서 발사 직전에 최종 조립단계를 거친다. 북측에서는 위성발사체나 미사일을 모두 인민군대가 제작하므로, 위성발사체 제조공장과 미사일 제조공장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미국의 국가정보기관들은 그들이 은하 2호가 조립되었을 것으로 추정한 미사일 제조공장의 위치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이 은하 2호에 관련한 움직임을 처음으로 포착한 시기에 대해서도 외부에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언론보도에서 갖가지 모호하고 부정확한 표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서 비교적 정확하게 알려준 보도는,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009년 3월 25일에 내보낸 것이다. 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 1월 23일경 평양 인근 산음리에 있는 미사일공장에서 특수화차를 동원해 로켓을 싣는 모습을 처음으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미국군 정찰위성이 감시해온 대상이 “평양 인근 산음리에 있는 미사일공장”이라는 점과 은하 2호에 관한 움직임을 처음으로 포착한 시점이 “2009년 1월 23일경”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남측 언론들이 이전부터 보도해온 자료를 찾아보면, 평양 인근에 있다고 보도한 미사일 제조공장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개로 나타나는 까닭에 혼동이 더해진다. 한 곳은 산음동(산음리는 이전 행정구역 명칭)이고, 다른 한 곳은 중계동이다. 어떤 자료는 산음동에 미사일연구소가 있다고 하였다. 어떤 자료는 평양시 형제산구역 중계동에 있다는 미사일공장을 ‘125호 공장’이라는 고유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산음동이나 중계동이라는 행정구역 명칭을 보면, 언론에 나오는 미사일 제조공장은 평양 인근이 아니라 평양에 있는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 2009년 2월 3일 보도는 “평양 북서쪽 외곽에 있는 미사일공장”이라고 지적하였는데, 산음동과 중계동은 평양시 북서쪽 외곽에 위치한 행정구역들이다. 이것은 미국군 정찰위성이 오랫동안 감시해온 어떤 대상이 평양 북서쪽 외곽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2009년 1월 23일경 평양 북서쪽 외곽에 있는, 미국의 국가정보기관들이 미사일 제조공장으로 보고 계속 감시해온 어떤 큰 공장건물 안으로 특수열차가 들어가는 것을 미국군 정찰위성이 포착하였고, 그 때부터 감시가 집중되었다. 당시 미국의 국가정보기관들은 자기들이 ‘대포동 2호’라고 부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기 위한 준비가 그 공장건물 안에서 시작된 것으로 여겼다. 발사준비에 들어간 것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탑재할 위성발사체 은하 2호라는 사실을 북측이 나중에 밝혔지만, 북측에서 그 사실을 발표하기 전에 미국의 국가정보기관들은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평양 북서쪽 외곽에 있는 공장건물로 들어간 특수열차가 그곳을 떠나 어디로 향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미국의 국가정보기관들에서는 “분석이 엇갈렸다.” 왜냐하면 북측에는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자리잡은 동해위성발사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또 하나 새로운 발사장이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논하겠지만, 동창리에 있는 새로운 발사장은 2008년 9월 언론보도를 통해 그 존재가 알려진 바 있다.

평양 북서쪽 외곽에 있는 공장을 출발한 특수열차가 평양-청진선을 타고 동북쪽으로 향하면 동해위성발사장으로 가는 것이고, 평양-신의주선을 타고 서북쪽으로 향하면 새로운 발사장으로 가는 것이다. 평양은 묘하게도 평양-청진선과 평양-신의주선이 갈라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국가정보기관들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싣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 특수열차가 평양 북서쪽 외곽에 있는 공장을 출발하여 평양-청진선을 타고 동북쪽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미국군 정찰위성이 포착한 때는 2009년 3월 3일 오전 어느 시점이었다. 특수열차는 평양 북서쪽 외곽에 있는 공장건물 안에서 한 달 동안이나 대기하다가 동해위성발사장으로 떠난 것이다.

바로 그때 놀라운 자연현상이 벌어졌다. 한반도 상공에 구름이 몰려오는 바람에, 미국군 정찰위성이 평양 북서쪽 외곽에 있는 공장을 막 떠난 “특수열차의 종적을 한때 놓치고 만 것”이다. 남측 언론은 특수열차의 행방이 “한 동안 식별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는데, 미국군 정찰위성이 얼마 동안이나 그 열차를 추적하지 못하였는지는 정확히 보도하지 않았다. 2009년 3월 3일의 기상자료를 보면, 전국적으로 갑자기 흐려지면서 곳곳에 비가 내렸는데 그 이튿날은 전국이 대체로 맑았다. 따라서 미국군 정찰위성은 평양 상공에 구름이 몰려온 3월 3일 어느 시각부터 특수열차의 행방을 놓쳤을 것이고, 미국의 국가정보기관들은 애를 태웠을 것이다.

이것은 열쇠구멍(Key Hole)이라는 장난스러운 이름을 가진 미국군 정찰위성 케이에이취(KH)-11이 북녘땅 곳곳을 마치 손금 들여다보듯 철저하게 정밀관측(close look)하는 것처럼 말해온 것이 얼마나 과장된 허풍이었는지를 드러내주었다. 미국 군부는 자기들의 정찰위성이 러시아의 해군기지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의 차량번호판까지 읽어낼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그것은 허풍이다. 미국군 정찰위성은 세계 최고수준의 해상도(resolution)를 자랑한다고 하지만, 구름층을 뚫고 위성사진을 촬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밤에도 촬영하지 못한다.

이런 결점을 보완해서 새로 만들어낸 것이 래크로스(Lacrosse)라고 부르는 레이저영상 정찰위성(Advanced KH-11)이다. 언론들이 케이에이취(KH)-12라고 잘못 부르는 이 위성은 지구궤도를 돌면서 지상으로 쏘아보낸 레이저광선이 지상의 표적물에서 반사되는 신호의 강도를 측정한 자료를 영상화하므로, 밤에도 영상자료를 얻을 수 있고 구름층을 뚫고도 영상자료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해상도가 떨어져서 정확하게 식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한반도 상공으로 하루에 많아야 두 차례밖에 지나가지 못한다. 그런데도 미국군은 자기들의 위성정찰 능력을 과장하는 오래된 허풍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수열차가 평양 북서쪽 외곽에 있는 공장을 떠난 직후, 미국군 정찰위성을 무력화시키는 자연현상이 일어난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북측은 날씨변화를 예측하면서 구름이 몰려오는 날까지 기다렸다가 구름이 몰려오는 시간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특수열차를 출발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나라에서나 미사일 제조공장은 국방공업시설들 가운데서 최고 극비시설이다. 북측이 최고 극비시설을 미국군 정찰위성에게 보란 듯이 방치해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수도 외곽에 미사일 제조공장을 건설하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북측의 국방공업시설들은 군사분계선에서 멀리 떨어진 북쪽에, 그리고 미국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산악지역에, 그것도 지상이 아니라 지하에 건설되었다. 험준한 적유령산맥이 지나가는 자강도에 국방공업시설들이 밀집하였다는 언론보도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평양 북서쪽 외곽에서, 그것도 미국군 정찰위성에 노출된 지상에서 미사일제조공장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북한의 모든 약전공장들은 유사시 한미연합군이 도저히 공습할 수 없는 지하갱도 안에 들어가 있다. 북한은 지하갱도를 수없이 뚫어놓았기 때문에 한미연합군이 약전공장 위치를 파악한 것으로 추정되면 지체없이 다른 갱도로 옮긴다.” 이것은 남측의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원에 해당하는 북측의 제2자연과학원을 취재하는 전문기자로 일하다가 북측에서 도망쳐 남측으로 넘어간 탈북자가 1999년 12월 9일에 발행된 〈주간동아〉 제212호에서 한 말이다. 그가 말한 ‘약전(弱電)공장’이란 전자장비가 들어가는 무기를 생산하는 국방공업시설을 뜻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군 정찰위성이 열심히 감시해온 평양 북서쪽 외곽에 있는 공장은 북측이 정찰위성의 감시를 엉뚱한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미사일 제조공장처럼 위장해놓은 시설임이 분명하다. 군인건설자들이 토목공사에서 쓸 건설중장비를 조립하는 공장을 혹시 미국군 정찰위성에게 미사일 제조공장처럼 보이도록 감쪽같이 위장해놓은 것은 아닐까?

미국군 정찰위성이 전혀 파악하지 못한 비밀장소에 있는 지하화된 진짜 미사일 제조공장에서 은하 2호를 실은 특수열차가 출발하여 동해위성발사장으로 향하는 동안, 그 열차와 똑같이 생긴 열차를 평양시 북서쪽 외곽에 있는 위장된 공장구내에 배치해두고 미국군 정찰위성의 감시를 따돌린 것이다.

지하화된 미사일 제조공장에서 은하 2호를 싣고 출발한 특수열차는 구름이 끼어 정찰위성의 감시가 무력화된 그 몇 시간 동안에 평양 인근의 어느 철길 위에서 위장된 공장을 떠난 또 다른 특수열차와 임무를 교대한 다음, 평양-청진선을 타고 유유히 동해위성발사장으로 갔던 것이다. 평양 북서쪽 외곽에 있는 공장을 미사일 제조공장으로 믿었기에 그 공장지붕이 뚫어져라 감시의 눈길을 내리쏟던 미국군 정찰위성은 북측의 기상천외한 위장전술에 완전히 속아넘어가고 말았다.

새로운 발사장을 찍은 위성사진자료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있는 동해위성발사장은 1998년 9월 초에 그리고 2006년 7월 초에 각각 언론에 등장하였고, 이번에 은하 2호 발사로 또다시 언론에 등장함으로써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소’가 되었다. 동해위성발사장이 완공된 해는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인 1988년이다.

동해위성발사장 이외에 또 하나 새로운 발사장이 북측에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2008년 9월 10일 미국의 세계적인 통신사 〈합동통신(Associated Press)〉의 보도를 통해서였다. 새로운 발사장이 자리잡은 곳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이므로, 언론에서는 현지의 행정구역 명칭을 따서 동창리 발사장이라고 부른다. 북측이 새로운 발사장을 세상에 아직 공개하지도 않았는데, 누가 그 비밀시설의 위치를 알아냈을까? 위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발사장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사람은 미국인 군사문제 연구가 조셉 버뮤디즈 2세(Joshep S. Bermudiz, Jr.)이다. 오래 전부터 북측의 군사문제를 연구해온 그는 현재 영국의 국제정보회사인 제인스 정보집단(Jane's Information Group)의 선임분석가(senior analyst)이다.

버뮤디즈는 중국 국경으로부터 약 48km 떨어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새로운 발사장이 있음을 2008년 봄에 처음으로 확인하였다고 한다. 새로운 발사장을 확인한 그는 위성사진분석가인 팀 브라운(Tim Brown)과 함께 상업용 위성이 찍어오는 위성사진자료를 분석하면서 새로운 발사장의 동향을 추적해왔다. 조셉 버뮤디즈와 팀 브라운은 새로운 발사장에 관한 자기들의 분석결과를 정리한 글 ‘발사를 준비하였나? 북측의 새로운 미사일시설(Ready for Launch? North Korea's New Missile Facility)’을 제인스 정보집단이 펴내는 영국의 군사전문 주간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ane's Defence Weekly)〉 2008년 9월 16일부에 발표하였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개인 연구가가 북측의 비밀시설 위치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하는 것이다. 미국의 상업위성이 북측을 찍은 방대한 위성사진자료를 훑어보다가 우연히 발견하였을까? 그처럼 우연한 기회에 비밀시설을 발견할 확률은 영에 가깝다. 해상도가 떨어지고, 특정한 목적에 따라 촬영하지도 않는 상업위성사진 속에서 우연히 어떤 나라의 비밀시설을 발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버뮤디즈는 위성사진분석가 브라운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발사장을 찍은 상업용 위성사진자료를 들여다볼 수 있었지, 그 이전에는 위성사진자료를 볼 수조차 없었다.

위의 언론보도에서, 버뮤디즈가 새로운 발사장을 발견하였다(discovered)고 하지 않고 확인하였다(identified)고 한 것을 보면, 그가 누군가로부터 새로운 발사장이 어디에 있다는 정보를 듣고 그 정보를 확인한 것으로 보아야 이치에 맞는다. 버뮤디즈에게 새로운 발사장의 위치를 알려준 제보자는 미국의 국가정보기관 관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의 언론보도에서, 버뮤디즈가 새로운 발사장의 위치를 확인한 때가 2008년 봄이라고 하였으니, 미국의 국가정보기관 관리는 2008년 봄 어느 날 버뮤디즈에게 새로운 발사장의 위치를 알려준 것이다. 미국의 국가정보기관은 북측의 새로운 발사장을 세상에 공개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버뮤디즈에게 그 비밀시설의 위치를 알려주었을 것이다.

미국의 국가정보기관은 왜 그러한 판단을 내렸을까? 그 내막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무렵 파키스탄에서 있었던 중대한 사변이다. 파키스탄은 2008년 4월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샤힌 2호(Shaheen-II)의 시험발사에 성공하였다. 샤힌 2호는 단거리미사일 샤힌 1호의 성능을 크게 개량한 중거리미사일이다. 파키스탄은 1단형 단거리미사일 샤힌 1호의 시험발사를 1999년 4월 15일에 성공적으로 마치고, 2003년부터 작전배치에 들어갔다. 샤힌 2호는 고체연료추력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재빨리 움직이는 차량발사대에서 쏘아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산오차(circular error probability)가 25m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명중률이 높고 기동력을 갖춘 고성능 미사일을 개발하였음을 말해준다. 샤힌 2호는 무게 1t 짜리 탄두를 탑재하고, 2천500km를 날아갈 수 있는 2단형 중거리미사일이다. 샤힌 2호의 시험발사는, 파키스탄이 핵탄두를 장착한 전략미사일을 개발하였음을 과시한 것이다.

이란의 미사일 기술이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파키스탄의 미사일 기술도 북측에서 전수해준 것이다. 북측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전수받은 파키스탄이 그처럼 고성능 미사일을 개발하였으니, 북측은 그보다 성능이 훨씬 더 향상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미국의 국가정보기관이 샤힌 2호의 시험발사를 보고 신경을 곤두세웠다면, 그것은 정작 파키스탄의 미사일 개발수준을 보고 그런 것이 아니라 파키스탄에게 미사일 기술을 전수해준 북측이 고도의 미사일 생산능력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파키스탄이 샤힌 2호 시험발사에 성공하기 직전인 2008년 4월 11일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 남동부 230km 지점에 비밀시설인 미사일발사장이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란은 유럽 전역을 사정권에 넣을 사거리 6천km의 대륙간타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데, 앞으로 다섯 해 뒤에 개발을 마칠 것으로 예견한다고 하면서, 이란이 “북측의 뒤를 따르고 있다”고 썼다.

파키스탄과 이란의 그러한 움직임을 감시하면서, 북측이 새로운 발사장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가 왔다고 판단한 미국의 국가정보기관 관리는 새로운 발사장의 위치를 버뮤디즈에게 귀띔해준 것으로 보인다.

2008년 9월 10일 〈에이에프피(AFP)통신〉은 1999년에 동해위성발사장을 처음 ‘발견’한, 미국의 국제안보연구기관(GlobalSecurity.org)의 존 파이크(John Pike) 소장이 새로운 발사장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실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새로운 발사장은 동해위성발사장보다 “훨씬 더 크고 정치하며(much larger, more elaborate), 더욱 편리한 교통연결조건(better transportation connections)을 갖추었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발사장에서는) 제1발사장(동해위성발사장을 뜻함-옮긴이)에서 실시하기 힘든 시험발사를 한정된 시간에 여러 차례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버뮤디즈는 “(새로운 발사장에서는) 2005년에 발사대 작동을 시작하였지만 아직 한 번도 그 발사장을 사용하지 않았다. (새로운 발사장은) 더욱 향상된 정확도로 목표를 타격할 수 있고, 사거리를 크게 연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생산하는 북측의 노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버뮤디즈와 파이크가 밝힌 새로운 발사장에 관한 정보에서 매우 특이한 점들이 눈길을 끈다.

1) 동해위성발사장에는 지상에 고정된 발사대가 서 있는 데 비해, 새로운 발사장에는 이동발사대(mobile launch pad)가 서 있다. 이동발사대에서 쏘아올리는 미사일은 고체연료추력엔진을 쓰는 고성능 미사일이다. 액체연료는 폭발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액체연료를 주입해놓은 미사일을 이동발사대에 세워놓고 이리저리 움직일 수 없다.

2) 새로운 발사장에는 3단으로 분리된 미사일 동체를 최종 조립하는 조립동(棟)이 없다. 이것은 3단으로 분리해놓은 미사일 동체를 발사장에 운반해놓고 며칠 걸려 조립한 뒤에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3단 동체가 조립된 미사일을 통째로 발사장에 운반하여 쏘아올린다는 뜻이다.

3) 새로운 발사장에는 추적레이더시설이 없다. 미사일을 쏘아올린 뒤에는 반드시 레이더로 미사일의 비행궤도(trajectory)를 추적하여야 하는데, 그러한 시설을 새로운 발사장에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말은, 이동식 추적레이더설비를 열차에 싣고 다닌다는 뜻이다.

4) 새로운 발사장 주변에는 적의 공습을 막아낼 대공방어시설이 없다. 새로운 발사장에 대공방어시설이 필요 없다는 말은, 미사일을 발사장에 옮겨가서 미사일 동체를 최종 조립한 뒤에 액체연료를 주입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발사준비작업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발사대기 상태에 있는 미사일을 발사장으로 운반하여 즉각 쏘아올린다는 뜻이다.

5) 언론보도에서는 새로운 발사장 부근으로 지나가는 평양-신의주선 철길이 발사장까지 연결되었는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발사장에 편리한 교통연결조건이 갖춰져있다는 존 파이크 소장의 말을 들어보면 연결철길이 놓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보면, 고체연료추력엔진을 쓰는 전략미사일을 특수열차에 싣고 이동한다는 뜻이 분명해진다.

열차발사식 미사일체계

고체연료추력엔진을 쓰는 전략미사일을 특수열차에 싣고 이동한다는 말은, 북측이 열차발사식 미사일체계(railroad train-based missile system)를 보유하였다는 뜻이다. 그러한 사실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는 〈조선일보〉 2009년 2월 13일자 보도에서 찾아낼 수 있다. 그 보도에 따르면, 일반화차는 길이가 20m 정도인데 비해 은하 2호를 실은 특수열차는 길이가 40m나 된다고 하였다. 은하 2호의 길이가 약 32m이므로 특수열차 길이가 40m인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것은 북측이 3단 동체조립을 끝낸 전략미사일을 통째로 실을 수 있는 특수열차를 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또한 그 보도에 따르면, 은하 2호를 실은 특수열차는 “여닫이식 덮개지붕”을 하였다고 한다. 다른 언론보도들에서는 “덮개로 가렸다”는 모호한 표현을 썼지만, 〈조선일보〉는 여닫이식 덮개지붕이라는 정확한 표현을 썼다. 여닫이식 덮개지붕(split-opening roof)이란 유압장치에 의해서 열차지붕이 절반으로 갈라지며 열리고 닫히는 것이다. 덮개지붕 아래에는 전략미사일을 수직으로 일으켜 세우는 원통형으로 생긴 커다란 수송발사통(transporting-launching canister)이 실려있는데, 그 수송발사통 속에 전략미사일이 장착되어 있다. 철로발사대(railway launcher)란 특수열차에 싣고 다니는 수송발사통을 유압장치에 의해서 수직으로 세워 전략미사일을 쏘아올리고, 다시 원상태로 눞힌 뒤에 발사현장에서 재빨리 빠져나가는 이동발사대이다. 위의 〈조선일보〉보도에서 “종전엔 대포동 2호 로켓들이 일반화차에 노출된 채로 운반돼 미 정찰위성이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 것을 보면, 미국군 정찰위성이 이번에 처음으로 여닫이식 덮개지붕을 한 특수열차를 포착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북측이 은하 2호를 특수열차에 실어 동해위성발사장에 운반한 뒤에, 이전과 달라진 몇 가지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첫째, 은하 2호의 추진체에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은 것이다. 〈연합뉴스〉 2009년 2월 25일자 보도는 동해위성발사장에서 “로켓추진용 연료를 담은 드럼통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는 남측 군소식통의 말을 인용하였고, 2009년 2월 27일자 보도는 동해위성발사장에서 “액체연료를 실은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는 남측 정부소식통의 말을 인용하였다. 〈동아일보〉 2009년 2월 26일자 보도는 북측이 2008년 10월에 동해위성발사장의 설비를 교체하고 보수하면서 “액체연료 주입시설을 지하화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남측 정부소식통의 말을 인용하고 나서, “발사임박 징후를 숨긴 채 기습적인 발사로 ‘깜짝쑈’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땅속에 파묻은 연료주입관을 통해서 은하 2호에 액체연료를 주입한 것처럼 추정하였으나 그것은 억측이다.

북측에게는 발사임박 징후를 감춰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2009년 3월 12일에 은하 2호를 발사할 날짜와 시각을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통보하였고, 미국에게도 따로 통보하였으며, 통보내용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하기까지 하였다. 그것만이 아니라, 은하 2호를 발사하기 전날인 2009년 4월 4일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통보를 인용하여 위성을 곧 발사한다고 발표하면서 발사가 임박하였음을 알려주기까지 하였다.

발사임박 징후는 위성발사체 상단부분의 덮개를 벗기거나, 추적레이더 가동을 시작하거나, 발사장 주변의 무선통신 횟수가 늘어나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다. 액체연료 주입시설을 지하화한다고 해서 발사임박 징후를 숨길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은하 2호의 추진체에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은 까닭은, 은하 2호가 고체연료만 사용하는 차세대 위성발사체이기 때문이다. 위성발사체나 미사일에 사용되는 고체연료는 단위부피당 에너지함량이 높고 생산비용도 적게 든다.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은 발사준비시간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액체연료를 미사일에 주입하다가 적의 공습을 당하는 경우가 없으므로 생존률이 높아진다. 은하 2호와 마찬가지로, 이란이 2009년 2월 2일에 쏘아올린 위성발사체 사피르 2호(Safir-2)도 고체연료만 쓰는 차세대 위성발사체였다. 남측은 미국과 맺은 미사일협정의 금지조치에 묶여 있어서 고체연료를 개발하고 싶어도 개발하지 못한다.

둘째, 남측 군당국의 제보를 인용한 〈중앙일보〉 2009년 2월 5일자 보도는,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미사일 동체를 실은 북한 열차는 현재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미사일 발사시험장의 미사일 조립동에 도착한 상태”라고 하였다. 그런데 “복수의 정부당국자들”의 제보를 인용한 4월 4일자 보도에서는 “열차로 화대역까지 운반된 뒤 트레일러에 옮겨져 20여km 떨어진 무수단리로 실려간 사실이 정찰위성에 포착”되었다고 말을 바꿨다. 4월 4일자 보도내용은 두 달 전에 보도한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화대역에서 미사일조립동까지 철길이 놓여졌는가 그렇지 아니한가 하는 데 있다. 남측 정부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09년 2월 26일자 보도는 “지난해 10월 무수단리 기지의 발사대 등 관련설비가 대폭 교체, 보수된 정황이 정보당국에 포착된 바 있다”고 하였는데, 그 공사에 철길연결공사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셋째, 〈중앙일보〉 2009년 2월 5일자 보도가 은하 2호의 조립동 도착사실을 보도했고, 〈조선일보〉 2009년 3월 25일자 보도가 은하 2호의 발사대 장착사실을 보도하였으니, 2월 4일에 조립동에 들어간 은하 2호는 3월 24일이 되어서야 조립동에서 나와 발사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은하 2호는 48일 동안이나 조립동에 들어가 있었다. 48일 동안 조립동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일반적으로, 위성발사체의 조립은 단별조립과 최종조립으로 나뉘는데, 발사장에서는 단별조립을 마친 발사체를 최종적으로 조립하게 된다. 최종조립공정은 조립동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은하 2호는 이미 미사일 제조공장에서 최종조립을 마친 길이 32m, 무게 70t 짜리의 완성품 위성발사체로 특수열차에 실려 조립동 안으로 들어갔으므로, 조립동 안에서 최종조립작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2009년 2월 27일에 남측의 정부소식통이 “현재 지상에서 추진체 조립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음을 보도했고, 2009년 3월 6일에는 남측의 군소식통이 “발사대 주변 조립건물로 추정되는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발사체 조립작업은 거의 끝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조립동 안에서 은하 2호의 최종조립작업을 진행하였을 것으로 추측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찰위성이 조립동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으니, 최종조립작업이 진행되었을 것으로 막연히 추측한 것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추측과 다르게, 은하 2호의 3단 동체를 조립하는 작업은 진행될 필요가 없었다.

그 열차는 어디에 있을까?

특수열차에 전략미사일을 싣고 다니다가 쏘아올리는 핵미사일열차를 개발한 나라는 옛 소련이다. 핵미사일열차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유즈노예 설계국(Yuzhnoye Design Bureau), 유즈마쉬 기계제작공장(Yuzhmash Machine-Building Plant), 파블로그라드 기계공장(Pavlograd Mechanical Plant)이 만들어낸 3개사 합작품이다.

핵미사일열차가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알려면, 러시아 공학기술과학연구원(Russian Academy of Engineering Sciences) 연구고문인 유리 짜이체프(Yuri Zaitsev)가 2008년 3월 10일에 발표한 글 ‘종착역에 다다른 핵미사일열차(Nuclear Missile Train At Its Final Destination)’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 글에 따르면, 옛 소련이 핵미사일열차를 작전배치한 때는 1987년 10월이었다. 옛 소련의 핵미사일열차는 북대서양조약(NATO)군이 에스에스(SS)-24 스캘플(Scalpel)이라 부르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알티(RT)-23을 싣고 미국군 정찰위성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 하루에 1천km 이상 달릴 수 있는데, 임의의 지점에 열차를 세워놓고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완벽한 기동성과 은폐성을 갖춘 미사일발사체계였다. 핵미사일열차는 디젤기관차 3량과 수송열차 17량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가운데 9량은 일반열차와 모양이 같고, 3량만 일반열차와 다르게 특별한 모양을 하였다. 옛 소련의 핵미사일열차는 평소에 미국군 정찰위성의 감시를 완벽하게 따돌렸을 뿐 아니라, 전시에는 미국의 선제공격을 피하여 보복타격을 가할 수 있는 위력적인 전략무기체계였다.

그런데 반제노선을 포기하고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선언한 미하일 고르바쵸프(Mihail Gorvachov) 대통령은 핵미사일열차의 운행을 금지시켰고, 그 뒤를 이어 보리스 옐친(Boris Nikolyaevich Yeltsin) 대통령은 1993년 1월 3일 조지 부시(George H. W. Bush) 대통령과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2)을 맺고 핵미사일열차를 모조리 폐기해버렸다. 소련의 핵미사일열차는 지금 쌍뜨 뻬쩨르부르그(St. Petersburg)의 와쏘우(Warsaw)역에 있는 옥티야브르스카야(Oktyabrskaya) 중앙철도박물관에 역사유물로 전시되어 있다. 그곳에 전시된 핵미사일열차를 찍은 현장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핵미사일열차가 역사유물로 남아있는 것만은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V. Putin) 대통령이 러시아군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뚫을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작전배치하자, 핵미사일열차도 복귀하였다. 2006년 12월 러시아군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Topol)-엠(M) 세 기를 추가로 작전배치하였는데, 그 가운데 한 기는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railroad train-based ICBM)이다.

북측이 전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 워싱턴에서 나온 것은 15년 전의 일이다. 미국 중앙정보국 제임스 울시(James Woolsey) 국장이 중앙정보국 내부회의에서 북측이 ‘대포동 1호’와 ‘대포동 2호’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하였음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때는 1994년 3월 18일이었다. 남측의 정보당국자가 러시아 정보소식통의 말을 인용하면서, 북측이 최대 사거리 9천600km의 ‘대포동 2호’를 2000년까지 실전배치할 것이라고 언론에서 밝힌 때는 1995년 9월 11일이었으며, 〈워싱턴타임스〉가 미국 정보소식통의 말을 인용하여, 2000년까지 북측은 ‘대포동 2호’의 사거리를 미국 서부에 도달할 수 있게 늘릴 것이라고 보도한 때는 1995년 9월 29일이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08년 12월 18일, 미국 태평양군사령관 티모시 키팅(Timothy Keating)은 워싱턴에 있는 전국기자협회(National Press Club)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측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의회 산하의 의회조사국(CRS)은 2009년 3월 초에 펴낸 보고서에서 북측이 2006년까지 ‘대포동 2호’ 20기를 생산하였다고 하였다. 그 보고서는 일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여,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생산하였을 경우 사거리가 6천700km가 될 것으로 추정하였지만, 그것은 터무니없는 과소평가이다. 옛 소련의 핵미사일열차에 실렸던 대륙간탄도미사일 에스에스(SS)-24 스캘플은 사거리가 1만km에서 1만1천km에 이르렀고, 공산오차는 500m였다. 2003년 9월 11일 〈합동통신(AP)〉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부시 정부 관리가 북측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사거리가 1만5천40km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였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경우, 북측의 군사적 우위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전략균형이 깨져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북측이 아직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기술을 갖지 못했다느니 혹은 대기권으로 탄두를 재진입시키는 기술을 갖지 못했다느니 혹은 사거리를 1만km 이상으로 늘리는 기술을 갖지 못했다느니 하는 등의 온갖 구구한 억측과 오판을 떠들썩하게 늘어놓고 있지만, 미국의 중앙정보국장이 내부회의에서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음을 언급한 때로부터 무려 15년이나 지난 오늘까지도 북측이 아직 사거리 1만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지 못하였다는 주장은 궤변으로 들린다.

주목하는 것은, 북측의 신형 전략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해서 작전배치한 러시아군의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다르다는 점이다. 북측의 신형 전략미사일은, 평시에는 미국군 정찰위성의 감시를 따돌릴 수 있고, 전시에는 미국군의 선제공격을 피하여 그들의 통신위성, 항법위성, 조기경보위성을 마비시킬 열차발사식 위성마비미사일이다. 북측의 위성마비미사일에 대해서는 2009년 3월 9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은하’는 핵우산을 뚫을 수 있을까?’에서 논한 바 있다. 북측이 지구궤도를 도는 이동표적들인 미국의 통신위성, 항법위성, 조기경보위성을 마비시키기 위해 위성마비미사일을 쏘아올리려면 정찰위성을 따돌리고 발사위치와 발사시간을 임의로 조절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그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준 것이 열차발사식 미사일체계이다.

2009년 2월 4일 남측의 정부소식통은 “열차는 당초 예상됐던 동창리가 아니라 무수단리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비록 빗나간 예상이었지만, 은하 2호를 실은 특수열차가 동창리에 있는 새로운 발사장으로 가리라고 예상한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국제위기감시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서울사무소의 대니얼 핑스턴(Daniel Pinkston)은 2009년 1월 29일 〈연합뉴스〉와 진행한 대담에서 “위성사진과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여 북한이 북서쪽에 짓고 있는 최신 미사일기지는 거의 완성단계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이 시험장에서 이르면 이번 봄에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한 예상을 깨고 은하 2호를 실은 특수열차는 동해위성발사장으로 갔다. 그 까닭에 대해서 남측 언론은 새로운 발사장이 아직 완공되지 않아서 동해위성발사장으로 갔으리라고 추측했으나 그것은 오판이다. 은하 2호가 동해위성발사장으로 간 까닭은, 새로운 발사장이 아직 완공되지 못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발사장에서는 앞으로 열차발사식 위성마비미사일을 시험발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측이 은하 2호를 쏘아올린 것을 트집 잡아 유엔안보리 제재를 꺼내들고 한미일 ‘찰떡공조’로 대북압박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북측을 자극하는 경우, 열차발사식 위성마비미사일을 실은 특수열차가 시험발사를 위해 새로운 발사장으로 달려갈지 모른다. 북측은 은하 2호 발사에 관한 정보를 미리 미국과 국제기구에 통보해주고, 발사를 준비하고 있음을 언론에 공개한 뒤에 쏘아올렸지만, 열차발사식 위성마비미사일은 그 누구에게 사전통보를 하지 않고 언론에 공개하지도 않은 채 불시에 시험발사되어 적대국들에 대한 충격과 공포를 극대화시킬 것이다. 북측이 열차발사식 위성마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경우, 그 사실을 정찰위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위성마비미사일 시험발사에 관한 정보를 미국이 넘겨주지 않으면 일본은 발사되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할 터이니 아마도 미국보다 속은 편할 것이다.

1992년 1월 15일 미국 연방상원 정무위원회(Governmantal Affairs Committee) 청문회에 출석한 중앙정보국장은 “북측의 핵프로그램과 미사일프로그램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국가안보위협”이라고 증언하였다. 그 증언자가 현재 오바마 정부의 국방장관으로 있는 로버트 게이츠(Robert M. Gates)이다. 17년 전에 가장 시급한 국가안보위협을 느꼈다면, 17년 뒤인 오늘 그가 느끼는 위협은 극도로 심각해졌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은하 2호 발사는 열차발사식 미사일체계의 예행연습이라는 점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대한 안보위협의 시작에 불과하다. 은하 2호가 우주공간으로 날아올랐으니, 이제는 특수열차에 실린 위성마비미사일이 시험발사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열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직면한 현재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북측이 강하게 요구하는 대로 북측과 높은 급 정치회담을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2000년 10월 23일 월요일 오전, 전 세계 주요 언론사에서 보낸 160명이 넘는 취재진을 끌고 마가을의 정취가 한껏 물든 평양에 도착한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K. Albright) 국무장관은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갔다. 그는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 방북일정을 시작하였다. 이튿날 오후, 국무장관이 머무는 백화원초대소를 다시 찾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국무장관에게 “어제 우리가 나눈 3 시간의 대화가 50년 간의 침묵을 깨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오늘, 힐러리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 국무장관은 과연 59년의 긴 침묵을 깰 준비가 되어 있을까? (2009년 4월 6일 통일뉴스)